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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준 이 선생 1화

2018.07.16 조회 3,411 추천 41


 집안이 망했다. 뭐, 어떻게 보면 예정된 결과였다. 평생 할아버지 밑에서 음식만 만든 아버지가 프렌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것이 무리였다.
 그냥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식당이나 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그 많던 재산을 다 날린 것도 모자라 재기하시겠다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썼는데 사기였다.
 덕분에 사기꾼 잡겠다고 돌아다니시다 뺑소니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충격에 어머니는 쓰러지시고.
 지금 내게 있는 것은 보증금 500에 월세 40만 원을 내는 원룸 하나와 생활비 100만 원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조그만 원룸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지 않은 것이다. 어머니의 유일한 친구인 진숙 아주머니 집에 있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건강을 되찾았으면 했다.
 “뭐를 해야 할까?”
 원룸에 앉아서 고민한다. 군대 다녀오고 집안 사정 때문에 휴학도 1년이나 했다. 덕분에 28살 나이에 아직 졸업하지 못했다.
 대학 졸업을 못 했으니 취업은 꿈도 안 꾼다.
 고민하는 중에 집을 정리하면서 나온 조그마한 상자가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물려주신 것이라고 어머니가 알려 주셨다.
 언제나 귀여워해 주신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할아버지를 따라 한다고 음식을 만들던 추억도 생각났다. 덕분에 할아버지처럼 명인 소리는 못 듣지만 어지간한 음식은 할 줄 안다.
 그렇기에 원룸에 살아도 혼자 음식을 해 먹는다. 그게 더 싸니까.
 과연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무엇을 주신 것일까 궁금했다.
 조그마한 상자의 둘레에는 한지가 붙여져 있었다. 누군가 조금만 열어도 뜯어지게 생겼다. 그런데 한지가 뜯어져 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걸 안 열어보셨나 보네.”
 조심스럽게 칼로 한지를 자른 다음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목걸이 하나와 편지가 들어 있었다.
 목걸이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동전 모양이었다. 앞뒤로 살펴보니 식칼과 불 그리고 국자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요리사 목걸이인가?”
 목걸이를 놔두고 편지를 펼쳤다. 할아버지 글씨였다. 사랑하는 아들 철식에게로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목걸이를 남겨 주시면서 자신의 뒤를 잇기를 바라셨다.
 요리하며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맛보게 해 주기를 바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철식이 네게 이 목걸이를 물려줬듯이 내 손자 진명에게도 목걸이를 물려줬으면 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대대로 남겨 주신 식당을 이어 가기를 바라신 거다.
 갑자기 울컥했다. 할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예뻐해 주시던 것도 기억났다.
 진명은 목걸이를 들었다.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게 그리고 손자에게 이어지기를 바란 목걸이다.
 그리고 목에 걸었다.
 “할아버지 지금은 요리할 여유가 안 되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할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요리를 할게요.”
 목걸이를 매만지며 할아버지에게 말하듯 말했다.
 상자에 편지를 넣고는 닫았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피곤하지?”
 몇 분 보지도 않았는데 눈이 피로했다. 그리고 잠이 몰려왔다.
 진명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엎어져 잠이 들었다.
 진명이 잠이 들자마자 목걸이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걸이는 빛처럼 부서졌다. 부서진 목걸이는 그대로 진명의 몸 안으로 흡수되듯 들어갔다.
 “으음··· 요리사 튜토리얼이 뭐······.”
 진명은 꿈을 꾸는 듯했다. 잠꼬대까지 하면서.
 너무 깊은 잠이 들어서 그런지 눈앞에 나타나는 글자를 보지 못했다.
 
 [요리사 튜토리얼]
 -사용자: 이진명
 -기본 능력
 1. 기본 레시피 (먹어 봤던 것만 가능)
 2. 1단계 계량 능력 (붉은색 경고만 가능)
 3. 숙련도 (같은 음식을 많이 만들수록 조리 시간 단축)
 -튜토리얼 완수 조건: 1천 명에게 맛있다는 칭찬을 받을 것.(단 ,직접 만든 음식이어야만 함.)
 -튜토리얼 완수 보상
 1. 초보 요리사 자격 취득.
 2. 추가 능력 획득.
 
 *
 
 “아우! 이상한 꿈 꿨네.”
 진명은 두 팔을 올려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다. 몸이 개운했다. 마치 며칠 푹 잔 것 같았다.
 “너무 잘 잤나? 배가 고프네.”
 꽤 오래 잔 것 같았다. 핸드폰 시계를 봤다.
 “얼레? 10분밖에 안 잔 거야?”
 진명은 어제 오전 10시에 아르바이트 자리 검색한 것을 기억했다. 그런데 지금은 10시 10분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10분이 지난 게 아니었다. 진명은 다시 핸드폰을 보자 날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뭐야! 18일?”
 핸드폰이 고장 났나 싶었다. 분명 아르바이트를 알아본 날짜는 17일이었다. 그런데 달력은 18일이다. 핸드폰 시간 설정에 들어가도 18일이었고, 인터넷에 접속해도 18일이었다.
 “24시간이나 잔 거야?”
 진명은 그동안 힘들어서 그런가 싶었다. 오랜 시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파 자리에서 일어나 전기밥솥으로 갔다.
 밥솥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에효,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진명은 곧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해 보니 쌀도 있고 반찬도 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기에 쌀을 찾아 그릇에 뜨면서 중얼거렸다.
 “2번 먹을 것만 하자. 그러면······.”
 얼마나 떠야 하는지 생각하는 순간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300g]이 나타났다.
 “뭐··· 뭐야?”
 깜짝 놀라 쌀이 든 그릇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던 [300g]이 사라졌다.
 헛것을 봤나 싶었다. 방바닥에 흩어진 쌀을 모아서 다시 그릇에 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300g]이 보이지 않았다.
 “몸이 허해서 그런가?
 쌀을 씻고 밥솥에 넣었다.
 “이 정도면 2공기 나오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300g]이 다시 보였다. 그리고 밥솥 안의 쌀이 붉은색으로 보였다.
 한 번은 놀랄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은 안 놀란다. 눈앞에 보이는 [300g]은 분명 이유가 있다.
 “붉은색··· 그리고······.”
 [300g]이란 글이 사라졌다. 밥솥 안의 쌀의 색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왜 [300g]이란 글이 나타났을까.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 보았다. 먼저 밥을 지으려고 했다. 그리고 2번 먹을 양을 생각했다.
 생각을 되새기던 중 다시 [300g]이 나타났다. 그리고 밥솥 안의 쌀이 붉은색으로 보였다.
 “답은 하나네.”
 [300g]을 못 맞춘 거다. 붉은색은 경고다. 그러면 300g을 넘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모자라서 그럴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해도 알려 주는 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험해 보면 된다.
 그릇을 가지고 쌀을 펐다. 물론 2번 먹을 양이 얼마인가 생각했다.
 그러자 [300g]이 다시 나타났다. 다른 넓은 그릇에 담았다. 그러자 붉은색으로 변했다. 약간 모자라게 펐다. 넓은 그릇에 쌀을 조금씩 추가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300g]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넓은 그릇의 쌀에 붉은색이 사라졌다.
 “이게 300g이구나. 그럼 넘치게 담으면?”
 다시 쌀을 더 퍼서 담았다. 그러자 다시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런데 연한 붉은색에서 진한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너무 차이 나면 색이 진해지는구나.”
 왜 붉은색으로 변하는지 알았다. 그렇다면 이 글자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밥의 주재료는 쌀이다. 밥을 하려고 했더니, 쌀의 정량을 알려 준다.
 “할아버지가 끓여 주신 된장찌개 재료의 정량도 알려 주는 걸까?”
 할아버지가 끓여 준 된장찌개만 있으면 밥 한 공기는 뚝딱이었다.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재료를 알면 끓여 먹고 싶었다.
 밥을 짓는데 정량을 알려 주니 된장찌개를 끓이는 재료를 잡으면 정량을 알려줄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이명우 명인의 된장찌개]
 -명인의 된장 100g
 -쇠고기 60g
 -두부 60g
 -대파 3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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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의 성함이 이명우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된장찌개의 레시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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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물물방울    
22번째로 재밌어요. 연재 시작을 축하합니다. 작가님 힘내세요. 응원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018.08.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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