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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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18.03.07 조회 1,922 추천 11


 프롤로그
 
 
 
 
 
 
 
 “시체 없나요?”
 
 한 아이의 당돌한 말에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던 간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앳된 얼굴에, 키는 150센티미터가 넘을 듯한 건장한 사내아이가 다부진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방금 말한 게 너였니?”
 
 “네.”
 
 “······.”
 
 아이는 대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듯 뚫어지게 간호사를 바라봤다.
 
 “시체는 왜 찾는 거니?”
 
 “시체를 닦고 싶어서요.”
 
 “왜?”
 
 “돈을 벌어야 하거든요.”
 
 “······.”
 
 간호사는 처량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아직도 그런 일을 진짜로 아는 아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런 아르바이트가 존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장례에 대한 인식과 전문 인력자들이 생기면서 그러한 사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이 같은 아이들이 찾아오곤 했다.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니?”
 
 “친구가 말해 줬어요.”
 
 간호가사 빙그레 웃었다.
 
 “사실이 아니란다. 그러니 돌아가렴.”
 
 “그런 식으로 쫓아낸다는 것도 알아요. 저 각오하고 왔으니 시켜 주세요.”
 
 “······.”
 
 “담력을 본다면서요? 저 고양이 시체를 직접 묻어 본 기억도 있어요. 개도 해 봤고요. 시체 만지는 거 자신 있습니다.”
 
 아이의 말에 간호사가 순간적으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가 물었다.
 
 “몇 살이지?”
 
 “열다섯이요.”
 
 “아직 중학생이구나.”
 
 “학생 아니에요. 일하러 온 거예요.”
 
 “······.”
 
 간호사가 입을 다물자 아이는 부끄럼 없이 입을 열었다.
 
 “중퇴했어요. 돈 벌어야 해서요.”
 
 “중퇴라······.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건데?”
 
 간호사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쁠 때였다면 내보내기 급급했겠지만, 왠지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아이였다.
 
 “동생들과 함께 살아야 하니까요.”
 
 ‘고안가 보구나.’
 
 간호사는 순간 안타까운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고아에게 고아라는 말을 내뱉는 것이 상처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다.
 
 “미안하구나. 돈이 필요하다면 다른 일을 구해 보렴. 우리 병원은 전문 인력이 있어서 어린아이들은 쓰지 않는단다. 혹시나 관심이 있다면 나중에 커서 다시 찾아오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간호사는 알고 있었다.
 
 시체를 관리하는 전문 인력들도 한두 명의 조수는 필요하다는 것을.
 
 과거에는 그런 조수를 나이가 어린 애들로 써서 고용비를 아낄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아이에게 해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전 꼭 하고 싶어요.”
 
 “안 된단다.”
 
 “시켜 주세요!”
 
 “깜짝이야!”
 
 아이의 벼락같은 외침에 간호사가 화들짝 놀랐다.
 
 주변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의 이목도 모여들었다.
 
 “최 간호사. 아이 데리고 밖에 좀 나갔다 와.”
 
 선임으로 보이는 간호사가 아이를 내쫓으라는 제스처를 보내자 간호사가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손목을 붙들었다.
 
 그때였다.
 
 “무슨 일이지, 최 간호사?”
 
 “아, 원장님.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하지. 그런데 무슨 일인가.”
 
 간호사가 아이와 의사를 번갈아 보던 중, 아이가 대뜸 소리쳤다.
 
 “시체를 닦게 해 주세요. 돈을 벌어야 해요.”
 
 아이의 당돌한 말에 의사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흠.”
 
 하지만 이내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간호사들에게 가끔 듣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온 아이를 본 건 처음이군.”
 
 “죄송합니다. 원장님.”
 
 “아니야. 자네는 가서 일 봐. 이 아이는 내가 잠시 좀 보겠네.”
 
 “네? 설마······?”
 
 “걱정하지 말게.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간호사가 안도했다.
 
 “그러시다면 전······.”
 
 “아이야. 넌 날 따라오렴.”
 
 “일 시켜 주실 건가요?”
 
 시켜 주지 않으면 따라가지 않겠다는 표정 또한 일품이다.
 
 꼭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의 표명. 자신의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오른 의사는 피식 웃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따라오너라. 너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결코 손해는 없을 테니.”
 
 “정말인가요?”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돈을 벌려고 하는 거지?”
 
 “동생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요.”
 
 “그렇구나······. 이름이 뭐니?”
 
 “한성. 이한성이라고 해요.”
 
 순간 의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시 한 번 한성의 얼굴을 바라봤다.
 
 자신이 아는 얼굴을 닮았다.
 
 ‘그 아이일까?’
 
 의사가 미소를 지었다.
 
 “한성이라. 좋은 이름이구나.”
 
 의사가 몸을 돌려 걸어가자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정말 시체 닦이를 시켜 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마땅히 방법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의사를 쫓아갔다.
 
 그날이 한성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날이었다.
 
 
 
 
 
 1장. 특수청소업체
 
 
 
 
 
 
 
 슈퍼에 앉아 따분하게 파리를 쫓던 아주머니가 명함을 보며 인상을 찡그린다.
 
 “특수청소?”
 
 아주머니의 반문에 한성이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네. 주변에서 나오는 악취나 시취, 또는 자살이나 노인 고독사의 경우 그 현장을 직접 치워 드립니다.”
 
 아주머니가 대뜸 명함을 돌려주며 소리친다.
 
 “아침부터 사람 죽는 이야기는 왜 하는 거야?”
 
 평소 이런 일을 많이 당해 봤다는 듯 한성은 돌려받은 명함을 여유롭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언제 어느 때 일이 터질지 모르지요. 그럴 때 연락 주세요.”
 
 “됐다니까. 가져가.”
 
 “가지고만 계세요.”
 
 “에잉! 젊은이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먼. 그리고 이런 게 왜 필요해. 시체는 다 병원이나 경찰에서 알아서 치워 주잖아.”
 
 한성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수백 번도 더 듣는 말이었지만, 단 한 번도 지루해 하지 않으며 설명을 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아주머니. 병원이나 경찰에서는 시체만 처리해서 가져갑니다. 그 뒷정리는 거의 안 해 주지요. 그렇다면 남은 시취나 제품 정리 같은 건 집주인이 해야 합니다. 저희 업체는 그런 일을 대신 해 주는 겁니다.”
 
 그제야 아주머니가 호기심을 보였다.
 
 “그랬나? 그렇지 않아도 저기 동수네가 그런 걸 치우는 걸 봤는데 그런 일을 해 주는 거였어?”
 
 “네. 그런데 누구 돌아가셨었나 봐요?”
 
 “늙은이가 돌아가셨지. 원래 혼자 살던 노인이었는데, 냄새가 난다 싶어서 알아봤더니 죽었지 뭐야. 그래서 집주인인 동수네가 어쩔 수 없이 청소하는 걸 봤는데······.”
 
 한성이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런 일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직접 치우시기 정말 곤란하시잖아요.”
 
 “그렇지. 정말 힘들지.”
 
 “그런데 다 치우셨을까요?”
 
 “글쎄. 한번 가 봐.”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저기 골목 있지? 저 골목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녹색 대문이 하나 보일 거야. 사자머리 손잡이가 있는 그 집일 거야. 아직도 냄새가 나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한성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 음료수 세 개 값 계산해 주세요. 아주머니도 하나 드시고요.”
 
 건수를 하나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한성이 냉장고에서 여유롭게 음료수 세 개를 꺼내 왔다.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나 주는 겨? 젊은이가 인사성도 밝네.”
 
 “하하. 좋은 정보 주신 보답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 생기면 저한테 연락 주시고요.”
 
 “그래. 내 바로 주지. 내가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아니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기면 그리하겠네. 그렇지 않아도 여기 혼자 사는 노인네들이 많은데.”
 
 한성은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음료수 두 개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좀 더워지겠네.”
 
 아직 봄바람이 가시지 않은 5월이었다.
 
 한성은 저 멀리 언덕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마침 그 언덕을 지나 스쿠터를 타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끽.
 
 스쿠터에 탄 사내가 한성을 보며 인사했다.
 
 “형님. 다 돌렸습니다.”
 
 “수고했다. 이거 하나 마셔라.”
 
 “어? 이온음료? 형님. 전 탄산인 거 아시면서······.”
 
 “탄산은 몸에 안 좋아. 이거 마셔.”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생각 없습니다. 여기서 사셨죠? 아주머니!”
 
 사내는 재빨리 스쿠터에서 내려서 슈퍼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콜라로 바꿔 왔다.
 
 한성이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 했다.
 
 “그래도 가능하면 콜라 말고 사이다로 마셔라.”
 
 “그거나 이거나 똑같은 거잖아요. 후후.”
 
 사내, 김동수는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다. 무척 시원했는지 입을 떼자마자 트림이 쏟아졌다.
 
 “꺼억~ 좋다.”
 
 한성도 음료수를 비우고서는 손을 내밀었다.
 
 “남은 건 없냐?”
 
 “전단지요? 네. 없어요. 이 근방은 다 돌렸어요.”
 
 “어디다가 버린 건 아니지?”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에도 그렇게 말했는데 근처 쓰레기통 근처에서 발견됐던데?”
 
 동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때는 솔직히 아이들 천 원짜리 쥐어 주면서 시켰는데, 녀석들이 버린 겁니다. 큭. 아직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요령이나 부리려고 하다니.”
 
 “그러니까 네가 해야 할 일을 왜 남에게 시켜. 앞으로 그런 일 한 번만 더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네! 압니다!”
 
 “그럼 됐다.”
 
 기합이 가득 든 동수의 대답이 믿음직스러운지 한성이 미소를 짓고서 천천히 걸어갔다.
 
 “어? 어디 가십니까? 스쿠터 안 타십니까?”
 
 “근처에 일이 있었나 보다. 거기 들렀다 가려고.”
 
 “고독사인가요?”
 
 “눈치가 빠르구나.”
 
 “스쿠터 타고 다니면서 봤는데, 이 동네 노인들이 무척 많더군요. 척 하면 딱이죠.”
 
 “그런 눈치가 평소에나 발휘돼야 할 텐데.”
 
 “뭐, 저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하하하.”
 
 참으로 넉살 좋은 동수였다.
 
 김동수는 한성과 마찬가지로 고아원 출신이다. 현재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딱히 먹고살 게 없어서 한성과 함께 일을 하는 중이었다.
 
 초창기 멤버라고 볼 수 있었기에 한성도 동수에게만큼은 무척 편하게 대해 주었다.
 
 한성은 슈퍼 아주머니가 알려 준 집을 찾아 벨을 눌렀다.
 
 아직까지 시취가 느껴지는 것이,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듯싶었다.
 
 “누구쇼!”
 
 귀찮은 듯 성깔 있는 목소리에 한성이 부드럽게 말했다.
 
 “특수청소업체에서 나왔습니다. 집주인 되시나요?”
 
 덜컥.
 
 대문이 열리며 파마를 한 아주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치켜 올라간 눈썹이 딱 봐도 성깔 있어 보였다.
 
 “그런데요?”
 
 “고독사에 관련된 소문을 들어서 찾아왔습니다. 보아하니 아직 시취가 빠지지 않았는데, 저희가 대신 해 드릴까 해서 왔습니다.”
 
 “시취? 제길. 늙은 노인네 죽은 거 말하나 보구만.”
 
 “네.”
 
 인상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한성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시체 치우는 일.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 해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집값과 관련되어 있는 집주인인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이런 민감한 문제들 때문에 홀로 사는 노인을 들이려는 집주인도 흔하지 않다.
 
 한성이 명함과 함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전단지를 내밀자, 집주인의 인상이 그나마 밝아진다.
 
 “그러니까 시체 처리나 시취, 유품 정리를 해 준다 이 말이네?”
 
 “네.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다 해 드립니다.”
 
 “값은?”
 
 집주인이라서 그런지 바로 가격을 물어 온다.
 
 한성은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다.
 
 “보통 평당 십만 원 내외입니다.”
 
 “비싸구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취의 경우 가전제품에 스며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흰 그런 가전제품 같은 것들을 전부 치워 드립니다. 아시지요? 그런 제품을 아무런 허락 없이 버리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을요. 저희는 그런 일까지 모두 다 해 드립니다. 도배도 해 드리지요.”
 
 “그래도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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