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나 혼자 역대급 귀환용사

1화

2018.08.27 조회 116,515 추천 1,336


 철부지 황제.
 
  철없는 황제.
 
  철딱서니 없는 황제.
 
  여러모로 철이 부족한 나의 별명들은 이 하나의 철로 종지부를 찍는다.
 
  최초로 대륙을 일통한 ‘철혈의 황제’.
 
  아우구스트 롱기누스.
 
  사실 이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이 더 길지만 그럼에도 ‘최강석’이라 불렸던 내 어릴 적 이름 역시 그리웠다.
 
  물론 이 말이 지금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이 세계의 용사로 선택되어 강제로 이 세계에 차원이동 당해버린 나 최강석.
 
  나를 차원이동시킨 전신의 대사제들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세계를 위협하는 지금의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전신(戰神)··· 즉, 전쟁의 신의 피를 이은 인간이 필요했단다.
 
  그런데 하필이면 전신이 다른 세계의 여인에게 홀딱 빠져 차원이동까지 결행했고, 갖은 구애 끝에 결혼해서 낳은 아이가 바로 나의 선조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전신이 아니라 병신이라는 게 내 생각이었지만 괜히 사실을 입밖으로 꺼냈다간 사달이 날 것 같았기에 잠자코 대사제들의 얘기를 들었다.
 
  한 마디로 나의 몸에도 전신인지 병신인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인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신의 핏줄을 잇는 인간의 소환 마법에 자신이 이곳으로 소환 당한 것이 가장 큰 증거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이 하나.
 
  왜 하필이면 나일까?
 
  분명 자신의 집안이 대한민국에서 뼈대굵은 헌터 집안인 것은 인정한다. 큰일이 생기면 대통령조차 직접 찾아와 문제를 논의할 정도니까.
 
  아버지는 현역으로 활동중이신 SS급 헌터에 어머니도 S급 헌터시고 삼형제 중 장남인 형은 가문에서도 10명밖에 배출되지 않았다는 SSS급 헌터다.
 
  동생은 아직 S급에 불과했지만(?) 20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장래가 유망한 초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였다.
 
  그에 반해 차남인 나는 어떤가?
 
  D급이다. 무려 D급! 그것도 성장 가능성이 0%인 D급 헌터!
 
  이것 역시 기록이라면 기록이었다.
 
  형은 가문에서 그나마 열 명이라도 배출된 적이 있는 SSS급이었지만 우리 가문에 D급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최초인 것이다!
 
  덕분에 집안의 수치, 가문의 망신, 벼락맞아 죽을놈, 숨쉬는 쓰레기, 인간 폐기물 등등··· 존재 자체만으로 결격 사유가 넘치는 인간 말종이 되어 버렸다.
 
  결국 개만도 못 한 삶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내 발로 집을 뛰쳐나와 힘들지만 홀로서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무엇이냐면 자신의 집안에는 이토록 재능이나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인재들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인간 말종이나 다름없는 내가 걸렸냐는 것이다.
 
  그에 대한 의문에 대사제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전신의 피는 주인을 고릅니다. 단순히 핏줄을 타고 났다고 해서 모두 전신의 피를 타고 나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 용사님의 집안이 좋은 능력을 타고날 수 있었던 이유도 전신의 피가 조금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전신의 피를 직접 타고 나신 용사님은 그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노력해도 강해질 수 없었던 것일까?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정말 죽을 각오로 노력하고 또 단련했다.
 
  밤샘은 패시브였고 피똥은 당연했으며 잠은 수련하다 기절하면 그게 잠이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그 자리에서 또 수련하길 반복하며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다른 평범한 인간들보다 조금 더 강해지는 것 정도로 성장이 멈추고 말았다. D급 헌터의 강함. 그 이상의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나의 울부짖음에 대사제들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방법이 잘못되었습니다. 범인의 노력으로 전신의 피를 일깨우려하니 오히려 그 피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되려 주인을 억제한 것입니다. 전신의 피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어줍잖게 그 힘을 일깨우는 순간, 육신이 붕괴하고 혼이 불타버릴 수 있을 정도지요. 때문에 피를 깨우는 올바른 방법과 올바른 단련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 방법을 이제부터 저희들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 결과, 나는 전신의 피를 온전히 각성하기 위하여 전신의 신전 팔라딘들 밑에서 몸과 마음을 다해 검과 심법을 단련했고.
 
  친애하는 동료들과 힘을 모아서 폭풍처럼 전장을 질타했으며.
 
  사랑하는 여인들을 만나서 불타는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어 마왕을 쓰러트리는 업적도 세웠다.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나를 좋아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세우고보니 모든 종족과 국가를 일통한 최초의 황제가 되버리기도 하였다.
 
  지금 떠올려 보면 하룻밤의 꿈같은··· 그야말로 저물기 직전의 타오르는 석양같은 삶이 아닐 수 없었다.
 
  되돌아보면 짧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렬하게 불타올랐던··· 나름 한 점의 후회도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증거로 보라!
 
  찾아올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발걸음한 수많은 사람들을······.
 
  “······너희들. 애도하러 온 거 아니었냐? 손에 든 그 샴페인은 뭐냐?”
 
  “뭐긴 뭐야. 너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러 가져온 거지. 자! 샴페인 터트린다!”
 
  이들은 안다.
 
  내가 죽어도 다른 세상에서 본래 나의 모습으로 다시 귀환한다는 사실을······.
 
  그게 나와 대사제들이 나눈 계약의 조건이었으니까.
 
  때문에 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나의 새출발을 축하해 주는 것일 터였다.
 
  “워후!! 야! 꽃가루는 안 뿌리냐?!”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놨습죠!”
 
  “술 가져와! 술! 술이 부족하다!”
 
  “요리도 좀 더 가져오고! 황궁이라 그런가? 이 집은 음식도 잘 하네.”
 
  함께 전장에서 생사고락을 넘었던 드워프의 왕이 맥주가 든 오크통에 머리를 처박고, 한 때는 뜨거운 사이였지만 지금은 친구로 남아준 엘프의 여왕이 우아하게 손을 들어 음식을 주문한다.
 
  “저기, 얘들아? 그래도 여기서는 진짜 죽는건데 조금은 슬픈 척이라도······.”
 
  “응? 뭐야? 너 아직 안 죽었어? 난 또 닥치고 있길래 죽은 줄 알았지. 크하하하!!”
 
  “······개새끼.”
 
  그래.
 
  인정한다.
 
  이곳에서 살아 오면서, 이들에게 할 짓 못 할 짓 많이 해왔던 거. 솔직히 반성한다.
 
  그래도 그렇게 심한 짓은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엘프 여왕의 허리에 밧줄 하나 매달아서 천년미궁에 던져 넣은 거?
 
  고작해야 트롤 로드의 전신에 소피를 뿌려 레드 드래곤을 유인한 거?
 
  지금 생각해도 조금 심하다 싶은 건 심해 왕국을 찾기 위해서 쪽배에 드워프왕을 태워 바다 한 가운데에 방치한 것 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심해 왕국의 위기를 구하고 동맹을 맺지 않았던가?
 
  물론 그때 쪽배에 태웠던 드워프왕의 ‘야! 이 미친새끼야! 나 수영 못 한다고!!’라는 비명은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고보니 마왕성 앞에서 급똥이 마려워 화장실 갔다 온 것도 있구나. 그래도 그건 내 잘못이 아니지. 나는 분명 기다리라고 했는데 지들이 멋대로 쳐들어갔다가 개박살난 거니까. 잠깐··· 내가 기다리라고 말 했던가? 죽을 때가 다 되서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우리의 철딱서니··· 아니, 철없는··· 이것도 아니지, 철부지······.”
 
  “철혈!”
 
  “아 그래. 철혈. 대륙을 일통하고 모든 종족의 규합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철혈의 황제! 아우구스트 롱기누스 폐하의 위대한 새출발을 위하여 건배!”
 
  “건배!!”
 
  “······아주 뒈지라고 고사를 지내지. 차라리.”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간다. 가. 이 새끼들아.
 
  그러니까 그렇게 웃으면서 울지 마라.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지잖냐.
 
  ‘새끼들아. 너희들 덕분에 즐기다 간다······.’
 
  나는 결국 마지막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고 그렇게 눈을 감았다.
 
  이제 나는 돌아갈 것이다.
 
  전신의 피를 각성시키는 방법을 가지고··· 만년 D급 헌터였던 최강석으로!

댓글(120)

변진섭    
앞으로 스토리 전개 기대할게요.
2018.08.27 18:02
김판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재미있는 작품 만들어 보겠습니다 ㅎㅎ
2018.08.27 20:13
열파참    
병신...전신... 그래도 선조분을 ... 병신이라니
2018.08.31 18:17
물물방울    
10번째로 재밌어요. 연재 시작을 축하합니다.
2018.08.31 19:55
[탈퇴계정]    
웃으면서 울지마라ㅜㅠㅠㅠ
2018.09.02 12:14
n5***************    
병신이라해도 되지 얼굴도 본적없는 선조때문에 난데없이 납치당했는데;; 심지어 출생의 비밀도 그냥 다른차원의 여자랑 섹스해서라니;;
2018.09.03 23:31
뢰베    
죽더라도 아공간이라도 들고가쟈ㅋㅋ
2018.09.04 11:28
항마력3성    
좋음 !!
2018.09.04 18:08
전재환    
오호
2018.09.08 16:57
데르데르곰    
철없음을 강조하니... 진지한 분위기는 아닐듯?
2018.09.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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