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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만기狂天滿氣 - 사냥꾼

2008.06.19 조회 50,384 추천 51


 사냥꾼
 
 
 미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나를 이루는 몇가지가 비틀리고 부딪혀서 완전히 무너지면 그것은 결국 미친 나를 만든다.
 미쳤다고?
 그래. 나는 미쳤지.
 
 
 
 
 -광인의 중얼거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네가 나를 죽였다는 이야기지.
 한 사내가 초라한 모옥 안에서 중얼거리고 있다. 그는 분명 혼자다. 물질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영혼적인 이야기로 돌리면 그것은 틀린 이야기였다. 그는 혼자 있지만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귀신. 혼령. 유령이라고도 불리우는 것이 바로 사내의 머리안에 들어가 있으니.
 -이혼겁백(離魂劫魄) 윤회전승(輪回傳乘)의 비술은 힘든 것이지. 그것을 모두 펼치고 죽었어야 했지만 네 방해로 나는 죽어버렸다. 그러니 뭐가 되는 것이겠느냐? 네가 나를 죽인 거지.
 혼령은 사내의 머릿속에서 사내에게 말해주었다. 사내의 나이는 이제 서른 초반 쯤 되어 보이는 장년인이었는데 그 말에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죽은 게 아니었소?"
 -내가 죽었다면 네 머릿속에 들어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혼겁백 윤회전승의 비술이 통해서 다시 태어났거나 명계로 끌려갔겠지. 하지만 나는 지금 네 머리 속에 들어와 있지 않으냐?.
 "허.........."
 -네 덕분에 죽었고 비술의 부작용으로 네 머릿속에 자리잡혀 버렸다. 네가 죽거나 특별한 방도가 마련되기 전에는 나도 이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를 벗어날 수는 없게 되었다.
 머릿속의 유령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기이한 일이 다 있나? 사내는 이 산에 사는 사냥꾼이다.
 본시 전염병으로 가족을 잃었던 소년이 있었는데 고아로 떠돌며 여기저기에서 하오패 짓거리를 하다가 사냥꾼의 양아들이 되었다.
 그 사냥꾼인 양아버지가 죽은지 5년이 지났고 사내는 이 산에서 살아가며 사냥을 해서 마을에 가 물건을 사고 팔며 지내왔다.
 결혼 할 시기는 이미 지났지만 사내는 결혼을 할 생각도 별로 없었다. 사내로서 욕정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지만 매일매일 비슷한 산 속의 생활에 사내는 욕념을 거의 느끼지 않은 체로 살아와 문제는 없었다.
 "미안하오."
 -그렇게 미안하다면 싱싱한 소년의 육신을 준비해라. 그 소년의 몸으로 이혼겁백을 해야 겠다. 그 정도는 가능한 영력이 남아 있음이니.
 귀혼의 목소리에 사내는 눈을 부릎 떴다. 그 무슨 사악한 말이란 말인가?
 "그리는 못하겠소. 그것은 사악한 짓이 아니오?"
 기억을 가진 채로 새로 태어나는 윤회전승이야 사내로서도 별로 할말은 없었다. 그런데 이혼겁백이 왠말인가?
 -사악한 짓? 크...크하하하하! 그래 네 녀석 고리타분한 도사 같은 놈이로구나?
 "나는 도사도 아니거니와 또한 성인군자는 아니나 도리가 뭔지는 아오. 그런 짓일랑 시키지도 말하지도 마시오."
 사내의 말에 머릿속의 혼령이 속삭였다.
 -누가 강제로 어린아이를 준비하라 그랬느냐? 이혼겁백을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자 또한 동의를 해야만 한다. 세상에는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이 많으니 그 돈으로 효심 지극한 소년을 하나 찾아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어린아이의 몸을 준비한다면 내 너에게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르쳐 주마. 어찌 하겠느냐?
 "싫소."
 사내는 딱 잘라서 거절했다. 그 거절에는 단 한치의 사심도 욕심도 없었다.
 -싫다? 크...크하하하핫! 진정 어리석은 놈이로구나. 내 무공을 배우지 않겠다 말하는 것이냐? 내가 사악한 자라서?
 "그대의 제안이 싫다는 것이오. 그런 짓을 해서까지 무공을 배울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오."
 사내의 말에 머릿속의 마령은 흐흐흐 하고 웃었다.
 -많은 자들이 나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 생명을 걸기를 주저 하지 않았고, 많은 자들이 나의 무공을 익히려 타인을 죽이기를 주저 않았다. 그런데 너는 지금 내 모든 무공을 가르쳐 준다 하는 데도 싫다 하는 것이냐?
 마령의 말에 사내는 단호히 말했다.
 "필요 없소."
 -푸...푸흐하하하하하! 좋구나 좋아! 욕심이 없는 놈이라 이거렸다? 그래. 꼭 너 같은 종자가 하나씩 있지. 그런 삶이 나쁘다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너는 멍청이다. 아주 큰 멍청이지!
 귀령의 말에 사내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멍청이란 말이오?"
 -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평화롭게 살 수 있다 보장할 수 있느냐? 세상에서 천수를 누리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네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평화롭게 살다 죽겠다고? 푸흐하하하하! 어리석은 놈이로다! 어리석은 놈이야!
 마혼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오. 내가 타인을 해하지 않고 세상에 나서지 않으니 세상이 나를 해할리 없지 않겠소?"
 -세상이 험악하다는 것 정도는 아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네가 산속에 산다 해서 과연 세파를 피할 수 있을까? 흐흐흐. 좋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내 무공을 배우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며 너에게 어린아이의 몸뚱이를 가져오라고 하지도 않겠다. 어디 멋대로 살아 보거라! 하지만 언제인가 네가 무공을 배우겠다고...힘을 달라고 나에게 애걸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는 목소리는 끊어졌다. 사내가 몇 번이고 불러 보았지만 방금의 말은 꿈이었던가 싶게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는 다시는 울리지 않았다.
 "환청이었나?"
 사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환청이었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청이 아니었다. 분명하게 들려왔고 대화도 나누었다.
 사내는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어제의 일을 생각했다. 이 근방의 산은 손바닥 보듯이 아는 사내였는데 어제는 처음 보는 동굴을 발견했다.
 흙이 무너져 내리고 들어난 동굴 이었는데 자연산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같았다.
 그 동굴 안에는 왠 노인 한명이 좌정한 채로 죽어 있었다. 낡은 마의를 입고 좌정한체 죽은 노인의 모습은 시체라고 보기에는 너무 멀쩡했지만 숨도 쉬지 않았고 심장도 멈추어 있었다.
 그래서 사내는 정중히 절을 하고 무덤을 만들어 묻어주어 장사를 지내고 묘비를 하나 세워 주었다.
 그것이 어제의 일이었고 자고 일어나자 마자 환청과 대화를 주고 받은 것이다. 그런데 죽은 것이 아닌 살아있던 상태였단 말인가?
 숨도 안 쉬고. 심장도 안 뛰었던 그 모습이? 그런데 자신이 건들자 마자 죽어버렸다? 이혼겁백 윤회전승의 술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었지만 몇 번이고 다시 불러도 머릿속의 음성은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사내는 잠시 고개를 털었다. 어떤 마귀나 요괴의 장난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더 이상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면 그것으로 될 것이다.
 부스럭.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비를 챙겨 들었다. 어제 덫을 몇 개나 설치 했으니 오늘은 그 덫을 점검하러 가야만 한다.
 사냥이 업인 사냥꾼으로서는 덫을 놓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덫을 잘 놓으면 호랑이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덫에 걸리는 호랑이는 백년에 한 마리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드물다. 호랑이는 보통 영악한 녀석들이 아니니까.
 사내는 화살통과 활. 그리고 작은 손도끼 두 개와 단검 네 개를 꽂아 넣고는 집의 중앙에 위치한 화덕의 꺼져가는 불꽃에 장작 몇 개를 던져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끼익.
 사내의 모옥. 혹은 초옥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은 오두막은 대한산의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대한산은 스물다섯개의 봉우리를 가진 큰 산으로 산이라기 보다는 산맥이라고 해야 좋을 정도로 넓은 곳이었다.
 사내는 이중 일곱봉우리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아 돌아다니며 사냥을 했다. 사내의 솜씨는 상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먹고사는 데에 지장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일반 서민들이나 평민들에 비하면 부유한 편이었다. 그렇게 몸이 조금 피곤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매우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이 산에는 맹금의 무리는 없었고 산주라 불리우는 녀석들도 없었다. 어쩌면 있지만 못 본 것일 지도 모르나 그의 양아버지와 십년이 넘게 사는 동안 그런 것은 본적도 없었다.
 "흠....."
 사내는 설치한 덫을 둘러보며 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면서 귀해 보이는 약초가 보이는 뜯어내 옆구리의 작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내도 약초에 그리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가지 비싼 약재는 알고 있었다. 사냥꾼은 반은 약초꾼이니 그 정도는 아는 것이다.
 "걸려들었군."
 사내는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 자기가 설치한 덫에 노루 한 마리가 걸려서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노루는 죽은 것처럼 늘어져 있다가 사내가 접근 하는 것을 듣고는 홱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 모습이 측은해 보였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사냥꾼이고 노루를 잡아야만 한다. 덫도 저렇게 걸려드는 사냥감을 잡자고 놓은 것이 아니던가?
 끼익.
 활을 빼내어 노루에게 겨누던 사내는 활줄을 놓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다.
 "멈춰요!"
 창! 하고 맑은 금속음이 남과 동시에 사내의 앞에 누군가가 떨어져 내렸다. 이런 산속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비단으로 만든 간단하고 편해 보이는 무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나이는 스물 초반 쯤으로 보이는 여인을 보며 사내는 활을 내렸다.
 "왜 이 불쌍한 노루를 죽이려 드는 거죠?"
 여인은 아름다웠다. 눈은 크고 동그래서 마치 흑진주를 박아넣은 듯 했고 그 눈 위의 눈썹은 가늘지만 길게 이어져서 매력적인 호를 그리고 있었다.
 그 뿐인가? 입술은 연분홍빛에 촉촉했고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투박한 얼굴에 거칠어 잡티와 부스럼까지 살짝 있는 사내의 피부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그 뿐인가? 옷도 그렇다. 사내는 가죽을 덧대어 만든 거친 옷인데 반해 그녀는 활동적이지만 고급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너무나 다른 두명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노루를 죽이는 것이 내 일이요."
 사내는 그런 여인에게 담담하게 대답해 주었다.
 "노루를 죽이는게 일이라니요?"
 "사냥꾼이 그럼 동물을 사냥하지 않고 어떤 것을 사냥 하겠소? 비키시오. 저 노루는 오늘의 사냥감이오."
 사내의 말에 그녀의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지금 단지 돈을 위해서 이 노루를 죽이겠다는 건가요?"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죽이는 것에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하오?"
 사내의 말에 그녀는 돌연 눈을 치켜 떴다.
 "그대의 말은 마치 사파의 사람들 같군요!"
 그녀의 말에 사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의 침묵이 이저졌고, 그 침묵은 사내의 말에 의하여 깨졌다.
 "사냥꾼이 동물을 사냥 하는 것이 나쁜 것이오? 어서 비키시오. 노루를 잡아야 오늘의 일이 끝나오."
 사내의 말에 여인은 사내를 노려보다가 돌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휙 하고 던졌다.
 "은자 다섯냥이에요. 이만하면 되겠죠?"
 그 말에 사내는 흠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노루 한 마리는 그보다 좀더 비쌌다. 노루의 뼈. 뿔은 귀한 약재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여인과 분쟁을 일으켜 봤자 피곤할 것 같아서 주머니를 주워들었다.
 "그 노루는 그대 것이니 이제 마음대로 하시구려."
 주머니를 허리에 채우고서 사내는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어가면서도 사내는 단 한번도 여인을 향해서 뒤돌아 보지 않았다.
 그렇게 당당히 걸어가는 사내가 마음에 안 들었음인가? 여인은 사내를 계속 노려보다가 사내가 사라지고 난 후에야 노루에게 다가가 덫을 풀어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여인의 행동이 어떻던 사내는 방금 보았던 여인을 생각하며 걸음을 옮겨 다음 덫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허탕이다. 오늘은 더 이상의 잡을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노루와 바꾼 주머니의 은자 다섯냥을 생각하면서 사내는 다시 자신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해가 천천히 지며 하루가 끝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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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고렘 입니다.
 
 라이프 크라잉도 쓰고, 워크 마스터도 쓰고 있는데 이건 또 뭐냐?
 
 라고 하실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노력이란게. 그냥 노력노력 이라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씁니다.
 
 아무래도 연재를 하게 되면 계속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되거든요.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채찍질 하고, 글을 더 오래, 잘 쓰기 위한 수련을 위해서 이 광천만기 역시 연재를 시작 합니다.
 
 제목과 같이 이 글은 기묘하고, 괴이하며, 또한 맛이 가버린 그런 글이 될 것입니다.
 
 부디 재미있게 즐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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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5)

이루어진다    
항상 재미있는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건강하세요!
2008.06.19 16:16
검은손톱    
워크마스터를 눈을 번쩍이며 보고있었는데.,;;; 한 작품을 더 쓰신다니요 ㅋㅋㅋ 성실한 독자로서 열심히 달려드리겠습니다 ^ ^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8.06.19 17:46
    
왠지 금단에 소설 요괴(맞나??)가 부활하는건 아닌지...
2008.06.19 18:54
Rapacrekis    
아무리 그래도 좀 너무 심하게 표현한거 아닌가요. 사냥꾼이 사냥하는걸 보고 사파라니 비약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렘님 소설을 재미있게 보면서도 이런 부분들이 조금 아쉽더군요.
2008.06.19 20:23
읽어라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히로인은 어렵겠군 -ㅁ-;;
2008.06.19 21:35
넋서리    
돈이라도 주는 걸 봐서.. 완전히 막무가네는 아닌것 같아 다행입니다.
2008.06.20 02:51
자유하늘    
약간은 생각이 네모난 아가쒸군염..
2008.06.20 04:45
HelloW    
항상재미잇게 보고있어요.ㅎㅎ
2008.06.20 10:44
천진무소    
하나라도 완결지으시고 다른거에 손대시는게 어떠신지요
2008.06.20 15:04
血天修羅    
헐, 정말 착한척 하는애네;;;;;;
2008.06.2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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