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고양이가 주워온 용

1화. 프롤로그

2019.04.07 조회 51,012 추천 1,114


 오늘은 수확이 꽤 좋다. 이만하면 성공적인 사냥이지.
  나는 기분 좋게 사냥감이 든 배낭을 두드리고 미련 없이 사냥터를 떠났다.
 
  “이제 돌아가시나요?”
 
  입구에 서 있던 여직원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 왔다.
 
  “예. 올해는 저렴하고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왔네요.”
 
  코엑스에서 열리는 펫페어. 올해는 예년보다 참여 업체들도 많고 무료로 나눠 주는 사료며 간식 샘플도 풍부해서 배낭이 무거웠다.
 
  “카샤카샤 낚싯대 사신 거 보니까 고양이 키우시나 봐요.”
  “예, 맞아요.”
 
  배낭 위로 솟아오른 낚싯대 장난감에 눈길을 던진 아가씨는 뒤쪽 테이블에서 강아지 얼굴 모양의 쿠키 봉지를 하나 집어 내게 주었다.
 
  “저희 집에선 강아지를 키우지만 고양이도 아주 좋아해요. 전 슈나우저 두 마리 키우는데 손님은 몇 마리나 키우세요?”
  “저도 두 마리요.”
 
  나는 아가씨가 품종이며 나이를 물어 보며 더 말을 붙일세라 얼른 인사를 하고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4월 초라 아직 좀 쌀쌀하기는 해도 바람이 훈훈한 게 확실히 봄이 온 듯하다. 새로 산 간식과 장난감을 반길 백호와 청룡이 눈에 선해서 기쁜 마음으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냐아아옹 ~”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백호가 반기면서 다리에 몸을 비볐고 그 뒤를 청룡이 따라왔다.
 
  “잠시만 기다려. 형이 너희들 주려고 사냥해 온 거 보여줄게.”
 
  백호와 청룡은 나란히 앉아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대에 차 나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7살, 은회색 털에 진회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족보 있는 품종 고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길냥이 출신이다. 새끼였을 때 어미가 죽고 홀로 남은 것을 내가 주워 와서 살렸고 죽은 어미는 흔히 볼 수 있는 노랑둥이 길고양이였다. 선대에 품종묘가 섞였을 수는 있겠지만 그거야 내가 모르는 일이고.
 
  백호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청룡은 이제 생후 7개월, 아직 어리고 백호보다 몸집이 작은 수컷으로 크고 둥근 호박색 눈에 아름다운 청회색 털······, 아니 비늘을 가지고 있다.
 
  청룡은 ······, 이름 그대로 용이다.

댓글(30)

하무린    
잘 보고 가요^^
2019.04.13 17:43
단향목    
감사합니다. ^^
2019.04.13 22:41
[탈퇴계정]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ㅎㅎ
2019.04.16 14:32
단향목    
감사합니다. ^^
2019.04.16 22:08
W1nter    
별 생각없이 선호작 해둔 거 들어왔다가 속으로 '고양이 이름이 백호랑 청룡 ㅋㅋㅋㅋㅋ 이름이라도 물어봤으면 큰일났겠네' 하며 웃고 있었는데 진짜 용이었어...
2019.04.17 15:05
단향목    
*^^*
2019.04.17 15:24
Chasseur    
보통 손님한텐 우리 집에선~ 이라고 말하지 않고, 저희 집에선~ 이라고 하지 않나요?
2019.04.17 15:17
단향목    
그렇습니다. 수정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겠네요. 감사합니다. ^^
2019.04.17 15:24
세상탈출    
호곡
2019.04.20 08:55
재미찾기    
2019.04.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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