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경영 마법사

1화

2018.03.12 조회 3,228 추천 19


 프롤로그
 
 
 
 
 
 
 
 
 
 
 
 공학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뭔가.
 
 
 
 남자, 박봉, 그리고 끝없는 야근. 이런 것들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이게 남들이 대체적으로 공학도를 볼 때 생각하는 모습이고, 지금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철현 형, 매일같이 이렇게 늦게 들어가는 거 힘들지 않아요?”
 
 
 
 이제 2학년인 후배가 물어 왔다.
 
 
 
 군대를 다녀오고 같이 앱(App)을 만들어 보겠답시고 매일같이 밤을 함께하고 있다. 사내들끼리의 끈적끈적한(?) 밤이 아닌, 끊임없는 버그와의 싸움을 이어 가는 밤을 말이다.
 
 
 
 ‘젠장······ 이러고 있으니 나도 참 처량하군.’
 
 
 
 프로그래밍 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부전공으로 게임 프로그래밍 학과를 선택한 나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두 학과의 차이가 단순히 게임에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배우는 것에 꽤 큰 차이를 가지기 때문에 둘 다 배웠다.
 
 
 
 내가 게임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전공, 부전공 모두가 컴퓨터 공학 관련 학과였다.
 
 
 
 그러다 보니 후배의 이런 푸념은 매일같이 들었다. 이럴 때면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해 준다.
 
 
 
 “인마, 어차피 취업해도 똑같아. 월화수목금! 금! 금! 이라고.”
 
 
 
 내 말에 후배 놈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런 거죠?”
 
 
 
 “휴우······ 그런 거다.”
 
 
 
 나 또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너는 집에 들어가면 따뜻한 밥을 차려 주는 가족이라도 있지······.’
 
 
 
 나는 그런 것들도 없다고. 옛부터 가족이란 존재는 나에게 없었으니까.
 
 
 
 “가자.”
 
 
 
 씁쓸한 생각을 하며 길을 건널 때였다.
 
 
 
 “어어어억! 형! 멈춰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후배의 고함.
 
 
 
 그리고 내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빛.
 
 
 
 다가오는 거대한 그 무엇.
 
 
 
 ‘번개인가?’
 
 
 
 그게 내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 * *
 
 
 
 몸이 몹시 찼다. 그리고 이런 찬 기운이 왜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분명 죽었을 텐데?’
 
 
 
 온몸에 전류가 흐르면서 느꼈던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절대 잊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순간이었으니까. 설사 내가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고통이 느껴져야 했다.
 
 
 
 치료의 고통이라던가, 몸에 남아 있는 후유증에 의한 고통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건 뭐지?
 
 
 
 ‘뭐지? 나는 지금 죽지 않은 건가? 그럼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푸른 하늘만 보였기에 몸을 움직여 주변이라도 살펴보려고 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주변 상황을 살피는 게 우선이니까.
 
 
 
 ‘억?’
 
 
 
 그런데 몸이 너무 갑갑했다.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자 상황을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은 물 건너가고 겁부터 덜컥 났다.
 
 
 
 ‘뭐야? 정말 반신불수라도 된 건가?’
 
 
 
 이팔청춘에 밤샘 작업만 하다가 평생을 누워서 보내야 하는 꼴이 되었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그럼 여긴 병원?’
 
 
 
 그건 아닐 것이다. 병원이라면 천장이 보여야 하는데 하늘만 보였던 것이다. 옥상에 병상이 있는 병원이 있을 리가 없다.
 
 
 
 결국 나는 몸을 일으키는 것은 포기하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엥? 여기는 대체 어디지?’
 
 
 
 처음 보는 양식들의 건물들이 잔뜩 눈에 들어왔다. 너무 뜬금없는 광경에 상황 파악 자체가 제대로 안 된다.
 
 
 
 나는 당황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고개를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인은 딱 보기에도 현대 사회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 마치 영화 속 마법사 같은 차림이랄까? 긴 로브 같은 것이었다.
 
 
 
 이질적인 로브만 빼놓고 보면 꽤 중후한 노신사로 보일 정도로 인자한 인상이었다.
 
 
 
 내가 노인의 기괴한 옷차림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 노인이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몸도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에 낯선 사람이 다가오자, 덜컥 겁이 났다.
 
 
 
 ‘그만! 가까이 오지 마!’
 
 
 
 “아우. 아우!”
 
 
 
 ‘뭐, 뭐야! 내가 말하는 게 왜 이래? 어째서 제대로 된 말이 안 나오는 거야!’
 
 
 
 “아부부!”
 
 
 
 마치 아기가 옹알이를 하는 것처럼 내 입에선 제대로 된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내 코앞으로 다가온 노인은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큰 거지? 혹시 거인?’
 
 
 
 멀리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노인은 무척 컸다. 아무리 내가 누워 있다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면 노인의 신발밖에 안 보일 정도였다.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해야 하는가.”
 
 
 
 어어엉?
 
 
 
 노인의 입에서 나온 언어는 영어도 아니고 불어도 아니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그 모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분명 내가 처음 들은 언어였는데, 이해가 된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됐기에 이런 말을 알아듣는 거냐고! 여긴 어디지? 대체 당신 누구야?’
 
 
 
 노인은 허리를 숙여 내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노인의 거대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노인의 손은 내 몸만 했던 것이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노인이 이끄는 대로 몸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노인이 나의 몸을 안았다.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거인들이 사는 세계에 온 건가? 아니면 설마······.’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퍼뜩 스쳐 지나간다.
 
 
 
 혹시 내가 아기가 된 건가? 생각을 좀 하려는데, 노인이 뭔가 이상한 말을 했다.
 
 
 
 “많이 놀랐겠구나. 너도 피곤할 테니, 일단 좀 자는 것이 낫겠다. 슬립.”
 
 
 
 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졸리다.’
 
 
 
 상황이 이런데도 잠이 쏟아졌다. 이상한 세상에 떨어진 채로 나는 잠이 들었다.
 
 
 
 서서히 눈을 감는데, 노인의 말이 들려왔다.
 
 
 
 “가넨, 이제 네 이름은 가넨이란다.”
 
 
 
 
 
 챕터 1. 가족을 찾다
 
 
 
 
 
 
 
 
 
 
 
 나는 분명 공학도였다.
 
 
 
 그 방면에선 꽤 알아주는 4년제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을 전공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요즘 유행하는 앱을 만들겠답시고, 동아리를 만들어 후배 놈들과 불타오르는 밤을 보냈다.
 
 
 
 잘 만든 앱 하나 때문에 성공한 사람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성공해보고 싶다는 그런 꿈 때문에 나는 프로그래밍으로 불타오르는 밤을 보내었다.
 
 
 
 앱을 만들었냐고? 아니다.
 
 
 
 몇 달 동안 고생한 내게 돌아온 것은 하나였다.
 
 
 
 ‘죽음.’
 
 
 
 정말 어이없게도 동아리 방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오다가 번게에 맞아서 어이없게 죽어 버렸다. 앱을 만들기는커녕 청춘을 펴 보지도 못한 채 죽어 버린 것이다.
 
 
 
 그 뒤로는 꿈에서도 본 적 없는 세상에 뚝 떨어져 버렸다.
 
 
 
 무슨 일인지 나는 갓난아기가 되어 버렸고, 그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니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채로 누워만 있었다.
 
 
 
 하는 일이 하나 있긴 했다. 지금 상황을 내가 능동적으로 파악할 수 없으니 나를 안고 들어온 노인의 혼잣말에 집중하는 것.
 
 
 
 동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는 말들에 주의를 기울인 거다.
 
 
 
 “에이그, 불쌍한 녀석.”
 
 
 
 “어쩌다가, 몬스터들한테 마을 사람이 다 죽어서는······.”
 
 
 
 “그래도 너 하나 살아남은 것도 복이다. 복이야.”
 
 
 
 불쌍한 아이. 아마 나를 뜻하는 것이리라.
 
 
 
 믿기지는 않지만 몬스터들이란 것들한테 마을 사람들이 죽었다는 말이나, 복이라는 말등을 조합해 보면 결론은 하나였다.
 
 
 
 내가 있던 마을은 몬스터들이라는 것들에 공격을 당했고 그 사이에서 나만 살아남은 것이다.
 
 
 
 ‘천애고아라 이거군. 아무도 남지 않은······.’
 
 
 
 부모를 잃었다는 슬픔? 그런 건 느껴지지도 않았다.
 
 
 
 당장에 내 몸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얼굴도 기억 나지 않는 부모라는 이들의 걱정을 하겠나.
 
 
 
 사실상 나에겐 남이기에 실감이 나지 않는 거다.
 
 
 
 그리고 어차피 이 몸뚱아리를 가지기 이전에도 내겐 가족이라고는 없었다.
 
 
 
 전에도 고아였으니까.
 
 
 
 다만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면 노인에 대한 고마움뿐이었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똑같구나.’
 
 
 
 노인의 말을 종합해 보면 노인은 내가 있던 마을과 전혀 인연이 없다.
 
 
 
 기껏 인연이라 가져다 붙이면 하나뿐. 길가다가 우연히 내가 있는 마을에 마주친 게 다다.
 
 
 
 그럼에도 노인은 나를 데리고 왔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서 말이다.
 
 
 
 그 뒤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나는 분명 그의 손자도 아닌 남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식처럼 나를 거둬 키웠다.
 
 
 
 배고픔이라는 본능에 못 이겨 울음을 터뜨리면, 허허 웃으면서 유모 같은 여인을 불러 젖을 먹여 주었다.
 
 
 
 일을 하러 오는 여자가 없을 적에 변이라도 보면?
 
 
 
 노인은 그마저도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치워 줬다. 타인의 아이임에도 정성스럽게 보살펴 줬다.
 
 
 
 ‘육아라고는 전혀 모르는 내가 느낄 정도로.’
 
 
 
 노인은 정성스러웠다.
 
 
 
 내가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무표정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그런 내게 생각지도 못한 것을 보여 줬다.
 
 
 
 “라이트!”
 
 
 
 이상한 주문을 외우고는 바로 빛의 구슬을 눈앞에 떡하니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처음 그걸 봤을 때는 내가 무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줄 알았다.
 
 
 
 노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태연히 만들었지만 저건 누가 봐도 마법이었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법 말이다.
 
 
 
 전설상이나 혹은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것이 내 눈앞에 있었다.
 
 
 
 노인은 멍하니 누워 있던 내가 흥미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몇 번이나 빛의 구를 보여 줬다.
 
 
 
 처음에 빛의 구를 보았을 때는 놀람이 먼저였다.
 
 
 
 두 번째는 이 세상이 지구와는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세 번째가 넘어간 뒤부터는 저 마법의 원리가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허헛, 아이답지 않은 눈빛이구나. 레이닌은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야.”
 
 
 
 내가 유추하기로 레이닌이라는 사람은 노인의 딸인 것 같았다.
 
 
 
 내가 때때로 아이답지 않은 행동을 하면 노인은 레이닌이라는 사람과 비교를 했다.
 
 
 
 “우리 가넨은 왜 이렇게 울지 않을꼬? 보통 아이들하고는 너무 다르구나.”
 
 
 
 이철현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나는 이 세계에서 가넨으로 불리고 있었다.
 
 
 
 노인이 지어 준 나의 이름이다.
 
 
 
 나를 인자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노인에게 나는 요청을 했다.
 
 
 
 “아우. 아우우!”
 
 
 
 아직 제대로 된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빛의 구를 또 보여 달라는 재촉이었다.
 
 
 
 “또?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아이인데 말이야.”
 
 
 
 “아우!”
 
 
 
 “허헛. 그래. 알았다, 알았어. 라이트!”
 
 
 
 “아우?”
 
 
 
 나는 다시 나타난 빛의 구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댓글(1)

찬도    
어어억 형 멈춰요! ㅋㅋㅋㅋㄱㄱ후배가 맨눈으로 번개 떨어지는걸 보고 멈추라고 말한다구요?
2018.03.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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