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돌아가기 싫어.

1화

2018.03.30 조회 4,721 추천 40


 프롤로그
 
 
 
 
 
 추석.
 
 난 가족과 함께 전라도 무안의 고향집으로 향했다.
 
 “우리 아들, 왔어?”
 
 어머니가 대문 앞까지 나와서 우리를 반겼다. 정확히는 날 반기셨다.
 
 아버지는 몇 해 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쓸쓸해 보이는 시골집.
 
 과거에 살던 좁아터진 집이 아닌 내가 사 드린 40평짜리 아파트라 더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이따 나가서 어머니 모시고 쇼핑이라도 해.”
 
 “그래도 돼요?”
 
 “우리 어머니 알잖아.”
 
 “그렇긴 한데. 여긴 시골이라 마땅히 쇼핑할 데도······.”
 
 “내 차 끌고 가.”
 
 “알았어요.”
 
 난 어머니를 아내에게 맡기고 거리로 나섰다. 명절 때마다 만나는 고향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매번 만나는 장소는 같았다. 읍내에 있는 호프.
 
 추억 같은 건 딱히 없는 곳이지만, 친구들을 늘 그곳을 원했다.
 
 “야, 왔냐?”
 
 호프 앞 차도.
 
 익숙한 얼굴이 담배를 물고 있었다. 거리마다 흡연 제한을 두는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왠만하면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오랜만이다. 역시 고향이 좋긴 좋구나.”
 
 “뭐가?”
 
 “거리에서 담배 태우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큭큭, 그러네.”
 
 친구 선웅이 담배를 한 개비 꺼내 건넸다. 나도 웃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
 
 담배 연기에 흠뻑 빠져들며 친구의 근황을 물었다.
 
 “제수씨 임신하셨다며?”
 
 “어. 조심한다고 했는데, 벌써 둘째다.”
 
 “애는 많을수록 좋지.”
 
 “닥쳐. 너도 애 낳아 봐. 많을수록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사실 나도 애는 한 명만 낳을 생각이었다. 적적하지 않을 정도면 충분했다.
 
 “병원은 잘되냐?”
 
 “그럭저럭.”
 
 “부러운 놈.”
 
 “돌았냐? 어떻게 내가 부럽다는 말이 나와?”
 
 선웅은 내가 지난 20년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안다. 그렇기에 저 말은 놀리는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이다. 솔직히 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로 돌아가면 공부 정말 열심히 할 것 같아.”
 
 선웅은 대기업 하청 업체에서 일한다. 대충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라는 것만 알았다.
 
 그런데 요즘 회사 상황이 안 좋은지 통화할 때마다 앓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난 죽어도 돌아가기 싫다. 그 미친 짓, 또 하고 싶지 않아.”
 
 “큭큭. 너야 20년간 죽어라 공부만 하다가 이제야 좀 살만 할 테니까. 아, 진짜 그랬어야 했는데. 새끼, 때깔 좋은 거 봐라. 후으읍.”
 
 선웅이 힘껏 담배를 빨아들였다. 농담인 줄 알았더니, 진심인 모양이었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니······.’
 
 난 상상도 하기 싫었다.
 
 내게 학창 시절은 지옥이었다. 돌아가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고, 그런 일이 벌어져서도 안 된다. 20년간 죽어라 공부해서 이제 겨우 개원의가 되었는데, 미쳤다고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선웅은 호프에 들어간 뒤에도 계속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다른 친구들도 거기에 동조하며 신이 나서 떠들었다.
 
 누군가는 과거로 돌아가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첫사랑에 꼭 성공하겠다고 했으며, 누군가는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서 갑부가 되겠다고 했다.
 
 “야, 너는 왜 아무 말이 없어?”
 
 친구 한 명이 내게 물었다. 아무 말도 않고 조용히 있는 것이 마음에 쓰였던 모양이다.
 
 “난 돌아가기 싫어서.”
 
 “뭐? 아······.”
 
 친구들이 모두 공감했다. 그러면서 씁쓸한 미소가 그들의 입가에 걸린다.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를 느낀 나는 화제를 전환시키기 위해 친구들과 연거푸 잔을 부딪쳤다.
 
 
 
 * * *
 
 
 
 “혼자 가도 되겠냐?”
 
 “뭐, 천천히 걸어가면 상관없겠지.”
 
 “그래도 너희 집 외곽이잖아.”
 
 “괜찮아.”
 
 선웅의 걱정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난 자리라 조금 들떴던 모양이다.
 
 평소 잘 마시지 않던 술을 과하게 마신 탓인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 느낌이 더 심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작정으로 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끼이이익!
 
 자동차 타이어가 지면과 맹렬히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5톤 트럭이 비틀거리며 내게 돌진하고 있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난 운전수와 눈이 마주쳤다. 크게 당황한 얼굴. 눈이 흐리멍덩한 것을 보니 졸음운전이 분명했다.
 
 콰아아앙!
 
 굉음이 터졌다.
 
 고통은 없었다.
 
 내 몸을 강타하는 거대한 충격 때문에 시야가 흐릿해지고, 전신 감각이 마비됐다.
 
 정신을 잃기 전 찰나의 순간,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과 함께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이렇게 줄을 수는 없어.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섰는데, 이제 겨우 살아볼 만했는데······. 씨발!’
 
 제1장 왜 이런 일이?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귀를 간질이자, 성식은 슬그머니 잠에서 깼다.
 
 “여보, 내가 방 안의 시계는 다 치우라고 했잖아.”
 
 성식은 잠귀가 예민해 동생과 한 방에서 잠을 잤던 어렸을 때를 제외하면 방 안의 시계는 전부 치운 채 생활했다.
 
 그의 아내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왜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시계가 갑자기 생겨난 걸까.
 
 “여보? 형 미쳤어?”
 
 익숙한 아내의 목소리가 아니라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말투가 무척 전투적이다.
 
 성식은 아들인가 싶었지만, 그의 아들은 이제 겨우 3살이다.
 
 말을 떼는 것이 늦어 옹알이도 간신히 하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말을 똑 부러지게 할 리가 없었다.
 
 ‘그럼 누구지?’
 
 드르륵.
 
 그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네 형 아직 안 일어났어?”
 
 “엄마, 형이 나보고 여보래. 미쳤나 봐.”
 
 ‘엄마? 형?’
 
 성식은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섰다.
 
 “일어났니?”
 
 “아, 깜짝이야.”
 
 성식이 눈을 비비며 뿌연 시야를 밝혔다. 익숙한 얼굴, 반가운 얼굴이 앞에 있었다.
 
 “어머니?”
 
 “웩, 어머니? 엄마, 형이 진짜 돌았나 봐!”
 
 고개를 돌리자,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나 될 법한 소년이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낯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낯익은 소년.
 
 “아침부터 형한테 대들지 마. 그래, 우리 큰아들. 일어났어? 얼른 씻어, 아침 먹어야지.”
 
 “힝. 엄마, 나는!”
 
 “너도 얼른 씻어!”
 
 “엄마는 나만 미워해!”
 
 소년이 씩씩대며 밖으로 나섰다. 어머니도 웃으며 그 뒤를 따라 나가셨다.
 
 “어머니? 근데 왜 이렇게 젊어지셨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의 어머니는 고향에서 살고 계셨다. 근래 심장병을 앓으셔 기력이 쇠약해지시긴 했지만, 이제 겨우 환갑이시라 아직 정정하시다.
 
 그런데 방금 어머니의 모습은 이제 겨우 40대로 보이는 외모였다.
 
 후덕한 몸은 여전하셨지만, 잔주름이 가득하던 얼굴은 주름 하나 없이 팽팽했다.
 
 ‘꼭 어머니의 예전 모습 같은데.’
 
 성식은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폈다.
 
 좁은 방 안, 낯익은 구식 장롱과 책상.
 
 꼭 그가 어릴 적에 살던 고향집을 연상케 했다.
 
 “어릴 적 고향집?”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 성식은 달력을 찾았다. 방 안에 달력은 없었다.
 
 그는 재빠르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일어났냐?”
 
 하얀 가운을 입으신 중년인이 성식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아버지?”
 
 아버지는 몇 해 전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젊은 시절부터 담배를 끊지 않고 50년을 피우신 것이 원인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그 냄새가 너무도 싫었지만 이제는 성식 자신이 담배를 피우는 처지였다.
 
 그런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떡 하니 눈앞에 서 계셨다. 그것도 어머니처럼 한층 젊어지신 모습으로.
 
 “일어났으면 씻어라.”
 
 “네, 네.”
 
 아버지는 뭔가를 만지작거리시면서 걸음을 옮기셨다.
 
 ‘저건, 가위?’
 
 아버지는 이발사셨다.
 
 평생을 이발만 하셨다. 시골에서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셔서 학교를 다니질 못해 일찌감치 이발 기술을 배우셨다.
 
 그런데 그마저도 노환으로 수전증이 도져서 관두셨다.
 
 아버지가 문을 나서 좁은 통로를 따라 사라지셨다. 무척 익숙한 동선.
 
 성식은 괜히 가슴이 떨렸다. 애써 부인하고 싶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풍경이 도리어 그에게 진실을 강요하고 있었다.
 
 낡은 이발관.
 
 그러나 정겨움이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이발관이었다.
 
 “형, 뭐해? 안 씻어?”
 
 소년이 붉은색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말했다.
 
 “정말 성민이냐?”
 
 “뭔 소리야. 어제 뭐 잘못 먹었어?”
 
 그제야 알아봤다. 소년은 동생 성민이었다. 세 살 터울의 동생. 현재는 어엿한 카센터의 사장이자, 세 자매의 아빠였다.
 
 성식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 이발관 벽에 걸려 있던 인쇄소 달력.
 
 “2000년······.”
 
 모두가 뉴 밀레니엄을 부르짖던 시대.
 
 새천년이 밝았다고 전 세계가 시끌벅적하던 바로 그 시대였다.
 
 ‘20년 전.’
 
 성식은 기함을 토하거나, 호들갑을 떨며 놀라지 않았다.
 
 이미 방을 나섰을 때부터 의심했었고, 거기에 객관적인 판단이 더해져 그에게 닥친 엄청난 사실을 성식은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예측이 이성적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씨발!”
 
 절로 욕이 나왔다.
 
 
 
 * * *
 
 
 
 성식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곧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20년 전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
 
 영화에서나, 혹은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무엇보다······.
 
 “좋아. 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보통 이런 일은 과거에 대한 무한한 열망이 더해져야만 일어나는 거 아냐? 난 과거로 돌아가기 싫었단 말이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나름대로 성공한 삶이었다.
 
 그것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삶이 리셋되었고, 이전에 이루었던 성공한 삶을 다시 얻으려면 똑같은 과정을 또 밟아야 한다.
 
 성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한 번이면 족했다.
 
 두 번은 걸어가고 싶지 않은 길이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때려치울지 말지를 고민했었다.
 
 퍽!
 
 “컥!”
 
 속으로 푸념을 하던 성식이 갑작스러운 충격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야, 야!”
 
 누군가 달려와 성식을 일으켰다. 띵한 머리. 성식은 자신을 부축한 이를 살폈다.
 
 “넌 선웅이?”
 
 “그럼 나 말고 누가 네 뒤통수를 까겠냐? 큭큭.”
 
 어릴 적 절친한 친구였던 선웅이다.
 
 중학교 때 함께 학원을 다닌 것이 연이 되어 대학 시절까지도 종종 만났던 녀석.
 
 그리고 술을 마신 그날, 마지막으로 말을 섞었던 바로 그 친구였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아니, 그냥 신기해서.”
 
 “뭐가 신기해? 그나저나 어디 아프냐? 얼굴이 왜 그리 창백해?”
 
 “그냥.”
 
 “자식, 싱겁기는. 얼른 가기나 하자. 이러다 지각하겠다.”
 
 이제 겨우 150을 갓 넘긴 것 같은 선웅을 보며 성식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선웅은 고등학교 때 부쩍 성장해 나중에는 170을 훌쩍 넘기게 된다.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조그마한 체구.
 
 진실로 자신은 과거를 걷고 있었다.
 
 “이야기 들었냐?”
 
 “무슨 이야기?”
 
 

댓글(2)

섭료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욕나와서 미치는줄 그 개고생한거 안한다고 목표잡겟다고하더니 이리저리 할거다하면서 개념없이 하다가 욕먹으니 고쳐야겟다고 아주 잠시 맘먹음 다시 또 까불다가 아버지가 범인에게 돌에 머리 다치니 죽이내살리네 하다가 바로포기 이건 뭐 인내심 테스트용 소설인가
2018.04.07 18:51
태원지    
선발대 믿고 걸러봅니다
2018.06.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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