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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맨 1화

2018.10.18 조회 1,024 추천 16


 1.
 
 
 # 프롤로그 - 연기
 
 연기가 하늘하늘 하늘로 솟아오른다. 누렇게 변한 가을 들판에는 버팔로 미국 들소 떼가 궁궁 하는 소리를 내면서 내달리고 독수리 깃발을 머리에 꽂은 전사들이 들소 떼를 쫓아 끼루루루 하는 소리를 내면서 몰아가고 있었다.
 용맹한 전사가 들소 하나를 투창으로 거꾸러뜨리고 말 위에서 창을 들고 하늘을 보면서 오늘의 사냥에 감사한다. 전사의 머리 위에는 흰머리수리가 빼액하는 소리를 내면서 빙글빙글 돌았다.
 흰머리수리는 삼각형의 텐트가 늘어서 있는 거주지로 다가와서 그쪽을 한동안 맴돌다가 다시 불안한 듯 빼액 하고 울부짖었다. 독수리의 눈에 터벅터벅 마을로 걸어오는 한 사람이 보였다.
 독수리는 고도를 낮춰서 그 남자의 머리 위를 뱅글뱅글 돌면서 주변의 ‘인디언’, 그러니까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낯선 사람이 왔다는 걸 알렸다. 버팔로 사냥을 하던 전사들도 낯선 사람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용맹한 수우 족의 전사들은 토마호크를 꺼내서 이 침입자가 쓸데없는 짓을 한다면 바로 머리통을 날려 주리라 마음먹었다.
 “시발, 피곤해 죽겠는데 가지가지 하시는군. 당신들 무기는 나한테 안 통해.”
 낯선 남자는 수염이 부숭부숭한 턱을 쓰다듬으면서 허리춤에서 ‘레이저 커터’를 꺼냈다. 레이저 커터의 슬라이드를 잡아당기자 오렌지 빛의 에너지가 렌즈로 빨려 들어가면서 언제든 수우족의 인디언 전사들을 벨 준비가 되었다.
 남자에게 달려들려던 전사들은 부족장의 텐트 쪽에서 휘익 하는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휘파람 소리를 듣자마자 인디언 전사들은 마치 물길이 갈라지듯 남자의 앞에서 말머리를 틀어 두두두 하고 남자의 옆으로 달렸다.
 곧바로 남자들은 100명도 넘는 인디언 전사들에게 포위당했다. 사냥을 하듯 빙글빙글 말들이 남자의 주위를 도는 데도 남자는 전혀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남자는 인디언 전사들의 허리춤을 보면서 낄낄거렸다.
 “아니타, 분명 여기서는 담배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TA-331을 툭툭 두들기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사이 부족장의 텐트에서는 또 다른 전사가 하나가 남자 쪽으로 달려와서 그를 노려봤다.
 “당신은 연기 위를 걷는 자군! 저, 정말로 올 줄이야!”
 “그 이름 하나 만큼은 존나 마음에 든다니까. 그 연기가 담배 연기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야. 담배 가진 거 없어?”
 남자는 억양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완벽한 인디언 말을 했다.
 “마, 마법사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 그럴 거라 생각했어. 여차하면 내가 그러겠다고 그랬으니까.”
 “따, 따라오시오.”
 인디언 전사는 바짝 긴장하면서도 아까보다는 공손한 태도였다. 이윽고 남자를 포위하고 있는 포위망이 열리고 남자는 느긋하게 앞으로 걸었다. 부족장의 텐트에서 나온 전사는 살기등등한 눈으로 남자를 경계하면서 부족장의 텐트로 안내했다.
 그 전사는 휘파람을 연방 불면서 숙영지에서 뛰노는 아이들이나 가죽을 정리하는 여자들을 대피시켰다.
 “내가 무슨 타이타닉을 박살낸 빙산도 아니고, 애들을 왜 대피시키는 거지?”
 전사는 대꾸도 하지 않고 부족장의 텐트로 들어가라는 시늉을 했다. 남자는 전혀 겁먹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장막을 잡고 어두컴컴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텐트 안에는 늙어서 허리가 굽은 노인 몇 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 기다란 담배파이프를 쥐고 있는 노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남자를 올려다봤다.
 “연기 위를 걷는 자.”
 “오랜만이군. ‘꼬마’.”
 꼬마? 남자의 겉모습은 30대 중반 정도였고, 눈앞에 있는 노인은 딱 봐도 70은 족히 넘은 노인이었다. 하지만 남자나 노인이나 호칭에 대해서는 별 상관하지 않았다.
 노인은 일단 자신이 물고 있던 담뱃대부터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전혀 사양따윈 하지 않고 담뱃대를 입에 물고 깊게 연기를 들이마셨다.
 “아, 시발. 내가 담배를 얼마나 못 피웠는지 말하면 당신들은 깜짝 놀랄걸? 담배 맛 한번 죽여주는군. 다시 이런 담배를 피울 수 있다면 나는 영혼이라도 팔겠어.”
 원래 인디언의 규칙은 손님에게 담뱃대를 건네고 차례로 그 담배를 피우는 거였지만 남자는 담뱃대를 건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인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히려 남자의 앞에 공손히 담배쌈지를 건넸다.
 “이 파이프 역시 고맙게 받지.”
 “좋으실 대로.”
 남자는 파이프에 말린 담배를 더 쑤셔 넣고 손목에 찬 시계를 흘끗 바라봤다. 남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이 인디언의 텐트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레이저 커터, 스마트 자동소총, ‘양자 시계’, 행성 연방의 마크가 찍힌 보병용 엑소슈트.
 남자는 담배 연기를 훅하고 들이마시고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피차 시간이 없을 테니 본론부터 말하지.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너는 잘 알고 있겠지, 꼬마?”
 “물론입니다.”
 “까놓고 말하지, 더 이상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모르겠어.”
 노인은 슬며시 남자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위로해 주는 거냐?”
 “위로는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멋지게 자랐군, 꼬마. 어릴 때는 꽤 버릇없었는데 말이야.”
 남자는 노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뒤에 서있던 젊은 전사는 눈알을 부라리며 이 버릇없는 놈의 머리통을 도끼로 쪼개 놓으려고 했지만 부족장은 남자를 바라보면서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노인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들이 쫓아온다. 그 빌어먹을 새끼들이.”
 “알고 있습니다.”
 “놈들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리지 못할 것 같아. 이젠 어쩔 수 없어.”
 “마음의 준비는 되셨습니까?”
 “어쩔 수 없지.”
 “중요한 기억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남자는 82 강하엽병의 라이터를 만지작거렸다.
 “상관없어. 내가 그들에게 잡히면 모든 게 끝이니까.”
 노인은 다시 남자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눈물을 흘렸다.
 “당신은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 그런 거 아닌가? 다들 직장에서 존나 갈굼 당하고 집으로 돌아와 술을 마시면서 힘들어하지. 아니면 좋아하는 여자에게 차이거나. 딱히 나만 힘든 건 아니야. 다들 나름 힘들다고.”
 “하지만······.”
 “됐어. 인디안식 위로법은 딴 데 가서 하라고. 나는 그럴 시간이 없어. 지금 TA-331 배터리도 다 됐고. 오스카 자식은 포탈에서 헤어져서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남자는 코피를 죽하고 흘렸다.
 “한계를 너무 많이 넘었습니다.”
 “언제나 리미트를 존나게 넘는 인생 아니겠어? 아무튼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노인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남자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당신의 기억은 우리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우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승하고 우리 부족이 살아있는 한 연기를 걷는 자의 이름은 기억될 것입니다.”
 “······.”
 “이것으로 당신의 힘든 여정에서 짐이 줄어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남자는 빙긋 웃으면서 썩은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었어.”
 노인은 남자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뭐라뭐라 주문을 외웠다. 남자의 코에서는 코피가 주륵 하고 흐르고 눈에서는 피가 섞인 선홍색 눈물이 흘렀다.
 남자가 손에 쥐고 있던 담뱃대에서 담배 연기가 멎을 때까지 꽤 시간이 흘렀다. 노인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뒤로 나자빠지고 다른 노인들이 그를 부축했다. 노인 역시 남자와 똑같이 코피를 흘리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남자는 텐트의 기둥에 한동안 멍한 눈으로 땅만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전혀 낯선 곳에 온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제일 처음 양자시계부터 매만졌다.
 “그런 건가?”
 남자는 주변을 보며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양자시계에 붙어있던 작은 꼬리표를 떼어버렸다. 그는 담배쌈지와 파이프를 챙겨서 배낭에 집어넣고 다시 보병용 엑소슈트를 일으켰다. 엑소슈트라고 해봤자 관절에 딱 붙어 힘을 보충해주는 원시적인 물건이었다.
 노인과 남자는 인사치레를 하거나 심지어 서로 아는 척을 하지도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물건을 전부 챙겨서 장막 바깥으로 나갔다.
 노인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 눈물을 흘리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연기를 걷는 자!”
 남자는 장막 바깥으로 걸어 나가 다시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부디 무사하시오! 당신의 여행이 행복하게 끝나기를! 앨런 스미시!”
 앨런 스미시.
 그 말을 듣고 남자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지만 끝내 남자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었다. 앞으로. 또 앞으로.

댓글(2)

글장난    
필명이 바뀌엇군요.... 어디서 연재하나해ㅆ는데
2019.03.06 20:56
n3************    
일단 무료부분까지 봤는데 재밌습니다. 다만 보리스나 세르게이나 끝~까지 철사 안푸는거 보고 고구마 100개는 먹은 느낌이네요. 의심하는것도 당연히 이해하지만 적어도 자기가 죽기 직전이면 발악이라도 해봐야지, 끝까지 철사 안풀고 어떠캐 어떠캐만 하는거는 좀..
2020.06.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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