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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천사 1-1권

2019.01.24 조회 670 추천 5


 천사의 잉태
 
 
 
 
 
 
 197x년 안전가옥
 
 대통령 박정희는 야당의 거두인 김대중과 김영삼을 안가로 비밀리에 초대했다. 그 자리에는 공화당 당의장 김종필과 학자풍의 사나이도 배석했다.
 “두 분께서 저를 좀 도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이 일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실행하여 후대에 연약한 나라를 물려주지 말자는 것입니다.”
 “허허허. 무슨 일인지 알아야 돕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닙니까?”
 야당 총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저기 저 친구가 자세히 설명을 할 것이오. 이봐! 시작하지.”
 “네, 각하.”
 “안녕하십니까? 안현수라고 합니다. 일단 나누어 드린 자료를 참고하시면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계획은 아주 장기적인 프로젝트로서 프로젝트 명을 ‘파괴의 천사’로 명명했습니다. ‘파괴의 천사’는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으로서 총 5단계의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1단계는 현 시점에서 국내외에 거주 또는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선별하여 포섭합니다. 이 과정은 정부가 아닌 개인 또는 대기업에서 연구 인력으로 가장하여야 하며 같이 일하게 될 기술자와 과학자들의 가족들 또한 대기업을 내세워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최대한 들어줍니다. 즉 충분히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이보시오! 명망 있는 과학자들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것 같소?”
 “총재님, 일단은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그들에게 최대한 지원을 해주고 국가를 위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2단계는 지리산 깊은 곳에 거대한 사찰을 신축하는 목적으로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시작합니다. 이 역시 사채시장의 큰손 중에 불교신자가 불사를 하는 것으로 하면 됩니다. 사채시장의 큰손은 아마도 제가 될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제가 지하경제의 영향력이 큰 사람으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시설의 규모는 약 300여 명이 30여 년 동안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시설이 될 것입니다. 사찰을 신축하는 일이라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관심을 같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설물의 이름은 ‘다물’이라 명명했습니다. ‘다물’은 순수한 우리말로 ‘되찾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장 적합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물의 강도는 원자탄에도 견딜 수 있게 지어야 하며 독일의 일류 건축기술자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이들은 공사가 끝난 후 한국에 귀화하여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일을 할 것입니다.”
 “3단계, 15살 이하의 영재들 300명을 선발하여 몇 단계의 시험을 거쳐 150명을 최종 선발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전원 특수 목적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체계적인 지도를 합니다. 이들을 교육 시킬 사람들은 1단계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시킬 것이며 선생들 또한 충분한 연구재원을 지원해 줍니다. 앞으로는 전자, 화학, 정밀기계, 전자통신, 중공업분야에 많은 투자가 요망됩니다.”
 “4단계는 각 부대의 장기복무자를 특별히 선별하여 전원제대를 시키고 전원 ‘다물’로 이동 후, 또 다른 차원의 특수 교육을 받게 되며 인원은 1개 중대병력입니다. 그들이 받게 될 교육은 육, 해, 공군의 기계와 운용에 관하여 교육을 받게 되며 설령 ‘파괴의 천사’가 물거품이 된다 하여도 그들은 대한민국의 인적 자원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파괴의 천사’가 날개를 펴고 창공에 오를 때 진정한 힘이 될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나누어 드린 자료를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5단계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고 1단계와 같이 시행해야 하며 우리의 자주국방은 미국에게 지원을 받고 항상 미국과 상의를 해서 진행시킬 것을 미국이나 일본에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첨단장비의 무장은 항상 미국과 협상해서 결정하며 중장비 무기는 미국의 협조아래 유, 무상의 차관 형태로 지원을 받습니다. 아울러 북한과의 긴장상태를 더욱 강화하여 행여나 미국이나 일본이 ‘파괴의 천사’계획이 눈치 채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안현수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듣고 있던 야당총재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대통령께서 이 일을 빌미로 장기집권을 노리는 것이 아닙니까? 아무래도 의심이갑니다. 그리고 설사 미국이 이것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떻다는 것입니까? 그리고 ‘파괴의 천사’가 완성된들 무엇을 하겠소! 우리는 아직도 북한과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파괴의 천사’가 성공하여 우리의 과학수준이 높아진다고 가정합시다!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자는 것입니까? 설마 소련과 전쟁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우리가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윤택한 생활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야당총재가 핏대를 올려가며 이야기 하자 대통령은 자중을 둘러보며 말문을 열었다.
 “이보시오, 진정하고 내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시오. 난 이번 임기를 끝으로 1선에서 물러날 생각이오! 그리고 이 일은 우리 남쪽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김일성과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대통령이 은퇴를 운운하며 말하자 공화당 당의장이 황급히 대통령을 불렀다.
 “각하.”
 “아! 임자. 이미 결심했어, 그러니까 괜히 부산떨지 말고 조용히 해!”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학자풍의 사내 안현수가 끼어들며 말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암암리에 합의된 내용은 남북간에 긴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한편으로는 비밀리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군사강국을 만들어서 자주적인 통일을 이루고 나아가서는 우리의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자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다시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치욕스런 일들을 겪지 않게 하자는 것입니다.”
 학자풍의 사내의 말이 끝나자 대통령을 제외한 3명이 입을 벌리며 크게 놀랐다. 야당총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통령에게 말했다.
 “대통령님, 잘 못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민중들이 위험해 질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나라고 국가수반인 대통령의 자리에 있으면서 호의호식하고 싶지 않겠소? 내가 이러한 일을 추진하는 것은 모두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두 분께서 좀 도와주시오. 두 분께서 도와주신다면 일은 절반의 성공이나 다름없어요! 제발 도와주시오.”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에 한참을 생각한 두 야당의 거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저희가 돕도록 하지요. 그러니 아까의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하하하, 걱정 마시오! 내 약속을 꼭 지키리다. 하하하.”
 대통령과 두 명의 야당의 거물들과 역사적인 비밀회담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지하경제의 큰손인 안현수가 자신의 아버님의 유언이라며 지리산 깊은 곳에 대규모의 사찰을 신축한다고 했다. 이 소식은 연일 빅뉴스로 보도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사찰신축의 일은 세인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세월이 흘러 1979년10월 26일.
 타 앙! 타 앙!
 몇 발의 총성이 궁정 동 안가에서 울려 퍼지고 20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대통령이 암살을 당했고 그로인해 나라는 온통 불안한 상태였다. 대통령이 암살되자 보안사령관은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자 지식층들의 군부집권 반대 계엄령 철회 등을 외치며 시위를 하였고 급기야는 5.18이라는 비극이 시작되었다.
 보안사령관은 광주지역에서 대학생들의 과격시위가 이루어지자 군을 동원하여 강제진압 하였다. 그 와중에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이 벌어졌고 급기야는 전국의 학생들이 일어섰다. 보안사령관은 이들 학생들을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학살에 비유될 만큼의 무자비한 진압을 했다.
 그리고 국무총리가 대통령 대행의 딱지를 떼고 정식으로 대통령이 되어 정식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군부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12.12 사태라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군부의 실세인 보안 사령관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정권을 찬탈한 군부에 반발하는 지식층의 계속되는 시위로 나라 안이 온 통 뒤숭숭했다. 시간이 지나고 혼란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고, 나라는 차츰 안정이 되어가던 어느 날 강남의 모 식당에서 야당의 거물들과 전 공화당 의장이 자리를 같이했다.
 “여러분! 요즘 어떻게들 지내고 계십니까? 난 아주 분통이 터집니다. 또 다시 이 나라에 군부세력이 나라를 휘어잡다니, 우리나라가 언제쯤이나 민선 대통령이 선출되어 정상적인 나라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군인들이 뭐를 알기나 합니까? 그저 민주적인 인사들을 군화발로 짓밟을 줄만 알았지 국민들을 위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야당 총재가 인상을 찌푸리며 푸념했다. 전 공화당 의장이 발끈하며 무엇인가 말하려 하자 야당의 고문이 먼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파괴의 천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제까지 잘 진행되어 왔는데 이제 와서 중단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야당 고문의 말이 끝나자 야당 총재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이 나라에서 한가락 하는 정치인 아닙니까? 일단은 정부에 알리지 말고 나중에 상황을 봐가면서 정부와 의논해 봅시다.”
 3명의 정치인들은 시간이가는 줄도 모르고 현 사태를 의논했다.
 나라는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들고 1986년에는 아시안게임과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을 성공리에 끝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알려졌고 특히나 88올림픽은 전자통신 올림픽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198x년 청와대
 
 “본인이 이제까지 이런 사실을 몰랐다니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본인이 아무리 군을 동원하여 정권을 잡았지만 대통령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에 한 사람입니다. 이런 중요한 일을 지금까지 몰랐다니 정말로 불쾌합니다.”
 대통령이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야당 총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통령님, 이 일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입니다. 대통령께서 아무리 대한민국의 국가수반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것 아닙니까? 그러하기에 우리 3명은 이 일에 대해서 함부로 발설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점 이해를 바랍니다.”
 야당 총재가 말을 마치고 대통령을 직시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어찌되었던 간에 서운한 감정은 감추지 못 하겠군요.”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이 전 공화당 의장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는 세계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림픽도 성공리에 끝이 났고 무엇보다 88올림픽을 첨단 올림픽 특히 전자통신 장비는 기술을 한 차원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이 또한 ‘파괴의 천사’기술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번에 군 장비도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매우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전 공화당 의장의 설명이 끝나자 대통령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군 장비까지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대통령을 놀라게 한 것이다. 자신은 군부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군 장비 부분까지 손을 봤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내심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관계로 화재를 바꾸었다.
 “이거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안됩니다. 지금처럼 서서히 기술을 축적하고 남북이 하나가 되는 순간 그 동안 쌓아둔 기술을 현실화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경제 여건이 아직 미약하기 그지없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요. 특히 일본이나 미국이 눈치 채지 못하게 비밀의 유지가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전 공화당 의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크게 웃으며 물었다. 조금 전 불쾌했던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대통령은 호탕하게 웃고 난 뒤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이번 계획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기대가 큽니다. 하하하! 하하하!”
 대한민국은 88올림픽의 성공리에 마친 것을 계기로 경제적으로도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과학과 기술의 발전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할까? ‘파괴의 천사’계획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인 김일성 북한주석이 사망한 것이다. 전 세계는 김일성주석의 사망소식을 톱뉴스로 다뤘고 국내의 각 언론들도 매일 특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199x년 청와대
 
 “허, 이것 참 중요한 순간에 김일성이 갑자기 죽을 줄이야! 이거 이러다가 ‘파괴의 천사’날개가 부러지는 것 아닙니까? 이거야 원 답답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두 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말씀 좀 해보세요!”
 대통령이 야당의 총재들에게 묻자 야당총재 중 한명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우리는 짤막하게 애도의 성명을 내보내고 대외적으로는 군에 비상령을 내리고 긴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오?”
 “아무래도 미국이 개입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면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비밀리에 특사를 파견해서 김정일을 만나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사라······! 특사로는 누가 좋겠습니까?”
 대통령이 질문한 뒤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이일의 입안자인 안현수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렇소? 그럼 연락을 해서 특사로 파견합시다.”
 대통령이 안현수를 특사로 파견하는 것에 찬성하자 전 공화당 의장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연락을 해서 만나보지요. 아무래도 대통령께서 만나시는 것보다 제가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남들의 이목도 있구요.”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 터이니 알아서 처리 좀 해주십시오! 어떻든 북쪽의 의지가 중요하니 그쪽의 의사를 확실하게 알아 봐야지요! 자자! 아직 식사 전이니 우리 칼국수나 한 그릇 씩 하십시다.”
 대통령이 칼국수를 먹자고 제의하자 모두 호탕하게 웃으며 동의를 했다.
 “칼국수라······ 좋지요. 하하하!”
 
 199x년 강남의 모 요정
 
 “안현수 씨, 북에 좀 다녀와야 하겠소!”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문 입니까?”
 안현수가 담담한 표정으로 묻자 전 공화당 총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아무래도 정부 차원의 조문은 하지 못하오! 그러나 ‘파괴의 천사’를 위해서라도 북쪽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흠······! 그렇다면 제가 가는 것보다는 저의 제자 중에서 한 사람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마침 적임자가 있습니다만······!”
 “제자요? 무슨 이유요? 그리고 안현수 씨에게 제자가 있었다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이오.”
 “일단은 북쪽의 의지가 어떨지 모르는 상태이니 저는 남아서 일을 계속 추진하고 제자를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남들의 이목도 있고 하니까요. 그리고 제자는 제가 비밀리에 거둔 사람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다물’에서 키워서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흠! 그래요? 아무튼 좋습니다, 정부의 허락도 받아놓은 상태이니 알아서 처리해 주시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한 것을 이 기회에 확실하게 밀어 붙이자는 것이오.”
 두 사람의 대화는 두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그만큼 중대한 상황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북한의 김일성 주석의 사망소식은 국내에도 혼란이 가중되었다. 재야인사를 비롯하여 운동권 학생들도 김일성 주석을 조문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했지만 정부는 단호하게 거부하며 불법 방북한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한다는 방침을 언론을 통해 전했다. 하지만 일부 재야인사들과 일부 학생들이 정부의 방침을 무시하고 불법 방북하여 구속이 됐다.
 
 199x년 평양 주석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대의 젊은 청년과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젊은 청년은 안현수의 제자 중 한사람으로 안현수가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는 마한후였다.
 “이보라우! 동무! 동무래 ‘파괴의 천사’를 기획한 안현수 선생의 제자라고 했네?”
 “그렇습니다, 위원장님.”
 “젊은 사람이 일을 혁명적으로 잘 하는구만 기래.”
 “위원장님! 안현수 선생께서는 직접오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하시며 저에게 전권을 주었습니다. 남쪽의 정부 입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한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기래? 기런대 어드런 일로 왔네.”
 “대통령께서는 주석님의 서거 소식을 듣고 매우 침통해 하고계시며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하셨습니다.”
 “기래? 매우 침통이라고 했네? 매우 침통이라! 하하하! 이보라우, 기딴 외교적인 수사는 때려치우고 까놓고 이야기 하라 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호방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한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말없이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안현수 선생께서는 김일성 주석님의 서거 소식에 많이 슬퍼하고 계십니다.”
 “기래? 안현수 선생이래 그럴 만도 하지. 그래 동무래 무슨 일을 어드렇게 하고 있네?”
 마한후의 말이 끝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저는 전략부에서 미래의 전략과 대처방법 그리고 현재의 전략에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전투는 어떠한 전략으로 승부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 미래와 현재의 전략이라······ 기거이 좋은 생각이구만, 나이도 젊은 사람이 아주 혁명적인 일을 하고 있구만. 기래 동무같이 젊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동량이 되어야지 기래서 앞으로는 후대에게 강한 나라를 물려줘야지 앙카서? 동무의 방북 목적이 우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어드러케 할지 궁금 하갔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마한후에게 물었다.
 “위원장님,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이 북쪽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정부도 그 사항에 대해서 매우 초조해 하고 있습니다.”
 “기래! 기래! 내래 우리 아바지께 들어서 잘 알고 있지. 우리 민족이 다시는 오랑캐들에게 나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우리 공화국도 력량을 다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었지. 내래 동무한테 약속 하갔어! 우리 공화국이래 미사일과 원자탄을 준비하지! 남쪽이래 미제 아 새끼들 때문에 못 하지만 우리 공화국이래 남 눈치볼일 없어야! 기래서 내래 결심했지 우리 공화국은 미사일과 원자탄을 준비 할 거이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말을 하는 도중 간간히 빛나는 그의 눈빛은 광기가 서려있었다.
 “우리 공화국이래, 남조선처럼 비밀리에 하지 않아도 되지 않네?”
 “위원장님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북에서 꼭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있다고 안 현수 선생께서 말씀하시며 위원장님의 확답을 꼭 얻어 오라고 하셨습니다. ‘파괴의 천사’에 아주 중요한 일 이라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는 청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기래? 기거이 머이가?”
 “러시아의 최신예 전투기와 방공미사일 사이트를 수입해 달라는 것입니다. 물론 자금은 경제 지원명목으로 남쪽에서 지원할 것입니다.”
 “그것으로 무엇을 어드렇게 한다고 그러네? 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말이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많은 양을 수입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소량만 구입하여 ‘다물’의 연구진들이 비밀리에 방북해서 분해하고 재조립을 통해 설계도 및 운영체계를 얻으려는 것입니다. 방북하는 연구진들은 경제지원단으로 위장하여 들어올 것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에 앉아 있는 당돌한 청년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청년을 시험하는 투로 은근히 말을 했다.
 “고조 맹하구만, 기거이 얼마짜리인데 그 돈이면 우리 공화국의 인민들이 얼마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야!”
 “위원장님,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마한후가 당차게 따지고 들자 김정일 위원장은 눈앞의 청년에게 더욱더 마음이 끌렸다. 이제까지 누가 자신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저렇게 당당하게 말한 사람이 있었던가? 오로지 자신의 눈치만 보기 바빴다.
 하지만 눈앞의 청년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차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그렇다는 것이지! 내래 동무가 말한 대로 할 기야! 기런데 이보라우! 동무 ‘파괴의 천사’도 진행한지 오래인데 어드런 성과는 있는 거네?”
 “위원장님, 88올림픽의 전자통신 기술이 ‘파괴의 천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88올림픽을 방패삼아 전자통신 기술을 실험한 것이고 결과는 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한후의 설명을 듣자 의아한 생각이 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물었다.
 “그것뿐이네?”
 “아닙니다, 이미 상당수의 군사 무기도 개발되었고 조만간에 획기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력이 필수입니다.”
 마한후의 설명이 끝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역역했다. 특히 내 것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무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기래, 기래야지. 암! 기렇고 말고. 이보라우 동무! 마한후라고 했지?”
 “네, 위원장님. 안현수 선생께서는 천애고아인 저를 거두어 주시면서 나라의 기틀을 튼튼하게 만들라는 뜻으로 고대 나라님의 직책으로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마한후가 공손하게 대답하자 김정일 위원장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안현수, 그 사람 재미있구만. 기래 하하하! 오늘의 만남은 좋은 만남 이었어, 이보라우 동무! 이제 요기나 하고 쉬라우! 내일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가려면 피곤 할 테니 말이야! 하하하! 오늘은 정말로 유쾌한 날이군. 하하하!”
 200x년 대한민국의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으며 외환 보유고 또한 2천억 달러를 넘게 보유하고 있었다. 방위산업도 육, 해, 공군 모두 첨단 장비로 교체 중이며 특히 육군의 전력은 세계 어느 나라와 싸워도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정도였다.
 대다수의 전문가 들은 전차 한 가지만 놓고 보면 전차왕국이라는 러시아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는 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주력전차인 K1A1은 3세대 전차로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며 120mm 활강포는 K1A1전차를 세계 톱클래스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자주포인 K-9(썬더)또한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주포로서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특히 K-9는 터키에 10억 달러의 라인센스 계약으로 세계 자주포시장을 놀라게 했다. 공군은 제공기의 베스트셀러인 F-16 기종을 도합 170여 대 보유했다.
 또한 전략적 타격능력을 보유한 F-15기도 들여오는 중 이였다. 해군은 KDX-I~III까지 착실하게 진행하여 전력을 증강시켰고 이는 국내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한편 전직 대통령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은 안현수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안현수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파괴의 천사’는 더욱 탄력을 받아 빠르게 진행이 됐다. ‘다물’의 연구 성과가 비밀리에 군의 무기에 접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4월 10일 10:00 한국 청와대
 
 “한후군, 자네생각은 어떤가? ‘다물’에서 획기적인 특수합금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 것만 가지고 우리가 강군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가? 전체적인 기술향상이 아닌 부분적인 신기술을 획득했다고 나라가 강해지는 것이 아닐세!”
 “대통령 각하, 그 부분에서는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유명한 무기 로비스트와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질문을 받은 마한후가 부동자세로 서서 정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한후의 대답을 들은 대통령은 환한 표정이 되며 다시 질문했다.
 “오오! 그래? 역시 자네답군. 그래 러시아의 무기 로비스트는 누구인가?”
 “무기시장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데렐라, 루로 보리스카야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파괴의 천사’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때를 대비하여 하버드대학의 고대 역사학 박사 아루테 F 스타인교수에게 의뢰를 할 예정입니다.”
 마한후의 말을 듣고 있던 대통령이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물었다.
 “몇 년 전 북쪽에서 구입한 수호이35기와 S-400방공 미사일 사이트 건은 어떻게 처리 되었는가?”
 대통령의 질문을 받은 마한후는 질문한 것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치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것 같이 막힘없는 대답이었다.
 “그 부분은 5년 전에 이미 기술을 100% 습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형태의 기술을 접목 시키고 있으며 시뮬레이션 결과 만족한 결과라고 합니다. 각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미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시물레이션 이상의 실험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한후의 대답을 들은 안현수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의 눈을 피해서 강군을 만들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대통령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북쪽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은 어떻게 되었나?”
 “대통령 각하, 북쪽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의 핵심 전자기술을 남쪽에서 제공하여 그 정밀성은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으며 핵 또한 시뮬레이션으로 100% 전력화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새로운 형태의 폭약이 개발되어 핵무기는 유명무실 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한후의 말이 끝나자 대통령은 새로운 형태의 폭약이 가지고 있는 위력이 궁금했다. 핵무기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마한후의 말이 궁금증을 유발시킨 것이다.
 “새로운 폭약의 성능은 어느 정도이며 언제쯤 전력화 되는가?”
 “대통령 각하, 새로운 폭약은 C-4를 기본 베이스로 개발 됐으며 위력은 핵무기의 10%수준이지만 무게와 부피가 대폭으로 소량 화 되어 오히려 핵무기를 능가 한다는 판단입니다. 이 폭약의 이름은 K-H-4라고 명명했습니다.”
 마한후의 설명을 들은 대통령의 표정이 밝아지며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대통령은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다시 물었다.
 “새로운 합금도 개발 했다고 들었는데 그것의 성능은 어떠한가?”
 “새로운 합금, 즉 코리아 하이브리드 텅스텐의 각 영문의 첫 글자를 따와 K-H-T이라 명명했으며 이 합금의 강도는 K1A1전차에 사용되는 특수 강판의 10배에 해당 되지만 문제점은 생산가격이 3배나 들어가며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점과 100mm 이상으로 생산이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역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으음! 그렇다 해도 상당한 방어력이구만. 이 합금으로 전차를 생산하면 괴물이 탄생되는 것 아닌가? 무엇으로 이 전차를 깰 수 있는가?”
 대통령이 크게 고무된 듯 힘 찬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 각하, K-H-T는 점차 개선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정도 가지고 만족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리고 한 가지 제안드릴 것이 있습니다.”
 마한후가 제안드릴 것이 있다는 말을 들은 대통령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무엇인가?”
 “현재 함정의 함 명은 남북이 통일되면 새로 붙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해군 함정의 함 명을 완전히 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일리 있는 말이군. 그 문제는 합참과 학자들 그리고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결정하지! 그 일은 자네에게 일임 하겠네, 자네야 말로 이 나라의 군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이 아닌가? 하하하!”
 대통령의 말대로 마한후는 ‘다물’출신으로 ‘다물’의 모든 사람들이 마한후를 사랑했고 동기들이나 선후배들 또한 마한후를 따르고 있으며 제대했던 ‘다물’의 군인들이 군에 복귀하여 군의 요직에 두루 포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인민무력부의 실세들도 마한후를 적극 지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마한후를 만날 때마다 북쪽의 실세들을 대동하고 그들에게 자신이 마한후를 신임 한다고 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한후군, 이제 남북이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북쪽이 중국의 압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일도 한번 계획해 보게.”
 “알겠습니다.”
 “통일을 발표하면 최소한 2~3년은 아무 일 없이 지나야하네. 그 때가 제일 힘든 시기가 될 것이야 2~3년만 지나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네.”
 “명심 하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새로운 형태의 신형 무기와 장비에 들어가는 예산과 현재의 장비의 개보수에 들어가는 예산들을 조사하여 보고서를 올리게 우리는 앞으로 3~4년 동안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투자를 해야 하네. 신형 폭약과 신형 합금이라면 그리고 ‘다물’에서 축적된 모든 기술을 접목한다면 그때야 말로 진정한 자주독립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야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대통령각하. 그리고 신형무기에 대한 보고서는 최대한 빨리 올리겠습니다.”
 대통령과 논의를 마친 마한후는 집으로 돌아와 다음 할일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마한후입니다.”
 -야 마한후 뭐하고 있어? 여기 고수부지 인데 빨리 와라-
 “거기서 뭐하게?”
 -소주나 한잔하자. 빨리 와라, 우리가 가끔 오는 곳이야-
 “대낮부터 웬 술이야?”
 -야, 언제 우리가 그런 것 따졌냐? 어서 오기나해-
 딸칵!
 강소희가 일방적으로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마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강소희가 말한 장소로 가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마한후는 고수부지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강소희.
 국정원 특수1과 소속의 대단한 여걸이다.
 마한후와는 절친한 관계로 그녀도 천애고아로 자라서 정에 굶주려 있으나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60cm의 아담한 체구지만 각종무예와 지략을 겸비한 여인이었다.
 휘이잉!
 4월의 햇살 속 살랑대는 봄바람에 한강 물도 수줍은 듯이 가볍게 찰랑대고 그것을 바라보는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뚜벅 뚜벅!
 “야, 강소희. 웬 청승을 그렇게 떨고 있냐?”
 “왔어? 왔으면 앉을 것이지 뭐하는 거야?”
 “자, 일단 한잔 받아!”
 강소희가 마한후에게 잔을 내밀었다. 잔을 받고 자리에 앉자 강소희가 소주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마한후는 강소희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은······ 너 북한을 거쳐서 러시아로 간다는 소리를 듣고 술이나 한잔하고 싶어서 부른 거야!”
 “새삼스럽게 왜 그래? 이거 강소희 답지 않군!”
 강소희가 자신의 술잔에 채워져 있는 소주를 단숨에 마신 뒤 마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개 같은 세상! 그래 씨팔! 우리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들 아니냐? 그래서 혹시 네가 죽으면 인사도 못 할까봐 미리 인사 하려고 불렀다. 에이 씨팔!”
 강소희가 말을 마치고 소주를 들이켰다. 그러자 마한후가 갑자기 소주를 병 채로 들고 마셨다. 강소희는 그런 마한후를 물끄러미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한후야, 너한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꼭 들어줘야해!”
 “뭔데? 말해봐”
 “제발, 제발 죽지 마!”
 강소희의 말이 끝나자 마한후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해탈한 고승의 눈처럼 번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야! 강소희. 너나 나나 이 세상에 기다려 주는 사람도 없는데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아쉽겠냐? 죽으면 마는 거지!”
 순간 강소희의 눈가에서 파르르 떨림이 일어났고, 마한후를 향해 고함치듯 말했다.
 “미친 놈! 그렇다고 지 몸을 함부로 굴려? 그리고 한후야. 나 결심 했어······! 너하고 태어난 시간은 다르지만 죽을 때는 같이 죽기로 결심했으니까 네놈 멋대로 뒈지지 마.”
 “그 말하려고 나를 불렀냐? 싱겁기는············”
 “좌우간 잘 다녀와, 도착하면 연락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한 동안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2008년 4월 11일 10:30 청와대
 
 “대통령 각하, 이번에 북에 들려 러시아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언제 출발하나?”
 “이곳을 나간 후, 출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님을 뵌 후, 러시아로 가서 무기 로비스트 루로 보리스카야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해군 함정의 개명에 대해서는 차후에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마한후의 대답이 끝나자 안현수 대통령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일본과 중국의 해군 전력도 알고 싶네.”
 “보고서를 올릴 때 두 국가의 전력도 포함해서 올리겠습니다.”
 “한후군, 나도 이제 늙은 모양이야! 70이 다돼가니 지난세월들이 무척 생각이 난다네. 이한 몸 나라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쳤지, 그러나 후회는 없다네. 내 생에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그것이 걱정이라네.”
 안현수 대통령이 공허한 음성으로 마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통령의 꿈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마한후는 다짐을 하듯 말했다.
 “대통령 각하의 꿈은 꼭 이루실 것입니다, 아니 꼭 이루시도록 이한 몸 다 바칠 것입니다.”
 “허허허 그래 고맙네! 우리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세.”
 “대통령 각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 동안 안녕히 계십시오.”
 인사를 마친 마한후는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대통령은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2008년 4월 11일 14:50 평양 주석 궁
 
 “위원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오! 이게 누구야 마한후 아닌가? 기래 오랜만이구만.”
 마한후가 정중하게 인사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한후를 반갑게 맞이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리를 권하자 자리에 앉은 마한후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위원장님, 이번에 러시아에서의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면 곧 바로 남북정상이 만나 통일을 발표하고 통합을 시키는 것이 어떠십니까? 대통령께서는 통일을 이룬 뒤 2~3년이 아주 위험하고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길티, 뙈 놈 아 새끼들하고 쪽발이 놈들이 우리의 혁명적인 통일 사업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앙캇지. 어드러케든지 훼방을 놓을 거이야. 또한 미제 아 새끼들도 가만있지 앙캇지! 그래서 우리가 미사일과 핵이래 준비한 것 앙니가서? 우리래 핵과 탄도탄이 있으니 끼니 함부로 못할 거이디.”
 김정일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마한후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몸동작은 과장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지도자 수업을 받으면서 익혀진 버릇이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마한후를 바라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이보라우! 예전에 들여온 수호이35기하고 S-400들 말이야, 그거 어드러케 했으면 조캇네? 이미 우리는 더욱 뛰어난 전폭기와 미사일들을 보유하지 않았네?”
 “위원장님, 그 문제 대해서는 이미 복안이 서 있습니다. 만약에 일본 또는 중국과 전쟁이 일어날 경우 우리는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 쏟아 부어야 합니다. 현재의 전력으로서는 우리는 이들 나라와 전투력이 확실하게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 질적인 면에서 미국과 대등하고 중국의 물량전은 결과를 장담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08년 현재 일본은 발표한 것 말고도 항모와 핵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한후가 일본이 핵무장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쪽발이 아새끼들이래 핵을 만들고 있다고 했네?”
 “이것은 국정원 특수과 요원들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마한후는 말을 마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그는 마한후가 내민 서류봉투에서 사진들은 꺼내 보았다. 사진속의 그림들은 어느 비밀장소의 건물들과 미사일 발사차량 그리고 핵에 관련된 장비들이 보이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히 핵을 준비 하는 것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진을 바라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그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마한후는 그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바라보며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였다.
 일본은 세계 2위의 플루토늄 보유하고 또한 사용 후, 연료도 재처리해서 사용하는 아주 위험한 국가 중 하나였다. 일본이 핵무장을 천명하고 핵무기를 만들면 1개월이면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였다. 더군다나 일본을 자위대가 아닌 천황 군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쪽발이 아새끼들이래 핵무기를 보유해서 무엇을 어드러케 하겠단 말이야? 또 아시아 국가들을 자기들 속국으로 만들겠다는 속셈 아닌가?”
 “위원장님, 그래서 이번 러시아의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요즘 중국의 동태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을 발표하면 해군의 함정 함 명을 바꾸려고 합니다. 어차피 바꿀 것이라면 확실하게 바꾸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통일한국의 해군은 과거의 잔상을 완전히 없애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대통령께는 재가를 받았습니다. 위원장님의 허락만 떨어지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오호······! 기거이 좋은 생각이구만······! 이보라우 마한후. 내래 이미 자네를 전격적으로 밀어주고 있지 않네? 기러니끼니 그냥 일을 진행 시키고 나중에 나에게 보고 하라우! 내래 인민무력부와 보위부에 말을 해놨어야.”
 “감사합니다,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러시아에 다녀오면 남북한의 모든 제철소들을 풀가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뭐이야?”
 “위원장님, 우선 K-H-T를 북에서 먼저 생산해 주십시오. 북에서 생산되는 K-H-T로는 새로이 개발되는 전차에 사용될 것입니다.”
 “기럼, K2 전차의 생산은 백지화 되는 것이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닙니다. K1A1 2천대 K2 천대 그리고 새로이 개발되는 K4전차는 500대를 보유할 예정입니다. 기존의 전차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싼 가격에 판매를 할 예정이고 이미 80%이상을 계약했습니다.”
 마한후의 보고를 듣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음은 흐뭇하기만 했다.
 “통일조국의 군사 장비를 전부 교체하자면 돈이 많이 들어가겠구만 기래.”
 “위원장님,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만 준비해둔 통일비용으로 충당하고 모자라는 금액은 추가 예산을 통과시켜 확보해 두었습니다.”
 “통일조국의 전력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군. 기래!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보라우!”
 “저희가 3년간 건조해야 하는 장비는 K2, K3, K4전차와 K-300장갑차량 그리고 신형 전천후 전폭기, KF-20전투기 등입니다. 또한 해군은 항모 3척, 전략핵잠수함 2척, 이지스 순양함 3척, 미사일 방공함 12척, 호위함 3척 등입니다.”
 마한후가 향후, 통일 한국이 보유할 장비들을 나열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이 정도의 전력이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막강한 해군강국이 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마한후의 대답을 계속되었다.
 “위 함정 중 항모와 이지스 순양함은 건조 중이고, 건조 율은 70%입니다. 미사일 방공함은 8척이 인도되어 작전 중이며 나머지 함정들도 건조를 시작할 것입니다. 상륙 돌격함과 군수 지원함 그리고 호위함은 북에서 건조를 해주십시오.”
 “으음······! 좋군, 정말로 좋아! 항모를 보유한다 이거지? 이보라우 밖에 누구 없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비서한명이 들어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철 인민무력부장을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최철 인민무력부장이 들어와 부동자세를 취하며 경례한 뒤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친애하고 앙모하는 위대하신 지도자 동지! 찾으셨습네까?”
 “이보라우, 동무. 우리래 해군 함정을 건조해야 하갔어. 당장에 준비 시키라우!”
 “알갔습네다, 영명하옵고 위대하신 지도자 동지. 하지만 우리래 혁명적으로 선박을 건조하자면 돈 이래 많이 들어갑네다. 기렇디만 공화국이래 그만한 자금이 없습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철 차수의 말이 끝나자 호통을 치듯 큰 소리로 말했다.
 “아새끼래 맹! 하구만 자금은 남쪽에서 지원할 거이야! 그러니끼니 최 동무는 우리의 우수한 기술자들 이래 모아서리 해군함정을 건조하면 될 것 아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마한후는 최철 차수에게 봉투를 건네주었다. 봉투 속에는 자금지원 방법과 무기 등의 설계도들이 들어있었다.
 “이것이 이번에 건조해야할 함정의 설계도입니다. 자금은 러시아와 중국을 통해서 지원 될 것입니다. 각 조선소와 제철소를 풀가동해 주십시오. K-H-T합금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봉투속의 내용을 확인한 최철 차수의 표정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서류에는 마한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한 내용도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철 차수는 마한후를 바라보며 더듬거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마한후 동무, 정말로······! 이대로 진행이 되는 거이네?”
 마한후는 최철 차수의 질문에 말 대신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철 차수에게 명령했다.
 “기래, 우리도 준비를 해야지 이보라우! 가서 김영남 상무위원장 들어오라고 하라 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두터운 신임을 얻은 마한후는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러시아의 무기 로비스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흠! 어떻게 하면 루로 보리스카야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긴 마한후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2008년 4월 13일 16:00 모스크바 호텔 이글
 
 모스크바 중심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 이글은 1996년에 설립된 최신식 객실과 비즈니스 룸을 제공하는 최고급 호텔이었다. 저녁 무렵 마한후는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누구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금발의 화사한 정장을 한 여인이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혹시 미스 보리스카야 아니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마한후입니다. 자, 저리로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루로 보리스카야라고 합니다. 그냥 루로라고 불러 주십시오.”
 루로 보리스카야는 정중한 태도의 사내가 호감이 갔다.
 “소문대로 상당한 미인이십니다. 이런 미인과 마주앉아 있을 수 있다니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미스 루로가 들어오시니 호텔 전체가 화사한 봄꽃향이 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마한후. 그런데 비행기가 너무 높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루로는 고소 공포증이 많아서 떨어지면 기절해요! 호호호!”
 루로의 아름다운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그녀는 눈앞의 동양인에게 점점 호감이 갔다. 정중한 태도와 그리고 여성을 위해 적당히 추켜 세워주는 센스까지 나무랄 곳이 없는 사내라고 생각했다.
 “빈말이 아닙니다, 미스 루로.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미스 루로 같이 아름다운 여성은 처음 뵈는 것 같습니다.”
 “호호호! 빈말이라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네요. 무슨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 비행기를 태우시나요?”
 루로 보리스카야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을 아름답다고 칭찬하는데 좋아하지 않을 여성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루로는 기분이 상승되는 것을 느끼며 마한후를 직시했다.
 “미스 루로, 저는 이 호텔에서 며칠 묵을 예정입니다. 오늘은 아름다운 미스 루로 와 식사나 즐겼으면 합니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딱딱한 사업이야기로 망치고 싶지가 않군요! 아름다운 미인과 식사를 하는 것도 저에게는 아주 큰 영광입니다.”
 “호호호! 사업이라는 것이 혹시 여자 후리기 사업은 아니겠지요?”
 “하하하! 설마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아름다운 여성과 식사를 하는 것도 행운인데 저는 그 행운을 버리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은 식사를 끝내고 아름다운 모스크바의 야경을 바라보며 대화를 계속했다.
 “모스크바의 야경이 무척 아름답군요! 아름다운 미스 루로와 모스크바의 야경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또 이런 날이 올수 있을까요?”
 루로 보리스카야는 턱을 괴고 앞에 앉아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살며시 웃었다.
 “미스터 마한후! 아시다시피 저는 상인입니다. 일에 쫓기다보니 이런 자리를 가져보지 못했는데 미스터 마한후 때문에 이런 여유도 가져보네요.”
 두 사람은 한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 루로! 사업이야기는 내일 비즈니스 룸에서 하도록 하지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저도 무척 즐거웠어요! 그럼 내일봐요, 미스터 마한후.”
 루로 보리스카야는 마한후에게 작별키스를 하고 문밖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마한후는 사라져가는 루로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루로 보리스카야가 꽤나 감정적인 여인이라고 느껴졌다.
 다음날 점심 무렵 비즈니스 룸.
 “미스 루로! 이것이 사업 내용입니다.”
 루로 보리스카야는 마한후가 내민 서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서류의 내용에는 러시아의 전략 핵잠수함을 사고 싶다는 내용과 가격에 관해서 그리고 한국이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 등이 적혀있었다.
 “미······ 미스터 마한후······! 이것은 제 소관 밖입니다. 저에게 어느 정도 권한이 있다지만 전략 핵잠수함은 예외 품목입니다.”
 “미스 루로, 저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요.”
 우선 이 그림들을 봐 주십시오. 말을 마친 마한후는 노트북 컴퓨터에 CD를 집어넣고 조작을 하자 선명한 화면이 떠올랐다. 화면에는 러시아의 주력전차 T-80U전차와 K1A1전차의 그림이 나타났다.
 러시아의 T-80U전차가 1km의 거리에서 주포를 쐈지만 K1A1전차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는 동영상 이였다. 루로는 그 동영상을 보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T-80U전차라면 1km에서 어떠한 전차도 격파할 수 있는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동영상은 저희가 개발한 특수합금으로 제작한 K1A1전차와 러시아의 주력인 T-80U전차와 비교 실험한 것입니다.”
 루로 보리스카야는 마한후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화면속의 K1A1전차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 신소재는 전차에 사용되는 특수 강판보다 10배의 강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포탄을 아무리 맞아도 이상 없습니다.”
 “대단하네요! 가히 무적의 전차라고 부를 수 있겠어요.”
 마한후는 루로 보리스카야가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웃으며 말을 이었다.
 “러시아가 한국에게 타이푼 급 전략핵잠수함을 판매 한다면 차기 전차와 모든 군사 무기들을 공동으로 개발할 용의가 있습니다. 물론 K-H-T의 기술 이전은 보너스가 됩니다. 이정도면 러시아에 크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마한후의 설명이 끝났으나 루로 보리스카야는 여전히 화면속의 KA1A전차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한후는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
 “미스 루로?”
 “네? 아! 죄송합니다. 저 전차 정말로 매력적이네요.”
 루로 보리스카야는 유채 꽃 같은 황금빛 머릿결을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마한후는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뒤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몇 해 전 북한이 구입한 수호이35와 S-400방공 미사일을 베이스로 최소한 한 세대 정도의 전력을 앞설 수 있는 전천후 전폭기와 방공미사일 플랫폼을 개발 완성했습니다. 우리는 이것 또한 러시아에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미스터 마한후, 이것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정도의 물건이 아닙니다. 3일만 시간을 주세요! 제가 전략방면군 사령관님과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전략 방면군 사령관이라면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장군을 말하는 것입니까?”
 마한후는 말을 마치고 내말이 맞지 않느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인 뒤 루로 보리스카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지요? 이제 보니 당신 무서운 사람이군요.”
 글리오프 네블로스키는 평상시에는 아무보직도 없는 인물이지만 유사시 군구가 전략방면 군으로 재편되면 극동방면 전략방면군의 사령관으로 직책이 바뀌는 실질적인 극동방면 군 사령관인 것이다. 그가 실질적인 극동 전략방면군 사령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국이 주변의 열강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 치다보니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이 정도면 러시아 측이나 미스 루로나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맞아요!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지요. 이번 거래 무슨 일이 있어도 성사 시키겠습니다, 대신에 조건이 한 가지 있어요.”
 “한국에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협상을 통해서 반영하겠습니다.”
 마한후의 말이 끝나자 루로는 볼에 볼우물이 패이며 피~식하고 웃었다. 마한후가 그런 그녀를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자 루로가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간단한 것입니다, 한국정부와는 관계없는 저의 개인적인 조건이죠. 물론 거래가 성사된다는 가정 하에서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하하하! 기탄없이 말씀해 보십시오. 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미스 루로의 조건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말씀드리죠. 저의 조건은 간단해요. 거래가 성사된다면 저와 식사를 같이해요,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죠?”
 “물론입니다, 미스 루로와 같이 아름다운 분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하하하!”
 “미스터 마한후, 그럼 제가 3일 후에 연락을 드리죠.”
 “기다리겠습니다, 미스 루로! 그럼 살펴 가십시오.”
 루로 보리스카야는 문밖으로 나가면서도 눈은 노트북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한후는 루로가 떠나자 짐을 챙겨서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시간은 물 흐르듯이 빠르게 흘렀다.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아! 미스 루로. 네, 네, 알겠습니다. 거기서 뵙겠습니다.”
 마한후는 전화를 끊고 비장한 마음으로 방을 나섰다.
 3시간 후 트로이츠키 사원.
 트로이츠키 사원은 모스크바 북동쪽 70km지점에 위치한 ‘세르기예프 빠사드’ 로 소련시절에는 ‘자고르스크’ 로 불리다가 1991년 옛 이름인 ‘세르기예프 빠사드’ 로 바뀌었다. 시내중심에는 트로이체 세르기예프 수도원이 있고, 그 내부에 트로이츠키 사원이 있으며 외벽 성곽은 16세기에 축조된 전형적인 러시아 풍의 아름다운 수도원 이였다.
 “미스터 마한후, 반가워요.”
 루로 보리스카야가 화사하게 웃으며 마한후를 반겨주었다. 마한후 역시 반갑게 인사하며 루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하하하! 미스 루로 며칠 동안 더욱 아름다워진 것 같습니다.”
 “호호호! 고마워요. 미스터 마한후 안으로 들어갈까요?”
 두 사람은 아름다운 트로이츠키 사원의 유래를 이야기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10분쯤 걷자 복도가 나왔고 복도를 지나 어느 곳에 멈춘 루로가 정면의 방에 노크했다.
 똑똑똑!
 “들어와요!”
 안에서 묵직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오! 루로 오랜만이구만. 그 동안 잘 지냈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미스터 마한후, 인사하세요.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사령관이십니다. 사령관님, 이분이 말씀드린 미스터 마한후입니다.”
 루로 보리스카야의 아름다운 볼에 우물이 패어지며 웃는 얼굴로 40대 중반의 사내를 소개했다. 마한후는 허리를 굽혀 정중히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에서 온 마한후라고 합니다.”
 “어서 오시오, 루로양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반갑소이다. 그리고 이쪽은 극동군 사령관이자 나의 충직한 부하인 드미트리 체르넨코라 하오! 앞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되면 드미트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마한후는 드미트리를 바라보았다. 오랜 군 생활이 말해 주듯이 드미트리의 눈매는 엄청 날카로워 보였고, 보는 이로 하여금 겁을 집어먹게 할 정도였다.
 “반갑습니다, 마한후라고 합니다.”
 마한후가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자 드미트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사령관이 자신의 부하인 드미트리의 행동에 겸연쩍인 표정을 지으며 마한후에게 말했다.
 “보내주신 자료는 잘 보았소! 하지만 그 정도의 기술이면 우리 러시아와 굳이 손을 잡지 않아도 될 터인데 러시아와 거래를 하자는 숨은 의도가 무엇이오?”
 “사령관님, 한국과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물론 한국전쟁 때 불편한 관계도 있었으나 그것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시 소련은 북한을 도왔으니 결론적으로는 한국에게 도움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거래를 할 경우 미국은 이 무기들을 함부로 사용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와 마찰은 필수입니다.”
 “으음······!”
 마한후의 말을 대답을 듣고 있는 네블로스키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사령관님, 우리 한국은 러시아와 마찰을 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3차 대전이 일어 날 수도 있는 상황이 올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은 러시아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체계를 원합니다.”
 마한후의 설명이 끝나자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말했다.
 “우리 러시아 정보국에 의하면 한국은 2차 대전 때의 각국이 군비 경쟁하는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러시아의 최신예 전략핵잠수함을 구매하려는 것을 우리 러시아는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령관님, 한국이 타이푼을 구입하려는 의도는 미국의 불간섭과 일본의 오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마한후의 말이 끝나자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극동방면군 사령관이 웃으며 물었다.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자는 말인 것이다.
 “미스터 마한후, 그것 말고도 진짜로 거래하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우리 솔직하게 말합시다. 우리 러시아는 믿음으로 상대를 대하는데 상대가 연막을 치면 어떻게 서로 신뢰를 하겠소? 더군다나 이런 큰 거래를 두고서 말이오.”
 글리오프 네블로스키의 말이 끝나자 마한후는 순간적으로 흠칫했다. 그는 짧은 순간에 머리를 재빠르게 회전시킨 후, 네블로스키 사령관에게 질문했다.
 “사령관님께서 결정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 입니까?”
 “미스터 마한후, 푸틴 대통령께서는 나에게 전권을 주었소. 그러니 터놓고 이야기 해 보시오. 이런 큰 거래는 서로 신뢰가 없으면 못 하는 것이오.”
 글리오프 사령관은 자연스럽게 공을 마한후에게 넘겼다. 이제 공은 이제 마한후에게 넘어온 것이다. 이공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네블로스키 극동방면군 사령관이 말했다.
 “미스터 마한후, 거래는 없던 것으로 합시다. 서로 신뢰하지 못 하니 어쩔 수 없지요.”
 네블로스키 사령관이 거래를 취소하려고 하자 마한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설명했다.
 “좋습니다, 말씀드리지요. 한국은 우수리스크와 연해주를 원합니다. 그 땅들은 원래 한국의 영토였습니다. 근래에 들어와서 일본이 불법적으로 한국을 강제 병합하였고 2차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은 한국의 영토를 한국에 돌려주지 않고 한국을 배제한 채 승전국들과 조약을 체결하여 타국에 넘겨주었습니다. 한국은 그 영토를 러시아에게 돌려받고 싶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수립하여 이웃인 러시아와 분쟁의 씨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양국의 기술을 발전시켜 양국의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을 원합니다.”
 마한후의 말이 끝나자 네블로스키 사령관이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다.
 “연해주와 우수리스크를 한국에 넘겨주면 러시아에 득이 되는 것이 무엇이 있겠소. 현재도 우리 러시아를 위협하는 나라는 없소.”
 “사령관님, 우리 한국은 만주를 되찾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국경은 혈맹인 한국이 됩니다. 지금도 러시아는 국경의 문제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지 않습니까? 국경의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러시아 측에도 경제적, 군사적으로 많은 이득이 생길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핵무기도 무섭지 않을 전력을 보유했으면서 굳이 타이푼 급 전략핵잠수함을 구매하려는 의도는 무엇이오?”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사령관이 갑자기 마한후를 쏘아보며 질문했다. 그의 음성은 차갑게 변해있었다. 마한후는 마음속으로 흠칫 했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은 채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사령관께서도 추측한 바와 같이 한국은 이미 어느 누구도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혈맹관계가 될 수 있는 러시아와 사이를 돈독히 하자는 뜻입니다. 러시아도 한국이 타이푼을 구입하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숨통이 트일 것 아닙니까?”
 마한후의 말을 듣고 있던 드미트리 체르넨코가 정색을 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어느 정도까지 기술을 공유할 생각이오?”
 “한국의 입장은 양국의 최신예 기술을 100% 공유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한국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폭약과 새로운 합금입니다.”
 “자료에서 본 그 합금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자료를 보셔서 아시는 바와 같이 새로운 합금 즉 K-H-T의 위력은 아실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원자탄의 10%수준의 폭약 기술입니다. 한국은 새로운 폭발의 원리를 개발했습니다. 새로운 폭약의 개발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방사능이 없는 새로운 핵무기의 대체무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한후가 말을 마친 뒤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
 “한국이 줄 수 있는 것이 그 두 가지 입니까?”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그러면 우리 러시아는 한국에 무엇을 주면되겠소?”
 “한국은 러시아에게 바라는 것은 2~3년간 일본의 오판을 막아 달라는 것입니다.”
 “러시아에서 제공 받고 싶은 기술을 없는가?”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극동방면군 사령관은 자연스럽게 반말로 이어졌다. 그것은 이미 네블로스키 사령관이 마한후의 제안을 받아드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제공받을 기술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양국이 힘을 합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한국의 생각입니다.”
 “그럼 우리 러시아에게 배울 기술이 없다는 뜻인가?”
 글리오프 네블로스키의 음성이 싸늘하게 변했다. 러시아에서 기술을 받을 수 없다는 마한후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마한후는 그런 네블로스키 사령관의 의중을 아는 듯 재빨리 말을 이었다.
 “사령관님, 그런 것이 아닙니다. 대등한 기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한국은 러시아와 한국의 장래만을 생각할 뿐입니다. 한국이 타이푼 급을 구입 하려는 의도는······! 사령관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십니다.”
 “하하하! 이보게 마한후군, 젊은 친구가 만만치 않군. 대단하네. 하하하!”
 “사령관님, 그러면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알겠습니다.”
 “난 아직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네.”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극동방면군 사령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러자 루로 보리스카야가 끼어들어 마한후에게 말했다.
 “미스터 마한후! 거래가 성사된 것을 축하드려요 호호호!”
 “감사합니다, 미스 루로 전부 미스 루로의 덕입니다. 그리고 루로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계약을 성사 시킨 것입니다.”
 “생기는 것도 없는데 성사만 시키면 뭐한 담!”
 마한후의 말에 루로 보리스카야는 생글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한후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무언가 갈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하하! 하하하!
 루로의 종알거리는 말을 듣고 3명의 사내들은 큰 소리로 웃었다. 장내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것이다. 네블로스키 사령관은 생글거리고 있는 루로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말했다.
 “루로양! 그래도 타이푼 급은 성사되지 않았나! 그것만 해도 무기시장에서 1인자가 된 것일세. 아마도 루로 양이 10년은 할 일을 몇 시간 만에 한 것 일세.”
 “호호호! 따지고 보니까 정말로 그러네요! 호호호!”
 네블로스키 사령관의 말을 들은 루로의 표정이 화사하게 펴졌다. 네블로스키를 비롯한 사내들은 루로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같이 웃었다. 잠시 그렇게 웃고 있던 네블로스키 사령관이 마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한후군, 물건은 언제 어디로 보내면 되는가?”
 “사령관님, 미스 루로를 통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시기는 조만간 있을 남북의 통일 발표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후가 될 것입니다.”
 마한후의 말이 끝나자 드미트리 체르넨코가 예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결제는 어떤 방법으로 하시겠습니까? 현물로 하시렵니까? 아니면 현금으로 하시겠습니까? 러시아는 지금 달러가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리고 요청하신 타이푼 급 두 대는 어렵습니다. 한대만 보내드리지요.”
 “좋습니다, 그러면 무상차관 형태로 40억 달러를 보내드리지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즉시 보내 드리겠습니다.”
 거래가 성사되자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극동 방명군 사령관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잘 가게! 마한후군. 유익한 시간이었네.”
 “사령관님, 물건이 도착한 후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마한후가 네블로스키 사령관에게 인사하자 루로 보리스카야가 기다렸다는 듯이 마한후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미스터 마한후, 같이 식사 한다는 약속 지키실 거지요? 그렇지요?”
 “하하하! 루로 양이 시집가고 싶은가 보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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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 으읍!
 아아!! 헉헉헉! 허억······!
 침대위에 두 사람의 남녀가 알몸인 체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루로는 마한후의 목을 끌어안고 환희의 신음을 내뱉었다 잔잔한 파도가 태풍을 만나 점점 거칠어지듯이 두 사람의 몸도 점차 거친 움직임을 보였다. 한바탕 격정이 끝난 후······.!
 “한후, 나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나 한후를 사랑하나봐······! 정말이야.”
 “루로, 나는 나라를 위해 이 한목숨 버릴 사람이야! 나에게는 사랑이란 사치와도 같아. 그런 이유로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아.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고 할까······!”
 마한후가 루로의 유채꽃 같은 황금빛 머릿결을 만지며 말하자 루로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마한후의 품속으로 더욱 더 파고들었다.
 
 2008년 4월 14일 10:05 워싱턴 백악관
 
 에반스 대통령은 조나단 CIA국장과 델런 터너 부통령 그리고 멕클레이 국무장관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나단 국장, 국장은 한반도의 노랑 원숭이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한국은 지금 2차 대전 때의 각국의 군비 확장과 유사합니다. 다만 이상한 것은 해군의 함정은 많이 늘리고 있지만 탄약의 비축량은 전혀 늘지 않고 있습니다. 정보력을 풀가동하여 알아보고는 있지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조나단 국장의 이야기를 듣던 에반스 대통령이 갑자기 생각난 듯이 질문했다.
 “조나단 국장, 일본과 중국은 어떻소? 한반도의 노랑 원숭이들이 전력을 강화시키고 있다면 그 놈들 역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텐데 말이오.”
 질문을 받은 조나단 국장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일본은 미국에게 지속적으로 자위대가 아닌 천황 군의 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의 해군 전력은 미국의 태평양 함대에 비견 할만 합니다. 일본은 이미 항모 1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 한척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지스함, 구축함 등을 보유 하고 있어 핵을 제외하면 동북아 최강입니다.”
 에반스 대통령은 조나단 국장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엇인가 생각을 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던 대통령이 멕클레이 국무장관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물었다.
 “국무 장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무엇이 있소?”
 “대통령 각하, 일본의 재무장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을 이용하면 견제는 충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속담에는 오랑캐는 오랑캐로서 제압한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금의 동북아의 상황에 아주 어울리는 속담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겠소?”
 “대통령 각하, 일본과 한국은 불과 기름 같은 존재들입니다. 서로의 전력이 비슷하고 미국이 눈감아 준다면 저들은 언제든지 전면전을 벌일 존재들입니다.”
 멕클레이 국무장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반스 대통령이 되물었다. 그런 그의 눈에는 광채가 흐르고 있었다.
 “미국이 나 몰라라 하고 가만히 있으면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비난하지 않겠소?”
 “대통령 각하, 요즈음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극히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남한의 지원을 받아 경제가 안정되어 가는 이때 러시아와의 밀월관계를 다시 시작했다는 것은 미국에 좋지 않은 현상이며 미국이 모르는 무엇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나단 국장이 멕클레이 국무장관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조나단 국장의 대답을 들은 에반스 대통령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조나단 국장의 말대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좋아진다면 미국으로서는 절대로 방관하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남한이 북한을 지원하여 북한의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무장도 경제와 비례하여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에반스 대통령은 좌중을 둘러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관계라······.! 혹시 그 노랑 원숭이들이 통일을 한다고 떠드는 것 아니오? 그것은 막아야 합니다. 한반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미국의 국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마시오.”
 
 2008년 4월 14일 11:00 일본 수상관저
 
 고이즈미 총리는 극우파이며 독단적인 사람으로 일제의 과거사는 부정하면서 천황 군을 만드는 것에 전력투구 했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의 일부 양심 있는 학자들과 지식층들이 반발을 했지만 우익세력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인하여 천황 군을 만드는 꿈을 서서히 이루고 있었으며 일본의 재무장은 시간문제이며 미국도 이를 받아들이는 태세였다.
 “방위청 장관,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것 같소?”
 “반드시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 일본의 군사력의 수준은 해군만 놓고 볼 때 이미 미국의 태평양 함대 수준입니다. 육군도 유사시 100만 대군으로 편성할 수 있게 준비를 끝냈습니다. ‘다케시마’(독도)와 ‘센카쿠열도’ 그리고 ‘쿠릴열도’수복을 위해서라도 자위대가 아닌 천황 군으로 반드시 재무장을 하여야 합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질문을 받은 나카무라 방위청 장관이 입에서 침을 튀어가며 천황 군으로 무장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2008년 현재 일본의 군사력은 핵을 제외하면 세계 2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위대의 속박에 묶여 타국의 전쟁이나 영토분쟁 지역에 적극적으로 군대를 파견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불만이었다.
 “수상 각하, 당장에 자위대를 폐지하고 천황 군으로 재무장을 천명하고 ‘다케시마’(독도)의 수복을 서둘러야 합니다. 한국의 해군력 증강 속도가 무섭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다면 다케시마의 수복이 불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미나무라 외무성 장관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온건파이며 친 한파이기도한 고바야시 내무성 장관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보시오, 미나무라 외상.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칫 한국과 전면전을 치룰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일본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바야시 장관, 일본과 한국이 전면전을 펼치더라도 한국의 막강한 육군은 절대로 일본해를 건너지 못합니다. 우리는 해군은 이미 항모를 보유하고 있고 이지스함 역시 다수를 보유하고 있소. 우리 해군은 한국의 모든 함정을 바다 속에 처박을 것이오.”
 고이즈미 총리는 자연스럽게 해상자위대를 해군이라고 칭하며 고바야시 내무성 장관을 반박했다. 그러자 미나무라 외무성 장관이 덧붙이듯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우리 일본의 기동함대는 어느 나라의 함대와 붙어도 절대로 패하지 않습니다. 그러데 하물며 한국의 해군쯤이야 애들 달래는 수준이 될 것이오. 한국의 해군 정도는 우리 일본의 호위대군 2개만 보내면 한국해군은 모두 수장될 것인데 무엇이 겁이 나오?”
 “수상 각하. 물론 우리 일본의 자위대함정의 성능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 자위대의 함정들도 최소한 3개의 호위대군을 수장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육군은 우리의 자위대 보다 월등하게 강합니다. 공군 또한 일본과 대등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일본의 수만의 젊은이들이 저 차가운 바다 속에 빠져죽을 수 있다 이말 입니다.”
 “이보시오, 고바야시 장관. 전쟁이란 희생자가 나오기 마련이오. 그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지요. 그리고 설사 우리의 호위대군 3개가 사라진다고 합시다. 그래도 우리는 기동함대와 호위대군 1개가 남지 않소? 그것으로 제해권과 제공권을 잡으면 전쟁은 이긴 것이나 다름 없소.”
 나카무라 방위청 장관이 탁자를 탕탕 치며 큰 소리로 말하자 고이즈미 총리가 나카무라 방위청 장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카무라 장관, ‘다케시마’ 수복계획서와 한국과 전면전을 가상한 시나리오대로 그럴 경우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여 보고서를 올리시오.”
 “수상 각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도 예상을 하셔야 합니다. 북한의 장거리······!”
 고바야시 내무성 장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이즈미 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을 형편이 없다고 하는데 무엇이 걱정이오.”
 고바야시 내무성 장관은 넋 나간 표정으로 천정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우리 일본이 이대로 끝나는가······!”
 
 2008년 4월 13일 11:35 모스크바 크렘린 궁
 
 “글리오프! 그래 협상은 잘되었소?”
 푸틴 대통령은 예의 톤 높은 목소리로 글리오프 네블로스키 극동군구 사령관에게 질문했다. 질문을 받은 네블로스키 사령관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통령 각하, 역시 우리가 예상한대로 우수리스크와 연해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정 그 두 곳을 한국에게 넘겨주시렵니까?”
 “구스타프 이야기 해 보시오.”
 푸틴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러시아 정보국의 구스타프 국장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대통령 각하.”
 “현재로서는 러시아는 강력한 우방이 필요합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시절의 강력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 독립국가연합의 모든 국가들을 러시아에 강제 편입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경이 안정이 되어야하는데 한국이 그 역할을 해준다고 하니 우리 러시아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래도 그 땅들을 어떻게 얻은 것들인데 돌려줍니까.”
 드미트리 체르넨코가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생각은 우수리스크와 연해주를 한국에 넘겨주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푸틴 대통령은 드미트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하하하! 드미트리. 독립국가연합을 러시아로 편입시키고 난 후, 한국에게 다시 찾으면 되지 않겠소? 잠시만 맡겨 놓자는 것이오.”
 “대통령 각하, 타이푼 급 전략핵잠수함은 보내야 하겠지요?”
 “그럽시다, 한국과 중국이 한판 벌일 모양인데 러시아는 한국의 강력한 우방인 것을 각인 시켜야 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벌리면 우리도 때를 같이하여 독립국가연합을 병합합시다. 소비에트의 영광을 위해······! 하하하!”
 말을 마친 푸틴 대통령이 큰 소리로 웃었다. 네블로스키를 비롯한 다른 사람도 대통령을 따라 큰 소리로 웃으며 소비에트의 영광을 외쳤다.
 
 2008년 4월 19일 11:00 북경 인민대회당
 
 “주석 동지, 북한이 도대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강력한 압력을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윈샤량 외교부장이 보고서를 들고 후진타오 주석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감히 북한 따위가 대국인 중국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 못마땅하다는 투의 목소리였다.
 “감히 북한 따위가 우리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말이오?”
 후진타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마우퉁궈 제2포병 사령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주석 동지, 북한에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다시 한번 강력하게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민해방군을 국경 쪽으로 이동 배치하여 상황을 봐가면서 북한을 조국에 편입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마우퉁궈 제2포병 사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중국은 베트남과 국경분쟁으로 인한 전쟁 그리고 필리핀과의 남사군도 분쟁을 하고 있었다. 북한에게 군대의 파견을 요구했다.
 북한은 중국의 요구를 묵살하고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이 자존심도 상했고 괘씸하기 까지 했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주석 동지, 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한번 만나 보겠습니다.”
 창안취안 선양군구 사령은 평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워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그리고 북한이 어려울 때 창안취안 선양군구 사령이 여러 번 도와 준 적이 있었다. 창안취안 선양군구 사령의 말이 끝나자 후진타오 주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렇게 해 보시오, 그리고 강력한 경고의 메세지도 전하시오. 만약에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할 것이오.”
 후진타오 주석은 북한이 중국의 요구를 묵살한 것에 대해 버릇없는 아이 취급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창안취안 선양군구 사령의 의견을 승낙한 후, 쑨원라이 총 참모부 주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쑨 동지, 우리 인민해방군의 무기 첨단화 작업은 잘 되어가고 있소?”
 “주석 동지. 현재 해군은 낙후된 함정들을 신형함정으로 교체 중이며 이번에 현대 급 구축함 6척을 새로 수주했습니다. 항모는 현제 건조율 90%이상 진척되어 곧 남해, 동해, 북해의 모든 함대가 항모를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공군은 J11전투기 40대를 실전배치 중이며 2년 후에는 1개 항공 단이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육군인데 육군은 장비교체 시기가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쑨원라이 총참모부 주임이 자랑스럽다는 듯 어깨를 펴고 말했다. 후진타오는 쑨원라이 총참모부 주임의 보고들 듣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육군이야 우리 조국이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 전력인데 무엇이 걱정이오?”
 후진타오 주석은 쑨원라이 총 참모부 주임의 대답을 듣고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중국지도부는 북한과 베트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첫 번째 일이 베트남의 침공 이었고 북한으로 하여금 베트남을 상대하기로 계획을 했다.
 하지만 중국지도부의 예상을 깨고 북한이 베트남에 파병해 달라는 중국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중국 지도부는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번 기회에 북한도 중국으로 편입시키려고 작정하고 있었다.
 
 2008년 4월 25일 14:00 평양 주석 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소 사이가 돈독한 선양군구 사령 창안취안 상장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창안취안 선양군구 사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중국이 요청하는 파병을 따라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김 위원장! 제발 고집 좀 그만 부리시오. 고집을 부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소? 그러니 고집 그만 피우고 베이징 당국의 요청을 들어 주시오.”
 창안취안 선양군구 사령의 간곡한 부탁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창 상장, 당신과 나는 예전부터 친구처럼 지내고 있소. 그런데 친구의 나라에 와서 인민들을 전쟁터에 내보내라고 말하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김 위원장, 베이징의 강경파들은 이 기회에 북한을 아예 중국으로 예속 시키려 한고 있단 말이오! 그러니 그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마시오.”
 “뭐이가, 어드래? 우리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을 중국이 어드러케 한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창안취안 상장의 말을 듣고 대노했다. 창안취안 상장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당장에 끌어내어 총 살 시켰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중국으로 예속시킨다는 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슴에는 무서운 분노가 일어난 것이다.
 “창 상장, 당신이 아무리 나의 친구 같은 존재라고해도 난 우리 인민을 위해 당신의 가슴에 총을 쏠 수 있소. 내래 전쟁 따위는 무섭지 않소. 돌아가면 후진타오에게 똑바로 전하시오. 우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쳐들어오는 놈들은 공화국의 인민 단 한명이 남더라도 싸울 것이오. 오려면 와보라고 하시오, 아주 박살 이래 내주 가서······!”
 “이보시오, 김 위원장! 흥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해쳐나갈지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소?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가해 보시오.”
 “생각이고 뭐고 없소, 내래 결심했소. 창 동지도 공화국을 얕보지 말 라우! 그 누구도 우리 공화국에 군화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갔어.”
 말을 마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에는 광기의 빛이 서렸다.
 
 2008년 12월 4일 11:30 청와대
 
 안현수 대통령은 북한의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했다. 관계 장관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좌중을 둘러보면서 말문을 열었다.
 “국정 원장, 중국이 북한에게 압력을 행사하며 위협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로서는 어떠한 방법이 좋겠소? 있다면 말해보시오.”
 “대통령 각하, 한국은 북한지역을 한국의 영토라고 분명하게 천명한 바 있습니다. 유엔을 통하여 강력하게 항의하고 장궈량 중국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것은 주권침해이고 명백한 침략행위로 간주 할 수 있습니다.”
 길만배 국정원장의 보고가 끝나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국정 원장, 문제는 중국이 유엔을 무시 한다는데 있소. 저들은 상임이사국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안보리의 소집도 안통하고 또한 베트남을 불법 침공을 하였는데도 누구하나 중국을 비난하는 국가가 없지 않소?”
 안현수 대통령의 말대로 중국은 베트남을 침공하자 베트남은 즉시 유엔에 호소하며 중국의 침략을 안보리에 상정하여 중국으로 하여금 철군하게 하려고 했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안보리 상정을 원천 봉쇄하였다.
 베트남의 인접 국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경찰국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놓치는 것이 두려워 중국의 베트남 침공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 3세계 국가들과 비상임 이사국들은 중국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에게 제제를 가하는 표결에서는 대 부분의 국가들이 기권을 하고 말았다. 그들 국가들 역시 중국의 거대한 시장이 버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안현수 대통령은 길만배 국정원장의 대답이 없자 자신 앞에 놓여있는 물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국방장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국방 장관, 우리의 군 전력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소?”
 대통령의 질문을 받은 국방장관은 보고서를 잃으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통령 각하, 앞으로 2년이면 1차 군 증강 사업이 마무리 됩니다. ‘다물’에서 개발된 각종 신형 무기들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듯 합니다.”
 “국방 장관,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지출한 국방비가 얼마인지 아시오? 무려 3배요 3배! 통일비용까지 사용한 것을 생각 한다면 천문학적인 숫자입니다.”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국방장관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대통령의 말대로 한국은 국방비를 3배나 지출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일본이 자위대를 폐지하고 천황 군을 창설했다. 일본이 천황 군으로 무장하자 아시아가 들끓었다.
 중국은 베트남을 무력 침공하여 북한의 참전을 요구하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천황 군을 창설한 것이다. 일본은 천황 군을 창설하면서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아도 일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침공을 예방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묵인해 주고 있었다. 바야흐로 동북아 전체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러시아와 암묵적인 거래를 성사시킨 마한후는 루로 보리스카야 와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마한후입니다. 네, 네! 곧 들어가겠습니다.”
 “루로, 나 한국에 가봐야 하겠어! 중국 때문에 일이 생긴 모양이야.”
 마한후가 한국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하자 루로가 보채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한 순간을 깨는 사람들이 미웠다. 루로는 생애 처음 가져보는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통일한국 (1)
 
 
 
 
 
 
 루로는 마한후에게 칭얼대며 달라붙었다. 그런 마한후는 루로의 코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의 입가에는 옆은 미소가 피어있었다.
 “우웅! 싫어, 가지마······!”
 “안돼! 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 알잖아. 일마치고 바로 돌아올게.”
 “나도 따라 갈래, 응? 응?”
 “안돼는 거 알잖아.”
 마한후가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하자 루로는 체념한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치! 알았어! 그럼 일 다보면 빨리 와야 해.”
 “하하하 알았어! 일 다 끝나면 총알같이 날아올게.”
 마한후는 루로와 대화를 끝내고 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짐을 챙기고 난 뒤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루로와 작별인사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08년 12월 7일 12:46 지리산 다물
 
 마한후가 지리산에 위치한 ‘다물’에 도착하자 길만배 국정원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물’은 지어진지 3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완공하지 못하고 계속 확장하는 중이었다. 외형적인 모습은 사찰이었지만 이곳이야 말로 한국의 기술이 집약된 곳이었다.
 “선배님이 어인일로 저를 다보자고 하셨습니까?”
 “야, 한후. 오랜만이다. 그리고 여기처럼 안전한곳이 어디 있나? 미국의 북미 방공사령부라면 또 모를까 귀한 자네를 모시려면 이 정도 안전한 곳을 되어야지 않겠냐?”
 길만배 국정원장이 마한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애기했다. 그의 표정은 자신의 가족을 만난 것처럼 기쁜 표정이었다.
 “그렇군요, 선배님 말씀대로 여기만큼 안전한 곳은 북미방공사령부나 펜타곤이겠지요. 앞으로는 그 순서가 바뀌겠지만 말입니다.”
 “이 사람, 그만 하게나. 내가졌네! 무슨 말을 못하겠군.”
 “그런데 선배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선배님이 직접 전화를 다하시고 말입니다. 선배님의 전화를 받고 큰 일이 생겼는지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아십니까?”
 마한후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길만배 국정원장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길만배 국정원장은 그런 마한후를 마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네, 그 루로라는 아가씨와 살림 차렸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란 말일세!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하고 북한에 참전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난리라네.”
 “선배님도 새삼스럽게 왜 그러십니까? 예상하던 수순 아닙니까? 단지 걱정스러운 것은 김 위원장이 잘 버텨줘야 한다는 것뿐입니다.”
 “대통령께서 자네의 보고서가 올라오지 않는다고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시네. 이제 서울로 왔으니 보고서나 올려주게.”
 말을 마친 길만배 국정원장이 마한후의 가슴을 툭 하고 쳤다. 두 사람이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다물’의 화학부장이 왔다.
 “호호호! 두 사람 오랜 만이네요”
 “어? 형수님, 오랜만입니다. 우와······! 우리 형수님은 점점 예뻐지시는 것 같네요. 비결 좀 알려주세요. 나중에 마누라 될 사람한테 알려주게요. 아참! 형님께서는 안녕하시죠?”
 “호호호! 정말로 내가 예뻐졌나요? 호호호! 한후씨, 남편도 한후씨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한답니다. 요즘에는 무엇을 발견했는지 집에도 통 들어오지 않아요. 무엇인가 획기적인 것을 발견한 모양인가 봐요.”
 화학부장 정숙영이 총알같이 말했다 그런 정숙영을 바라보는 마한후의 눈에는 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마한후에게는 ‘다물’의 모든 사람들이 친구요 형제였다.
 “남편이 저럴 때마다 무엇인가 한 건씩 했거든요.”
 “참 형수님, ‘다물’에서 무엇인가를 준비 했다는데 그 것이 무엇입니까?”
 “호호호! 그것 때문에 두 분이 오신 것 같아서 이렇게 달려왔어요.”
 “야! 정숙영, 호들갑 좀 떨지 마라. 그리고 친구가 왔는데 아는 체 좀 하고······!”
 “어라 삐쳤어? 남자가 쩨쩨하게 에라 이 인간아······!”
 정숙영이 핀잔을 주자 길만배 국정원장은 딴청을 피웠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 ‘다물’로 같이 들어온 영재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마한후는 정숙영에게 ‘다물’에서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재촉했다.
 “형수님, 준비했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궁금합니다. 빨리 알려주십시오.”
 “호호호! 무엇이 그리 급하실까? 에이······! 좋다. 우리 도련님이 보채시니 내가 특별히 알려 줄게요. 사실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레일건을 만들고 있어요.”
 “레일건이오?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 총 말하는 것인가요?”
 마한후는 정숙영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자신이 본 영화 스타워즈를 떠올렸다. 정숙영은 마한후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하자 옆구리를 잡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로 대답했다.
 “호호호! 순진하시긴 그것은 레이저구요. 그렇게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답니다. 뭐 보기에 따라서는 레이저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개념의 무기예요. 이 레일건은 총신에 전자석의 원리와 비슷한 흠 머랄까······! 자기부상 열차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요. 탄자를 시속 9,000km로 목표를 향해 발사 하는 것이죠.”
 “억! 마하 7.5?”
 정숙영의 말을 듣고 마한후가 비명을 지르며 놀랐다. 정숙영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굉장한 무기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정숙영은 마한후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자 피식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무얼 그렇게 놀래요? 아직 설명도 끝나지 않았는데······! 아무튼 탄자를 시속 9,000km의 속도로 쏘아 엄청난 운동에너지로 목표는 푸아학! 무슨 말인지 알지요? 사거리 380km, 분당 30발씩 2연장으로 만들고 있어요. 일단을 새로운 전투기에 장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는데 내년 말이면 끝날 것 같아요.”
 “형수님······! 관통력을 얼마나 됩니까?”
 정숙영을 향해 질문하는 마한후의 음성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한후는 정숙영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들었다.
 “한후씨, 이것은 관통력이 아니고 파괴력이랍니다. 파괴력! 그리고 파괴력은 전차에 사용되는 특수강판 500mm 이상을 파괴 한답니다. 파괴력 증강 부분도 연구 중이랍니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마한후는 갑자기 정숙영을 안고 큰 소리로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레일건의 이야기를 들은 마한후는 온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보게, 한후. 그렇게 좋은가? 내가 자네를 여기로 오라고 한 것은 사실 숙영이에게 레일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자네 생각이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이리 오라고 했네.”
 “하하하! 선배님 좋다 뿐입니까? 레일건이 완성 되면 우리의 천사는 날개를 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꿈 말입니다. 우리의 꿈! 하하하!”
 세 사람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중국은 북한을 끝없이 압박했지만 북한은 끝내 중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중국은 북한과 국경지역에 인민해방군을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2009년 2월 2일 11:55 경기도 성남 시 서울공항
 
 앵무새1. 이상 무!
 앵무새2. 이상 없음!
 앵무새3. 깨끗합니다.
 국정원 소속의 특수과 요원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오늘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빈 방문하여 통일에 관해서 대통령과 협의하기 위해서 방한하는 것이었다.
 “시팔, 죽을 맛이군······! 염병할 놈이 꼭 이 추운 날 와서 고생을 시키나, 젠장.”
 국정원 특수과소속의 강소희 소령은 도대체가 못 마땅했다. 그것은 마한후가 러시아로 날아간 뒤 아직까지 연락이 없던 것이 강소희 소령에게는 모든 것이 짜증스럽기만 한 것이다.
 “한후, 이 자식은 어디에서 계집을 꿰 차고 있나 연락도 없고 에이! 시팔······!”
 “어이, 강 소령. 마한후는 지금 서울에 있다 아마도 내일쯤이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니까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야.”
 한진수 소령이 투덜대는 강소희를 달래며 말했다. 순간, 김정일 위원장을 태운 비행기가 북쪽 하늘에서 공항을 향해 다가왔다. 순간 모든 국정 원 특수과 요원들과 특수부대 요원들은 잔뜩 긴장했다.
 우우웅!
 끼익! 끼익!
 비행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서 착륙했고, 잠시 후, 비행기의 도어가 내려졌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수행비서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빵빠라 빵빠라! 꿍짝 꿍짝!
 군악대의 환영 인사가 울려 퍼지고 드디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계단을 내려오면서 손을 흔들어 환영 나온 사람들에게 답례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날씨도 추운데 오시느라고 고생 하셨습니다.”
 박해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을 맞으며 인사했다.
 “반갑습네다,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는 듯 날씨도 아주 맑습니다.”
 박해영 통일부 장관의 인사를 받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화답의 인사를 했다. 잠시 동안 서로 덕담을 나누던 박해영 장관이 앞장서며 말했다.
 “어서 가시죠, 대통령께서 많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하하! 그럽시다.”
 잠시 후, 의전 절차를 생략한 채,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행과 수행원들을 태운 에쿠스 리무진 승용차가 미끄러지듯이 서울공항을 빠져 나갔다.
 
 2009년 2월 2일 14:00 청와대 영빈관
 
 “김 위원장님, 정말로 잘 오셨습니다. 정말로 오랜 시간 30년의 세월이 이리도 빨리 갈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정말로 감개무량 합니다.”
 “대통령 각하, 아바지 수령 동지께서 제가 어린 꼬마일 때부터 누차 이야기 했더랬습네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고 우리의 힘으로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서 다시는 외국의 침략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네다. 그리고 언젠가는 기회가 오면 남조선 인민들에게 꼭 사죄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맞습니다, 제가 30년 전에 만났을 때에도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이 끝난 뒤, 안현수 대통령은 지난 일들을 회상하면서 대답했다.
 “당시 북, 남이 서로 아웅다웅! 하더니 이런 거대한 일을 하실 줄은 정말로 몰랐습네다. 저도 깜빡 속았을 정도로 아바지께서는 비밀을 지키셨습네다.”
 “이제 그 결실을 맺어야지요.”
 “그렇지요, 이제 우리래 장기적이고 원대한 계획을 실현해야 하지 안캇습네까? 기래서 내래 남쪽에 온 거입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장된 몸짓을 하면서 말하자. 안현수 대통령은 빙그레 웃으며 화답했다.
 “그럼 세세한 것은 실무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식사나 하러 갑시다. 이거 꼭 동생을 만난 기분입니다. 허허허!”
 “대통령님, 핏 줄이 없는 걸로 아는데 말입네다. 이런 말은 외교적으로 적절치 않지만 은퇴하면 우리 의형제나 맷읍수다래. 우리가 남입네까? 하하하!”
 안현수 대통령의 말이 끝나고 난 뒤 웃는 얼굴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바라보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큰 목소리로 웃으며 화답했다. 이것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호방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고 할 수 있었다.
 
 2009년 2월 3일 10:30 프레스 센터
 
 내외신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남북의 정상들이 국민에게 올리는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국의 정상들이 나란히 서자 기자들의 플래시가 이곳저곳에서 줄기차게 터졌다. 한동안 포즈를 취하던 안현수 대통령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친애하는 남북한 국민여러분! 존경하는 내외신 기자 여러분! 우리는 그 동안 일제탄압을 비롯하여 6.25 한국전쟁 그리고 전쟁후의 분단의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아픔을 씻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꿈인 자주국방을 실현 하려고 합니다. 친애하는 남북 국민여러분! 이 자리를 메워주신 내외신 기자여러분! 우리는 이 시간 이후부터 통일이 되었음을 천명합니다. 이제 남북, 북남은 없습니다. 오로지 하나의 국가 일뿐입니다.”
 안현수 대통령의 발언에 내외신 기자들이 술렁였다. 특히 한반도에 강력한 통일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중국의 신화통신과 일본의 NHK 특파원들의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안현수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 반대할 수 있는 시간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다.
 웅성! 웅성!
 아아! 조용히들 해주십시오.
 장내 아나운서가 기자들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하자, 장내는 점차 술렁거림이 가라앉고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장내가 정리되자 안현수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외국의 군대 또는 외세의 힘으로 나라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힘으로 나라를 지킬 것이며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 한국은 외세로부터 국가를 지킬 수 있는 힘을 보유했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비밀리에 남과 북 북과 남이 힘을 합쳐 우리의 손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는 무기들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존경하는 내외기자여러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남과 북, 북과 남은 통일되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안현수 대통령의 짤막한 발언이 끝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이크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표정도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장내를 천천히 돌아본 후, 특유의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남조선 인민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입네다. 꿈에도 그리는 통일 말입네다. 이 순간 이후부터는 북남, 남북은 없습네다. 오직 한국만 있을 것입네다.”
 와아! 만~세! 대한민국 만~세!
 TV를 시청하던 국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만세를 부르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TV를 타고 전국으로 퍼지고 있었다.
 “존경하는 인민 여러분! 나는 오늘 여러분께 아바지를 대신해서 사죄를 드리갔습네다. 우리 아바지께서도 기회가 되면 북남전쟁 때 숨진 병사들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 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네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네다, 죄송합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카메라를 향해 큰 절을 올렸다. 남북정상의 기자회견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타전되고 있었다. 서울 발 충격파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러시아를 제외한 한반도의 주변국들의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끝나고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공세 속에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난처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조선일보의 김미영 기자입니다. 앞으로 남북은 어떤 방법으로 경제 사회 국방을 통합해 나갈 것 입니까?”
 “그것은 실무자들이 협의를 해서 무리 없이 통합을 추진 할 것입니다. 양측의 실무자들이 이미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압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대변인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장내가 시끄러워지며 서로 자신이 질문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2번째 줄에 있는 가죽점퍼 차림의 기자를 가르켰다.
 “아 거기 남자 분! 아니 당신 말고 그 옆에 분! 질문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나경민 기자입니다. 앞으로 전쟁 때 희생당한 유공자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까? 또한 정부는 보상을 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하실 것 입니까?”
 “현재 정부는 남북, 북남 전쟁 때의 피해자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보상 수준은 매우 적절한 수준에서 보상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한분만 더 질문을 받겠습니다. 네 거기 금발여성 분······!”
 “NBC특파원입니다. 남북의 통일은 미국과 한국에게 어떠한 영향을 가지며 또한 주한미군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한국과 미국은 지난 50여 년간 끈끈한 정으로 맺어져 있습니다. 그러한 사이는 계속해서 지속될 것이며 주한 미군의 문제는 실무자 차원에서 충분히 협의를 거쳐 처리를 할 것입니다. 이상으로 남북한 정상들의 특별기자 회견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남북정상의 전격적인 통일 발표이후 세계의 경제는 춤을 추고 있었다. 특히 주식시장의 북한과 관련된 주식은 모두 상한가를 기록하고 주식시장에는 한숨소리와 환호성 소리가 울렸다.
 남한과 북한은 모든 외화를 동원하여 수개월 전부터 북한관련 주식과 통일이 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주식들을 선별하여 꾸준하게 사들인 결과 막대한 차익을 남겼고, 이는 모두 통일비용과 군 장비의 현대화작업의 자금으로 들어갔다.
 이 모든 것이 마한후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고 마한후가 왜 실질적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남북은 마한후의 전략으로 보유한 모든 외화를 동원하여 어마어마한 외화 획득의 효과를 보았다.
 
 2009년 2월 7일 10:00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해영 통일부 장관과 김영남 북한공산당 최고인민회의 상무위원장이 남북간의 합의 사항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친해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내외기자 여러분! 지금 발표하는 것은 남과 북 북과 남이 통일하는 문제에 대하여 북한과 합의된 사항을 밝혀둡니다. 위 사항은 대한민국의 어떤 법보다 우선시되며 또한 영원이 변치 않을 것입니다. 총10개 사항으로 이루어진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통일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과국의 국호는 한국이며 영문은 역시 마찬가지로 KOREA이다. 국기는 남북 통일기가 국기이며 국가는 애국가이다.
 2. 남북의 군 통수권은 대통령이 가지며 앞으로 5년 간 현직 대통령이 그 직책을 수행한다. (임기 종료 후 투표를 실시하여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다.)
 3. 남북의 군사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군사 통제위원회를 만들고 의장직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맡는다. 대통령 유고시 군 통수권은 총리가 아닌 군통위(가칭)의장이나 의장이 지명하는 자가 군 통수권을 가진다.
 4. 이 시간 이후로 남과 북의 모든 외국 군대는 철수를 하여야한다.
 5. 유사시 모든 권한은 대통령 또는 군통위 의장에게 있으며 모든 국민들은 이를 따른다.
 6.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은 모두 한국으로 귀속한다. 이를 간섭하는 국가나 단체들의 행위는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며 국제법상으로도 어긋나는 행위이다.
 7.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폐기 운운하는 국가나 단체는 선전포고로 간주한다.
 8. 모든 핵 보유 국가나 장거리 대량살상 무기보유 국가들이 위 무기들을 폐기하면 한국도 국제 단체의 협조아래 전량 폐기한다.
 9. 통일 한국은 자주 독립 국가이며 한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제 법’ 을 준수한다.
 10. 한국영공이나 영해를 불법 침범하는 군용기나 군함정은 이유 불문하고 격침 또는 격추 시킨다. 이것은 영공이나 영해를 침범한 군용기 혹은 군함정이 소속된 국가의 책임이다.
 위 사항은 남북 북남의 합의 사항이고, 이를 어기는 자는 법이 정하는 최고형을 받을 것이며 이 시간 이후로 국회는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여 국회의원을 다시 선출한다. 남북이 안정되는 3개월간 한시적인 전국 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사령관은 현 합참의장으로 한다. 남북의 합의······!
 
 남북한의 합의 사항이 발표되자 여야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를 맹비난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그들이 단식농성을 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눈을 속였으며 국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자신들 멋대로 통일을 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단식농성을 하던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눈총만 받고 단식농성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기다려온 통일이던가! 국민들의 눈에는 정부를 비방하고 단식투쟁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욕을 하며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였다.
 
 2009년 2월 7일 13:35 워싱턴 백악관
 
 에반스 미국 대통령은 하용수 주미대사를 호출하여 미국과 사전에 합의도 없이 통일을 발표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한 한국정부에게 강력한 경고와 함께 항의했다.
 “하 대사, 한국이 어떻게 미국에게 이럴 수 있다는 말이오? 우리 미국의 국민들이 피를 흘려 한국을 공산당에게서 지켜 주었건만 한국은 은혜를 저버리고 우리 미국을 뒤통수를 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이오. 이것은 배신행위이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오, 아니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대통령 각하, 그 점은 저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국의 입장에서도 미국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에반스 대통령은 하용수 대사가 충분한 보상을 했다고 말하자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에반스 대통령의 생각하기에는 하용수 대사의 말속에 한국정부가 미국정부를 기만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요? 보상이라니. 우리 미국이 아니었다면 당신네 나라는 없었을 것이오! 은혜를 모르는 짐승들조차도 한국정부와 같은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오. 이것은 우리 미국에 대한 도전이며 배신행위요. 알겠소?”
 “대통령 각하, 그 동안 본국은 주한미군의 막대한 방위비를 부담하였으며 무기 또한 미국이 원하는 가격에 사줬습니다.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게 주둔비용을 지불하는 국가는 본국 뿐 이었다는 것을 알아주셔야 합니다.”
 하용수 대사가 에반스 대통령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그런 그의 말에는 미국을 두려워하는 느낌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하용수 대사의 말을 들은 에반스 대통령은 할말을 잊고 말았다.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어찌 하겠는가······ 에반스 대통령은 국무장관에게 고개를 돌리며 지시했다.
 “멕클레이, 안보회의를 소집하시오. 당장······! 그리고 대사. 당신들은 우리 미국을 우롱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할 거요! 명심하시오.”
 “알겠습니다, 대통령각하. 그럼 이만.”
 하용수 주미대사가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문을 나서자 에반스 대통령은 자신의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하였다.
 쾅!
 대통령집무실을 나온 하용수 대사는 문밖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개새끼······!”
 
 2009년 2월 7일 14:00 도쿄 수상관저
 
 “미나무라 장관, 조센징들이 통일했다고 발표를 했는데 우리도 담화문을 발표해야하지 않겠소?”
 고이즈미 총리의 질문을 받은 미나무라 장관 외무성 장관은 거만한 태도로 총리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순간 나카무라 방위청 장관이 한발 앞서 대답했다.
 “수상 각하, 아무래도 ‘다케시마’의 수복을 앞당겨야 되겠습니다. 저대로 한반도가 안정이 된다면 ‘다케시마’(독도)의 수복이 영영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놈들 통일하는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천황 군을 투입해야 합니다.”
 나카무라 방위청 장관이 독도를 점령하자고 강력히 주장했고, 요시이 관방장관도 나카무라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수상각하, 지금이 적절한 시기입니다. 미국도 조센징 놈들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호위대군 투입한다면 저놈들을 모조리 수장 시킬 수 있습니다.”
 나카무라 장관과 요시이 장관의 말을 들은 고이즈미 총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봅시다, 지금은 한국은 전국에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란 말이오. 즉 전군이 비상중인 이때에 ‘다케시마’를 수복하기는 쉽지가 않소! 조금만 두고 봅시다. 중국!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분명 한국을 침공 할 것이란 말이오! 중국이 한반도를 공격할 때 우리 일본의 천황 군이 ‘다케시마’를 공격하면 그야 말로 땅 집고 헤엄지기 아니겠소? 일본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지 않고 말이오. 하하하!”
 “수상 각하, 각하의 말씀대로 중국이 한반도를 침공하겠습니까? 중국은 지금 베트남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인데······! 총리각하. 중국은 2개의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카무라 장관, 중국은 북한이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오. 아마도 중국은 선양군구의 집단군만으로도 한반도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그렇지만 한국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 후후후! 두고 보시오. 중국은 한반도를 침공할 것이고, 또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일본에게도 큰 이득이 생기겠지. 하하하! 하하하하!”
 고이즈미 총리는 말을 마친 뒤 박장대소했다. 내각장관들은 총리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고이즈미 총리를 바라보았다.
 
 2009년 2월 7일 14:00 베이징 인민대회당
 
 후진타오 주석은 한국이 통일을 발표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사각형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으며 눈빛은 은은한 광기까지 흘렀다. 정치국원들은 그런 후진타오 주석을 바라보며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장내가 후진타오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쥐 죽은 듯 조용해진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정치국원들을 둘러보았다. 정치국원들이 모두 입을 열지 않자 후진타오 주석의 입에서 차가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김정일 이놈이 감히 대국을 무시하다니 가만히 두지 않겠소. 우리 조국이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건만 배신을 하다니······! 쑨원라이 상장, 지금 당장 전 인민해방군에게 전투태세를 명하시오.”
 “주석 동지,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조금 더 기회를 보시지요.”
 후진타오 주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양군구 사령인 창안취안 상장이 자신의 생각을 만류하자 후진타오 주석은 차가운 눈길로 창안취안 상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보시오, 창 동지. 무슨 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오? 한국정도는 선양군구 만으로도 충분히 제압 할 수 있는 것 아니오?”
 “주석 동지,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지금 우리조국은 베트남과 전쟁 중입니다. 베트남과 전쟁을 하면서 한국과 전쟁을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조국은 두개의 전쟁을 수행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전력은 조국의 최강이라는 선양군구, 베이징군구, 지난군구의 모든 병력을 투입하여도 승리를 장담 못합니다.”
 창안취안 상장의 말이 끝나자 후진타오는 고함을 질렀다. 중국의 최정예군구를 모두 동원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창안취안 상장의 말에 참았던 노기가 폭발한 것이었다.
 “상장, 그 따위 작은 나라 따위를 상대하는데 우리의 최정예 3개 군구가 동원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다니 말이 된다고 보시오? 혹시 그대가 한국과 전쟁을 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것 아니오?”
 “주석 동지, 예전 북한의 전력은 우리 선양군구 하나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한입니다. 남한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최신예 무기들은 우리조국의 전투력을 상회합니다. 육군의 전차만 보더라도 K1A1은 우리의 90식 또는 2,000식전차가 상대가 되지를 않습니다.”
 창안취안 상장은 묵묵히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공군 또한 장거리 타격력을 가지고 있는 F-15K 전폭기를 80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F-15K 전폭기는 다목적전투기로 F-22스텔스 전투기와 F-35전투기를 제외하면 최강의 전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창안취안의 말을 듣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은 한순간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미국도 두려워하는 군대였다. 헌데 조그만 나라 한국에게 기세에서도 밀린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창 동지, 우리 인민해방군은 최강이라는 미국조차 두려워하는 군대요. 그런 인민해방군이 그 따위 한국에게 겁을 먹는다는 것이오?”
 “주석 동지, 일단은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저는 지금 객관적인 전력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F-15K를 상대할 수 있는 제공기로는 J11전투기뿐이고 J11전투기는 보유대수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유한 J11전투기가 출격하면 한국은 제공기로 KF-16전투기를 출격시킬 것입니다. 주석동지께서도 아시다시피 F-16전투기는 제공기로서 뛰어난 성능이 입증된 기종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KF-16전투기는 개량을 하여 성능이 더욱 뛰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육군 또한 한국은 정규군 170만 예비전력 500만이상입니다. 섣불리 상대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지상군의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은 조국과 비슷한 전력입니다.”
 창안취안 상장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열변했지만 한국을 침공한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창안취안 상장을 쏘아본 후, 정치국원들을 향해 질문했다.
 “핵은 어떻소?”
 “맙소사, 주석 동지. 핵무기 사용은 우리 조국이나 한국 양쪽 모두를 공멸시키는 것입니다 절대로 핵은 안 됩니다. 한국은 이미 핵무기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전략핵잠수함도 구입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러시아의 전략핵잠수함 1대면 우리조국은 지구에서 사라집니다. 전면전을 하더라도 재래전만 수행해야 합니다.”
 쓰엔타오 광자우군구 사령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핵전이라니! 중국이 핵을 사용하는 순간 중국과 한국은 폐허가 될 것이며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변 할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쓰엔타오 광자우군구 사령은 핵무기의 사용이 몰고 올 파장 등을 설명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쓰엔타오 상장의 말이 끝나자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질문했다.
 “일본과 공동 전선을 형성하면 어떻겠소? 우리가 한국을 침공할 때 일본이 부산만 때려준다면 한국을 전력을 둘로 나눌 수밖에 없으니 큰 피해 없이 한국을 병합 시킬 수 있을 듯 하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소?”
 “주석 동지, 그거 묘책입니다. 한번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에 적의 주력이 둘로 나뉜다면 전쟁은 승리 한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제2포병사령인 마우퉁궈 상장이 맞장구를 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른 정치국원들 역시 후진타오 주석이 내놓은 의견에 모두 찬성했다.
 
 2009년 5월 1일 11:00 한국 대통령관저
 
 통일을 선언한 후 안현수 대통령은 친일의 잔존 세력들과 친미 세력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서둘렀다. 친일 세력들과 친미 세력들은 적발 시 모든 재산을 국고에 환수 하겠노라 천명을 하자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친일, 친미 세력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 세력들 또한 무시하지 못하는 정도였다. 안현수 대통령은 친일, 친미 세력들은 단호하게 처벌을 하려 했지만 국무위원들과 그리고 김정일 군통위 의장의 간곡한 만류에 타협점을 찾기에 이르렀다.
 친일, 친미 세력들의 재산을 압류하지 않는 대신 앞으로 정계 진출을 금지하고 또한 정치인의후견인 역할도 금지하였다. 국내에 불어 닥친 한바탕의 회오리가 잦아들고 통일한국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미국의 주도하에 선진 자본은 빠져나가고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환율은 어느새 달러 당 1,300원을 넘고 있었다. 통일한국은 지난 3개월 동안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미국의 주도하에 계획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현수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그의 상념을 깨웠다.
 똑똑똑!
 “들어오시오.”
 “대통령 각하,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시오.”
 안현수 대통령이 들어오라고 말하자 문이 열리고, 비서실장, 그리고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이 들어왔다.
 “어서들 오시오! 그래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요?”
 “대통령 각하, 요즘 국제 정세가 뒤숭숭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겠지요! 아무래도 미국의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자본이 밑 빠진 독처럼 새어나가고 있으니 이러다가 외환위기를 맞는 것 아니오?”
 안현수 대통령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통일부 장관의 말에 대답하려는 순간 오두철 외무장관이 뛰어 들어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대통령 각하, 큰일 났습니다.”
 “아니! 도대체 또 무슨 일입니까?”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이 일제히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렸습니다. 이대로는 더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니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대 공황이 찾아올 것입니다.”
 “미국 놈들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한국 죽이기 시작했군요! 큰일입니다. 큰일! 어떤 돌파구가 필요한데 이 거참······!”
 안현수 대통령도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길만배 국정원장이 그런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커냈다.
 “대통령각하, 차라리 미국에게 어느 정도 사실대로 말을 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국정원장, 우리나라에 또 외국 군대를 주둔 시키자는 말이오? 그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시겠소?”
 “대통령 각하,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중국과의 일전을 불사 한다는 사실과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국익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일단 미국의 안심시키고 중국과의 전면전을 부각시키면서 무기구매를 대량으로 구입한다고 하면 미국도 사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안현수 대통령은 길만배 국정원장의 말은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잘하면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 일을 처리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국가 안전 보장회의를 소집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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