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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의 신, 다시 태어나다 1권 (1)

2019.05.13 조회 3,372 추천 38


 # 그때부터 농구를 했다면
 
 
 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귓가를 울렸다.
 NBA 파이널 결승 7차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관중들.
 거기에 시리즈 스코어는 3:3 동점.
 챔피언을 결정짓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8초였다.
 내 상대는 와이알 스미스.
 그의 거친 몸이 내 앞을 막아섰다.
 난 왼손으로 공을 튀기며 몸을 흔들었다.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오른쪽, 그리고 한 번 더 왼쪽으로 꺾고 다시 또 오른쪽.
 동시에 내 앞에서 무릎을 꺾고 쓰러지는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앵클 브레이커. 흔히 공격자의 모습을 따라오지 못한 수비수의 몸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걸 말한다.
 상대가 쓰러진 순간 내 몸은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공중에 그대로 몸을 띄웠다.
 순간, 커다란 손이 내 머리 위로 덮쳐왔다.
 르브룬 제이스, 현존하는 NBA 선수 중 가장 괴물이라 불리는 선수였다.
 그대로 블록슛을 당할 상황에 내 손이 미끄러지듯 상대 선수의 손을 피한다.
 철썩.
 높은 체공시간을 이용한 더블 클러치 샷에 골대의 그물이 흔들렸다.
 와아아아아!
 체육관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그 환호가 오롯이 나를 향해 밀려들었다.
 챔피언!
 NBA 챔피언이다.
 평생 꿈속에서나 그려왔던······.
 
 *
 
 “일어나!”
 퍽!
 누구야!
 퍼벅!
 누군가 내 등을 연달아 발로 걷어찼다. 난 눈을 뜨고 뒤를 돌아봤다.
 “이 시간에 안 일어나면 지각이다?”
 “응?”
 잠을 덜 깬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 일어날래?”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무미건조한 아내의 음성에 난 몸을 일으켰다.
 꿈이었다.
 젠장! 그럼 그렇지!
 농구를 그만둔 게 언제인데······.
 “깨워줘서 땡큐!”
 하룻밤의 기적 같은 꿈에서 깨어 일상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
 
 아내가 아침으로 차려준 건 간단한 시리얼이다.
 대강 식사를 마치고 부리나케 회사를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럼에도 아침에 꾼 꿈이 머릿속을 유영했다.
 너무나 생생했던 꿈.
 아직도 그 함성이 귓가를 맴도는 것 같았다.
 꿈이 그렇게 리얼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차피 꿈은 꿈일 뿐.
 캬!
 그래도 NBA 선수라니.
 그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의 시작, 이 지겨운 회사 생활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나길 바랐다.
 그러면서 틈틈이 업무용 컴퓨터로 검색창을 열었다.
 NBA 유명 선수부터 길거리에서 농구하는 꽤 유명한 사람들의 강의 등. 다양한 자료가 나왔다.
 꿈에서 본 모습을 머릿속으로 이미지화하면서 내가 코트 위에 서 있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망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농구는 꽤 한다.
 물론 NBA 선수랑 동급일 순 없다.
 거기 뛰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유연한 신체와 타고난 탄력, 그리고 골을 잡고 슛하는 감각까지.
 부럽다. 그들의 실력과 능력도 부럽지만 온종일 농구만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저들의 생활이 부러웠다.
 반면 나는?
 에효∼
 “준환 씨?”
 팀장의 히스테릭한 목소리에 난 급하게 인터넷 창을 껐다.
 “적당히 하세요. 적당히!”
 팀장이 더 질책하지는 않았지만, 난 등에서 찔끔 식은땀이 흘렀다.
 에고, 인사고과에 또 좋은 소리는 안 올라오겠다.
 
 *
 
 오후 7시 30분이 돼서야 회사에서 몸을 뺄 수 있었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
 우연히 같이 퇴근하던 박 대리가 물었다.
 “아, 그냥.”
 지난 밤 꿈 때문인지 사실 아침부터 몸이 근질근질했다.
 농구가 하고 싶어 죽겠다고.
 그렇게 말할 순 없어서 적당히 상대하고 난 다시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퇴근길 지하철은 그야말로 지옥철이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사람들 사이에 꽉 끼인 지하철을 탄 채 20분.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시간 다시 15분.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더하면 대략 45분.
 그러니까 지금 가면 약 9시가 된다. 야외 코트에 불을 켜주는 시간은 11시까지.
 그래도 두 시간은 뛸 수 있겠다.
 부리나케 움직여서 내가 코트에 도착한 시간은 8시 50분이었다.
 저녁식사는 중간에 편의점에서 대강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밥은 먹고 나가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는 날 보며 와이프가 까칠하게 한마디를 쏘아붙였다.
 “회사에서 먹었어!”
 이미 농구화를 신고 있는 나를 보며 와이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미안! 미안!
 알잖아! 내가 얼마나 농구를 좋아하는지.
 
 *
 
 실외 코트에 도착해 가볍게 몸을 풀었다.
 퉁!
 공을 몇 번 골대에 던지고 부드럽게 우레탄 바닥을 향해 공을 튀겼다.
 퉁, 퉁, 퉁, 퉁!
 같은 박자로 치다가 갑자기 박차고 나가며 레이업 슛.
 “와, 저 형 폼 장난 아니다.”
 실외 코트에 나온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였다.
 처음 보는 애들이었다.
 하긴 우리 동네에서 내가 모르면 이 코트에 처음 온 거다.
 “저기, 같이 게임하실래요?”
 애들이 같이 놀자는데 당연히 땡큐였다.
 게임이야 언제나 환영이니까.
 적당히 팀을 나누고 날 불러온 고등학생이 말했다.
 “5번 봐주실래요?”
 5번이라면 센터를 말한다. 보통 농구하는 사람들끼리 흔히 쓰는 포지션 넘버다.
 1번이 포인트 가드. 2번이 슈팅가드. 3번이 스몰 포워드. 4번이 파워 포워드. 5번이 센터.
 사실 동네에서 농구를 할 때 내 위치는 거의 센터다.
 내 키는 185cm. 사실 제대로 된 시합에서 센터 포지션에 서기는 애매하지만 동네 농구에선 충분하고도 넘친다.
 “네.”
 난 얌전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아무리 어려도 코트에서 만나면 서로 존댓말을 쓰게 된다.
 회사나 다른 자리라면 편하게 대할 것 같지만.
 “시작할게요.”
 서로 자유투를 던져서 공격권을 갖는 과정이 지나고, 경기를 시작했다.
 “패스!”
 같은 팀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즐거운 동네 농구의 시작이었다.
 
 *
 
 처음엔 늘 살살 하는 거다.
 우리 팀 포워드가 쉽게 들어오도록 상대편 센터를 슬슬 골대 밖으로 밀어냈다.
 “어어.”
 상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뒤로는 우리 팀 고등학생들이 번갈아 가며 슛을 몇 번 던졌다.
 그때마다 가볍게 리바운드해서 바깥으로 빼줬다.
 아이들은 또 신나게 슛을 난사.
 연달아 세 번이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았다.
 그것도 상대편 센터의 머리 위에서.
 “와, 저 형! 탄력이 장난 아니네.”
 “점프 봐! 발목으로 뛰는데 링 위까지 올라가!”
 “잘 하면 덩크도 하겠다!”
 우리 팀 고등학생들이 놀라서 지들끼리 떠들었다.
 덩크?
 피식!
 보고 싶냐?
 하긴 애들이야 동네 농구에서 덩크 볼 일이 어디 있겠냐.
 보여줄까 말까?
 그런데 정작 내 상대편은 조금 화가 난 표정이었다.
 요 아저씨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나이는 삼십 중반쯤?
 처음에 몇 번 밀리더니 과하게 어깨를 민다.
 에이, 동농(동네 농구)에서 너무 심각해지지 맙시다.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동네 농구에서 힘 뺄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애들이 원하는 게 있으니까 슬슬 기회는 보며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타이밍이 왔다.
 상대편 슛이 링을 맞고 멀리 튀어 우리 편에게 가는 게 보였다.
 순간 나는 앞으로 번개처럼 튀어나가며 소리쳤다.
 “패스!”
 공을 받은 나는 그대로 달렸다.
 저쪽엔 상대편 센터 아저씨가 기합 빡 들어간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링까지 가는 길을 막고 선 아저씨.
 그 앞에서 바로 공을 튀겼다.
 퉁!
 그리고 스핀 무브.
 물이 흐르듯 아저씨를 한 바퀴 돌아서 제쳐버렸다.
 그리고 바로 솟구치듯 뛰어 올랐다.
 부웅.
 허공을 날아서 그대로 공을 링에 꽂았다.
 쾅!
 퉁! 퉁! 투퉁!
 덩크가 꽂힌 뒤 바닥에 튕기는 공 소리만 울렸다.
 상대편이나 우리 편 애들 모두 입을 쩍 벌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특히나 상대편 센터 아저씨 얼굴은 완전 맛이 간 표정.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덩크를 볼 일은 거의 없다.
 프로들도 힘들고 용병들이나 비슷하게 하지만 내 키로 이렇게나 멋지게 덩크를 하는 용병은 흔치는 않다.
 아무튼 내가 살아 있는 걸 느끼는 시간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
 나 혼자 아득히 높은 곳에 있다는 그 느낌!
 후훗!
 농구는 바로 이 맛에 하는 거다.
 동네 농구도 꽤 즐겁다.
 덩크 한 방 꽂아준 뒤부터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게임을 했다.
 물론 같이 뛰던 사람들의 존경을 가득 담은 눈빛은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고.
 그렇게 2시간 땀을 흠뻑 흘렸을 때였다.
 “너 여기서 뭐 하냐?”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
 “어라? 형. 웬일이래요? 형, 실외 코트는 잘 안 나오잖아요.”
 내 눈에 보인 사람은 김길수. 나보다 2살 많은, 올해로 35살이 된 같은 아마추어 팀의 형이었다.
 “그냥 산책 나왔거든.”
 위아래로 훑어보니, 농구할 복장은 아니었다.
 “너, 길바닥에서 농구 하다 다치면 뒤진다고 했지. 이번 주 일요일 못 나오면 아주 뒤진다, 진짜!”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다. 뭐, 어쩔 수 없다. 내가 우리 팀 에이스니까.
 “에이, 저 잘 안 다치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도 어찌 될지 몰라. 특히 동농은 거칠 땐 엄청 거칠다. 파울이 뭔지도 모르고 덤비는 애들도 많고.”
 “걱정하지 마세요. 적당, 적당히 하는 거니까요.”
 “음료수라도 하나 먹자.”
 “그래요.”
 난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몸을 일으켰다.
 난 길수 형을 따라서 동네 편의점으로 향했다.
 우리 팀에서 2번, 슈팅가드를 보는 길수 형은 다른 건 몰라도 슛 하나만큼은 꽤 들어가는 형이었다.
 “요새도 슛 감 좋아요?”
 “너보다는 아니다.”
 “뭘 또.”
 난 겸손이라는 미덕을 발휘하는 동생이다. 슈팅가드라지만 나보다는 안 들어가니까.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해도 난 올라운더. 모든 포지션을 다 소화하는 플레이어니까.
 “뭐 마실래?”
 “이온음료요.”
 땀을 흠뻑 흘린 난 안 그래도 갈증이 나서 목이 따끔거릴 지경이었다.
 편의점 의자에 앉아 가방을 뒤적거렸다.
 내 손에 잡힌 건 라이터와 담배.
 칙!
 불이 붙은 담배 한 개비를 쭉 빨아들였다.
 “너 담배 안 끊냐?”
 “끊어야죠. 죽기 전에.”
 “운동한다는 놈이 담배는.”
 그리 말하는 길수 형도 담배를 피웠다. 그것도 나보다 많이. 그리고 자주.
 팀에서 유일하게 같은 동네에 사니까 아무래도 길수 형은 자주 보게 된다.
 가끔 소주 한 잔 기울이기도 하고.
 그러면 몇 시간을 농구 얘기로 밤을 새운다.
 둘 모두 농구에 미치고 환장하는 족속들인지라.
 “넌 참, 농구선수 왜 그만뒀는지 모르겠다.”
 그 말에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에이~! 선수는 무슨. 중딩 때 잠깐 한 건데.”
 “정식 농구부였다며?”
 “처음 생긴 농구부라 제대로 한 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지만 솔직히 속은 쓰렸다.
 
 
 # 아마추어 MVP
 
 
 아마추어 대회에서 MVP만 세 번 받았다.
 대회만 나가면 최다득점은 따 놓은 거였고 그 밖에 아마추어에서 나오기 힘든 기록들을 수시로 세웠다.
 “사실 너 진짜 잘하거든. 너 시합 끝나면 상대방에서 어디 외국 출신 프로 선수 아니냐고 만날 물어본다니까.”
 “에이. 뭘 그 정도씩이나.”
 기분 좋은 말이다. 그래도 겸손을 모르는 내 말투.
 아이, 재수 없다.
 “진짜라니까. 넌 지금 당장 드래프트 받아도 될지 몰라.”
 솔직히 기분 좋은 말이긴 하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은 체력이나 기본기가 다르니까.
 손에 들린 담배를 보는 내 표정이 썼다.
 “야! 솔직히 프로에도 너만큼 점프 좋은 애가 있냐? 거기다 필 받으면 슛은 어떻고? 던지면 다 들어가잖아. 아마추어에서 한 게임에 삼 점을 열두 개 꽂는 애가 어디 있냐?”
 “해해. 그날은 뭐······. 저야, 오리지널 천재니까.”
 “솔직한 새끼.”
 길수 형의 투덜거림과 함께 가볍게 웃었다. 꽤 오랜 시간 지내다 보니 많이 가까워져 길수 형과 난 허물없는 사이였다.
 물론 나도 농구선수 하고 싶다.
 지금도 하고 싶다. 하지만 늦긴 너무 많이 늦었다.
 내 나이 서른셋.
 책임질 와이프까지 있는 몸이다.
 돈이야 그렇다 치고 농구선수치고는 나이가 너무 많다. 누가 뽑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가능한 일도 아니지.
 한 10년 젊었다면 모를까.
 “그, 중2 때라고 했지? 농구 관뒀던 게.”
 “네. 뭐, 그때 그랬죠.”
 중2 여름방학 직전. 농구부 코치의 말에 난 농구를 관뒀다.
 그 생각을 하면 조금 화가 나기도, 아쉽기도 하다.
 복잡한 심경이다.
 만일 그때부터 농구를 쭉 했으면 어땠을까?
 공을 오랜 동안 손에 놨다가 다시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늘어난 몸무게를 줄일 요량으로 시작한 건데 어느새 농구는 다시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부르르.
 플라스틱 테이블에 위에 놓인 스마트폰이 빛을 내며 진동을 했다.
 “제수씨 전화 왔다.”
 길수 형 말대로 아내의 전화였다.
 “안 와?”
 와이프의 음성을 듣고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11시 40분이다.
 에고, 늦었네. 한 소리 듣겠는데.
 “미안, 바로 갈게.”
 “내일 출근도 좀 생각해.”
 “응.”
 전화를 끊으니 길수 형도 어느새 갈 준비가 끝나 있었다.
 “가야지?”
 “출근해야죠.”
 “그래. 나도 들어간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미치고 염병할 회사에 가야지.”
 길수 형과 헤어진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라면 깜빡이는 가로등과 어두운 골목길의 풍경 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을 텐데.
 오늘은 좀 감성적이었다.
 만일 내가 15살 그때 포기하지 않고 농구를 계속 했다면 어땠을까?
 어제 꾼 꿈처럼 NBA 무대 한복판에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들의 패스를 받으며 슛을 던지지는 않았을까?
 그런 망상이 날 괴롭혔다.
 
 *
 
 며칠의 지루한 일상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의 해가 밝았다.
 내가 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왜냐고?
 5대5 시합이 있는 날이거든.
 “그렇게 좋아?”
 핸드폰을 통해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물음에 난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뭘, 그냥 운동하는 거지.”
 이렇게 답하는 건 미안해서다. 평일에는 회사 덕분에 같이 못 있어줘, 주말에는 운동 핑계로 같이 못 놀아준다.
 나란 남자, 참.
 그래서 그런지 내 아내는 내가 농구하러 나갈 때마다 툴툴거린다.
 하지만 오늘은 아내도 볼 일이 있는 날.
 그래서 마음 편히 나갈 수 있는 날이지.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내 아내는 진짜 천사다.
 이런 나를 이해해준다는 걸 평소에 느끼니까.
 농구를 다시 시작한 후 생일날이면 아내는 매번 농구화를 선물해줬다. 툴툴거리지만 매일 매일 땀에 절어 있는 체육복을 깨끗이 빨아서 걸어둔다.
 그걸 넘어서.
 학벌도 엉망이라 바닥을 치는 내 월급에도 아내는 불만 한 번 내비친 적이 없다.
 거기에 자기도 회사생활 하느라 받는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 한마디 싫은 말을 한 적이 없다.
 “도착했어?”
 오늘은 아내가 1년에 한 번 꼭 납골당에 가는 날이다.
 친구의 기일이라고 했던가?
 평일에도 연차를 써서 꼭 가는 날이었다. 자세하게 물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아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
 “농구가 좋아 죽는 거 안 봐도 다 알거든. 제발 다치지만 말고. 나 없다고 어디로 새지 말고 끝나고 바로 집으로 와?”
 끝나고 회식하는 경우가 잦다 보니 하는 말이다.
 “응. 바로 올게.”
 오늘은 바로 와야지. 친구의 기일에 아내는 항상 기분이 별로다.
 이런 날은 함께 해줘야 옳다.
 난 수화기 너머에 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저녁에 영화나 볼까?”
 눈앞에 있다면 아내의 얼굴이 밝아졌을까? 그럴 테지.
 평소에는 못 해도 이런 날이면 챙겨줘야 남편 아니겠냐고.
 난 백 번을 다시 태어나도 이 여자가 내 여자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만큼 좋은 여자이고 날 위해 많은 걸 해주는 이다.
 “좋아.”
 처진 목소리로 아내가 답했다. 너무 축축 처지지 마.
 하긴 따라간다고 해도 같이 가는 것 자체도 꺼린다. 그렇기에 이렇게 내 자유의 날이 있는 거지만.
 난 대답하고 짐 꾸리는 손에 속도를 더했다.
 이러다 늦겠는데.
 “이따 봐.”
 “응.”
 “빨리 전화 끊고 싶다는 티 좀 내지 마. 마음이 급한 거 티 나.”
 그랬나? 오늘은 시합 날이라.
 흥분되는 걸 감출 수 없다고.
 아내의 핀잔을 무시하고 난 공을 넣어 부피가 커진 백팩을 멨다.
 수화기를 든 채로 움직이니 더디지만 그렇다고 아내 말대로 없는 틈을 타 농구하러 가면서 티를 낼 순 없지.
 “그럼 이따 봐.”
 “응.”
 
 생활체육스포츠 장려. 좋은 말이다. 그 덕에 이렇게 시에서 주최하는 시합도 자주 열렸으니까.
 7분 4쿼터. 우리 팀은 총 열 명의 인원이다.
 전체 인원수는 꽤 되는데 이 시간에 맞춰 나온 인원은 이게 전부다.
 “준환이 왔냐?”
 회장 형이자 팀의 구심점인 장주환 형님이다.
 나와 이름이 비슷해서 날 좋아하시는 게 또 특징이지.
 “준환이 왔으니까, 또 가볍게 이기자고.”
 “물론이죠.”
 난 자신감 있게 답했다.
 우리 팀은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농구 리그전 출전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팀은 전승 중이고.
 주역은 당연히 나다.
 여기서도 내가 다 해먹거든.
 그렇다고 혼자 하는 건 아니다. 농구는 본래 팀플레이니까.
 내가 그냥 무지 잘한다는 거지.
 삑!
 휘슬과 함께 우리 편 센터가 공을 쳐내려고 뛰었다.
 점프볼 상황이다. 농구의 시작은 항상 점프볼이니까.
 하지만 상대가 더 능숙했다.
 뛰는 타이밍이며 뻗는 손까지.
 시작은 수비였다. 우리는 앞에 2명을 세우고 뒤에 3명을 두는 수비 형태의 존 디펜스를 고수했다.
 “뒤로 돈다!”
 “앞에 밀어내! 들어오게 하지 마!”
 우리 팀에서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난 보통 수비할 때 입 다물고 하는 편이다.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오래된 버릇이니까.
 “막아!”
 그러는 순간 내 앞으로 상대가 돌파를 해왔다.
 스텝 좋은데?
 드리블로 앞의 한 명을 제치고 다시 유려한 스텝을 밟는다.
 나쁘지 않아.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리며 공격수를 보고 딸려 나오는 센터를 옆으로 비껴서 어깨를 갖다 댔다.
 좋네. 저렇게 하면 센터가 손을 뻗어서는 수비를 성공할 수 가 없다.
 잘한다. 솔직히.
 하지만 상대의 몸놀림을 유심히 보고 있던 내가 있었다.
 상대편이 레이업 슛을 시도하는 걸 보고 동시에 내 발이 농구 코트의 바닥을 박찼다.
 팡!
 상대가 올려놓은 공이 백보드에 튕기는 그 순간 강렬한 블록슛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
 우리 편이나 상대편, 그리고 얼마 없는 관중석에서 동시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긴 이런 건 TV에서나 봤을 거다.
 골대 위까지 올라갔던 공이 블록슛에 막혀 튕겨나가는 모습이니까.
 거기다 효과 역시 직방이다.
 내 앞에서 함부로 골밑슛이나 레이업 슛을 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
 “와, 저건 뭐냐?”
 상대 팀 벤치의 음성이 들린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코트가 아니다 보니 벤치라고 해도 아웃라인 바깥쪽의 바닥일 뿐이다.
 그러니, 목소리는 쉽게 들려왔다.
 “선출은 아니지?”
 “이 시합 선출(선수 출신) 금지예요. 대학교 선출부터요.”
 “그럼 그냥 아마추어라고?”
 “네. 쟤 이 바닥에서 엄청 유명해요.”
 “고등학교 선출도 아니고?”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공을 몰고 가는 내 귀로 들리는 음성에 입가에 씨익 하고 웃음이 걸렸다.
 자!
 이제 제대로 해볼까?
 
 *
 
  게임은 이제 시작이었다.
 상대 수비는 앞에 3명, 뒤에 2명을 둔 수비 형태의 존 디펜스.
 이러면 돌파에 너무 약할 텐데.
 우리 편 포인트 가드에게 공을 넘기고 적당히 거리를 벌렸다.
 다시 몇 번의 패스가 오간 뒤로 나한테 공이 넘어왔다.
 난 공을 받으며 왼발 퍼스트 스텝을 밟았다.
 왼쪽으로 크게 한 발 나가는 내 모션에 상대 수비가 급하게 몸을 뒤튼다.
 하지만 요건 페인팅.
 그 순간 왼손에 닿은 공을 오른쪽으로 튕겼다.
 퉁.
 첫 번째 수비를 쉽게 제친 내가 앞으로 쭉 들어갔다.
 나보다 한 뼘은 큰 센터가 내 앞에 보였다.
 이런! 들어간다고 그렇게 무턱대고 따라 나오면 그냥 땡큐다!
 퉁.
 내 손에 있던 공이 바운드 패스로 우리 편 센터의 품에 안착했다.
 완벽한 노마크.
 첫 골이 가볍게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나 슛만 하는 선수 아니야.
 이런 패스 센스는 기본이라고.
 그 후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독보적인 슛 능력과 드리블 능력, 거기에 넓은 시야에 패스까지 갖춘 내 독무대였다.
 솔직히 아마추어에서 뛰기엔 이미 사기 캐릭터였다.
 2쿼터에서 벌서 3점 슛 3개를 성공하고 속공 2개를 넣었다.
 총 득점이 벌써 13점, 거기에 블록슛 3개. 어시스트 6개는 덤이다.
 우리 팀 총 득점은 39점이었다.
 아마추어 게임에서 2쿼터 만에 이런 점수가 나오는 팀 흔치 않을걸?
 “자, 후반도 동일하게 가자. 준환이는 몸 가볍게 하고 너무 점수에 욕심내지 말고.”
 난 과도한 득점 플레이를 해서 자주 욕을 먹는다.
 하지만 골을 넣는 재미는 마약과도 같다. 특히 시합 중에는 더 불타오른다.
 “네.”
 하지만 대답은 해야지. 그것도 얌전하게.
 “자, 자! 파이팅!”
 우리 팀의 음성이 코트를 울렸다.
 
 
 # 미친놈.
 
 
 3쿼터도 큰 차이는 없었다. 난 어시스트 4개를 더 해서 더블더블을 했다. 리바운드는 6개. 오늘은 스틸이 없다.
 그래서 트리블더블은 아마 힘들지도.
 그럼 점수나 미친 듯이 내볼까.
 4쿼터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포인트 가드에게 과도한 손짓을 했다.
 패스를 받아야 뭘 하니까.
 그런 내 몸짓에 이제 상대의 수비가 바뀌었다.
 맨투맨? 존 디펜스를 버리고 1대1로 수비하는 형태를 말하는 건데.
 아, 하프코트 프레스 맨투맨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박스원.
 나에게 맨투맨 수비를 하나 붙이고 나머지는 사각 형태로 앞에 2명, 뒤에 2명이 서는 수비다.
 이런다고 뭐 달라지겠나?
 난 오른쪽으로 가는 척을 하다가 급격하게 몸을 왼쪽으로 틀었다.
 “공!”
 동시에 내 외침에 포인트 가드가 패스를 했다.
 난 공을 받자마자 양쪽 발로 투스텝을 밟았다.
 양 발끝이 코트 바닥에 닿자마자 몸이 스프링처럼 올라갔다.
 그리고 팔꿈치는 90도를 그렸다가 펴진다.
 상대편 수비수가 뒤늦게 쫓아 블록을 시도했지만 내 타점이 훨씬 높았다.
 손끝에 걸리는 공의 감촉이 느껴졌다.
 클린샷, 확신이 들었다.
 3점 라인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슛이 날아갔다.
 철썩!
 깔끔한 슛에 우리 팀 벤치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와! 저 새끼 미쳤다!”
 “준환이 형! 최고다!”
 “오졌다!”
 내 맨투맨 수비뿐 아니라 상대 팀 모두의 얼굴에 짙은 패배감이 엿보였다.
 4쿼터도 쉽게 지나갔다. 나는 최종적으로 더블더블을 하고 총득점 29점을 꽂았다.
 58대 15.
 상대 팀은 불쾌하거나 분한 얼굴로 돌아섰다.
 “오늘도 회식해야 되는 거 아니냐?”
 회장 형이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저 형님은 나이에 비해 얼굴이 심한 동안이다.
 잘해야 나보다 서너 살밖에 많아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는 나보다 딱 8살 많은 41살이시다.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규태였다. 나랑 동갑이고 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이 동호회 초창기 멤버.
 거기에 고등학교 선수 출신이라는 타이틀도 있다.
 실력으로는 나에게 밀렸지만.
 “먼저 가게?”
 회장 형이 물었다. 규태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일이 있어서요.”
 “아, 형. 저도 가야 돼요. 오늘은 와이프와 영화 보기로 해서요.”
 “이야. 준환이 네가 빠지면 안 되지, 이 자식아.”
 “아, 진짜 안 돼요.”
 “형님, 보내주세요. 준환이 제수씨 무섭더라고요.”
 길수 형의 지원사격에 난 간신히 몸을 뺄 수 있었다.
 시합장에 마련된 샤워실에서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익숙한 차가 보였다.
 먼저 나갔던 규태 차인데?
 규태랑은 음, 많이 서먹하다.
 말했듯이 나와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에 본래 포지션이 3번이니까.
 거기에 내가 오기 전에 이 팀의 에이스이자 주득점원이기도 했다.
 둘이 같이 시합에 나가면 좋을 텐데.
 사실 몇 번 해봤지만 역효과만 났다. 왜 그런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같이 나가면 둘 중 한 명의 플레이가 죽는다.
 물론 대부분 규태가 완전히 망가지는 거다.
 거기다 내 플레이까지 반감시키니 당연히 시합에서는 나만 뛰는 일이 대부분이다.
 우리 팀이야 즐겁게 하자는 느낌보다는 잘해서 시합에선 무조건 이기자는 분위기의 팀이니까 규태 자리가 요샌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규태를 보면 조금 불편했다. 물론 규태도 나를 불편해하겠지.
 아니, 싫어하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굳이 말하자면 선수 출신이라는 프라이드도 있는데 나에게 밀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제 가냐?”
 규태가 운전석 창을 내리며 물었다.
 “아아, 그냥 나도 회식 가기 싫어서.”
 “왕십리로 가지?”
 “응.”
 “타라. 태워줄게.”
 내가 알기로 규태의 집은 상암동 쪽이다. 여기서 내 집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이란 말이다.
 “꽤 돌아가지 않냐? 그냥 버스 타고 갈게.”
 “아냐. 오늘 그쪽에서 볼 일이 있어서.”
 규태가 그렇게 나오니 거절하는 것도 좀 그렇다. 난 마지못해서 규태의 옆자리에 앉았다.
 부웅.
 적막함 속에서 차량이 출발했다. 잠시, 신호등에 걸린 차 안에서 규태가 말했다.
 “재밌냐? 팀?”
 “재밌지. 넌 농구 안 재밌냐?”
 “재밌었지.”
 “응?”
 “요새는 별로네.”
 아, 엔간히 싫은 티를 내야지. 이럴 거면 날 차에 왜 태우는 건지 싶다.
 “넌 그렇게 잘하면 선수를 하든지. 유명한 팀에 가지 그랬냐?”
 이건 약간 비아냥거리는 것 같은데?
 “어디서 뛰든 그건 내 마음이지.”
 “그렇지. 시발.”
 욕? 이 새끼가 오늘 왜 이러나 싶다. 시비 걸려고 작정한 놈처럼.
 “시발?”
 “아, 너한테 한 거 아니다.”
 “야, 나 불편하다. 적당히 세워줘라. 그냥 내려서 갈게.”
 “그냥 타고 가.”
 “세워. 내릴 테니까.”
 내 목소리가 살짝 거칠어졌다.
 나도 사실 고분고분한 타입은 아니다. 먼저 시비 거는데 모른 척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런데 요놈 봐라?
 “그냥 타고 가라고, 거지새끼야. 왜 태워준대도 지랄이야!”
 아주 제대로 덤비네?
 “말 막하네. 미친 새끼가.”
 운전하는 것만 아니면 진작 주먹을 날렸을 상황이다.
 그런데 이 자식 반응이 더 날 화나게 했다.
 “왜? 너 시발 졸라 거지잖아.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사실 규태란 놈, 꽤 산다. 지금 타고 있는 차도 남들 다 타고 싶다는 외제차고.
 들리는 말로는 어디 기업 아들내미라는 소리도 있고.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그건 그렇고, 그런 이유로 내가 규태에게 거지 소리 들을 이유는 전혀 없다.
 거기다 말발이라면 나도 질 생각은 없고.
 “아놔, 이 농구 찌질이 새끼가. 너 요새 시합 못 뛴다고 나한테 시비 거냐?”
 “뭐?”
 “하긴 선수 출신인데 나같이 길거리에서 농구하던 놈에게 털리면 쪽팔리긴 하겠다.”
 난 중학교 때 잠깐 하다 관뒀지만 이규태는 고등학교 선수 출신이니까.
 제대로 약점을 찌르는 말이다.
 “이 새끼가! 시발, 시합은 내가 안 뛰는 거야. 농구도 제대로 못 배운 새끼가 어디서 지랄이야!”
 부앙.
 흥분한 규태가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순간 몸이 뒤로 젖혀졌다.
 가만, 내가 안전벨트를 맸나? 그렇다고 자존심 상하게 여기서 겁먹고 벨트를 맬 수도 없는데.
 시발. 안 맸다. 이건 자존심이다.
 얼른 내려서 한 대 줘 패주고 싶지만 그것도 사양이다.
 합의라도 봐줄라치면 세간살이 거덜 날 게 뻔했다.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화를 꾹 눌러 참은 나는 말했다.
 “지랄 말고 차나 세워.”
 “병신. 태워줄 때 타고 가기나 하지. 언제 이런 차 타볼 성 싶냐?”
 “알았으니까 혼자 열심히 타시라고요.”
 끼익.
 타이어의 거친 마찰음과 함께 규태의 차가 멈췄다.
 난 차문을 열고 내렸다. 그리고 문을 닫기 전에 분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이규태. 농구는 좆도 못하는 게 돈 많아서 좋겠다. 근데, 너 정도는 왼손으로 상대해도 바를 거야? 그지? 선수 출신이라는 것도 사실 구라 아니냐? 당최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난 양손을 다 능숙하게 사용하니까 왼손으로 바른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다.
 거기에 선출도 맞긴 할 것이다.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 만큼 바보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한 말은 자존심 덩어리인 규태에게는 딱 적당한 도발이었다.
 이제 이 팀에서 나 아니면 저 새끼 둘 중 하나는 나갈 차례겠지.
 그런 예상을 하며 몸을 돌렸다.
 규태 녀석 눈동자가 살짝 돌아간 게 보이긴 했지만 너랑 인연은 여기까지!
 난 스마트폰 시계를 봤다. 오후 5시 12분.
 아내와의 약속 시간은 6시, 버스 갈아타고 가면 간당간당한 타이밍이다.
 사실 규태에게 들은 말 때문에 분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누군 부모 잘 만나서 금수저, 나는······.
 뭐, 그래도 우리 엄마가 최고다.
 나이 서른셋에 사춘기도 아니고 집안 탓이나 하고 싶진 않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때였다.
 부아아앙!
 쾅!
 어라?
 갑자기 하늘이 빙글 돌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난 하늘이 빙글 돌면서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갑자기 확대되며 눈앞에 다가오는 보도블록이 보였다.
 쿵!
 동시에 난 머리를 땅에 박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네 키로 농구는 그만하는 게 좋겠다.”
 15살 때였다. 그 말에 접었다. 좋아하는 운동이었지만 그때는 게임도 재밌었고 굳이 농구에 목숨 걸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 기억 속 선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는 하고 싶어도 못 할 거다.”
 응? 이봐요. 선생나리.
 나 아마추어에서 꽤 잘나가거든요? 적어도 서울시 넘버원 플레이어 소리는 듣고 살 정도라고요.
 흑흑.
 꿈속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지 몰라도 내 아내와 우는 목소리가 똑같다.
 아니, 이건 진짜 아내의 목소리인데?
 “여보?”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 거기에 발음까지 어눌했다.
 “괜찮아?”
 “자네, 괜찮나?”
 “준환아!”
 무슨 일인가 싶다. 우리 어머니와 아내, 거기에 장인어른 내외분까지 계셨다.
 “무슨 일······?”
 목이 잠겨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그 와중에도 눈물범벅이 된 아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비슷한 얼굴의 어머니도.
 장인어른의 표정은 침중했다. 마치, 전 재산을 모두 잃은 사람 같았다.
 “아프진 않아?”
 울먹이는 목소리로 묻는 아내를 보자니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그제야 난 이상을 느꼈다. 발끝의 감각이 무딘데.
 아니, 그것보다는. 허리 아래로 감각이 전혀 없었다.
 “어라?”
 발가락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여보?”
 멍한 어투로 내가 되물었다. 거기에는 펑펑 우는 아내와 어머니가 있었다.
 
 *
 
 하반신 마비. 척수가 손상을 입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다시 돌아갈 확률이 5%도 안 된다고.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그래서 이젠 못 걷는구나.”
 내 말에 말라버린 눈으로 다시 우는 아내가 보였다.
 내가 이렇게 된 사유도 들었다.
 이규태. 이 미친 새끼가 차를 몰아서 들이받았다.
 그것도 인도까지 올라와서.
 놈은 현재 구속되었다고 한다. 우리 집의 분노는 굉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규태의 집은 내가 알던 것보다 몇 배는 부자였다.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하며 선처를 요구했다.
 그렇다고 해도 고의가 너무 명백해서 합의라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없을 텐데.
 하지만 그런 건 우리들만의, 그러니까 나같이 가난한 사람들만의 생각일 뿐이다.
 돈 잘 벌고 부유한 자식들은 갖가지 방법들이 다 있더라.
 그래서 우리 집에서 사고였다고 말해주고 그와 동시에 천사의 마음을 가진 내가 선처를 구하면 또 수를 써서 최대한 형량을 줄인다고 한다.
 근데 난 사실 천사가 아닌데?
 그런데 그래야 했다.
 
 
 # 담배 한 대
 
 
 이 사고 한 번으로 들어오는 돈이 몇 억 단위니까.
 내가 이렇게 병신이 되어 누워 있어도 내 아내는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아니, 잘한다면 평생 먹고 살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하고 싶다던 카페도 차릴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난 휠체어를 타고 도우면 되려나?
 아, 시발. 눈물이 내 앞을 가린다. 그나마 멀쩡한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왜?”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 내 옆에서 단 일 분도 떨어져 있지 않은 아내는 규태의 집에서 오는 모든 선물을 거절하고 면회도 거절하고 있었다.
 아내는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감히 자신의 남편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용서란 건 불가능했다.
 이 여자야. 그 정도 돈이면 눈이 회까닥 돌아가도 되지 않냐?
 내가 평생 벌어도 반에 반도 못 모을 돈이야.
 “그 돈 받아.”
 “또 그 소리야? 그만둬. 난 안 해. 못 받아. 평생을 감옥에서 썩게 해도 지금 내 속이 타는 만큼은 아닐 거야. 그런데 그것조차 돈으로 해결해? 내 손으로 죽이고 싶어. 차라리.”
 터프한 발언이다. 사실 이래서 이 여잘 좋아했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했고, 덤벙대는 듯했지만 세심하고 생활력이 남달랐다.
 “이 바보야. 그거 안 받으면 우리한테 뭐가 남는데?”
 상대는 무서웠다.
 사실 어머니한테 들은 얘기였지만.
 상해치사 등 뭐, 하여간 잡다한 걸 다 붙여서 걸고넘어진다 해도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3천만 원이란다.
 단순한 계산이다. 선처하면 억 단위, 선처하지 않으면 3천만 원.
 물론 올바르고 정당한 결과는 아니다. 이건 다 그 잘나신 놈의 집안이 꾸민 개수작.
 누가 봐도 거지같은 일이다.
 난 반병신이 되었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하늘에 외치고 싶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세상이 보통 무서운 게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우리는 황금만능주의 국가에 살고 있으니까.
 난 한 달을 침대에 누워 지냈다.
 느낌이 없는 다리에서 지독한 통증을 느낄 때도 있었고, 악몽에 시달려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이규태를 끔찍하게 죽이고 싶었다. 또 어느 날은 마지막에 규태를 향한 도발을 했던 날 원망하기도 했다.
 그냥 꾹 참고 지나갔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도 해봤다.
 가끔은 주변 모두가 날 병신이라고 놀리는 것도 같았다.
 난 점점 피폐해졌다. 입술은 항시 마르고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그 와중에 규태의 집에서는 계속 연락을 취해왔다.
 미칠 것 같았다.
 그런 나에게 아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좋은 타이밍이었을까? 그 한마디에 난 마음이 안정됨을 느꼈다.
 그 후 냉정하게 생각했다. 규태의 돈을 안 받으면 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내 아내는? 내가 다치는 바람에 회사도 반쯤 퇴직할 각오로 나온 것 같다.
 그렇다고 일가족에 손 벌릴 만한 형편도 아니고.
 하지만 아내는 절대로 그놈의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한다.
 난 메모지에 글을 썼다. 몇 줄의 글을 적었다.
 내가 다친 건 어쩔 수 없는 최악의 이벤트다. 하지만 이걸로 인해서 우리가 불행해진다면 너무 화가 나고 못 견딜 것 같다. 그러니 차라리 돈을 받고 행복하게 살아버리자.
 이런 내용이었다.
 그 메모를 보는 아내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 이후 농담 삼아 말했다.
 내 몸은 이렇지만 드디어 내 평생소원인 백수놀이를 할 수 있다고.
 아내는 쇠심줄 고집쟁이지만 내가 쓴 짧은 편지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었나 보다.
 마음을 고쳐먹은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여러 가지 상황이 지나가고 선처를 부탁하는 편지를 쓰고 내 지장을 찍었다.
 가족 외에 면회는 사절했다. 사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가장 슬픈 걸 말하라면 끝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 중 하나, 이런 상황에도 다시는 농구공을 잡지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이전까지 누가 나한테 농구가 뭐냐고 물으면 그냥 취미죠, 하고 답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취미랑은 달랐나 보다.
 하반신이 마비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그 이튿날 든 생각이, ‘이제 농구 못 하는구나’였으니까.
 변호사가 오고, 규태의 집에서 보낸 선물들이 병실을 가득 채웠다.
 병원비가 걱정이었는데 모든 걸 규태 집에서 부담했고 거기에 나의 아내는 보상금으로 10억을 받을 수 있었다.
 10억. 그 정도면······.
 하아~! 시발!
 “이제 카페 차리고 편하게 살자.”
 내 말에 아내는 다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울지 마라.”
 난 주먹을 꼭 쥐고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아내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내 월급은 세금 떼고 한 달에 180만 원이었다. 사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벌면 앞날이 암담하다.
 맞벌이였으니까 괜찮았지만 애라도 가지면 맞벌이도 끝이니까.
 어쨌든 부자라도 됐으니까.
 그렇게 자위를 해봐도.
 역시나. 시발이다.
 
 며칠이 지났는지 날짜를 세고 싶지 않았다. 난 울지 않았고 아내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며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난 의연했고 몸은 망가져도 정신은 건강했다.
 강한 척하려 했다. 날 의지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파스텔 톤으로 꾸며야지.”
 카페 인테리어를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앞으로 뭘 할지 얘기를 나누며 상처를 조금씩 숨겼다.
 숨기고 또 숨겼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치료와 치유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억지로라도 숨겨야 했으니까.
 몇 해가 지나야만 난 이 숨겼던 상처를 끄집어내서 터진 살을 꿰매듯 다시 손보게 될 것이다.
 살을 꿰매면 흉터가 남듯 지워지지 않는 흔적은 남겠지만.
 안정을 찾기 시작하자 아내는 집을 왕복했다.
 그런 날이 이어지던 저녁쯤이었다. 아내가 집을 가 있는 시간이었다.
 난 TV를 보는 것도 싫었다. 혼자 있는 게 더 싫었지만. 아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눈을 감고 누워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왔어?”
 아내인 줄 알고 반색하며 맞이한 내 앞에는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보였다.
 입매만 간신히 보였는데, 그 입이 곧 움직였다.
 “고맙다. 덕분에. 별 탈 없이 일이 끝났다.”
 규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들려온 그놈 목소리였다.
 “그리고 진짜 미안하네.”
 놈의 목소리가 비틀린 게 느껴졌다.
 “그냥 죽지. 그럼 나도 빵에서 몇 년은 썩었을 텐데. 어쨌든 고맙네.”
 뭐라고?
 이놈 지금 뭐라는 거야?
 너무 황당해서 잠시 동안 상황 파악이 안 됐다.
 곧 놈이 이곳에 온 이유가 날 조롱하기 위해서란 걸 깨달았다.
 “이 개새끼가!”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모자로 눌러써 가린 놈의 입모양이 보였다.
 “아! 미안. 내가 사실 분노조절장애가 있거든. 그래서 정신과 치료도 꽤 받았고. 너 죽었어도 얼마 안 살았을 거야.”
 난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일으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규태는 더 기다리지 않았다.
 내 모습을 확인하더니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
 “어쨌든 잘 지내라. 아마추어 MVP. 풋! 병신!”
 이규태가 던진 말에 난 이성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신경이 살아 있는 곳 전부가 부들부들 떨렸다.
 놈이 가져간 건 내 다리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동안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
 그동안 억지로 눌러왔던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에서 치밀어 그대로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으아아아악!”
 미친놈처럼 소리라도 치지 않았다면 그 순간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난 병원 옥상 난간에서 한기를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미친놈처럼 소리칠 때 달려온 간호사에게 옥상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추운데 괜찮겠어요?”
 걱정스럽게 묻는 간호사에게 눈웃음을 보였다.
 “요즘 옷이 두툼하니 좋으니까요.”
 난 말하면서 두꺼운 오리털 점퍼를 여몄다.
 잠시 혼자 있게 해달라는 내 부탁을 간호사가 들어주었다.
 하긴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가 하는 부탁이니 불쌍해 보였을 법도 했다.
 또 옥상에 혼자 있다고 뭘 하겠냐 싶었을 거다.
 그렇게 혼자 남았다.
 이규태가 밉다. 가슴에 차오르는 분노와 암담함이 내 전신을 채워갔다.
 일전에 아내가 권한 대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을까?
 평소 정신력이라면 자신 있었으니 거절했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산이고 오판이었다.
 내 안으로 꼭꼭 숨겨둔 그 상처가 이규태 때문에 폭발해버렸다.
 솔직히 이렇게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후.”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자꾸 떠오르는 아내의 슬픈 얼굴을 머리에서 지우려 노력했다.
 대신 이규태를 상상하며 그 자식을 엿 먹일 수 있는 온갖 방법을 고민했다.
 그런데 지랄같이, 그 방법이란 게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놈한테 받은 십억을 수십, 수백 배로 불려서 놈의 집안을 망하게 한 다음 놈을 내 앞에서 설설 기게······.
 시발!
 그런 건 진짜 그냥 만화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뿐이다.
 상상의 끝에 내리깐 시선에 움직일 수 없는 내 다리가 보였다.
 순간 또 다시 죽을 것 같은 자괴감만 들었다.
 칙.
 그 순간 라이터에 불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내 고개가 팩 하고 돌아갔다.
 “한 대 태우실래요?”
 흰 가운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머리는 살짝 염색해서 갈색 빛.
 휠체어에 앉아 있는 환자에게 담배를 권하는 의사라니.
 그래도 오랜만에 담배 한 대는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다.
 “주신다면······.”
 떨리는 손을 내미는데 의사는 능숙하게 불을 붙여 담배를 건네주었다.
 얼마 만에 보는 담배지?
 “우선 태우시고.”
 의사가 준 담배를 물었다.
 스읍. 아, 딱 한 번 빨았는데 머리가 핑 돌았다.
 하늘이 빙글빙글. 나도 빙글빙글.
 “저 기억나세요?”
 의사가 물었다. 누구지?
 “그쪽은 정준환 선수 맞죠?”
 “누구세요?”
 “몇 달 전인가, 청계천 옆 코트에서 농구했는데. 기억 안 나세요?”
 “청계천요?”
 언제? 자주는 곳이긴 한데. 얼굴은 낯설었다.
 “잘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들이미는 의사를 보니 어딘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아, 네. 그러고 보니······.”
 그냥 아는 척을 했다. 지금은 누구하고라도 아무 말이나 하고 싶었으니까.
 “정말 많이 다치셨네요. 이제 그 시원한 덩크는 못 보나 보네요. 진짜 끝내줬는데!”
 “······네.”
 내 목소리가 잔뜩 풀이 죽었다.
 확실히 날 아는 사람 맞나 보다. 그건 그렇고, 의사가 대놓고 이렇게 사람 아픈 곳 건드려도 되는 건가?
 “아쉽네요. 농구 정말 잘하시던데. 사실 그때 보고 준환 씨 팬이 됐어요.”
 “······.”
 이 의사 양반, 이제 불구가 된 사람한테 너무 아픈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니야.
 저 얼굴은 완전 신난 얼굴인데?
 “인터넷 찾아보니까. 시합도 많이 나가셨더라고요. 혹시 농구 환생이라는 잡지 아세요? 거기에 소개도 많이 되셨어요. NBA 파이널에서 버저 비터도 성공했잖아요.”
 
 
 # 1998년 157cm
 
 
 “···?!”
 이건 또 뭔 소리야?
 “왜? 기억 안 나세요? 두 달쯤 전에. 아니 사고 나기 며칠 전에 체험했던 그 파이널 결승전요!”
 “······.”
 말문이 막혔다.
 이 인간 뭐지?
 그런데 확실히 기억이 나긴 했다. 너무나 생생했던 꿈이라.
 그렇다고 해도 눈앞에 이 남자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황당해서 눈만 끔뻑거리는 그 순간.
 “농구······ 다시 하고 싶지 않으세요?”
 황당한 생각을 하던 내 귀에 들린 목소리였다.
 다시 하고 싶으냐고?
 물론이다.
 하지만 내가 꼬맹이도 아니고 이런 이상한 인간한테 휘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싫으세요? 그럼 아까운데.”
 날 앞에 두고 혀까지 차는 의사, 이거 다시 슬슬 뚜껑 날아가게 만드는 놈을 만났다.
 “당신 뭐야!”
 내 목소리가 거칠어졌지만 젊은 의사 놈은 여전히 해죽 웃는 얼굴이었다.
 “당신은 내가 본 사람 중에 정말 눈에 띄는 재능을 가졌거든요. 그저 당신이 제대로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그 다리 제가 고칠 수 있다는 말이죠.”
 생긋. 말하며 의사가 웃었다.
 “······!”
 귀가 트이고, 눈이 번쩍했다.
 만약 내가 곤충이라 더듬이가 있었다면 그걸 곤두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난 어린애가 아니었다. 불가능과 가능을 구분할 이성이 있는 성인이다.
 퍼뜩 제정신을 차렸다.
 “이봐! 장난 그만해. 어디 무슨 신흥 종교 같은 거야? 내 합의금 같은 거 노리고 온 거지?”
 그런 게 아니면 이런 놈이 들러붙을 일이 없을 거란 생각이었다.
 “장난 아닌데.”
 “너 대체 뭐야?”
 “믿거나 말거나 아닌가? 당신 다리 고치고 싶으냐고 묻잖아?”
 그 의사의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진짜 웃기는 건 놈의 웃는 모습이 제법 매력적이라는 거다.
 뭘까? 이 자식은? 솔직히 첫인상이나 말투가 사기꾼 같지는 않아 보였다. 물론 사기꾼이 사기꾼처럼 생기면 누가 사기를 당하겠냐마는.
 “대신 조건이 있죠.”
 그럼 그렇지.
 역시 합의금을 노린 거란 생각이 들 때였다.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에······?”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조건입니다.”
 뭐냐? 이거 역시 미친놈 아니면 사기꾼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 낭비였다.
 잠시 진지했던 내가 한심했다.
 난 그대로 휠체어를 돌렸다. 그 순간 다시 그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싫어요?”
 더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
 “아! 시발! 그게 가능하냐?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다리 고쳤다고 세계 최고가 돼? 적당히 해! 이 미친 새끼야!”
 그런 건 말이 안 된다고.
 혹시 모르겠다.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고.
 담배도 안 피우고.
 제대로 훈련과 트레이닝을 받으면 누구 말처럼 우리나라에선 먹어주는 프로 선수 정도까지는 될 수 있을지도.
 아니 정말 잘하면 아시아 전체에서 이름을 날리는 정도?
 그래도 역시 키가 좀 딸린다.
 185cm 정도로 프로에서 뛰기엔······.
 ‘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얼른 제정신을 차렸다.
 마음속에 들어찬 잡념을 떨치고 옥상 문을 향해 휠체어를 굴릴 때였다.
 “아시아 최고로는 부족해요. 제대로 먹기만 하면 키도 더 클 거고. 운동선수니 당연히 담배는 안 배울 겁니다.”
 “!”
 “과거로 간다면 언제가 좋습니까? 역시 농구를 그만둔 그 시절이죠?”
 휠체어를 굴리던 손이 감전이라도 된 듯 떨렸다.
 이건 뭐지?
 이 새끼 진짜 뭐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놈을 다시 봤다.
 그의 웃는 모습이 보였다. 놈이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중2. 여름 방학. 그때죠?”
 “······”
 “그 시절로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눈빛이 변해갔다.
 검은 눈동자가 먹물이 번지듯 커지더니 흰자위를 완전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뭐냐?
 너 뭐냐고?
 그 순간 나는 온몸이 보이지 않는 쇠사슬로 칭칭 감기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잊지 마세요.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조건입니다.”
 그 목소리와 함께 그 눈동자의 검은빛이 온 세상을 물들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내 의식이 뚝 하고 끊겼다.
 
 *
 
 “준환아!”
 아내 말고 어머니가 오셨구나. 병원 옥상에서 쓰러졌었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일어나려 했다.
 어라?
 “엥?”
 멍한 목소리로 난 발끝을 꿈틀거렸다.
 움직였다.
 분명 발이 움직였다.
 “뭐냐?”
 이제 보니 내 목소리도 앳되다.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아 가냘픈 목소리.
 이런 염병.
 이거 또 꿈이야?
 내 볼을 세게 꼬집었다. 아프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분간이 안 된다.
 퍽!
 내 얼굴을 향해 제대로 주먹을 꽂았다.
 “컥!”
 아프다.
 아팠다.
 뭐냐? 그 의사 진짜였어?
 여긴 어디야?
 서둘러 낯설게만 느껴지는 주변을 둘러보니, 뭔가 익숙한 느낌도 들고······.
 “뭐 하니?”
 놀란 어머니가 달려오셨다. 난 살이 피가 살짝 배어나온 입술을 얼른 훔쳤다.
 “어머니?”
 그 순간 확신했다.
 엄마였다.
 확실히 젊고 예쁜 기억 속의 우리 엄마.
 거울을 찾아 내 얼굴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 의사 진짜다.
 날 정말 1998년도 중2 여름, 그 시절로 보내주었다.
 
 *
 
 98년도. 6월.
 내 키는 157cm였다. 갑자기 거의 25cm 가까이 줄어든 키에 적응해야 했다.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못 걷는 것보다는 100배 나으니까.
 “학교 가야지?”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으셨다. 과거의 기억이 조금씩 생생해졌다.
 이때, 부모님의 불화로 아버지는 이미 집에 안 계셨다.
 이혼. 그리고 난 어머니가 키워주셨지.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금전적으로 풍족하지 않아서 내가 학교에서 사고 칠 때마다 어머니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을 뿐.
 “응. 다녀올게.”
 어색하다. 18년 전의 어머니라니. 거기에 반말을 쓴다. 존댓말을 쓰기 시작한 게 군대 전역하고 23살 때부터였나?
 그렇게 십 년 동안 존댓말을 썼는데 다시 반말을 쓰려니 당연히 어색했다.
 난 가방을 대강 메고 집을 나섰다.
 “정말 옛날 그대로네.”
 골목길을 빠져나가면 이차선도로가 있다.
 맞은편에 세탁과 수선을 같이 해주는 세탁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1층에 있는 PC방.
 98년도 현재는 한참 PC방 열풍이 부는 시절이다.
 간판도 ‘밤새지 말란 말이야’라고 적혀 있다.
 “음.”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 눈을 감아도 이보다 어둡지는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어떤가요?”
 그 의사다. 날 이곳으로 보낸 자. 어둠속에서 그가 허공에 떠오르듯 나타났다.
 “이게 무슨 일이지?”
 “뭐긴요. 과거로 오신 거잖아요.”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꿈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꿈이 이렇게 생생할 리 없으니까.
 그럼 대체 뭐냐 이 말이야?
 “당신을 과거로 돌려보낸 제 ‘능력’에 의문을 품지 마세요. 전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보냈고, 당신은 그걸 지키시면 되니까요.”
 “목적?”
 “최고의 플레이어. 보고 싶네요. 과연 가능할지.”
 그게 목적이고 이게 하자 없는 조건이라면 난 받아들이고 싶다. 솔직하게.
 하지만 그 동안 살았던 나의 33년은 어떻게 되는 걸까? 마음이라도 읽는지 그 의사의 입이 열렸다.
 “기억하시나요? 쓰러지기 전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면 다리 고쳐주겠다고. 그 말은 돌아갈 수 있다는 거죠. 다시. 원래대로. 그거야 제 선택은 아니겠지만요.”
 “선택?”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멀쩡한 몸으로 과거로 돌아온 게 아닐까요?”
 의사는 더는 얘기해주지 않겠다고 온몸으로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 좋다. 이게 악마의 계약이라면 받아주겠다. 나에게 더 이상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지 않으니까.
 “왜지? 왜 이런 일을 하지?”
 “정말 알고 싶으시나요?”
 “당연한 말이다!”
 “제가 슬램덩크의 광팬이라서요.”
 팟!
 그 말을 끝으로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 본래의 풍경으로 돌아왔다.
 미친.
 슬램덩크 팬이라고? 그래서 농구 선수가 성공하는 걸 보고 싶다 이거냐?
 이유가 어찌 됐든. 그 의사와 그의 의도는 머리 한구석으로 밀어두었다.
 “진짜 돌아왔다.”
 다시금 실감났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 남자가 무엇이든, 그저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을 하늘에 감사했다.
 나에게 두 번째 기회가 온 건 사실이니까.
 학교로 향하는 길은 잊지 않았다.
 아니, 점점 기억이 생생해진다고 해야 할까?
 
 *
 
 “준.”
 버스에 앉아 있는데 누가 내 머리 위에서 말했다.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니, 중학교 때 나름 단짝 친구였던 키체다.
 키체는 별명이고 본명은 정민호. 같은 농구부였고, 또 함께 보결이었지.
 둘 다 웬만해서는 경기를 못 뛰는 잉여인력이었다.
 키체라는 별명도 풀어쓰면 키 빼고 시체.
 덧붙이자면 농구부에서 내 별명은 시체다.
 키도 없고 빽도 없고 돈도 없는. 시발. 말하다 보니 은근히 화가 나는데?
 “어쩐 일로 일찍 가?”
 키체가 물었다. 그렇지. 난 학창시절 등교시간이 8시면 보통 9시, 1교시 시작 직전에나 들어가는 꼴통이었다.
 그것도 양반이지. 점심시간에 갔을 때도 있으니까.
 “그냥.”
 “오늘 연습 나올 거야?”
 키체의 말에 난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평범한 전자시계가 가리키는 날짜는 6월 29일.
 그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날 선생에게 호되게 욕을 먹고 농구를 그만뒀다.
 “가야지. 연습게임 있잖아.”
 “가기 싫다. 그냥 애들끼리 하고 싶다.”
 민호의 투정이 귀여웠다.
 그리고 예전, 아니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지 않는 게 용하네.
 과거라고 해야 할지 현재라고 해야 할지.
 나와 민호는 연습이 없는 날이면 흙바닥에서 농구를 했었다.
 98년도 우레탄이 깔린 실외 코트가 흔치 않았으니까.
 키체와 얘기를 나누며 가니 지루하지 않았다.
 내가 2학년에 몇 반이었더라? 맞다. 키체가 5반. 내가 4반.
 점점 옛날 기억이 선명해졌다. 그 덕에 어색하지만 15살의 나를 흉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도 더 실감나기 시작했고.
 15살이라.
 자라지 않은 작은 손이 보였다. 무엇보다 눈높이조차 달라졌으니까.
 157cm.
 아무리 중학생이라도 코트에서 뛰기에는 부담스러운 키다.
 작아.
 하지만, 미래에서 잊었던 가능성은 내 양손에 쥐어져 있었다.
 기회, 가능성, 잠재력. 꿈.
 모든 게 다 있었다.
 “반갑다. 키체.”
 “뭐가?”
 영문을 모르는 키체가 날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난 피식 웃어버렸다.
 키체 너도 변하게 될 걸?
 난 나 뿐 아니라 이 녀석의 미래도 안다. 그렇기에 그냥 둘 생각은 없었다.
 
 
 # 연습 게임
 
 
 수업은 지겨웠다. 그렇다고 졸리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멍하니 지금의 나와 농구 생각만 했다.
 키는 157cm로 돌아왔어도 내 머릿속에 있던 농구 경력은 그대로다.
 그리고 농구에 대한 갈망은 더 강해졌다.
 딩동댕동.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쉬는 시간에 보니 내 사물함에는 체육복이 얌전히 접혀 있다.
 그리고 가방에는 속옷과 수건이.
 교실 뒷문에 키체가 불안한 얼굴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난 태연하게 키체를 끌고 강당으로 향했다.
 퉁!
 가까이 갈수록 들리는 공 튀기는 소리에 내 심장도 같이 뛰었다.
 “왔냐?”
 지금 보니 체육 선생은 키가 185cm는 너끈히 되겠다 싶었다.
 난 키체와 꾸벅 인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하나둘 농구부원이 모였다.
 총인원 14명. 이중 키체와 나를 포함해서 만년 벤치 신세가 4명이다.
 “준환이는 잠깐 나오고.”
 체육 선생이 날 불렀다.
 그래. 그 말 할 차례지.
 강당 앞에서 교사라는 양반이 학생 앞에서 담배를 꼬나물었다.
 이번 생에는 담배는 끊는 걸로 하자.
 안 그래도 17살 때부터 피운 담배가 내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으니까.
 이렇게 말하니 나 확실히 노는 놈이었네.
 “솔직히 집안도 어려운데 농구 계속 하기는 힘들지?”
 선생이란 인간이 말투하고는.
 “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묻는 내 말에 선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준환아. 말하기 어려운 문제긴 한데 현재 네 키로 계속해서 선수로 있긴 힘들지 않겠나 싶다.”
 에이. 왜 이러세요? 제가 157cm지만 우리 팀에 저 말고 160cm가 2명이 더 있어요.
 하지만 그 둘은 부자다. 그리고 그 집에서는 가끔 촌지도 찔러주고 회식도 시켜주고 이런저런 육성 기금도 내고 할 거다.
 그래서 그 두 명은 지금 주전이다.
 재수 없다.
 내가 다닌 중학교, 아니 지금 내가 다시 돌아온 중학교는 우리 기수가 1회였다.
 그래서 선배가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농구부도 1기.
 농구로 성적을 내는 건 선생이 보기에도 심히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내가 있거나 없거나 이 선생한테는 상관없지 않나?
 “그러니까 관두고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해두는 게 좋겠다. 너희 집안 사정을 생각해야지?”
 “그럼 농구부 쫓아내시는 건가요?”
 난 최대한 순진한 얼굴로 물었고 선생은 뜨끔한 얼굴이었다.
 “아니지, 선생님이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니고 네가 자발적으로 나가는 거다. 나야 앞날을 위해서 좋은 충고를 해주는 거지.”
 “아, 그러시구나.”
 “응?”
 “오늘 연습시합 있죠?”
 “물론이다.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뛰도록 해주마.”
 이 선생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과거에는 선생님 말씀이니까 알았다고 수긍하고 그만뒀지만 지금 다시 겪어보니 이상하긴 했다.
 체육 선생 나이도 딱 보니 과거로 오기 전 나랑 비슷한 또래, 의외로 다루기 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저 농구부 계속 하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연습시합에서 저희 팀이 이기면 계속 하게 해주실래요?”
 당돌하려나? 하지만 속은 33살이나 먹었지만 현재는 15세, 이런 내가 최대한 순진한 얼굴로 말한다면.
 “······시합에서 이기면?”
 “네, 선생님.”
 순간 체육 선생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솔직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팀이야 선생이 정하기 나름, 잘하는 애들을 한쪽으로 몰면 다른 팀이 이길 방법이 없다.
 “네가 그래서 수긍이 된다면 그렇게 하자.”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는 최대한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아무리 이 사람이 속물이라도 우선은 농구부에 남아야 하니까.
 실내 코트를 제대로 쓰려면 우선 농구부여야만 했다.
 자, 이제 이 선생이 날 내보려는 이유를 알아야 했다.
 그래야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
 
 *
 
 “키체!”
 난 녀석을 화장실로 불러냈고 너무나 허무하게 선생이 날 쫓아내려는 이유를 알게 됐다.
 중학교 운동부는 일정 인원 이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단다.
 교육부에서 정해놓은.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 농구부는 들어오고 싶어 하는 애들로 넘칠 때란다.
 슬램덩크로 시작된 전국적 농구 붐은 약간 시들해졌다지만 프로 농구의 인기는 여전히 최고일 때였으니까.
 그러니까.
 가난하고 힘없는 애들을 내보내고 돈이 넘쳐나서 촌지 줄 애들을 데려와야 한다는 거지.
 “선생은 뭐래?”
 키체가 물었다.
 “그냥. 재능 없다. 키 작다.”
 “대놓고?”
 “신경 안 써. 얼른 시합이나 했으면 좋겠다. 이기면 남기로 했거든.”
 키체는 내 말에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하긴 키체도 나랑 별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니까.
 “사실 나한테도 재능이 없다고 관두라고 하더라.”
 재능? 이 선생아. 키체는 중2에 키가 벌써 185cm가 넘어. 얘가 나중에 얼마까지 크는 줄 알아?
 2m가 넘어, 이 양반아.
 이 피지컬이 재능이 아니면 뭐냐? 그렇다고 운동신경이 나쁜 것도 아니고.
 “야! 우리 한 팀 될 거 같다. 이기자.”
 내 말에 키체가 움찔했다.
 팡!
 녀석의 등짝을 힘껏 내리쳤다.
 “걱정 마! 무조건 이기니까.”
 녀석을 끌고 체육관으로 돌아왔더니 벌써 몸 풀기가 한창이었다.
 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훈련을 임했다.
 1시간가량을 러닝과 기초 드리블, 슛 폼 잡는 연습을 했다.
 “역시나.”
 “응?”
 내 혼잣말을 듣고 키체가 반응했다.
 이 자식은 확실히 너무 소심해. 계속 내 옆에서 내 반응을 체크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냐.”
 슛이 안 나간다. 3점 슛은 절대 무리다. 미들도 간당간당.
 농구는 반복해서 몸에 익히는 스포츠다.
 그러니 현재 내 개인 기량은 33살의 나로 볼 수 없다.
 거기다 엄청난 피지컬 차이.
 이걸 고작 1시간 동안 몸을 푸는 걸로 극복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시 폼을 만들어야 하고 손끝으로 공의 감촉도 느껴야 했다.
 확실히 시간이 부족했다.
 “각자 자율 연습하고 10분 뒤 연습시합 한다. 백팀과 청팀은 이렇게 나눈다.”
 선생이 말하면서 나를 힐끗 쳐다봤다. 짙은 녹색의 칠판에 내 이름과 키체를 포함해서 애물단지 4인방이 보였다.
 거기에 서글서글하니 성격 좋은 영도가 꼈다.
 반대쪽은 나보고 시체라고 놀리며 무시하는 이진구라는 놈이 있다.
 딱 봤는데 이름이 단번에 기억이 났다.
 이놈이랑 나중에 크게 한판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중3때니까 확실히 나중 일, 그때 처음으로 깽 값이란 걸 물었었다.
 나한테 저 이빨 여러 개 털리는데.
 그 진구란 놈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고 있는데 당장이라도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었다.
 그래봐야 꼬맹이니까.
 난 놈을 보고 환하게 웃어줬다.
 “자, 준비해라.”
 “네!”
 14명이 이구동성으로 답하고 각자 팀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갈리고 나니까 확실히 우리 편이 너무 쫄렸다.
 물론 나를 빼고 하는 말이다.
 자, 그럼 이기는 게임을 위해서 준비를 해볼까나?
 내가 현재 가진 건 패스하는 센스와 빈자리를 보고 찾아가는 순발력 정도.
 근거리라면 미들 슛이나 레이업 슛도 가능.
 하지만 이것만 갖고 이긴다고 장담하긴 힘들었다.
 이전에 가졌던 기술들이 지금의 몸에 익숙지 않은 상태니까.
 “키체. 골밑슛 쏴봐. 패스해줄게.”
 키체는 내 말에 충실히 따라서 골밑슛을 던졌다.
 좋다. 팔과 몸을 위로 쭉 펴서 던지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훌륭하다.
 폼이 정말로 깔끔했다.
 하긴 어찌 되었든 나중에 프로까지는 갔던 녀석이니까.
 물론 그 소심한 성격 덕에 고만고만한 선수로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
 난 나머지 셋을 불러서 간단하게 작전을 설명했다.
 “그러면 재미없잖아.”
 한 명이 불만을 토로한다.
 닥쳐. 지면 나가게 생겼는데.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참고 나는 우리 팀의 전의를 불태울 만한 카드를 꺼냈다.
 “저 새끼 이기고 싶지 않냐?”
 우리 잉여 농구부원은 모두 한결같이 진구 놈을 싫어한다.
 좋아할 리가 없지. 매일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데 말이야.
 “이러면 이겨?”
 우리 팀 누군가가 물었다. 미안하다. 넌 누군가다.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고.
 “100퍼센트.”
 내 확신에 찬 대답에 키체가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든다.
 “으. 자신 없는데.”
 “키체! 넌 그냥 시키는 것만 해. 다른 건 하지 말고.”
 “알겠어.”
 결국 나머지 셋의 동의도 이끌어냈다.
 “연습시간 끝. 전, 후반 각각 10분으로 나눠서 시합한다. 심판은 선생님이 봐줄 테니. 시작해.”
 그럼 시작해볼까?
 선생은 날 내보내고 싶어 안달이겠지만.
 헤헤. 누가 쉽게 나가주겠어?
 나도 이 농구 코트가 필요하다고, 선생과의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삑!
 호각 소리와 함께 키체가 점프했다.
 키체의 키는 이 팀에서 우월하다. 점프볼을 뺏길 리가.
 공이 팀원에게 가는 걸 보고 내가 잽싸게 다가갔다.
 “패스.”
 약속한 대로 공이 나에게로 넘어왔다.
 난 천천히 공을 튀기며 하프코트를 넘어왔다.
 내 앞으로 수비수 한 명이 달려든다. 아무리 내가 전생만큼 기술이 몸에 배어있지 않다 해도.
 기본 드리블도 못할 것 같냐?
 퉁!
 어설픈 크로스 오버로도 수비수는 쉽게 제칠 수 있었다.
 “키체!”
 내 외침에 키체가 어그적어그적 골대 밑으로 몸을 집어넣는다.
 난 서슴없이 볼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린 공이 키체의 손에 잡힌다.
 키체는 그대로 공을 내리지 않고 쭉 올려서 골밑슛.
 철썩.
 농구에서 가장 즐거운 소리가 들린다. 그물이 흔들리는 소리.
 “나이스 샷!”
 난 큰소리로 외쳤다. 상대는 어떻게 할 수도 없을걸?
 선생은 바보다. 키체를 우리 팀에 넣는 순간 이 경기는 끝난 거다.
 상대 팀에서 키체를 마크하는 선수의 신장은 끽해야 175cm다.
 키체는 그보다 10cm는 크다. 거기에 윙스팬, 팔도 길고 손가락도 길고 손도 크다.
 그 모든 게 다 엄청나게 상대보다 유리하다 이 말씀이야.
 하지만 체육 선생은 키체를 우습게 여겼다.
 상대적으로 느려 보이고 드리블에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
 하지만 키체가 제대로 볼을 받는다면?
 지금의 체육 선생은 농구의 ‘농’ 자도 모르는 인간이다.
 그런 인간 때문에 농구를 그만뒀다고 생각하니까.
 순간 울컥했다.
 참자. 참아!
 이젠 다르잖아. 일단 이 경기를 이기고 보자고.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다. 키체에게 주의시킨 건 스리-세컨드 룰과 공을 허리 아래로 내리지 말라는 것 두 가지뿐이었다.
 공격자가 골 밑 자유투 라인 안쪽에서 3초 이상 있으면 안 되는 룰이 스리-세컨드 룰.
 그리고 아직 볼 키핑이 미숙한 키체는 차라리 공을 내리지 않고 슛하는 게 낫다.
 내리는 순간 가드들의 손이 쇄도하니까.
 그럼 스틸 당할 확률이 높다.
 
 * * *
 
 그렇게 키체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은 계속됐다. 그럴수록 체육 선생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전반 10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이미 우리 스코어는 20점, 상대는 6점이었다.
 “잘했어.”
 돌아온 키체의 엉덩이를 탁 하고 때렸다.
 “타임아웃!”
 상대방 팀이 타임을 요청했다.
 “계속 이렇게 해?”
 “아니, 아마도 이제 키체 너한테 더블 팀이 붙을걸?”
 더블 팀은 수비수 둘이 한 명을 막는 걸 말한다.
 “그럼?”
 “골대 밑에서 패스를 받고 계속 날 봐. 공을 위로 든 채로! 그러다 내 쪽으로 패스해. 그럼 끝.”
 키체에게 아직 복잡한 무언가를 설명해줄 순 없다.
 단순하게 말하고 나머지는 내가 채운다.
 선생은 진구네 팀 쪽으로 슬며시 다가가더니 뭔가를 열심히 조언하는 것 같았다.
 물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양반아, 내가 당신보다 농구를 알아도 백배는 더 압니다.
 인사이드가 이렇게 압도적인 팀을 어쩌려고요?
 “시작!”
 삑!
 선생의 신경질적인 호각소리가 들리고 다시 시작된 게임.
 역시나랄까?
 인사이드로 파고들어간 키체를 두 명이 감쌌다.
 더블 팀 수비, 그래도 체육 선생이니까 기본은 아나 보다.
 난 공을 옆으로 패스했고 우리 팀원이 받아 다시 키체에게 높게 패스해주었다.
 아무리 두 명이서 밀어도 키 차이가 10cm에 팔도 긴 키체가 패스를 못 받을 리 없지.
 다만, 아직 몸으로 상대를 밀치며 올라가는 스킬 따윈 없는 키체의 공격은 봉인된 셈이다.
 저렇게 냅다 미는데 파울이라도 주지?
 하지만 선생은 무시다.
 기대도 안 했수다.
 키체에게 공이 가고 그가 고개를 돌려서 날 찾는 모습이 보였다.
 난 소리 없이 키체의 반대편 45도에서 골대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키체가 공을 던졌다.
 좋은 패스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야.
 드리블도 없이 들어오는 공을 받고 원투 스텝을 밟고 그대로 레이업 슛.
 키체를 앞뒤로 감싸던 애들은 그냥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철썩.
 역시나 이 소리가 최고다.
 선생의 놀란 얼굴을 감상할 차례였나?
 키는 작아도 레이업 스텝은 깔끔하거든.
 그리고 지금도 내 탄력은 장난 아니라고!
 선생의 저 놀란 얼굴이 나에게는 너무 좋은 자양강장제였다.
 아이고, 신나라.
 키체와 내 플레이는 계속되었다.
 아직 컷 인 플레이에 관해 개념이 없는 중학생을 상대로 난 무지막지하게 뛰었다.
 실제로 제대로 배운 애들이라면 통하지도 않았겠지만.
 남은 시간이라고 해봐야 후반까지 겨우 10분 남짓.
 그것만 뛰면 된다. 체력만큼은 지금이 더 좋을 테니까.
 뛰고 또 뛰었다. 상대 수비수가 날 쫓아오면 우리 편을 향해서 뛴다. 그럼 우리 편이 어설픈 스크린.
 그럼 그 사이 난 수비가 역동작이 걸리도록 몸을 튼다.
 역시나 나에게 오는 패스.
 “막아!”
 내가 아무리 과거로 왔어도 기본적으로 이런 게임에서 밀릴 리가 없다.
 초등학교 선수 출신도 없고 시합도 못 나가본 1회 신생 농구팀.
 그런 애들을 상대하고 있는 거다.
 철썩.
 내가 올려놓은 공이 다시 골 그물을 흔들었다.
 역시 농구는 재밌다.
 신난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내 얼굴에 미소가 더해질수록 우리 팀의 점수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물론 선생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고.
 
 *
 
 전, 후반 전 경기가 끝나고 진이 빠진 얼굴의 진구가 보였다.
 “재밌었네.”
 난 일부러 옆을 지나가면서 진구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상대를 도발하는 버릇은 나이가 어려졌다고 바뀌는 게 아닌가 보다.
 진구가 무서운 눈으로 날 쳐다보지만, 어쩔래?
 그때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환아?”
 “네.”
 쾌활하게 답해줘야지. 선생 쪽으로 난 쪼르르 달려갔다.
 난감한 얼굴의 선생의 얼굴을 보니 왜 이리 신나냐.
 “네. 말씀하세요.”
 “잘했다. 따로 연습을 많이 했나 보구나?”
 “연습이요?”
 그럴 리가 있나.
 연습은 개뿔. 그저 18년 동안의 내 경험이 쌓인 노하우 정도?
 “이겼으니까 농구부는 계속 해도 되죠?”
 “물론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실내용 운동화는 따로 준비해 와라.”
 선생의 시선이 내 하체를 향했다.
 예상치 못한 일격이다. 실내, 실외용 운동화를 따로 쓸 만큼 여유롭지는 못한 가정 형편.
 “······네.”
 풀죽은 척 연기를 했다.
 운동화야 다음에 생각하면 될 일, 오늘은 승리를 즐기자.
 과거라고 해야 하나? 본래 인생에서 이날 나는 농구부를 그만뒀다.
 시합을 했었지만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때부터 몇 년간 농구는 쳐다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완전히 바뀐 것이다.
 “키체. 가자.”
 농구는 팀 스포츠다. 이런 인사이드가 있으면 내가 또 죽이는 포인트 가드 놀이도 가능하거든.
 이 녀석이랑 뭐가 되도 될 거 같았다.
 “야. 정준환.”
 이진구의 목소리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170cm의 키. 확실히 나보다는 크다.
 “왜?”
 “시발. 아까 나보고 쪼갰냐?”
 선생이 없으면 학교는 전쟁터다.
 15살의 어린 나이에 깡다구 없이 견딜만한 환경이 아니다.
 그것도 가난하고 빽 없으면 더.
 아, 짜증. 갑자기 이규태 생각이 빡!
 학교가 15살에게는 전쟁터라도 33살에게는 아니지.
 “재밌지. 농구 재밌어서 하지 그럼 뭐하려고 하냐?”
 “너 졸라 마음에 안 드니까, 조심해라.”
 밑도 끝도 없다. 하긴 누가 이유 있어서 깠나? 그냥 핀트 상하면 바로 깠지.
 물론 지금의 난 이런 종류의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줄 알았다.
 “안전제일. 난 항상 조심하지.”
 내 말에 키체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그만해라 이거냐? 걱정하지 마라. 저딴 새끼 한 트럭이 와도 무서울 리가 없잖냐?
 “시발.”
 진구가 욕을 내뱉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솔직히 웃겼다.
 원래의 과거에도 저놈 옥수수 털고 인생 최초의 깽값을 물어줬다.
 하물며 서른셋의 기억을 가진 내가 15살짜리한테 쫄 리가 없다.
 “진구야! 억울하면 1:1 뜰래?”
 “뭐?”
 “싸움 말고. 농구로.”
 진구란 놈이 부르르 떠는 게 보였다.
 지도 바보 아니면 알 거다.
 압도적인 실력 차를 조금 전에 경험했으니까.
 “시바!!”
 진구 놈이 휙 돌아서고 그 무리가 우르르 사라졌다.
 남은 건 영도와 날 포함한 잉여 4인방. 하지만 오늘 연습시합부로 잉여도 아니지, 이제.
 “패스만 해도 꽤 재밌네.”
 영도가 말했다. 그렇지. 농구가 슛이 전부는 아니라니까.
 “그래도 슛 한 번도 제대로 못 던졌네.”
 다른 한 놈, 그러니까 아직도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그 녀석이 투덜거렸다.
 “다음에는 좀 다르게 해보자. 그건 너희들도 다 재미있을 거야.”
 사실 다시 연습시합을 시킬지는 모르겠다.
 선생이 보는 눈이 있다면 현재 팀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알 텐데.
 “가자.”
 시간이 늦었다. 배도 고프고 벌써 해가 지려고 하잖아.
 키체와 나는 집이 버스로 두 정거장 차이다.
 같은 방향이고 가까이 사니까 더 친해진 것도 있고.
 “오늘 좀 하던데?”
 키체가 마음이 편해졌는지 한결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자식은 소심한 걸 좀 고쳐야 할 텐데.
 “이 정도야 약과지.”
 “그래도 상대는 전부 주전이었잖아.”
 그건 주전이 아니고 주전자다. ······라는 아재 개그를 칠 뻔했다.
 상대 주전 선수라고 해봤자 돈 많고 좀 나서는 애들뿐이잖아.
 사실 실력이야 그중에서 키체 네가 제일 좋을걸.
 그러고 보니 궁금했다.
 “요새 농구 따로 배워?”
 “응?”
 야, 그렇게 화들짝 놀랄 일이냐?
 “딱 봐도 폼이 좋은데.”
 배우지 않고는 센터라인에서 나올 만한 슛 폼이 아니다.
 “별건 아니고. 우리 집 옆에 초등학교 있잖아? 거기 실외 코트에서 밤 열 시까지 불을 켜주거든. 거기에서 동네 형들하고.”
 “형들?”
 “응. 나이는 좀 많아. 서른 살도 있고.”
 길거리 농구라는 말이잖아.
 솔직히 조금 놀랐다.
 키체를 가르친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꽤 한다.
 쓸데없는 버릇은 없애고 딱 골밑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뒀으니까.
 으음. 왜? 키체를 당장 동네 농구에서 센터로 쓸 정도는 아닐 텐데.
 그러기에 피지컬이 너무 딸렸다.
 꼭 마른 장작 같은 놈이니까.
 설마? 앞으로 클 걸 대비해서 그런 건가?
 “그 형들이 팀으로 들어오라고 해?
 “헤헤. 이미 들어갔어.”
 맞네. 중2에 185cm. 몸은 비쩍 꼴았어도 앞으로 키가 최소 5~10cm만 커도 그냥 동네 농구 센터는 나오는 사이즈니까.
 하여간 지금이나 미래나 키 큰 센터는 동네 농구에서 흔치 않지.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키우다니 꽤 욕심 있네.
 “잘해? 그 형들.”
 “응. 엄청.”
 키체의 눈높이를 고려했을 때 ‘엄청’이라고 해도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구경은 하고 싶다.
 안 그래도 따로 연습할 장소도 필요하기도 하고.
 그리고 난 지금 개인 농구공도 없단 말이지.
 키체는 있나?
 “너 농구공 있냐?”
 “응. 하나.”
 “그래? 그럼 저녁에 같이 농구하러 가자. 연습 없는 날.”
 “그래.”
 키체가 순진한 얼굴로 히죽 웃는다.
 하긴 이 자식 날 좋아했지. 꽤 친했고 난 키체에 비해서 강단 있는 성격이었으니까.
 물론 녀석과의 과거 인연은 중학교 때까지였다.
 
 학교 농구부는 일주일에 2번 모인다. 애초에 시합을 나갈 수준도 아니고 신생 학교가 외부에 보여주기 식으로 만든 운동부였으니까.
 선생은 그 이후로 날 보는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난 당장 실내용 농구화를 살 돈이 없었다.
 어머니한테 달라고도 못 했다.
 확실히 예전에는 못 보던 게 보였다.
 우리 집은 정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어릴 때는 왜 몰랐지? 그냥 없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위태위태할 줄은 몰랐네.
 월세에 연탄 값에. 우린 아직 연탄보일러 썼으니까.
 거기에 LPG 가스통, 오랜만에 보니 정겹네.
 가스레인지에 연결해서 쓰는 커다란 회색의 긴 통이 좁다란 담벼락 사이에 끼어 있었다.
 도시가스가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너무 생소한 물건이다.
 하여간 그래서 농구화도, 농구공도 당장은 무리다.
 어디 돈 나올 구석 없나 싶지만 당장 생각나는 것도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로또 당첨번호라도 하나 외워올 걸 그랬다.
 당장 유망한 주식이나 부동산 정보 같은 게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도 몰랐고, 무엇보다 뭔가를 해볼 만한 종자돈도 전혀 없는 게 우리 집 사정이었다.
 그래서 난 특단의 조치로 실내화를 밖에서 신고 운동화를 실내에서 신기로 했다.
 어쩔 수 없잖아.
 안 그러면 안 들여보내줄 것 같으니까.
 돈은 어떻게든 구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 1:1
 
 
 키체와 실외 코트로 농구하러 갈 때는 운동화를 신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집에 오면 다 쓴 칫솔로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야 했다.
 그래야 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신을 수 있었다.
 “오늘도 갈래?”
 키체가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식이랑 같이 안 가면 농구공도 없다. 꼭 같이 가야 했다.
 “그럼 끝나고 바로 가자. 운동복도 가져와서.”
 키체와 운동하는 곳은 우리 집에서는 뛰어서 20분 정도.
 체력 훈련하기에 딱 좋은 거리라 그냥 뛰었다.
 그리고 난 도착하면 키체의 공으로 슛을 기본 50~100개가량을 던졌다.
 지금 하는 건 슛 폼을 잡는 훈련이었다.
 몸이 기억하도록 반복해서.
 물론 더 던지고 싶다. 밤새도록.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여러 가지로 어렵다.
 내가 키가 크는 건 중3 봄방학이 지나고 나서다.
 고등학교 1학년 들어갈 때쯤이었다.
 그때 성장통도 없이 180cm 가까이 자랐고 나머지는 스무 살 무렵까지 천천히 자랐었다.
 그래서 키가 크기 전까지 난 기본기부터 몸에 배도록 하고 있었다.
 슛, 드리블, 체스트 패스 그리고 스텝과 양손을 같이 쓰는 훈련까지.
 내가 슛을 던지고 훈련하는 동안 키체는 심심해했지만 날 방해하지는 않았다.
 어쩌냐? 공이 하나뿐인데.
 “어? 민호 왔냐?”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키는 170cm 정도에 준수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입고 있는 옷을 보니 비범하다. 흔히 농구선수들이 입는 유니폼 같은 저지에 양팔에는 아대. 그리고 농구화도 저거, 조던 같은데?
 아, 조던을 신고 농구를 하네?
 내가 농구를 하게 만든 사나이.
 마이클 조던의 시그니처 운동화.
 저거 비싸다고, 길바닥에서 신지 맙시다.
 “안녕하세요.”
 민호가 데면데면하게 인사를 했다. 아, 키체의 본명이 민호다.
 “친구?”
 “안녕하세요. 정준환입니다.”
 예의바르게 인사하자. 내가 33살이 되면 눈앞의 이 양반은 적어도 40대 후반일 테니.
 “어, 안녕. 너는 키가 좀 작다.”
 이봐, 그거 상처 받을 수도 있지 않냐?
 물론 키체랑 같이 다니면 정말 내가 불쌍해 보인다는 거 잘 알지만, 대놓고 말하다니.
 “농구해?”
 “좋아하죠.”
 “으응.”
 그 뒤로 별 다른 대화는 없었다. 난 다시 기초 훈련을 반복하고 그 다음에는 키체가 골밑슛을 하도록 패스를 해줬다.
 “근데 나 골밑슛 그만하고 싶은데.”
 “응?”
 “나도 드리블하고 돌파하고, 이런 거 연습하고 싶다고.”
 이 미친 키체야. 왜 그러니?
 미래에서 너 프로 농구 선수 된다. 물론 만년 벤치 신세다.
 그래서 이러는 거다. 이번에는 기초부터 쌓게 해주려고.
 “그냥 그거 해. 농구에서 네가 하는 거 완벽하게 잘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기도 하는 거야. 골밑에서 인사이드가 실패하면 그만큼 타격이 커. 그러니까, 골밑슛 하나는 제대로 잡은 다음에 다른 걸 생각하자고.”
 그리고 지금 당장 연습시합 하려고 해도 네 성공률로는 나 슬프다.
 골밑에서 던지는데 열 개 중 5~6개가 들어간다.
 만일 키체의 성공률이 좋았다면 학교에서 시합할 때 더블 팀과 붙어도 어느 정도 감으로 쏘라고 했겠지.
 “너 농구 좀 하는구나?”
 언제 옆으로 왔지? 그 나이 먹은 형이었다. 내 얘기를 듣더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농구를 좋아하니까요.”
 “그러니까. 좋아해야 잘하는 거지. 또, 아까 보니까 슛만 주구장창 던지던데? 연습? 키체랑 같은 농구부?”
 “네.”
 “으응. 그럼 1:1이나 한 번 해볼래?”
 “좋죠.”
 나도 은근히 이 형이 하는 플레이를 힐끗 봤다.
 솔직히 좀 했다.
 드리블 슛. 안 좋은 버릇은 몇 개 있어도 어디 동네 농구에선 에이스 소리는 들을 것 같다.
 “야! 저 형 완전 잘해.”
 “알아.”
 “안다고?”
 “그냥 연습하는 거만 봐도 알아.”
 키체의 말에 답하고 난 그 형과 마주했다.
 아, 근데 나이가 몇 살인 거야? 형이라고 해도 되는 나이 차이입니까, 우리가?
 “혹시 나이가? 형이라고 불러야 되죠?”
 “그럼. 삼촌이라고 할래? 스물아홉이야.”
 삼촌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14살 차이 납니다. 띠동갑하고 2년 더 사셨어요.
 그렇다 치고.
 “5점? 선공?”
 “좋죠.”
 “1:1, 리바운드 없이. 공수는 번갈아가면서?”
 “네.”
 나름 양심적이네.
 딱 봐도 자신의 강점인 리바운드를 양보한 걸 보면.
 그렇게 가벼운 게임이 시작됐다.
 퉁.
 우레탄 바닥에 공이 튕긴다. 근데 이 형 공이 꽤 좋네? 아웃도어 용치고는 과하다.
 “컴온. 들어와.”
 너무 자신만만하시네요. 그러다 15살 어린애한테 발리면 울어요.
 퉁!
 오른쪽으로 크게 한 발 나간 내 몸을 그 형이 사이드 스텝으로 따라왔다.
 수비까지 수준급이었다. 예전 같으면 몸을 비비면서 올라가면 되지만 현재 키와 체구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기교다. 왼발을 앞으로 뻗으며 오른손을 틀어서 몸을 반대편으로 360도 회전시켰다.
 스핀 무브였다. 돌자마자 내 머리 위로 그 형이 팔을 뻗어서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당연히 따라오시겠지.
 난 돌면서 취했던 슛 모션에서 팔꿈치를 다시 접고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대로 가볍게 손목을 털어서 슛!
 철썩.
 “꽤 하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눈빛이 빛나는 게 느껴졌다. 살짝 열 받은 것도.
 어린애한테 완전히 속았으니까.
 “운이죠.”
 이럴 땐 사람이 겸손해야지. 하지만 완벽하게 당한 이 형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나랑 키가 10cm 이상 차이 난다.
 그것만으로도 1:1은 사실 말이 안 되지만.
 난 수비는 반쯤 포기거든. 한 골만 놓치시면 그냥 공격력으로 이길 거라서. 그러니까 내 공격 차례에는 한 번도 골을 놓치지 않을 작정이다.
 “그럼 내 차례다.”
 그 형이 바닥에 공을 튀기는 모습이 보였다.
 퉁!
 응? 대놓고 오른쪽 돌파네? 체구가 작아서 만만히 보시나?
 난 잽싸게 몸을 틀어서 움직였다.
 위에서 블록슛을 할 순 없어도 밑에서 공이 올라오면 그대로 내려칠 생각이었다.
 그렇게 따라가는데 이 형이 갑자기 오른발을 축으로 나랑 같은 자리에서 스핀 무브를 돌았다.
 어라? 이거 뭐야?
 난 반사적으로 그 형을 따라서 점프해서 손을 뻗었다.
 아무리 수비를 포기한다 해도 노력을 안 할 순 없으니까.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그 형은 슛 모션을 취했다가 팔을 접고 정말 나랑 똑같은 기술로 골을 성공시켰다.
 “자.”
 그리고 다시 나에게 공을 줬다.
 어라? 이 정도는 할 줄 안다 이거지?
 후. 이거 조금 타오르는데?
 “그럼 가요.”
 난 다시 세차게 바닥에 공을 튀겼다. 어느새 내 얼굴에는 진한 미소가 어려 있어서 누가 봐도 즐거워하는 걸 알 수 있을 만한 모습이었다.
 오른쪽으로 가는 척을 하다가 레그 스로우.
 가랑이 사이로 공을 뺀다. 그리고 다시 몸을 멈췄다가 갑자기 튀어나간다.
 따라오지 못하는 수비를 느끼며 가볍게 레이업 슛.
 말로는 쉽지만 쉽게 할 수 없는 꽤 고난도의 플레이다, 이게.
 사실 한참 어린애에게 당하면 열 받을 것 같은데, 이 형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철썩.
 이런 염병. 치사한데?
 슬슬 드리블을 치고 들어오더니 날 앞에 두고 점프슛.
 명백히 키 차이를 노리는 플레이잖아?
 그 뒤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난 간결한 플레이를 선호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신체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최대한 화려하게 기교를 부렸다.
 누가 보면 겉멋 들었다고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사실 난 이번 1:1 게임은 이길 줄 알았다.
 스코어는 5대 4.
 졌네.
 역시 피지컬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아직 훈련량도 부족, 단련할 수 있었던 시간도 부족했다.
 “다 좋은데 슛 정확도와 볼 핸들링 능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조금 짜증이 났다. 나도 알지만. 연습할 공간도, 도구도, 시간도 전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게요.”
 심드렁한 내 말투에 그 형이 귀엽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우리 팀 들어올래?”
 음. 의외다. 보통 나이도 어리지만 이렇게 키 작은 사람 선호할 리가 없는데?
 거기에 나처럼 건방진 꼬맹이라면 난 질색일 것 같다.
 “어때?”
 당황한 내가 대답을 못 하자 그 형이 재차 물었다.
 “농구공.”
 “응?”
 “농구공 좀 빌려주실래요? 제가 공이 없어서.”
 “푸흡.”
 그 형은 이마를 치며 웃었다. 이 사람 너무 유쾌한 사람인데?
 “자. 이거 가져가. 민호랑 너랑 참 잘한다. 내가 미래의 프로 선수를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 형 보면 볼수록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어리다고 무시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기가 이겼으면서 상대를 띄워준다.
 거기에 현재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말해주는 건 서비스고. 물론 나도 아는 것들이지만.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그래. 더 할래?”
 1:1 말하는 거겠지? 당연하죠.
 “네.”
 
 아침에 일어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근육통에 나는 싱긋 웃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내내 1:1 시합을 한 건.
 하다 보니 즐거워 미칠 것 같았으니까. 실력은 엇비슷했고 그 형이 피지컬로 유리했다면 기교는 내가 좀 더 나은 정도였다.
 그 형도 꽤 잘했지만 어디까지나 동네 농구, 딱 그 정도다.
 키도 170cm면 큰 것도 아니고.
 그 형과 늦게까지 농구한 건 좋았다.
 하지만.
 “너 또 늦게 올래?”
 대신 어머니의 잔소리가 늘었다. 허구한 날 밖을 나도니 걱정이 되시겠지만.
 저도 급하거든요. 지금 제대로 해둬야 나중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은 어디서 난 거니?”
 부드러운 성품의 어머니지만 아들의 그릇된 점을 보고 넘어가실 정도로 둔하시진 않다.
 “같이 농구하는 형이 빌려줬어요.”
 “빌린 거 맞지?”
 그렇죠. 제가 이때 꽤 사고뭉치였죠?
 기억나는 건 싸움 몇 번 한 거랑, 오토바이 훔쳐 타고 도망치다가 넘어져서 병원에 입원했던 거, PC방에서 밤새면서 게임했던 거 정도?
 3일이나 연락이 안 되서 어머니가 줄기차게 학교에 오셨었지.
 걱정하지 마시지요, 어머니. 이번에는 안 그럽니다.
 “네, 맞아요. 이런 걸 훔칠 만큼 바보는 아니에요.”
 너무 어른스럽게 얘기했나? 어머니는 가만히 날 보시다가 금세 눈길을 돌리셨다.
 “오늘은 엄마가 먼저 나간다.”
 “네.”
 일을 나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는 내 속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다. 빚과 생활을 위해 고된 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티를 낼 수 없을 뿐이다.
 조금만, 아직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난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도움 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댓글(4)

borislee    
농구다운 이야기는 별로 없고, 쓰잘데 없이 전생 과거 와이프였던 여자와 현재의 연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우유 부단한 얘기가 지루하게 지금 17권까지 반복이 되어 정말 짜증이 난다. 과연 이게 스포츠 소설인지 이해가 안 되며, 거기다가 거의 한국출신의 감독과 선수들의 주축이 된 NBA팀이 창단되어 리그에 참가하자 마자 우승을 다툰다는 허황한 설정은 너무 비 현실적이다!!! 국뽕도 유분수이지 일괄 구매의 병폐로 아직도 일기가 쉽지 않다....
2019.07.07 11:51
dlgurwls    
저분 말 그대로다.... 보다 빡치는 부분이 좀 많았다
2019.07.15 14:31
삭쩨    
중학교 신생 농구부에 선배도 없고 안그래도 선수층이 종이보다 다 얇을텐데 촌지안준다고 나가라고? 운동부 신설되면 학교측에서도 지원 빵빵하고 재능 굳이 안따지고 티오 채울려고 준비반도 돌리는데.
2019.07.26 11:05
대검유저    
농구를 모르는 사람이 농구소설을 쓰면 이렇게됨 전혀 개연성이라곤 찾을수 없음
2020.02.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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