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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신생 멸왕기(新生 滅王記)

1화

2018.04.03 조회 494 추천 2


 서(序)
 
 
 측천무후(則天武后)의 시대, 무주(武周) 성력(聖歷) 원년.
 강호무림을 조율하던 아홉 명의 절대자[구왕(九王)]들이 세상을 버리고 여우굴[황실]로 들어갔다.
 수호자들이 떠난 후, 강호는 갑자기 나타난 멸왕(滅王)이라는 희대의 살성으로 인해 한 폭의 지옥도로 변했다.
 멸왕은 삼 년간의 짧은 기간 동안 홀로 강호를 종횡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인명을 해쳤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멸왕의 학살극은 정·사·마 최강 팔십팔 인의 협공으로 종결되었고, 이후 멸왕과 정·사·마의 영웅들을 보았다는 이들은 더 이상 없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강호무림과 중원은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였을까?
 아니다. 구천구왕(九天九王)이 강호를 버렸고 강호의 주인 행세를 하던 강자들이 사라졌다.
 주인 없는 호굴(虎窟).
 대혼란은 필연적이었고 이연(李淵)이 당(唐)을 건국한 이래 최악의 무림전국시대(武林戰國時代)가 열렸다.
 중원 전토에서 수천의 문파들이 격돌하였으며, 수만의 강호인들이 차가운 병기에 그들의 피와 내장을 바쳤다.
 북검패(北劍覇)와 남룡천(南龍天).
 결국 무림은 남과 북으로 갈려 더욱 치열한 내전으로 치달았다.
 
 백년 후.
 당 황제 덕종(德宗)의 시대, 정원(貞元) 이십 년.
 여러 지방 번진(藩鎭)의 반란으로 국가가 위태로워지고, 문무의 도가 땅에 떨어졌으며, 황제의 권위마저 실추되어 버린 세상.
 그리고.
 계속되어 왔던 강호무림의 아귀 전쟁이 그 끝을 향해 달리던 어느 날.
 사공가(司空家)가 다스리는 검남도(劍南道) 최대의 문파 칠검방(七劍幫)이 하루아침에 멸문한다.
 
 신생(新生) · 멸왕기(滅王記)
 
 
 
 탁. 타탁.
 검은 연기와 나무가 타는 냄새.
 작은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공간에 정좌를 한 남자가 있었다.
 길게 내려온 흑발은 바닥에 닿아 있고 걸치고 있는 피풍 또한 그의 머리색처럼 검다.
 도실에 든 칠 척(尺) 길이의 대도(大刀) 가운데를 쥐고, 바닥에 첨(尖)을 찍어 세운 모습에서 일대종사의 기운을 풍기는 이 남자는 누굴까.
 얼굴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아래로 매끄러운 턱선과 꾹 다문 입이 드러났다.
 더운 바람이 그를 쓸고 지나갔다. 순간, 피풍에 가려졌던 또 다른 존재가 보였다.
 교차한 흑발 남자의 종아리 부근에 머리를 대고 누운 소년.
 대략 예닐곱 살 정도 먹어 보이는 몸집을 하고, 죽은 듯 잠들어 있는 이 소년은 또 누구란 말인가.
 소년의 얼굴은 어떤 이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어 그 용모를 전혀 알아볼 수 없다.
 흑발 사내가 고개를 숙여 소년을 빤히 쳐다보았다.
 뭔가를 깊이 갈등하는 듯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
 삐걱, 삐걱.
 흑발 사내의 얼굴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했다.
 삐걱, 삐걱.
 분명히 아래 계단 쪽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였다. 생각보다 탑이 더 빨리 무너지려 하는 걸까.
 화르륵!
 한 차례 화염이 계단을 뚫고 솟구쳤다.
 그것을 본 흑발 사내의 눈이 깊게 가라앉는다.
 화염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그 초열의 줄기를 사방으로 뻗쳤다.
 화룡(火龍). 그렇다. 저 불길은 살아 있는 용이다.
 화염을 품은 용이 흑발 사내와 소년에게 거침없이 다가가고 있다.
 화륵! 화르르륵!
 찌이잉―!
 짙게 내렸던 흑발 사내의 얼굴 그림자 속에서 두 개의 빛이 순간적으로 터졌다.
 빛과 불의 격돌.
 짧은 순간, 인세에 다시 없을 대결이 벌어졌다.
 슈우우우웃―!
 화염이 밀려나고 빛이 꺼졌다.
 그리고 다시금 정적만이 남는다.
 “······.”
 흑발 사내는 여전히 앉은 채 같은 자세를 유지했다. 변한 점이 있다면 고개를 치켜든 그의 얼굴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불빛으로 인해 완전히 드러났다는 것뿐.
 가늘고 각진 코, 반쯤 감은 눈과 그린 듯 얇게 올라간 눈썹. 누가 보더라도 탄성을 지를 만큼 잘생긴 미남자다.
 “후후.”
 그리고 그와 소년의 바로 앞에서 가볍게 웃는, 화룡의 화신이라 착각했던 또 다른 인물.
 군데군데 얼룩이 져 지저분하게 보이는 천을 두건처럼 머리에 써서 묶고, 푸른 호복(胡服) 위에 호랑이 가죽을 덧댄 남자다.
 작다고 할 수 없는 키, 검게 그을린 피부. 왕방울만 한 눈에 구레나룻이 수북한, 꽤 남성미 넘치는 이 남자의 정체는······.
 “넌 지키는 쪽인가?”
 호복의 사내가 물었다. 소년이 흑발 사내에게 어떤 의미냐는 뜻.
 “······.”
 하지만 흑발의 사내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지그시 응시하고만 있다.
 “확실히 해. 저 밑에 놈들보다 먼저 끝장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칠검방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는 검은 습격자들을 말함이다.
 오도독, 오도독.
 호복 사내가 주먹을 쥐고 관절을 꺾는다. 답을 재촉하는 시위였다.
 “난······.”
 드디어 흑발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난 그녀와 한 약속을 지킬 것이다.”
 스스로 ‘그녀’를 언급하는 흑발 사내의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그래?”
 호복 사내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꽉 쥐었던 주먹을 피고 탈탈 털어 긴장을 푼다.
 적어도 흑발 사내가 소년을 해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
 우르릉!
 탑의 저 아래쪽에서부터 듣기 불편한 소리가 올라왔다.
 “넌 여기 왜 왔나.”
 흑발 사내의 음성에는 어떤 원망마저 스며들어 있다.
 “사는 게 재미가 없더군. 그래서 찾다보니 저 녀석이 눈에 들어오지 뭐람.”
 호복 사내는 소년을 가리키며 허허 웃었다.
 삐걱, 삐걱.
 그가 탑의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언제 무너질지 위태롭기만 한 상황이었지만 둘은 그와 딴판으로 여유롭기까지 하다.
 까마득한 지상에는 수백의 검은 무리들이 방화와 살인을 저지르며 칠검성 내를 명부(冥府)와 연결시켜 버리는 중이었다. 그만큼 지옥 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의미다.
 “참 세상이란 게 신기하게 돌아가지 않는가.”
 호복 사내가 조금은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죽고 싶어 하는 인간들은 천지에 널렸는데, 죽어 나가는 인간들은 오히려 살고 싶어 했던 자들이니.”
 검은 무리들 일부를 보며 호복 사내가 냉소했다.
 “물론 너나 나나 그런 이들을 동정하진 않지. 하지만 좀 짜증은 나. 내 영역에서, 나의 바로 코앞에서, 나를 섬기는 내 새끼들을 갈아버리는 놈들이 있다는 게.”
 그는 나머지 무리들 중 또 일부를 보며 징그러운 미소를 보였다.
 “누구야? 나를 무시하고 너의 눈 또한 가린 녀석들이.”
 “그걸 알면··· 마음이 편한가.”
 흑발 사내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심장을 저려오는 아픔과 분노를 참기는 힘든 듯했다.
 “말해봐, 그럼. 세상에 누가 있어 너와 나를 넘어 저들에게 칼을 쥐어 주었는지도.”
 “······.”
 “천하제이 북검패공(北劍覇公)의 권위를 뭉개 버린 자가 누군지 말해보란 말이다. 대무천(大武天).”
 대무천.
 북검패의 영예로운 지존, 북검패공의 위(位)를 가진 절대의 무인.
 마도(魔刀) 아수라(阿修羅)의 주인이며 그 무위는 만 명의 특급고수를 일도에 참살할 수 있다고 알려진 바, 현세에 가장 강하다는 세 명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왜 여기에, 그것도 적진인 남룡천의 핵심 문파에. 혹, 칠검방의 멸문에 흑발 사내, 대무천이 개입한 것은 아닐까.
 “···너 또한··· 운명에 이끌려 왔나니. 그 흐름을 결국 거스르지 못했구나. 용철록(龍鐵甪).”
 용철록. 철사자(鐵獅子) 용철록.
 고귀한 남룡천주(南龍天主)이자 구천후왕(九天猴王)의 계승자로 잘 알려진 초극의 무인.
 천상천하여의금고정의봉(天上天下如意金箍正義棒)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며 그 또한 만 명의 특급고수를 일타에 혈수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현세에서 가장 강하다는 세 명 중 하나.
 한데, 그는 또 왜 여기에 있는가. 설마 자신의 든든한 세력 중 하나인 칠검방을 북검패공 대무천으로부터 지키기 위함인가.
 결론적으로, 두 사람 다 당연히 아니다.
 그들이 나눴던 대화가, 그들이 보이는 눈빛이 말해준다.
 쿠쿠쿠쿠쿠쿠!
 강한 진동이 팔 층 탑 전체를 울리게 했다.
 이미 바닥을 뚫고 올라온 불길은 하얗다 못해 이제는 푸르게 변했다.
 콰콰콰콰!
 탑이 기울어지며 엄청난 굉음이 퍼진다.
 그러한 순간에도 용철록과 대무천은 서로를 쳐다보며 이 급박한 사태를 남 일 보듯 하고 있다.
 “재수 없는 밤이야. 그렇지?”
 용철록이 말을 꺼내며 씩 웃었다.
 대무천은 안다. 철사자가 웃는 그날은 수백 명의 피눈물이 강처럼 흐르는 날임을.
 
 * * *
 
 십삼 년 후.
 
 한 떼의 무인들이 횃불을 들고 어딘가로 황급히 이동한다.
 복장은 제각각이지만 손에 도와 검, 그 외 사람을 해칠 만한 쇠붙이를 든 모습들은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대략 알 수 있게 한다.
 아른아른 횃불이 그들의 눈에 비쳐 분위기를 더욱 흉흉하게 만든다.
 산길을 지나 절벽 아래에 위치한 넓은 분지에 다다른 무리들. 그들의 눈앞에 오십여 칸 규모의 대저택이 나타났다.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불이 꺼져 있어 무척이나 스산하기만 한 이곳은 누구의 처소이며, 또 병기를 들고 몰려온 무인들은 어떤 이들일까.
 “후··· 후······.”
 맨 앞에 선 중년 무인은 긴장을 한 탓인지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그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를 바라보는 수십 쌍의 불안한 눈빛들. 무기를 들었지만 자신감은 결여된 그들의 모습 모습에, 돌아본 중년 무인은 길게 한숨을 쉰다.
 “뭐 하십니까. 어서······.”
 누군가가 그를 재촉한다.
 “알겠소. 자! 이제 저들 간악한 마도(魔道)의 무리들을 징계합시다.”
 무리의 수장격인 중년 무인, 안복이란 자가 명령을 내릴 준비를 했다.
 “저기.”
 “말씀하시오.”
 중간에 선 청년 하나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 다시 입을 뗀다.
 “그 친구가 없는데 이대로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험!”
 “크흠!”
 몇 명의 무인들이 헛기침을 하며 눈을 부라렸다.
 “아, 아닙니다. 저는 그저······.”
 “이 사람아. 어찌 그리 경망스러운가. 참 모자란 생각하고는 쯧쯧.”
 청년은 자신을 나무라는 이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아니오. 십검문의 대제자께서 말씀 잘 하셨소. 흠!”
 안복이 다른 이들을 물리며 잠시 뜸을 들인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간 우리 정파가 사마의 무리들을 척결하는 데 몇 가지 오해를 가지신 분들이 있다고 보오. 현 내의 정사 세력 구도가 사파 쪽에 치우친 게 사실이었소.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음은 다들 인정하실 게요.”
 “그럼요, 그럼요.”
 안복과 친분이 있는 무인들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낭인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건 그리 큰 활약은 아니었소이다. 개중에 좀 특출한 이들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이번 정사대전의 중심은 이 땅을 수호해온 정파구문이외다. 즉, 낭인들은 우릴 거들어 준 것이 다란 말이오.”
 무안을 당했던 십검문의 대제자란 청년은 고개를 푹 숙인 상태였지만 얼굴에는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것은 비단 이 청년 무인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정파인들 중에서도 안복의 말에 동의를 표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낭인들은 어제부로 고용 해지되었소. 아, 물론 충분히 보수를 치렀고 다들 만족하며 떠났다오. 자, 더 묻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 못된 마도를 멸하고 나서 따로 찾아오시길.”
 오봉현 정파연합의 중심인 안복이기에 이렇듯 마음대로 일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귀한 전력인 낭인들을 최후의 싸움에 앞서 모조리 돌려보낸 행위 같은.
 “무얼 망설입니까. 당장 저 문을 부수고 사악한 놈들의 목을 벱시다. 보세요, 우리의 의기에 겁먹어 단 한 놈도 나서지 못하고 쥐죽은 듯 가만히 있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밖에서 대놓고 웅성거리는데도 대저택 안의 사마 최후의 잔당들은 불도 켜지 않고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정파인들이 보기에는 확실히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느낄 수밖에.
 “이놈드을! 당장 문을 열고 나와 목을 내밀어라. 네놈들의 진심을 봐서 살려줄 수도 있니라!”
 안복이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그러난 저택 안쪽에선 그 어떠한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몇 번 더 그럴싸한 문구를 읊으며 외쳤지만 역시나 묵묵부답.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들 몇이 안복에게 다가가 소곤거렸다.
 “흠, 알겠소. 이쪽에선 충분히 기회를 주었으나 거부는 저들이 했소이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고 남은 것은 사마에 대한 징치요. 자! 가서 저 더러운 문을 박살내고 놈들의 목을 베어오시오!”
 “와아아아!”
 정파 무인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문을 공격했다.
 펑펑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문은 조금씩 파편을 날리며 갈라졌지만 쉬이 열리지 않았다.
 ‘괴이하군. 뒤에 뭐라도 숨겨 두었나.’
 안복은 찝찝한 느낌에 한 발 앞으로 나서서 다른 이들을 뒤로 물렸다.
 “보시오! 내 오십 년 내공으로 저 문을 격파할 테니 여러 영웅들께선 곧바로 장 내로 진입해 놈들을 척살하시오.”
 우우우웅!
 솔직히 오십 년은 과한 감이 있지만 안복은 정통파 무인이었다. 쌓아온 내력이 만만하지는 않다는 의미.
 그가 기를 순환시켜 두 손에 모은 뒤 큰 동작으로 내뻗자 훅 뒤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슈우웃! 콰앙!
 위태로웠던 나무 문이 안쪽으로 한껏 휘었다가 곧 박살나며 잘게 부서진 조각이 우수수 떨어진다.
 “엉?”
 예상대로라면 저 조각들은 저택 안쪽으로 튕겨져 나갔어야 했다. 한데, 무언가에 막혀 그 자리에서 가루로 화해 내려앉는 것이 다였다.
 “으윽! 저게 뭐야!”
 “허!”
 중인들은 문이 사라지고 드러난 광경에 경악했다.
 졸졸졸졸.
 마치 시냇물처럼 흘러나오는 붉은 피.
 팔이 꺾여 스스로의 복부에 처박히고, 머리가 뒤로 돌아가 혀를 길게 빼문 자가 있는가 하면 날카로운 병기에 베여 내장을 훤히 드러난 자도 있으며 어디로 갔는지 머리가 보이지 않는 자도 있다.
 온갖 끔찍한 모습으로 겹겹이 쌓여있는 시체의 산. 문을 막고 있는 무언가의 정체가 밝혀졌다. 무려 삼십여 구에 달하는 사마의 잔당들이다.
 허겁지겁 시체들을 치우고 안쪽으로 들어간 정파 무인들. 그들은 그곳에서 더욱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연무장 중앙 의자에 턱하니 앉은 덩치 큰 인형. 멀리서 봐도 그가 오봉현을 주름잡던 사파의 거두 장소산임을 알 수 있었다. 한데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바로 어깨 위 머리통이.
 단 일수에 깔끔하게 잘려나간 듯한 장소산의 머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들에게 징벌을 내릴 주인공들은 이제야 도착했건만.
 으득!
 “이놈··· 공천로오오옥!”
 “공천록(空天甪)?”
 안복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중년인이 놀라 소리쳤다.
 “이 미친 낭인 새끼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안복은 체면도 잊고 이를 부드득 갈며 입 밖으로 말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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