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천마록

1화

2018.10.12 조회 2,494 추천 11


 오래도록 양립하지 못했던 무림.
 
 
 
 정파 태검문과 사파 흑무련의 사소한 다툼이 혈전으로 번졌다.
 
 
 
 그것은 마치 메마른 숲에 불을 지른 것과 같았다.
 
 
 
 타오르는 전화의 불꽃은 삽시간에 전 무림을 집어삼켰고,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무림 곳곳에서 정사 간에 유혈참극이 벌어졌고 수많은 무림인이 죽어 나갔다.
 
 
 
 정파는 그것을 무력을 앞세워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허나 그들의 경솔한 판단은 더 큰 재앙을 일으켰다.
 
 
 
 이백 년 동안 잠잠하던 마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수천 명의 마인들을 앞세운 마교가 마교천하를 부르짖으며 무림에 발을 들여 놓았다.
 
 
 
 마교의 발호.
 
 
 
 결국 정사대전이 시작되고야 말았다.
 
 
 
 정파인들은 경악했다.
 
 
 
 수백 년간 그들이 무림 땅을 밟은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
 
 
 
 하나, 그 두 차례뿐인 혈난을 무림인들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들에 맞서기 위해 노고수와 기인이사 들이 은거를 깨고 현역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마교의 삼차 침공이 시작된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유혈대전은 그칠 줄 몰랐고, 수많은 목숨들이 끊어졌다.
 
 
 
 작은 군소 방파들은 살아남기 위해 거대 방파 아래로 모여들었다.
 
 
 
 흩어져 있으면 그저 마교의 먹잇감만 될 뿐.
 
 
 
 힘을 가진 자들의 비호 아래 뭉쳐야만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여든 이들은, 모두 입을 열어 말하진 않았지만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둘 중 하나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라져야 할 대상이 자신들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살육을 멈출 수 없다는 것.
 
 
 
 자신들이 살기 위해선 단 한 가지 살길밖에 없었다.
 
 
 
 멸살(滅殺).
 
 
 
 오롯이 둘 중 하나는 없어져야 이 혈극이 막을 내릴 터였다.
 
 
 
 
 
 
 
 오 년 동안 계속된 정사대전.
 
 
 
 치열한 살육의 나날이 일 년이 되고, 이 년이 되더니, 어느덧 오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절반이나 바뀔 정도로 쉼 없이 싸워 온 것이다.
 
 
 
 그런 그들 모두 매우 지쳐 있었다.
 
 
 
 수많은 고수가 흙이 되었고, 수많은 문파와 무학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미래에 무림을 이끌어야 할 어린 동량마저 잃은 채, 서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서로에게 남은 것이라곤 지칠 대로 지친 몸뚱이와 흉하게 이가 나가 버린 낡은 검 한 자루뿐.
 
 
 
 이제 그들도 이 지긋지긋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고 싶었다.
 
 
 
 때마침 관(官)에서 적극적인 중재를 나섰다.
 
 
 
 정과 사는 서로 못 이기는 척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마침내 길고도 길었던 혈전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수 년 동안 계속되어 온 정사대전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끝날 순 없었다.
 
 
 
 관부의 약조도, 상호 간에 불가침 조약도 오 년간이나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했던 그들에게는 못 미더울 뿐이었다.
 
 
 
 말마따나 언제 뒤에서 칼을 찌를지 모르고, 깊이 잠든 사이 목을 따일지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여 그들은 모종의 결의안을 내놓았다.
 
 
 
 그것은 정사 양측의 가장 높은 권력자의 혈육을 인질로 교환하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에 무림맹주는 난색을 표명했다.
 
 
 
 자식이 많아 고민인 마교의 교주와 달리, 그에게는 사내아이 단둘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는 그에게 인질 교환을 종용했고, 결국 그도 그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정도 무림의 맹주라는 허울이, 아버지로서의 인륜을 저버리게 만든 것이다.
 
 
 
 무림맹주 장천우는 장남 장천신과 막내 장천명를 두고 고심해야 했다.
 
 
 
 열 손가락 중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는가?
 
 
 
 하나 그중 하나는 사지로 내몰아야만 했다.
 
 
 
 그의 고뇌는 의외로 짧게 끝났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막내 장천명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무공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는 형과 달리 천명은 병약하여 무공에는 하등 관심도 없었고, 학문에만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천명은 철없는 어린 나이에 마교의 십만대산(十萬大山)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당시, 그의 나이 여덟 살이었다.
 
 
 
 1. 운명(運命)
 
 
 
 
 
 
 
 
 
 
 
 “대호야 앞으로 내가 없어도 잘 지내야 해.”
 
 
 
 “끄응······.”
 
 
 
 대호(大虎).
 
 
 
 한낱 하룻강아지에겐 과분한 이름이었다.
 
 
 
 대호란 이름의 새하얀 강아지는 마치 자신의 주인과 이별을 아는 양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아이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너도 나랑 헤어지기 싫지? 그렇지?”
 
 
 
 왕! 왕!
 
 
 
 아이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래······. 나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
 
 
 
 “도련님 더 이상 지체하실 시간이 없습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네, 할아버지······.”
 
 
 
 나이 지긋한 호위 무사의 재촉에 아이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대호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다.
 
 
 
 “잘 있어, 대호야.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끄응, 끄응······.
 
 
 
 “할아버지, 대호 잘 부탁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련님. 제가 밥도 잘 챙겨 주고 병나지 않도록 잘 보살피겠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소중히 키우던 강아지와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기나긴 이별을 해야만 했다.
 
 
 
 
 
 
 
 장천명을 태운 마차가 정도수호대의 철통같은 호위 속에 몇 날 며칠을 달려 도착한 곳은 호남성(湖南省) 동정호 인근의 넓은 평원이었다.
 
 
 
 그곳엔 이미 수많은 무림인이 각 문파의 깃발 아래 도열한 가운데, 숨 막히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정사 모두 오랜 전쟁으로 지쳐 보였지만 눈빛만은 살기로 가득했고, 살의는 하늘에 닿을 지경이어서 날짐승조차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했다.
 
 
 
 그 가운데 무림맹주이자 천명의 아버지인 매화검황(梅花劍皇) 장천우가 서 있었다.
 
 
 
 “천명아, 너는 곧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 잘하고 있어라. 알겠느냐?”
 
 
 
 비록 나이는 어리나 어른 못지않게 총명한 천명.
 
 
 
 그것이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허언임을 알면서도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예, 아버님.”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내 아들이지.”
 
 
 
 장천우는 따뜻한 표정으로 장천명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진정 이별의 시간이 되었다.
 
 
 
 마교 측으로 끌려가던 천명은 맞은편에서 오는 자기 또래의 소년을 볼 수 있었다.
 
 
 
 “······.”
 
 
 
 “······.”
 
 
 
 둘 사이에 오간 건 침묵뿐이었건만, 둘은 속으로 서로가 너무나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무공을 익힌 흔적 따윈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말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우악스러운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각기 다른 곳을 향해야 했다.
 
 
 
 
 
 * * *
 
 
 
 호남성에서 정사의 휴전 협정이 한창일 때, 태산에 위치한 마교의 석실 안에서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다섯 명의 마인들이 은밀한 밀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밀담의 주제는 역시나 휴전협상에 관한 것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서 휴전이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들이 조금 더 상잔해 줬으면 좋겠는데 뭔가 좋은 대안이 없겠습니까? 제갈독천 장로님.”
 
 
 
 “흠, 대안이라······.”
 
 
 
 열띤 논쟁 중인 그들 사이로 피같이 붉은 적색 장삼을 입은 노인이 눈을 감은 채로 여유롭게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끌끌끌······ 무공밖에 모르는 멍청한 천마(天魔) 놈들이 이번만큼은 여우같은 짓을 했군. 그토록 어렵게 마정대전(魔正大戰)을 일으켜 정파 놈들과 엮어 넣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종결시킬 줄이야.”
 
 
 
 “주교님, 정사가 휴전에 들어가면 천마 놈들은 십 년 안에 예전에 세를 회복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기회란 영원히······.”
 
 
 
 “반드시 휴전을 막아야 합니다.”
 
 
 
 “막아야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적색 장삼 노인이 서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석실에 모인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다들 붉은 장삼의 노인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는 능히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자였다.
 
 
 
 피도 눈물도 없기로 유명한 마교의 서열 삼 위.
 
 
 
 그가 바로 목명살귀(目瞑殺鬼) 야율천이었다.
 
 
 
 비록 서열 삼 위라 하나 그는 현 마교의 실세였나 다름없었다.
 
 
 
 특히 그가 가진 천마안은 마교 안에서도 늘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천마안(天魔眼).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천마안은 양부모가 마공을 극성으로 연성했을 때만 매우 희박한 확률로 나타나는 괴공이었다.
 
 
 
 천마안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마교 내에서 대단한 지위와 부를 약속받았다.
 
 
 
 그만큼 천마안이 대단한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공포를 더욱 증폭시켜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능.
 
 
 
 그것이 바로 천마안의 권능이었다.
 
 
 
 천마안 앞에 노출된 수많은 정파 무림인들은 본신 실력에 삼 할도 채 발휘하지 못하고 목을 내놔야만 했다.
 
 
 
 그가 눈을 뜨자 엄청난 마기가 장로들에게로 쏟아졌다.
 
 
 
 살이 에는 듯한 마기.
 
 
 
 극마에 오른 야율천의 천마안에서 뿜어지는 진청(眞淸)마기였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말은 과연 허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입에서 쏟아진 말은 그의 눈빛만큼이나 잔인한 것이었다.
 
 
 
 “죽여라.”
 
 
 
 야율천의 한마디에 장내 분위기가 더욱 싸늘해졌다.
 
 
 
 “맹주의 혈육을 죽이란 말씀이시온지······?”
 
 
 
 “그렇다. 죽여서 다시 마정대전을 일으켜라.”
 
 
 
 “하, 하오나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 사료되옵니다. 중요한 인질을 교주가 아무렇게나 방치할 리도 없을뿐더러 암습이 발각되는 날이면 발본색원(拔本塞源) 당할 공산이 크옵니다.”
 
 
 
 마교에 두뇌라 일컬어지는 마뇌 제갈독천 장로가 구슬땀을 흘렸다.
 
 
 
 사술과 머리 쓰는 일에 능한 그가 절대자의 기도를 내뿜는 야율천의 말에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야율천은 그런 그를 고양이 쥐 보듯 바라보며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럼 자네가 하면 되겠군.”
 
 
 
 “예? 그, 그건?”
 
 
 
 제갈독천 장로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맹주의 아들을 자신더러 죽이라니?
 
 
 
 충심으로 입을 열었다가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그가 조심스레 야율천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심금을 조이는 천마안과 마주치곤 사색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아이를 죽여 없애겠사옵니다!”
 
 
 
 겁에 질린 제갈독천 장로가 자신도 모르게 호언장담을 해 버렸다. 그러자 다른 장로들이 열렬히 그를 지지했다.
 
 
 
 “이런 중대사를 제갈독천 장로님이 아니면 누가 맡겠소이까? 안 그렇습니까?”
 
 
 
 “맞습니다! 과연 마뇌 제갈독천 장로님이십니다!”
 
 
 
 “하하하······.”
 
 
 
 애써 웃음 짓는 제갈독천 장로는 속으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그들에게 퍼부었다.
 
 
 
 야율천도 흡족한 듯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모두, 제갈독천 장로를 도와 기필코 그 아이를 죽이도록.”
 
 
 
 “존명!”
 
 
 
 장로들 모두가 야율천에게 절대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댓글(1)

쩨이엠    
소설이 참 불친절하네요 이전화 내용 복붙해서 50프로를 채운것에다가 중복화수 올려놓은것까지 글을잘쓰고못쓰고를 떠나서 자기글에 애정이랑 관심조차 없는거님?
2018.10.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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