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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대공 1화

2018.10.04 조회 2,748 추천 17


 [지장대공 1화]
 
 
 
 
 
 
 序
 
 
 “지장보살地藏菩薩을 아냐?”
 “사람을 바보로 아나. 세상에 지장보살을 모르는 사람도 있소?”
 “그래? 그럼 지장보살을 범어梵語로 뭐라고 부르는지도 알겠구나?”
 “범어? 제길! 지장보살도 상관없는 판에 범어는 알아서 뭐에 쓰겠다고······.”
 “이놈아, 이곳에 왔으면 구주팔황九州八荒 모든 문자를 깨쳐야 한다. 여기서 할 일이 바로 그거야. 세상의 모든 문자를 배우기 전에는······ 흐흐흐!”
 “됐소. 그냥 지장보살이 범어로 뭐다 하고 한마디만 하쇼. 나이 들면 말만 많아지나 무슨 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그래, 지장보살이 범어로 뭐요?”
 “크시티가르바.”
 “크······시티가르바?”
 “흐흐흐!”
 “크시티가르바. 크시티가르바. 크시티가르바. 어감語感이 너무 평이해서 금방 잊어버릴 것 같은데. 크시티가르바.”
 그는 크시티가르바를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노인, 오른팔이 어깻죽지에서부터 잘려 나간 노인이 말했다.
 “그건 나중에 외우고······ 지장보살이 어디 사는지는 아냐?”
 “내 참, 살다 살다 별······ 이제는 지장보살이 어디 사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거요?”
 “그놈 참 말 많네. 네놈 말마따나 어디 사는지만 말하면 될 것을. 모르면 모른다고 해, 인마!”
 “그래, 모르겠소. 도대체 지장보살이라는 그 양반은 어디 산답니까!”
 “크크크!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지옥이다, 지옥! 그 양반이라는 분, 지옥에 사신다.”
 “하하! 지장보살이 무슨 죄를 지으셨기에 지옥에 끌려가셨을까?”
 “아휴! 이놈 정말 무식하네. 너 손 좀 많이 봐야겠다. 사람 되려면 아주 힘들겠어.”
 “그렇게 힘들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관두시든가.”
 “그놈 말본새하고는······ 지장보살은 말이다. 죄인을 구하기 위해서 스스로 지옥에 가신 분이다. 지옥에 빠진 인간들을 모두 구해 내고 가장 마지막에 부처가 되겠다고 서원을 세우신 분이지, 크크! 지금 이 순간에도 죄인들을 구해 내고 있을걸.”
 “아! 좋은 양반이구먼. 그런데······ 그 말은 왜 하는 거요?”
 “그러게 말이다.”
 “허! 그럼 내가 지장보살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뭐요?”
 “생각해 보니 굳이 알 필요 없는데, 내가 왜 말했을까?”
 “뭐요!”
 
 ***
 
 “대공(大公 : 군주)이란 말을 아냐?”
 보통 사람보다 몸집이 두 배는 더 뚱뚱한 노인이 말했다.
 “대공이 아니라 대형大兄이겠지.”
 “크크큭! 이놈······ 네놈이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모르면 그냥 ‘모릅니다.’ 하면 되는 거야.”
 “모릅니다. 됐소?”
 “키키! 대공은 황제皇帝를 일컫는 말이다.”
 “여긴 왜 이렇게 처음 듣는 말들이 많아.”
 “대공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 쓰는 말이 아니다. 천축天竺 저 너머······ 아주 먼 곳에 구주歐洲란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대공국大公國이란 나라들이 있어. 황제를 대공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이지. 크크크! 몰랐지?”
 “그렇게 말하니까 꼭 정말 같네.”
 “정말······ 같네? 미친놈. 어리석은 놈은 손에 떡을 쥐여 줘도 몰라요.”
 “대공국······ 대공국이라······.”
 “이놈아, 나라 이름이 대공국이 아니야! 대공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해서 대공국이야!”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우리가 쓰지도 않는 말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뭐요?”
 “누가 알아야 하냐고 물었냐? 아느냐고 물었지.”
 
 ***
 
 “지장대공地藏大公이란 말을 아냐?”
 “지겹네. 또 알 필요 없는 말······.”
 “이놈아!”
 철커덩! 철렁!
 노인이 거칠게 움직였다. 그 바람에 손발을 묶은 쇠사슬이 요란한 쇳소리를 냈다.
 노인의 두 눈에서 흉흉한 빛이 발산되었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지장대공이라는 말을 알 필요가 없다고 할 때, 노인이 떠올린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잠시 후, 노인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놈아, 지장대공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굉장히 차분해진 음성이다.
 “아, 알았소. 알면 될 것 아니오. 지장대공이 뭐요?”
 “궁금하냐? 크크! 카카카! 카카카카! 크크크! 카카카카!”
 노인이 즐거운 듯 혼자 낄낄대며 웃었다.
 지장대공의 말뜻도 풀이해 주지 않고, 지장대공이 뭘 말하는지도 가르쳐 주지 않고······ 정신없이 웃기만 했다.
 “카카카카! 키키킥······.”
 
 
 
 第一章 절부切膚-살을 에는 듯한 사무침 (1)
 
 
 
 
 
 
 꽈앙!
 갑자기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이 울렸다.
 화약이 터진 것 같기도 하고,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친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소리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거센 굉음을 듣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쫙 끼쳤다.
 “어이쿠!”
 “헉! 뭐야?”
 깊은 산속에서 벌목을 하던 벌목꾼들이 일제히 손을 놓고 주위를 돌아봤다.
 “이게 무슨 소리야?”
 “몰라, 바위가 굴러떨어진 건 아니지?”
 “바위가 떨어진 정도로는 땅이 이렇게 안 울리지. 지진 아냐?”
 “글쎄? 지진인가?”
 벌목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굉음이 크기는 했지만 지진 소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진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지축을 뒤흔든 흔들림은 어느 지진 못지않게 컸다.
 그때였다.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가 또 한 번 터졌다.
 우르릉! 꽈앙! 우직! 우지직!
 이번에 들린 소리는 단순한 굉음이 아니다. 나무가 부러지고, 바위가 굴러떨어졌다. 분명히 산의 일각이 무너지는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엇! 뭐야! 곰들이라도 나타난 거야?”
 “저쪽이닷!”
 그들은 소리가 난 방향을 알아냈다.
 설마 벌목꾼이 나무 부러지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겠나. 톡 하고 가지 꺾이는 소리만 들려도 어디서 어느 정도 굵기의 나무가 부러지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낸다.
 후다다닥!
 그들은 험한 산비탈을 한달음에 치달려 올라갔다.
 산에서 굉음이 일어났다. 천 년쯤 묶었음 직한 거목들이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갔다.
 이런 일들은 곧바로 벌목꾼들의 안위에도 작용한다.
 무슨 일인지 알아야 한다!
 “어! 저 저저······!”
 “앗! 위, 위험해!”
 산비탈에 올라선 사람들은 일제히 한곳을 주목했다. 그리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험하기 이를 데 없는 곳, 소달구지조차 지나갈 수 없는 험난한 곳에 난데없이 이두마차가 나타났다.
 이런 깊은 산에 저런 마차가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팟!’ 하고 솟구쳤나? 도대체 어떻게 이런 험난한 곳에 마차를 몰고 왔을까?
 벌목꾼들은 깊은 산에 마차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이것은 상식이 아니다. 그러니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아니, 그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이해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조차도 없었다.
 우두 두두두!
 마차가 절벽을 향해 치달려 갔다.
 벼랑 끝, 낭떠러지······ 떨어지면 말이고 마차고 가루가 될 수밖에 없는 천장단애로 치달려 갔다.
 성백산筬白山은 다른 산에 비해서 기암奇巖과 단애斷崖가 유독 많다. 오죽하면 성백산이라는 이름 대신 절단산絶斷山이라고 불릴 정도다.
 마차는 절단산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 죽음의 단애라고 불리는 삭단애削斷崖로 치달려 가고 있는 중이다.
 “위험해! 그쪽은 절벽이야!”
 “마차를 돌려! 마차를 돌리라고!”
 벌목꾼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처음에는 한두 명이 지르기 시작하다가 곧 전체가 한목소리가 되어서 소리를 질렀다.
 “마차를 돌려! 그쪽은 낭떠러지라니까!”
 마차에 사람이 없는 것일까? 사람은 사라지고 말과 마차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인 듯한 인형이 보였다. 언뜻 마차 앞쪽, 어자석 쪽에서 사람처럼 보이는 물체가 어른거렸다.
 두두두 두두······!
 마차는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험한 산길을 잘도 질주해 간다. 한 치도 망설이지 않고 천장단애를 향해 질주한다.
 “위험해! 위험하다니까!”
 벌목꾼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마차는 그들의 고함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애를 향해 질주했다. 그리고······.
 히히힝! 히이잉!
 두 필의 말이 힘차게 허공으로 도약했다.
 등에 날개가 달렸다는 전설의 말처럼······ 마차를 이끌고 허공으로 쭉 달려 나갔다.
 아니다. 말에 날개가 달렸을 리 없다. 말과 마차는 곧바로 낭떠러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히이잉! 히잉!
 말의 울음소리가 처량하게 느껴진다 싶은 순간······.
 꽈앙! 후두두둑! 투두두둑!
 낭떠러지 아래쪽에서 무엇인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 저······.”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어떤 미친놈이 마차를 저런 식으로 모는 거야!”
 “한데 마차가 여긴 어떻게 나타난 거지? 이런 곳에 마차를 몰고 올 수 있나? 마찻길이 없잖아? 저거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앞쪽에 있는 사람이 산비탈을 구르다시피 달려 나갔다.
 혹여 살아 있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구해야 한다. 저런 절벽에서 떨어졌으니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혹여 산 사람이 있다면······.
 그러나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해서 멈춰 서야만 했다.
 스읏! 스스스슷!
 유령이 사방에서 불쑥불쑥 솟아나기 시작했다.
 나무 뒤에서, 바위 뒤에서, 땅속에서도 검은 그림자가 쑤욱 솟아 나왔다.
 “헉!”
 “뭐, 뭐야. 뭐야, 이것들은!”
 벌목꾼들은 위험을 느끼면서 둥글게 뭉쳤다.
 검은 복면, 검은 옷······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 천으로 감싼 신비인들!
 눈동자만 빼놓고 살이 드러나는 모든 부분을 검은 천으로 가렸다.
 직감적으로 이들은 무척 위험한 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좋지 않은 일로 나타났을 게다. 아직 병기를 뽑은 것은 아니지만, 가로막은 사실 자체가 위협을 내포하고 있다.
 “당신들 뭐야! 뭔데 앞길을 가로막고 그래!”
 가장 앞장서서 산길을 치달려 가던 장한이 거칠게 물었다.
 벌목꾼들은 직업적인 특성상 거친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서 사람을 때리거나 죽인 후에 도망쳐 온 도망자들도 꽤 있다. 사기꾼에, 도둑에······ 깊은 산에 틀어박혀서 거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막장에 몰린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데······.
 스스슷! 스스스슥!
 앞을 가로막은 복면 사내들이 쾌속하게 비산했다.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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