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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슬릿 - 1화

2018.05.25 조회 1,787 추천 14


 브레이슬릿 - 1화
 
 
 
 
 
 
 
 
 
 
 
 
 
 
 브레이슬릿(bracelet) 1권
 행운
 
 
 프롤로그(prologue)
 
 
 끝없이 펼쳐진 원시림으로 이루어진 숲.
 두두두!
 갈색 여행자용 로브를 입은 자가 말을 타고 숲의 초입에 나타났다.
 그는 누군가에게 쫒기는 듯 연신 뒤를 처다 보면서 말을 몰았다.
 말은 많이 지쳤는지 입에서는 거품을 내뿜으면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갈색로브인은 말과 같이 옆으로 쓰러졌지만 다행이 풀밭에 처박혔기에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이히힝!
 구슬프게 말이 울었지만 갈색로브인은 매정하게 말했다.
 "헉헉...여기까지 와서 놈들에게 붙잡힐 수는 없어."
 갈색로브인은 그동안 정이든 말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숲속으로 도망쳤다.
 말도 이해를 한다는 듯 숲속으로 사라지는 갈색 로브인을 쳐다보았다.
 컹컹컹!
 5마리의 사냥개를 이끌고 일단의 무리들이 숲의 초입에 나타났다.
 은빛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와 가죽갑옷을 입은 20명의 용병들이었다.
 사냥개 두 마리가 쓰러져 있는 말을 물어뜯었고, 말은 구슬프게 울부짖다가 쓰러졌다.
 사냥개의 목줄을 잡고 있던 용병들은 씨익 웃었다.
 기사도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놈이 숲속으로 도망쳤다. 반드시 사로잡아야 한다."
 "예, 걱정 마십시오."
 용병들은 사냥개의 목줄을 풀었다.
 그러자 사냥개들이 미친 듯이 숲속으로 달려갔고, 그 뒤를 용병들이 뒤따랐다.
 
 헉헉, 허헉!
 거친 숨을 내쉬면서 갈색로브인은 숲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뒤 쪽에서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되었어. 조금만 버티면 돼."
 갈색로브인은 많이 지쳤지만 몸에 남아있는 모든 힘을 소모하고서라도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갈색 로브인에게 운이 다한 것인지 그의 전방에 절벽이 들어났다.
 "허엇, 절벽이잖아?"
 입에서 침을 흘리면서 사냥개가 갈색 로브인을 향해 달려왔다.
 갈색로브인은 즉시 뒤돌아서더니 피하지 않고 양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파지직!
 "캐캥!"
 "까울!"
 갈색로브인의 양손에서 내뻗어진 마법의 번개에 맞은 5마리의 사냥개는 부르르 떨다가 고꾸라졌다.
 즉사한 사냥개의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말도 물어 죽이는 용맹한 사냥개였지만 마법의 번개에는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졌다.
 갈색로브인은 안 그래도 도망치느라 지친 몸이었는데 이젠 탈진해 버렸기에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은빛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와 가죽갑옷을 입은 20명의 용병들이 주위를 포위하면서 접근해왔다.
 갈색로브인은 힘겹게 다시 일어났고, 그의 등 뒤에는 절벽이라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은빛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갈색 로브인에게 말했다.
 "에드워드, 이젠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한다."
 "번즈, 이곳까지 추격해오다니 대단합니다."
 "이, 이놈...헛소리는 집어 치우고 어서 그 물건을 내놓아라."
 "흥, 정말 뻔뻔하군요. 나의 물건을 어째서 당신이 내놓으라고 하는 거요?"
 "흐흐흐, 말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끝까지 버티다니 그 용기는 가상하다만 널 죽이고 그 물건을 회수하면 되니까 상관없어."
 "흥, 그게 마음대로 될까?"
 "흐흐흐, 그렇게 지친 몸으로 마법을 펼칠 수나 있겠나?"
 기사 번즈는 에드워드가 지금은 많이 지쳐서 마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 이마에서 땀을 흘린 에드워드가 소매로 자신의 땀을 닦으면서 기사 번즈를 노려보았다.
 "흐흐흐, 그렇게 노려보아도 이젠 어쩔 수 없어. 공격해!"
 "예, 알겠습니다."
 가죽갑옷을 입은 용병들이 에드워드의 곁으로 접근해왔다.
 이때, 에드워드의 왼팔에 착용하고 있는 팔찌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이젠 됐어!"
 에드워드가 양팔을 치켜들자 용병들은 흠칫 거리면서 걸음을 멈추었다.
 에드워드는 용병들에게 마법을 펼치려고 하다가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절벽을 향해 뛰었다.
 "저, 저런 미친놈?"
 "설마 저놈이 절벽에서 뛰어 내리려는 거 아냐?"
 용병들은 에드워드가 절벽에서 뛰어 내리려고 하는 걸 믿지 못하였지만 기사 번즈의 생각은 달랐다.
 에드워드는 마법사이기에 절대 허튼짓을 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기사 번즈는 즉시 자신의 왼팔을 앞으로 내뻗었다.
 번쩍!
 빛나는 화살촉 모양의 매직 미사일 세발이 생성되어 에드워드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기사 번즈의 왼손 약지에는 금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일반적인 반지가 아니었다.
 공격마법이 새겨진 마법의 아티팩트 반지였다.
 에드워드는 등 뒤에서 매직 미사일이 날아오는 걸 느꼈지만 절벽에서 몸을 날렸다.
 퍼퍼퍽!
 "우욱!"
 등에 두발, 옆구리 쪽에 한발을 맞은 에드워드는 입에서 피를 내뿜으면서 절벽에서 추락했다.
 기사 번즈는 그런 에드워드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지, 지독한 놈!"
 수백 미터의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던 에드워드의 몸이 순간 기이한 빛으로 휩싸이더니 사라졌다.
 용병들과 기사 번즈는 그걸 미처 보지 못하였다.
 "놈이 절벽에서 추락했으니 절벽 밑으로 내려가 수색한다."
 "예, 알겠습니다."
 기사 번즈와 20명의 용병들이 절벽 밑으로 내려가 수색 하였지만 끝내 에드워드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chapter 1 백수 동건
 
 
 2008년 4월초, 봉화산 신내근린공원 오전 10시.
 트레이닝복을 입은 20대 중반의 남자가 어슬렁거리면서 나타났다.
 일반인 이라면 이 시간에 회사에 나가서 한창 일할 시간인데 백수인 동건은 시간이 남아돌기에 이렇게 조깅코스를 걷고 있었다.
 동건은 급할 게 없었기에 천천히 걷다가 공원 벤치를 보고는 그곳으로 가서 들어 누웠다.
 185센티미터에 75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진 동건은 얼굴도 제법 잘생긴 미남이었다.
 그러나 취직도 못하고 있는 백수였다.
 동건은 중랑구립도서관 인근에 있는 새싹 아파트에 살고 있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집에서 살림을 하시는 어머니, 여대생인 여동생과 같이 살고 있었다.
 동건은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하여 만기 제대하여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내어 보았지만 번번이 입사 시험에서 떨어졌다.
 2년이 다되도록 취직을 못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백수로 지내다 보니 이젠 어머니의 눈치를 보고 살았다.
 "아...젠장, 난 언제쯤 취직해서 일해 보나?"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머리가 좋은 자들도 취직을 못해서 난리였기에 동건의 앞날이 더욱 암울했다.
 우우웅!
 갑자기 동건이 들어 누워 있는 공원 벤치 옆에 벌 때가 날아가는 듯한 공명음이 일어나면서 공간이 이지러졌다.
 "허엇, 뭐야?"
 깜짝 놀란 동건이 상체를 일으켰다.
 이지러진 공간속에서 갈색로브를 입은 에드워드가 튀어 나오자 이지러진 공간이 스르르 줄어들더니 사라졌다.
 울컥!
 에드워드가 입에서 검붉은 피를 내뿜으면서 비틀 거리더니 고꾸라졌다.
 너무나 황당한 상황에 순간적으로 동건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가 에드워드가 피를 내뿜으면서 고꾸라지자 그제서야 재정신이 번쩍 들었다.
 재빨리 공원 벤치에서 일어난 동건은 땅에 쓰러진 에드워드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보세요? 괜찮습니까?"
 에드워드의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었으며, 갈색로브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으..."
 지독한 통증에 에드워드는 힘겹게 눈을 뜨더니 동건을 쳐다보았다.
 "이보세요?"
 에드워드는 동건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기에 즉시 통역마법을 펼쳤다.
 "으으...여긴 어디입니까?"
 "허엇, 외국인이 어떻게 한국어를 이렇게 유창하게?"
 갈색로브를 입은 사람은 금발의 외국인인데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였기에 동건이 놀랐다.
 에드워드는 치명상을 입었기에 얼마 버티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동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에드워드가 보기에 동건은 제법 잘생긴 얼굴에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특이한건 자신의 세계에는 희귀한 갈색 눈동자를 동건이 가지고 있었다.
 에드워드가 동건의 얼굴을 쳐다본 건 겨우 3초에 불과 하였지만 이 운명적인 만남으로 인하여 동건의 인생이 확 바뀌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에드워드는 동건의 왼팔을 붙잡더니 자신의 왼팔과 교차 시켰다.
 동건은 다 죽어가는 에드워드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둘의 왼팔이 서로 교차하자 에드워드의 왼팔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였다.
 촤라락, 철컥!
 놀랍게도 에드워드의 왼팔에서 쇳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느닷없이 은백색의 팔찌가 나타나더니 그게 풀리더니 동건의 왼 팔목에 채워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동건도 멍한 표정이었다.
 "허엇, 이...이게?"
 "으으...이 팔찌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니 소중하게 간직하시오."
 "귀한 팔찌인 것 같은데 저에게 줘도 되는 겁니까?"
 "당신이라면 잘 지켜줄 것 같아서 드리는 겁니다."
 "제가요? 그건 그렇고 치료를 해야 하니까 어서 병원으로 가야겠습니다."
 "아...아닙니다. 난 이미 틀렸어요."
 동건이 보기에도 에드워드는 피를 많이 흘렸고, 살아나긴 어려워 보였다.
 동건은 에드워드가 죽어가면서 귀해 보이는 팔찌를 선물 하였기에 그에게 호의를 베풀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내가 죽으면 나중에 나의 시신을 가문에 보내어 주십시오. 나의 고향은 마더 랜드의 아이오프 자작 령에 있는 브라운 기사 가문입니다."
 "예? 마더 랜드는 뭐고? 브라운 기사 가문도 처음 들어 봅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세계에서 건너 왔습니다."
 "예? 그, 그럴 리가?"
 "나의 풀 네임은 로한 브라운 드 에드워드라 합니다."
 "로한 브라운 드 에드워드라고요?"
 "그렇습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허리에 메고 있는 가죽 주머니를 풀어서 그걸 동건에게 내밀었다.
 "이 마법 주머니에 저의 시신을 넣어 보관하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의 가문에 시신을 돌려주면 됩니다."
 "예? 이 작은 주머니에 당신이 들어간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커억!"
 에드워드는 머리를 힘겹게 끄덕이다가 피를 내뿜었고, 부르르 떨다가 잠잠해졌다.
 에드워드의 심장이 멈추면서 죽은 것이다.
 "허엇, 이사람 죽었어..."
 겁에 질린 동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사람 죽었는데 이제 어떻게 하지?"
 에드워드가 마법 주머니에 자신의 시신을 넣어 보관했다가 가문에 시신을 돌려 달라는 부탁을 떠올린 동건은 손바닥 정도 크기의 검은색 가죽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가죽 주머니 안에는 텅 빈 것 같이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갸웃 거리던 동건이 손을 집어넣자 팔이 거의 다 들어갈 정도였다.
 깜짝 놀란 동건이 자신의 팔을 재빨리 꺼내었다.
 "허억, 이건 말도 안돼."
 손바닥 정도 크기의 가죽 주머니에 자신의 팔이 쑥 들어갈 정도였기에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그 제서야 동건은 에드워드가 자신이 죽으면 주머니 안에 넣어서 보관했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신의 가문에 돌려 달라는 게 이해가 되었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온다는 마법 주머니였다.
 현실에서 자신이 똑똑히 두 눈으로 보았고, 손에 마법 주머니를 들고 있기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동건은 조심스럽게 땅바닥에 누워있는 에드워드의 시신을 향해 마법 주머니 입구를 가리키면서 마법 주머니 안에 집어넣는다고 생각했다.
 단지 생각만으로 그렇게 한 것인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스스슷!
 마법 주머니 속으로 에드워드의 시신이 먼지처럼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동건은 말도 안 되는 현상에 정신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이 되었다.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동건이 순간 정신을 차렸다.
 에드워드가 입에서 내뿜었던 검붉은 피가 땅에 묻어 있었기에 동건은 재빨리 흙을 덮은 후 다시 발로 밟아 비비면서 깨끗하게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는 누군가 나타날지도 모르기에 후다닥 뛰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파트로 향하면서도 뒤를 연신 돌아보면서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는지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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