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그가 처음 축구를 제대로 본 것은 2002년 월드컵 때였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한 역사를 세운 그 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축구를 보던 어린 김상훈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마가 찢어져 피를 흘리면서도 붕대를 칭칭 감고 다시 그라운드 위로 올라와 미친 듯이 뛰는 선수, 체력이 전부 떨어졌음에도 상대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선수들을 보며 고사리 같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대~한~민~국!
그런 그는 ‘대한민국’을 크게 외치며 몇 가지의 꿈을 갖게 됐다.
하나는 축구선수가 되는 것.
다른 하나는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는 것.
마지막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자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로 뽑혔던 이찬수에게 축구를 배우는 것.
하지만 어린 그의 꿈은 축구선수로서 재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고등학교 3학년 때 전부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27살이 되어버린 지금, 그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다.
- 이거 뭐야? 내가 왜 여기 있어? 나는······.”
“이찬수?!”
이찬수.
프리메라리가에서 유명한 라이벌이자 최고의 팀을 가릴 때면 항상 이름이 올라오는 팀,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 두 팀에서 뛰었던 최초의 선수.
그것도 양 팀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던 최초의 선수.
축구선수에게 최고의 명예로 꼽힌다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그 우승 트로피를 5번이나 들어 올린 남자.
아시아인이면서도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과 동등한 평가를 받던 남자.
“아니, 이찬수는 분명히 죽었는데······.”
그리고 1년 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대한민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슬픔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남자.
-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왜 자꾸 반말이야? 딱 봐도 존나 어려보이는 구만.
샛노란 헤어스타일을 한 그 남자가 지금 귀신처럼, 게임 속 홀로그램 NPC처럼 김상훈의 앞에 서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 그만······.”
- 근데, 너 뭐하냐?
이찬수는 이상한 것을 다 본다는 듯 김상훈을 쳐다봤다.
“예? 축구게임 하는데요?”
- 아니! 축구게임인 건 알겠는데, 왜 너한테 빨려 들어가고 있냐고?
“예? 이건 그냥 게임인데······?”
[fdj@fjiw#sjfpsjp!fjnsnw]
그때,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자들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에 띄어져 있던 게임, ‘오늘도 위닝’이 작은 조각들처럼 부서진 채로 김상훈에게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뭐, 뭐야!”
- 아오! 놀래라. 뭐가? 뭔데 그래?
“이찬수 아니, 이찬수 선수?! 이게 도대체 뭐예요?”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악!”
- 왜? 왜 그래!?
“이거 너무 따가워요. 무슨 문신하는 것도 아니고.”
- 엄살은!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접은 김상훈은 축구게임과 귀신.
두 가지의 특별한 것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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