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죽어라 노력했지만, 도지석에게 돌아온 건 성공이 아닌 실패였다.
도지석은 20년 가까이 노력해 왔다. 배우라는 꿈을 위해서. 나도 당당히 천만배우가 되어 레드카펫을 밟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20년을 달려왔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그의 노력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미련한 놈이었어. 그까짓 천만배우가 뭐라고 20년의 세월을 바친 거람······!’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지 않으려 했었다. 예전부터 도지석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는 함부로 눈물을 보이는 게 아니라고.
그럴 때마다 도지석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배우라면, 눈물 연기는 기본이라고.
하나 그는 눈물 연기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허구한 날 맞는 역할만 주구장창. 길거리에 당당하게 활보를 하고 다녀도 그를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방구석에 소주 한 병, 그리고 잘게 부슨 라면 한 봉지.
오로지 이것들만이 도지석을 위로해줬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뭔가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배우로서의 꿈을 열심히 응원했던 아버지도 이미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자신을 남겨두고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갔다.
이 세상에 오로지 도지석, 혼자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주가 필요했다.
아무도 도지석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맨 정신으로 버텨낼 수 없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나오는 건 꼴랑 이천오백 원.
이게 그의 전 재산이었다.
향후 2주 동안 일거리조차 없었다. 그를 대신할 연기자들은 널리고 널렸다. 연기의 연 자도 모르는 일반인을 데려다 놓아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게 도지석이 맡은 ‘환호하는 관중 A’였다.
환호 정도는 누구나 지를 수 있지 않은가.
“에라이, 소주나 한 병 더 사러 가자!”
근처 동네 슈퍼로 향했다.
오늘따라 길거리가 매우 조용했다. 저녁 11시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뿐만 아니라 차도 하나 안 다녔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신호등 불 정도는 구별할 수 있었다.
빨간색, 멈추시오.
파란색, 건너시오.
횡단보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빵! 빠앙!!!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순간, 트럭의 밝은 빛이 도지석의 시야를 일시적으로 빼앗아갔다.
그 뒤.
터엉!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시간이 흘렀다.
어둠으로 짙게 깔린 밤하늘.
도지석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붙잡고 싶은 꿈이 있었다.
천만배우.
‘다음 생에는 반드시······!’
머지않아 머리에 강한 충격과 함께 도지석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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