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새벽 : 서장
1930년 1월 대한민국의 경찰총장으로 임명된 박준영 총감은 그해 3월 15일 업무차 부산을 방문하여 업무처리를 하고 난 후, 잠시 개인적인 시간을 내어 아버지의 어릴적 본적지 주소를 방문하였다. 수행했던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인 일로 잠시 어디 갔다 올테니, 자유시간을 가지라고 지시를 한 상태였다.
'내가 이곳으로 넘어온지도 16년 정도 지났고, 역사가 많이 바뀌었는데 과연 그분들을 볼수가 있을까?'
어릴적 아버지의 수첩에서 본 주소가 기억이 나서, 기억나는 주소지인 [부산시 중구 XXX XX XXX] 부근으로 찾아가서, 한참동안 주변을 헤매다 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고풍스러운 양옥집이 보였고, 까까머리에 검정색 교복을 입은 어린학생이 그 집방향으로 가는것이 보였다.
"문영이 왔나? 빨리 씻고 밥무라. 니 좋아하는 찜 해놨다."
"세이야, 어서 온나!"
문밖으로 마중나온 어머니와 동생으로 보이는 꼬마의 음성에 집으로 뛰어들어 가는 까까머리 학생을 멀리서 쳐다보던 그는 갑자기 뭔가 아련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약간의 얘기를 듣고, 그당시의 흑백사진을 몇장 본것이 전부였지만, 언젠가 꿈속에서 본것처럼 이 광경은 전혀 낯설지가 않았고, 무의식 중에 자신도 모르게 두눈에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래! 저분들이 할아버지와 큰할아버지, 그리고 증조할머니시구나'
멀리 두고온,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곳에 있을 그리운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 생각까지 겹쳐서, 마치 석상처럼 한동안 그곳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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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새벽 : 1. 대학생의 실종
2014년 2월 경찰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경위 임관후, 현재의 근무지인 구로경찰서 강력계에 발령받아 명석한 두뇌회전과 뛰어난 감각으로 상당히 어려운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점차 인정받기 시작하던 박준영 형사는 2014년 11월 1일 평상시와 같이 근무를 하던중, 하나의 사건을 맏게 되었다.
이름 : 김태영
생년월일 : 1991년 4월 7일
혈액형 : AB
출생지 : 경기도 화성시
직업 : 대학생
학력 : 대한대학 기계공학과 3학년 재학중
성격 : 약간 내성적이나 인간관계는 좋은편임.
실종경위
- 2014년 10월 18일 트윗에 "사랑했던 모든이들이여, 작별의 시간이 점점..." 등의 글 올림
- 2014년 10월 19일 오전 9시경 집을 나서는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목격, 등교하는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함.
- 2014년 10월 19일 오후 4시 속초지역에서 휴대전화 수신통화 확인, 발신 국번으로 미루어 사기대출 업체로 추정, 이후부터 휴대전화 신호가 끊어짐.
특기사항
- 형제 없음
- 대학 학점 : 평균 3.85
- 선반기술 자격증 소지
- 2008년 10월 4일 오후 3시23분경 중부내륙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부모 사망
'별 특별한 내용은 없는데, 자살했을 가능성이 큰것 같은데...'
얼마후 실종신고를 했던 대학생의 여자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듣기로 하였지만 큰 흥미를 끌만한 사건은 아닐것으로 생각되었다.
약속시간인 11시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의 커피점에서 실종대학생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평범하지만 깔끔한 원피스 차림에 생각보다는 미인이었다.
"송숙경씨 되시죠? 반갑습니다. 이번사건을 담당하게 된 박준영입니다."
"안녕하세요"
"초면에 안된 얘기지만, 김태영씨의 경우, 자살 사건과 유사한 형태의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언제부터 이상한 말투나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까?"
"2년전 처음만나 사이가 점점 가까워 졌지만, 항상 일정부분 거리를 두려고 하는것 같았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만날때마다 어느 한순간 슬픈눈빛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특히 2달전부터는 슬픈 눈빛이 상당히 자주 나타났었어요."
"네, 그런데 혹시 김태영씨를 만났을때 뭔가 미래를 암시 하는듯한 말을 한것을 들은 기억은 없나요?"
"흠.... 한가지 생각나는것이 있긴 해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학로의 주점에서 같이 술을 마신적이 있었는데, 다른날과 달리 태영씨가 상당히 술을 많이 마셨었어요. 나중에는 몸을 가누기 힘들정도로 마셔서 내가 부축을 해서 택시승강장으로 데리고 가고 있었을때,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 너와 같이 가고 싶었는데, 나혼자 가게되서 정말 미안하다.] 라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나요. 그때는 제가 왜저러나 하고 가볍게 넘겼던것 같아요."
약 10여분동안 얘기를 나누고 헤어진후, 박준영은 직감적으로 이번사건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 자살 아니면 동반 자살 가능성을 크게 봤는데... 뭐지?'
경찰서로 돌아온 박준영은 최근 1년간 미해결괸 비슷한 또래의 실종사건 기록들을 조회하기 시작하였다.
이름 : 이판승
생년월일 : 1992년 11월 19일
혈액형 : O
출생지 : 경남 합천시
직업 : 농부
학력 : 경남 합천농고 졸업
성격 : 활달하고 외향적임
실종경위
- 2014년 3월 7일 보름이상 밭에 나오지 않고,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장이 집을 방문하였는데, 집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아 수상하게 여겨 신고
- CC TV 추적 결과 2014년 2월 28일 속초 버스 터미널에서 마지막으로 촬영
특기사항
- 약초재배 전문가
- 형제 없음
- 2005년 9월 30일 폐암으로 아버지 사망, 2010년 3월 1일 위암으로 어머니 사망
이름 : 이진호
생년월일 : 1990년 1월 2일 (추정)
혈액형 : A
출생지 : 전남 여수시
직업 : 자동차 정비공
학력 : 여수 공고 졸업
성격 : 과묵하고 내성적
실종경위
- 2014년 7월 16일 직장이던 정비소 사장이 5일간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자 실종신고
- CC TV 추적 결과 2014년 7월 12일 구례 화엄사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등산복 차림으로 촬영되었음.
특기사항
- 자동차 정비 자격증 보유
- 영아때 부터 여수의 고아원에서 생활
이름 : 박수경
생년월일 : 1990년 5월 12일
혈액형 : A
출생지 :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직업 : 간호사
학력 : 지산 보건 대학 졸업
성격 : 내성적
실종경위
- 2014년 5월 24일 근무지인 영등포 현대 내과 원장이 7일간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어 실종신고
- CC TV 추적 결과 2014년 5월 21일 도봉산 전철역에서 청자켓차림으로 촬영
특기사항
- 수지침 자격증 보유
- 형제 없음
- 2011년 7월 31일 영동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부모 사망
...
자료들을 조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료 조사에 열중하다 보니 저녁식사도 잊고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조사한 자료들로는 이들간의 공통점은 없는것 같은데.... 가만 !'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듯 지금까지 조사한 자료들을 다시 훓어보던 박준영은 이들 조사 자료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는데, 자신이 조사했던 자료들 중 86 퍼센트의 실종자가 실종당시 부모가 계시지 않는 상태이며, 형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고무친이라... 앗... [나혼자 가게되서 정말 미안하다]... 혹시 이들중 다수가 공통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면...'
단체행동의 가능성을 직감한후, 조사자료들중 86 퍼센트로 분류되었던 43명의 자료를 다시 정밀하게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고아라는것 외엔 지역적인 공통점도 없고, 종교적인 공통점도 없으며 직업들로 일부 같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소셜 네트워크의 공통점도 특별히 발견되지 않았고... 머리가 아프구만.'
사무실의 벽시계는 벌써 오전 6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며, 창밖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피곤이 엄습하자 일단 근처의 찜질방으로 가서 잠시 쉬기로 생각하고 경찰서 밖을 나섰다.
찜질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근처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해결한후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던 박준영은 이들 실종자 43인들의 공통점을 고민하던 중 이들의 직업들을 머리속으로 나열하기 시작하였다.
'선반기술자, 농부, 자동차 정비, 간호사, 의사, 약사, 물리 치료사, 용접공, 정밀기계 기술자, 건설기술자, 측량사, 수의사, 재봉사, 구두수선, 도축업,어부,... 휴, 이들만 무인도에 데려다 놓아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것 같네. ..... 무인도!!!'
철야근무의 피로도 잊은채 사무실에 도착한 박준영은 실종자들의 자료를 재검토하기 시작하였다. 드러나지 않은 특정 종교단체 혹은 공동생활 집단과의 연계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들 실종자들의 인터넷 사용기록까지 조사하였지만 특정단체에 대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분명 이들간에 연관성이 있다. 하지만 연관성의 실체가 도통 잡히지 않으니 ...'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휴게실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한국 시간으로 2014년 11월 2일 오전 1시 30분경,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인근에서 민간 건설지원단 315명과 경비를 맡았던 오쉬노 부대원 92명이 실종되었습니다. 현재 미공군의 헬기와 무인정찰기 등이 동원되어 실종지역 인근을 수색중입니다.
[중략]
현재까지는 탈레반에 의한 공격등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강창일 선배가 한마디를 했다.
"지뢰 방호되는 장갑차에 완전무장한 특전사 병력들이 있는데, 아무 소식도 없이 흔적없이 사라질수가 있나? 참, 박준영, 너가 대학생 실종 맏았다고 들었는데 저 실종사건도 함께 맡아보는게 어때? "
"..."
* * *
한동안, 자신이 조사했던 다른 실종자들을 담당했던 형사들과 연락을 취하여 단서가 될만한 정보를 얻고자 하였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이 며칠이 흘렀다.
가능성이 희박한 것에 집착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반장에게 한번 깨질 각오를 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때우다 미결처리를 하는것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이번 사건에서 발을 빼기가 힘들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2014년 11월 6일, 지난 5월에 실종된 간호사의 친구인 동료 간호사와 연락이 되어 보라매 공원안의 음악분수대에서 오후 3시경 만나게 되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서승희씨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오전에 전화 드렸던 구로경찰서의 박준영 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잠시 같이 걸으면서 얘기를 할까요? 아니면 조용한데 가서 ...."
"걸으면서 얘기를 하죠"
조금은 어색한 가운데, 두사람은 공원길을 걸으면서 실종자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실종신고전 한달여쯤 전에 만취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게 되었는데, 두렵다고 얘기를 한것이죠?"
"네, 그래서 처음에는 혹시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친구의 이후 행동으로 봐서는 우울증이나 자살등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그래서 먼 외국으로 가는가 라는 생각도 해 봤는데... 혹시 월북을?"
"네? 흠... 혹시 평소 북한에 대한 동경 같은것은 있었나요?"
"그런것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다시는 오지 못하는 곳은 북한밖에 없는것 같아서 방금 생각해 본거예요."
이후 약 30여분 정도 두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고, 실종자의 친구와 헤어진 박준영은 공원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처음 사건을 맡았을때, 실종된 대학생도 만취해서 여자친구에게 어디 간다고 하였는데, 이번에도 다시 돌아오지 못할곳으로 간다고... 분명 자살은 아닌것 같은데, 정말 월북하는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돌아오지 못하는곳이 어딜까?'
마치 어려운 스무고개를 하는듯한, 갈수록 태산 이었다. 하지만 월북은 아닐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이들 상당수가 젊은 나이에 비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조사 되었기 때문이었다.
* * *
실종사건에 대한 진전이 전혀 없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 가고 있었고, 다른 사건들을 처리하느라 실종사건을 잊고 있었던 어느날,
[따르르르릉~]
"여보세요!"
"창민이다, 잘 지내고 있나?"
"오, 그래! 휴가나온거냐?"
"그래, 이번 주말까지 특별 휴가를 받았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냐?"
"흠, 오늘은 시간이 될것 같다. 저녁 7시 마로니에 공원 농구장 근처 어때?"
"음, 좋지, 거기서 보자."
고등학교 친구인 한창민이었다. 쾌활한 성격에 공부, 운동등을 잘하던 팔방미인이었던 친구였다. 고등학교 졸업후 공군 사관학교로 진학하여, 올해 2월 공군소위로 임관하여, 전투기 조종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이날 저녁,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대학로의 술집에서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있었다.
"창민이 너, 오늘 좀 무리하는것 같다. 공군에서 술마시는것만 가르치는 모양이지?"
"야, 아무 얘기하지 말고 술마시자!"
초반에 심하게 달린것 때문에, 얼마후 두사람은 나란히 화장실에서 엄숙하게 이날 마신술에 대한 복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후, 두사람은 술집을 나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대학로를 배회하고 있었다. 12월 초순의 제법 추운 날씨임에도, 오랫만에 술을 마셔서인지 추위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술에 취한 한창민의 한마디가 박준영의 술을 확 깨우고 말았다.
"이제 너를 보는것도 지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잘 살아라..."
"!"
"창민아, 잠시 얘기좀 하자."
"야, 갑자기 정색을 하고 그래, 그냥 가자"
"창민아, 너 어디 가냐?"
"흠, 어딘지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가야해, 얼마 남지 않았어..."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눈이 풀린 상태로 횡설수설 하고 있는 친구를 쳐다 보면서,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 눈이 풀린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보니 반 최면 상태인것 같았다. 경찰대학 재학시 최면실습 시간에 최면상태에 있던 사람의 표정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얼마후, 창민을 데리고 근처의 커피숍으로 들어가서 친구가 정신을 차린후 조금 전의 상황에 대해 물어 보았으나, 그는 왠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오히려 박준영을 술취한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다.
자정 가까운 시각에 창민이와 헤어진 후,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던 박준영은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였다.
결국, 박준영의 예감대로 친구인 한창민은 2014년 12월 21일 훈련기인 KT-1 실습 비행도중 동승한 비행교관과 함께 실종되어 버린다. 공군은 레이더에서 사라진 지역을 기준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어떠한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얼마 후 공군은 비행미숙에 의한 추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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