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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마법을 만드는 자

1화

2018.05.16 조회 2,880 추천 26


 2018년 3월, 한 군부대 앞.
 
 1년 6개월의 군 생활을 마치고, 이제 막 사회로 나서 예비군들 사이에서 멍을 때리며 걷고 있는 한 청년이 있었다.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인지 어느 누구도 몰랐지만, 그 주위의 다른 청년들은 익숙한 모습인 듯 그냥 지나쳐 갔다.
 
 그런 무관심 때문인지 청년은 더욱더 멍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걷고 있었다.
 
 다만 예비군복 상의를 들고 있는 그의 손이 한 번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멍을 때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
 
 ‘······처음 우리나라에 쇠고기 수입이 되었을 때를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쇠고기? 오늘 전역하는 군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만약 대통령이 달랐더라면 쇠고기 수입을 안 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때 협상 자리에 있었다면······ 미국 놈들에게 재밌는 협상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쩝, 아쉽단 말이야······.’
 
 그가 말하는 재밌는 협상이란 그의 말발을 이용한 협상이었다. 어떤 상황이라도 그의 말발은 무너지지 않고, 다른 것과 비교 대상질을 하며 결국에는 상대편을 쓰러뜨렸다.
 
 중3 때는 그 화려한 말발로 영어를 가르치는 여선생님을 울렸고, 고1 때는 말발로 이웃집 아주머니를 울렸다. 고2 때는 말발로 그 빡세다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보충 수업까지 다 빠졌고, 고3 때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두발 자유를 승낙받음과 함께 인근 피시방, 술집, 노래방 사장님들을 유혹해서 무한 출입을 가능하게 하였다.
 
 예비군복을 입은 청년, 종환은 어느새 도착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예의 그 다시 멍 때리기를 하며 집에 서둘러 도착하길 바랐다.
 
 
 
 
 
 2
 
 
 
 “다녀왔습니다.”
 
 “그래. 그동안 수고 많았다, 아들.”
 
 마치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 때 집에 오는 것처럼 덤덤한 인사. 그리고 그런 아들 못지않은 어머니의 덤덤한 대답.
 
 집에 도착한 종환은 그렇게 어머님께 인사를 드렸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기억에 없다. 지금 종환의 유일한 가족은 바로 어머니다.
 
 하지만 그 무덤덤한 말 속에 아들을 반기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종환은 잘 알고 있다. 어머니와 그렇게 해후를 나누고,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했다.
 
 그 후, 방으로 들어와 바로 전화기를 집어 들어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같은 날, 동시에 군대를 간 절친들.
 
 군대 기한이 1년 6개월로 줄면서, 군대는 과거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먼저 지원을 할 경우에는 상당한 편의가 주어진다.
 
 그중 하나가 입대 날짜를 지원자가 정한다든지, 특수 보직을 제외한 보직을 지원할 수 있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 종환과 종환의 친구들은 군입대 1년 전부터 함께 가기로 했던 친구들이었기에 입대일도 제대일도 똑같았다.
 
 미리 연락은 안 했어도, 아마 지금 이 시간이면 모두 집에 있을 것이다.
 
 총 5명의 친구들. 모두가 특이하지만 재미있는 친구들 이었다.
 
 “창현아, 저녁에 애들 모아라.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
 
 “응. 넌 일찍 오기나 해.”
 
 “알았어, 임마!”
 
 평소 약속하면 시간 늦는 것이 특기인 종환이어서, 친구들은 항상 약속을 할 땐 종환에게 당부를 하곤 했다.
 
 오랜만에 만날 친구들과의 술자리로 종환은 들떠 있었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 시간표를 보는 데 눈에 띄는 광고판이 보였다.
 
 
 
 대륙의 향기, 10월 10일 그랜드 오픈!
 
 
 
 “대륙의 향기? 이게 바로 그 게임이구나.”
 
 종환이 이제 막 군에서 제대했다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군에서도 요즘엔 인터넷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개인 활동이 가능했다.
 
 더구나 종환은 말년 병장이 된 이후로는 그런 개인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때문에 대륙의 향기라는 가상현실 게임 초유의 기대작을 모를 리가 없었다.
 
 정류장에 있던 대형 광고판을 보며 잠깐 게임 생각을 하던 종환은 이내 버스를 탔다.
 
 “어라?”
 
 약속 장소인 상인동으로 향하는 버스 안의 동영상 광고도 역시나 대륙의 향기였다.
 
 
 
 대륙의 향기
 
 지금까지의 진부한 가상현실은 사라져라.
 
 틀에 박힌 가상현실은 사라져라.
 
 사람과 같은 NPC와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를 숨겨진 이야기들.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게임보다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다. 그리고 지구와 똑같은 크기의 대륙, 그 광대함을 느끼고, 그 대륙의 향기를 맡아보아라.
 
 자연의 향기가 넘치는 광활한 숲.
 
 삶의 향기가 넘치는 웅장한 성.
 
 피의 향기가 넘치는 대륙의 전쟁.
 
 또 마나의 향기가 넘치는 화려한 스킬들과, 마법들.
 
 느껴 보아라.
 
 이것이 대륙의 향기다!
 
 
 
 성우의 목소리와 함께 나오는 동영상은 종환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평소 게임을 좋아하던 종환이기에, 더더욱 관심이 갔다.
 
 “뭐, 돈이 되겠는데······. 그나저나 회사 이름이······ G.I였던가······ 아주 돈을 발랐구만 발랐어.”
 
 종환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오랜만에 사회에 복귀한 종환의 눈에 계속해서 띄는 것이 대륙의 향기 광고였으니 말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종환은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대륙의 향기]라는 게임에 대해 슬며시 이야기를 꺼내었다. 친구들도 게임을 좋아하기에, 함께하자고 꼬시기 위해서였다.
 
 “야야!! 들어 봐, 내가 오다가 게임 광고 하나 봤는데, 한번 해 볼래? 대륙의 향기라는 건데, 꽤 재미있을 거 같아.”
 
 친구들에게 예전 부대에서 알아봤던 내용들과 광고에서 본 내용들을 말해 주며 설득을 시작한 종환은 그 화려한 말발로 친구들을 설득해 갔다.
 
 “성철아, 이거 잘 키우면 돈 좀 들어올 거 같은데? 게임 스케일이 좀 크냐. 직업 수도 장난이 아냐. 초반부터 시작해서 자본 좀 마련해 놓으면 나중에 돈 좀 벌릴 거 같아.”
 
 “창환아, 이거 보아하니 숨겨진 퀘스트나 히든피스 같은 것들이 꽤 널려 있는 거 같은데, 심심하진 않을 거야. 너 심심한 거 정말 싫어하잖냐.”
 
 “창현아, 일단 내가 보기엔 넌 이 게임 하면 랭킹 안에 들걸. 어떤 게임이든 다 잘하는 너니까 일단 해 보자.”
 
 “운룡아, 너 랭킹 들고 싶지? 이 게임 아직 시작 안 했어. 이제 곧 시작인데, 원래 랭킹 1위 죽돌이인 니가 안 할 리가 없지?”
 
 친구들도 어느 정도는 대륙의 향기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별말 꺼내지도 않았는데 종환의 말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중 성철이가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종환의 말빨에 넘어갔다.
 
 그렇게 남은 시간 동안 그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헤어지며 캡슐을 사서 게임 접속 후, 서로 알아서 키운 후, 나중에 만나기로 하였다.
 
 서로 함께 사냥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들은 평소 솔플(솔로 플레이)을 즐겼기에, 시작을 같이 하지 않기로 하였다.
 
 집에 돌아온 종환은 인터넷에 들어가, 군 입대 전에 벌어 놓은 돈으로 캡슐비를 지불하고는 바로 캡슐 신청을 하였다.
 
 이제 오픈일인 10월 10일까지 남은 시간 3일.
 
 그 안에 게임에 대해 알아보고,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Quest 01.
 
 
 
 1
 
 
 
 6평 남짓한 커다란 방 한구석에 못 보던 물건이 하나 보였다.
 
 바로 [대륙의 향기] 캡슐이었다. 오픈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정확히 10분.
 
 흐르는 시간을 체크하며 종환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담배에 불을 붙여 뽀끔뽀끔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이미 사전 준비는 모두 끝이 났다. 게임을 접속하면 제일 먼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지도 정했다.
 
 종환이 선택할 나라는 스펜 왕국의 스필 마을.
 
 다른 친구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시작을 할 것이기에 초창기에는 만날 수는 없지만, 나중에는 나라 간의 이동이 가능해지고 텔레포트도 될 것이기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텔레포트가 나오기 전까지 누구보다 강해져야 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어느새 담배는 필터만 남았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끈 후 캡슐로 몸을 눕혔다. 캡슐은 몸에 무리가 전혀 안 갈 정도로 편안했기에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삐리리리!!
 
 잠시 천장을 보며 주특기인 멍 때리기를 하던 종환은 게임 오픈 시간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가 울리자 곧바로 캡슐을 가동했다.
 
 캡슐 뚜껑이 닫히면서 주위가 어두워졌다. 그리고 캡슐 안에 헤드셋을 착용하자 티브이에서 자주 보이던 [대륙의 향기] 광고 모습이 나타났다.
 
 화려한 액션과 마법, 스킬들, 그리고 드넓은 대륙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자, 어느새 자신의 몸이 어떤 방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아이디를 말씀해 주세요. 아이디가 없으시다면 신규 가입을 하시면 됩니다.>
 
 종환의 앞에는 어느새 귀여운 NPC 한 명이 나타나 말하고 있었다.
 
 “신규 가입을 할게.”
 
 이미 널리 알려진 가상현실의 로그인 NPC들. 처음 가상현실 게임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깜짝 놀라겠지만 지금처럼 흔해진 세상에선 그리 놀라지 않을 만한 시스템이다.
 
 그렇다 해도 종환의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나 그녀의 섹시한 복장.
 
 역시······ 좋긴 좋구나.
 
 <사용하실 아이디를 말씀해 주세요. 비밀 번호는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자의 홍채 인식과 뇌파 인식을 통해 사용자를 분간합니다.>
 
 “아이디는 kjh03**.”
 
 <kjh03**은 현재 사용하지 않는 아이디입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로그인하겠습니다. 처음 홍채 인식에는 약간의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신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2
 
 
 
 찡-
 
 NPC의 말과 함께 눈에 붉은빛이 번뜩였다.
 
 종환은 잠깐 머리가 띵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띵 하다는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에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곧 종환은 또다시 새로운 방에 들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NPC가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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