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나는 골렘입니다

1화

2018.03.29 조회 1,312 추천 16


 15년 전, 대륙 전체에 원인 모를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 여파로 각지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숨겨져 있던 유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적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도구들이 발견된 것도 이때쯤이었다.
 탐험가들에 의해 공개된 도구들은 하나같이 신비한 힘을 갖고 있었다.
 어떤 건 불이나 전격 같은 원소를 내뿜었고, 어떤 건 신체적 능력을 강화해주었다.
 학자들은 이러한 도구를 마법의 도구, 줄여서 ‘마도구’라고 통칭했다.
 그리고 오랜 연구 끝에 마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마도시대가 존재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당시의 문물이 퇴화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추측했다.
 갑작스런 지진과 마도구의 등장은 대륙 정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다섯 개의 왕국이 서로 대립하던 아카인 대륙의 경우, 각 왕국마다 앞 다퉈 마도구를 모으기 시작했다.
 마도구가 이동, 통신은 물론이고 전쟁에서도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마도구의 가치가 폭등했다.
 단순히 도구로 취급되는 게 아니라 힘의 척도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마도구가 많은 국가는 큰소리를 치게 됐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눈치를 보게 됐다.
 귀족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라도 강력한 마도구를 가지면 더 높은 작위에 오를 수 있었고, 높은 작위를 가진 귀족도 마도구가 없으면 정계에서 밀려나거나 도태되었다.
 그러다보니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마도구를 탐사하는 트레져 헌터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 * *
 
 “유적을 발견했다고요?”
 “그래. 너도 이참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
 그리고 이 이야기는 유적을 발견한 귀족 부녀가 탐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얼마 전에 이 근방에 유적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발굴 당시에는 유적의 일부만 보일 정도였으나 인부들을 고용해서 발굴 작업을 개시했다.
 그리고 2주일이 흐르고 귀족 부녀가 유적 앞에 도착했을 즈음엔 내부 탐사도 가능할 정도로 발굴되었다.
 “기대되는구나.”
 스스로 나서서 유적을 탐사하려고 하는 특이한 귀족의 이름은 로이튼 아인하트.
 아인하트 백작가의 가주로 리테일 왕국 내에선 학자로써 이름이 알려져 있다.
 원래 아인하트 백작가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학자를 배출하기로 이름 높은 가문이라 명망이 높았으나 지금의 시대는 한 사람의 학자보다 하나의 마도구를 더 원하는 시대이다 보니 변변찮은 마도구 하나 없는 아인하트 백작은 정계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바닷가를 끼고 있는 변방의 영지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유적이 발굴되었다는 소식은 그에게는 천금 같은 소식이나 다름없었다.
 좋은 마도구가 나올 천재일우의 기회를 노리면서 유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를 뒤따라가는 소녀는 레베카 아인하트.
 아인하트 백작가의 장녀로 학자인 아인하트 백작의 지혜와 용병이었던 어머니의 모험심을 물려받아 문무를 겸비한 소녀가 되었다.
 아인하트 백작의 제안으로 유적 탐사에 따라나섰다.
 유적에 몇 명의 기사만 대동하고 도착한 부녀는 유적을 올려다보았다.
 “소문대로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네요.”
 “흠.”
 연구에 따르면 이제껏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유적들은 전부 다 형이상학적인 모양을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기형학적인 유적들이 전부 철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나타나는 유적마다 함유한 대량의 철. 게다가 그런 기형학적인 건축물이 누가 어떻게 만들어낸 것인지 아직까지 알 수 없는 논제가 되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시대에선 절대 만들 수 없는 건축물인 것은 분명했다.
 “들어가자.”
 유적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를 두려움을 안고 부녀는 안으로 나아갔다.
 유적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철판으로 둘러싸인 통로였다. 철판의 냉기 때문인지 괜스레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손에 든 횃불의 온기를 감사히 여기며 그들은 더욱 안쪽으로 들어갔다.
 통로를 지나 처음으로 등장한 방에서는 처음 보는 기구들이 즐비한 것을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레베카. 잠시 횃불 좀 들고 있거라.”
 딸에게 횃불을 들고 있길 부탁한 아인하트 백작은 종이와 잉크 그리고 깃털 펜을 꺼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시설들을 그릴 생각이었다.
 대부분이 그들로서는 쓸 줄 모르는 미지의 물건이었지만 아인하트 백작 같은 학자가 학계와 토론을 거쳐서 기구들의 용도를 알아내곤 한다.
 그런데 그의 어두운 표정에서 이번엔 눈앞의 기구들에 대해 알아내기 힘들 것 같았다.
 알아내고 싶어도 기구들의 상태가 처참해 원형이 어떠했는지도 알아내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릴 수 있는 만큼 그린 후에 그들은 더욱 안쪽을 향했다.
 여기저기 방을 둘러봤으나 비슷한 기구들의 처참한 형태를 목격한 후, 그들은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
 “여긴······.”
 레베카는 방의 문을 보며 기묘한 느낌을 느꼈다.
 뭔가 여기만큼은 다른 곳들과 다르게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레베카, 왜 그러니?”
 “으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기분 탓이라고 생각한 뒤에 방을 가로막고 있는 철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섰다.
 “여긴, 멀쩡하군.”
 레베카가 느꼈던 느낌대로 다른 곳들과 달리 이 방만큼은 무사했다.
 다른 방들과 차이점은 이 방엔 두 가지 밖에 없었다. 책걸상 하나와 무언가 들어있을 법한 커다란 기계였다.
 아인하트 백작과 레베카는 각자 책걸상과 기계로 향했다.
 아인하트 백작은 책걸상 위에 놓인 양피지들을 읽었다.
 “골렘 보존기? 그리고 지도라니. 잠깐, 골렘 보존기라면 혹시 저걸 말하는 건가?”
 아인하트는 고갤 돌려 레베카가 관찰하고 있는 기계를 보았다.
 
 “어떻게 여는 거지?”
 레베카는 안에 무언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 기계를 열기 위해 겉면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붉은 색으로 튀어나와 있는 부분을 보게 되었다.
 “레베카. 그 기계에 함부로 손대지 말거라!”
 “······네?”
 그러나 레베카의 손은 이미 붉은 색의 버튼을 누른 뒤였다.
 치이이익.
 갑작스레 기계의 양옆으로 김이 뿜어 나오자 백작 일행은 당황했다.
 “뭐, 뭐지?”
 [외부에서 개방을 허용했습니다. 외부 상황 안전 파악을 개시합니다.]
 “뭐, 누구냐?!”
 “다들 진정해라!”
 거기에 기계에서 음성이 들리자 호위하던 기사들이 당황하며 검을 빼들었다. 아인하트 백작은 그들을 진정시키려 했고, 그사이에 기계에서 붉은빛이 쏘아져 나오더니 그들을 넘어 밖을 향했다.
 “이, 이번엔 뭐지? 붉은빛?”
 바깥을 훑듯이 스윽 지나간 붉은빛은 이내 사라지고 기계적인 음성이 다시 그들의 귀에 들렸다.
 당황하게 만드는 상황의 연속에 그들은 이도 저도 못한 채 음성을 듣게 되었다.
 [외부 상황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비상 프로텍트를 제거하고 내부의 골렘을 개방합니다.]
 
 * * *
 
 “뭐지······? 나는 대체.”
 [의식을 확인했습니다.]
 [외부에서의 개방 명령에 의해 골렘을 개방합니다.]
 [기억 보존을 확인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오류가 있어 대부분의 기억이 소거되었습니다. 제일 마지막 기억을 재생하겠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누군가의 음성. 그리고 어떤 영상이 그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삐이- 삐이-
 비상벨이 건물 전체에 울린다. 화면엔 어느 여인이 자신의 손을 잡아끌면서 숨 가쁘게 달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거의 다 왔어!”
 터엉!
 달리던 와중에 화면이 크게 흔들렸다.
 여인이 뒤돌아보자 놀라면서 입을 연다.
 “괜······ 아? 정신······ 어?”
 무언가에 부딪쳤던 모양이라 그 충격으로 이상이 생긴 것인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잘만 들리던 목소리에 노이즈가 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모습조차도 초점이 잡히지 않아 흐릿하게 보인다.
 “······에 거의, 왔어. 조금······ 힘내자.”
 다시 여인이 화면 밑에 보이는 손을 잡아 이끈다. 그리고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가 캡슐 같은 것을 열어 화면을 밀어넣은 것인지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인이 마지막인 듯이 화면의 주인의 손을 양손으로 꽉 잡으며 말했다.
 “워커, 넌······ 드시, ······아야 돼.”
 여인이 손을 놓으면서 저 멀리 뛰어가고, 치직거리는 노이즈 사이로 굉음이 들려오며 화면의 초점이 심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문이 아래로 굳게 닫히는 광경과 함께 영상이 종료되었다.
 [마지막 기억을 확인했습니다.]
 [보존기의 문을 개방했습니다. 시야를 확인하십시오.]
 팔에 무언가 감촉이 느껴져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영상에서 나왔던 여자가 자신의 팔에 손을 갖다 대고 있었다.
 “당신······?!”
 
 * * *
 
 기계가 위아래로 개방되자 더 이상의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드러낸 것에 의해 백작 일행은 다시금 당황하고 말았다.
 “이것은, 사람 아니, 인형인가?”
 언뜻 보기엔 플레이트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처럼 보였으나 군데군데 목 부근의 전선다발이나 사람과는 다른 관절로 인해 철로 만든 인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베카는 문득 그 인형의 팔에다 손을 갖다 대었다. 차가운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끼던 도중, 뭔가가 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당신······?!”
 “꺅!”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눈박이 괴물처럼 한쪽 눈만 지닌 인형의 눈에서 빛이 나면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레베카!”
 기사들이 검을 인형에게 겨누었고, 마찬가지로 아인하트 백작도 품속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인형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그가 꺼내든 것은 ‘에너지 보우’라는 것으로 마도시대에서의 가장 보편적이었던 살상 마도구였다.
 변변찮은 마도구조차도 가지지 못했다고 알려진 아인하트 백작이 어째서 이런 것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바다 건너편에 있는 섬나라에 있는 아인하트 백작의 친우가 그에게 호신용으로 선물해 준 것이었다.
 뛰어난 마도구는 그 가치가 부르는 게 값이지만 에너지 보우는 대부분의 유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마도구였고, 심지어 어느 유적에서는 한 상자 안에 에너지 보우가 이백여 개가 발견되기도 했었다. 그만큼 흔한 물건이라 돈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아인하트 백작의 친우도 선뜻 넘겼으리라.
 아인하트 백작이 인형을 향해 외쳤다.
 “이 괴물, 당장 내 딸에게서 손을 떼라!”
 
 반사적으로 여자의 팔을 붙잡았던 그는 정신을 차리고 여자를 자세히 관찰했다. 영상 속의 여인과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씩 다른 요소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영상 속의 그녀보다 연령대가 어려 보였다.
 여자의 팔을 붙잡은 상태에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이곳은 어딘지,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이 나는 게 없었다. 그때 눈앞의 중년인에게서 들린 한 마디.
 “이 괴물, 당장 내 딸에게서 손을 떼라!”
 ‘괴물’이라고 불렸다. 자신은 괴물인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은 눈앞의 사내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었다.
 그의 요구대로 여자의 팔을 놓았다. 얼마나 강하게 붙잡고 있었던 것인지 그녀의 팔은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레베카!”
 인형이 레베카를 놓자 아인하트 백작은 그녀를 품에 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인형의 머리엔 엷게 구멍을 뚫은 공간이 있었는데, 그 틈으로 남성의 음성이 들렸다.
 “저는 괴물입니까?”
 “뭐?”
 뜻밖의 질문에 백작 일행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저는 대체 누구입니까?”
 그 질문에 답해 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댓글(3)

[탈퇴계정]    
이거 댓글 왤케 없어요
2018.10.08 22:56
국민의짐    
댓글 나까지 총 네개.. 1편 조회수 823, 유료 첫편 8, 마지막 0, ...
2019.03.10 19:44
치킨생맥    
마지막까지 유료 결제를 한 단 한명의 사람이 있네요... 한명만 끝까지 읽은 소설로 시작하는 소설도 많이 나오는 요즘이다 보니 흥미롭습니다. ^%
2020.02.10 08:24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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