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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계능 001화

2018.12.24 조회 781 추천 2


 선도계능1
 
 이계(異界)
 
 
 <선도계능(先度繼陵)> 1권
 
 프롤로그
 Chapter 1 귀환
 Chapter 2 내가 이곳에 온 건 잘못된 건가
 Chapter 3 함정, 그리고 다른 세계로
 Chapter 4 도대체 여긴 어디야?
 Chapter 5 동행
 Chapter 6 수상한 마을
 Chapter 7 파휄에 부는 바람(1)
 외전) 무림에 간 지 1년 후
 
 
 프롤로그
 
 
 무림에는 수많은 전설이 있고 신화가 존재한다. 그중 가장 전설적인 이들을 꼽는다면 소림의 달마대사와 마교의 천마, 무당의 장삼봉 진인을 꼽을 것이다.
 왜 이들이 수많은 무림인들과 절세고수들을 제치고 최고로서 이름을 날릴 수 있었겠는가?
 각자 절세의 무공을 지님으로 인해?
 아니면 한 문파의 종사이기 때문일까?
 전부 아니었다. 그들이 아니고도 절세의 무공을 지니거나 한 문파의 종사인 자들은 쉽게 말해서 넘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과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이 세 명 전부 우화등선했다는 것이다.
 우화등선은 무의 경지가 반선을 넘어서 선인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그 육신이 정화되어 정신이 선계로 가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기록 속에 이들은 하나의 전설이었고, 무림인들 중 유일하게 우화등선을 한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우화등선을 겪은 장삼봉 진인의 700년 후 당금 무림은 검(劍)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많은 검객들이 그 이름들을 날리고 있었다.
 과거와 달리 수많은 검객들이 검을 닦고 검심을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한 절세검객으로 인해서였다. 나이 스물넷에 무림의 구파일방 종사들을 꺾고, 그 외 많은 문파의 종사들을 검으로 누른 절세검객으로 인해 무림은 검(劍)에 대한 일종의 우상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무상천검(無商天劍) 유검명(柳劍名), 그는 당금 무림의 신화로 알려져 있는 존재였고, 그의 인생 50여 년간 수많은 일화를 남겼을 만큼 검으로 이름을 날린 사내였다.
 그의 나이는 이미 55세로 무림인으로서는 썩 많은 나이도, 적은 나이도 아닌 중년의 시기를 맞고 있었다.
 온 숲이 푸른 대나무로 가득한 이곳은 상명촌(象銘村)의 마을 외곽이었다.
 죽림 숲을 지나 바깥으로 나가면 한 초가가 있었고 그 입구에는 훤칠해 보이는 은발의 한 중년인이 휘파람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휘파람 소리는 이 시대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경쾌한 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마음으로써 검을 회유하는 경지였기에 그 음의 조율이 매우 깊었다. 휘파람만으로 흥을 돋우자 주위 사물과 죽림 숲이 반응을 하였다.
 휘이이!
 삐그덕거리는 흔들의자에 앉아 휘파람을 불던 은발의 중년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얼굴 표정은 휘파람의 음과는 달리 같이 경쾌하다기보다는 그리움이 가득했다.
 그가 검지(劍指)를 펴 기를 일으키자 초가 안의 한구석에 박혀 있던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 보갑이 열리며 묵빛의 손잡이와 검집이 그의 손 안으로 들어왔다. 만약 무림인들이 보았다면 너무도 놀랄 만한 장면이었다. 허공섭물이라 하여 물체를 내력으로 끌어당기는 경지가 있다. 하지만 은발의 중년인은 그것을 넘어선, 말 그대로 자신의 의지만으로 검을 부른 것이었다.
 챙!
 약간의 내력이 검에 주입되자 검집에 숨겨져 있던 예기가 뿜어져 나오며 맑은 검신이 세상에 드러났다. 마치 신검과 같이 맑은 검신을 가진 이 검의 한 면에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었다. 검신에는 무검(武劍)이라고 음각되어 있었고, 그 이름 그대로 검은 굳센 예기를 발하고 있었다. 이 검은 바로 유검명이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한 신검인 무검이었다. 은발의 중년인은 당금 무림의 신화인 무상천검 유검명이었던 것이다.
 “검이라는 것을 다룬 지 벌써 삼십팔 년째로구나. 벌써 내가 이 세계에 온 지도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인가?”
 ‘긴 세월 동안 가족을 잃은 건가······.’
 한탄을 하듯 말끝을 흐리는 검명은 쓸쓸한 눈빛으로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 검을 얻게 된 것은 이곳으로 오게 되면서부터였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이 세계의 사람은 아니었다. 어이없는 사건으로 인해 무림 세계로 오게 된 현실 세계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가 이곳에서 이름을 떨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차원 이동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었다. 차원 이동 도중 육체의 불순물이 제거되고, 시공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육체가 환골탈태를 이루고 모든 맥이 뚫리게 되면서 무림에서 전후무한 최상의 육체를 얻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을 겪게 되며 그는 무림에 오게 되었고, 기연으로 인해 검제(劍帝)의 문파인 검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검문에서 검제의 성명검도(星鳴劍道)를 익혔고 불과 삼 년 만에 자신의 사부인 검제를 뛰어넘게 되었다. 그리고 오 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검도(劍道)인 무상검도를 만들게 되었다.
 무상검도만으로 그를 이길 무림인은 없었지만 많은 어려움이 지금의 그로서 성장시킨 것이다. 그로서는 상당한 보상을 받게 된 셈이지만 시간 이동을 하게 되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까닭에 그의 눈은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렇다고 그만이 시간 이동을 하게 된 것도 아니었다. 자신 외에도 세 명의 친구와 함께 시간 이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깨어났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생사를 알 수 없었기에 검명은 그 자신만이 살아남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단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나보다 먼저 이 세계로 온 것은 정말 아쉽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이름을 날렸다니 정말 기쁘구나.”
 그는 자신의 앞 세대의 신화이자 전설로 불리는 달마대사와 천마, 장삼봉 등을 자신의 친구들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처음 그들에 대한 신화나 기록을 듣고 책으로 읽기도 했지만 그다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외형과 처음 어떻게 무림에 등장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접하게 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 모두가 실질적으로 무림에 등장했을 당시의 나이가 17세였고, 전부 동이족이었다는 기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친구들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면서 그는 약간의 위안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나보다도 먼저 이곳에 와서 선인이 되다니··· 정말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 곧 나도 따라갈 거야.”
 천천히 과거를 회상하다 결심을 굳힌 듯 조금 전의 슬픈 눈빛과는 달리 굳은 눈빛으로 바뀐 검명은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는 초가로 들어가 보갑을 열어 검집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서재 위로 하나의 검서(劍書)를 꺼내놓았다. 그것은 자신의 평생 심득인 무상검도를 써놓은 검서였다.
 “너희들은 한 명 한 명이 훌륭한 제자들을 두었건만 나는 실패만 겪었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내 무공을 남겨야겠지.”
 그것으로 보아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심득을 물려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는 침보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명상을 하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신이 이 세계에 있어야 할 이유는 더 이상 없었다. 고독한 절세검객으로서의 그는 싫었다. 단지 친구를 따라 우화등선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우웅!
 그의 전신 내력이 움직이며 막혀 있던 상단전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부터 상단전을 뚫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었던 것은 자신이 이대로 선인이 되어 본신 자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에게 있어서 더 이상의 두려움이란 없었다. 자신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상단전을 뚫어가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상단전이 점차 뚫리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조금씩 편안해지면서 온몸이 황금빛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이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상단전이 완전히 뚫어짐으로써 육신이 정화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징조였다. 상단전을 뚫는 것에 성공한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야 가게 되어 미안하다. 조금만 기다려다오.”
 그의 중얼거림이 끝나는 순간 그의 몸 전체는 흩어지듯 공간 속으로 스며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유검명이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우화등선하였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그는 달마, 천마, 장삼봉을 잇는 경지를 이룬 신인으로서 무림에 기록되었다.
 그가 남기고 간 검보와 신검인 무검을 발견한 진인들은 무검문이라 하여 일인 전승제로 그의 검의를 이어나갔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에게 제자 복이 없다는 것을 아는 무검문의 전인들은 그를 애도하며 존경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고독한 절세검객 유검명은 이렇게 무림인들의 기억 속으로나마 남겨지게 되었다.
 
 
 Chapter 1 귀환
 
 
 상단전을 뚫는 순간 온몸이 굉장한 열기와 알 수 없는 기운에 휩싸이는 것을 느낀 검명은 본능적으로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몸이 선계로 가는 현상이라고는 머리 속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무림에서 38여 년간을 보낸 그였기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우우웅!
 몸이 선계로 가기 위해서는 맑은 기로 순화하게 된다. 그런데 검명이 무의식적으로 끌어올린 호신강기는 육신이 맑은 기로 흩어져 나가는 것은 막아냈다. 그 덕에 검명의 내력으로 인한 내성과 우화등선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 기운들이 서로 배척하며 공간이 뒤틀렸다. 그리고,
 파파파팍!
 “커억!”
 검명은 뒤틀린 공간의 끌어당기는 힘을 이기지 못한 채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스스로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검명이었지만 이미 상황은 자신의 힘만으로 제어하기엔 무리였다.
 ‘제, 제기랄! 내가 이런 실수를······.’
 온몸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검명은 정신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잃은 짧은 시간 동안 검명은 처음의 그 고통과는 달리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포근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편안한 기분이 그를 감싸 안았다.
 ‘난 죽은 것일까, 아니면 선계로 온 것일까?’
 우화등선을 여러 번 경험한 것도 아니고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죽었는지, 아니면 선인이 되었는지조차 구별이 되지 않았다. 단지 의식이 깨어 있는 것으로 보아선 적어도 소멸하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와 달리 감겨 있는 눈으로 빛이 느껴졌다.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만큼 강렬한 햇살의 기운이 느껴졌다.
 ‘말은 다 늙은 것처럼 해놓고는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다니······.’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어떤 식으로든 죽음의 의지를 가질지라도 삶에 대한 일말의 애착을 버리진 못한다. 그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로, 생명을 지닌 자로서의 본능이다.
 그렇게 아직 생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검명은 피식하고 웃었다.
 ‘잠깐, 내가··· 내가 방금 웃은 건가?’
 분명 그는 자신의 입술이 씰룩였다는 것을 느꼈다.
 ‘후우웁!’
 살아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몸의 내력 또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검명은 조심스럽게 단전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우우웅!
 ‘내력이 충만하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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