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누구야??’
혁민은 분명히, 경기장에 있었다.
그의 소속팀 노팀엄 포레스트(nottingham forest)의 홈구장, 시티그라운드 (City Ground)에.
그러나 한순간,
전방의 시야가 새카맣게 물들며 모든것이 암흑으로 뒤덮여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한 남자.
주변이 어두워서일까.
타오르는 그의 적안(赤眼)이 무척이나 강렬하고,
위험하게 보였다.
-너희들은 우리를 '신' 이라 부르더군.
적안(赤眼))의 남자는 입도 열지 않은채,
혁민에게 '울림'을 보내왔다.
‘여긴 어디지?’
-네가 항상 지쳐서 쓰러지던 홈 경기장이다.
‘......’
혁민은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자신도모르게 헛웃음을 삼키고 말았다.
방금전까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 암흑천지가 시티 그라운드라고?
혁민은 묻고 싶은게 산더미처럼 많았으나,
가장 핵심적인 질문 하나를 던졌다.
‘내앞에 나타난 이유가 뭐야??’
-너의 후원자가 되어주고 싶다.
‘후원자??’
-그래..타고난 재능은 발휘하지도 못한 채, 밑바닥에서 아둥바둥대는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장점은 땅에 파묻어버리고 말이야.
‘네가 뭘 알아... 네가 날 위해 뭘 할수 있다고!!’
치부를 건드려서일까.
아니면 이 비현실적인 공간이 감정의 절제를 허물어버렸기 때문일까.
혁민은 적안의 남자에게 절규하듯 따져물었다.
오랜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오는것처럼, 전신이 욱씬거렸다.
-별다르게 해주는 것은 없어.. 그저 내 눈알 한쪽을 떼어줄 뿐이지.
‘뭐, 뭘떼준다고??’
-흐흐흐흐..이것으로 너와 나는 당분간 하나다.
-샤아아아악!!
"...!!"
-와아아아아!!
"잘좀해라!! 이 병신같은 놈들아!!"
"홈에서 몇골을 쳐먹히는거야!!"
'꿈이었나..'
잠에서 깬 혁민의 눈앞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한채 수세에 몰리고 있는 자신의 팀, 노팅엄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
그리고 뒤이어 호세 미구엘 코치의 따가운 시선이 혁민에게 날아와 꽃혔다.
'경기중에 벤치에서 졸고있는게 말이나 되냐'는 눈빛.
혁민은 머쓱하게 양 손으로 세수하듯 얼굴을 비볐다.
'나도 미쳤지. 시합중에 잠이 들다니. 한 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그런데,
얼굴을 비비던 혁민의 오른쪽 눈에서 화끈한 감각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응??'
연신 눈을 깜빡여보지만 그 이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맙소사.."
벤치의 투명한 플라스틱 벽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혁민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거울앞에 선 익숙한 얼굴의 남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눈동자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드아이.
왼 쪽은 원래 그렇듯 갈색의 눈동자였지만,
오른쪽은 아까 '그녀석'의 눈동자와 똑같은 적갈빛의,
아니 타오르는듯한 적안(赤眼)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
'꿈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혁민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시선을 전방 경기장으로 향했다.
'응?'
그리고 축구를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보지못한 '선'과 마주했다.
'저게 뭐야..??'
혁민은 눈을 부릅뜨고 눈앞의 경기와 그 선의 연관성을 찾으려 애썼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혁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후방 포백 라인의 최후방을 기점으로 수시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하는 붉은 선.
그 선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오프사이드 (Off-side) 라인..!!'
붉은 선이 의미하는것은 바로,
업사이드 판정의 마지노선이었다.
-마음에 드나??
두근두근 세차게 뛰며 고양되는 심장소리에 한켠에,
녀석의 ‘울림’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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