#프롤로그(대혼란)
엄청난 충격에 3등 포술장 미하엘 대위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함장이 내린 상급 사관들의 소집 명령에 항해함교로 가는 도중이었다.
그가 항해함교의 문을 열려는 순간.
눈앞이 번쩍이더니 그는 뒤로 튕겨나갔고, 폭풍(爆風)에 의해 강철로 되어 있던 문이 그를 덮쳤다.
엄청난 무게가 그를 짓눌렀고, 그는 일어나질 못했다.
너무 어지러웠다.
어떻게든 눈을 떠보려고 했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머리에 큰 상처가 나면서 피가 흘러내려 눈을 적시자, 눈이 많이 따끔거렸다.
귀도 먹은 나머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미하엘 대위님!”
대략 1분 후 조피아 소위가 미하엘에게 다가가 소리쳤지만, 미하엘의 귀엔 어렴풋하게 들릴 뿐이었다.
조피아 소위는 강철 문에 깔린 미하엘을 구하기 위해 다른 수병들을 불러 문을 들어 올려 치워버린 후 손수건을 꺼내서 미하엘의 귀와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닦아냈다.
“의무병!”
소화기구를 든 수병들이 항해함교 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함교는 불타고 있었다.
조피아 소위는 미하엘의 따귀를 때려서 그가 정신을 차리게 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미하엘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아직 눈앞이 어지러웠다.
“의무병! 빨리 안 와?”
조급해진 조피아 소위의 목소리가 애타게 들려왔다.
“내 모자, 어디 갔어?”
미하엘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조피아 소위는 자신의 손에 주문을 걸더니 그의 머리에 난 상처 위를 눌렀다.
그 덕분에 그의 머리에 난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미하엘은 그 손을 치우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내 모자 어디 갔냐고, 소위?”
조피아 소위는 얼른 그의 흰 장교모를 주워서 그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미하엘은 장교모 챙 위에 눌려 있는 턱 끈을 당겨 자신의 턱에 걸었다.
“함교 상황은?”
미하엘이 일어나려고 하자 조피아 소위가 붙잡아 부축했다.
흘러내린 피 때문에 흰색 제복의 절반이 피로 물들어버렸다.
“그게······.”
“상황은?”
“함교에 있던 인원은 전멸했습니다!”
화재를 진압하고 나오던 수병이 지나가며 보고했다.
정신이 번쩍 든 미하엘은 다른 수병을 불렀다.
“다른 상급 사관분들은 없나? 당장 보고드려야 해! 함장님은 저기 계셨을 텐데! 부장님은? 1, 2등 포술사관들은? 기관장님? 행정사관님은? 항해장······?”
“모르겠습니다!”
당황한 수병의 따귀를 때린 미하엘은 더 큰 소리를 질렀다.
“모르겠으면 다 되나? 당장 찾아! 넌 하던 일 그만두고 당장 상급 사관 아무나 찾아!”
그 수병을 거칠게 밀어서 보낸 직후 그는 다른 수병을 붙잡았다.
“어디서 온 포격이지? 적 함대 습격인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대위님. 의무실로, 의무실로 가셔야 합니다.”
조피아 소위가 미하엘의 팔짱을 끼고 그를 의무실로 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미하엘은 그럴 수 없었다.
견시를 서는 수병이 목에 쌍안경을 낀 채 미하엘에게 달려왔다.
“항구 요새에서 우리함을 노리고 포를 쏩니다!”
“뭐? 신호 보내! 아군이라고!”
“항구에서 간헐적인 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수병이 와서 보고했다.
그의 말대로 요란한 총성과 기관총 소리, 포성, 그리고 무언가 폭발음이 들려왔다.
“적습인가?”
“하늘에!”
누군가 고함을 치며 하늘을 가리켰다.
그 소리를 들은 모든 이들이 하늘을 올려보았다.
수많은 예광탄들이 하늘을 날고 있던 비행선을 노리고 날아갔다.
예광탄이 박히기 무섭게 거대한 비행선에 작은 불꽃이 생기더니 엄청난 화염과 폭발을 일으키면서 추락했다.
비행선의 표면이 불타오르면서, 앙상한 갈비뼈 같은 철골 뼈대가 드러났다.
불기둥이 족히 300미터는 되어보였다.
비행선은 그대로 바닷가에 추락했다.
“맙소사!”
미하엘은 좌현 전망대 쪽으로 달려갔다.
조피아 소위는 그를 불렀지만 미하엘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는 난간에 양손을 올리고 항구를 보았다.
항구는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거대한 포성이 들리기 무섭게 뱃전에 폭발이 일어나면서 배가 크게 요동쳤다.
상황이 다급해졌고, 상급 사관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는 장갑함교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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