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도시의 이단아

1화

2018.06.04 조회 2,518 추천 15


 대한민국은 1945년 해방되면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최단 시간에 그의 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나라다.
 
 부익부 빈익빈을 만연시키며 법에는 얼마든지 빠져 나갈 여지를 높이 세웠고, 담합과 부정부패를 수단으로 삼아 공권력과 재벌 그리고 언론이 손을 잡고 기득권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방어 수단인 집단 이기주의 네트워크를 확실하게 형성한 민주주의 괴물인 기득권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들을 반대하는 자는 모두 공산당이었고, 간첩이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종북주의자로 매도를 당해 처벌된다.
 
 그러나 그들도 미처 자각하지 못한 것은 백성을 너무 기만하고 억압함으로써 스스로 몰락과 자멸의 구렁텅이를 향해 기관사도 없이 광속으로 질주하는 점이었다.
 
 한 가닥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태풍이 산과 하천의 찌꺼기를 씻어 내듯이 그 바람은 한반도의 오물을 씻어 내려는 듯 점차 강하게 휘몰아쳤다.
 
 그리고 역사는 그 바람의 흔적을 ‘한반도의 신화’ 혹은 ‘21세기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프롤로그 II. 이단아란?
 
 
 
 
 
 
 
 이단아란, 세속적인 권위에 반발하거나 거부하는 젊은이를 가리킨다.
 
 일반적인 사상, 학설, 통념, 종교, 전통 등에 따르지 않고, 개성적이고 진취적인 사상을 지녔기에 고립되고 외톨이가 되기 쉽다.
 
 그런고로 매사에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여 모든 것을 던지며, 죽기를 각오한 선택은 무모하기 그지없을 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득권자와 그들의 추종자들 그리고 부화뇌동하는 어설픈 자들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요, 도약의 발판이 되는 희생양으로 이미 정해진 것과 진배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쓰러지는 이단아들의 소리 없는 절규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까지 들을 수 있는 기인의 귓가에 닿고야 말았다.
 
 역사에는 그런 이단아들이 짊어진 역경과 죽기를 각오하고 선택한 과정을 전설이요, 신화라고 하지 않던가.
 
 “으악! 개 같은 운명이여, 덤벼라. 비바람아, 몰아쳐라. 운명에 길들여진 개가 되느니, 황야에 버려진 시체를 뜯는 하이에나가 되리라!”
 
 길들여진 도심의 어둠을 울리는, 한 시대의 엄청난 폭풍을 예고하는 심상치 않은 절규에 회오리바람도 놀라 황급히 사라졌다.
 
 휘~잉!
 
 프롤로그 III. 눈물은 그대로 마르지 않는다
 
 
 
 
 
 
 
 “스승님, 북한 주민의 사정은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여 굶어 죽는 사람이 그치질 않지만, 지도자란 자들은 일신의 안위를 유지하기에 급급하여 그들을 도울 여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한은 나은가 하면 전혀 그렇지도 않습니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공무원, 검찰, 재벌, 학원 등 모든 분야에 부정이 만연하여 썩을 대로 썩어 언제 스스로 자멸할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부디 길을 열어 주십시오, 스승님!”
 
 인적이 끊긴 금강산 비로봉 북쪽 월출봉(해발1580미터)의 한 거대한 바위 밑에 지어진 오두막은 하늘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혹 그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신비한 장소였다.
 
 그 오두막 앞마당에 꿇어앉은 사람은 백발백염의 인자한 모습을 지닌 노인이었는데 보는 사람마다 신선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툇마루에 앉아서 무릎 꿇은 제자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는 검은 머리가 어깨를 덮었고 검은 수염마저 길지 않아 오히려 사십대 중반으로 보였다. 그가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어리석은 아이야, 세상의 일은 세상에 맡기라고 하지 않았더냐. 어찌 인과에 간여하여 스스로 미혹의 바다에 몸을 던지려 하느냐.”
 
 “스승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제자가 걷는 길에 천안(天眼)을 얻은 일이 가장 큰 장벽이 되는 듯합니다. 조상님의 후손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후론 한시도 청정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등선을 포기하는 수가 있더라도 제가 그 흙탕물에 뛰어들어 함께 허우적거림이 오히려 더욱 편할 듯합니다. 부디 미혹된 제자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승님, 엉엉!”
 
 스승은 피눈물을 흘리며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우는 제자를 측은한 모습으로 바라봤다.
 
 “아이야, 백 년을 수련하고도 아직도 울 수 있다니, 네가 참으로 자랑스럽구나. 하지만 도인이건 흉신악살이건 간에 모두 제 역할이 있을 뿐이란다. 인간은 살기도 힘들지만 죽기는 제아무리 노력해도 더더욱 힘든 일이 아니더냐. 네게는 그런 역할이 허락되지 않았으니 하산했다가 1년을 넘기지 말고 돌아오도록 해라.”
 
 마당의 노인은 스승의 말이 무슨 뜻인가 싶어 의아한 눈으로 제 스승을 바라봤다.
 
 ‘1년 동안 남북한의 못된 녀석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란 뜻일까? 마음만 먹으면 할 수는 있지만, 그건 아닐 텐데······.’
 
 “하산하여 네 마음을 움직이는 자가 있다면 이것을 먹이도록 해라. 당장엔 별 효능이 없겠지만 몸과 마음을 닦을수록 놀라운 일이 일어날게다.”
 
 “헉, 그건 스승님이 승천하실 때 사용하시려고 연단한 선단이 아닙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스승님!”
 
 선단(仙丹), 도인이 수련을 마치고 승천할 때 육신을 헌화하기 위한 약으로, 선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극비리에 전해지는 비방 외에도 참으로 얻기 힘든 몇 가지 약재를 구해야만 한다.
 
 선단은 모두 49가지의 약재가 들어가는데, 그중에서도 백퍼센트의 황금은 바다에서만 발견된다고 전해지며 마치 묵처럼 물컹거리고 먹을 수도 있다는 설이 있었다.
 
 인형 천삼의 눈물, 만년설 깊은 곳에 서식한다는 사람 모양의 천삼은 인간의 눈에 띄지도 않을 뿐더러 공간 이동과 같은 신통술법을 발휘한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그런 그를 감동시켜 얻은 눈물을 구해야 한다고?
 
 120도에서 녹는 유황은 연단술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나지만, 일본의 유황이 특히 품질이 좋다고 전해졌다.
 
 그 외에 수은도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데, 재료를 모두 모았다고 해도 연단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정성이 필요했다. 또한 그나마 가장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백 일간 변함없는 온도를 유지하는 일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터였다.
 
 스승은 바로 그 모든 조건을 뛰어넘어 천 년에 하나도 연단하기 어려운 바로 그 선단을 제자에게 내주며 인연(因緣)이 닿는 사람에게 전해 주라고 선뜻 내놓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걸 먹는다면 천천히 변하다가 때가 이르면 온전히 탈태환골하고 갈수록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겠지만, 스승님은 진허지경(眞虛之境)을 포기해야 되지 않은가. 아, 난 사문의 죄인이로구나.’
 
 “스승님!”
 
 제자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싶어서 머리로 땅을 박으며 슬피 울었다.
 
 “제자가 불민하여 스승님의 길을 망쳤습니다. 스승님, 흑흑!”
 
 “아이야, 어찌 신외지물에 이토록 연연하는 게냐? 얼른 하산했다가 돌아오도록 해라. 그리고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무공은 전하지 말거라.”
 
 ‘아, 본문의 무공을 전하면 천지개벽할 테니 기본 체력만 단련시키라는 말씀이구나. 그리고 스승님이 1년이라고 하심은 십 년을 의미하는 뜻이니 조금은 지도할 시간이 되겠구나. 그래도 능력이 너무 부족하면 안 될 테니, 몇 가지 술법만 변형시켜서 전해야겠다.’
 
 “다녀오겠습니다, 스승님!”
 
 마당에서 눈물로 큰절을 올린 제자는 선단을 품에 간직하고 마당 끝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그대로 몸을 날렸다.
 
 마치 깃털인 양 바람을 타고 일만이천 봉우리 위를 날아가는 신선의 눈에선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물은 악문 어금니와 함께 그의 결심을 더욱 굳게 다지게 했다.
 
 ‘이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바람이 불겠군. 맞아, 그리고 예전에 심심해서 사부님 몰래 하산했다가 한 수 가르친 녀석도 찾아보자. 그놈에게 이번의 연자를 도우라면 되겠구나. 그러자면 연자를 정식 제자로 삼아야 하나? 선단까지 먹인다면 그러는 게 좋을 듯도 싶고. 어쨌든 간에 시원한 바람이 불면 좋은 게 아니겠나.’
 
 제1화 회상
 
 
 
 
 
 
 
 꽝, 꽈르르, 꽝꽝!
 
 폭탄이 산발적으로 폭발했고, 뒤이어 휴대용 병기인 바주카포에서 발사된 폭탄도 무작위로 폭발했다.
 
 “야, 김 병장! 영웅 놀이 하지 말고 명령할 때까지 고개 처박아, 새끼야.”
 
 “알았습니다, 분대장님. 저 새끼들 쪼깨 시끄러운데 제가 가서 조용하게 시키고 올까요?”
 
 “너부터 조용해라. 한마디라도 더 씨부리면 총탄 샤워하면서 선착순 시킨다.”
 
 “흡!”
 
 분대장의 말에 김 병장은 그제야 급히 입을 다물었다.
 
 분대장 권상혁 일반 하사.
 
 월남전에서나 들어 봤던 병장에서 특진한 일반 하사.
 
 이집트 반군의 무자비한 테러와 살상에 정부가 견디다 못 해 유엔에 요청한 평화유지군으로 한국군 특수부대 일개 여단이 출동했다.
 
 아프리카 대륙 최북단에 위치한 이집트는 전장이 따로 없고 반군과 주민을 구별하기 힘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한국군의 능력은 사태를 점점 안정시켰으며 그중에서도 권상혁 분대의 성과는 탁월했다.
 
 그들 분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자는 누구도 놓치지 않고 사살했다. 분대장은 정글의 맹수와 같은 능력으로 자신들을 노리는 적을 용서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분대원을 지키는 놀라운 능력에 누구도 분대장의 명령을 거역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한 번은 분대원이 정보 부실로 적들에게 포위되어 위험에 처하게 되자 분대장의 꼭지가 돌았다. 그는 단독으로 포위망으로 뛰어들어 일개 중대 병력의 지휘부를 파괴한 뒤 앞장서서 적을 몰살시켜 버린 적이 있었다.
 
 이것이 그가 특진하게 된 배경이었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그의 말은 무슨 뜻인지 몰라도 일단 닥치고 듣는 것만이 생명을 보존하는 첩경이었다.
 
 “김 병장, 두 명을 데리고 세 시 방향으로 가라! 다섯 놈이 기어 온다. 조용히 재워 버려!”
 
 “예스, 캡틴.”
 
 김 병장이 두 명을 데리고 낮은 포복으로 기어갔다. 낮은 포복이라고 해도 숙달되면 속보와 같은 속도를 내지만, 김 병장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가급적 조용히 기어갔다. 마치 뱀이 사막을 기어가듯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김 병장은 은폐물을 발견하고 김 상병과 박 일병에게 각자의 위치를 지정했다. 적의 화이버가 서서히 드러났다. 그리고 좌우를 두리번거린 후 AK-47기관총을 겨누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왔다. 네 명이 그 뒤를 따라 나타났다.
 
 ‘옳지, 조금만 더 나와라. 그러면 숨기 전에 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 착하다.’
 
 김 병장은 K-7 소음기관단총 가늠자 위에 적의 머리를 올려놓고 연인의 가슴을 만지듯이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겼다.
 
 “박 병장, 두 명을 데리고 아홉 시 방향으로 가라. 역시 다섯 명이 온다. 바주카포를 쏘기 전에 잡아.”
 
 “예, 분대장님!”
 
 박 병장도 앞에 총 자세로 허리를 굽힌 채 신속히 달려갔다.
 
 명령을 내린 권 하사는 정면을 바라봤다. 앞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다가오는 분대 병력이 보였다. 그는 한국이 자랑하는 K-7 소음기관단총을 들고 별로 긴장하지도 않은 채 발사했다. 부하들도 눈만 내놓고 열심히 방아쇠를 당겼다. 묵직한 울림이 연방 들렸다.
 
 쿵쿵, 쿵쿵쿵!
 
 적의 탄환이 날아오는 소리도 들렸다.
 
 탁!
 
 정 상병은 바로 옆으로 총탄이 박히는 소리에 오줌을 찔끔거렸다.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군. 젠장, 그래도 빨리 말라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정 상병은 사격을 하면서 동료들에게서 조금씩 떨어졌다.
 
 “분대장님, 모두 명중입니다.”
 
 “분대장님, 세 시 방향 클린입니다.”
 
 “아홉 시 방향 쓸어버렸습니다, 분대장님.”
 
 분대장이 정면에서 오는 적을 사살함과 동시에 양쪽으로 나뉘어 갔던 부하들도 청소를 끝내고 연락했다.
 
 “적의 본대는 어떻게 됐나?”
 
 “전갈이 출동한 걸 알았는지 대항할 생각을 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 중입니다, 분대장님!”
 
 “좋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서 다신 싸울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들지. 자, 적의 무기와 기밀을 수거해라.”
 
 “예, 분대장님!”
 
 분대장이 명령을 내리자 분대원들은 기밀을 수거한다는 명목으로 적의 무기와 주머니 청소도 동시에 거행했다. 전리품 수거 및 기념품 확보였다. 적의 혁대와 팬티 그리고 바지 허리 부분 등 기기묘묘한 곳에서 특별한 기념품이 가끔 발견됐다.
 
 분대장은 그런 것들을 팔아서 외출할 때 부하들과 용돈을 나눴다.
 
 그들은 분대장의 명령대로 천막을 치고 식사 준비를 했다. 식사래야 당연히 전투식량이었다. 김치볶음밥, 장조림 캔, 북엇국, 콩 조림, 깻잎이 전부였지만 의외로 양은 충분했다.
 
 식후에 커피와 코코아도 있었지만 코코아가 맛이 진해서 괜찮았다.
 
 식사 후에 권상혁 하사는 박 병장을 불렀다.
 
 “야간 조준경과 무기를 챙겨라. 정찰 나가자.”
 
 “예, 분대장님!”
 
 박 병장은 분대장의 뒤를 따랐다. 권 하사는 어두운데도 서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부하들은 그런 분대장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분대장이 박 병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 적외선 망원경으로 보다가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신호해라.”
 
 “예, 분대장님.”
 
 이집트 반군 지도부는 한참 열띤 토론을 벌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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