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악마의 숲

악마의 숲 1화

2019.03.11 조회 1,584 추천 13


 [악마의 숲 1화]
 
 
 
 
 
 프롤로그 (1)
 
 대전에 위치한 그린 에너지 연구소.
 아니 한때 그린 에너지 연구소라고 불리던 곳이다.
 이제는 원인모를 폭발 사고와 함께 폐허 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는 위험지역으로 선포되어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었다.
 한때 그린 에너지 연구소라고 불리던 폐허를 지키는 것은 경찰이 아닌 무장한 군인들이다.
 그것도 일반 병사가 아닌 특전사 대원들이 임시로 마련된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북쪽에 위치한 ‘북 2-3초소’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나중길 하사가 말했다.
 “김 중사님. 저희 진짜 여기 왜 지키고 있는 겁니까? 남은 거라고는 다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 밖에 없는데···. 뭐, 훔쳐갈게 있다고···. 그냥 속 시원하게 말씀해주시면 안됩니까?”
 나중길 하사와 함께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김만중 중사가 말했다.
 “아 진짜! 나도 모른다고 몇 번을 말하냐! 엉뚱한데 신경 쓰지 말고 근무나 잘 서고 있어.”
 “에이, 그러지 말고 말씀해주십시오. 저도 다 들었습니다. 박 대위님이랑 어려서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라셨다면서요?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 동생’ 하신다는 것도 압니다. 지통실에 계신 박 대위님이 미리 말씀해주신 거 있잖습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입도 뻥긋 안할 테니, 저한테만 살짝 귀띔이라도 해주십시오.”
 “어허, 그 자식 진짜. 나도 모른다고 몇 번을 말해.”
 “에잇, 그냥 말씀해주시면 될 걸. 그나저나 최전방도 아니고 대전에 무슨 위험한 일이 있다고 실탄까지 나눠주면서···.”
 나중길 하사가 불만을 토로하며 좌우를 경계할 때, 전방에서 환한 빛이 번쩍였다.
 놀란 나중길 하사가 초소에 마련되어 있던 야간투시경으로 전방을 쳐다보았다.
 무언가를 발견한 나중길 하사가 호들갑을 떨었다.
 “헉! 저, 저게 뭐야? 김 중사님, 저거 보셨습니까?”
 또 다른 야간투시경으로 전방을 확인한 김만중 중사가 들고 있던 K-2C 소총으로 전방을 겨냥하며 말했다.
 “어, 그래. 나도 봤다. 아! 지통실! 지통실에 보고해!”
 “예!”
 나중길 하사가 북 2-3초소에 설치되어 있던 무전기를 집어 들며 다급하게 외쳤다.
 -지통실! 지통실 나와라! 여기는 북 2-3초소!-
 무전기 너머로 다소 늘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지휘통제실. 북 2-3초소, 무슨 일인가?-
 -나, 나타났습니다.-
 나중길 하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무전기 너머의 늘어지는 듯한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타나다니? 뭐가?-
 -그, 그게 갑자기 빛이 번쩍이더니, 중세 갑옷을 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중세 갑옷? 짐승형태의 몬스터가 아니고?-
 상대편의 뜬금없는 말에 나중길 하사가 반문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짐승형태의 몬스터라니요?-
 -아니다. 그래서? 나타난 인간형 몬스터의 수는 총 몇인가?-
 -인간형 몬스터? 아! 그 중세 갑옷을 입은 수상한 놈들 말씀입니까? 그게 어두워서 확인이 잘 되지 않지만 대충 100명은 넘을 것 같습니다.-
 북 2-3초소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김만중 중사와 나중길 하사, 2명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무전 보고를 하고 있는 나중길 하사는 100명이 넘어가는 괴한들의 수가 너무 부담스럽게 여겨졌다.
 그런데 무전 보고를 받고 있는 지휘통제실의 간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괴한의 수가 많다는 보고에 다소 들뜬 듯한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인간형 몬스터가 100마리나 된다고? 이거 대박이구만. 이제껏 한두 마리가 나타나는 게 전부였는데. 100마리나···.-
 -예? 도대체 무슨 말씀을?-
 나중길 하사는 혹시 자신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꿈이라면 모든 것이 설명 가능했다.
 꿈에서 깨어나야겠다고 생각한 나중길 하사가 자신의 뺨을 세게 꼬집었다.
 “아얏!”
 아팠다.
 어찌나 세게 꼬집었는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팠다.
 ‘가만? 그럼, 이게 꿈이 아니란 말이야?’
 야간투시경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김만중 중사가 말했다.
 “나 하사. 지금 뭐하는 거야?”
 “예? 아니 그게···.”
 이 괴이한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나중길 하사는 변변한 변명도 하지 못했다.
 -북 2-3초소! 응답하라!-
 나중길 하사가 잠시 엉뚱한 짓을 하느라고 무전보고가 중단되자, 무전기 너머의 간부가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아!”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나중길 하사가 다시금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여기는 북 2-3초소! 말씀하십시오.-
 -왜 갑자기 보고가 중단된 건가? 혹시 몬스터들에게 공격 당한건가?-
 -그건 아닙니다. 근데 아까부터 몬스터라고 하시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거기, 김만중 중사 있나?-
 -예! 옆에 대기 중입니다.-
 -그럼, 됐다. 지금 바로 지원팀을 보낼 테니, 혹시라도 인간형 몬스터들이 자리를 이동하려고 하거나 공격하려고 하면 바로 반격에 나서도록.-
 -예? 그렇게 해도 됩니까?-
 -김만중 중사가 다 알고 있으니, 자넨 김만중 중사의 지시를 따르면 된다. 그럼, 이만.-
 지휘통제실과의 무전을 끝낸 나중길 하사가 김만중 중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김 중사님. 혹시라도 인간형··· 몬스터? 하여튼 저 괴한들이 움직이면 바로 공격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원팀은 지금 즉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그래?”
 “김 중사님.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음- 이제 나 하사도 알아야겠구먼.”
 조금 전까지 나중길 하사에게 이번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김만중 중사는 자신들의 진짜 임무가 무엇이며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극비의 임무이고 또 너무 황당한 일이라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이다.
 극비임무라고 해도 외부인에게만 그런 것이다. 같이 근무를 서고 있는 나중길 하사에게까지 비밀로 할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며칠 후면 정식으로 전 대원들에게 브리핑을 할 계획이었다.
 어쩌다보니 일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나중길 하사 같은 특전사 교육훈련소를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그야말로 초짜 특전사 대원까지 출동시켜, 임무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었다.
 나중길 하사도 이제는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김만중 중사가 이번 임무에 대해서 막 말을 하려고 할 찰나.
 중세의 유럽의 기사들이나 입을 법한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지휘통제실이 인간형 몬스터라고 지칭한 괴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젠장! 설명은 나중에 해주마. 일단은 쏴!”
 “예? 아! 예!”
 투다다다당! 투다다다당!
 김만중 중사와 나중길 하사의 K-2C 소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김만중 중사는 상황이 쉽게 종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알기로는 이제껏 발견된 몬스터는 총에 아주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적들의 수가 100명은 될 것 같고, 중세 갑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총을 이겨내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 숫자면 적들이 북 2-3초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쓸어버릴 수 있었다.
 정신없이 K-2C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던 김만중 중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김만중 중사를 따라, 정신없이 K-2C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던 나중길 하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허억! 김 중사님! 총이! 총이 통하지 않습니다!”
 나중길 하사의 말 대로였다.
 김만중 중사와 나중길 하사가 K-2C 소총의 탄창이 다 빌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는데, 적은 단 한명도 쓰러지지 않았다.
 김만중 중사가 K-2C 소총의 탄창을 새로 갈며 말했다.
 “씨발! 엿 됐다!”
 
 ***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중세 유럽의 기사들이 입는 갑옷을 입은 자가 말했다.
 “응?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파르앙!”
 왜소한 체격의 사내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예! 후작님! 파르앙, 여기 대령했습니다.”
 “파르앙, 여긴 도대체 어딘가? 왜 우리가 여기 있는 건가?”
 사실 파르앙 역시 모르간 후작처럼 상황파악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모른다는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다혈질의 모르간 후작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짧은 순간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파르앙이 말했다.
 “그, 그게··· 아! 아마도 이것 역시 ‘악마의 숲’의 일부가 아닐까 합니다.”
 “악마의 숲의 일부라고? 여기가?”
 모르간 후작이 별빛이 반짝이는 어두컴컴한 세상을 다시금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 보았던 울창한 숲과 나무는 도통 보이지도 않았다.
 캄캄한 밤이라서 주변을 제대로 살필 수는 없었지만 악마의 숲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모르간 후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닌 것 같은데?’ 라고 말을 하려고 할 찰나, 파르앙이 먼저 선수를 쳤다.
 “후작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악마의 숲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입니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울창한 숲과 나무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만 봐도, 이곳이 악마의 숲인 것이 확실합니다.”
 “으음- 그런가?”
 모르간 후작이 자신의 말을 믿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파르앙이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 자네 스승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필이면 자네가 내 옆에 있어서···.”
 파르앙은 면전에서 자신을 깎아내리는 모르간 후작의 말에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아니 내색할 수가 없었다.
 카르만 제국의 실세 중에 한명인 모르간 후작과 4서클 마법사인 자신의 신분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자신의 스승이라면 모를까 자신이 후작의 말에 불쾌한 표정을 내보이면 그 즉시 목이 잘릴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파르앙 역시 자신의 스승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르간 후작의 뒤쪽에 시립해 있던 붉은 매 기사단의 단장 필로만이 말했다.
 “후작님, 저 앞쪽에 인간이 만든 듯한 초소가 보입니다.”
 “응? 그래?”
 모르간 후작이 안력을 돋우어 다시금 전방을 주시했다. 경황이 없었던 조금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제법 위장이 잘되어 있는 초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초소 안에 숨어있는, 기이한 복장을 하고 있는 김만중 중사와 나중길 하사의 모습도 보였다.
 “음- 인간형 마수인가? 필로만.”
 “예! 후작님.”
 “기사들을 보내, 저 앞에 있는 인간형 마수들을 없애라. 그리고 이곳에 대한 정찰을 시작하도록.”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붉은 매 기사단의 단장 필로만이 뒤쪽에서 오와 열을 맞추고 있던 기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은빛의 판금 갑옷과 타원형태의 방패 그리고 롱소드로 무장하고 있던 기사 5명이 북 2-3초소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당! 투다다다당!
 꽤나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작은 무언가가 기사들의 판금 갑옷을 소나기처럼 때리기 시작했다.
 “응?! 이, 이건! 마수가 공격해온다! 방패 앞으로!”
 맨 앞에 있던 기사가 타원형태의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빗발치는 총탄을 막아냈다.
 십여 발의 총탄이 타원형태의 방패를 두들겼지만 타원형태의 방패에는 작은 흠도 나지 않았다.
 모르간 후작의 옆에 있던 4서클의 마법사 파르앙이 급하게 마법 주문을 외웠다.
 “라이트!”
 파르앙의 손에서 솟아오른 빛의 구체가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파앙!
 하늘 위로 떠오른 빛의 구체가 터지면서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나갔다. 순간 칠흑처럼 어둡던 세상이 대낮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라이트 마법에 이어 탐색 마법을 펼친 파르앙이 소리쳤다.
 “후작님! 적들이! 적들이 몰려옵니다!”
 다급하게 외치는 파르앙과 달리 모르간 후작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화에 계속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