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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내가 황족이라니 (1)

2018.11.27 조회 4,514 추천 39


 황제의 후손으로 태어났습니다
 
 
 
 
 1화 내가 황족이라니 (1)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이 마을은 이본 남작령에 편입된다. 세율은 70%다.”
 
 개시키.
 
 어쩐지 요 며칠 전부터 못 보던 녀석들이 주변을 기웃거린다 했다.
 
 애초에 최근 10년간 외지인이라고는 오지도 않던 곳에 못 보던 사람들이 보인다 했다.
 
 처음 봤을 때는 마을 어르신들이 정말 드물게 본다는 사냥꾼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책에서만 봤던 체인 메일을 쫙 빼입고 온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남작인지 남색인지 하는 녀석이 이 주변에 자리를 잡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또한, 이본 남작님의 아버지이신 전 남작님의 묘를 만들기 위해 이 마을에서 인력을 징발할 예정이다. 조만간 사람을 보낼 테니, 명령을 잘 따르도록.”
 
 세금 70%에 인력 징발이라니!
 
 완전히 미친 건가?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달려들어서 빨간 들창코 자식의 면상을 후려갈기고 싶지만 어떻게 방법이 없다.
 
 눈앞에 있는 녀석은 책에서만 봐왔던 체인 메일을 입고 있는 데다가 허리춤에는 1m가 넘는 숏 소드를 매달고 있다.
 
 아버지만 살아계셨어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2주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나 그립다.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겠다. 다음에 올 때는 예를 갖춰서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기사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마을을 둘러보더니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
 
 체인 메일을 입은 기사와 달리 다른 녀석들은 전부 가죽 갑옷을 입고 나무 방패를 들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카아악, 퉷!”
 
 마을에서 가장 연로하신 마벨 할아버지가 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마벨 할아버지, 이제 어쩌죠?”
 
 “니X랄, 어쩌긴, 뭘 어째. 내가 태어나고 나서도, 아니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여기에는 저런 놈들 온 적이 없어. 그런데 칼을 들이밀고 세금을 내라고 해? 그리고 70%가 누구 애 이름이야? 그러면 우리 다 굶어 죽어!”
 
 얼마나 화가 난 건지 얼굴이 산수유 열매보다도 더 빨갛게 변한 것이 보인다.
 
 마벨 할아버지의 말마따나 세금을 70%를 내는 순간 우리는 굶어 죽어야 한다.
 
 화전을 일부 일구고는 있지만, 마을에서 수확하는 작물로는 굶지 않는 게 고작이다.
 
 대대로 물려받은 책에서 50%나 70%의 세금을 내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겪을 줄이야.
 
 고개를 돌려보니 아브힐 아주머니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다.
 
 “우리 이렇게 있다간 굶어 죽을지도 몰라. 그냥 산맥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닐까?”
 
 나름대로 괜찮은 생각 같았지만, 마벨 할아버지가 극렬히 반대했다.
 
 “헛소리하지 말어! 산맥 안쪽에 몬스터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미하벨 아버지부터 그 위까지 검술 실력이 뛰어나서 여기서도 그나마 버틴 거지 산맥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모두 몬스터 밥이 될 거야! 우리야 살 만큼 살았지만, 미하벨이나 미하벨보다 어린 애들은 어떡하라고?”
 
 “저도 그걸 몰라서 그러나요. 그런데 당장 몬스터보다 세금이 더 무서우니까 그렇잖아요. 가만히 앉아 있다 굶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뭐라도 해보는 게 나을까 해서 그러는 거죠.”
 
 아브힐 아주머니와 마벨 할아버지의 대화를 듣다 보니 괜히 찔린다.
 
 아버지나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할아버지까지 내 조상들은 전부 검술 실력이 뛰어났다.
 
 그런데 난 병X이다.
 
 물론 허약한 체질이라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한테 아무리 검술을 배워도 늘질 않았다.
 
 검에 마나를 불어 넣기는커녕 가문의 검법을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다.
 
 그 탓에 지금 와서는 사냥이나 허약한 몬스터 처치는 아도흘르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이 담당했다.
 
 반면 나는 농사나 품종 개량 같은 거에 해박해서 마을의 전체적인 수확은 조금씩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70%라니.
 
 아무리 수확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건 정말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버지를 닮았어야 했는데, 후유.”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는 너희 집안에 크게 신세를 졌어. 우리가 그나마 입에 풀칠하면서 사는 것도 미하벨 가문 덕분인데 우리가 어떻게 너를 뭐라 할 수 있겠냐.”
 
 마벨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잡으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미하벨, 일단은 저녁때 다들 회의를 해보는 게 어떻겠니?”
 
 아브힐 아주머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아주머니, 이따가 8시에 우물 앞으로 사람들을 좀 모아주시겠어요?”
 
 “나한테 맡기렴, 내가 원래 그런 건 잘하잖니.”
 
 “그럼 나는 이 기회에 묵혀놓은 술이나 풀어야겠다. 어차피 곧 죽을 텐데 세금으로 뺏기느니 마을 잔치로 푸는 게 낫겠지.”
 
 반쯤은 해탈한 마벨 할아버지를 보며 난 쓴웃음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하.”
 
 벽에 걸린 아버지의 검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버지처럼 강했으면 적어도 오늘 마을에 온 기사 정도는 손쉽게 제압했을 텐데 너무나 아쉽다.
 
 “아버지, 보고 싶네요.”
 
 새삼스럽게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거짓말들이 떠올랐다.
 
 
 
 “미하벨, 그거 아니? 우리 집안은 원래 황제의 가문이란다.”
 
 “에이, 거짓말하지 마요. 황제의 가문인데 왜 이런 오지 산맥에서 궁색하게 살아요?”
 
 “하하하하! 그게 다 망해서 그런 거지. 우리 가문은 원래 3천 년 전에 대륙을 통일했던 브루고 황가의 적통이란다.”
 
 “브루고 황가요? 집에 있는 책에 나오는 그 브루고 황가요?”
 
 “그래, 그 브루고 황가.”
 
 “그런데 왜 망했어요?”
 
 “영원한 제국은 없는 법이란다.”
 
 “어휴, 예전에 황가였으면 뭐해요. 지금은 그냥 오지 마을 촌장인데. 아버지는 그래도 검이라도 잘 다루시지만 전 이게 뭔가요. 아마 제 대에서 우리 마을은 망할 거예요.”
 
 “그럴 리는 절대로 없단다.”
 
 이때 아버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요?”
 
 “그래. 사실 우리 가문에는 비밀이 하나 있단다.”
 
 “무슨 비밀이요?”
 
 “초대 황제이자 황가의 1대 선조이신 브루고 님은 사실 이세계인이셨거든.”
 
 “네? 이세계인이요? 소설에나 나오는 바로 그 이세계인?”
 
 “그래. 그분은 대륙을 통일하고 200년간 통치하신 뒤, 후손에게 대륙을 물려주시고 떠나셨지. 그때 먼 훗날 자신의 가문이 망할 것을 대비해서 최소한의 안배 하나를 해두고 떠나셨단다.”
 
 “그게 뭔데요?”
 
 “그건 네가 더 크면 알 수 있을 거란다.”
 
 
 
 이때 아버지가 비밀이라고 하셨던 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최소한의 안배.
 
 그게 지금이라도 뭔지 알면 얼마나 좋을까.
 
 벽에 걸린 검에 손을 가까이 갖다 대었다.
 
 ‘녹슬지 않았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 번도 검을 닦은 적이 없었는데 검이 아주 깨끗했다.
 
 보석 같은 것은 전혀 달려 있지 않은 굉장히 수수한 검.
 
 나도 모르게 투박한 검을 집어 들었다.
 
 
 
 <이전 사용자의 사망을 확인. 새로운 브루고 황가의 핏줄을 확인하였습니다.>
 
 
 
 * * *
 
 
 
 “뭐, 뭐야!”
 
 깜짝 놀라 검을 떨어뜨렸다.
 
 툭.
 
 “응?”
 
 검을 떨어뜨렸으면 ‘따앙’이나 ‘텅’하는 소리가 나야 하는데 바닥에서는 마치 책이 떨어진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책이잖아?”
 
 바닥에는 실제로 책이 떨어져 있었다.
 
 검은색 가죽 표지로 이루어진 책의 겉면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것이 보였다.
 
 “분명 검이었는데···?”
 
 책을 집어 들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용자의 재능에 따른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아까만큼 놀라지 않아 책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동기화 완료.>
 
 
 
 [이름 : 미하벨]
 
 [유전 등급 : SSS(99.99%)]
 
 [직위 : 촌장(E)]
 
 
 
 <최고 순도의 유전 등급으로 인해 SSS급 재능과 특성을 부여합니다.>
 
 
 
 [재능 : 꿰뚫어 보는 자(Discerner)]
 
 [특성 : 부활, 구체화]
 
 
 
 “꿰뚫어 보는 자?”
 
 이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유전 등급도 얼추 예상되었다.
 
 아마 브루고 님과 내가 얼마나 피가 이어졌는지 말하는 거겠지.
 
 하지만, 재능과 특성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당장 재능부터가 이해되지 않는다.
 
 파라락.
 
 갑자기 책이 펼쳐지며 흰 여백에 무언가가 써지기 시작했다.
 
 
 
 [꿰뚫어 보는 자 :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관하여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활 : 자연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죽을 경우, 원하는 장소에서 부활합니다.]
 
 [구체화 : 브루고의 일기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뭐?”
 
 너무 얼토당토않은 말이라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내 생각이 거짓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책에는 또다시 무언가가 쓰이기 시작했다.
 
 
 
 [나무 테이블 : 침엽수로 만들어진 테이블. 정성 어린 손길이 느껴진다. (손상도 7%)]
 
 
 
 내 바로 앞에 놓인 게 나무 테이블이고 내 시선도 잠깐 나무 테이블로 가긴 했다.
 
 “다른 걸 본다면?”
 
 슬쩍 어제 훈제해둔 토끼 고기를 바라보았다.
 
 
 
 [훈제 토끼고기 : 미숙한 기술이 느껴진다. (부패도 2%)]
 
 
 
 정곡을 찌르는 듯한 평가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만능이었던 아버지에 비교해서 나는 손재주 같은 건 정말 없다.
 
 ‘그런데 꿰뚫어 보는 자라는 특성이 정말인 거 같긴 한데···,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아도흘르가 들어왔다.
 
 “야! 미하벨! 어떤 미친놈이 와서는 세금 70% 내라고 했다면서?”
 
 190cm는 넘을 법한 키에 100kg이 넘을 듯한 근육질의 몸.
 
 더벅머리에 덥수룩한 수염까지.
 
 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을의 치안과 사냥을 담당하는 아도흘르다.
 
 “어, 왔어?”
 
 나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책에는 여지없이 무언가가 좌르륵 적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름 : 아도흘르]
 
 [리더십 : C+]
 
 [무력 : A(~S+)]
 
 [지능 : D(~C)]
 
 [손재주 : B(~A+)]
 
 [화술 : C(~B)]
 
 [야망 : F]
 
 [친밀도 : 95]
 
 [충성도 : 아직 부하가 아닙니다.]
 
 [특이사항 : 어제 새벽에 엘리랑 계곡 가에서 했음.]
 
 
 
 “풉.”
 
 나도 모르게 뿜었다.
 
 
 
 - 2화에 계속 -

댓글(4)

리법빠    
ㅎㅎ
2018.12.06 17:09
늦비    
했음.....그런것도 나오는구나
2019.02.01 16:53
너솔    
음… 계속 봐야될까 고심중
2019.06.15 09:01
절명    
% 개념을 너무 쉽게 생각하네요. 100%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하고 있어야 비율이 계산되는데... 차라리 두당 곡식 한가마니 이런 식으로 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시작부터 허술한 설정이 불안하네요.
2019.06.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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