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주식의 신

1화 첫걸음(1)

2018.10.11 조회 77,352 추천 675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3번의 기회가 온다고들 했다. 그 기회가 온지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회가 왔음에도 잡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기회를 잡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기회란 어떻게 오는 것일까? 기회가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대부분 모른다고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기회가 온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고 끝까지 버텨 바닥까지 쪽쪽 빨아 먹을 자신도 있었다. 기회가 오기만 한다면 그리 할 것이다. 기회가 오기만 한다면······.
 
 덜컹 덜컹.
 
 이제 막 철교를 건너가는 지하철의 창밖을 바라보던 이상훈은 대충 아무 곳에나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이 시간대의 지하철은 한가했다. 출근 시간이 대충 지난 오전 10시의 지하철. 이상훈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 사람들은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 잠시 상상을 했다.
 
 머리를 잘 말아 올린 아주머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것 같고 서류 가방을 들고 어딘가로 연신 전화를 하는 남자는 거래처에 볼일을 보러 가는 것 같았다. 의자에 앉아서 책에 눈을 못 떼고 있는 친구는 자기와 같은 대학생으로 비쳤다.
 
 ‘다들 바쁘구나.’
 
 이상훈은 잘 다려진 양복을 입고 있는 사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잠시 바라봤다. 이 시간에 회사를 갔다 볼일을 보러 나오려면 얼마나 바쁘게 움직여야 할까. 그가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이상훈은 지하철 천장을 올려다봤다.
 
 재수를 하고 입학한 대학교. 1학년이 끝난 뒤에 군대 입대하기 전까지 놀다가 입대를 하고 나니 제대하고 시간이 어중간해져 버렸다. 다시 또 놀고 2학년 1학기부터 복학을 하자니 가뜩이나 재수를 하며 버린 시간이 아까웠고 바로 복학을 하자니 남들과 같이 2월 졸업이 아니라 코스모스 졸업을 하게 생겼다. 한동안 고민을 하던 이상훈은 반년이라도 빨리 사회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복학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그게 패착이었다. 남들과 같은 졸업 시즌에는 그래도 취업의 문이 어느 정도는 열려 있었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졸업이라 취업의 문은 보이지가 않았다. 물론 이상훈이 적극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아 이상훈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상훈의 눈에는 취업할 만한 문이 보이지 않았다.
 
 같이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은 모두 졸업하여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이상훈은 홀로 마지막 학기를 쓸쓸히 다니는 중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학기라 겨우 9학점만 이수해도 되었기에 학교에 가는 둥 마는 둥 하는 중이지만, 이조차도 이상훈에게는 곤욕과도 같았다.
 
 남자라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고등학교 때 이과를 들어가 대학교의 과를 전자과로 정해 진학했다. 전자과가 뭘 하는 학과인지도 모르고 들어간 것이다 보니 학교에 다니는 4년 동안 흥미를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반도체 공정을 배우는 도중 갑자기 프로그래밍을 알아야 한다며 커리큘럼에 c가 추가되기도 했으며, 다음 학기에는 생뚱맞게 통신 수업을 들어야 했다. 수업은 죄다 수학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게 주였으며 이상한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부였다. 이상훈은 8학기 동안 자신이 무얼 배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전자과 출신은 필수교양만 듣고 나머지 학점을 모두 전공으로 쓸어 넣어도 모자란다는 말, 실제로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그리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더니, 학점과 지식이 바닥을 기어버렸다. 그렇게 다닌 학교는 이상훈에게 두 번의 학사경고를 상을 주듯이 내려주었고, 이상훈은 학사경고를 당연하듯이 받아들였다. 결국 졸업을 앞둔 지금 학점은 1점대를 겨우 넘는 수준의 처참한 수준을 넘나들고 있었다.
 
 ‘에휴. 모르겠다.’
 
 지금까지 낸 등록금이 아까워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그에게 학교란 이력서 대졸란에 체크를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상훈은 눕듯이 앉은 자리에서 멍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다 지하철 선반 위에 올라가 있는 신문을 보게 됐다. 학교까지 몇 정거장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 앉아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신문이나 보자는 생각에 곱게 접혀 있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신문의 1면에는 한미 FTA의 협상이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뉴스가 크게 적혀 있었다.
 
 ‘FTA? 많이 들어보기는 했는데······.’
 
 이상훈은 익숙한 단어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 다음 장으로 넘겼다. 그곳에는 FTA 관련 뉴스로 전국에서 FTA를 반대한다는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여야 각 의원이 FTA 협상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기사가 엮여있었다. 그에 화답하는 듯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이익이 안 되면 협상을 안 하겠다는 이야기도 같이 적혀 있었다.
 
 ‘알 게 뭐야.’
 
 이상훈에게 FTA란 먼 이야기였기에 신문을 빠르게 넘겨 스포츠면을 탐독했다. 이상훈에게 있어서 신문이란 스포츠와 연예가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정치나 경제는 읽어도 잘 모르겠는 것투성이였기에 이상훈에게는 관심 외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신문을 보던 이상훈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저씨를 보게 되었다. 반쯤 풀린 넥타이에 양복 이곳저곳이 구겨져 있는 것이 회사에 다니는 사람 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잘 다린 양복을 입은 남자와 여실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 아저씨는 불편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볼펜으로 신문의 무언가에 열심히 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고 있었다. 이상훈은 다 큰 어른이 논술 공부를 하는 아이처럼 도대체 신문을 들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눈을 치켜떠 신문의 어느 면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자신의 들고 있는 신문으로 그곳을 펴봤다.
 
 ‘이거 뭐야?’
 
 알 수 없는 난수표들이 신문 양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글자 크기도 너무 작게 쓰여 있어 신문을 눈앞에까지 가져다 대야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빼곡하게 글자와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갑자전자 [전일 종가-2,500원 금일 종가-2,525원 1% 상승]
 유니온전자 [전일 종가-30,000원 금일 종가-30,000원 보합]
 화이화장품 [전일 종가-15,000원 금일 종가-14,350원 5% 하락]
 
 ‘뭐라는 거야?’
 
 이상훈은 알 수 없는 숫자에 상승이니 하락이니 같은 글자만 빼곡히 쓰여 있는 면을 내려보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저씨를 다시 쳐다봤다. 그 아저씨는 천하에 다시없는 예언서를 탐독하듯이 신중한 표정으로 관련 면을 읽고 있었다.
 
 어떤 곳에는 동그라미를 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첩에 무언가를 옮겨 적기도 했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받침도 없이 열심히 하는 것이 수능을 준비하는 고3 저리 갈 정도의 집중력이었다.
 
 ‘내 참 이게 뭐라고 줄까지 쳐가면서 보는 거야? 에휴. 저러니 회사에서 잘리지.’
 
 이상훈이 알고 있는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주변에 주식을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중에 자신의 부모님도 계셨지만, 자신만큼은 주식에 발을 디디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도박 같은 것에 빠져들지 않을 자신이 이상훈에게는 있었다.
 
 이상훈은 금세 관심이 식어 신문을 접어 선반 위에 놓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어느새 내려야 할 정거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날씨는 죽이네. 이런 날 데이트나 해야 하는데······.’
 
 오늘따라 군대 있을 때 도망간 전 여자 친구가 더 생각이 났다.
 
 막 봄에 접어든 날씨는 상쾌한 기분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이상훈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훈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코스모스 졸업으로 이번 학기가 마지막인 이상훈에게는 이제 취업이라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어영부영 학교에 다닐 때는 취업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다 보니 시간의 흐름에 똥줄이 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은 학과장이라도 만나러 가봐야겠다. 어디 좋은 자리 나온 게 있으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애원해야겠어.’
 
 교수가 추천해주는 회사에 입사한 친구들을 비웃었던 자신의 과거가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이상훈의 입장에서는 그조차도 감지덕지였다. 학교 다닐 때 학과장하고 좀 친하게라도 지낼 걸 그랬다는 마음으로 이상훈은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
 
 똑 똑 똑.
 
 “계세요?”
 
 이상훈은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아 문 앞에 귀를 기울여 봤다.
 
 웅성웅성.
 
 안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사람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상훈은 손잡이를 조심히 돌리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혹시라도 회의하는 도중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는데, 안에서의 상황은 생각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열린 문 너머로 한 명의 남자를 가운데 두고 세 명의 여자들이 모여 서로 깔깔대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고 떠드는 그들은 노크 소리도 듣지 못하고 떠드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이상훈이 인사를 하자 그제야 그들은 시선을 이상훈에게로 돌렸다. 그들은 인사를 받는 도중에도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있는 것으로 이상훈이 오기 전까지 재밌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상훈의 인사에 남자가 아는 체를 했다.
 
 “어. 상훈이 왔냐? 오랜만이다.”
 “네. 안녕하셨어요?”
 
 같은 과의 2년 선배로 지금은 학과장의 LAB 실에 들어가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선배였다. 얼굴만 알고 마주치며 몇 번 인사만 한 게 전부인 남자 선배였다.
 
 이상훈은 여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같은 과 3학년들로 이들도 남자 선배와 마찬가지로 이름과 얼굴만 알고 지나가며 인사만 하는 존재일 뿐, 특별한 친분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아이들이었다.
 
 여자 후배들은 이상훈의 시선에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를 했고 이상훈도 마주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아줬다.
 
 이상훈과 인사를 나눈 여자 후배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 남자 선배에게 말을 걸었다.
 
 “호호호. 그래서요? 어떻게 됐는데요? 네? 빨리요. 빨리 이야기 해주세요.”
 
 여자 후배들이 대학원 선배에게 콧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애교에 가까운 애원을 하고 있었다. 옅게 화장을 하고 수수한 면티에 약간은 빛바랜 잠바를 입고 있어 외모는 별로였지만 목소리만큼은 간드러져 듣고 있는 사람의 가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이상훈이 이럴진대 당사자인 남자 선배는 얼마나 좋겠는가? 남자 선배의 얼굴에는 꽃이 피고 있었다.
 
 “아 그래서 내가 잽싸게 산 거 아니겠어. 이런 회사는 꼭 사야 하는 거야. 주식이란 게 그렇거든. 차트를 분석하고 회사의 미래가치를 냉정하게 판단한 뒤에 매수할 때는 동물적 감각으로 팍. 한 번에 매수하는 거야. 이것저것 재는 것은 사전에 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그다음부터는 감각. 감각을 타고나야 할 수 있는 거야. 하하하.”
 
 손짓까지 해가며 여자애들 앞에서 대학원생은 한껏 폼을 잡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자 후배들은 손까지 모으고 연예인을 바라보는 듯한 눈길로 선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훈의 눈에는 여자 후배들의 눈이 하트 모양으로 보였다.
 
 “너희들도 내 성격 알지? 내가 삘이 팍하게 오면 나는 주저하지 않거든. 그냥 확 매수했지. 그리고 묵혀뒀어. 주식은 장기로 보고 가야 해. 짧게 샀다 팔았다 하면 돈 못 벌어. 길게 가야 돈 된다니까. 주식 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은 다 길게 가지고 가는 사람들이야. 워렌 버핏이라는 사람 들어봤지?”
 
 곁에서 듣고 있던 이상훈도 뉴스에서 가끔 듣는 인물이었다. 주식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는 인물. 그러나 이상훈과 달리 여자 후배들은 이름을 잘 모르는지 맹한 얼굴로 대학원생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댓글(42)

blackbot    
????2500원에서 10프로상승이면 2750원아닌가
2018.10.31 18:54
미스터바람    
첫번째 문장부터가 매끄럽지 않네요. 문법이 엉망이에요..
2018.11.29 22:05
소카이    
??? 걍 대학가서 공부안한걸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말하네
2018.12.02 21:55
[탈퇴계정]    
그냥 멍청하고 게으른걸 변명만 많네
2018.12.03 14:06
창든꿀벌    
주식에 관련된 이야기지만 50화까지 내용으론 전문가고 뭐고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주식 만류 소설. 주인공이 주식 관련된 사건, 사고들에 처음에는 천천히 하지만 진행될수록 점점 빨려들어가네요.
2018.12.04 00:33
딤승    
일점대면 걍 버러지인대
2018.12.07 16:35
OLDBOY    
잘 보고 있습니다.
2018.12.09 19:57
헌타    
1점은 어떻게해야 나오는거임? 대학왜간거야? 돈 똥통에버리려고 재수해서 대학갔나
2018.12.14 18:12
레인Rain    
건필요
2018.12.16 23:32
캔커피중독    
워렌 버핏 모르는 대학생이 어딨냐!
2018.12.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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