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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18.07.05 조회 2,038 추천 7


 PROLOGUE
 
 
 
 
 
 망망대해.
 
 보이는 것이라고는 푸른 바다와 하늘뿐인, 라일랜드 대륙의 지도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에는 열두 개의 섬이 작은 점처럼 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것 같은 황량한 섬들.
 
 모두가 우중충한 회색빛의 섬들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바닷새들조차도 존재하지 않으니, 말 그대로 절해고도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섬.
 
 회백색과 적색의 암석으로 이루어진 그 섬은 이런 곳에 자리하고 있기에는 너무도 괴이하고 거대했다.
 
 수면 위로 삐죽하게 솟아오른 그 높이부터가 장난이 아니었다. 적어도 1,000루(m)는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섬이라기보다 수면 위로 솟아 오른 산봉우리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은 이 섬에도 주인은 있었다.
 
 라일랜드 대륙의 모든 생명체들로부터 가장 많은 욕을 얻어먹고 있는 존재.
 
 이 섬을 터전으로 하고 있는 그 존재는 이곳을 이렇게 부른다.
 
 그레이브 랜드(Grave land).
 
 엄숙하고 장엄한 섬이라는 뜻이다.
 
 의미가 다르기는 하지만, 지난 2,500년간 이곳을 거쳐 갔던 수천여 명의 인간들 또한 이곳을 그레이브 랜드라고 불렀다.
 
 엄숙하고 장엄하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들의 무덤이라는 뜻이었고, 죽어서도 잊지 못할 원수라는 의미도 있었다.
 
 라일랜드 대륙의 공용어인 그레이브란 단어에는 그런 여러 가지의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레이브의 석산(石山) 속.
 
 그곳에는 아치형의 거대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 부위의 높이가 무려 150여 루에 달하고 바닥의 직경이 자그마치 200여 루 이상인 동굴 광장.
 
 이 광장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는 석벽과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조각품 등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계에서 이런 유의 거대한 공간은 오직 하나뿐이다.
 
 자칭 중간계의 조율자요, 타칭 신의 대리인이라고 불리는 드래곤.
 
 무려 10,000년에 달하는 생을 영위한다는 그들만이 이런 형태의 레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드래곤의 레어 중에서도 유달리 커 보이는 이곳.
 
 너무 커서 휑한 느낌마저 드는 공동의 곳곳에는 20여 개의 마법등이 둥실 떠오른 채 미약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런 공동의 한쪽.
 
 그곳에는 땟물이 자르르한 채 헝겊 쪼가리로 치부만을 간신히 가리고 있는 10명의 인간들이 두려움과 공포에 찌든 표정으로 누군가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1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로 짐작되는 7명의 소년과 3명의 소녀들.
 
 나이답지 않게 잘 발달된 근육과 체형을 지닌 그들은 모두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고, 누군가를 주시하고 있는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소년 소녀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자는 젊은 사내였다.
 
 갓 스물이나 되었을까 싶은 청년.
 
 피처럼 붉은색의 머리칼을 짧게 자르고 있는 그는 상당한 미남이었다. 그리고 은은한 광채가 빛나는 백색의 맨틀을 무릎 아래까지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도 꽤나 멋있었다.
 
 하지만 그건 외양에 불과했다.
 
 입가에 걸려 있는 잔인한 미소.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심한 눈길.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두려움이 일게 만드는 그는 소년과 소녀들에게 있어서 악마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잔인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그의 발밑에는 한 명의 소년이 나뒹굴고 있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차라리 혈인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모습으로.
 
 “하아! 하아!”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애써 토하고 있는 혈인의 행색은 아주 끔찍했다.
 
 피로 얼룩진 신체 곳곳에서는 부러진 뼈마디가 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숨이 끊어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독 한 곳만은 건재했다.
 
 피로 범벅이 된 금발 사이로 번뜩이고 있는 두 눈.
 
 한 발로 자신의 가슴을 밟고 있는 청년을 노려보는 그 눈빛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청년은 사실상 전 대륙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존재. 기력이 다해 가는 혈인의 미약한 몸부림으로는 그의 한 발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커헉!”
 
 쿨~ 럭!
 
 격한 기침과 함께 상체를 들썩이는 혈인.
 
 그의 입가로 크고 작은 핏덩이들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목구멍을 막고 있던 죽은피였고, 덕분에 혈인의 호흡이 훨씬 나아졌다.
 
 “후욱! 후욱! 라스크로드, 이 개― 새끼!”
 
 목이 트이자마자 상소리를 내뱉으며 청년을 올려다보는 혈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러나―
 
 으드득!
 
 청년의 발에 힘이 더해지는가 싶더니, 혈인의 가슴 부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갈비뼈가 상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비명은 없었다. 전신을 꿈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고통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는 혈인인 것이다. 더구나 온몸이 이미 만신창이였다. 여태 느끼고 있던 고통에 비해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었다.
 
 “······!”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채,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혈인.
 
 그런 혈인을 내려다보는 청년의 입에서는 나직하면서도 섬뜩한 미소가 흘러 나왔다.
 
 “크크크! 주둥이가 팔팔한 걸 보니까 아직은 살 만한가 보구나, 로이드?”
 
 “나······ 는 끄떡없다, 개자식아!”
 
 순간, 청년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그래? 그럼, 이건 어떨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슴에 얹혀 있던 청년의 발이 빠르게 내질러졌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로이드의 옆구리가 순간적으로 홱 꺾이며 10여 루 밖으로 튕겨 나갔다.
 
 퍼덕턱턱!
 
 “크으으으!”
 
 바닥에 떨어지고도 네댓 바퀴를 뒹굴고서야 멈춰진 로이드의 입에서는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장이 어떻게 되기라도 한 듯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호오! 그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다니, 요번 건 꽤 괜찮았나 보지?”
 
 저벅저벅.
 
 로이드를 향해 다가가는 청년의 발걸음 소리가 경쾌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 보는 로이드의 신음이 갑자기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든 것이다.
 
 청년은 다시 한 발을 로이드의 가슴에 얹었다.
 
 “흐흐흐,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 주제에 감히!”
 
 적발 청년의 나직한 외침에는 진득한 살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손으로 이놈을 죽일 수는 없었다.
 
 “내 손으로 너를 죽이지 않겠다!”
 
 자신에게 반항하는 유일한 인간인 이놈에 대한 흥미 때문에 쓸데없는 맹약을 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반항심으로 똘똘 뭉쳐진 이놈 덕분에 지난 몇 년간이 참으로 즐거웠던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로이드 이놈이 그만이었고, 놈을 손봐 줌으로 해서 다른 인간들의 통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끝을 내야 했다.
 
 죽여 주기를 바라며 온갖 지랄을 떨어 온 이 인간이 기어코 큰 사고를 쳐 버렸다. 오늘의 일을 준비하느라 잠시 한눈을 판 틈을 타, 레어의 창고에다 불을 질러 버린 것이다.
 
 의복 창고와 보석 창고는 그렇다 치더라도, 서고의 책들이 대부분 소실된 것을 생각하면······.
 
 “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내가 그것들을 어떻게 수집했는데!”
 
 중요한 서책의 대부분이 불타 버린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발에 힘이 들어가는 청년이었다.
 
 으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로이드의 육신이 꿈~틀했다. 참으로 경이로운 생명력이 아닐 수 없었다.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의 인간! 지금이 이런데 앞으로는 더할 게 분명하고······.”
 
 그래도 의식이 남아 있었는지, 로이드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러자 핏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입속에서 하얀 이빨의 일부분이 슬쩍 보였고, 양 볼도 조금은 씰룩거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웃고 있는 것도 같았다. 아니, 정말로 로이드는 웃고 있었다. 놈이 그렇듯이, 자신에게도 놈의 괴로움과 분노가 즐거움인 것이다.
 
 “그동안은 네놈의 행동을 재롱이라 생각하고 받아 줬다만, 오늘로 그것도 끝이다!”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적발 청년의 통보는 지켜보고 있던 소년과 소녀들의 눈빛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로이드는 달랐다.
 
 어디에 그런 기력이 남아 있었는지, 되레 눈이 번쩍 뜨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후후, 죽음이란 말이지?’
 
 그랬다.
 
 놈이 내린 사형선고는 자신이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일이었다.
 
 ‘드디어 네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이지!’
 
 목적을 이루었다는 사실에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로이드였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목적을 이룬 마당에 고생을 자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라스크로드 이 개자식! 내 죽어서도 네놈만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로이드.
 
 그의 뇌리로는 지난 12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고 있었다.
 
 
 
 CHAPTER 1 타의에 의한 차원이동
 
 
 
 
 
 다섯 살의 어느 가을날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로이드는 너무나도 낯선 장소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악마에게 납치된 것이었다.
 
 당연히 두렵고 무서웠다. 집으로 보내 달라고 울다가 참 많이도 맞았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이곳에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몇 명의 형과 누나들이 있었다.
 
 자신보다 몇 년을 먼저 납치되어 온 그 형들과 누나들이 돌봐 주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지금까지 견디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이와 종족을 불문하고 도착한 지 3년이면 절망을 알게 된다는 그레이브!
 
 그리고 다시 3년이면 스스로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는 그레이브!
 
 절망의 근원으로서 인간의 목숨을 벌레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놈은 진정한 악마라고 할 수 있었다.
 
 납치되어 온 이후 당해야 했던 놈의 끝없는 폭력.
 
 그것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놈의 레어에서 보낸 지난 12년은 살아 있다는 것이 더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자신과 함께 생활하던 형과 누나들이 하나 둘씩 죽음의 길로 떠나야 했던 것이다.
 
 정확히 3년에 세 명씩이었다.
 
 그렇게 세 명의 형과 누나가 사라지고 나면 또 그만큼의 아이들이 납치되어 왔다. 그 일은 자신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자신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생활공간인 넓은 석실.
 
 통한의 벽, 그리움의 벽, 눈물의 벽이라고 부르는 석실의 사방 벽에는 낙서와 이름들이 가득하다.
 
 낙서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인간들에 의해서 남겨진 것이고, 그곳에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 그리움과 원망, 분노와 슬픔 등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읽으려 치면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는, 너무도 가슴 절절한 낙서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지가 벌써 1,500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너무도 오랜 세월, 저 악마에게 그 세월만큼의 인간들이 억울하게 죽어 간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놈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악마는 중간계의 무적자!
 
 수천, 수만 명의 기사들이 떼로 덤벼도 놈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여덟 살 때의 일이었다.
 
 분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형들과 누나들처럼 놈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서 살았다.
 
 그런데 열한 살이 되던 어느 날.
 
 

댓글(1)

머법관    
루 ㅇㅈㄹ 하지 말고 그냥 미터법 쓰면 안되나 본인만의 독자적인 세계관 가지고 싶다고 억지로 단어 비틀기 하는거 ㅈ같음 ㄹㅇ
2022.04.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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