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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게임에 취한다! 1-1권

2018.11.30 조회 1,787 추천 17


 # 01 프롤로그
 
 “이 이상 술·담배를 할 경우엔 죽을지도 모릅니다.”
 “예?”
 
 한동안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들러 받은 검진의 결과였다.
 
 에이― 그냥 뭐 모든 의사가 술·담배 그만해야 한다고 하는 거잖아? 라고 생각하던 차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폐와 간이 많이 상했습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럼 전 어떡해야 합니까······?”
 
 한참을 뜸 들이던 의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말이었다.
 
 “···금연. 금주.”
 
 그 말을 들은 정경훈이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죽으라는 말입니까?”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살라는 말입니다.”
 
 ***
 
 하루에 피우는 담배가 4갑.
 매일 마시는 술이 소주 5병 이상.
 
 건설직에서 일하던 정경훈.
 29세의 이른 나이로 소위 노가다라는 일을 하고 있었다.
 20세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할 때쯤 되니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스펙도 없고, 돈도 없고, 그렇다고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어중간.
 딱 그만큼의 실력으로는 취업 선택권이 넓지 못했다.
 집에서 놀지만 말고 나와서 일이라도 거들라는 아버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노가다를 시작했던 정경훈.
 
 여긴 무슨 아수라장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침을 못 먹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하여 아침을 주는데, 아침을 술과 함께 시작했다.
 
 “어이 형씨, 처음 보는 얼굴인데?”
 
 적당한 덩치의 아저씨가 그에게 잔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날도 추운데 소주 한잔해야 몸에 열도 나고 일하기 좋아.”
 “··· 그런가요?”
 “그럼~”
 
 꿀떡꿀떡.
 
 그의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온몸이 화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점심시간에도 몰래몰래 술을 마셨다. 퇴근하고 또 술을 마셨다.
 보통 소주가 제일 저렴했기 때문에 소주가 대부분이었다.
 가끔 안주에 따라 맥주나 막걸리를 먹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보니 일도 할 만하고 술·담배도 마음껏 하는 것에 있어서 즐거웠다.
 그것 또한 중독인 줄 모르고 그냥 마냥 오늘만 살 것처럼 살았다.
 
 출근하면서부터 담배를 물고, 일이 끝나기 전까지 물고 있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루에 담배만 4갑. 먹는 소주만 5병···.
 집중해서 일을 하다 보니 그때 먹는 술은 취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마시고 피운 지 5년도 안 돼서 벌써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겁이 많던 정경훈은 의사의 말을 기억하며 금연과 금주를 결심했다.
 
 ‘그래 까짓거 안 피우면 되지. 술 안 마시면 되지.’
 는 실패.
 
 생각만 했는데 손이 떨려오는 정경훈.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스무 살 넘어서 시작한 술·담배였지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병원을 나온 지 1시간밖에 안 됐는데 벌써 금단현상이 일어났다.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두 눈이 떨리고, 손도 떨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리라···.
 
 문득 예전에 한 동료의 말이 떠올랐다.
 
 ‘아니, 얼마 전에 새로 나온 게임 있잖아? 그거 한번 해봤는데, 안에서 먹는 음식도 실제 먹는 거랑 똑같이 느낄 수 있던데? 술맛도 나고 심지어 취하기까지 하더라고?’
 
 그래!!!!
 그거야!!!
 게임!!!!
 가상현실 게임!!
 아리아 월드!!!!
 
 정경훈은 그날부로 게임의 세계에 접속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둘.
 술과 담배.
 음식 맛까지 디테일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담배 역시 가능하리라!!
 
 가상현실 게임 속 접속한 정경훈은 레벨업이고 뭐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주점으로 향했다.
 
 “술! 술을 주세요!”
 
 처음 튜토리얼을 깨면 주는 작은 목검과 천 갑옷까지도 팔아서 술을 퍼마셨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그래··· 이 맛이다!! 이거면 여기서 평생 술 먹고 담배 피우고 해도 안 죽을 수 있다!’
 
 살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 남자.
 아니···
 술·담배를 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
 
 
 훗날.
 수백 아니 수천. 한눈에도 다 들어오지 않는 적장의 한 가운데.
 흰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꿀꺽꿀꺽꿀꺽.
 
 “캬하···. 술맛 좋고.”
 
 [몸에 알콜 성분이 들어와 고통에 무감각해집니다.]
 
 그리고 담배 한 모금.
 스읍―
 후―
 
 [몸에 니코틴이 들어와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나 술 마실 시간도 부족하니까, 한꺼번에 다 덤벼라.”
 
 랭킹 1위.
 스모커.
 정경훈.
 
 그는 술·담배로 인해 얻은 직업으로 아리아 월드의 지존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 02 첫 경험
 
 “뭔 놈의 게임기가 오백만 원이야?”
 
 경훈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상현실 게임을 접속하기 위해서는 캡슐을 구매해야 한다.
 살짝 안마의자 같은 모양에 뚜껑까지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주문해놓고 보니 물건이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하여 예전 기억을 되살려 캡슐방에 가게 된 정경훈.
 한때는 피시방이었는데 요즘은 캡슐방이 유행이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노가다를 하면서 아저씨들과 어울려 다닌 탓에 최근 바뀐 문물을 접하지 못했다.
 
 “여기가 식당이야 게임방이야?”
 
 라면은 기본이고 볶음밥, 햄버거, 피자, 짜장면. 없는 게 없었다.
 일단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술·담배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이니까···.
 간단히 회원가입을 하고 바로 캡슐방 자리에 앉아 접속을 시도했다.
 
 이미 노가다는 때려치운 뒤였다.
 어차피 술 담배를 하지 못한다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빚은 있었지만 나름 모아둔 돈도 조금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빚을 먼저 갚아야 했지만,
 차근차근 갚아나가면 됐었기 때문에 상관없을 것이다.
 술·담배만 줄여도 세이브되는 금액이 많아질 터.
 
 캡슐에 앉아 처음 접속하기 위해 아이디를 만드는 경훈.
 
 [아리아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홍채인식을 시작합니다.]
 [캐릭터 생성을 위해 몸을 스캔합니다.]
 [손바닥을 화면에 인식시켜주세요. 지문 인식을 시작합니다.]
 
 지이이잉.
 
 [입력 중·········.]
 [입력 완료.]
 
 속옷만 입은 자신의 모습이 3D 화면으로 보인다.
 
 [이대로 캐릭터를 생성하시겠습니까?]
 
 “예··· 아 잠깐만. 배는 좀 줄일 수 있나? 요즘 술배가 좀···.”
 
 생각만으로 배 사이즈가 줄어들었다.
 적당히 식스팩까지 살짝 보였다.
 
 ‘숨어 있는 나의 근육들아··· 오랜만이구나.’
 
 뱃살만 줄였는데도 노가다로 만들어진 잔근육 때문에 군살 없이 보기 좋은 몸이 되었다.
 그렇다고 헬스에서 만든 것처럼 훌륭한 근육의 모양은 아니다.
 
 [아이디를 설정해 주십시오.]
 
 ‘음··· 아이디는 뭐로 해야 되지? 어차피 술·담배 하려고 하는 건데. 뭐 아무렴 어때?’
 
 [스모커]
 [스모커로 설정하시겠습니까?]
 
 “그래.”
 
 [스모커로 설정되었습니다.]
 [아리아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행복한 여행 하시기 바랍니다.]
 
 새하얀 빛이 사방에 퍼지더니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시간이 흘러 아이티 기술이 발전하고 가상현실 게임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정해진 곳에서만 가능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광범위한 표현이 가능했다.
 결국, 이렇게 새로운 세상까지 만든 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처음 등장한 곳은 푸른 숲이었다.
 
 [튜토리얼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보통 게임 할 때는 튜토리얼은 건너뛰었던 정경훈.
 하지만 초반에 튜토리얼을 해야 초반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건너뛸 수 없었다.
 
 [상태창을 열어 확인하세요.]
 [남은 스탯을 원하는 곳에 투자하세요.]
 
 남자는 힘!!
 노가다의 상징이자 남자의 상징!!
 힘이 있어야 뭐라도 때려잡고 일을 할 수 있다.
 아무리 법사 계열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힘은 필요했다.
 
 레벨1 직업 없음
 힘2 민첩1 지력1 체력1 운1
 
 패시브 스킬 없음.
 액티브 스킬 없음.
 
 그 외 기타 등등.
 
 간단한 사용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끝나자
 보상으로 초보자의 포션 10개를 받았다.
 
 [포션을 마셔보세요!]
 
 정경훈은 포션 하나를 꺼내어 마셔보았지만 마치 시중에 파는 박하스를 먹는 느낌이었다.
 
 ‘아니 이런 거 말고 술! 술을 달라고!’
 
 [포션 퀘스트를 완료하여 보상(목검)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 창을 열어 목검을 꺼내 들어보세요!]
 
 “아이템 창.”
 
 목검을 든다는 느낌을 주자 어느새 손에 목검이 들려있었다.
 이리저리 휘두르는데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토끼를 잡아보세요.]
 
 토끼는 제일 처음 잡을 수 있는 몬스터였는데 일반 토끼보다 덩치가 컸고 공격이 매서운 편이었다.
 하지만 공격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간단하게 피하거나 막을 수 있었다.
 적당히 휘두르자 타격감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토끼를 때리는 것만 같았다.
 때려도 죽일 수 있는 매우 초보적인 몬스터였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여성 유저의 경우는 토끼를 못 잡아서 죽기도 한다고···.
 귀여워서 못 때렸다고 한다.
 
 토끼를 잡고 나자 토끼시체를 만지라는 알림음이 떴다.
 아니··· 무슨 토끼시체를 건들라는 거야?
 토끼의 사체를 살피자 시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토끼 가죽이 떨어졌다.
 
 “정보.”
 
 [토끼 가죽 상점에 판매할 수 있다. 제작아이템으로 활용 가능. 1골드]
 
 ‘오 토끼 가죽.’
 
 다른 토끼를 잡자 이번엔 토끼고기가 떨어졌다.
 
 [토끼고기 상점에 판매할 수 있다. 직접 조리를 해서 먹을 수도 있다. 먹을 시에 체력 100 회복. 1골드]
 
 ‘조리까지 할 수 있는 게임이었구나.’
 
 뭔 놈의 게임이 디테일해도 너무 디테일했다.
 이렇게 현실감이 넘치다니 얼른 술을 먹고 싶구나.
 
 [토끼 사냥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천 갑옷)이 지급됩니다.]
 [아이템 창을 열어 천 갑옷을 착용하세요.]
 
 ‘천 갑옷 착용.’
 
 그냥 흰색 티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있던 스모커.
 천으로 만든 갑옷이 입혀졌다.
 이전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천 갑옷에 목검···. 누가 봐도 초보자의 모습이었다.
 
 [튜토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마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대륙을 선택해주세요.]
 
 대륙은 3가지가 있었는데, 그냥 제일 눈에 띄는 큰 대륙을 선택한 정경훈.
 
 ‘어차피 술·담배 하러 갈 건데 이왕이면 큰 마을이 좋겠지?’
 
 크레이스 대륙.
 미라쿤 대륙.
 제이로아 대륙.
 
 [크레이스 대륙을 선택하셨습니다.]
 [시작 영지를 선택해 주세요.]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지만 대체로 영어권 위주로 설정이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장사(?)를 해야 하므로 선택한 것일 터.
 
 영지 역시 제일 큰 영지.
 에일니스 영지.
 [에일니스 영지에서 시작합니다.]
 [언제나 평온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아리아 월드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상점들이 보였다.
 스모커는 제일 먼저 술집을 먼저 찾았다.
 
 ‘술집!!!! 술집!!!!!’
 
 누가 NPC고 플레이어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플레이어도 상인이라는 직업이 있어서 장사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게임이 오픈한 지 1년이 다 된 시점이라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임 속의 머니는 현실 가치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 때문에 현실 속 기업들이 게임 속에 들어와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때 스모커의 눈앞에 반짝거리는 글귀가 보였다.
 
 [아리아 월드에 레전더리 직업 검성이 탄생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응? 레전더리?’
 
 위쪽에 떠오르는 문구에 뭔가 축하한다는데 뭔지 모르겠다.
 
 ‘레전더리가 다 뭔 소용이다느냐. 술과 담배만 있으면 돼.’
 
 맥주잔 모양의 잔이 그려진 상점을 발견한 그는 바로 달려갔다.
 
 “여기 술! 술을 주시오!”
 “어서 오세요. 술은 뭘로 드릴까요?”
 
 단아한 갈색 머리를 가진 여성 직원이 상냥하게 대답했다.
 
 “뭐가 있죠?”
 “저희 주점은 작은 곳이라 맥주, 럼주, 보드카, 위스키···.”
 “소··· 소주는···.”
 “소주가 뭔가요?”
 
 ‘······소주가 없다!!?’
 
 낭패였다.
 
 “보드카는 얼맙니까?”
 “1잔에 2골드입니다.”
 “예?”
 “2골드요···.”
 
 스모커는 자신의 인벤토리에 돈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주점에서 나온 그는 가까운 무기점으로 향했다.
 대로변에서 가장 크게 두 개의 칼이 교차되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봐도 무기점이 확실했다.
 
 “무기를 팔러 왔소!”
 “오, 무엇을 팔려고 하십니까?”
 
 다부진 몸매의 수염이 난 사내가 답했다.
 
 “이것이오.”
 
 들고 있던 목검과 천 갑옷을 벗어 건네주었다.
 
 “···이것을 팔아도 되겠소?”
 “···안 되나요?”
 “안될 건 없지. 여기 3골드.”
 “이거밖에 안 되나요?”
 “······.”
 
 스모커는 토끼 가죽과 토끼고기도 같이 파는 것을 잊지 않았다.
 수중에 들어온 건 20골드.
 
 ‘10잔은 마실 수 있겠군.’
 
 술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외쳤다.
 
 “여기 2골드!!”
 
 보드카 한잔을 건네받은 스모커는 꿀떡꿀떡 술을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이 느낌···!
 
 “캬아! 이 맛이야. 주모 한 잔 더!”
 “주모?”
 “아, 예전에 주점 주인을 주모라고 합니다. 껄껄.”
 
 아재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2골드요.”
 
 두 번째 잔을 마시던 스모커가 주모에게 물었다.
 
 “여기 담배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담배는 잡화점에 가시면 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스모커는 바로 술집을 나와 잡화점으로 들렀다.
 
 “담배담배!!”
 
 이미 게임 속에는 담배까지 구현되어 있었다.
 원래 게임 속에서도 담배가 존재하긴 했지만, 기존 담배랑은 맛이 좀 달랐다.
 그래서 담배를 좋아하는 한 유저가 직접 담뱃잎을 재배하여 말리고 갈아서 종이에 말은 걸 유통 및 판매하고 있었다.
 최대한 현실 시대와 비슷한 맛을 내는 담배였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입은 짭짤한 편이다. 늘 피우는 사람은 계속 피우니까···
 
 “부··· 불은···?”
 “불을 찾으시는 건가요? 얼마 전 저희 대륙의 가장 위대하신 연금술사 레이먼 님께서 만드신 ‘마이터’라는 게 있습니다. 파이어볼이라는 마법을 마석에 결합하여 만들었고 버튼을 누르면 작은 불이 나옵니다.”
 
 그와 동시에 아이템 정보가 떠올랐다.
 
 [마이터]
 누구나 사용 가능.
 
 연금술사 레이먼의 희대의 작품.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는 물론 야영지에서 마법사 없이도 불을 붙일 때도 유용한 마이터.
 
 10골드.
 
 
 “······.”
 
 더럽게 비쌌다.
 술 한잔에 2골드인데 무슨 라이터가 10골드야?
 맥주 한 캔에 2000원인데 라이터가 만 원인 꼴이었다.
 비싸도 라이터를 안 살 수는 없다. 결국, 마이터를 구매한 스모커.
 아무래도 마석이라는 게 비싸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는 건······.’
 
 소주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담배도 만들고 라이터도 만드는데 소주라고 못 만들게 뭐냐?
 아무래도 아직 한국인 중에서는 술에 관심 있는 자가 없는 듯싶었다.
 그러니 아직 소주라는 게 안 생겼겠지.
 
 술 만드는 방법이야 인터넷에 널렸다.
 아마 재료도 어딘가에서 구할 수 있을 터.
 뭐 지금의 술맛도 충분히 일품이지만.
 이렇게까지 맛이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니.
 아무리 뇌파를 연결해서 하는 가상현실게임이라도 이렇게까지······?
 담배를 한 모금 빤 스모커가 몸속에 들어오는 니코틴을 느끼며 희열에 차올랐다.
 
 “크아!!!!! 이 맛이야···. 이 맛······.”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사실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게임에서 술·담배를 해봐야··· 그 맛이 그렇게 날까?
 하지만 현실보다 더욱 현실감 느껴지는 이 게임.
 손가락 하나하나 움직임까지도 실제 움직이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빨리··· 빨리 더 많은 술과 담배를!!!
 
 어느덧 돈이 떨어진 스모커.
 
 ‘어라······?’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술·담배를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제 사냥은 뭘로 하지······?”
 
 
 # 03 첫 보스몹
 
 현재 아리아 월드에 공개된 레전더리 직업.
 검성, 대마법사, 흑마법사, 대장장이, 연금술사, 어쎄신, 네크로멘서, 정령술사,
 8개.
 그렇다고 8가지의 직업이 모두 출시된 건 아니었다.
 
 그저 아리아 세계관에서 8명의 전설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알려져 그저 레전더리 직업은 8개라고 추측하고 있는 바.
 하지만, 아리아 월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예측은 늘 보기 좋게 벗어난다.
 실은 더 많은 레전더리 직업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성장형 직업 같은 경우 레전더리까지 성장할 수도 있다.
 물론 수많은 노력과 엄청난 운이 필요할 정도로 어렵지만.
 
 그 외에 흔히 얻을 수 있는 직업.
 전사, 마법사, 도적, 기사, 상인, 사제, 조각사, 건축가, 재배사, 법무사, 행정관리사 등······.
 현실 세계와 겹치기도 하고 다른 직업이 존재했다.
 그 수는 현실 세계보다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았다.
 
 보통은 일반, 매직,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로 나뉘게 된다.
 같은 전사라도 등급이 높은 전사의 능력치가 더 뛰어나다.
 스킬의 개수 또한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 전사가 익히는 스킬이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퀘스트를 통해 얻는 스킬이라든지, 스킬북으로 인해서 얻는 스킬이라든지 하는 등의 차이가 났다.
 등급에 따라서 전용 스킬들도 있었다.
 스킬 같은 경우는 사용 빈도 수에 따라 스킬 레벨도 존재했다.
 즉, 같은 레벨, 같은 직업, 같은 스킬이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더 숙련도를 쌓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기도 했다.
 
 보통 유저들이 말하기를 유니크 이상의 직업만 얻어도 대박! 인생역전!
 레전더리의 경우는 하나의 나라를 세울 수 있는 능력이라 칭하기도 했다.
 대략적인 확률로 일반 60%, 매직 20%, 레어 10%, 유니크 0.9%, 레전더리 0.001% 정도로 분포되어 있었다.
 다만 이것은 확률일 뿐.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처음 직업을 가지게 되면 일반 등급의 직업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일반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전직을 하게 되면 유니크 등급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본인 컨트롤 여하에 따라서 자신보다 더 높은 등급을 제압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
 
 스모커는 흰 티셔츠에 반바지만 걸친 채로 사냥터로 향했다.
 토끼를 잡을 심산이었다.
 아는 게 토끼뿐이라······.
 
 지나가던 사람이 스모커가 안 들리게 중얼거렸다.
 
 ‘저 사람 초보네. 키득키득.’
 
 뭔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은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괘념치 않는 스모커.
 위스키를 병에 담아서 나온 그는 한 모금씩 아껴 마시며 사냥터로 향했다.
 
 목검을 들고 있을 때는 3번만에 잡을 수 있었던 토끼였는데, 주먹으로 잡자니 6번은 더 때려야 했다.
 
 생각보다 무기의 차이가 심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술은 아껴 먹는 건데······.
 그러면서 또 담배를 무는 스모커.
 
 ‘그래도 아직 담배가 15개비가 남아있다는 게 위안이다.’
 
 이상한 데서 위안을 느끼는 그였다.
 
 술을 마시고 토끼를 잡고 담배를 피우고 토끼를 잡고 술을 마시고 토끼를 잡고 담배를 피우고······.
 그렇게 1시간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토끼 가죽과 토끼고기가 꽤 모여 있었다.
 그리고 술이 한 모금밖에 남지 않았다.
 
 ‘한 마리만 더 잡고 마을로 돌아가야겠어.’
 
 근처의 토끼를 씨를 말렸던 그는 마지막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숲속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일반 토끼보다 3배는 더 큰 토끼가 눈에 들어왔다.
 
 ‘어?’
 
 눈앞에 빨간 화면이 반짝거렸다.
 
 [흉포한 토끼왕]
 
 ‘보··· 보스몹?’
 
 원래 토끼는 선제 공격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 토끼는 스모커를 보자마자 엄청난 점프력으로 점프하여 한 번에 스모커 앞으로 다가왔다.
 
 ‘어··· 어?’
 
 퍼억!!
 
 “크윽!!”
 
 잠깐 주저하는 사이 토끼의 뒷발에 한 대 맞은 스모커는 체력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놈의 게임이 맛만 디테일하게 할 것이지.
 고통까지도 디테일하게 만들어 놨다.
 물론 실제 느끼는 고통보다는 덜 아프지만.
 스모커는 남은 한 모금의 위스키를 털어 넣었다.
 
 그때 시스템 알람이 눈앞에 보였다.
 
 [몸에 취기가 올라 고통에 둔감해집니다.]
 
 ‘이게 진짜 취한다더니 취하면 둔감해지는 것까지도 구현됐어?’
 
 그럴 생각할 여유도 없이 다시금 토끼가 스모커에게 튀어왔다.
 스모커는 물고 있던 담배를 토끼에게 던지며 옆으로 몸을 피했다.
 금세 토끼 뒤로 자리를 잡은 스모커는 맨주먹을 토끼의 등에 꽂아 넣었다.
 
 [크리티컬!]
 
 ‘뭐야? 뒤에서 공격하면 크리티컬도 터져?’
 
 평소의 2배의 데미지가 박혔다.
 하지만 토끼의 체력바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헉··· 몇 대를 더 때려야 하는 걸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격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대 맞았을 때 반피가 나가는 것을 느낀 스모커.
 
 ‘한 대만 더 맞아도 죽는다······.’
 
 아직 10레벨을 넘지 않은 스모커이기 때문에 죽는다고 하여도 딱히 페널티는 없겠지만.
 몬스터에게 죽고 나면 4시간 동안 접속을 못 한다.
 그렇다는 건 4시간 동안 술·담배를 못 한다는 말과도 같다.
 
 이제 겨우 아이템을 모아서 팔아야 하는데!!!!
 이 토끼 새끼!!!
 
 스모커의 눈빛에 광채가 어렸다.
 필사의 눈빛이었다.
 죽는 것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술·담배를 못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레벨이 올랐는데 스탯도 안 올리고 있었던 스모커는 재빠르게 상태창을 열어 힘에 다 모든 스탯을 투자했다.
 
 토끼가 다시 뛰어오기도 전에 스모커가 달려들었다.
 
 아직 아무런 스킬도 없는 스모커지만.
 순식간에 느껴지는 이 힘.
 2이던 힘이 어느새 22가 되어있었다.
 2와 22의 차이는 10배 이상.
 
 ‘이 힘이라면 가능할지도······.’
 
 토끼가 뒤를 돌아 뒷발 차기를 하려고 자세를 잡는 것을 본 스모커가 재빨리 옆으로 발걸음을 옮겨 토끼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그리고 연타가 이어졌다.
 퍽퍽퍽퍽퍽퍽!!!!!!
 
 그다음 공격이 이어지기까지 최대한의 주먹을 내지른 스모커.
 토끼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슬쩍 뒤로 빠졌다.
 토끼의 뒷발이 허공을 가르자 다시 돌진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퍼버버버버벅!!!!!!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온몸이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패턴은 파악했다.
 생각보다 단순했다.
 
 이럴 때일수록 목검이 아쉬웠다.
 무기가 없다 보니 거리를 좁힐 수밖에 없었고, 간격이 좁다 보니 찰나의 시간에 공격 피하기가 어려웠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스모커가 다시금 거리를 벌리고 토끼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길 기다렸다.
 
 어느덧 토끼의 피는 반피를 보였다.
 
 ‘아니, 근데 무슨 토끼 보스가 10배는 더 세?’
 
 한번 흐름을 타자 스모커의 몸은 물 흐르듯 토끼에게 공격을 퍼붓고 토끼가 공격할 타이밍에 뒤로 빠지며 토끼를 상대했다.
 
 이윽고 토끼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리아월드 최초로 토끼왕을 잡았습니다. 칭호가 주어집니다.]
 [명성이 100 상승합니다!]
 칭호: 토끼왕 사냥꾼
 
 능력치: 토끼왕을 잡고 난 뒤 위엄이 흘러넘칩니다.
 토끼들이 공포감을 느낍니다.
 토끼들이 당신을 공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토끼의 사체가 사라지며 떨어진 아이템은······.
 
 [토끼왕의 가죽]
 귀족들이 좋아하는 토끼왕의 가죽입니다.
 검의 손잡이나 가방을 만들기에도 유용합니다.
 상점에서 비싼 값에 팔 수 있습니다.
 
 [토끼왕의 털]
 귀족들이 좋아하는 토끼왕의 털입니다.
 일반 토끼털과는 다르게 매우 부드럽고 따뜻하여
 옷으로 만들기에 좋습니다.
 상점에서 비싼 값에 팔 수 있습니다.
 
 [토끼왕의 이빨]
 대장장이들이 좋아하는 이빨입니다.
 무기로 만들었을 시 매우 날카롭습니다.
 상점에 비싼 값에 팔 수 있습니다.
 
 [토끼왕의 피]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피.
 토끼왕은 죽을 때 지르는 비명으로 모든 피를 토합니다.
 간혹 토하지 않으면 피를 구할 수 없습니다.
 연금술사가 좋아합니다.
 상점에 비싼 값에 팔 수 있습니다.
 
 10여 분을 소비한 보람이 느껴졌다.
 보스몹은 보스몹이었던 것이다.
 정확한 가격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비싸게 팔 수 있다.
 는 많은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기분이 좋아진 스모커는 서둘러 마을로 향했다.
 
 ***
 
 “토끼왕을 뭐라고?···.”
 “어··· 렙 5짜리 초보자가 최초로 토끼왕을 사냥했습니다.”
 
 아리아 월드 상황실.
 유저들의 행동을 수백 대의 화면으로 지켜보던 이청환 팀장.
 옆에 있던 백부장에게 말을 전했다.
 
 “아니, 토끼왕을 어떻게 젠을 시켰어?”
 “토끼만 잡아서 레벨 5를 달성했습니다.”
 “그니까 어느 정신 나간 녀석이 레벨이 5가 될 때까지 토끼를 잡아? 토끼는 렙1 때만 잡는 거 아니었어?”
 
 “···이 사람이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모든 템을 다 팔아서 술하고 담배를 사더니 돈이 없으니까 맨손으로······.”
 “하하하. 재미있는 플레이어네. 오늘 검성도 최초 등장했지?”
 “넵.”
 “역시 1위 유저답군. 앞으로 더욱더 재밌어지겠어.”
 
 이들의 일은 그저 유저들을 지켜보는 것.
 자신들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아리아.
 거기에 자신들만의 특별한 퀘스트와 직업, 아이템 등을 만들어 주입했다.
 인공지능 아리아와 함께 만들어낸 것이 아리아 월드.
 그들은 그저 유저들이 어떻게 적응해 가고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지켜보는 것이었다.
 
 ***
 
 마을로 돌아온 스모커는 잡화점에서 아이템 시세를 확인했다.
 토끼왕이라는 몬스터가 있는지도 몰랐던 일반 유저들.
 사실 토끼는 튜토리얼 때나 잡고 바로 그다음 상위 몬스터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또는 야영할 때 토끼고기를 구할 때나 잡는다.
 왜냐면 경험치를 너무 작게 주기 때문이다.
 토끼 다음으로는 보통 사슴을 잡게 되는데 토끼의 경험치가 1이면 사슴은 10이었다.
 잡는 속도도 크게 차이가 안 나기 때문이며 난이도도 어렵지 않다.
 그러니 토끼를 레벨이 5가 될 때까지 잡으려면 사슴 20마리 잡으면 될걸. 토끼는 200마리를······.
 그런 유저는 게임 오픈 이래 1년이 다된 지금까지도 없었다.
 
 “어머? 이 물건들은 어디서 구하셨어요?”
 
 놀란 표정의 상점 주인이 물었다.
 
 “네? 그냥 토끼 잡다 보니······.”
 “100골드 드릴게요.”
 “이거 전부 다요?”
 “아니요. 개당.”
 “그럼 400골드······!!?”
 
 400골드면. 럼주가 몇 잔인가······.
 잠시 고민하던 스모커는 물건을 챙겨 들었다.
 
 “안 파실 건가요?”
 “네. 좀 더 고민해볼게요.”
 
 노가다 경력만 5년.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서 상대하다 보니 대충 눈빛만 봐도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더 받을 수 있겠는 걸······?’
 
 노가다할 때도 자재를 후려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때마다 그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던 스모커.
 모든 오감이 현실 세계와 거의 동일한 게임 속이니 그 눈빛을 못 느낄 리 없다.
 
 스모커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벅차올랐다.
 경매장 화면을 열어 아이템을 올리려고 보니
 
 레벨 제한.
 
 “······.”
 
 [최소 레벨 10 이상 경매장 사용 가능합니다.]
 
 “에이씨―”
 
 
 # 04 신 클래스
 
 현재 레벨은 8.
 
 그동안 모은 토끼고기와 토끼 가죽을 내다 팔고 그 돈으로 잔뜩 술을 샀다.
 현실보다 편한 건 인벤토리가 있다는 것.
 거기에 물건을 넣어 다닐 수 있으므로 이렇게 술 50병을 사도 들고 다니는 데 무리가 없다.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편리했다.
 
 “맘에 들어.”
 
 간단한 안줏거리로 육포도 곁들였다.
 담배는 이미 보루로 챙긴 스모커.
 닉값 제대로 하고 있다.
 
 다시금 사냥터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야이 토끼들아~”
 
 이전보다 힘이 세진 탓인지 한방에 토끼를 죽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토끼 왕의 칭호를 얻고 난 뒤부터는 토끼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냥 때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무기도 살까 했는데 안 사길 잘했어.’
 
 그러면서 위스키 한 병을 꺼내 꿀떡꿀떡 들이켰다.
 
 “캬아··· 이 맛이야.”
 
 [몸에 알콜이 들어와 감각이 둔해집니다.]
 
 “응? 또? 난 멀쩡한데?”
 
 일정 수준 이상의 알콜이 들어가면 자체적으로 취한 상태로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스모커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토끼를 잡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레벨업··· 레벨업을 해서 빨리 이 아이템들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술을 사 먹어야지~’
 
 토끼를 잡으면서 앞으로 전진을 하다 보니 저 멀리 사슴이 보였다.
 
 ‘오호라. 저 녀석은 경험치 좀 주려나?’
 
 망설임 없이 사슴에게 다가가 냅다 엉덩이를 걷어찼다.
 사슴은 순식간에 뒷발 차기로 스모커의 옆구리를 때렸다.
 
 퍼억!
 
 “끄악!”
 
 둔해진 감각임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느껴졌다.
 심지어 피는 딸피······.
 20%도 남지 않아서인지 체력 바가 깜빡거리고 있는데 눈에 들어왔다.
 
 사슴 넘나 센 것······.
 
 사실 사슴도 초보자 사냥감 중 하나다.
 야영할 때 요깃거리로 있는 몬스터인데······.
 갑옷을 전혀 입고 있지 않은 터라 방어력이 없다 보니 이렇게 아픈 것이었다.
 무식하게 힘 스탯만 올린 것도 문제였다.
 스모커는 아픔을 견디며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사슴을 잡아 나갔다.
 
 [경험치를 10 획득합니다!]
 
 신경 안 쓰던 알림창의 문구가 스모커의 눈에 들어왔다.
 
 ‘경험치가 10!!?’
 
 토끼 잡아서 1씩 올렸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잡아서 10이라니······.
 진작에 다른 몬스터를 잡았어야 했다.
 사슴에 빠진 스모커는 육포를 씹어가며 체력을 회복하면서 사슴을 잡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사실 뭐··· 사슴을 잡는 것인지 술을 마시는 것인지 담배를 피우는 것인지······.
 한 번 때리고 한 모금······ 한 번 때리고 한 모금······.
 세월아 네월아하며 사냥하다 보니 어느새 레벨은 9가 되어있었다.
 게임상의 시간도 흘러 어두운 저녁이 되었다.
 
 [저녁이 되어 몬스터들이 강해집니다.]
 [강해진 만큼 더 많은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률이 높아집니다.]
 
 사슴들은 사슴 가죽, 사슴 고기를 줬다.
 역시 잡템이다.
 그래도 토끼 고기보다는 가격이 나갔다.
 
 현실 시간과는 4배의 차이가 났다.
 현실에서 1시간은 게임상으로 4시간인 것이다.
 스모커는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1시간 동안 술을 마시는 것과 게임 속에서 4시간을 마시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4배로 더 많이 마시고 피우는데도 건강은 이상이 없다니!!
 이 게임 만든 사람 천재야!! 만나면 뽀뽀해줘야지.
 
 ***
 
 “부장님······.”
 
 이청환 팀장이 옆에서 다른 화면을 모니터하고
 있던 부장을 불렀다.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에 귀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응. 왜?”
 
 부장의 이름은 하백훈.
 아리아 월드 세계관에 직접 관여하여 많은 설정을 한 그.
 
 “그때 히든 클래스 주신(酒神) 넣으실 때 조건이 뭐라 그랬죠?”
 “주신? 그거야 뭐 최초 접속일을 기점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100일간 술을 매일 마셔 몸속에 알콜이 계속 유지가 되면 되는 건데······.”
 
 한마디로 술만 마시면 조건 발동이라는 이야기.
 
 “잘하면 저 사람이 주신이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뭐?? 사실 만들긴 했지만 그게 지금 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청환.
 
 “지금 접속해서 튜토리얼 끝나고부터 계속 마시고 있어요······. 심지어 담배도 계속 같이 피워요······. 저 사람 술·담배 하려고 게임을 하는 거 같아요······. 피지컬은 괜찮은데, 하는 짓이 바보예요. 토끼만 잡아서 렙업 하더니 이젠 사슴만 냅다 잡고 있어요.”
 “······저런 사람이 주신이 되면 어쩌지?”
 
 일단 걱정부터 앞서는 부장 하백훈.
 나름 공을 들여 준비한 히든 클래스인데 엉뚱한 사람이 가지게 되어 허상이 되면 어쩌나 고민이 되었다.
 
 기껏 신 클래스를 얻어놓고선 매일 술만 마시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에이 그래도 아직 앞으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설마 게임상에서 석 달 내내 마시기야 하겠어요?”
 “그··· 그렇지?”
 “그러게 이상한 거 넣지 말자니까······.”
 “뭐··· 딱히 이상한 건 아니잖아?”
 “하긴 뭐 다른 히든 클래스들도 이상한 거 많긴 하죠······.”
 “그래도 신 클래스는 다섯 개뿐이잖아?”
 
 레전더리 클래스를 제외하고서라도 신 클래스가 5개 존재했다.
 
 하지만, 그 난이도가 극악이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동 조건 걸려있었다.
 신 클래스는 딱히 직업이라기보다는 버프 전용 세컨드 직업이라고 봐야 했다.
 
 “문제는 1년 만에 한 명이 나와버렸다는 거고 게다가 지금 또 나올지도 모른다는 거죠······.”
 “얼마 전에 나온 귀신(鬼神)은 뭐 하고 있느냐?”
 
 귀신 클래스는 무덤을 100개 이상 파헤치면 발동되는 퀘스트다.
 귀신이 되면 몸을 영혼화 시킬 수 있다.
 영혼이 되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퍼스트 직업을 얻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그것 말고는 딱히 공격 스킬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레전더리 검성이 귀신의 히든 클래스를 얻게 될 경우
 죽지 않는 귀신이 검을 들고 무시무시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지금 이 유저는 무덤 파는 것에만 관심 있었다.
 대륙의 무덤이란 무덤은 다 파헤칠 생각인 것 같았다.
 
 “그······ 묘지에서 무덤만 350개 파던 유저요?”
 “응······.”
 “아직 무덤 파고 있어요······.”
 “···왜······?”
 “아무래도 유품 때문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추후 왕의 무덤까지 파헤치게 될 것인가······.
 하지만 왕의 무덤을 파헤치기엔 레벨이 많이 부족할 터였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아리아 월드 개발진은 특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런 게임.
 그리하여 다른 게임엔 잘 없는 이런 특이한 히든 클래스를 만들게 된 것이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자료를 수집하여 이 거대한 스케일을 인공지능 아리아와 함께 완성시킨 것.
 
 “···지··· 직업엔 귀천이 없잖냐?”
 “···그렇죠······. 19살 여자 유저가 무덤을 파다가 귀신 퀘스트를 완료하게 된 건 좀 께름칙 하긴 하지만······.”
 
 잠시 고민하던 부장 하백훈이 물었다.
 
 “낮에 나온 검성 유저가 검신(劍神)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지?”
 “음······ 아리아 월드에 존재하는 검 중 100개의 내구력이 다 소모될 때까지 써야 히든 퀘스트 조건 달성인데······. 저 유저는 검 하나만 써서 딱히 가능성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유니크 무기 얻고 나서는 그것만 쓰고 있어요.”
 
 검지와 엄지를 접은 채 턱을 괴고 있던 하백훈이 끄덕거렸다.
 
 “그럼 검신, 마신, 주신, 천신, 귀신 중에서 귀신만 등장하게 된 거군.”
 “애초에 무덤 100개를 파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지······.”
 
 막상 검과 마법의 신만 만들려다 보니 다른 것도 만들고 싶어졌던 하백훈은 평소 좋아하던 술과 귀신을 세컨드 직업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인공지능 아리아의 찬성으로 결국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그러니 전혀 밸런스 파괴라거나 버그라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이청환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모습을 보던 하백훈이 말했다.
 
 “···아··· 아니야 아직 그렇지 않아··· 이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사실상 검신, 마신, 천신을 제외하면 딱히 공격성이 강한 직업도 아닌데 뭐······.”
 “하긴··· 그런 말도 안 되는 발동 조건을 달성시키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수억의 사람이 플레이하는데 이상한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냐? 두고 봐라. 5년 안에 다섯 가지 히든 직업이 모두 나올 테니까.”
 
 둘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등 뒤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 안 나온다는 것에 걸겠습니다.”
 
 이때 상황실을 들어온 아리따운 미녀.
 상황실 멤버 중 홍일점.
 채린이었다.
 채린은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남들 고등학교 들어갈 때 이미 대학에 입학한 천재 중의 천재였다.
 그녀 역시 인공지능 아리아를 만드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 중 하나.
 그녀가 5년 안에 히든 직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정도이니 실로 어려운 것이 분명했다.
 퀘스트 완료 조건 자체가 완전 노가다였다.
 그런 짓을 하는 변태적인 인간은 우리나라에 더 이상 없을 것이다.
 
 ***
 
 “뭐야? 벌써 술이 떨어졌어?”
 
 해도 떨어지고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역시 술은 달빛을 벗 삼아 먹는 게 제맛이지. 여긴 막걸리는 없나? 나중에 막걸리도 제조해야겠군.”
 
 달빛 한 모금이라는 술집이 생각나는 스모커.
 괜스레 달을 보고 있으니 막걸리가 떠올라 입맛이 다셔졌다.
 
 ‘모둠전에 막걸리 좋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스모커.
 마을로 돌아온 그는 무기를 장만하기 위해 무기점에 들렀다.
 
 “여기 제일 싼 검 하나 주시오!”
 “목검 하나에 30골드요.”
 “예? 무슨 목검이 30골드나 합니까?”
 
 30골드면 술이 몇 잔인데, 이 사기꾼이.
 어차피 충분히 마실 술이 있었으니 검은 사지 않으려 마음먹은 스모커.
 그렇게 지나가는데 골목길에서 자판을 펴놓고 무수히 많은 목검을 팔고 있는 자가 있었다.
 눈을 흘깃하는 스모커를 지켜본 장사꾼이 그 눈빛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지금 사면 2+1입니다~”
 “예? 그렇게 싸게 팝니까?”
 
 땅딸한 키에 다부진 근육을 소유한 길거리 장사꾼이 혼자만 알고 있으라는 듯 손날을 세워 입 쪽으로 내밀고 입술을 들썩거렸다.
 
 “씁······ 아 이거 이야기해주면 안 되는데.”
 
 새끼가 쪼네······.
 
 “아, 그러지 말고 이야기해주세요.”
 “여··· 아 이거 비밀인데.”
 “···저 갈게요.”
 “아, 이야기해 드릴게요!”
 “진작에 그러시지.”
 “영지에서 새로운 신입 기사들을 뽑는다고 연습용 목검을 대량으로 주문해서 만들어 놨는데. 아 글쎄 다른 대장장이가 벌써 만들어다가 바치는 바람에 이렇게 보시다시피 재고가 넘쳐 납니다. 말 일까지 필요한 돈이 있는데 얼른 처분해야 해서요.”
 
 ‘좋아 이 무기면 더 빨리 잡을 수 있겠군.’
 
 게다가 가격도 저렴했다.
 무기점에서 30골드에 파는데 이곳에서는 자그마치 15골드!!
 거기다 2개 사면 1개 공짜!!
 30골드에 3개라는 이야기!!! 개당 10골드라는 이야기였다.
 
 “이거 다 얼마요!?”
 “1000골드입니다.”
 “헐. 그만한 돈이 없는데요.”
 “······얼마나 있으신데요?”
 
 물었다!
 이럴 땐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는 게 포인트다.
 
 “저 레벨 9밖에 안 되는데요.”
 ‘초보였군······.’
 
 눈치를 살피던 장사꾼이 흥정을 시작했다.
 
 “그럼 800골드에 다 드릴게요.”
 “헐? 정말요?”
 “네. 저도 다른 퀘스트 때문에 빨리 가봐야 하거든요.”
 
 퀘스트.
 유저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좀 더 깎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스모커는 상대방이 제시한 금액에서 흥정을 시도했다.
 
 “근데 800골드도 없는데······. 500골드가 전 재산이라······.”
 
 사슴 고기는 토끼 고기보다 가격이 꽤 비쌌다.
 덕분에 모두 처분했을 때는 600골드라는 돈이 수중에 들어왔다.
 하지만 모든 패를 까발리지 않는 법!
 오가는 흥정 속에 싹트는 절약 정신!!
 
 “하······ 제가 급해서 어쩔 수 없죠. 그렇다면 500골드에 모두 드리겠습니다.”
 “헐. 대박. 거래하시죠!”
 
 빨리 사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사갈 것만 같은 생각에 모든 재산을 다 털어서 대량으로 목검을 사들였다.
 좋은 검을 사야 사냥이 빨라질 터인데 이렇게 저렴한 검을 산 것은 간단했다.
 어차피 토끼나 사슴 잡아서 버는 돈으로 충분히 술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먹으로 잡는 것과 무기를 들고 잡는 것과는 거의 두 배 차이가 났다.
 그러니 좀 더 빨리 잡고 더 많은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무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더욱 많은 술을 사기 위해······.
 
 목검을 사고 남은 돈으로는 모조리 술과 담배를 구입했다.
 스모커는 이제 한 푼도 없는 거지 신세나 다름없다.
 
 
 # 05 첫 친구
 
 원래 이 정도 사냥했으면 레벨은 20 정도 찍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스모커는 토끼랑 사슴만 잡다 보니 레벨업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것에 딱히 불만이 없다는 데에 있다.
 한때 RPG 온라인 게임은 좀 해봤던 그다.
 당연히 이런 애들은 경험치가 느리다는 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스모커의 목적은 레벨업이 아니었다.
 마실 술. 피울 담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였다.
 돈만 있었으면 사냥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스모커다.
 
 “후―”
 
 그가 내뱉는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달빛을 감싸 안았다.
 사냥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유 있게 술과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취기가 오른 스모커가 어디서 본 듯한 대사를 외쳤다.
 
 “이 맛이야. 언제나 늘 멋져. 짜릿해. 최고야.”
 
 슬슬 사냥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스모커는 습관적으로 담배꽁초를 뒤로 던졌다.
 
 “아, 뜨거, 이거 뭐야!?”
 
 재수 없게 지나가던 누군가 맞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근육질의 남자가 험상궂은 얼굴을 한 채 정경훈에게 다가왔다.
 딱 봐도 초보인 것 같으니 자신이 쉽게 이길 것이니까 따끔하게 혼을 내줄 요량이었다.
 
 “어이 형씨. 지금 나한테 담배 던졌어?”
 “내가? 내가 그랬나?”
 
 살짝 취기가 올라있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야?”
 “흐흐흐. 여기 한 잔 하실라우?”
 “험험, 무슨 맛인지 맛이나 좀 볼까?”
 
 사실 이 근육질의 청년은 현실에서는 근육이 하나도 없는 청년이었다.
 검붉은 피부가 매력적이긴 했지만.
 현실에서는 가지지 못한 근육을 가져보고자 캐릭터 설정 때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가장 크게 설정을 했다.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아서 싸워야 하나 고민했다.
 한데, 상대방이 실실 웃으면서 나오니까 딱히 싸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런데 왜 여기서 사냥하고 계시오?”
 
 경험치도 잘 안 되는데······.
 여긴 레벨 1도 잘 안 오는 곳
 덕분에 혼자서 조용히 토끼와 사슴을 잡으며 술을 즐길 수 있었다.
 
 “아, 나는 달빛을 벗 삼아 한잔하고 있었지.”
 “저는 리베로라고 합니다. 당신은······?”
 “나는 스모커.”
 “스모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럼주를 꺼내는 정경훈.
 
 “이거 이거 맛이 일품이군. 근데 술 냄새가 어마어마한데 얼마나 드신 거요?”
 
 정경훈이 손을 뻗어 가리키는 자리에는 럼주 위스키 맥주 가릴 것 없이 한가득 병들이 쌓여있었다.
 
 “게임을 하면서 잡은 몬스터 시체를 쌓아 놓는 사람은 봤어도 술병을 쌓아 놓는 사람은 또 처음이군.”
 
 흐르릉!!
 
 “응?”
 
 둘이 오붓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눈앞에 나타난 붉은색 이름의 몬스터.
 
 [화가 난 수사슴]
 
 커다란 뿔이 달린 사슴이었다.
 화가 났는지 코에서 바람이 숭숭 나오고 있었다.
 리베로가 신기한 듯 말했다.
 
 “사슴도 보스가 있었나?”
 
 리베로는 평소의 사슴과 달리 생긴 사슴을 보고 의문이 들었지만, 어차피 자신에게는 저렙용 몬스터일 뿐.
 리베로의 말을 들은 스모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스? 보스라면 또 잡아야지!”
 
 목검을 쥐고 앞으로 나선 스모커.
 사슴이 흐르릉 대며 뒷발질을 하더니 이내 스모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슴과 싸움이 익숙한 듯 옆으로 슬쩍 흘리며 목검으로 사슴의 등을 내리쳤다.
 일반 사슴보다 확실히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스모커는 생각보다 날렵했다.
 어차피 앞에서 달려오는 게 눈에 보이는데 못 피할 리 없었다.
 물론. 자기 다리에 걸려 넘어지기 전까진 말이다.
 
 “어···? 어어어?”
 
 꽈당.
 술이 문제였다.
 어느덧 만취해버린 스모커가 넘어졌는데도 히죽 웃고 있었다.
 리베로가 그를 보며 히죽 웃었다.
 사슴이 스모커를 향해 머리를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그때.
 그렇게 큰 덩치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순식간에 사슴의 정면에 선 그는 한 손으로 사슴의 뿔을 잡아챔과 동시에 그대로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버둥버둥 대던 사슴을 땅에 내리꽂는 리베로.
 한방에 사슴은 즉사하고 말았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스모커.
 그리고 씨익 웃는 리베로.
 리베로는 서둘러 사슴의 뿔을 잡고서는 그대로 힘을 주었다.
 
 콰직.
 
 “여기 녹용 하나 드시죠?”
 “···고맙군요.”
 
 존댓말이 절로 나왔다.
 왠지 안 받으면 녹용으로 맞을 것 같아서 받은 건 아니었다. 단지 녹용이 몸에 좋으니까······.
 인벤토리에 녹용을 챙겨 넣은 스모커.
 
 “레벨이 얼마에요?”
 “레벨이요? 126이요.”
 
 레벨을 듣자 깜짝 놀랐다.
 자신은 아직 9밖에 안 되는데······.
 
 “와··· 126이면 되게 높은 거 아니에요?”
 “지금 1위가 200이 조금 넘는데. 저 정도면 낮은 거죠.”
 “직업은 뭔데요?”
 “레슬러요.”
 “네? 그게 무슨······.”
 “딱히 무기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맨손으로 때려잡다 보니까······. 격투가가 되고 싶었는데, 퀘스트를 하다 보니 레슬러가 됐죠······. 그런데 만족합니다. 사실 어릴 때 레슬링을 좀 해서 악력에는 자신 있거든요. 크면서 덩치가 안 커서 그만두었지만. 꿈을 게임에서 이루게 되네요.”
 
 피식 웃는 스모커.
 자신 역시 꿈을 찾아 이 아리아 월드에 접속한 것이 아니던가.
 왠지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친구 추가··· 할래요?”
 “레벨이······?”
 “···9······.”
 “······.”
 “······.”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하긴··· 게임은 레벨이 깡패다.
 렙 9짜리가 친추 하자고 하면 누구라도 싫을 것이다.
 이득 될 게 뭐가 있다고······.
 
 “까짓거, 내게 술을 주었으니 친구 합시다.”
 
 리베로가 스모커에게 손을 내밀었다.
 
 “친구 좋지. 그런 의미로 한잔 더?”
 “큭큭큭. 못 말리는군.”
 
 리베로 역시 스모커가 마음에 들었다.
 비록 저렙 유저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레벨은 오른다.
 그저 저렇게 여유 있게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지금껏 무엇을 위해 레벨업만 바라보며 달려왔을까······
 이렇게 즐기는 사람도 있는데······.
 리베로는 스모커가 술·담배 때문에 게임을 한다는 걸 알지 못했으니 그저 좋은 의도로만 생각했다.
 그렇게 정경훈의 아리아 월드의 첫 경험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하루빨리 접속하고 싶었다.
 친구인 리베로가 새로운 사냥터를 소개해 준다고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서 빨리 접속해서 술과 담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부모가 무당이었던 이초희. 18세.
 그녀의 아이디 미호.
 어릴 적부터 무당 부모의 밑에서 자라다 보니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을 당했다.
 귀신을 본다 하여 친구들이 불길하다며 같이 놀아주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친구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게임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녀.
 아리아 월드라는 가상현실 게임이 오픈되고 나서 오픈 첫날부터 꾸준히 플레이를 해왔다.
 
 접속해서 튜토리얼을 마치고 보니 게임 속에서는 귀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많은 친구를 사귀고 싶었지만······.
 모두 사냥에만 열중하다 보니 친구 사귀기도 쉽지 않았다.
 
 우연히 마을에서 받게 된 퀘스트.
 자주 들르던 주점이 있었는데 그곳의 단골손님이었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레벨이 20쯤 되자 갑자기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이고, 모험가님. 부탁드립니다. 그곳은 예전엔 그저 무덤이었지만 ‘그일’이 있고 난 후 몬스터가 출몰하여 일반인이 가지 못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모험가님이라면 충분히 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띠링.
 그녀의 눈앞에 문구가 떠올랐다.
 
 [아내의 유품을 사수하라.]
 등급 : B
 보상 : 약간의 경험치와 약간의 골드. 명성.
 
 내용 : 클레인은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갑작스러운 병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때 무덤에 그녀의 유품과 함께 묻어두었는데 지금 클레인에게는 그 유품이 필요합니다. 마을 뒤에 있는 공동묘지에서 아내의 무덤 속의 유품을 찾아오기.
 
 중급 퀘스트였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오!
 생각보다 등급이 괜찮았다.
 죄다 하급 퀘스트가 전부였는데 이런 중급 퀘스트라니.
 그런데 왜 하필 무덤을 뒤져 달라는 걸까.
 공동묘지에서는 여우와 늑대가 함께 출몰했다.
 여우의 천적은 늑대였는데 서로 구역이 존재했다.
 여우는 웬만하면 늑대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냥을 하다 보면 간혹 넘어가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늑대와 싸움이 나기도 했다.
 
 그때 초희는 자신도 모르는 히든 퀘스트를 받게 된다.
 히든 퀘스트는 자신이 퀘스트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알림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를 하다 보면 보상을 받거나 전직을 하거나 이뤄질 수 있었다.
 
 평소 여우를 좋아했던 초희는 아이디조차 미호라고 지었다.
 그러니 무덤에 있는 여우를 잡지 않고 늑대만 잡았다.
 이것은 늑대인간과 구미호로 전직할 수 있는 유니크 직업 퀘스트 중 하나였다.
 
 여우를 한 마리도 안 잡고 늑대만 10000마리를 잡았을 때 획득하게 되는 것은 구미호.
 늑대를 한 마리도 안 잡고 여우만 10000마리를 잡았을 때 획득하게 되는 것은 늑대인간.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플레이를 한 결과다.
 하지만 20렙 구간에서 잡는 몬스터들을 그만큼 잡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리고 무덤 곳곳에 여우와 늑대가 같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끼리 싸우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딱 한 종류만 잡는 경우도 잘 없었다.
 
 초희는 단지 여우가 귀엽다는 이유로 여우는 때리지 않고 늑대들만 사냥해왔다.
 그리고 퀘스트 위치의 무덤에 도착해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퀘스트 아이템을 제외한 다른 것들도 들어있었다.
 가령, 돈이라든지··· 장식품이라든지······.
 
 “이거··· 잘 하면 돈 되겠는데?”
 
 보통 현실 세계에서도 무덤을 만들 때 그 무덤의 주인이 아끼던 물건이나 좋아하는 걸 같이 묻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게임 속에서도 현실과 비슷한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모든 무덤을 파헤치다 보면 운 좋게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지도?
 그런 생각이 든 초희는 주변의 늑대만 잡으며 무덤을 파헤쳤다.
 아예 삽, 곡괭이, 몇 개씩 사 들고 와서 본격적으로 무덤 사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꽤 희귀 아이템을 습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대박은.
 버프 전용 직업인 신 클래스를 획득했다는 데 있었다.
 
 100번째 무덤을 파헤칠 때였다.
 [히든 퀘스트를 완료하여 히든 클래스를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클래스 귀신으로 전직합니다.]
 [전용 스킬을 획득합니다.]
 [신 클래스 획득으로 모든 스탯이 10 추가 됩니다.]
 
 레벨업 마다 5개의 스탯이 주어진다.
 하지만 모든 스탯이 10 추가 되는 것은
 레벨을 20 올린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25라는 레벨이지만, 사실 45레벨과 맞먹는 스탯을 소유하게 된 미호.
 이제는 늑대 몰이 사냥도 수월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무덤을 파다가 우연히 히든 클래스를 얻었지만, 무덤 파기를 그만둘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아이템을 주울 수 있으니 말이다.
 
 [표창 획득.]
 살아생전 살수였던 무덤 주인이 아끼던 표창.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광물로 만들어진 표창.
 그 예기가 대단하여 스치기만 하여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음.
 
 아이템 창이 넉넉해지자 기분이 좋아진 미호.
 신 클래스도 얻게 되었으니 더욱 신이 났다.
 이렇게 강해지면······.
 강해지고 나면 친구도 사귈 수 있겠지?
 이제 외롭지 않을 수 있겠지?
 
 그런 식의 플레이가 1년간 계속되고 있었다.
 잠자는 시간과 학교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게임하는 데 쏟아부은 소녀.
 그동안 이어진 9000마리의 늑대 사냥.
 그로 인해 유니크 클래스인 구미호가 개방되려고 하고 있다.
 
 
 # 06 첫 사기
 
 드디어 캡슐이 집으로 도착했다!
 어머님이 외출하신 시간대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날따라 어머님이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커다란 박스가 즐비하게 늘어지고 기사분들이 조립을 하는 타이밍에 엄마 젠!
 
 ‘아······.’
 
 이게 다 뭐야? 하는 눈빛으로 집안을 살피던 어머니.
 히죽거리며 서 있는 자신의 아들 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이놈의 자식아. 이건 또 뭐여?”
 
 일단 모르는 척하자.
 
 “아, 왜 그러세요.”
 
 경훈의 어머님이신 정옥자 여사였다.
 5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나이보다 동안이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셔서 자주 술을 마셨는데······.
 이제 보니 술 좋아하는 건 엄마 닮았구나.
 커다란 캡슐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란 정옥자가 경훈의 등짝에 스매싱!
 
 짝!
 
 “아야!”
 “저게 다 뭐야!!?”
 
 “아······ 그 그게······.”
 “어머··· 혹시 안마기야?”
 “···으···응?”
 
 크나큰 오해다.
 
 “우리 아들 이제 효자 다 됐구나. 그런데 어찌 설치를 네 방으로 하니······?”
 “······.”
 
 거실도 아니고 안방도 아니고 어찌 된 게 아들의 방으로 들어가는 안마기?
 정옥자 여사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자고로 안마기라면 거실에 두는 게 맞다.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굳이 아들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그렇다는 건··· 게임!?
 
 “너 저거··· 그 캡슐인가 하는 게임기지?”
 “······.”
 
 아들놈의 반응을 보아하니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
 
 “얼마 줬어?”
 “오······.”
 “오십? 이게 미쳤어! 너 빚 갚아야 되는 거 알아 몰라!?”
 “······.”
 
 오백이라고 말했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판국이었다.
 게임기를 산 것도 얼토당토않은데 오백만 원을 주고 캡슐기를 사다니······?
 게다가 빚도 있는 녀석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게임 따위에 관심이 없으니 캡슐이 얼마나 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경훈이 산 캡슐은 그리 좋은 캡슐이 아니었다.
 가장 하위 캡슐.
 비싼 건 억 단위까지도 있었다.
 더욱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하고 반응 속도가 다르다는 등의 평가.
 착석감 또한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장시간 오래 플레이하더라도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최첨단 인체 공학을 적용하여 만들었다고 하니 가격이 그렇게 비쌀 수밖에······.
 그런데 그렇게까지는 필요가 없었다.
 정확히는 그렇게까지 좋은 걸 살 돈은 없었다.
 문제는 캡슐 가격이다.
 어머님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아냐 이거 중고로 산 건데 친구가 사는 거 내가 빌린 거······.”
 
 당황하니 횡설수설이 절로 나왔다.
 평소에도 거짓말은 잘 못 하는 성격이다.
 20년을 넘게 키워온 아들이다.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절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아빠 알면 어쩌려고 그래 너?”
 “아빠 내 방에 안 들어오니까 괜찮아······ 괜찮을걸?”
 
 아빠만 문제인가?
 동생은 어쩔?
 
 “네 동생이 잘도 가만히 있겠다.”
 
 그 포악한 동생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정경훈이 아빠보다 더 무서운 게 동생이다.
 
 “근데 어찌 술 냄새가 안 나네? 너 술 안 마셨어?”
 
 매일같이 술을 퍼마셨던 나에게 술 냄새가 나지 않으니 의아함을 느낀 정옥자 여사.
 
 “응. 나 이제 술 담배 끊었어.”
 “어머? 정말이야? 그래 잘 생각했다. 몸 생각해야지.”
 
 차마 게임 속에서 술·담배 한다고 말하기가 애매했다.
 
 “적당히 할 거야. 일도 나갈 거구. 걱정하지 마.”
 “알아서 좀 잘 해라. 걱정 안 하게.”
 
 엄마의 말을 뒤로한 채 정경훈은 재빠르게 접속을 시도했다.
 
 정옥자 여사는 아들이 술 담배를 끊었다는 말에 무척이나 기뻤다.
 술 담배 안 하면 그깟 게임 좀 하면 어때서? 게임하는 게 뭐 대수인가?
 그동안 경훈의 방에서 나온 빈 병과 담배꽁초가 몇 개인가······.
 하얗던 벽지 색이 변색이 될 정도로 많이 피워 댔다.
 몸에서도 얼마나 냄새가 났는지······.
 씻고 나오면서 바로 담배를 피우고 오니 담배 냄새가 가시 날이 없었다.
 그렇게 술·담배를 달고 살던 아들이 드디어 금주, 금연을 한다니?
 엄마로서는 무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임은 뭐 그렇게 몸을 해치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지 아들이 커다란 게임기를 구매한 것에 대해서는 입 다물기로 마음먹은 엄마였다.
 엄마는 늘 아들의 편이니까.
 
 ***
 
 새하얀 빛과 함께 접속된 아리아 월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캡슐방보다 더욱 쾌적한 환경이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 저 사람 쓰던 기계보다는 자신이 처음 쓰고 자신만 쓰게 될 캡슐이 좋은 건 당연한 이치다.
 
 접속하고 술을 마시고 있는 스모커에게 리베로의 귓말이 왔다.
 
 리베로 : 왔어요?
 스모커 : 응. 어디로 가면 돼?
 리베로 : 제가 몸빵 좀 해드릴 테니까, 늑대랑 여우 잡으러 가죠. 걔네들 렙 20짜리라서 지금 님이 잡으면 폭렙할 거예요.
 스모커 : 그럼 더 높은 애들 잡으면 더 좋은 거 아니고?
 리베로 : 그런데 님 무기가······?
 스모커 : 목검······.
 리베로 : ㅇㅇ 딜이 안 박힘.
 스모커 : ······.
 
 리베로가 안내한 장소는 마을 뒤편에 있는 공동묘지였다.
 공동묘지답게 분위기가 음산한 것이 귀신이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이야, 여기 분위기 개 쩌는데?”
 “그죠? 근데 귀신은 없음.”
 “근데 몇 살이에요?”
 “어? 저는 24살이요.”
 “어? 나는 29살인데.”
 “형이시네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래.”
 
 그렇지 않아도 덩치는 컸지만, 어려보이던 탓에 말을 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야 더 빨리 친해진다고 생각하는 스모커였다.
 말을 편하게 하자 둘의 분위기도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귀신 같은 몹은 없어?”
 “글쎄요··· 보통은 저렙 때는 동물들 위주로 잡고 올라갈수록 몬스터들이 나오던데요?”
 “다른 겜은 무덤에서 강시랑 귀신이랑 나오던데.”
 “뭐 다른 곳에서 나올지도 모르죠. 오픈한 지 1년이 됐지만 밝혀진 게 아직 20~30%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와··· 늙어 죽기 전에 100% 보겠나 이거.”
 “하하하. 그러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술을 마시는 스모커.
 
 “근데 진짜 술 왜 이렇게 많이 마셔요?”
 “응? 나 술 마시려고 게임 하는데······.”
 
 뭔가 이상함을 느낀 리베로.
 
 “레벨업 안해요?······.”
 “레벨업 왜 해······?”
 
 이상함이 배가 되는 느낌.
 
 “···그야··· 강해지려고······.”
 “왜 강해져야 하는데?”
 “···그래야 더 재미있으니까?”
 “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게 제일 재밌어.”
 
 형만 아니었으면 미친놈이라고 했을 텐데······.
 뭐,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지금 사냥하는 거도 너랑 놀려고 하는 거지 딱히 다른 이유 없어.”
 
 뭔가 뭉클해진 리베로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
 
 “제가 몸빵 해드릴 테니까, 와서 그냥 때려잡으세요. 파티 맺고 경치 몰아드림.”
 
 리베로는 빠른 몸놀림으로 늑대들을 몰았다.
 120대의 레벨에게 20대 몬스터는 간지럽지도 않았다.
 리베로가 지루하다는 듯 하품하는 시늉을 했다.
 스모커는 재빠르게 뛰어가 목검을 꺼내 들고 늑대에게 휘둘렀다.
 
 콱!
 콱!
 빠직!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응?”
 “응?”
 
 
 둘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 번 휘두르자 목검이 부러진 것이다.
 
 “뭐야? 얘네 방어력이 너무 센가? 늑대들 피부 두꺼움?”
 “아닌데······.”
 
 어차피 새로운 목검이야 많았다.
 다시 목검을 꺼내든 스모커.
 
 그리고
 
 콱!
 콱!
 빠직!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
 
 뭔가 이상함을 느낀 리베로가 주변의 몹을 한방에 정리했다.
 
 늑대 한 마리의 꼬리를 잡고는 스킬 풍차돌리기를 사용하니까 주변의 늑대가 한 번에 모두 전멸해버렸다.
 
 “와 너 겁나 세다.”
 “렙 차이가 심하게 나서 그래요. 저도 초반에 얘네 잡느라 고생했어요. 그나저나 형 목검 뭐예요? 무기 많이 있다면서요? 하나 줘봐요.”
 
 목검. 상세정보
 
 <목검>
 레벨 제한 : 없음
 내구력 : 3
 공격력 : 10
 설명 : 썩은 나무로 만든 목검.
 내구력이 약하여 몇 번 휘두르다 보면 부러진다.
 
 초보 대장장이 쿨라가 만든 상품으로 나무 선택을 잘못하여 이런 실패작이 탄생했다.
 이것은 그저 장식용에 지나지 않는다.
 수리 불가능.
 
 ······.
 
 “저기, 잠깐만. 형? 이거··· 어디서 샀어요?”
 
 정상적인 목도의 내구도는 100이다.
 
 “···마을 길거리에서 팔던데······.”
 “혹시 땅달한 키에 근육질······?”
 “어? 너 걔 알아?”
 “···걔 유명한 사기꾼이에요.”
 “······. 500골드 주고 한 100개 샀는데······.”
 “예? 500골드요?”
 
 500골드를 버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목검은 500골드나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형, 제대로 사기당하셨네.”
 “···나 사기당했어?”
 
 사실 싸게 샀다고 좋아했었다.
 천하의 스모커가 사기를 당하다니!!!
 
 “네······.”
 “그 새끼 지금 어딨을까···?”
 
 담배를 꺼내 문 스모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형 그래 봬도 걔 저보다 레벨 높아요.”
 “···하······”
 
 복수조차 쉽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술 담배만 하고 지내려고 했건만······.
 스모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자. 그 누구인가.
 화가 난 스모커를 달래주는 동생 리베로.
 
 “그래도 주먹으로 한 방치느니 목검으로 들고 치는 게 좋을 거예요. 일단 다른 무기 구하기 전까지 목검 계속 쓰는데 좋을 것 같은데요?”
 “······.”
 “저도 직업이 레슬러다 보니 무기가 없어서··· 의자, 테이블 같은 건 있는데······.”
 “······.”
 
 200골드면 철검 하나를 살 수 있다.
 철검의 내구도는 1000.
 최소한 1000번은 휘두를 수 있다.
 게다가 공격력도 20이나 올려준다.
 처음부터 철검을 샀더라면······.
 사실 무기점에서 무기를 사는 유저는 없다.
 대장장이가 직접 만든 무기라든지, 몬스터를 잡아서 나온 무기의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
 내구력도 기본적으로 1만을 상회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보통 사냥을 하면 몇 날 며칠을 사냥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내구도가 100이나 1000단위면 몇 번 휘두르지도 못하고 부서지기 때문이다.
 대장장이가 아닌 이상 그 자리에서 수리할 수도 없고.
 그러니 좋은 무기가 나올 때까지는 지금 목검이라도 쓰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다른 검을 사 오면 좋겠지만 스모커 수중에 남은 돈은 0······.
 남은 돈으론 술과 담배를 샀기 때문에 돈이 없다.
 돈이 있었더라고 하더라도 술을 샀겠지만······.
 스모커가 조용히 말했다.
 
 “다음에······.”
 “네?”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침울해진 표정의 스모커.
 담배를 입에 문 채 늑대를 잡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목검을 새로 꺼내 들었다.
 스모커의 알림창에는 계속해서 알람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나친 흡연으로 인하여 집중력이 낮아집니다.]
 [지나친 음주로 인하여 고통에 둔감해집니다. 움직임 또한 둔감해집니다.]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의자랑 테이블 있다고 그랬지?”
 “네.”
 
 “다음에 의자랑 테이블 꺼내서 거기서 술 먹자······.”
 “······.”
 
 
 # 07 구미호
 
 “근데 이상하네······.”
 “왜? 뭐가?”
 “아니요. 초입까지는 늑대들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까 여우밖에 없어요.”
 “잉? 그러고 보니 그러네?”
 
 딱히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몹을 잡다 보니 여우밖에 안 보인다는 것을 느낀 리베로.
 스모커는 술에 취해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저 무덤들 좀 봐요! 누가 다 파헤쳐 놓은 것 같지 않아요?”
 “이거 동물들이 배고파서 파헤친 거 아니야? 내가 토끼랑 사슴을 너무 많이 잡았다든지······.”
 “······일리 있네요.”
 “그렇다고 시체를 먹을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게다가 이거 꼭 삽으로 파 놓은 거 같은데요?”
 “삽?”
 
 삽이라면 땅을 파고 흙을 뜨는데 쓰는 연장?
 연장이라면 스모커가 또 일가견이 있다.
 한눈에 봐도 사람이 도구를 이용해 파헤친 무덤이었다.
 
 “여기 이 흙 면을 보면 각이 진 게 확실히 연장을 썼네.”
 “도대체 게임 속 무덤을 파헤쳐서 뭘 얻을 게 있다고······.”
 “무슨 퀘스트라도 있나 보지.”
 
 어차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신경 끈 스모커.
 스모커는 상태창을 열어 스탯을 투자한 뒤 말했다.
 
 “아무렴 어떠냐 내 레벨이 15가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직업을 가질 수 있겠군요.”
 “경매장도 이용할 수 있을 듯.”
 
 그때였다.
 스모커와 리베로의 눈에 동시에 알람이 울렸다.
 
 [에일니스 영지 전역 공용 퀘스트.]
 
 ***
 
 에일니스 영지의 공동묘지.
 다가오는 늑대들을 삽으로 후려치며 무덤을 파헤치던 미호.
 갑자기 여우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선공 몬스터였기에 사거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딱히 공격성을 띠지 않고 있었다.
 미호가 물끄러미 여우를 바라보자 여우가 낑낑대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따라오라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여우.
 
 “헐··· 뭐지? 몬스터가 인간에게 퀘스트 같은 걸 주기도 하는 건가?”
 
 미호가 여우를 따라간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숲을 이리저리 지나가는데 평소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
 한참을 따라가자 조그마한 동굴이 나왔다.
 
 여우가 낑낑대며 동굴을 들어가자는 듯한 몸짓을 취했다.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없었고 엎드린 채 기어서 들어가야 했다.
 그러니까··· 여우굴 같은 건가?
 
 동굴 안에 들어선 미호.
 내부를 둘러보니 작은 신전인 것 같았다.
 신전이 왜 이런 동굴 속에?
 아주 먼 옛날 대륙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산사태가 일어나 산으로 덮였다는 것을 알 리 없는 미호.
 
 그 신전 중앙에는 늑대 모양의 석상이 포효를 지르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동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늑대 석상 다리 사이에 끼어 있는 새끼 여우.
 
 “아, 네 새끼 구해 달라는 거구나?”
 
 미호는 석상 앞으로 다가가 새끼 여우를 빼내려고 애썼다.
 
 “낑··· 이거 완전 꽉 꼈네?”
 
 뭐가 적당하려나······.
 미호는 인벤토리에서 도끼를 꺼내 들었다.
 무덤을 파다가 간혹 방해되는 나무가 있으면 베어버리려고 사두었는데 이런 곳에서 쓰게 될 줄이야······.
 미호는 있는 힘껏 도끼를 휘둘러 석상의 다리를 날려버렸다.
 
 콰아아앙!!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가자 석상이 균형을 잃고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쿠우우웅!!!!
 
 그 찰나의 시간에 새끼 여우가 석상에서 빠져나왔다.
 
 아옭아옭!
 
 어미의 품으로 달려간 새끼 여우.
 어미 여우가 새끼 여우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핥아 주었다.
 
 그때였다.
 
 [히든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니크 직업 ‘구미호’로 전직하시겠습니까?]
 
 “!!?”
 
 어미 여우를 만나던 시점이 늑대를 10000마리 잡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통과 미션.
 새끼 여우를 구해주는 퀘스트까지 무사히 완료하여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미호.
 숨겨진 히든 퀘스트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 방법을 모르고 도중에 알려주는 알림창 또한 없었다.
 그래서 본인이 히든 퀘스트를 진행 중인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극악의 조건을 달성해야 하므로 얻기 어려운 것이 히든 클래스다.
 자신이 알고 하는 퀘스트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퀘스트인지 모르고 진행하는 것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없다.
 그것도 몇 명 없다는 유니크 등급의 직업을!!
 
 미호가 조용히 읊조렸다.
 
 “···전직.”
 
 ***
 
 [늑대종족이 여우종족과의 전쟁을 선포하였습니다.]
 [대륙 전체 늑대와 여우가 에일니스 영지로 몰려듭니다.]
 단체퀘스트
 등급 : C
 여우에게만 우호적인 모험가가 늑대의 신전을 무너트렸다!
 이에 화가 난 늑대의 원혼이 여우의 멸살을 명했다!
 늑대와 여우로부터 마을을 지켜라!
 보상 : 잡은 만큼 추가 경험치.
 누구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해당 종족과 교우를 맺을 수 있음.
 
 “어? 형 이거 뭐에요?”
 “설마 이거 때문에 여우밖에 없었나?”
 “그럼 저희는 여우를 계속 잡는 게 좋을 것 같은 데요?”
 “그냥 둘 다 잡는 게 좋은 거 아냐?”
 “저희가 지금까지 여우를 잡아 왔으니까 앞으로도 여우만 잡으면 늑대 종족과 교우를 맺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단체 퀘스트였지만 저렙용 퀘스트라서 사실 그렇게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싶었다.
 이 퀘스트는 말 그대로 저렙을 위한 퀘스트일 뿐.
 일종의 경험치 보너스 같은?
 리베로는 그대로 여우 무리가 득실거리는 숲속으로 달려 들어가며 외쳤다.
 
 “형님 일단 때려잡고 보시죠?”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아놔
 스모커는 입에 담배를 물고 리베로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늘어난 힘과 민첩을 체감하며 빠르게 여우들을 몰살시키고 있었다.
 이제 슬슬 레벨도 맞아가니 이전보다 딜이 더 잘 박혔다.
 여우는 날렵한 몬스터였는데 동물이다 보니 공격 패턴이 복잡하지 않았다.
 다른 몬스터들처럼 마법을 쓴다거나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물어뜯기, 몸통박치기, 얼굴박치기 정도.
 대부분 돌진형 스킬이었다.
 확실히 민첩성이 뛰어난 몬스터답게 공격력 또한 날카롭고 빨랐다.
 하지만 리베로가 몸빵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스모크에게 달려드는 여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스모크는 여우를 상대하는 것보다 목검을 새로 쥐는 게 더 일이었다.
 
 “아오 이 빌어먹을 목검. 이거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어.”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나도 어떻게 한방에 다 때려잡는 그런 스킬 뭐 없어?”
 “직업을 잘 고르셔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술 많이 먹어도 잘 버틸 수 있는 직업이 좋지 않을까?”
 “······광역 스킬 쓰고 싶으시다면서요?”
 
 리베로는 부지런히 몹을 몰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퀘스트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근처의 여우들은 모두 리베로 차지였다.
 
 “형님 더 빨리 잡으셔야 할 거 같은데요.”
 “아니··· 너도 같이 잡아야 할 거 같은데······.”
 “예?”
 
 스모커가 물고 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베로는 스모커가 자신의 뒤편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수천? 아니 수만? 마리의 여우가 몰려오고 있었다.
 한눈에 다 담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늑대가 몰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모두의 이목을 끌 만한 장면이었다.
 각양각색의 크기와 색깔.
 그리고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그들의 울음소리.
 이게 만약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벌써 지려도 세 번은 지렸을 듯.
 늑대는 현실에서도 무리를 이루는 동물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 게임 속에서는 여우도 그런 상태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늑대 종족 전원이 자신들을 공격해 온다고 하니 여우 종족 역시 모두 모여 상대하는 모양이다.
 전 대륙의 늑대와 여우가 모이는 장면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근처의 유저들 또한 입을 쩍 벌리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야! 이거 경험치 대에~박!”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 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보스몹 있으면 귓말 좀.”
 
 그 말과 동시에 모두 사냥터로 뛰어들었다.
 다들 저렙들이기에 간만의 경험치 잔치에 신이 난 그들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국에서도 나와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눈으로 보는 화면을 그대로 동영상으로 저장해서 실시간 송신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동영상 조회 수와 광고비로 돈을 충당하고 있었는데 간혹 대박 영상이라도 찍는 날에는 한 달 일을 안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 통장에 꽂혔다.
 영상을 녹화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고 프로그램이 있어야 했기에 보통 아무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 보니 전용 아리아 월드를 전용 방송해주는 방송국에서 주로 전담하고 있었는데
 유저들이 찍은 영상을 사들여서 온종일 틀어대기도 했다.
 방송국 역시 광고 수입으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그 방송국에서 가장 특종에 목마른 기자.
 
 카메라 전용 유저 엔빈신과 함께 팀을 이뤄 다니는 윤미르 기자.
 본명은 윤미정으로 어려서부터 언론사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치권에서 잘못된 사건을 까발린 이후 이렇게 좌천당해 게임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니 빨리 제대로 된 특종을 잡아서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를 해야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작은 기삿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우연히 에일니스 영지에 있었던 그들은 눈앞에 뜬 공동 퀘스트 알림을 보고 늑대와 여우가 사는 지역으로 바로 달려온 탓에 처음부터 그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비록 저렙용 몬스터이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수가 등장한 건 오픈 이래 처음이었기에 반드시 특종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은 윤미르.
 
 “지금 보이시는 바와 같이 화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의 몬스터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퀘스트 내용에 따르면 늑대와 여우 간의 전쟁이 시작된 것 같은데요. 어떤 모험가가 늑대의 신전을 무너트린 것 같습니다.”
 
 리베로는 가장 선두에 있었다.
 어그로를 끌기 위함이었다.
 스모커는 방어력이 약하기 때문에 몇 대 안 맞아도 죽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이 스모커에게 어글이 튀지 않도록 활약하고 있었다.
 리베로는 레슬러답게 의자를 꺼내어 붕붕 휘둘렀다. 거기에 맞은 여우가 깨갱거리며 부웅 날아가 다른 여우와 부딪혔다.
 그러자 근처의 여우들이 일제히 리베로를 바라봤다.
 
 으르릉···!!
 
 “형님 이거 형님한테 몰아주다가 저도 죽어요! 수가 너무 많아서 한 대씩만 맞아도 사망 각이에요.”
 “그래. 나도 알아서 술 잘 먹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예?”
 
 그제야 뒤를 돌아본 리베로.
 큰 바위 위에 올라가 쪼그리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스모커.
 
 “···지금 뭐하십니까?”
 “술 마셔.”
 “아니, 그러니까······. 으랏차!”
 
 다가오는 여우의 꼬리를 낚아챈 뒤 풍차 돌리기 스킬을 펼친 리베로.
 
 “휴우.”
 
 주변의 여우들을 다 날려버리고는 의자를 펴고는 자리에 앉은 채로 스모커를 바라봤다.
 
 “저는 이런 애들 잡아서는 레벨업도 안돼요. 형님은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그래. 나도 아는데··· 무기가 한 개밖에 안 남았어.”
 “···예?”
 
 
 # 08 늑대인간
 
 저 멀리서 새로운 여우들이 다가오기 전부터 근처의 여우를 잡고 있던 스모커.
 
 보통 10레벨이 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레벨 10은 1시간 정도만 제대로 사냥해도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레벨이다.
 물론 레벨에 맞는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의 이야기다
 천날만날 토끼만 잡고 사슴만 잡았던 스모커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남들 다 스킬 쓰면서 때려잡을 때 나 홀로 맨손과 거지 같은 목검으로 사냥을 하던 스모커.
 리베로가 어그로를 끌어주며 버스를 태워주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냥이 쉽지는 않았다.
 거의 술기운에 하고 있었다.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목검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목검이 부서집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알림에 빡친 스모커가 목검을 죄다 꺼낸 채로 양손으로 두 개씩 잡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비효율의 극치였다.
 내구도가 한없이 약한 목검은 여우에게 몇 번의 데미지도 넣지 못하고 부서졌다.
 
 기어코··· 100개나 되던 목검이. 마지막 한 개가 남았다.
 이거까지 부숴 먹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데?
 리베로의 활약으로 이미 레벨은 17을 향하고 있었지만, 주먹과 발을 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토록 무쓸모한 캐릭터라니······.
 에라이― 술이나 먹자.
 
 ‘그 뭐야 목걸이의 제왕 그 영화 보는 거 같고 좋네.’
 
 스모커는 뒤편의 큰 바위 위에 올라가 제대로 술판을 벌였다.
 늑대들이 올라오지 못하는 자리라서 공격 사거리에 들지도 않았다.
 열심히 사냥하고 있는 리베로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둘은 파티사냥 중이었다.
 경험치는 모두 스모커에게 들어오는 중이다.
 리베로는 그것을 잊었는지 왜 사냥을 안 하냐며 스모커에게 쏘아댔다.
 
 “술맛이 좋구나.”
 “아, 형님!!”
 “알았어. 알았어.”
 
 담배를 꺼내 문 스모커가 목검을 꺼내 들었다.
 그때였다.
 
 [하··· 아···나를 부른 자가···쿨럭··· 당신인가? 쿨럭쿨럭!]
 “엥?”
 
 분명히 귓가에서는 들리는데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날세, 나. 당신이 쿨럭쿨럭. 손에 들고 있는 검.]
 “검···? 검이 왜 나한테 말을 걸어?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헛것이 들리네.”
 
 검을 들어 올린 스모커.
 하지만 검은 그저 목검일 뿐이었다.
 어떠한 모습에도 변화가 없었기에 무엇이 다른지 보이지 않았다.
 
 [아··· 니. 쿨럭쿨럭. 하···악··· 하악.]
 “아니! 왜 남의 귀에다 바람을 불어 넣습니까!?”
 [그, 그게 아니고··· 하아··· 나··· 나를······.]
 “예?”
 
 아니 무슨 곧 죽을 것 같은 목소리로 뭐라고 하는 건지.
 
 [쿨럭쿨럭. 나··· 나와 나와 하나가 되지 않겠는가?]
 “당신 변태지?”
 
 [하아··· 이씨··· 하필 이런 쿨럭쿨럭. 그지같은 목검에 귀속돼가지고··· 하아.]
 “······?”
 
 스모커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히든 클래스인 검신 클래스의 마지막 퀘스트였다.
 
 신 클래스 중 검신 클래스의 히든 퀘스트.
 아리아 월드에 존재하는 검. 중에 100개의 검의 내구력을 모두 소모하면 발동되는 퀘스트.
 그리고 마지막 통과 조건. 검과 하나가 되는 것.
 하지만 퀘스트라고 알려주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검이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이거 에고 소드 뭐 그런 건가? 아니··· 왜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목검이 에고 소드야······?”
 
 [에고소드라니 그런 하아··· 하···찮은 것과 나아하를 비교하려 하지쿨럭쿨럭마라. 나와 하나가 되면 하아아··· 알게 될 것이다하···아······.]
 
 하나가 된다?
 그게 또 무슨 소리야.
 자꾸 말을 거는 게 귀찮았기에 일단 검의 말을 들어주기로 한 스모커.
 
 “아무튼, 하나가 되라는 거잖아? 내가 아는 하나는 이거다!”
 
 스모커는 목검을 입에 물더니 마이터를 꺼내어 검 끝에 불을 붙였다.
 
 [아니, 지,지금 뭐하아느······!!]
 
 검의 말을 무시한 채 스모커는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띠링!
 
 그와 동시에 알림이 떠올랐다.
 
 ***
 
 그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저렙 구간이다 보니 리베로의 활약이 뛰어났다.
 윤미르 기자는 자연스레 리베로의 주변을 돌며 카메라 역할의 엔빈신과 함께 화면에 담고 있었다.
 
 실시간 댓글 창이 난리가 났다.
 
 “윤미르팬까진아닙니다만사···사과는애플.”
 └미친개노잼핵노잼십노잼
 “와. 저 유저 20렙 구간에서 렙 자랑 지리네ㅋㅋㅋ”
 └딱 봐도 버스구만.
 “저 사람 직업 뭐임?”
 “딱봐도 레슬러임“
 └레슬러? 그런 직업도 잇음?
   └고양이 집사라는 직업도 봄
    └에이 구라 ㄴㄴ
    └레알 그게 나야 ㅅㅂ 스킬이 고양이랑 놀아주기야
     └구라 ㄴㄴ
 “근데 저 뒤에 바위에서 술 마시는 사람 뭐임? 방어구도 하나도 없이 목검만 들고 잇음ㅋㅋㅋ”
 └저 사람 길가다 봤는데 술만 먹고 담배만 핌ㅋㅋ
 └근데 저 사람 왜 목검이랑 놀고 잇음?
 “엌ㅋㅋ저 사람 담배피는 걸로도 모자라서 목검 핀닼ㅋㅋㅋㅋㅁㅊ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쟤 뭐임?ㅋㅋㅋㅋㅋ
 └님들 당분간 에일니스 가지 마세요 미친놈 출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유저들은 레벨이 적정했기에 나름 고전하며 마을 쪽으로 향하는 늑대와 여우들을 잡았다.
 리베로를 제외한 고렙은 이번 단체 퀘스트에 나타나지 않았다.
 20레벨대의 퀘스트 보상이 좋아 봐야 얼마나 좋겠냐 싶었기 때문이다.
 20이면 정말 초보적인 수준이다.
 그러니 리베로의 활약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살육이 펼쳐졌다.
 그냥 한방에 네다섯 마리가 우르르 사체로 변했다.
 유독 여우만 골라잡는 건 기분 탓은 아니겠지?
 
 대략적인 정리가 끝나자 윤미르 기자는 이제 슬슬 방송을 끝내야 할 때임을 느꼈다.
 
 그런데 문제는 딱히 그렇다 할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었다.
 늑대와 여우가 수만 마리가 돌진해오는 모습.
 딱 거기까지가 다였다.
 그래서? 20짜리 몬스터들 겁나 많은 게 왜?
 100짜리 몇 마리 잡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시간으로 봐도 경험치나 드랍하는 아이템으로 봐도 말이다.
 
 어느덧 여우를 대략적으로 정리한 리베로.
 
 아무리 126레벨이라고 하더라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의 앞에 늑대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왔다.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은빛 갈기가 휘날리며 그 모습이 위엄 있어 보였다.
 
 아오~
 
 “?”
 
 분명 공격해야 정상이거늘 공격하지 않는 늑대.
 리베로는 지금까지 올린 126레벨을 고스톱 쳐서 딴 건 아니었다.
 
 ‘이것은···?’
 
 늑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더니 이건가?
 늑대는 갑자기 고통스러운 듯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뭐야? 왜 저래?”
 
 크렁··· 크렁··· 크르릉······. ㅋ···크···크이에에엑!!!!!
 
 기어코 늑대는 자신의 속에 있는 것을 뱉어내고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너도 술 먹었냐? 내 앞에서 토하는 건 스모커 형님 하나면 충분해!”
 
 퀘스트는 아닌가 보네 하며 무시하고 돌아서던 찰라.
 늑대가 토해 놓은 토사물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
 
 리베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토사물을 뒤적거렸다.
 
 댓글 창이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미친ㅋㅋㅋㅋㅋ 저 동네 왜 저럼? 정상인이 없네 늑대가 토한 걸 왜 만짐?”
 └ㅋㅋㅋㅋㅋㅋㅋ템이라도 있는 줄 아나봄
  └템은 시체에서 찾아야짘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부침개인 줄 알앗나보지
  └노잼.
    └ ㅈ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골 때리네 쟤네
 
 리베로가 토사물 속에서 주운 것은 작은 구슬이었다.
 
 “아이템 정보.”
 
 <늑대의 숨결>
 연속해서 여우 10,000마리를 잡아준 이에게 주는 대장 늑대의 성의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모든 것을 토해낸 숨결입니다.
 그는 당신을 늑대의 수호자로 인정하였습니다.
 숨결은 늑대가 인정한 자만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숨결을 먹을 경우 유니크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유니크 클래스 늑대인간으로 전직하시겠습니까?]
 ‘전직!’
 
 원래 생각만으로도 이루어져야 하는 게 아리아 월드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거로는 전직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전직.”
 
 명령어를 외쳐도 전직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리베로는 망설임 없이 늑대의 숨결을 삼켰다.
 
 댓글 현황
 “헐 소름. 저 사람 지금 토사물 뒤지더니 건데기 먹은 거 맞음?”
 └아 나 밥 먹고 있었는데
 └비위상함
  └거울봄?ㅋㅋㅋㅋ
   └싸우자
 └더럽게 저거 왜 먹음?
 └저거 먹으면 경치주나?
 “내가 볼 땐 미쳤음ㅋㅋㅋ 정상아님ㅋㅋㅋ”
 “거지아님?ㅋㅋㅋ 왜 주서먹엌ㅋㅋ”
 
 하지만 일순간.
 리베로의 모습은 모두의 반응을 얼어붙게 했다.
 
 크르르르륵······!!!
 크오아아아앙!!!!!!
 
 그렇지 않아도 큰 덩치에 근육질이라 눈에 띄는 데다 위협적인데 순간적으로 그의 몸에서 은색 빛의 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육들이 더욱 단단해지고 날렵하기 다듬어졌다.
 
 누가 봐도 늑대인간의 모습이었다.
 그의 몸에서는 새하얀 기운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유니크 클래스만의 특징이었다.
 
 그가 허리를 숙인 채 네발로 땅을 짚고 있었다.
 그리고 돌진 아니 도약? 아니다. 리베로는 그저 달리기였을 뿐.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쏜살같이 쏘아지는 그의 흐릿한 잔상이 보였다.
 
 쐐애애애액!!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귓전을 때렸다.
 
 크아앙!!!
 포효하며 달려나가는 리베로!
 늑대인간으로 전직하게 된 리베로는 스탯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반늑대로 변신하였을 때는 힘과 민첩성이 추가로 늘어나서 이러한 효과를 보였다.
 
 현재 랭킹 1위의 레벨은 200대 초반.
 126레벨의 리베로는 유니크 클래스를 획득함으로써 그의 능력치는 150레벨을 넘어서고 있었다.
 150레벨만 되어도 길드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다.
 
 현재 기준으로 150레벨이면 상위 20% 안에는 들어가는 수준이다.
 
 주변 일대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킨 리베로.
 그 모습은 전국에 실시간 중계되었다.
 스피드, 파괴력 어느 하나 뒤지는 것 없었다. 겉으로 보아 탱킹 능력도 훌륭해 보였다.
 저렙 몬스터 상대라 제대로 된 확인은 어려웠지만.
 
 실시간 댓글 창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대에에박. 늑대인간? 맞음? 저거 유니크 클래스 임??”
 └맞음 유니크 직업은 스킬 쓰면 저렇게 하얀 기운이 피어남
  └하얀기운을 백운이라고 그럼
   └아는 척 쩌시네
    └가르쳐 주면 고맙다고 해야지?
     └나도 암 설명충임? 별걸 다 설명하네
      └아 너 어디 사냐
       └신당동 산다 왜?
        └거기 떡볶이 맛있다매 나중에 사줘
         └즐ㅋㅋㅋ
 “개쩐다 저 사람 직업 레슬러라고 그러지 않았음?”
 └지금까지 쓴 기술만 봐도 레슬러는 맞음. 아니면 였었거나
 “원래 유니크였나?”
 └그럴 수도 있음
 “근데 거의 다 잡았는데 굳이 지금에 와서 저렇게 변신하는 이유가 뭐임?”
 └그럴 수도 있음
   └ㅋㅋㅋㅋㅋ
 └그니까 내가볼땐 이번 퀘스트로 늑대인간으로 진급한 듯
 “와 지렸다. 그럼 이 퀘스트가 저 사람 때문에 생긴 거임?”
 └그런듯.
 “근데 저 사람 보니까 여우만 잡던데··· 혹시 늑대만 잡으면 구미호 각?”
 └그럴 수도 있음.
 └ 노노. 늑대가 토한 거 먹으면 늑대인간 각. 구미호가 토한 거 먹으면 구미호 각.
   └ㅋㅋㅋㅋ이새낀 줏대없네 죄다 그럴 수도 있댘ㅋㅋㅋ
 └에이 ㅋㅋㅋㅋ 지금 접속하러감.
 └제가먼저갈거
   └아 똥싸느라 늦음
 └유니크클래스면 와. 인생역전인데.
 “늑대인간이 좋음? 변신형 클래스는 잘 모르겠던데.”
 └보고도 모름? 속도 파괴력 개 쩌는데?
 └그래도 무기 쓰는게 더 좋지않나
 └저 손을 보셈 울버린인줄ㅋㅋㅋ
  └아다만티움아님?ㅋㅋㅋㅋㅋㅋ
 
 ‘대박이다. 방송 도중에 히든 클래스가 나왔어!’
 
 윤미르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지금 보신 바와 같이 동물계 클래스인 히든 클래스 늑대인간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다들 막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는데 눈앞의 유저가 그 직업을 획득한 것 같습니다.”
 
 슬쩍 뒤를 돌아본 윤미르가 다시 말을 이었다.
 
 “백운을 흘리는 걸 봐서는 유니크 클래스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늑대와 여우의 전쟁에서 늑대의 편에 서서 여우만 잡아줄 경우에 발동되는 히든 퀘스트인것 같은데요. 대략적인 정보는 당연히 비공개일 테니 스스로 찾아봐야겠지요? 이상 에이비씨 아리아 월드 윤미르였습니다.”
 
 “컷. 좋아 잘 끊었어요.”
 “저 사람 인터뷰 따자. 혹시 퀘스트 정보라도 이야기한다면 대박일 듯.”
 “너 같으면 주겠니? 그리고 유니크 이상급은 한번 직업이 나오면 발동 조건이 바뀌는 거 몰라?”
 “알지. 그래도 기존 정보를 알아야 새로운 정보에 접근하는 데 더 도움 되지.”
 
 윤미르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어있었다.
 뿐만 아니라 댓글러들까지도 모두 잊고 있었던 존재.
 
 바위 위에 있던 목검에 불을 붙여 빨고 있는 남자.
 
 검과 하나가 된 남자.
 스모커.
 그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
 
 [히든 퀘스트를 완료하여 히든 클래스를 획득하였습니다.]
 [신 클래스 ‘검신’으로 전직합니다.]
 
 <『캬! 게임에 취한다!』 1-2권에 계속>

댓글(2)

쏘맥치맥    
개드립과 아재개그가 난무하는 소설입니다 가볍고 유쾌합니다. 시간때우기용으로 좋습니다 지나고나면 기억나는게 없거든요
2021.02.05 12:35
ps****    
의외로 이런 느낌도 괜찮네요
2023.02.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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