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진마전설(眞魔傳說)은 제 이전 작품인 마존전설(魔尊傳說)의 뒷이야기입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본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마존전설은 제가 구상한 ‘NEW WORLD’에 대한 설정과 앞으로의 일에 대한 암시, 그리고 주인공 수한의 성장에 밑바탕이 될 부분에 많은 할애를 했지, 정작 이야기의 진행은 흐지부지했습니다.
그러나 마존전설의 2부 진마전설에선 제가 구상한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이미 누차 광고(?)를 했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마존전설에 잠시 등장했던 four children(수한의 누나 수영이 그중 한 명)의 음모가 진마전설의 전체 내용을 이끌 예정입니다. 마존전설에서 여러 가지 암시를 부여했고, 의문점들을 군데군데 남겨두었기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미 아실 듯(필멸자 프로젝트의 비밀, 그리고 세상을 구현하는 질서, 그밖에 좀 더 상세한 이야기들).
그리고 수한이 마존전설 때 먼치킨 초급(?)을 간신히 이루었다면 진마전설에선 먼치킨 고급 응용편에 도전합니다. 즉, 마존전설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진∼짜 먼치킨이 된다는 겁니다. 마존전설이 수한의 신분과 능력치 상승의 비밀을 담았다면 진마전설은 그것을 토대로 진정한 힘의 근원을 얻는 내용이죠(클클, 내용을 아는 저로선 그저 웃을 수밖에······. 클클클). 혹 관심있으신 분들은 마존전설 중간에 그에 대한 암시를 담았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진마전설에선 마존전설 때보다 스케일이 훨씬 커질 겁니다. 마존전설이 문파 간의 대립이라면, 진마전설은 수한과 나라 간의 싸움, 아니, 전쟁입니다(클클, 어떤 먼치킨 기연을 얻었기에 그런 것이 가능할지······).
마지막으로 사족인데, 본래 진마전설은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탓에 제목을 영어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작품과의 부드러운 연계와 제 부족한 영어 실력을 고려, 진마전설로 낙찰했습니다. 그러니 이에 대해선 양해를······.
―목형 올림.
프롤로그
“얼마 전, 제3운영팀에서 협조 요청이 왔었어. 팔라스 연합 측에 이상 기류가 포착되었다더군.”
―······.
“루나, 솔직히 말해줘. 태을검선이 예언한 ‘대겁난’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
―저는 현재와 과거는 읽을 수 있지만 미래를 예측할 순 없습니다.
“후우∼ 알겠어. 그럼, 이것만이라도 말해줘. 수한이 부여받은 ‘구원자’ 이벤트에 걸린 락은 네가 한 일이야?”
―죄송합니다.
“이유를 설명해 주겠니?”
―죄송합니다. 그것에 관해 전 아무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
“알겠어. 너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그럼, 이만······.”
―······.
끼이이이잉!
덜컹!
거대한 철문이 닫히고, 그녀, 아니, 한 존재만이 남겨진 공간. 잠시 뒤,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독백이 흘러나왔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분’의 뜻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Chapter 1. 가출을 하다
한 소년―나이로 따지면 아니지만―이 있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온갖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며 끼니를 거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마녀 같은 누나와 그보다도 더 극성인 그녀의 친구에 의해 매일같이 노동력 착취 및 성적 학대를 받던 불쌍한 소년. 그의 그런 불행한 생활은 두 마녀의 극악성만큼이나 영원히 지속될 듯 보였다.
하지만 하늘은 인내하는 자에게 한가닥 기회를 내려준다고 했던가? 꿈에서조차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며 이를 갈던 소년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가상 현실 게임 ‘NEW WORLD’.
장백산맥, 혹은 드래곤 산맥이라 불리는 거대 산맥을 기준으로 무협 세상을 표방한 ‘청 제국’과 판타지 세상을 구현하는 ‘팔라스 연합’으로 분단된 또 하나의 세상. 당시 세간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 게임은 소년에게 독립의 희망을 주었고, 결국 온갖 고난과 역경 끝에 마침내 그것을 달성하게 되었으니 그의 불행은 그것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히히히히, 역시 고양이 귀에 체육복 같은 단순 코스프레는 식상하다니까. 보다 깊이(?)가 느껴지는 캐릭터 코스프레가······.”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혼자만의 세상에 빠진 수진. 일명 야오이계의 대모라 불리는 야오이 전문 소설가. 그녀의 엽기성을 말하자면, 군대 위문품으로 자신이 쓴 소설 전권 세트(진성 야오이 물)를 매달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대체 뭘 바라는 걸까?). 그리고 그녀가 취미로 삼고 있는 건 미소년, 미청년, 미중년 농락하기. 바로 지금같이 말이다.
“이히히히히, 수한아, 이번엔 이거······.”
연신 기괴하다 못해 소름 돋게 만드는 웃음을 터뜨리며 친구의 동생인 수한에게 뭔가를 잔뜩 내미는 수진. 그에 대한 수한의 반응은 그저 한숨밖에 없다.
“에휴∼ 쫄쫄이에 컬러 콘택트렌즈는 그렇다 치고··· 얼굴에다 붕대까지 감으라고?”
몸에 착 달라붙은 흰색 슈트(여성용)와 가지각색의 화장 용품, 그리고 붉은색 콘택트렌즈. 그런데 거기에 만족 못한 채 팔에는 부목을, 얼굴에다 붕대까지 친친 감으라고 시킨다. 이러니 자연 한숨이 나올 수밖에. 하지만 그런 지극히 정상적인 반항에 수진의 반응은 극히 격렬하기까지 했다.
“쯧! 모르는 소리! 하다 만 캐릭터 구현보다 차라리 어설픈 아저씨 맞춤형(?) 코스프레가 나은 법! 어디서 그런 천벌받을 소릴!”
“···예, 예.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너무 격한 반응에 기가 죽은 수한. 결국 제 손으로 붕대를 감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잠시 뒤, 분장을 빙자한 변신 과정을 거치자 마침내 드러나는 수한의 자태. 이미 20대에 들어섰음에도 마치 고등학생을 보는 듯한 극 동안(童顔)과 화장으로 더욱 부각되어진 미태(?).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압권인 건 몸에 착 달라붙는 모애니의 여성용 슈트 차림과 병약미를 극대화한 붕대를 감은 모습이었으니······. 순간, 수진의 얼굴에서 코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크억! 굿잡(Good Job)!”
“으억!! 누나, 코피가!!”
갑작스런 변괴에 기겁하는 수한. 다급히 휴지를 찾는다는 둥 수건을 꺼낸다는 둥 난리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난리법석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기 할 일을 하는 수진.
“크으으, 고작 코피 따위에 질 수야 없지.”
화장 하나 안 했음에도 웬만한 탤런트를 능가하는 미태와 모델에 비견되는 쭉 빠진 몸매. 아마 지금 당장이라도 길거리에 나가면 연예계 진출 제의를 받을 것만 같은 최상급의 미모.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십분 감상하기엔 입가에 질질 흐르는 침과 얼굴 전체를 물들인 코피가,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전증이라도 걸린 듯 부들부들 떨고 있는 두 손과 그 손에서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카메라가 문제다. 결국 그녀의 온몸으로 펼치는 압박에 가만히 포즈(?)를 취할 수밖에 없는 수한.
“에효∼ 그러면 그렇지.”
협약(?)에 의해 수한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은 하루 한 시간뿐. 자연 수진으로선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으리라. 물론 수한의 입장에선 끔찍할 노릇이지만.
‘저러다 빈혈로 쓰러지면 좋겠는데······.’
지혈을 했음에도 여전히 줄줄 흐르는 코피. 벌써 한 양동이 이상을 쏟아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작 빈혈로 쓰러졌을 거다. 하지만 피가 넘치다 못해 주체 못하는 수진에게 이 정도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 모양. 결국 수한은 수진의 지시에 따라 계속 므흣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간 뒤,
“시간 다 됐어!!”
“으응? 에∼ 벌써?!”
“흥, 벌써는 무슨?! 오늘 할당 시간은 채웠으니 난 간다!!”
36방짜리 필름을 무려 30통이나 쓴 주제에 아직도 부족하다는 수진의 반응에 더욱 약이 올라서일까? 입고 있던 코스프레 복장을 거칠게 벗으며 수진을 향해 소리치는 수한. 하지만 얼핏 보이는 자신의 맨살에 재차 번쩍거리는 수진의 두 눈을 보자 다시 옷을 여밀 수밖에 없다.
“에휴∼ 옷은 내일 돌려줄게.”
“이히히히, 좋아. 뭐, 어차피 네 맞.춤.복.이니까. 아, 그리고 내일은 기대하라구∼ 내가 특별히······.”
“아아악∼!! 그만!!”
대체 무슨 소리가 더 나올지 듣기조차 두렵다. 때문에 황급히 문을 걷어차며 뛰쳐나오는 수한. 그런데, 아뿔싸!
“으헉?! 누구?”
“아악!”
급하게 나온다고 미처 사람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거칠게 열린 문에 크게 당황하는 남자. 아마 이제 막 초인종을 누르려던 그로선 갑자기 문이 열리며 뛰쳐나온 코스프레녀(?)의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을 터. 하지만 정작 지금 상황에 그보다 더욱 기겁한 사람은 바로 수한이었다.
하긴 현재 그의 차림이 어디 보통 모습이던가? 몸에 착 달라붙다 못해 몸매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슈트 차림. 거기다 방금 전 막 벗다 다시 껴입은 덕에 므흣 수치(?)는 50% 상승한 상태. 덕분에 수한을 바라보는 남자의 두 눈은 금세 묘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수한의 비감 수치는 200%까지 치솟는다.
“으아아아앙!”
“아∼ 잠깐만!”
자신도 모르게 울음보를 터뜨리며 자기 집으로 뛰어들어 가는―그래 봤자 바로 옆집이다―수한. 이에 남자가 황급히 그를 잡으려 하지만 이미 수한은 자취를 감춘 뒤다. 하지만 그 잠깐의 마주침으로 인해 이미 남자의 영혼엔 수한의 모습이 깊숙이 각인되었으니.
“아∼ 대체 누굴까?”
신데렐라를 놓친 왕자의 모습이 이러할까? 뭔가 아련한 시선을 보내며 멍하니 서 있는 신 캐릭터.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현관에서 사악무비한 음모의 미소를 짓는 수진.
“이히히히히, 이번에 새로 온 담당잔가? 이거 재미있게 됐는데?”
거칠게 몰아치는 대파란의 징조. 과연 수한에게 또 무슨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질지 가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흑흑, 내가 못살아, 못살아!!”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주저앉은 채 목놓아 울음을 터뜨리는 수한. 하긴 남자 체면에 지금과 같이 괴이쩍은(?) 몰골을 남에게 들켰으니 어찌 창피하지 않으랴. 혹시라도 그 사람이 이 동네 사람이면 함부로 고개도 못 들고 다닐 판이다. 때문에 지금 상황의 원인인 얼마 전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수한.
“이씨∼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지금부터 석 달 전 수한은 ‘NEW WORLD’ 내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몄었다. 물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결국은 목적을 이루었고, 그 결과 레어 아이템을 비롯한 무수한 일급 아이템을 손에 넣어 그 판매금을 통해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독립을 이루게 되었으니. 불행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던 그에게 마침내 행복이 찾아오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불행의 여신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할까? 그런 독립의 기쁨도 찰나의 순간일 뿐, 그의 누나 수영은 재차 그를 절망과 좌절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너는 세상물정을 잘 모르니 내가 알아서 해주겠다는 둥, 이제 자주 보지 않을 테니 이것으로 남매의 정을 재확인하자는 둥 온갖 감언이설에 넘어간 수한. 결국 독립 자금으로 마련한 목돈을 전부 맡기며 새집 마련에 관한 모든 것을 수영에게 위임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그 결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최고급 오피스텔, 즉 지금의 이곳을 새 보금자리로 소개받게 된 수한.
그때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챘어야 했건만 독립의 기쁨에 허공에 붕붕 떠다니던 수한은 그것을 미처 간파하지 못했다. 아니, 심지어 수영에게 부족한 금액만큼 빚을 지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저지른다. 그리고 그 실수는 그를 이전보다 더욱 속박하는 올가미가 되었으니······.
수영이 본색을 드러낸 건 수한이 이곳으로 이사한 당일. 이사를 하고 보니 바로 옆집이 그가 그토록 질색하는 수영의 단짝 수진의 집이 아닌가? 평소 수진이 그를 대하는 태도를 고려하건대 이거야말로 늑대를 피해 머리 세 개에 날개까지 달린 뮤런트 호랑이 아가리에다 머리를 집어넣은 결과. 때문에 수한은 그 즉시 수영을 찾아가 따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지만 그의 대한 수영의 대답은 12성 대성한 배째마공과 안면철피신공.
독립을 원한다기에 그럴듯한 집을 구해줬고, 그에 부족한 돈은 아.주. 싼 이자에 빌려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냐?! 그런 수영의 사나운 일갈에 한없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던 수한. 동시에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렸음을.
기껏 독립을 위해 이사했건만 바로 옆집엔 단 1초도 함께하기 싫은 야오이 마녀가 있고, 누나가 아주 싼 이자라 주장하는 그것은 단리도 아닌 복리. 그것도 사채업자가 울고 갈 정도의 이자. 결국 ‘어어’ 하는 사이 팔다 만 레어 아이템과 일급 아이템은 차압당하고, 생활비와 빚 탕감을 위해 매일 한 시간씩 몸을 파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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