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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맨 1화

2018.10.15 조회 5,766 추천 26


 [타이거맨 1화]
 
 
 
 
 
 
 제1장. 악몽 (1)
 
 
 칙칙함만이 존재하는 곳,
 깜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환하지도 않았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은 메마른 땅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검은 안개는 대기 속으로 녹아들어 칙칙한 기운으로 변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칙칙함만이 존재하는 곳을 거닐고 있는 쟈니는 잔뜩 긴장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쟈니 윤,
 한국명은 윤상민이며 초등학교 6학년 때 엔지니어인 아버지가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에 스카우트되면서 어린나이에 이역만리 타국으로 이민 온 상태였다.
 쟈니의 아버지는 가족들이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집에서도 한국어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어린 쟈니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 세월이 흐르면서 영어에 익숙해졌고 그에 따라 쟈니는 물론이고 그의 어머니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강압적인 행동이 아내와 아들을 빨리 미국사회에 녹아들게 만든 셈이었다.
 아내와 아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자 쟈니의 아버지는 하루에 2시간 이상은 모국어를 사용하라는 특명(?)을 내려 가족들이 모국어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악몽,
 정신을 갉아 먹는 괴물이다.
 한번 꾸는 것만으로도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악몽은 해악 그 자체였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꾸기 시작한 악몽은 쟈니의 일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무려 10년,
 쟈니가 악몽을 꾼 시간이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하는데 강산이 바뀔 동안 비슷한 형태의 악몽을 꾸고 있는 중이었다. 계속되는 악몽으로 인해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결국 학교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승승장구를 거듭한 끝에 이사가 된 쟈니의 아버지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뿐인 자식 쟈니가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쟈니의 집에서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오늘도 쟈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꿈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몽환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도 백호 나타날 것이 분명해.’
 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깨어날 수 없는 현상,
 이 이상한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쟈니도 이젠 황당하고도 황당한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쟈니의 꿈에 나타나는 백호,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백호가 아니었다.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가죽에 실선이 그어진 백호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때로는 백호 얼굴의 크기가 쟈니가 살고 있는 집보다 더 크게 나타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받는 공포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빌어먹을, 왜 나타나지 않는 거야!’
 백호가 나타나야 악몽이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인데 오늘 따라 백호는 늦장을 부리고 있었다. 그런 탓에 꿈속임에도 쟈니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칙칙함으로 가득했던 주위의 환경이 바뀌었다.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이었다.
 메마른 대지는 사라지고 없고 진하디 진한 칙칙함이 녹아나 있는 초원의 모습이 주는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게 짝이 없었다.
 “꿀꺽!”
 곧 백호가 나타날 것임을 안 쟈니가 마른침을 삼켰고 그 순간 천지사방에서 온 몸의 털이라는 털은 모두 곤두서게 만드는 백호의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크르르르.”
 백호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쟈니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백호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어디에 있는 것이냐.”
 여전히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백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는데 그런 현상이 주는 중압감이 쟈니를 공황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나와, 나오란 말이야!”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쟈니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계속 으르렁거리기만 했다.
 “으아아아!”
 급기야 쟈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고함은 괴성으로 바뀌었다. 그때 대지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쟈니, 쟈니!”
 “으으으, 으아아아!”
 몸부림치고 있는 쟈니의 얼굴은 온통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악몽을 꾸고 있는 아들을 흔들어 깨우고 있는 어머니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으아아아.”
 “쟈니!”
 번쩍!
 도리질 치던 쟈니의 눈이 떠졌다.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눈동자를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쟈니의 모습이 어머니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흐윽!”
 어머니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쟈니가 고통을 받지 않는 유일한 길은 죽음뿐이었다. 그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은 찢어진 채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젖은 종이와도 같았다.
 “어머니.”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난 쟈니가 얼굴에 가득한 땀을 훔쳐낸 뒤 오열하고 있는 어머니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저 악몽을 꾸었을 뿐이에요.”
 오히려 자신을 위로해주는 쟈니의 말이 어머니를 더욱 서럽게 만들었다.
 쟈니를 고칠 수만 있다면 쟈니가 악몽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든 재산을 털어서라도 해주고 싶었다. 아니 쟈니를 낫게만 할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줄 수 있었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쟈니를 고통의 수렁에서 꺼내줄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몇 시죠?”
 쟈니의 질문에 어머니가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쟈니가 그 흔한 손목시계조차 차고 있지 않은 것은 혹시라도 쟈니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간절함 때문에 쟈니는 쇠붙이는 물론이고 휴대폰조차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10시가 다 되었구나.”
 눈물을 닦아낸 어머니가 억지로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공황장애에 우울증까지 겹친 쟈니가 잠드는 시간은 항상 늦은 새벽이었다.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시간도 늦다보니 자연히 아버지를 대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런 세월을 장장 10년 동안이나 지속하고 있음에도 쟈니는 심성이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점이 그나마도 쟈니의 부모들에게는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침대에서 내려온 쟈니가 안경을 쓴 뒤 욕실로 달려갔다. 악몽에 시달리기 이전만 하더라도 정상적인 시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악몽에 시달리다 보니 시력도 떨어져 마이너스 1.5옵티마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쟈니의 무거워진 머릿속을 조금은 맑게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샤워기의 물줄기와 함께 지난밤의 악몽을 털어낸 쟈니는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 쟈니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부유하게 살고 있음에도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것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겹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함에도 이따금씩 공황장애가 발작해 의자 밑으로 숨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수군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웬만하면 도보로 이동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중요한 만남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버스를 타게 된 것이었다.
 버스에 비해 택시는 혼자라는 불안감이 더하고 발작을 일으킬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쟈니로서는 부득불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스티븐슨 박사님이 과연 내 병을 알아낼 수 있을까?’
 쟈니가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게 된 이유는 심리학자인 캐롤 제이 스티븐슨 박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우연히 스티븐슨 박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게 되었고 그녀와 대화를 주고받다가 고충을 털어 놓았고 자연스레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다.
 ‘차가 이렇게 밀리다니 이러다가 약속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겠네.’
 그때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섰고 곧이어 건장한 체구를 가진 우락부락한 인상의 흑인들 3명이 버스에 탔다.
 ‘어억!’
 험악한 인상의 흑인들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맛본 쟈니가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내쉬기 시작했고 이내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 자식 이거 왜 이러는 거야?”
 쟈니의 행동을 본 한 흑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쟈니에게로 다가섰고 그 순간 쟈니가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뭐, 뭐야?”
 자칫 강도로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크게 당황한 흑인이 쟈니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나 이미 그 흑인은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도로 오인 받은 뒤였다.
 “이런 젠장, 마크, 내리자.”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자 쟈니에게로 다가섰던 흑인이 소리를 지르며 버스기사에게 차를 멈출 것을 요구했고 사고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은 버스기사가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
 “빨리 내려!”
 똥이라도 밟은 듯 흑인들이 후다닥 버스에서 내렸고 곧 버스가 출발했다. 그제야 쟈니가 슬그머니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쟈니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스티븐슨 박사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참아야 한다.’
 스티븐슨 박사를 만나러 가는 길이 아니었더라면 도망치듯 버스에서 내렸을 터였다.
 대화를 해보면 어쩌면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스티븐슨 박사의 희망적인 말이 아니었더라면 또 다시 현실에서 도피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가운데 마침내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에 도망치듯 버스에서 내린 쟈니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건물이로군.’
 휴대폰이라도 있었으면 전화라도 하련만 쟈니의 몸에는 휴대폰은 고사하고 쇠붙이 자체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중전화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스티븐슨 박사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선 쟈니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고 그때 또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며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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