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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군인 1-1권

2018.10.17 조회 7,350 추천 62


 # 발하라
 
 테이블 위의 차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녹색 빛의 차, 숲의 종족인 세림들만 만들 수 있다는 귀한 차이다. 한 모금 입에 넣으니 약간의 떫은맛과 함께 머리가 맑아졌다.
 평소 쓴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커피도 마시지 않았지만, 이 차만큼은 마실 수 있었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 건가. 자신의 처지에서는 즐길 수 없는 기호식품이었다. 나는 차를 사준 이를 바라보았다.
 “쯧, 이런 것을 왜 마시는지. 술이 금지라니 훈련소는 정말 따분하군.”
 제국군의 상징인 흰색 군복, 그 위에서도 드러날 정도로 거대한 근육이 움직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에는 황금색 갈기가 인상을 찌푸릴 때마다 흔들리면서 그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를 심어주었다.
 마치 사자와도 같은 얼굴.
 반인반수, 제국 제일의 용병, 전투민족이라 불리는 세자흐였다.
 “이제 그것도 오늘로 끝 아닙니까? 팔레 중령.”
 내 말에 그는 갈기를 긁적이며 웃었다.
 “편하게 팔레라고 부르라니까. 그놈의 계급은 들어도 들어도 익숙지 않아서.”
 ‘군대란 정말 불편하군’ 하고 중얼거리는 팔레. 중령 정도 되는 자가 그러한 말을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계급 사회에 익숙한 자신은 오히려 팔레의 모습이 어색했다.
 하지만 익숙해져야 한다. 이제 한 달 뒤면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군대를 전역하고 일 년, 다시 군대에 올 줄이야.
 난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물론, 이곳은 대한민국 육군 같은 환경이 아니다. 복지도 좋고 급여도 세다. 물론 그만큼 위험하지만.
 제국 그란시아. 나라를 넘어서 수많은 행성의 지배자. 그리고 그만큼 셀 수 없는 존재들과 전쟁 중인 나라이다.
 
 약 11개월 전.
 나는 제국군 제21 훈련소라 불리는 이곳으로 끌려왔다. 군대를 전역하고 일 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교에 복학 신청을 하러 가는 중 거대한 빛과 함께 이곳으로 끌려온 것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같이 불려온 이들이 약 일만.
 제국군으로 근무하기 위해서 지구에서 재능이 있는 자들이 선택되어 불려온 것이다. 훈련이 끝나면 하사로서의 근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일만 명 전부가 그러한 것이 아니지만.
 훈련을 수료한 이들만이다. 훈련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소하거나 훈련 도중에 죽임을 당한 이가 대부분. 지금 남아 있는 자들이라고 해봐야 백여 명이 안 된다.
 백분의 일도 못 되는 상황. 제국군으로서도 지금까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낮은 확률이었다. 그런데도 기대 이상으로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이유는 즉,
 과거 제국군은 자신의 영토 내에 존재하는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종족을 우선으로 징병하였다. 하지만 얼마 전 전쟁에서 많은 병사를 잃은 제국군은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많은 개체 수를 가진 종족을 징병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인간이다.
 아무도 인간 간부 따윈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저 병사의 역할이 전부, 간부를 육성하는 훈련소에 이 정도 남았으면 제법이라는 것이 제국군의 평가이다.
 그래도 아무 장점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빠른 습득력.
 지금까지 어느 종족보다 기술 습득이 빨랐다. 남은 인원 대부분이 마스터가 되었고 재능이 있는 자 중에서도 일부만 닿을 수 있다는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한 자도 있었다.
 물론 제국군 내에서는 ‘그래 봤자. 약한 어스지만’ 이란 소리를 듣는다.
 기본 스펙부터가 다르다. 기술의 경지는 같다고 할 수 있지만 강한 정도가 달랐다.
 마스터라고 해도 다 마스터가 아니다. 마법을 마스터한 자라도 마법의 종족이라 불리는 마기노의 어린아이들보다 마력이 적었고 아무리 육체를 단련해도 거인족의 그람, 철의 템프의 피부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처음 마스터에 올랐던 이가 훈련소에 있는 일반 병사에게 대들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마스터나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소설이나 영화처럼 대단한 건 아니다. 한국의 자격증 같은 느낌이다. 절대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랜드 마스터를 포기했다.
 마스터에 넘어서서 그랜드 마스터로 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재능을 우선시하는 제국군 내에서도 드물다는 그랜드 마스터. 거기까지 노력해서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 해도 타 종족의 마스터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검술 마스터에 오르고 검을 놨다. 일반 병사급 이상이면 마스터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빠른 습득 능력을 가진 인간의 특징을 살려서 최대한 많은 기술을 배운다.
 이곳 훈련소는 무언가를 습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나는 바로 비전투계 스킬을 최대한 익히기 시작했다. 전방에 서는 것보다 안전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고 다음에 전역했을 때 먹고살 가능성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물론 같은 동기들은 나를 패배자로 생각하고 욕했지만 난 내 생각을 믿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상급 부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온 것은 최상위 멤버 셋, 그리고 나뿐이었다.
 게다가 수석을 했던 세이리, 그녀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이들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팔레에게 들어서 알 수 있었다. 스카우트하러 온 이들 중 하나가 어스 최초의 그랜드 마스터의 실력이 궁금해서 대련했다.
 당연히 마스터의 압승이었다.
 뭐, 스카우트하러 올 정도의 간부, 마스터 중에서도 뛰어난 이라고 해도 마스터에게 진 것은 변함이 없었다.
 마스터 중의 중하위 정도. 눈앞에 있는 팔레의 평가였다. 팔레의 직책은 중대장이었다. 그런 그의 평가라면 정확할 것이다.
 
 다행이지.
 지구에 있을 때부터 검도를 배웠고 동기 중 검에 가장 재능이 있던 그녀조차 그러했다. 자신이 검술에 매달리고 있었으면 지금은 어찌 되었을까. 아마 다른 동기들처럼 아무 부대나 가서 화살받이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진후. 이제 어느 정도야?”
 팔레의 물음에 나는 손목에 찬 시계를 조작하였다. 창 하나가 떠올랐다.
 
 훈련병 김진후(어스) ― Rank E
 소속 : 제21 훈련소
 체력 : 10/15
 마력 : 4/5
 힘 : 12
 민첩 : 11
 지능 : 17
 
 마스터 스킬 ― 제국 검술(N), 제국 연금술(N), 제국 대장장이(N), 세자흐 기초 조련술(R), 세림 기초 정령술(R)
 
 피로가 쌓인 상태입니다. 충분한 식사와 휴식을 추천합니다.
 
 마치 게임처럼 나타난 창. 이 Identification Bracelet, 줄여서 I.B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곳에는 마력으로 소유자의 정보를 저장하고 분석해준다. 신분증명 역할도 하고 있어서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스터에 오른 능력을 자동으로 저장해준다. 이게 어떤 원리로 되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교육시간에 언급이 되었지만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말해주는 교관도 그렇다더라.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아 일반인이 이해할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스킬 뒤에 써진 것은 N은 노멀, R은 레어다. 이것도 게임과 비슷하다. 자기류 같은 경우 진후 검술이라고 등록될 것이다.
 실제 지구에서 무술을 익힌 이들의 경우, 해당 무술을 먼저 익힌 사람의 이름으로 스킬 명이 등록되어 있었다. 기존에 있던 무술을 개량하면 진후 검술 ― 변환 이런 식으로.
 
 평가 3위인 시몬의 경우 영국 펜싱 국가대표였는데 이제 펜싱이란 이름이 시몬 검술(등급 미정)로 변경되어서 이제 제국군 내에서는 펜싱이란 무술은 시몬 검술로 칭해졌다. 시몬이 활약하면 그 등급도 올라갈 테고.
 
 게다가 I.B에는 무려 통역 마법도 달려있다. 이것을 차고 있으면 여러 언어를 말하고 듣는 데 문제가 없었다. 놀라운 마법이다.
 
 내 능력치를 본 팔레는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정령술 책을 가져다준 것이 3개월 전인데. 아무리 기본이라도 벌써 마스터라니 대단하군.”
 앞의 세 개와 달리 조련술과 정령술은 팔레가 가져다준 것이다. 유망주 지원 같은 것이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상급 부대에 스카우트 받은 셋 역시 부대 내에서 기술을 지원받았을 것이다.
 나중 가면 마스터나 그랜드 마스터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지금 기준에서 볼 수 있는 지표는 이것뿐이었다.
 “조금 아쉬운 건 체력인데. 이거 뭐, 부대에서 장난이라도 치다가 죽지나 않을까 걱정이군.”
 팔레의 무서운 말에 내 입에서 마른 웃음이 나왔다.
 전에 내 능력치를 본 팔레가 동족인 세자흐의 어린이들과 신체 능력이 비슷하다고 했으니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다.
 “부대에 돌아가면 초급 조련술과 정령술책도 보내줄게. 무투술이면 직접 가르쳐줄 수 있는데 다른 쪽은 약해서.”
 세자흐의 무투술은 내 능력으로 익힐 수도 없었다. 익히다 말 그대로 골로 갈 수도 있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정말로 충분했다.
 “뭐, 일단 난 부대로 돌아갈 테니 그동안 체력 좀 키워놔.”
 “예.”
 “교육을 수료하면, 이 주 뒤. 부대원이 지구로 데리러 갈 거야. 그럼 그때 보자고.”
 “예. 알겠습니다.”
 팔레는 그 뒤로 몇 번이나 몸조심하라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아마 자신의 관점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체력을 가진 내가 걱정된 것이다.
 나는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이상으로 78명의 훈련 수료를 명한다.”
 박수 소리와 함께 일 년의 훈련병 생활이 끝났다. 나는 단상 위의 훈련생 대표를 보았다. 긴 머리를 단정히 묶은 모습, 몸에 착 달라붙는 흰 군복이 그녀의 몸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사카타 세이리.’
 일본 출신. 나이는 스물하나. 성인이라고 하지만 겉모습은 학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지만 동기 중에 그녀를 우습게 보는 이는 없었다. 남은 이들은 교육시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대련을 해본 자들이다. 그때, 그녀에게 한 번쯤은 어디가 부러지거나 찢어져 피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무심하면서도 잔혹한 손속.
 그녀의 발령처는 제3 제국군. 숲의 종족인 세림의 여왕, 침묵의 에우리아가 다스리는 군대 중 하나이다.
 계급 사회인 세림의 부대답게 군기가 강하다고 한다. 세림은 게임 속 엘프와 같이 아름다운 종족이라고 하니,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그녀는 훈련소 소장에게 군례를 마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세림이라. 훈련병 대부분이 가기를 희망하는 곳이다. 자신도 팔레를 만나지 않았으면 그곳을 희망했을 것이다.
 내 발령처는 제5 제국군. 세자흐의 왕족 중 하나인 철사자 바라뱐이 이끄는 군대. 용병 왕국인 세자흐답게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투쟁을 즐기는 종족, 다른 제국군보다 많은 전투가 벌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이름 없는 하급부대에서 총알받이로 사는 것보단 괜찮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집인가.”
 1년 동안 얼마나 변해 있을까. 갑자기 납치를 당한 자신들이다. 하지만 도중에 퇴소하여 지구에 돌아간 자들 덕분에 상황은 어느 정도 알려졌을 것이다.
 반은 훈련 때문에 죽고 돌아간 이는 5천 명 정도지만.
 게다가 제국의 속국으로 들어왔다고 통보도 받았을 터. 제국 입장에서는 원래부터 제국의 영토 안에 존재했던 행성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지만 지구 입장에서는 침략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제 제국군이다, 그것도 간부.
 난, 예장 위에 있는 계급장을 보았다. 하사 마크.
 대한민국 하사 따위가 아니다. 제국군의 준 귀족이다.
 “이 정도면 성공한 거지.”
 씁쓸하게 웃었다. 지구를 지배하는 제국의 간부, 매국노라 불러도 할 말이 없었다.
 
 다행히 제국군의 평판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마법을 통한 제국군의 정보 제어도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과거 징집되었던 만여 명들이었다. 비록 훈련소 수료는 하지 못했지만 3개월의 기본 훈련을 마친 이들은 그 기간에 따라 일, 이등병으로 분류되어 제국군 소속으로 들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재능 있는 자들이 끌려왔다. 당연히 혈통이 좋은 이들이 많았고 지구가 포함된 제12 제국군이 소속 행성들에 대해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컸다.
 정부는 부정적이지만 제국에서 들어오는 이계의 물질과 에너지에 기업과 학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표면적으로는 제법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비록, 그 속은 어떨지 몰라도.
 시작은 평화적, 그것을 거부하면 압제. 제국의 이념이다. 사실 지구가 그렇게 평화적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오히려 부정적이지. 분명 어딘가에서 반기를 들 것이다. 현실을 보지 못한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제국군의 실체를 아는 자들은 하지 않을 미친 짓이지만.”
 “불렀니?”
 “아뇨. 그보다 오늘은 외식이나 할까요?”
 훈련소를 수료하면서 ‘병사’로서 들어온 돈이 제법 되었다. 앞으로 ‘간부’로서 들어올 돈을 생각하면 조금은 사치를 부려도 된다.
 역시, 제국의 클래스.
 제국 화폐 역시 아직 초창기라 그런지 어마어마하게 환율이 높았다. 이제 점점 제국에서 일하는 이들에 의해서 가라앉겠지만 당분간 이런 추세를 유지할 것이다.
 제국 소속의 타 종족과는 물물교환할 수 있지만, 제국의 것을 살 수 있는 것은 이 화폐뿐이다.
 어머니는, 잠깐 생각하더니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 일을 하면서 홀로 자신을 키웠던 어머니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자기 아들이 새로운 시대의 귀족과도 다름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곳은 위험한 거 아니니?”
 “오히려 병사들보다는 안 위험해요.”
 나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면서 대답을 했다. 불판 위에는 지글지글 쇠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내 말에도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지 말고 지구에서 근무하지.”
 “앞으로 십 년 동안 제국 소속 지구인들은 지구에서 근무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이건 갓 제국에 소속된 행성들이 제국의 문화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이다. 앞으로 십 년 동안 제국군에서 지구를 보호하고 지구 출신의 군인들은 여러 부대로 이동하여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당연히 지구를 보호하는 군이 지구에 상주하면 그들의 가족 또한 옮겨온다. 자연스럽게 제국 문화가 스며드는 것이다. 이것을 제국에서는 보호 기간이라 부른다.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제국의 신민들이기에. 오히려 제국으로 간 지구 병사들이 볼모와도 같은 역할이었다.
 “그럼 그만둘 수는 없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휴, 하고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뱉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국 군대도 갔다 왔는데요. 뭐, 그것에 비교하면 제국군은 좋은 직장이죠.”
 “얘도 참. 그거랑 같니.”
 적어도 간부로서 의무 복무 기간인 7년은 마쳐야 한다. 병사라면 5년. 그전에 멋대로 그만두면 탈영이다. 말했지만 제국군은 그렇게 너그러운 집단이 아니다.
 “어차피 전 기술직이라 후방으로 가는 것에요.”
 사실 전방 중의 전방이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무려 가장 호전적이라고 하는 세자흐의 제5 제국군이다.
 어머니는 뭔가 더 할 말이 있어 보이셨지만 결국 고개를 저으며 식사를 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한 주를 같이 보내고 나는 서울의 자취방으로 올라왔다. 제국군에 등록된 주소지가 서울로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점점 이 주의 휴가 기간이 끝날 무렵 그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쿠엑.”
 내, 내장이.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눈을 떠보니 내 배를 밟고 있는 천사가 있었다. 군복처럼 하얀 피부, 이리저리 땋은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봤던 연예인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 하지만 녹색으로 빛나는 머리카락과 이마에 있는 기이한 문양이 인간이 아닌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녀는 일어난 나를 보고 무표정하게 반겼다.
 “아, 일어났는가?”
 “누, 누구?”
 “제5 제국군 독립부대 발하라 소속 세릴리아 긴 브륜힐트 소위라고 한다.”
 “세, 세림?”
 내가 배운 세림과 다르다. 수업시간에 배운 건 거짓이었던가!
 배에 올라가 있는 발에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컥, 한, 한계. 이 이상은.”
 무언가 좋지 않은 것이 나오고 있어. 입을 통해서 역류하려 하고 있다고!
 “흐음. 뭐, 신입의 훈육은 이 정도로 할까?”
 배에 들어오는 압박이 사라졌다.
 “가, 감사합니다.”
 그녀가 세림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어째서 아침부터 내 자취방에 와서 내 배를 밟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음, 이것 말인가? 오기 전에 어스의 군 생활을 공부했지. 첫 만남에서의 군기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군.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어.”
 틀려! 잘못된 정보를 얻었어!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군인의 서러움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재빨리 그녀에게 군례를 했다. 군례를 받는 그녀.
 “명령서다. 하사 김진후는 금일부로 제5 제국군 제2 사령부 산하 독립부대 발하라 소속으로 발령을 명한다. 12일 내로 발령 부대로 이동하도록 제5 제국군 제2 사령관 카잔.”
 “하사 김진후! 금일부로 제5 제국군 제2 사령부 산하 독립부대 발하라 소속으로 발령을 명받았습니다!”
 그녀의 말에 복창하며 군례를 취하자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살폈다.
 “역시 속옷 차림으로는.”
 그야 그렇다. 팬티 한 장으로 신고해봤자. 그녀는 신고가 끝나자마자. 털썩하고 의자에 앉아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흠, 이런 상자 같은 곳에 잘도 사는군.”
 “···.”
 삐그덕 삐그덕, 의자가 돌아가는 소리가 매우 신경에 거슬렸다.
 저게 마음에 든 건가? 시크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점점 도는 속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저, 세릴리아 긴 브륜힐트 소위님?”
 “세리아로 충분하다.”
 저런 속도로 돌면서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바로 움직여야 합니까?”
 “왜 그런가?”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면 안 되는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한 시간 정도입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질문에 돌던 그녀가 탁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머, 멈췄다.
 나는 작게 안도했다.
 “좋아, 가자. 먼 곳으로 부임이다. 분명 걱정하고 계시겠지. 모처럼이니 같이 인사드리는 편이 좋겠군. 이것도 상관의 의무이다.”
 아니, 오히려 불안해할 것 같은데?
 “그럼 빨리 복장을 착용하여라.”
 “아, 아니.”
 “응? 왜 그런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그녀. 난 가볍게 한숨을 쉬고 군복을 챙겨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원룸의 좁은 화장실. 간단하게 얼굴과 머리만 감고 군복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하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삐그덕삐그덕.
 “···.”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 소리.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갑자기 내 앞날이 불안해졌다.
 
 군복은 어머니가 다림질까지 해주셔서 빳빳했다. 군복을 착용하고 집을 나섰다. 나서자마자 하늘을 선회하던 푸른색의 매가 그녀의 팔에 앉았다.
 날개를 펼치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매. 그 몸집과 반대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녀의 팔에 앉아 있었다.
 정령.
 그것도 상위 정령이다.
 “음, 그러고 보니 그대도 정령술을 익히고 있다고 했었지? 부대로 가면 본인이 가르칠 것이 여러 가지 있겠군.”
 매의 턱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자. 매는 기분 좋은 듯 몸을 떨더니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래, 어머니께는 어떻게 가는가?”
 아. 잊어버리고 있었다.
 
 ***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는 제국군 군복이다. 거기에 제국군을 지탱하는 다섯 종족 중 하나인 세림이다.
 무려, 현대판 엘프라는 세림이다. 제국군 내에서도 보기 힘든 상위 종족, 변방인 지구에서라면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는지 이리저리 살피는 세리아. 오히려 주민들을 신기한 듯 살폈다.
 사람들은 시선을 받을 때마다 움찔,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 속에는 희미하게 두려움이 묻어났다. 개중에는 멀리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조차 보였다.
 덕분에 붐비는 시간임에도 우리 주변에는 작은 원이 생겨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신기하군. 지하로 이동하는 것인가? 템프의 지하도시는 가본 적 있지만 이런 기구를 타는 것은 처음이다.”
 두 번의 환승,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로 사진을 찍혀가면서 어머니가 계신 남양주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말도 없이 찾아온 나에게 놀랐지만, 군복 차림과 옆에 있는 세리아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가 메인 듯, 잠긴 목소리였지만 곧 평소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세리아 양이라고 했지요? 식사라도 하고 가세요.”
 어머니의 말에 세리아는 힐끗 나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세를 지겠다.”
 다소 예의에 어긋나는 말투였지만 어머니는 신경 쓰지 않고 우리를 안으로 들였다.
 식사는 조용했다.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 참고 있으신 어머니와 묵묵히 밥을 먹는 나, 그리고 조금씩 야금야금 식사하는 세리아.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밥 한 공기는 다 비웠다.
 “덕분에 잘 먹었군.”
 “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깊게 고개를 숙이는 어머니. 나는 그 모습에 가슴이 찡한 것을 느꼈다. 세리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말아라. 이제 진후는 내 부하다.”
 어머니를 살피던 세리아는 주머니에서 네모난 기계를 꺼냈다.
 “본래라면 훈련용 단말기지만 통신 기능은 들어 있다.”
 하고 간단하게 조작 방법을 설명하는 세리아.
 “I.B 같은 기능은 없지만, 이것이라면 가끔 연락은 가능할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끝내 눈물을 보이시는 어머니. 세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럼 진후, 가자.”
 “예.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I.B를 조작하는 세리아.
 ‘제5 제국군 세릴리아 긴 브륜힐트 소위 외 일 인 확인되었습니다.’
 단말기에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우리의 몸이 빛에 둘러싸였다.
 
 빛이 사라졌을 때 보이는 것은 거대한 홀과 이어진 복도였다. 장거리 공간 전이 마법 소환진. 즉, 게이트다.
 “좋은 어머니군.”
 “예, 정말로.”
 세리아의 말에 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나저나 아까 어머니께 드린 것은?”
 “별거 아니다. 시뮬레이션 훈련용 단말기로 최근에 유행하는 것이다. 유희의 목적으로 구매한 것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기라는 건가. 훈련용 단말기 사용자들을 위한 통신 기능도 있다고 한다.
 게임 채팅방. 확실히 훈련소에서 제국에 대해 배울 때, 게임 문화에 대해서도 배웠다. 하지만 지구에 비교하면 한참 열악했다.
 게임에서는 우주 최강이군. 과연 위대한 어스.
 복도를 지나자 나온 홀에는 여러 종족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새하얀 피부에 검은색 눈동자를 지닌 이들.
 다난이었나? 지구가 있는 제12 제국군의 원수.
 제국군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제1부터 제5 제국군을 제외하면 나머지 파벌의 원수들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 원수가 제국을 지탱하는 네 개의 종족.
 숲의 세림.
 마법의 마기노.
 거인 그람.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제국의 지배자인 아르티스.
 황금의 아르티스.
 제국군의 황제의 혈통이다. 이 넷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많은 영토와 파벌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제국의 귀족이다.
 인류인 어스는···.
 한 이백 위 정도 되려나? 제국에 속해 있는 종족 중에. 그리고 내가 향하고 있는 지역의 종족 세자흐의 경우. 파벌보다 용병으로 유명한 종족이다. 제국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아서 네 개의 종족에는 들어가진 않지만. 무력만 보면 사대 종족에 근접하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종족이지.
 비유가 아니다. 신성한 결투라 불리는 문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이 아닌 입회인을 두고 당사자들의 결투로 정하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었다.
 제국군에 속하면서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세자흐 사이의 분쟁은 신성한 결투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 자신이 가는 부대는 그런 이들이 있는 부대다.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제12 제국군에 나타난 세림이 신기한 건가. 다들 세리아를 힐끗힐끗 보고 있었다.
 그런 중에 세리아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이가 보였다.
 “저건.”
 세림이다. 그리고 옆에는 사카타. 그쪽도 우리를 발견했는지 눈이 마주쳤다. 그녀들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힐끗 세림의 계급을 확인하였다.
 세리아와 같은 소위.
 타 소속이라지만 같은 제국군, 세리아의 계급이 낮다면 이쪽에서 먼저 인사하는 것이 맞지만, 같은 소위에 같은 하사다.
 세리아를 살피니 여전히 무표정하게 일행들을 바라볼 뿐. 다른 행동이 없었다.
 기 싸움인가? 제1에서 제5 제국군은 사이가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다가온 세림 역시 굳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것은 다가온 세림이었다.
 이마에 손을 댄 그녀는 우아하게 몸을 숙였다.
 “자애로운 숲의 주인에게 경의를.”
 그 모습을 세리아는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숙인 몸은 올라올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곧 그녀의 몸이 떨려오기 시작할 때 입을 열었다.
 “그 부대 마크는 제4 사령부 소속인가?”
 “그, 그렇습니다. 제3 제국군 제4 사령부 소속 소피 파트양 소위입니다.”
 “흐음.”
 얼굴이 굳은 것은 기 싸움이 아니라 두려움인가!
 슬쩍 시선을 피하는 소피 소위. 그것을 본 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고하여라. 언니한테 안부도 전해주고.”
 “예, 그럼, 그대의 앞에 길이 열리기를”
 “그대의 앞에 길이 열리기를.”
 인사가 끝나자마자 소피 소위는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옆에서 놀란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카타 역시 그녀를 따라 이동했다.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군. 그보다 방금 소피 소위의 태도 이상하지 않아?
 이미 저 멀리 떠나버린 그들. 이쪽으로 다가올 때와 속도가 달랐다. 게다가.
 분명 군례가 아니었다.
 세림 전통의 인사인가? 훈련소에서 배웠던 것 같은데. 그 생각은 게이트 입구까지 계속되었다.
 팔에 차고 있는 I.B를 기계에 찍자 세리아의 얼굴과 정보가 떠올랐다.
 “예, 확인되었습니다. 세릴리아 긴 브륜··· 힐트?”
 게이트를 관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이 멈췄다.
 “여, 영광입니다. 자, 자애로운 숲의 주인이시여.”
 하얀 얼굴이 더욱더 하얗게 된 다난. 저러다 피부 속까지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난 그 모습을 보고 떠올릴 수 있었다.
 “아, 브륜힐트 왕가!”
 아까 전 인사는 왕가에 대해 보내는 인사였다. 단일 왕가인 세자흐와 아르티스와는 달리 세림은 세 개의 왕가가 있다. 그중 하나인 브륜힐트.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해서 교육시간 때 흘려들었다.
 내 외침이 컸는지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계속 무엇을 생각하나 했더니. 그런 것이었나.”
 내 놀람을 가볍게 넘기는 그녀. 그리고 공무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왕족이 아닌 군인 세릴리아 소위다. 어서 절차를.”
 “예, 예. 알겠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작성해가는 공무원. 곧 띡, 소리와 함께 I.B가 빛났다.
 “끝났습니다.”
 “감사하군.”
 게이트 입구를 지나서 사라지는 그녀. 나는 그 뒤를 따라 I.B를 기계에 찍었다.
 “확인되었습니다. 김진후 하사.”
 공무원이 절차를 밟자. 팔에 있는 I.B가 빛을 냈다. 좌표 설정이 끝난 것이다. 나는 게이트 입구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시야가 바뀌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똑같은 모양의 게이트지만 주변은 달랐다. 많은 이들로 북적북적했다. 군인과 공무원밖에 없던 아까의 게이트와는 달리 일반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세자흐. 이제 제5 제국군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만 둘러보고 오거라. 진후.”
 한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진후는 빠르게 이동했다. 그나저나. 왕족이라니. 그녀의 별난 성격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일반 세림과 사고방식이 다를 만하다.
 “음?”
 갑작스럽게 몸을 돌려서 진후를 바라보는 세리아.
 “왜 그러십니까?”
 “분명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미심쩍게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 나는 긴장에 몸이 굳었다.
 “아니었나.”
 휙, 몸을 돌려 다시 걷는 그녀를 따라갔다.
 무섭군. 감이 날카롭다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우리가 게이트를 지나서 나온 곳은 시장이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수많은 세자흐, 천막 형식의 건물들이 끝없이 늘어져 있었다.
 많은 이들이 갑옷과 무기를 차고 다니고 있었고, 일반인들은 회색 천으로 만든 옷을 두르고 있었다. 마치 고대 로마인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고는 그 천을 두르고 있는 일반인들조차, 천 사이로 보이는 근육이 장난이 아니었다.
 역시 전투민족 세자흐.
 여인 아이 할 것 없이 전 국민들이 전투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종족이다.
 “저, 세리아 소위님.”
 “왜 그러지?”
 “부대로 이동은 안 합니까?”
 “응, 아직 시간 남았지 않은가. 이곳에 익숙해지기 위해 주변 관광도 부탁받았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따랐다. 주변에는 길거리에 좌판을 깔아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종족들만 다를 뿐이지 그 모습은 자주 가던 시장 바닥과 비슷했다.
 “오오, 시작되었군.”
 세리아의 말에 시선을 돌려보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그 중심에는 두 명의 세자흐가 싸움을 하고 있었다.
 “저건.”
 “신성한 결투지.”
 과연.
 “오자마자 보다니, 제법 운이 좋군.”
 우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싸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과격했다. 대련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렬했다. 무기만 안 들었지 서로 진심으로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흐를수록 주변의 열기는 더욱 강해졌다.
 이것이 세자흐, 내가 살아갈 세계이다. 나는 침을 삼켰다.
 “저런, 벌써 끝인가. 아쉽군. 본인은 즐거운 것을 기대했는데.”
 “즐거운 것이라면?”
 “당연한 것을. 피와 비명이다. 고통과 분노야말로 생물의 가장 순수한 감정이지. 전쟁과 투쟁을 통해 볼 수 있는 생물 본연의 모습이다.”
 “아하하하.”
 그렇군요, 네.
 괜한 것을 물었다.
 “이런 것은 세림도 배웠으면 좋겠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원칙이 어떻고 체면이 어떻고 말이 많으니.”
 쯧쯧, 혀를 차는 세리아.
 “불만이 있으면 당사자들끼리 해결을 본다. 증인이 필요한 것이 조금 귀찮지만, 선공을 당하면 문제도 없으니. 정말 훌륭한 제도야.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 있어도 참으며 지낼 수밖에 없는 왕도에 비교하면 살기 편한 나라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아니, 내가 알고 있는 신성한 결투랑 다른데?
 “적을 도발해서 한 방만 맞는다면 그다음부터 이쪽의 승리다. 이걸 뭐라고 했는데. 아, 그래 정당방위. 좋은 말이지.”
 아니야!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야.
 세자흐들이 들었으면 경을 칠 소리를 중얼거리며 세리아는 표정 변화 없이 손뼉을 쳤다. 오히려 그 모습이 웃는 것보다 더욱 무서웠다.
 여기까지 오니 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저, 세리아 소위님.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뭔가?”
 “세리아 소위님은 어째서 제5 제국군에 계신 것입니까?”
 세림은 공동체 의식이 강한 만큼 타 종족에 대해 경계심도 강하다. 그렇기에 제3 제국군이 아닌 다른 제국군에서 세림을 보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제5 제국군에 소속되어 있었다.
 “아아, 그런 거군. 따분해졌기 때문이다. 제3 제국군에 있으면 제약이 많더군. 몇 번 전투에 참여했더니 전투 임무는 위험하다고 배제하더군.”
 그건 누구에게 위험한 것입니까? 적군입니까? 세리아입니까? 아니면 아군입니까?
 일단 세리아가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나마 교육대에 들어가 부하들을 가르치는 재미로 보냈는데. 어째서인지 그것도 금지하더군. 필사적으로 본인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이 참으로 만족스러웠는데.”
 ‘정말 아쉬운 일이지’ 하고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전투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이 제5 제국군으로 이동한 것이다.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이곳 생활이 제법 맞더군.”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오히려 이제야 본인이 있을 곳을 찾은 느낌이다. 자유와 욕망, 정직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지. 게다가 무엇보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죄와 위로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다.”
 왕궁에 있을 때는 어마마마나 원로들의 잔소리가 심했지. 세리아는 기억을 되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세자흐가 있다.
 몸은 세림이지만 정신은 누구보다 세자흐, 아니 세자흐보다 위험한 인물이 있다.
 
 “이거 신성한 결투를 보다가 너무 시간이 지났군. 이제 숙소로 안내하겠다. 그 전에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는가?”
 모처럼 시장이다. 그렇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한가롭게 물건이나 보고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다.
 “그렇군.”
 내 뜻에 세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이동했다. 시장으로부터 외딴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후 집으로 보이는 천막들이 줄지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주변에 보이는 이들은 세자흐 전통 의상이 아닌 하얀 제국군의 군복의 모습이었다.
 세리아는 익숙한 걸음으로 한 천막 앞에 섰다.
 “I.B를 가져다 대보게.”
 입구에 보이는 푸른 수정. 그곳에 I.B를 가져다 대니. 띵, 하는 기계음과 동시에 소리가 들려왔다.
 
 김진후 하사. 군번 0513412―B087712 확인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I.B가 열쇠 역할도 하는 것인가,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곳이 그대의 숙소이다. 일단 본인은 보고하러 부대에 돌아갈 테니 그대는 쉬고 있도록. 내일 공팔 시에 데리러 오겠다. 본인을 기다리게 하면 즐거운 일이 기다릴 것이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건 좀 아쉽군.”
 나는 세리아에게 군례를 했다. 세리아는 군례로 답하고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천막으로 지어진 집, 제대로 된 문도 아닌 천으로 된 문이었다. 하지만 천막 주변에 보이는 푸른 막이 방범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넓었다. 내 자취방과 비교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로 넓은 공간. 중심에는 원형 카펫이 보였고 그 위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의자의 수는 총 넷, 아마 손님이 올 것까지 생각한 모양이다. 안쪽에는 해먹과 비슷한 형태의 침대가 하나, 양옆에 책장과 옷장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입구 옆에는 화장실과 욕실이 보였다. 이 두 방만 실내장식에 어울리지 않게 현대식이었다. 문제는 밑의 반만 회색이고 위로 반은 크리스털 형식의 투명한 모습이었다. 씻거나 볼일을 볼 때 상체는 전부 보이는 식이다.
 훈련소에서 본 정수기와 냉장고는 자리하고 있었지만, 취사도구는 보이지 않았다.
 취사는 금지인가 보군.
 어차피 군 내부에 식당이 있었다. 식사는 그곳에서 하라는 것 같았다.
 짐 역시 들고 온 작은 가방 하나 정도이기에 정리할 것도 없었다. 속옷과 쉽게 입을 운동복 정도였다. 어차피 근무복이라고 해도 군복은 전부 지급해준다기에 필요 없는 것은 전부 제외했다.
 “이건.”
 그렇게 차곡차곡 짐을 빼다가 검은 봉투에 싸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이 넣은 기억이 없는 물건. 그렇다면 어머니를 만나러 갔을 때 넣어 놓은 게 틀림이 없었다.
 펼쳐보니 반찬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김치랑 장아찌류,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담겨있었다.
 “이런 건 필요 없다니깐.”
 한국처럼 쌀을 먹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충족감에 미소 지으며 냉장고에 정리했다.
 
 ***
 
 다음 날 아침, 방에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서킷 트레이닝을 했더니 어느덧 8시가 다가왔다. 아직 여유는 있었다.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예의겠지’ 하는 순간이었다. 띵, 하고 천장에서 소리가 들려온 것은.
 
 세릴리아 긴 브륜힐트 소위의 방문 요청입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깜짝이야!”
 정말 놀랐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다니, 역시 지구와는 다르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허락한다.”
 내 말과 동시에 세리아가 들어왔다.
 “잘 잤는가? 벌써 준비가 끝나 있는가?”
 “예, 예. 이제 나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쉽군.”
 뭐야, 혀를 찼어. 어제의 그 말은 진심이었나?
 “아, 예.”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정말로 일찍 일어나서 다행이다.
 “좋아, 이동하지.”
 나는 세리아를 따라 부대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약 1시간 거리. 점점 보이기 시작하는 부대의 모습.
 그것은 부대라기보다 거대한 도시였다. 그 중심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성. 바로 제5 제국군 제2 사령부의 모습이었다.
 세리아의 말에 의하면 내가 소속된 독립부대 발하라는 군부 외각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군부 내부에는 행정 중심의 부대가 모여 있고 그 외부에는 전투 중심의 부대들이 있다.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부르는 이름, 군사 도시 헤자드가 이곳 제2 사령부의 별칭이다.
 헤자드 안은 군이란 이미지와는 달리 어제 보았던 시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단지 군복만 입고 있을 뿐, 비교적 규율이 자유로운 제5 제국군의 특징이었다.
 “보통 부대들은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국토방위나 연계를 생각해서라도. 내 말에 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급부대들은 그렇지. 하지만 상급 부대들은 게이트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편이다. 상급 부대의 주목적은 공습. 이동하기 편한 게이트 주변에 모여 있는 것이 편리하다.”
 어제 우리가 이용했던 것은 정부 게이트라고 한다. 민간이나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지만 각 사령부에 설치된 게이트는 군용 게이트. 이건 군인도 임무를 제외하면 이용이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군용 게이트의 경우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지.”
 정해진 루트를 이용하는 정부 게이트와 목적 좌표를 지정해서 움직이는 군용 게이트. 당연히 위험성이 크다. 마력의 흐름이 강한 곳에서는 목적지가 아닌 지역에 떨어지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게이트 사고로 실종되는 건 년에 한두 부대 정도이니.”
 아니, 전혀 안도가 안 되는데요?
 되도록 민간 게이트를 이용하는 임무만 받아야겠다. 다만 군용 게이트가 위험한 만큼 좋은 점은 좌표만 알면 적진 한가운데로 이동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 도착이다.”
 세리아는 빙그르르 몸을 돌렸다. 그 뒤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천막. 걸린 마크는 세 가지. 제5 제국군을 상징하는 사자의 문장. 지구의 그 사자가 아니다. 사자와 비슷한 얼굴, 세자흐의 왕족이다. 그리고 제2 사령부를 뜻하는 두 개의 송곳니. 마지막으로 그 사이에 있는 것이 바로 독립부대 발하라의 상징.
 양쪽으로 날개가 달린 거대한 검의 문장이었다.
 “독립부대 발하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제군.”
 세리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
 
 천막 안은 놀랍게도 2층으로 되어 있었다. 낡아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안은 깔끔한 목조건물이었다.
 그건 그렇고 저건?
 잘못 본 게 아니면 바(Bar)다.
 아니, 잘못 볼 리가 없잖아. 뒤에 보이는 많은 종류의 술과 흑판에 쓰인 이름과 가격들, 게다가 테이블도 네 개나 있었다.
 그야말로 작은 술집.
 어째서 부대 안에 술집이 있는 거지? 하지만 그것을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내가 놀라건 말건 세리아는 터벅터벅 이 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라간다. 그녀는 하나의 문 앞에 멈춰 섰다. 똑똑, 노크하는 세리아. 곧 안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다.
 역시나 안에 들어가니 인상을 찌푸리며 서류를 읽고 있는 팔레의 모습이 보였다.
 “왔어?”
 가볍게 손을 흔드는 모습, 도저히 한 부대의 장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경박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서류 옆에는 술병이 보였다.
 근무 중에, 그것도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벌써 그런 시간인가? 애들은?”
 “아직 아무도 안 온 것 같다.”
 “부럽구먼. 누구는 서류작업 때문에 퇴근도 못 하고 철야인데. 부하란 것들은 늦잠이나 자고 있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그만큼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는 것이 어때? 예전에 많이 해봤을 거 아냐?”
 “거절한다. 하지만 무릎 꿇고 부탁한다면 생각 좀 해보겠다.”
 “그건 좀, 그래도 상관인데···.”
 상관과 부하, 그것도 중령의 위치에 있는 자와 소위의 회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크게 한숨을 내쉰 팔레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무사히 잘 도착했네?”
 “예. 덕분입니다.”
 이렇게 안부를 나눌 때가 아니지 않나? 처음 발령받은 것이다. 발령 신고가 먼저다. 나는 정신을 잡고 군례를 했다.
 “신고합니다. 하사 김진후는 금일부로···.”
 신고하려는 나를 팔레가 손을 흔들어 막았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 사이에 그렇게 딱딱할 필요가 있나.”
 아니, 우리 사이가 뭔데.
 상관과 부하, 그것뿐이다.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상큼한 미소를 던지는 팔레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일단 익숙해질 때까지 담당을 정해줘야겠군.”
 “그거라면 본인이 하겠다. 기왕 데려온 것 그가 익숙해질 때까지 교육을 담당하지. 교육관으로서의 경력도 있다. 여기는 본인보다 적임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
 “왜 그러지?”
 “···아니, 그럼 일단 그렇게 하고.”
 아니, 그러지 말라고! 방금 엄청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잖아. 그럼 바꿔 달라고, 나와 시선을 마주친 팔레가 시선을 피했다.
 “독립부대 최초의 비전투요원이다. 죽이지는 말라고.”
 “당연하다. 정예병으로 만들어 보이겠다.”
 비전투요원, 이렇게 보여도 검술 마스터지만. 그것보다 죽이지는 말라니 그건 무슨 말이지?
 “무리는 하지 말고. 간단히 발하라에 대한 설명이라도 해주고 애들 오면 인사나 시켜줘.”
 라고 하면서 팔레는 책상에서 책 한 권을 꺼내서 던졌다. 날아오는 책을 잡아서 살펴보니. 교본이었다.
 
 세자흐 초급 조련술.
 
 “이건.”
 “선물이야. 정령술도 한 권 구했지만 세리아가 있으니 필요 없을 것 같고.”
 “감사합니다.”
 “응, 일단 형님께 요청해서 호위를 위한 병사 하나를 받아 올 테니. 그때까지 잘 버티도록.”
 “···잘 못 들었습니다?”
 호위? 어째서. 버티라니 무슨 뜻이지. 하지만 그 의문은 해결되지 못한 채, 세리아에 의해 끌려 나왔다.
 
 세리아가 부대에 관해 설명해줬다. 일단 부대는 중대로 구분되어 있다. 팔레의 계급을 생각하면 대대장이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거기에는 부대의 특수함이 한몫했다.
 
 독립부대 발하라.
 말 그대로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부대이다. 중대라고 부르기 우습게도 인원은 12명. 하지만 그 모두가 간부다.
 일반 병사가 없는 부대, 한국의 특수부대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거기까지 들은 순간 깨달았다. 아, 진짜 힘든 곳으로 왔구나. 한국에서 군 생활 2년, 그리고 제국군으로서 1년이다. 부대 특성을 듣는 순간 울컥하고 올라왔다.
 규율은 자유로운 제5 제국군 내에서도 최고로 뽑을 정도였다.
 한 달에 2번의 임무를 수행하면 자유였다. 군인답게 출근만 제대로 하면 터치가 없었다.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거나 출근하자마자 외유를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특수 지령을 제외하면 임무 선택도 자유였다.
 임무는 1층에 있는 임무 판에 있는 것을 보고 선택하면 된다.
 
 “이거는 마치.”
 “그렇다. 용병이지. 본래 세자흐는 용병들의 나라, 덕분에 이러한 식의 부대도 생긴 것이다. 제5 제국군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곳 발하라가 특별한 것이지.”
 
 지켜야 하는 것은 간단하다.
 한 달에 2번의 임무.
 특수 지령의 강제 참가.
 이 두 가지다.
 
 특수 지령의 경우, 불가능해 보이는 어떠한 임무라도 거부할 수 없다.
 이곳 발하라는 제5 제국군 내에서도 능력은 뛰어나지만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 즉, 능력 때문에 버릴 수 없는 이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제5 제국군 문제아들의 집합소라는 것이다.
 
 “자, 잠깐!”
 “왜 그런가?”
 “그런 부대에 어째서 저 같은 것을···.”
 나의 말에 세리아는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도 모른다.”
 산뜻하게 말했다. 너무도 산뜻해서 나도 모르게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뭐, 대장이 정한 일이다. 무언가 뜻이 있겠지. 그대는 걱정하지 말아라.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다른 이들에게 지지 않는 전사로 만들어 줄 테니.”
 아니 안 되어도 되는데.
 “그대도 군인이 되었을 때,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이 세릴리아 긴 브륜힐트의 이름을 걸고 그대를 이 부대 최강의 전사로 만들어 주겠다. 아니, 본인이 있으니 본인 다음이겠군.”
 아무도 그런 걸 꿈꾸지 않았다. 애당초 강제로 입대한 군대이다. 게다가 훈련소에서 목표도 생겼었다.
 관리.
 하급 관리는 예외지만 중급 관리 이상부터는 군 전역이 의무화이다. 병사가 아닌 간부로서 7년의 복무를 마치면 상급 관리도 지원할 수 있다.
 나는 전역을 하고 3년 동안 관리의 경험을 쌓은 후. 지구에서 10년의 보호 기간이 끝나면. 제국 소속 지구인 관리나 병사들이 지구에서 근무할 수 있을 때, 근무처를 이동할 예정이었다.
 “으음, 하지만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는 것은 스승의 기쁨이라지. 그래, 만약 그대가 본인을 넘고 최강을 노린다면 환영해줄 것이다. 물론 그때는 본인도 전력을 다하겠다.”
 아니, 최강 따위 되고 싶지 않으니깐 전력을 다하지 말아 달라고.
 가뜩이나 생존 확률이 낮을 것 같은 부대인데 위험인물이 바로 옆에 있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세리아를 보며 울고 싶었다.
 1층 로비에 앉아서 설명을 듣고 있으니 부대원들이 하나둘씩 복귀했다. 가장 먼저 만난 것은 호랑이와 비슷한 얼굴의 세자흐였다.
 “아, 새로 온다는 신입이군. 열심히 해라.”
 그게 끝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옆에서 세리아가 설명을 해줬다.
 사하람 중위, 부대에 둘밖에 없는 중위고 서열상 대장 바로 아래라고 한다. 하지만 본인도 대장도 신경 쓰는 사람 없으니 일반 부대원처럼 대해도 된다고 한다.
 일반 부대원도 어렵지만.
 다음에 들어온 이들도 세자흐였다.
 얼룩 표범처럼 생긴 마샤흐 소위와 샴 고양이처럼 생긴 앗디인 하사, 둘 역시 사하람 중위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내 얼굴을 한번 보고 1층의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것도 따로따로.
 유대감이 없네. 세리아도 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얼굴 외우기는 쉽겠다. 특징이 너무나도 드러나 있었다. 다음에 만난 것은 여성 세자흐였다.
 “헤에, 오늘이구나. 난 미샤 샤브림 소위. 잘 부탁해.”
 고양이처럼 갸르릉하고 울었다. 검은 고양이의 모습을 한 그녀와 너무 잘 어울렸다.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앗디인 하사가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밝아 보이지만 문제라면 옆에 있는 세리아를 보지 않았다는 것. 완전하게 무시하고 있다.
 “앞이 막막하네.”
 “음? 뭐라고 했나?”
 “아닙니다.”
 그리고 바로 페르시안 고양이의 얼굴을 한 마가람 중사가 합류하면서 완벽한 고양이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살펴보니 대부분 미샤 소위가 말을 하고 마가람 중사와 앗디인 하사는 대답하는 식으로 회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호, 못 보던 얼굴이 생겼군요.”
 새로운 얼굴이다. 이번에는 치타, 하지만 앞선 이들과는 달리 나이가 제법 있어 보였다.
 “뱐 딘. 오랜만이군.”
 “예, 세리아 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소개하지 이쪽은 새로 들어온 김진후 하사다. 제12 제국군 관할 행성에서 왔지.”
 “아, 당신이? 잘 부탁드립니다. 뱐 딘 상사라고 합니다. 편하게 마스터라고 불러주세요.”
 응? 마스터?
 내 의문을 이해했는지 뱐 딘이 웃었다. 코끝에 달린 흰 수염이 가늘게 떨렸다.
 “별거 아닙니다. 제가 주류 관련 마스터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다들 마스터라고 부릅니다.”
 “이 1층 주점의 마스터다.”
 부대원이 장사하는 것이었어?!
 더욱 놀라운 것은 1층에 있던 일행들이 뱐 딘 상사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술을 주문했다. 바에서 자연스럽게 술과 글라스를 꺼내오는 뱐 딘.
 “···.”
 “왜 그런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그리고 아브함 중위와 바하 소위가 있지만 장기 임무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군. 둘 다 세자흐다. 그리고 남은 건···.”
 하고 주변을 살피던 세리아가 뒤로 향했다.
 “저기 오는군. 템프인 맥심 중사다.”
 템프라면 철인 템프인가? 뛰어난 방어력으로 이름 높은 종족이다. 장로 중심의 부족 사회, 대지의 정령술이 특기인 종족이다. 그 수는 얼마 없지만, 활약은 유명하다.
 이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구, 군복 사이로 보이는 회색의 피부. 그는 위압감 있는 모습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새로운 인원입니까?! 이야, 반갑습니다. 전 맥심이라고 합니다.”
 하고 거대한 손으로 내 팔을 움켜잡았다.
 부서져! 뼈가 부서져!
 “그쯤 해둬, 맥심. 진후의 몸은 약하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아니, 진짜로 팔이 뜯어지는 줄 알았다. 맥심은 두꺼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 툭 치면서 사과했다.
 경박해.
 대지의 신을 모시며 스스로 고행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템프. 성실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서 철의 수행자란 이명이 붙은 템프가!
 훈련소에서 배운 것은 전부 거짓이란 말인가.
 아니, 얘가 이상한 거겠지.
 세리아도 있었다. 무려 세림 중의 세림. 세림의 공주님이다. 부대 특성을 생각하면 이 템프가 이상하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오늘은 꽤 늦었군?”
 “아하하, 어제 좀 과하게 마셔서. 아직도 속이 쓰리네요. 빨리 해장을 하지 않으면.”
 “그런가. 해장이라면 몸을 움직이지 않겠는가? 땀과 함께 술기운을 배출하게 해주겠다.”
 “하하, 고마운 제안이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서 사양하겠습니다. 땀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배출될 것 같기에.”
 하고 뒷걸음치며 바로 도망갔다.
 “오, 반갑습니다. 여러분!”
 마침 바에 앉아 있던 고양이 삼 남매에게 인사를 하자. 삼 남매는 혀를 차며 자리를 벗어났다.
 “마스터! 속이 풀릴 정도로 강력한 거로 한 잔 부탁드립니다!”
 “해장술이냐?!”
 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냈다.
 내 안에 수행자의 이미지를 돌려줘. 아니, 낯익은 맥심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선입관은 생겼지만···.
 “뭐, 이걸로. 부대원의 소개는 끝났다. 오늘은 간단하게 정령술에 대한 교육을 하겠다. 내일부터는 육체 단련도 시작하지.”
 나는 세리아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 비어 있는 방 아무 데나 들어갔다.
 “근처에 숲이나 산이 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곳 헤자드 주변은 평지와 사막밖에 없다. 일단 이론 중심으로 가르치고 기회가 있을 때, 실전 연습을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책으로 공부했을 때 생겼던 의문점을 질문했다. 세리아는 정말로 교육관으로서의 경력이 거짓이 아닌지 알기 쉽게 가르쳤다.
 가끔 무서운 말을 거리낌 없이 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군사 도시 헤자드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 후, 교육은 저녁까지 진행되었다.
 도시 헤자드의 여러 병영 식당들은 놀랍게도 전부 유료였다.
 가격이야 밖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긴 했다.
 급여가 많은 만큼, 안에서 소비시키는 것인가. 놀라운 창조경제다.
 
 “놀랍군. 놀라운 습득력이다.”
 세리아가 감탄했다.
 “본인도 정령술의 재능이 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지만, 그대는 정말 대단하군.”
 갑작스러운 칭찬에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야 그렇겠지요.
 
 브륜힐트 왕족 검술(U) 그랜드 마스터.
 브륜힐트 왕족 궁술(U) 그랜드 마스터.
 제국군 특전 무투술(R) 그랜드 마스터.
 
 삼관왕 아닙니까? 거기에 정령술의 재능까지 있었으면 사기지요.
 
 그녀의 설명으로는 부대원 전부가 레어급 이상의 전투 계열 스킬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중 반이 두 가지의 그랜드 마스터고 대장인 팔레와 세리아, 둘만이 세 가지 스킬의 그랜드 마스터라고 한다.
 평범한 이라면 하나도 올라가기 힘든 그랜드 마스터를 셋씩이나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에게 칭찬을 들어봤자, 기쁘지도 않았다.
 훈련소에서 배운 것을 생각하면 중대장급이나 되어야 그랜드 마스터 스킬을 가지고 있을까 말까였다.
 
 “너무 I.B를 의식하지 않는 게 좋다. 그건 어디까지나 제국 기준표고 그것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정한 강자는 I.B로 나타낼 수 없다.”
 “···예.”
 그건 재능 있는 세리아니깐 할 수 있는 말이다.
 
 나 역시 그런 말을 하기에는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머리 좋다는 말만 들어왔다. 편모 가정, 우리 집 사정이 그렇게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무렵부터 어머니의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었다.
 
 노력한 것이 아니다. 그냥 시험을 잘 봐야지. 하고 마음만 먹을 뿐인데. 전교 일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집에서 따로 공부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공부뿐만이 아니었다. 별다른 노력도 없이 금방 숙달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친구들에게 재능충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동기들을 생각하면.
 그런 자신조차 동기들에 비교하면 큰 재능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천재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부대에 있는 이들은 그런 동기들의 재능조차 우습게 보는 자들이었다.
 
 전투에 특화된 상위 종족들을 제외하고 일반 종족을 기준으로, 한 가지 분야의 마스터에 도달하는 시간은 일이십 년. 여기까지는 노력 여하에 따라서 도달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일이십 년의 세월을 단시간만에 넘어섰다. 그렇기에 어스가 놀랍다고 하는 거다. 그리고 그 능력에 비교하여 육체 능력이 너무 낮았다.
 하지만 마스터에서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가는 것은 다르다. 재능이 있다고 하는 이들도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평생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 그 경지이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 도달한 인재들이 열둘이나 있는 것이다. 아니, 나를 제외하면 열하나지. 그런 이들의 임무란 무엇인가. 평범한 제국군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임무를 뜻한다.
 소수의 높은 기량을 가진 인원들이 할 수 있는 임무.
 그렇다고 각 중대나 대대장들을 개개인으로 불러서 수행할 수도 없다. 처치 곤란한 임무들일 가능성이 높다.
 
 살기 위해서는 익혀야 한다.
 제국군 훈련소에서는 그저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문제는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처지가 바뀌었다. 생존이 걸린 문제다.
 노력을 해도 7년 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었다.
 부대의 이동? 보통 일 가지고는 불가능했다. 그것보다 내가 죽는 것이 먼저일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부대 특성 때문인지. 자신들의 지식을 전수해주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
 이것은 꽤 큰 차이였다. 다른 부대였으면 상관이 직접 일대일로 기술을 전수해준다는 것 자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훈련을 하고 정해진 임무를 수행한다.
 자기 계발은 그 이외의 시간에 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상황이 달랐다.
 바꿔서 말하면 무언가를 배우기에는 최고의 환경이다. 많은 실전과 뛰어난 스승. 그리고 주어진 시간. 이제는 살기 위해.
 
 “노력해야지.”
 
 나는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좋은 선생님이란 말 취소.
 “허억, 헉.”
 “정말 못 봐줄 정도군. 굼벵이도 그것보단 빠를 것이다! 좀 더 속도를 높여라! 소리가 부족하다! 뱃속부터 끌어모아서!”
 “에, 예! 알겠습니다!”
 폐가 찢어질 것 같다. 아침 스트레칭 1시간, 그리고 간단한 제국군 검술로 몸을 풀었다. 여기서 ‘간단한’이란 것은 세리아의 표현이다. 제국군 검술을 두 시간 정도 했을 때부터 내 몸은 이미 한계였다. 그리고 런닝이 시작되었다.
 평지가 아니다. 일부러 사막의 경계로 가서 모래 위에서 뛰기 시작했다.
 
 훈련소의 육체 단련 역시 무리 없이 통과한 자신이었다. 하지만.
 
 “훈련소? 아아, 그 어린이 병영 캠프 같은 것 말인가? 본인도 어릴 적에 갔던 적이 있었지. 친구도 사귀고 재밌었어.”
 
 이런 말이 돌아왔다. 두 시간의 런닝을 하는 동안,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한계를 넘어섰다. 세리아의 독설로 인해 황폐해진 정신. 한 줌의 힘까지 쥐어짜인 육체가 드디어 말을 듣지 않을 때, 훈련이 끝났다.
 
 “음? 안 먹는가?”
 “···아니, 입맛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긴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이다. 이곳의 음식에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리겠지.”
 입맛이 없는 건 풍토 때문이 아닌데요?
 “···그나저나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언제나처럼 무표정인 건 똑같지만 왠지 분위기가 경쾌하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개운하더군.”
 분명 몸을 움직인 건 나고 세리아는 지시만 했다.
 “게다가 모처럼의 부하 교육이다.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보는 것도 제법 좋더군.”
 “···.”
 “기대하여라. 내일부터는 좀 더 다양한 것을 해보지. 교육대에서 여러 가지 훈련을 생각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생기다니, 보람차군.”
 “···.”
 나는 임무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훈련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살길은 열렸다. 세리아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었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제311 보병 부대에서 파견 나온 파샤 뤼한만 상병입니다. 삼 개월간 김진후 하사님의 호위 및 교육을 보좌하겠습니다.”
 검은 표범의 군인이 막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인 옆에는 회색 늑대 한 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교육이라면?”
 “제국군 무술과 조련술입니다. 아침에는 도장을 등록하였으니 그곳에서 체력과 유연성을 기르시고 제국군 무투술과 조련술을 가르칠 예정입니다.”
 “있을 수 없다! 진후의 교육 담당은 본인이다!”
 분노한 세리아가 일갈했다.
 그도 그렇겠지. 좋아하는 사탕을 누군가가 쏙 빼먹는 느낌이니. 신성한 결투라도 하는 것인가? 하지만 파샤 상병의 대처는 간단했다.
 “저는 권한이 없습니다. 명령권자인 팔레 중대장님께 말씀하시길.”
 훌륭한 대처다. 저 모습이야말로 군인의 자세다. 그 모습을 본 세리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내 팔을 잡고 중대장실로 이동했다.
 그녀의 포커페이스가 깨질 정도로 얼마나 분노했는지 알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파샤는 그것을 보더니 조용히 뒤를 따랐다. 벌써 호위 임무에 들어간 것인가.
 “대장!”
 안에 있던 팔레는 당황한 모습 없이 일행들을 반겼다. 마치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한 것이다.
 “어찌 된 것이지? 분명, 진후의 교육은 본인이 맡기로 했을 터.”
 “그렇지. 오늘 아침 훈련 내용도 보긴 했는데. 진후에게는 아직 무리인 것 같아서.”
 “그것이 무슨 말인가? 본인에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아니, 분명 너의 교육은 훌륭해. 일반 병사도 정예병으로 만드는 것도 문제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문제는 진후다.”
 응, 나?
 “조사에 의하면 진후네 나라는 전투 시 본신의 무력보다 과학으로 이루어낸 화기를 이용한다 하더군.”
 ···육체 단련도 하는데? 올림픽도 있고.
 이들 앞에서 단련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 훈련소에서도 대부분 훈련생이 죽거나 퇴소를 했다고 하더군.”
 “설마! 그 훈련소에서 말인가? 장교 교육대도 아니고?”
 “그래. 바로 그 훈련소다.”
 “정말 심각하군. 어스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분쟁도 없는 평화의 종족인가!”
 아니, 365일 전쟁이 멈춘 적 없는 전란의 인류입니다.
 “다행히도 진후의 습득력은 뛰어나. 3개월 동안 기초만 잡으면 그 후에는 너의 훈련에도 따라갈 수 있을 터.”
 “그럼 그 도장이란 것은?”
 “시내에 있는 작은 도장. 세자흐 아이들의 체력과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
 “과연, 지금 진후의 상태를 보면 그 정도라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일이군.”
 훈련이 없어지는 것은 다행인데. 왠지 비참한 느낌이!
 “너무 걱정하지 마. 고작 3개월이야. 그리고 일과 후 간단하게 훈련을 도와주는 것은 말리지 않을게. 이제 너도 진후의 상태를 알았을 테니.”
 응?
 “알겠다. 본인도 계획을 수정해야 하겠군. 일과 후라면 2, 3시간 정도인가.”
 뭐?
 “팔레, 그대의 뜻은 알겠다. 그것도 모르고 화를 냈던 본인을 용서해다오.”
 “아니, 말도 없이 변경한 것은 내 잘못이니. 일단 요번 한 달은 녀석을 돌보는 것으로 임무를 대체할게. 다음 달부터는 진후와 같이 수행할 수 있는 단기 임무로 부탁해.”
 “음. 알겠다.”
 아니 잠깐! 어째서 멋대로 일과 후의 내 일정을 정하는데!
 하지만 그런 불만도 뱉지 못한 채. 나는 세리아에게 끌려갔다. 석 달 동안 적응되기 전에 피로로 죽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 임무
 
 “진후! 이것 봐!”
 도장의 쉬는 시간. 하얀 고양이의 얼굴을 한 여자아이가 손바닥에 다람쥐처럼 생긴 동물을 들어 올렸다.
 “어제 끝나고 나가서 잡아 왔어!”
 “대단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아이는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고 곧 친구들이 모인 곳으로 뛰어갔다.
 도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같이 무술을 배우는 것에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배우는 것은 태무라고 해서 한국으로 치면 태권도처럼 세자흐 주민이라면 한 번쯤 해본 적이 있는 국민 무술이라고 한다.
 세자흐 자행성에 있는 8가지 짐승의 모습을 본뜬 무술.
 처음 며칠은 아이들에게 발렸지만.
 말 그대로 개발렸다. 잊을 수 없는 내 흑역사가 추가된 것이다. 지금도 여자애들을 이기는 것이 겨우다. 남자애들이 대련해달라고 하면 피하고 본다.
 국민 무술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한국의 태권도와는 기준점이 다르다.
 인터넷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마샬 아츠의 움직임을 열 살 겨우 넘은 애들이 하고 있다. 도장 안을 그냥 날아다닌다.
 일본의 그 유명한 닌자 만화를 보는 줄 알았다.
 괜히 전투민족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전투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이제 겨우 흉내 내는 정도지만.”
 
 하사 김진후(어스) ― Rank E
 소속 : 제5 제국군 제2 사령부 독립부대 발하라
 체력 : 9/22
 마력 : 7/8
 힘 : 17
 민첩 : 16
 지능 : 21
 
 마스터 스킬 ― 제국 검술(N), 제국 연금술(N), 제국 대장장이(N), 세자흐 초급 조련술(R), 세림 초급 정령술(R)
 
 피로가 심각합니다. 휴식을 권고합니다.
 
 능력치가 매우 늘었다. 기본 조련술과 정령술은 기본에서 초급으로 변했다.
 이런 식이군.
 같은 계열의 상위 스킬을 익히면 합쳐지는 느낌이다. 조련술과 정령술의 경우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익히는 데 더욱 수월했다.
 “비록 계약한 정령은 없지만.”
 조련술 역시 동네 들쥐 정도가 한계이다. 문제는 체력인데. 밑에 붉은색으로 경고가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휴식이라. 한 달 동안 쉬는 날까지 세리아와 특훈을 할 정도로 강행군을 계속해 왔다. 겉보기에는 심각해 보이는데 잘 생각하면 지난번보다 1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10/15에서 9/22라.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었구나. 하고 살아가고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사님.”
 “응, 고마워.”
 도장 밖으로 나오니 파샤가 대기하고 있었다. 옆에는 언제나 그렇듯 회색 늑대 한 마리가 자리했다.
 부럽네.
 하지만 저 정도면 중급 조련술 마스터가 아니면 힘들다. 처음에는 번거롭게 김진후 하사님하고 부르더니 어느 순간 하사님으로 줄여졌다. 한 달 동안 제법 친해진 것도 컸다.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훈련은 없다.
 
 그렇다. 오늘 나는 처음 임무를 나간다.
 
 막사에 도착하니 세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토벌 임무를 지원했지만, 대장이 허가해주지 않더군.”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세리아 손에 들려 있는 종이를 받았다. 임무장이다.
 
 회수 임무다. 드래고니아?
 “용인족입니다. 그 수가 매우 적은 희귀 종족입니다. 어느 종족보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손을 보는 것이 힘들어 제국군 내에서도 특별 관리하는 종족입니다.”
 그 귀한 용인족의 알을 도난당했다는 거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훔친 건 누구지?”
 “아직 정체는 파악되지 않았다. 벌레라면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지 가지고 가지는 않을 터. 아마도 어둠의 상인이나 해적들의 짓이겠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파는 어둠의 상인들, 그리고 세계를 이동하며 활동하는 해적들. 어느 쪽이나 만만치가 않았다.
 “걱정할 것은 없다. 진후, 제국의 적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예. 대표적으로 그린 스킨, 벌레 군주, 타락왕입니다.”
 “그렇다. 거기에 고대 악신과 황혼의 마녀들이다. 그들과 비교하면 해적들이나 어둠의 상인은 어린애들 같은 것이지.”
 해적이라고 해도 해적 왕국이라면 위험했지만 제2 제국군 쪽에 있는 해적 왕국이 이곳까지 활동할 리가 없다. 소규모 해적단 정도다.
 이곳 제5 제국군의 적은 벌레 군주. 수많은 개체 수로 제국을 공격하고 있는 종족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큰 위협은 없었다.
 “일단 알을 도둑맞았다는 용의 신전으로 향하지.”
 “예. 알겠습니다.”
 일행들이 향한 것은 군용 게이트. 담당 병사에게 임무장을 보여주고 게이트를 이용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게이트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먼저 들어가는 세리아. 나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우웩!”
 “이 정도로 속이 뒤집히다니. 수행 부족이다. 돌아가면 특훈을 해야겠군.”
 “···몇 번 타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바닥을 부여잡고 토를 하는 나, 그것을 보고 혀를 차는 세리아. 얼굴색이 안 좋지만 비교적 멀쩡한 파샤였다.
 파샤가 데리고 온 회색 늑대는 배를 깔고 기절해 있었다. 일반 게이트가 그저 문이라면 이건 투척기다.
 빙글빙글 돌려서 던지는 느낌이다. 일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영혼이 분리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토는 하지 않았지만, 헛구역질을 몇 번이나 하고 나서야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바위로 된 섬. 그 중앙에 거대한 신전이 보였다. 이곳이 용의 신전. 우리는 그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는 회색 늑대가 안쓰럽긴 했지만 지금 내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돌아갈 때도 그것인가?”
 군용 게이트. 다행하게도 그건 아니었다.
 “근처에 일반 게이트가 있어서 I.B로 이동해서 갈 것입니다. 군용 게이트는 편도라.”
 군사용 I.B에만 들어 있는 단거리 도약 마법. 파샤의 말에 나는 안도했다.
 “그럼 적진이나 게이트가 없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면 어떻게 돌아와?”
 “그럴 때는 귀환 아티펙트가 지원된다.”
 “예, 그리고 대규모 공습의 경우. 공간 도약 마법(게이트)가 걸린 전함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서 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귀환 아티펙트. 공간 도약 마법이 걸린 아티펙트다. 그것도 지정된 한 곳으로밖에 이동할 수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공간 도약 마법이 들어 있는 만큼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걷고 있는 사이 일행은 신전 근처에 도달했다. 주변에 붉은 사제복을 입은 용인족들은 우리가 입고 있는 제국군 군복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사제들이라고 해도.
 2미터의 건장한 키. 등 뒤에 있는 둔기, 날카로운 발톱. 절대 일반적인 사제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용인족은 태어날 때부터 신관과 마법사이며 전사이다. 이제는 잊힌 고대 종족의 일원이지. 고대 악신과의 전쟁의 뒤에 맺어진 조약만 아니라면 이런 일 정도는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다.”
 “조약입니까?”
 “고대 악신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종족들은 악신의 저주를 받아 멸망해가는 자신들의 종족을 살리기 위해. 고대 신을 통해 계약을 맺었습니다.”
 드래고니아라고 불리는 용인족은 신의 가호가 머무는 이곳, 용의 신전을 벗어날 수가 없다. 벗어나면 악신의 저주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다.
 심지어 용의 신전 안에서조차 더는 자손을 보기 힘들다.
 “제국에서 온 자들인가.”
 신전 앞에 서 있는 용인. 일반 용인보다 덩치가 컸다. 적어도 2.5미터는 되어 보이는 용인.
 “본관은 용의 신전의 사제장을 맡은 투르클이다.”
 “제국군 소속 세릴리아 긴 브륜힐트 소위라고 한다. 이번 용의 알 탈환 임무로 왔다.”
 “요정족의 후예라. 많이도 변하였군.”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눈치를 보다가 그 뒤를 따랐다.
 
 신전 안에 있는 서고, 그곳에 들어가자 사제장 투르클은 고해하듯이 말했다.
 “평화가 길었던 것이지. 천 년 동안 우리 용인들도 나태해진 것이다.”
 아무리 그 수가 백이 안 된다고 해도 주민 모두가 마스터급 이상의 전사들이다. 그 안에서 알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라면 한 가지. 방심이다. 악신과의 전투 이후 긴 세월 동안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 틈을 적은 이용한 것이다.
 “신전 동쪽에 화재가 있었네. 신관들이 그것을 처리하러 간 사이 알이 사라졌지. 신전에 남아 있던 자들은 모두 잠이 들어 있었어. 마법이라면 우리 용인에게 통할 리가 없지. 마법이 아닌 다른 무언가일세.”
 투르클은 괴롭다는 듯 눈 밑을 비볐다.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백 년. 무려 백 년 만에 생긴 아이다.”
 투르클의 분노에 주변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떨려왔다.
 “이 지긋지긋한 저주만 아니라면! 전 행성을 뒤지더라도 연관된 자들을 모조리 씹어 먹을 것을!”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따뜻한 기운이 불어왔다.
 세리아다. 세리아가 나와 파샤의 등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 미안하군.”
 “아니다. 종족의 희망을 잃어버린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투르클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차분해진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범인에 대한 단서는 있는가?”
 “단서는 없지만, 위치라면 알 수 있다네.”
 말과 동시에 사제장의 주변에 푸른빛이 떠올랐다. 푸른빛이 가리키는 곳은 동쪽이다.
 “나갈 수 없다고 마법까지 못 쓰는 것은 아니네. 게다가 용의 알의 마력은 우리 용인들보다 잘 아는 자가 없지. 가벼운 탐색마법으로도 충분하네.”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인가. 그게 어떤 기분인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적은 세계 간의 공간 도약 마법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이는군. 하지만 행성과 행성 간의 이동 수단이나 전이 마법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그것도 없으면 이 용의 신전을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알이 있는 행성으로 전이 마법을 써주겠네.”
 “과연.”
 공간계 마법도 그랜드 마스터 급이다.
 공간 마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공간 이동(초근거리) ― 일반적인 공간 마법. (전투 시 사용.)
 공간 전이(근거리) ― I.B에 포함된 마법식, 공간 마법 중급 마스터 이상.
 공간 도약(세계간의) ― 게이트, 공간 마법 상급 그랜드 마스터 이상.
 
 이미 공간 도약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일반 마법사로 볼 수가 없다.
 “알의 부화 시기도 머지않았네. 알 안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부화하면 저주로 인하여 목숨을 잃을 것이야.”
 투르클의 말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라. 그것을 위해 온 우리다.”
 말과 동시에 투르클의 손이 허공을 향했다.
 “그럼 부탁하네.”
 그와 동시에 몸이 붕 뜨는 느낌.
 어딘가 익숙한 감가아아아악!
 
 “우웩!”
 “또 인가. 이번에는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적측도 마력의 움직임을 읽었을 것이다.”
 “···예.”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켰다. 도착한 곳은 거대한 늪지대. 발이 조금씩 들어가고 있었다.
 “비교적 마른 땅을 밟으면서 이동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란데.”
 삐이익! 하고 울음소리와 함께. 푸른 매가 나타났다.
 “녀석들을 찾아라!”
 바람과 함께, 매가 하늘로 올라갔다.
 저 매 이름이 그란데였군.
 늪지대라고는 하지만 거의 평지와 같다. 적의 위치를 발견했다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빠르게 그란데가 있는 자리로 움직였다.
 그리고 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기는 가슴 언저리에 올 정도였다. 등이 굽어 있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었다.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칼을 들고 있는 것이 넷,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이 하나, 그리고 유난히 커 보이는 녀석도 있었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것 같았다. 거대한 도끼를 들고 낡은 투구까지 쓰고 있는 녀석의 노란 눈이 번뜩였다.
 그런 녀석들의 피부는 진한 녹색 빛을 띠고 있었다.
 그린 스킨!
 “고블린들인가. 어째서 이런 곳에!”
 그린 스킨. 세림과 같은 고대 종족의 후예. 그것도 고대 악신의 편에서 싸웠던 종족. 놀랍게도 지구에서 즐겨 했던 게임에서 나오는 몬스터와 비슷한 존재가 많았다. 고블린이라든지 오크 같은 녀석들이다. 하지만 게임에서처럼 쉽게 쓰러트리던 상대가 아니었다.
 “진후, 파샤 준비해. 고블린 전사장이다.”
 “쿠쿠쿡, 세림인가. 오랜만에 먹어보겠군.”
 쇠로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과연 목에 칼이 박혀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
 제국 제일의 적. 고대로부터 가장 많은 종족을 멸망시킨 존재들.
 세리아와 파샤가 녀석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나는 그것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제복 안에 손을 넣어 두 개의 유리병을 꺼냈다.
 그것을 바로 입에 넣어 액체를 삼켰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몸.
 
 첫 전투,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훈련소에서 실전 같은 경험을 쌓았다고 해도 실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이제 제국군의 군인이다. 앉아서 불만만 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물약의 효과가 있었는지 두려움이 가시기 시작했다.
 마신 것은 별거 아니다. 연금술로 만든 각성제라고 볼 수도 있었다. 아드레날린을 촉진시켜 공포를 이기게끔 하는 물약과 순간적으로 근육을 강화하는 물약.
 둘 다 부작용이 있는 약이다. 품에서 병 하나를 더 꺼내 칼에 뿌렸다. 부대에서 구매한 독이다. 전부 혹시 몰라서 사놓은 것이다.
 이 정도로 해도 부족하지만.’
 지금 나의 최선이다. 이미 세리아와 파샤는 적들과 교전을 시작했다. 나도 달려갔다.
 순식간에 한 마리의 고블린을 쓰러트린 세리아는 그대로 전사장을 향했다.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하는 세리아의 검을 고블린 전사장은 거대한 검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보기에도 세리아가 우세했다. 하지만 적의 수는 많았다. 옆에서 달려드는 고블린을 파샤의 늑대가 막았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던 고블린 하나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불꽃이 세리아를 향했다. 그것을 가볍게 피한다.
 고블린 주술사인가.
 성가신 녀석부터 처리하는 게 답이다! 나는 녀석에게 뛰어들어 검을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놀란 녀석은 곧 지팡이로 검을 막았다.
 아직이다! 아직.
 막힌다면 또! 계속 공격이다! 녀석의 발을 묶는 것만으로도 아군에게 승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
 남은 고블린은 일반 고블린 셋과 고블린 주술사와 전사장. 파샤와 늑대, 그란데가 각각 고블린들을 맡고 있었다. 전사장은 세리아가. 그렇다면 나는 이 녀석의 다리를 물고 늘어지면 되는 것이다.
 근데. 주술사가 왜 이리 세.
 주술이 아니다. 공격해 오는 지팡이를 힘겹게 막은 나는 인상을 썼다.
 주술사면 주술사답게 근접전에는 약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마음을 읽었는지 주술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웃는 것이다. 동시에 지팡이가 더욱더 빨라졌다.
 버거울 정도로 빠르게 공격하는 녀석. 점점 몸에 고통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지팡이에 맞은 팔도 붓기 시작한 것 같다. 녀석의 공격을 전부 방어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검에 스쳐서 여러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 비교하면 경상이었다. 보통이라면 이쪽이 불리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웃던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반대로 히죽, 하고 미소를 지어주는 나.
 깨달은 것이다.
 “···독이라니, 비겁한 녀석.”
 어? 말했다.
 어눌하지만 제대로 들려왔다. 놀라운 I.B의 통역 마법이다.
 “싸우는 데 비겁이 어디 있어. 게다가 독은 너희 특기잖아.”
 일반 고블린들은 독침을 가지고 있다. 교육시간에 배운 적이 있었다.
 남불내로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마비 독 때문에 점점 속도가 줄어드는 녀석. 곧 내 검이 녀석의 목을 찔렀다. 처음으로 살아 있는 것을 찌른 감각에 잠시 움찔했지만 애써 무시하고 검을 뺐다.
 손끝에 전해왔던 그 감각이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지금 그 생각은 사치다. 주변을 살피니 늑대가 고블린에게 밀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리 달려가 고블린의 등에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검을 돌려 막는 고블린. 놀라운 감각이지만 늑대를 무시하면 안 된다.
 아무리 상처를 입고 밀리고 있었다고 해도 짐승, 한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고블린의 목을 뚫고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이 파고들었다.
 “켁.”
 단말마와 함께 녹색 피를 흘리는 녀석. 늑대는 녀석이 움직임을 멈출 때까지 목을 흔들었다. 탁,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목. 목뼈가 부러진 것이다. 그제야 입을 벌렸다.
 고블린의 피로 물든 녀석은 나를 보고 헥헥, 거렸다. 조련술이 아니어도 알 수 있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고 다시 몸을 돌렸다.
 아직 적은 남아 있다.
 “어?”
 기울어지는 몸. 억지로 버티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다리뿐만이 아니었다. 온몸의 근육이 경련이 일어나듯 움찔거렸다.
 벌써 시간인가.
 하나만 먹어도 부작용이 남는 약을 두 개나 동시에 마셨다. 멀쩡할 리가 없었다. 주변은 거의 정리가 끝나갔다.
 늑대는 분전 중인 그란데를 돕고 있었고 파샤 역시 앞의 고블린을 쓰러트렸다. 일대일 상황이 된 세리아는 전사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니, 저 정도면 가지고 노는 거군.
 “왜 그런가? 처음의 기세는 입뿐이었는가? 좀 더 힘을 내 보아라.”
 “네, 네년!”
 “쯧, 아까부터 그 말밖에 할 수 없는가? 그대의 거대한 머리에는 근육밖에 차 있지 않은 것 같군.”
 “크윽!”
 “아직이다. 아직 쓰러지면 안 된다. 오랜만의 전투다. 본인은 이제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본인을 좀 더 즐기게 해 달라.”
 저 정도면 고블린이 불쌍할 정도군.
 온몸을 난자당하는 고블린 전사장. 치명상을 피해 작은 상처들만 늘어나고 있었다. 어느새 전투를 끝낸 파샤가 질린 눈으로 그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 쉬어도 되겠군.
 나는 그렇게 털썩 쓰러졌다. 바닥에 누운 순간 포근함이 밀려왔다. 점점 낮아지는 시야.
 응?
 낮아진다니. 말 그대로 시야가 잠기는 느낌이었다. 몸도 포근함을 넘어서 압박감까지 느껴졌다.
 “아.”
 늪이지.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빠져들어 가는 느낌.
 사, 살려줘. 소리 없는 비명이 나왔다.
 
 코와 입이 잠기고 일 분 정도 정말 이대로 죽는가 싶을 때 그란데가 나를 건져줬다.
 “독과 각성제라. 과연, 쓸 수 있는 수단은 전부 쓰는 것인가. 훌륭한 비겁함이다. 칭찬하지.”
 “···.”
 훌륭한 비겁함이라니 그런 단어가 있었나?
 세리아는 상처투성이에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있는 나를 보고 감탄했다. 왠지 모르게 상쾌한 얼굴의 세리아였다.
 “하사가 주술사를 잡아줘서 다행입니다. 처음 세리아 소위님과 제가 노렸을 때는 뒤로 몸을 피해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아니었으면 상당히 고전했을 것입니다.”
 “···.”
 만만하니까 나를 안 피한 것인가. 역시 그 녀석 지능캐다. 오해해서 미안해.
 “그도 그렇지만 그린 스킨이라니.”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년 만입니다.”
 “그래, 그것도 제1, 2 제국군이 아닌 제5 제국군의 영역에서는 드문 일이다.”
 “저, 이야기라면 일단 이것부터 가져다주고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용의 알을 본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세리아가 I.B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빛과 함께 사라지는 몸.
 역시 쾌적하고 안전한 I.B 만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의 몸은 용의 신전에 도착했다.
 용의 신전에 도착하자, 투르클은 우리의 손을 꼭 붙잡았다.
 “정말로 감사하네.”
 “아니다. 그대들과 우리는 같은 전우 아닌가.”
 고대로부터 명맥을 이어 온 용인족과 고대 요정족의 후예인 세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것보다 문제는 어째서 그린 스킨이 용의 알을 노렸느냐는 건데.”
 “용족의 심장이라면 많은 양의 마력을 늘려준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2년 동안 잠잠하던 그린 스킨이 그것 때문에 나타났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일반 고블린들이 아닌 전사장까지 움직였다면 개인의 움직임이라고 보기 힘들다.”
 “···.”
 난 아무것도 모르니깐 조용히 있어야겠다. 그것보다 좀 씻으면 안 되나? 진흙이 굳어서 딱딱하게 되고 있었다. 불편함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투르클과 눈이 마주쳤다.
 “이거, 실례했네.”
 마치 벌레라도 쫓는 듯한 가벼운 손짓에 온몸에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옷도 피부도 뽀송뽀송해졌다.
 “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그런 가운데 사제 하나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투르클에게 다가와 무언가 귓속말을 전하자. 투르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군. 용무가 생겼네.”
 “용무라면?”
 “알이 깨어나려고 한다네. 그래, 그대들도 보러 가겠는가?”
 그 귀하다는 용인이 태어나는 것이다.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위기였네요.”
 “그렇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생명 하나를 잃을 뻔했군.”
 부화장에는 많은 용인이 있었다. 저마다 태어날 아이에게 축복의 마법과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대, 대단하군. 제국 황제의 아이도 이 정도의 축복은 받지 못할 것이다.”
 여러 가지로 사기적인 용인이었다.
 “전에 태어난 아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네. 방금의 사건도 있고 해서. 용인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게지. 혹여나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잠시지만 신의 가호를 받은 용의 신전을 벗어났었다. 아무리 알이 보호했다고 하지만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
 곧 알에서 금이 가면서 꾸물꾸물 생명체가 나왔다. 사람으로 보면 7살 정도 되었을까? 머리에는 뿔, 뒤에는 앙증맞은 날개를 가진 여자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 아이를 본 용인들의 몸이 굳었다.
 “설마.”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세리아도 파샤도 나 역시 입을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 태어난 아이는 용인 같은 용의 얼굴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에 가까웠다.
 “조용!”
 투르클의 목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부화장.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투르클은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안정되었는지 울음을 멈추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아이. 그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없다.”
 투르클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저주의 흔적이 없다.”
 악신의 저주를 받기 전, 진정한 용인의 모습.
 “천 년이라. 천 년. 드디어 풀린 것인가!”
 고대 악신과의 전쟁이 끝나고 자그마치 천 년이다. 그 긴 세월이 지나고 저주를 받지 않은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정말로 길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므나가다. 희망! 이 아이가 우리 용인들의 희망이 될 것이다!”
 투르클의 외침과 동시에 용인들의 환호가 들려왔다. 다른 용인들과 달리 외부에 대한 제약도 종족 번영에 대한 저주도 없는 것이다.
 모두 기뻐하는 가운데 우리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저것 때문이군.”
 그린 스킨이 움직인 것은. 이것을 어찌 알았는지는 유추해 낼 수 있다. 고대 악신에게 대항하여 저주를 받았던 용인족과 마찬가지로. 고대 신들에게 그린 스킨 역시 제재를 받았다.
 고대 악신의 저주가 풀린다면.
 “고대 신들의 제재, 또한 풀리겠군.”
 이건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천 년 전 고대 신과 악신의 전쟁으로 수많은 종족과 신들이 사라졌다.
 천 년 동안의 정전, 이제 그것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는 파샤나 나와는 달리 세리아의 표정은 밝았다.
 세리아가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이걸로, 세림도 움직일 수 있겠군.”
 고대 요정족의 후예. 제재를 받은 것은 그린 스킨만이 아니었다. 세리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제 더는 왕궁도 원로들도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왜 하필 이때인가?
 자신이 입대한 이때, 첫 임무 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지. 마치 내 군 생활을 알려주는 듯 암울한 소식이었다.
 
 내 예상처럼 용인족을 포함한 제국 소속의 아홉 고대 종족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여섯 종족은 방어에 성공했으나, 세 종족은 방어에 실패해 신물 또는 아이를 잃어버렸다.
 
 “이것을 가지고 가게나.”
 “이건?”
 “용족이 태어난 알이네. 본래라면 태어난 아이가 그것을 먹고 면역력이나 마력을 강화하는데 므나가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축복을 받아서 필요가 없네.”
 투르클이 가지고 온 가방을 받았다. 안쪽에는 깨진 껍질이 들어 있었다.
 “과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한 법이네. 이것은 오히려 저 아이에게 독이라네. 저 세림의 아가씨나 수인족 같은 경우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겠지만 지금의 자네라면 큰 도움이 될 걸세. 용인의 심장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귀한 것이니.”
 “감사합니다.”
 나는 그것을 감사히 받았다. 확실히 이번 일로 힘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꼈다.
 “용의 알인가. 굉장한 것을 받았군. 본인도 감사를 표한다.”
 “뭘, 진짜 용의 알도 아닌 용인의 알인데. 그나저나 정말로 공간 도약은 필요 없는 건가?”
 나와 파샤의 고개가 빠르게 흔들렸다.
 “그 도구 안에 들어 있는 전이 마법은 알고 있지만, 그걸로 이동하면 게이트까지 못해도 세 번은 이동해야 할 걸세.”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예, 이미 도움은 충분합니다!”
 “컹!”
 나와 파샤뿐만 아니라 늑대 역시 열심히 끄덕였다. 멀더라도 안전한 길이 좋았다.
 그보다 개인이 세계 간 공간 도약 마법을 사용한다니 얼마나 괴물인 거야?
 그 정도 되면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하고 떠들 레벨이 아니다.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경지였다.
 “아쉽구먼.”
 “그 마음만 받겠다.”
 “그럼 세림의 아가씨여. 아까 말한 일은 부탁드리겠네.”
 “알겠다. 추후 연락을 달라.”
 그것을 끝으로 우리의 몸이 사라졌다. 근거리 공간 전이 마법. 그것을 세 번 반복해서 게이트에 도달했다.
 
 “아까 말한 일이라니 무엇입니까?”
 오기 전에 투르클과 세리아가 독대를 했었다.
 “므나가에 대한 것이다.”
 “새로 태어난 용인족 말입니까?”
 귀여운 용인족의 여자아이다.
 “그렇다. 용의 신전 내부에만 있는 것은 그 아이의 성장에 안 좋다고 판단한 것이지. 새로 부활하는 용인족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아이다. 후견인으로서 외부 세상에 대한 경험을 부탁받았다.”
 “···?”
 “···?!”
 “용인족은 과거 요정족과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 요정족의 후예라면 자신들의 아이를 맡길 수 있다고 한다. 영광된 일이지.”
 “어째서?!”
 “그렇다. 본인도 곧 전란이 시작될 것 같으니 용의 신전 내부에서 키우는 것이 안전하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역시나 용인족. 자신들의 아이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고 한다. 보호받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자라나 주었으면 한다니. 존경스러운 종족이다.”
 아니, 내 말은 왜 하필 당신이란 말이지!
 요정족의 후예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분명 착각하고 있어. 눈앞에 있는 세림은 일반적인 세림이 아니야!
 투르클이 눈앞에 있다면 멱살을 잡고서라도 말리고 싶었다.
 내 마음을 이해하는 파샤의 경우 그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끝이다. 저 종족의 미래는 이제 끝났다.
 나는 아까 보았던 귀여운 아이를 생각하며 묵념할 수밖에 없었다.
 
 ***
 
 보고를 받은 팔레 역시 비슷한 얼굴이었다.
 “···이거 곤란하네.”
 “그렇다. 벌레 군주만으로도 어려운 이 상황에 그린 스킨까지 나오다니.”
 “아니, 그것도 그런데. 내 말은 다른 거지만. 뭐, 일단 알겠어.”
 팔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다른 곳에서 그린 스킨과 만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는데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겠네. 진후도 첫 임무부터 큰일이네. 고생했어. 용인의 알은 먹지 말고 기다려 봐. 연금술을 배운 진후라면 알겠지만, 그것을 극대화시킬 방법을 한번 물어볼 테니.”
 어차피 바로 먹을 생각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아는 이 건에 대해 브륜힐트 여왕님께 보고드리는 게 좋을 거야.”
 “어마마마께 말인가?”
 “응, 한 종족의 후계자의 후견인이 되는 것이야. 병사를 키우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면 안 돼. 세림과 드래고니아 두 종족의 미래에도 관련되었으니 꼭 보고드리도록.”
 와, 생각보다 제대로 된 사고를 하고 있구나.
 지금까지 일 안 하고 술만 마시러 다니는 줄 알았는데. 나는 책상 위에 보이는 술병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알겠다. 그렇다면 좋은 기회다. 이참에 왕도에 들렀다 오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휴가를 다녀오겠다는 것은 아니겠고.”
 “교육의 일환이다. 당장 체력 향상은 큰 기대를 보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른 수단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말과 함께, 세리아는 나를 돌아봤다.
 “정령과 계약을 시키겠다.”
 그렇게 우리의 다음 목적지가 결정되었다.
 
 제3 제국군 안에 있는 세림의 세 왕가 중 하나. 자애의 브륜힐트 왕국이 그 목적지다.
 
 <『제국의 군인』 1-2권에 계속>

댓글(5)

태클지니    
재밌네요 획일화된 글은 아닌게 확실하니 따라가보겠습니다
2019.01.13 16:50
한모    
초반에는 소재가 신선해서 읽을만했는데 전체구매 안하길 잘했음 읽는데 내용전개가 쓸데없는데는 느리고 설명 필요한 곳은 휙지나감
2019.03.02 22:15
다크라이    
재밌긴 재밌는데 급전개, 급결말..
2019.03.26 14:04
하늘의땅    
초반의 재미를 2권만 지나도 느끼기 어렵다. 전개도 급하고 갈수록 스토리도 엉성해진다. 전체대여를 했는데 후회막급.. 4권 읽는 중인데 읽기 싫어 딴짓을 하게 된다. 빌리는건 잘 생각해보시길..
2021.01.14 08:07
너솔    
결론 재ㆍ미ㆍ없ㆍ다
2021.01.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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