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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18.08.08 조회 2,382 추천 12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석삼무극진본(析三無極盡本)······.’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위한 준비를 마친 알렉스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 직접 배운 가문의 비전인 천부심공의 구결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Chapter 1 과거로
 
 
 
 
 
 “오빠, 또 그 영화 보는 거야? 지겹지도 않아?”
 
 소라, 아니 스테파니가 무언가 잔뜩 들뜬 얼굴로 2층에서 내려오다 오빠 진호, 아니 알렉스를 보고는 핀잔을 주었다.
 
 벌써 몇 번이나 본, 데자뷰라는 영화를 또다시 보고 있는 오빠.
 
 아무리 덴젤 워싱턴이란 배우를 좋아해도 똑같은 영화을 열 번을 넘게 보는 것은 확실히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다.
 
 “지겹긴. 한데 이 시간에 그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어디 가냐?”
 
 지금 시간은 오후 8시.
 
 동생 스테파니가 멋진 드레스를 한껏 차려입고 어딘가로 가려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알렉스가 물었다.
 
 “오빠, 아무리 바쁘다지만 동생한테 신경 좀 써 주면 안 돼? 이제 나와 오빠뿐인데 말이야.”
 
 7년 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사건으로 인해 단란했던 가정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인자하고 자상하신 두 남매의 든든한 기둥이셨던 아버지와 엄하고 깐깐하긴 하셨지만 역시 두 남매의 일이라면 그 어떠한 일도 불사하는, 아버지께 간혹 우스갯말로 대한민국 아줌마 파워의 산 표본이라며 놀림을 받던 어머니.
 
 두 분 모두 국제변호사로서 WTC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계셨다.
 
 그날도 두 분은 알렉스에게 스테파니의 등교를 맡긴 채 일찍 출근을 하셨다가 그만 항공기를 납치한 알카에다 조직의 테러에 의해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셨다.
 
 그렇게 단란하기만 하던 한 가정이 파괴가 되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동생인 스테파니는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한 혼란을 겪었지만 다행히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 며칠 후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하버드 법대에 입학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한때 미국 전역은 물론, 모국인 한국의 방송국에서도 천재적인 소년으로 수차례 방송까지 되었던 천재인 알렉스는 MIT 공대에서 다섯 번째 박사 과정을 밟던 중 갑자기 학교를 자퇴하고 USNA(The United States Naval Academy), 그러니까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하였다.
 
 당시 그의 이러한 돌발 행동을 두고 꽤 말들이 많았고 알렉스를 알고 있던 모든 이들이 그의 이러한 결정을 만류하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는 동생인 스테파니의 눈물 어린 호소도 끝내 그의 결정을 번복시키지는 못했다.
 
 심지어는 해사에서도 해병 장교가 되기를 원하는 그를 해군 기술 장교로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설득을 하였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해사를 졸업한 알렉스는 해병 소위로 임관을 한 뒤, 자격 조건이 갖추어지자 곧바로 SEAL에 자원하였고, 지금은 SEAL 대원으로 복무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SEAL 대원이라는 것은 대외적으로 극비였고, 동생인 스테파니 또한 자신의 오빠인 알렉스가 그저 해병대 장교인 것만으로 알고 있었다.
 
 그만큼 알렉스는 자신의 부모님을 빼앗아 간 테러와 그러한 테러를 자행하는 테러 집단에 대해서 강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다.
 
 “에구······ 녀석이 오빠 미안하게 만드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랑 큰어머니, 사촌들까지 있는데 무슨 단둘이냐?”
 
 “오빠!”
 
 건수를 잡은 스테파니는 말장난으로 위기를 탈출하려는 알렉스를 단호하게 저지하였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지만, 자신에게는 언제나 져 주는 오빠였다.
 
 “흠! 안 넘어가네. 그런데 정말 어디 가는 거야?”
 
 “흥! 정말 내 오빠 맞아? 내가 벌써 몇 번이나 말했어? 그리고 이 드레스도 그래. 이거 오빠가 사 준 것이라고! 내 졸업 파티에 입고 가라고 말이야!”
 
 “에? 아! 하하······. 네 졸업 파티가 바로 오늘이었냐······?”
 
 “오빠!”
 
 “이크! 미, 미안해. 미안하다고! 내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말이야. 챙겨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이 오빠가 이렇게 빌 테니 그만 화 풀어라. 네가 화 풀면 이 오빠가 용돈 두둑이 줄게. 응? 응? 응?”
 
 정기 훈련을 받느라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했던 알렉스는 오늘이 스테파니의 졸업 파티가 있는 날이라는 것을 그만 깜빡하고만 것이다.
 
 “용돈? 얼마나 줄 건데?”
 
 오빠가 빈틈을 보이자, 그것을 빌미로 두둑하게 용돈이나 뜯어내자는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용돈 같은 것이야 자신이 달라고 하면 언제든 두둑하게 주는 오빠였지만, 이렇게 용돈을 뜯어내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오십 달러 줄게.”
 
 “흥! 겨우? 그게 뭐가 두둑이야?”
 
 “알았다. 그럼 백 달러 줄게. 그럼 됐지?”
 
 “흠~! 좋아! 까짓것 얼굴도 몸매도 마음씨도 착한 이 예쁜 동생이 봐준다.”
 
 “흐이그~! 여기! 나가자. 오빠가 학교까지 데려다 줄게.”
 
 알렉스는 지갑에서 10달러짜리 지폐 열 장을 꺼내 동생에게 건네주면서 테이블 위에 놓아 둔 자동차 키를 집어 들었다.
 
 “아냐, 친구가 차로 데리러 오기로 했어.”
 
 “친구? 남자 친구?”
 
 “응.”
 
 “호~! 어떤 놈이 우리 예쁜이를 꼬드겨 낸 거야?”
 
 “꼬드겨 내다니! 누가 군바리 아니랄까 봐!”
 
 “하하······.”
 
 삐~!
 
 두 남매가 이렇게 툭탁거리고 있을 때, 벨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어떤 녀석인지 오빠도 봐야겠다. 오빠가 문을 여마.”
 
 덜컹!
 
 “자넨 누구지?”
 
 마치 아버지 같은 말투와 행동으로 동생을 에스코트하기 위해 찾아온 동생 또래의 남자를 아래위로 살펴보는 알렉스였다.
 
 “아! 소라의 오빠 되는 분이시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 이진성이라고 합니다. 미국 이름은 로버트이지만 진성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닌 한국 청년이었다.
 
 “한국말을 잘하는군?”
 
 “예. 이민 온 지 오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어쨌든 잠시 들어오지.”
 
 “감사합니다, 형님.”
 
 서글서글한 눈매도 그렇고, 조금은 유들유들해 보이긴 하였지만, 이런 자리에 주눅 들 만할 텐데도 전혀 그렇지 않고 당당한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어서 와. 나 어때?”
 
 “와~! 정말 아름다운데? 하하! 이거 오늘 졸업 파티에서 소라 네가 가장 아름다울 것 같다.”
 
 “호호! 정말?”
 
 “물론이지.”
 
 “허이구······ 논다 놀아······.”
 
 “하하. 보기 좋죠, 형님?”
 
 “참 나······.”
 
 유들유들한 진성의 행동에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어서 가자. 더 있다가는 늦겠어.”
 
 “그래. 그럼 형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오빠, 나 다녀올게.”
 
 “아! 잠깐! 너희들 피임약은 챙겼냐?”
 
 “오빠!”
 
 “형님!”
 
 “왜 얼굴들을 붉히면서 소리는 질러? 괜히······.”
 
 “오빠! 바보!”
 
 “그, 그럼 저도 이만······.”
 
 “훗! 녀석들 순진하기는······.”
 
 장난삼아 한 말에 두 녀석이 얼굴이 벌겋게 돼서는 후다닥 도망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그래······ 너라도 그렇게 밝게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SEAL 대원이 되면서 이미 몇 차례 작전을 수행했고, 그의 손에는 적지 않은 피가 묻어 있었다.
 
 부모님의 복수를 하기 위해 해사에 가 해병대 장교로 복무하다가 SEAL팀에 지원한 이후, 알렉스에게는 더 이상 과거의 순수함이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만큼은 지금의 순수함을 아무쪼록 오랫동안 간직했으면 했다.
 
 “······이런! 벌써 끝이 나 가네······.”
 
 이미 열 번도 넘게 봐 대사까지 모두 외우고 있을 정도였지만, 매번 볼 때마다 흥미를 끄는 영화였다.
 
 “저런 기계 장치가 정말 있다면 좋겠군. 그러면 저 영화처럼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가 그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티브이 화면에는 주인공인 덴젤 워싱턴이 사고가 벌어지기 전 시간대로 돌아가 범인을 잡으려고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 순간으로.
 
 그날 아침 출근을 하시며 밝게 웃어 주셨던 그 웃음을 다시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
 
 “삼십 분 후쯤이면 수석 연구원이신 알버트 박사께서 도착하실 것입니다.”
 
 “알겠네. 박사가 도착을 하면 곧바로 경호원들을 배치해서 이곳으로 모셔 오도록 하게. 함께 백악관으로 갈 것이니 말이야.”
 
 “예, 제독님.”
 
 부관인 티모시 중위가 밖으로 나가자 그랜트 장군은 곧바로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예, 그렇습니다. 십여 차례 실행한 시뮬레이션 테스트 결과로는 성공 가능성이 99.8%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실행을 결정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예, 미스터 프레지던트. 그럼 곧 수석 연구원인 알버트 박사와 함께 상세한 보고를 드리러 백악관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럼 조금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NSA 국장인 미 해군 중장 토머스 그랜트 제독은 오늘 새벽 전해진 부관의 보고를 받고 밤새 잠을 설쳤다.
 
 지난 7년간 무려 2,100억 달러를 들여서 만든 그 장치가 드디어 개발은 물론 성공에 임박하였다니 역대 NSA 국장들 중에서도 가장 냉철하기로 유명한 그랜트 제독이었지만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그랜트 제독과 ‘데자뷰’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한 수석 연구원인 알버트 박사, 그리고 제독의 부관인 티모시 중위는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었다.
 
 “그럼 최대 여섯 명을 과거로 보낼 수 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수석 연구원인 알버트 박사가 대통령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장치를 정말로 만들어 내다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저희 연구자들 또한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믿기지 않는 것은 정작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알버트 박사 본인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백여 연구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박사님.”
 
 “감사합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그럼 잠시 자리를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예, 그럼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알버트 박사를 비롯한 모든 연구진의 그간의 노고에 대해 다시 한 번 치하를 한 후, 그를 내보내고 NSA의 국장인 그랜트 제독과 단독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
 
 “장치는 언제든 쓸 수 있는 것입니까?”
 
 “예, 미스터 프레지던트.”
 
 “솔직히 본인은 지금 조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그러실 것입니다.”
 
 911테러가 발생한 이후, 전임 대통령이었던 부시 대통령은 비밀리에 막대한 정부 자금을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였다.
 
 오래전부터 물리학계에서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실현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관련 이론들 모두가 아직은 가설일 뿐, 어느 것 하나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한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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