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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나 혼자 징수 달인 [E]

나 혼자 징수 달인 1-1권

2019.05.31 조회 2,169 추천 19


 # 보상으로 1,000골드가 지급됩니다.
 
 어릴 적 수많은 추억 중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하는 일 하나.
 
 초등학교 시절 개기 일식이 있던 날.
 
 “두철아, 엄마한테 그때 빌려 간 돈 갚으라고 해라.”
 
 그 당시 부모님은 부부싸움 후, 이틀째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상황.
 아빠는 엄마가 급하다며 빌려 간 돈 100만 원을 받아 오라고 시켰다.
 그 돈은 아빠의 비자금으로 엄마가 급한 일 때문에 잠시 빌려 썼던 모양이다.
 
 “엄마, 아빠가 그때 빌려 간 돈 갚으래요.”
 “흥. 됐다고 전해라.”
 
 분명 두 분은 거실에 같이 있었는데도 나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그런 것이겠거니 했다.
 
 “아빠. 엄마가 됐다고 전하래요.”
 “야, 이 녀석아. 사내 녀석이 그렇다고 그렇게 물러나면 어떻게 해. 너, 엄마한테 그 돈 받아 오면 내가 파워레인저 장난감 사 주마.”
 
 아빠의 ‘파워레인저’ 한마디에 나는 이성을 잃고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 아빠 돈 빨리 갚아요. 빨리요.”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래? 너, 장난감 차고 넘칠 정도로 많잖아.”
 “안 돼요. 빨리 돈 갚아요. 100만 원 엄마 돈 아니잖아요. 엄마는 맨날 약속 지키라고 하시면서······. 빨리요. 빨리. 아이이잉.”
 
 평소 안 부리던 애교까지 부려서일까?
 결국 엄마는 100만 원을 아빠에게 줬고 두 분은 그 일을 계기로 결국 대화를 나누며 부부싸움을 끝냈다.
 물론 나는 다음 날 파워레인저 장난감을 받았고.
 
 하지만 내가 그날 일을 뚜렷이 기억하는 건 장난감 하나 때문이 아니었다.
 아빠의 채권, 100만 원을 받아 줬던 날.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던 알림 소리.
 
 [띠링]
 [100만 원을 징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0골드가 지급됩니다.]
 [징수 능력자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능력자의 상태창이 활성화됩니다. 상태창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N]
 
 기껏해야 초딩 시절이었다.
 징수가 무엇인지, 각성이 무엇인지, 상태창이 무엇인지 알 수 없던 시절.
 옆에서 놀던 개구쟁이 남동생이 소리 나는 책 같은 것으로 장난치는 것이라 여겼었다.
 당연히 [Y/N]의 의미도 알 수 없었다.
 
 그 후, 아주 오랫동안 상태창이나 알림음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해 반장이 돼서, 운동회 회비를 걷게 되었을 때 알게 됐다.
 내게 징수 능력이 있다는 것을.
 
 단체복으로 맞춘 티셔츠비용을 걷었을 때였다.
 
 [띠링]
 [징수에 성공하였습니다. 30,000원 징수에 대한 보상으로 30골드가 주어집니다.]
 
 알림은 친구 한 명에게 3만 원을 걷을 때마다 울렸고 35명에게 걷은 징수 보상으로 1,050골드가 주어졌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내게 남들과 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채권 채무 관계에 놓인 돈을 받아 냈을 때 알림과 함께 골드를 보상으로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징수 관련 직업은 뭐가 있을까요?”
 
 나는 내 특기를 살려 직업을 얻고 그 직업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징수하면 세무사나 회계사, 세무 공무원이 있지. 채권 추심하는 애들도 있는데 거긴 좀 그렇고. 근데 왜 갑자기 직업을 물어보는 것이냐? 니가 드디어 공부를 좀 해 보기로 마음먹은 거냐? 두철아, 잘됐다. 니 성적이면 조금만 공부하면 서울 공립대 세무학과는 갈 수 있겠다. 거기 가서 세무사나 회계사 하면 되겠네.”
 “세무사나 회계사요?”
 “그래. 세무사나 회계사. 그래도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고 나름 전문적이어서 전망도 밝고······ 어떠냐? 아빠는 괜찮은 것 같은데.”
 “진짜 그 분야가 전망이 있어요?”
 “그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을 알아준단다. 사회적 대우도 좋고 수입도 괜찮아. 더구나 아빠가 사업체 운영하고 있으니까 니가 회계사나 세무사만 돼도 아빠도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니?”
 
 결국, 나는 아버지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렇게 내 미래가 결정됐다.
 
 그때부터 평소 않던 공부에 매달렸다.
 공부하는 머리가 아주 없진 않던 모양인지 세무사 자격시험에 동차로 합격했다.
 이제 세무사를 개업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던 순간.
 
 나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뜻하지 않게 조세부 징수팀 소속 세무 공무원이 되었다.
 
 
 # 거기는 기피 부서인데······.
 
 “이두철 씨.”
 “예.”
 “임용 성적이 아주 우수하군요.”
 “네. 운이 좋았습니다.”
 “무슨 그런 겸손의 말씀을······ 세무사 자격도 있어서 가점을 받은 데다, 전 과목이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더군요.”
 “네······.”
 
 조세부 7급 공무원 공채 면접 시험장.
 면접관은 두철의 성적을 보며 만족했다. 합격자 중 필기시험 1위를 기록한 두철.
 
 “세무사 자격이 있던데 왜 개업하지 않고 공무원의 길을······ 수입은 세무사 쪽이 훨씬 낫지 않나요?”
 “음······,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사실 세무사 합격하고 젊은 혈기에 바로 세무사 개업했었는데······.”
 “저런······ 망했나 보군요?”
 “예. 오픈 소스 회계 소프트웨어 범람에다 실무 경험 없이 곧바로 덤볐더니 힘들더라구요······. 전관예우도 좀 심하구요. 사업자들도 세무 경력 있는 세무사를 원하는 눈치구요.”
 
 회계 프로그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회계사, 세무사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비단 회계사, 세무사뿐만 아니라 변호사, 감정 평가사, 변리사 같은 전문 직종들도 AI의 발달로 옛날의 찬란한 영광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래요. 요즘 다들 어려운 시기니까요.”
 
 면접관은 안경 너머로 두철을 바라본다.
 
 “독립 유공자 집안이네요?”
 “증조부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관은 투철하겠고······. 특전사 출신이에요?”
 “그렇습니다.”
 “특이하군요. 괴수의 시대, 젊은이들이 군대로 몰렸다지만, 그래도 특전사를 자원한 젊은이들은 흔치 않은데······ 거기다 특공 무술 4단, 검도 3단······. 검도도 군에서 배운 건가요?”
 
 두철의 특이한 이력에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는 면접관.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공무원들의 이력서는 전산 자격증, 어학 자격증, 회계 관련 자격증이 많은 편, 하지만 두철은 무예 관련 자격이 2개나 있다.
 
 “검도는 원래 중학교 때부터 호신용으로 틈틈이 배웠구요. 3단은 군에서 땄습니다. 지금도 건강을 위해 틈틈이 도장을 다니고 있구요.”
 “호오······ 그렇군요.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예.”
 “검도 3단이시던데, 혹시 이두철 씨가 목검을 든 상태라 가정하고, 목검 든 검도 3단을 상대하려면 상대방은 어느 정도 격투기 레벨이 되어야 하나요? 예를 들어 태권도 4단이라든가 주짓수 퍼플 벨트라든가······ 저도 왕년에 이종 격투기를 좀 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목검 든 검도 3단. 어느 정도 되어야 상대가 가능하죠?”
 “글쎄요. 양궁 3단이나 사격 3단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두철의 대답에 크게 웃는 면접관.
 
 “하하하. 우문현답이군요. 아주 재치 있는 답변이었어요. 그런데 특전사는 자원해서 간 것인가요? 아니면 훈련소에서 뺑뺑이? 체격 조건이 좋은 것으로 봐서는······.”
 “자원했습니다.”
 “자원이라······.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면접관은 두철의 국가관을 테스트하고 싶었다.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싶었어요.”
 “‘강해지고 싶다.’라······. 뭔가 사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군요.”
 
 면접관은 대화 주제를 바꿨다.
 
 “혹시 최종 합격한다면 특별히 원하는 부서라도 있을까요?”
 “예. 저는 징수팀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징수팀?”
 
 면접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는 기피 부서인데······.”
 “알고 있습니다.”
 “잘 알면서 왜 그런 기피 부서를······. 거기는 두철 씨처럼 자격증 보유에 성적도 좋은 직원이 가기엔 좀 그런데······. 두철 씨 스펙이면 기획국이나 조사국도 충분할 것 같은데······.”
 
 면접관의 의뭉스러운 태도를 보며 두철은 대성박력으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전 꼭 징수팀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역시 특전사 출신이라 패기가 좋습니다. 근데 왜 굳이 징수팀을?”
 “부모님과 동생이 괴수에게 사망했습니다. 놈들에게 복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 능력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징수팀을 지원했습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예? 그게 무슨?”
 
 면접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철이 징수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유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체납세금을 징수하는 것과 가족의 생명을 앗아 간 괴수들에게 복수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면접관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철의 의지는 확고했다.
 나름대로 큰 그림도 그려 놓았다.
 이미 과거의 경험으로 징수 능력과 골드 보상을 검증한 두철.
 세금을 징수하고 골드를 보상받아 능력을 키워 나간다.
 그렇게 강해지면 괴수에게 복수할 힘을 기를 수 있다.
 
 그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었다.
 두철에게만 보이는 또 다른 이공간.
 마력상점.
 누적 보유 골드가 1,000이 넘었을 때 열린 이공간의 마력상점.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아이템, 강화 주문서.
 두철은 확신할 순 없지만, 그것들이 RPG 게임처럼 자신을 성장시켜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징수 보상을 통해 돈도 벌고 능력도 개발한다.
 그 매력적인 길을 위해 세무사 자격을 땄고 세무 공무원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면접에 최종 합격해 징수팀에서 근무하는 일.
 
 물론 징수팀을 고집하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면접관에게 결코 말할 수 없는 내용.
 
 “허허······ 본인 뜻이 그렇다면야······ 하긴 뭐. 두철 씨 같은 인재가 남들이 기피하는 부서를 자원하겠다고 하니 대견스럽긴 합니다만······.”
 
 면접관이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두철은 징수팀에 발령받았다.
 그때 두철의 나이 27세였다.
 
 
 # 체납 차 일제 영치 기간.
 
 조세부 산하 지방 조세청 징수팀.
 
 근무 6개월째를 맞은 이두철. 입사 후 6개월간 수습 실무 기간을 거쳐 6개월은 총무팀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TO 문제 때문에 소비팀에서 1년을 근무. 그 후 드디어 원하던 징수팀에서 근무를 하게 된 두철.
 
 “이두철 주무관!”
 
 출근하자마자 들려오는 과장의 호출.
 
 “예. 과장님.”
 
 눈썹 휘날리게 과장 앞으로 달려가는 두철.
 
 “다음 주 수요일부터 장기 체납 차 일제 정리 기간인 거 알고 있지?”
 “예. 공람 문서에서 봤습니다.”
 
 자동차세 체납 전담 팀은 따로 있다. 원래 자동차세는 지방세 세목.
 괴수출몰시대 전까지만 해도 구청에서 담당을 했었다.
 부가 가치세 등의 국세를 담당하는 기관은 국세청이었고 관세를 담당하는 곳은 관세청이었다.
 하지만 괴수들이 출몰하고, 국가 기관과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위해 행정 조직들이 일원화, 통합화, 슬림화되면서 국세청, 관세청, 지방 자치 단체 세무과의 부서와 기능이 통합.
 조세부라는 거대 조직이 신설되었다.
 그런 연유로 조세부 징수팀 내에도 지난날 국세와 지방세의 담당 부서들이 나뉘어 있는 상황.
 
 그런데 정 과장은 담당 업무도 아닌 일로 이두철을 부른 것이다.
 
 “이 주무관.”
 “예. 과장님.”
 “장기 체납 차 일제 정리 기간에 자네가 그쪽을 좀 지원해 줘야 할 것 같아.”
 “예에?”
 
 과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철.
 
 “과장님. 거기는 전담 팀이 따로 있는데요······. 제가······ 거길······ 왜······?”
 “이 사람아, 나라고 자네를 보내고 싶겠나. 그러게 왜 그렇게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자네가 워낙 실적이 좋고 체납 정리를 잘하니까. 여기저기서 자네를 동원해 달라고 난리야. 자동차세 과장도 입사 20년 만에 자네 같은 신규 직원 처음 봤다잖아.”
 
 틀린 말도 아니다.
 두철이 미친 듯이 업무에 매달리는 데는 사실 남모를 이유가 있다.
 
 징수를 통한 골드 보상.
 1,000원을 징수하면 1골드가 생긴다.
 1,000:1의 환상적인 보상 체계.
 그러니 죽자 사자 체납 정리에 매진할 수밖에.
 
 “하지만······.”
 
 두철은 정 과장의 부탁에 난색을 표한다.
 
 “이 사람아. 이번에 눈 딱 감고 거기 다녀와. 일 배운다 생각하면 되잖아. 난들 어쩌겠나. 그래도 한솥밥 먹는 식구들이 그렇게 부탁을 하는데. 자네가 가서 좀 도와줘야지.”
 “그렇지만 제 일도 많은데요······.”
 
 두철의 말을 끊고 나서는 정 과장.
 
 “어허. 이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과장이 부탁하는 데 또박또박······. 말대답이나 하고······. 나 이것 참······, 어험험.”
 “아······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철은 과장에게 인사 후 자리로 돌아왔다.
 
 “아······ 진짜. 여럿이서 몰려다니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나는 독고다이가 좋다고······. 그쪽 팀들이랑 같이 뛰어 봐야 어차피 1/N 돼서 골드 보상 줄어들 것이고······. 솔직히 자동차세 그거 얼마 안 돼서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아······. 진짜······.”
 
 띠리리―
 
 두철이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네. 징수팀 이두철입니다.”
 ―정 과장이네.
 “예. 과장님.”
 
 정 과장은 아까 못다 한 말이 있는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가기 싫은 곳 보냈다고 내 욕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눈치 하나는 빠르네. 어디다 감시 카메라라도 설치해 뒀나?’
 
 정 과장과 통화하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두철.
 
 ―내가 아까 한 가지 빠뜨린 말이 있는데······.
 “예. 말씀하세요.”
 ―다음 주 월요일에 모범 공무원 표창이 있는데, 두철 씨를 징수 분야 우수 직원으로 표창 상신했네.
 “예? 아. 예. 감사합니다. 과장님.”
 ―뭘 감사하기까지야······. 일 잘하니까 주는 것인데······. 하여튼 내가 아까 한 말 빈말 아니니까 열심히 해 봐.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자네를 보면 참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직원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자네만 할 때 선배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었지······. 험험. 하여튼 다음 주에 좀 고생해 주고.
 “예······ 알겠습니다.”
 
 뚝.
 
 그렇게 정 과장과의 통화가 끝났다.
 
 ‘과장님께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줄은 몰랐네.’
 
 정 과장의 마음 씀씀이를 생각하자 조금 전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 골드를 보상받을 날들은 많이 있으니까. 마음 급하게 먹을 필요 뭐 있냐. 한 단계, 한 단계 악랄하게 전진해 나가자.”
 
 두철은 마음을 다잡고 체납액 관리 시스템을 열었다.
 담당 체납액 43억 원.
 담당 체납자 185명.
 어제까지 185명 전원에게 5번 이상 납부 독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1억 이상 체납자들은 최소 1번 이상 면담을 했고.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징수한 돈이 2억 원.
 
 1,000:1 보상 시스템대로라면 두철의 보유 골드는 20만 골드가 되어야 맞다.
 하지만 전임자들이 압류를 해 놓은 경우에는 1/N으로 보상이 된다.
 결국,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골드는 4만 5,000골드.
 5,000골드만 더 있으면 마력상점에서 스텟 강화 주문서를 구입할 수 있다.
 마력상점이 오픈된 후 두철의 시선을 사로잡은 스텟 강화 주문서.
 
 이공간 속 마력상점.
 괴수시대. 수많은 헌터들이 괴수들에게 맞서 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두철처럼 이공간의 마력상점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더구나 이공간의 마력상점과 레벨업 시스템은 오직 두철에게만 작동하고 있는 것들.
 
 마력상점은 특이했다.
 형태는 MMORPG 게임 속의 상점들과 유사했다.
 두철이 아직 신규 공무원이어서인지, 레벨이 낮아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력상점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아이템은 스텟 강화 주문서 하나뿐.
 
 ‘이 넓은 상점 공간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이 주문서 하나일 리 없어.’
 
 두철은 보유 골드가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늘어날 거라 생각했다. 그 기대감 때문에라도 열심히 체납 정리에 매달렸다.
 하루라도 빨리 스텟 강화 주문서를 구입해 보고 싶은 두철.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두철에게만 적용되는 신박한 마력상점을 하루라도 빨리 이용해 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두 번째는 체납자 손중일.
 손중일은 두철이 담당하는 체납자 중 악질 중의 악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손중일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 그 사람이 사무실로 쫓아오는 날에는 사무실 분위기 엉망진창 돼 버리니까. 알겠나?”
 
 입사 후 팀장이 신신당부했던 사항.
 
 “악질 체납자 손중일을 회피하라.”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손중일은 유도 선수 출신에 전직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기존 직원들이 손중일을 두려워할 만했다.
 하지만 두철은 물러서지 않았다.
 몇 번이고 손중일에게 체납 세금 납부 독려 문자를 보냈고, 전화를 했다.
 최근에는 손중일 소유 고물상 부지에 압류를 걸었다.
 아무리 상대가 막무가내라고 해도 체납 세금을 정리하는 것은 세무 공무원의 본분.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게 두철의 생각이었다.
 
 ‘스텟 강화 주문서를 최대한 빨리 구입하겠다.’라는 일념으로 체납자 리스트를 살펴보던 두철.
 그때 들려오는 익숙한 알림 소리.
 
 [띠링]
 [체납자 윤진숙 님이 900만 원을 납부하였습니다. 보상으로 9,000골드가 주어집니다.]
 [현재까지 누적 보유 골드 5만 4,000.]
 [마력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용하시겠습니까?] [Y/N]
 
 “좋아. 마력상점 오픈.”
 
 두철이 조용히 읊조리자 마력상점이 오픈된다.
 
 파앗!
 
 이공간에 생성되는 마력상점.
 그것은 오직 두철의 눈에만 보이는 이계의 공간.
 
 [마력상점 방문을 환영합니다.]
 
 상냥하고 낭랑한 음성. 마력상점 점원 에이린.
 그녀는 일종의 NPC 같은 존재다.
 금발 머리를 분홍 리본으로 묶어서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 가상 공간의 여인.
 피부가 하얗고 눈이 큰 데다 목이 가늘어서 청순한 느낌을 준다.
 흰색 블라우스 단추가 2개 풀려 있어서 풍만한 가슴골이 살짝 보여 육감적이기까지 한 여인.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스커트 차림 때문에 게임 속 캐릭터 같은 느낌을 주는 베이글녀.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있습니까?]
 
 젊고 앳된 에이린의 음성을 들으며 아이템 확인.
 시커먼 이공간 속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스텟 강화 주문서.
 
 ‘옳지. 골드가 부족할 때는 활성화가 안 되더니, 골드가 되니까 반짝거리네. 당장 사야지.’
 
 두철은 곧바로 마력상점에서 스텟 강화 주문서를 구매했다.
 
 [띠링]
 [스텟 강화 주문서가 구입되었습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당신은 축복받은 플레이어. 강화 주문서 첫 구입에 대한 보상으로 1+1 쿠폰이 발급됩니다. 쿠폰을 수령하시겠습니까?] [Y/N]
 
 ‘오······. 원 플러스 원? 하하, 이건 뭐 편의점 인스턴트커피도 아니고······. 허······.’
 
 두철은 곧바로 강화 주문서와 원 플러스 원 쿠폰을 수령했다.
 구매가 끝나자, 강화 주문서 한 장과 1+1 쿠폰이 인벤토리에 보관되었다.
 그때, 윤 팀장이 두철을 불렀다.
 
 “이두철 주무관”
 “예······ 예. 팀장님.”
 
 부랴부랴 마력상점과 인벤토리를 닫고 팀장에게 달려가는 두철.
 
 “두철 씨 바빠?”
 “아. 아닙니다. 왜 그러시죠?”
 
 마력상점은 두철에게만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두철의 마력상점을 볼 수도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익숙지 않아서인지 마력상점이나 상태창을 보다 누군가 부르면 비밀을 들킨 것처럼 당황스럽다.
 
 “미안한데 체납 실적 보고 때문에 그러는데 집계표 좀 뽑아 줄 수 있나?”
 “네. 바로 뽑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미안한데······ 이 서류도 좀 파쇄해 주고.”
 
 상당한 양의 서류 뭉치를 두철에게 내미는 팀장.
 
 “예. 팀장님.”
 
 두철은 윤 팀장이 내미는 이면지를 받아 들었다.
 
 “바쁘면 내가 갈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수백 장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이면지를 들고 파쇄기로 걸어가는 두철.
 이면지를 파쇄하고 있을 때 동료이자 선배인 윤 주무관이 두철에게 다가왔다.
 
 “짜증 나지?”
 “뭐가요?”
 “솔직히 이런 거 시키면 짜증 나잖아. 내가 이런 거 하려고 공무원 되었나 하는 자괴감도 들고.”
 “아닙니다.”
 
 두철은 윤재관을 형처럼 따랐다.
 신입 때부터 업무도 가르쳐 주고 술도 사 줬던 사람 좋은 선배, 윤재관.
 
 “그래도 이두철 씨는 행복한 줄 알아. 옛날에는 따뜻한 아이스커피 사 오라고 시키는 팀장들도 있었어.”
 “따뜻한 아이스커피요?”
 “그래. 따뜻한 아이스커피. 킥킥.”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뱉어 놓고 웃고 있는 윤 주무관.
 
 “그게 가능해요?”
 “일종의 베트남 스키 부대 같은 것이지. 그럼 수고해.”
 
 뜬금없는 아재력을 뽐낸 후 화장실로 가는 윤 주무관.
 
 
 # STR 강화를 시작합니다.
 
 팀장이 준 이면지를 다 갈고 나자 체납자들에게 전화가 쏟아졌다.
 민원 상담을 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끝내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동료들과 함께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휴식.
 그리고 드디어 오후 근무 시간이 시작된다.
 
 ***
 
 점심때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잘못된 모양.
 살짝 설사가 마려운 두철은 황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로 가는 이유는 두 가지.
 생리적인 문제 해결.
 그리고 스텟 강화 주문서 사용.
 
 ‘자, 그럼 강화 주문서를 사용해 볼까?’
 
 두철은 변기에 앉아 이공간을 오픈했다.
 시야에 펼쳐지는 어둠 속 아이템. 스텟 강화 주문서.
 저 한 장의 주문서를 사기 위해 두철은 그렇게 체납 세금을 징수해 왔었다.
 두철의 시선이 강화 주문서에 꽂히자 들려오는 알림음.
 
 [스텟 강화 주문서. 스텟을 강화해 주는 주문서입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예스.”
 
 [강화할 스텟을 지정해 주십시오.]
 
 “STR.”
 
 [STR 강화를 시작합니다.]
 
 파아앗.
 
 STR 강화에 주문서를 바르자 STR이 11에서 12로 +1 향상됐다.
 STR이 강화되자 뭔가 보약을 먹은 것처럼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이······ 이게 스텟 업의 힘인가?’
 
 STR 강화의 위력을 느끼며 또다시 주문서를 사용하려던 찰나.
 
 우웅!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진동 소리.
 두철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윤재관 주무관.
 
 [두철 씨. 어디야? 큰일 났어.]
 
 두철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화장실인데요. 왜요?]
 [아. 그래. 손중일 사장님 알지? 그 유도 선수 출신 고물상 사장. 그 양반이 지금 사무실 찾아왔어. 두철 씨가 고물상 토지 압류했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난리야. 웬만하면 싸던 거 끊고 바로 와야 할 것 같은데.]
 [네.]
 
 두철은 윤 주무관에게 짧게 답장을 보냈다.
 
 “젠장.”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손중일.
 두철의 담당 구역에서 고물상을 하고 있는 사람.
 업무 인수인계 때 전임자들이 조심해야 한다며 신신당부한 악질 체납자. 전직 유도 선수 출신이자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출신으로 고액의 체납에도 불구하고 자기 땅을 압류하면 매번 사무실을 찾아와서 난동을 부린다는 악질 중의 악질 체납자.
 
 “제길······. 그 인간 정말 피곤한데.”
 
 손중일을 면담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던 두철.
 
 “가만. 스텟 강화 주문서를 STR에 한 번 더 발라 볼까?”
 
 괴수시대가 도래한 후 두철에겐 남들과 다른 두 가지 능력이 있었다.
 
 하나는 징수 보상.
 채권 채무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자력으로 채권을 회수하면 1,000:1로 골드를 보상받는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상태창.
 두철은 그 상태창을 일종의 육성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상태창과 골드 보상에 대해 알게 됐을 때 두철은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자신처럼 상태창의 도움을 받거나 징수를 했을 때 보상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글은 없었다.
 심지어 이능력자로 통하는 헌터들조차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
 
 두철이 파악하기로 상태창에 떠 있는 STR은 ‘힘’을 의미했다.
 현재 두철의 힘 스텟은 12.
 최초의 기본 힘 스텟은 11이었으나 주문서 1장을 이용해 +1이 상승한 것.
 여기에 강화 주문서를 사용한다면 힘 스텟이 더 상승할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두철은 다시 인벤토리를 열었다.
 우측 하단에 원 플러스 원으로 받은 주문서가 반짝거렸다.
 
 [강화 주문서를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사용.”
 
 [강화할 스텟을 지정하여 주십시오.]
 
 “STR.”
 
 [STR 강화를 시작합니다.]
 
 파아앗!
 
 두철이 강화 주문서를 사용하자 이공간의 어둠 속에서 STR 스텟에 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번개가 솟구쳐 올랐다. 이공간 속에서 한 줄기 빛 무리가 오로라처럼 두철을 휘감더니 이내 허공으로 사라졌다.
 
 츠츠츠츠.
 파앗!
 
 [축하합니다. 1+1 쿠폰 사용 과정에서 행운(Lucky)가 터졌습니다.]
 [강화 주문서의 힘으로 STR이 12에서 15로 3단계 상승합니다.]
 
 스텟이 한꺼번에 3단계나 강화되자 두철은 약간의 두통과 함께 매스꺼움을 느꼈다.
 
 “뭐······ 뭐지? 이 기분은······.”
 
 찰나의 어지러움이 사라졌을 때 두철은 온몸에 득실거리는 강인한 힘을 느꼈다.
 
 “뭐······ 뭐지? 몸속 가득 득실거리는 이 비현실적인 힘은······.”
 
 두철은 곧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
 
 두철이 상태창을 외치자 Status창이 열렸다.
 
 ====
 [상태창]
 
 [이름: 이두철] [레벨: 1]
 [직업: 공무원] [칭호: 없음]
 [HP: 100] [MP: 30]
 [피로도: 14]
 
 [스텟]
 
 STR(힘): 15 INT(지식): 8
 DEX(민첩): 6 WIS(지혜): 9
 SEN(감각): 7 CHA(매력): 5
 CON(체력): 10
 ====
 
 STR이 12에서 15로 상승해 있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럭키 때문에 STR이 1단계가 아니라 3단계 상승한 건가?’
 
 두철은 이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1+1 쿠폰과 럭키가 의미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것은 두철이 실로 엄청난 슈퍼 축캐라는 의미.
 하지만 처음 주문서를 구매해 보고 강화서를 사용해 보는 두철로서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상태창을 보며 흡족해하는 두철.
 그때 두철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지잉지잉.
 
 발신자는 윤재관.
 문자를 보낸 후에도 두철이 오지 않자 직접 전화를 건 것.
 
 ‘아차.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두철은 재빨리 화장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달려갔다.
 
 ***
 
 화장실에서 사무실로 들어서던 두철은 카랑카랑한 고함 소리를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두철이 누구야? 당장 나오라고 해.”
 
 화가 잔뜩 난 손중일.
 마치 그 모습이 성난 고릴라 같다. 덩치는 얼마나 큰지 나이 먹은 마동석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사장님 고정하세요. 제가 연락해 놨으니까 금방 올 거예요.”
 
 손중일을 달래는 윤 주무관.
 
 “지금 내가 고정하게 생겼어? 그 땅이 얼마짜린데······ 어? 니들이 그 땅이 얼마짜린 줄 알아? 고작 세금 몇 푼 가지고 10억 원이 넘는 땅을 압류해? 이두철이 그 새끼 당장 나오라고 그래. 내가 그 새끼 목을 썰어 버릴 테니까.”
 “사장님. 제발 고정해 주세요.”
 
 사정하듯 계속해서 애원하는 윤 주무관.
 그때 출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두철의 음성.
 
 “손중일 사장님? 제가 이두철입니다.”
 
 두철은 손중일 사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휙!
 
 성난 황소처럼 두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손중일.
 
 “어. 너 잘 만났다. 니가 이두철인가 개두철인가 하는 새끼냐?”
 
 손중일은 다짜고짜 이두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사······ 사장님. 고······고정하시라니까요.”
 
 윤 주무관이 어쩔 줄 몰라 손중일의 뒤를 따라왔다.
 
 윤 주무관은 잘 알고 있다.
 손중일이 얼마나 포악한 인물인지.
 작년에도 자기 땅 압류했다고 사무실에 찾아와 직원들 책상을 해머로 두드려 깬 사람.
 세상이 아무리 괴수시대가 되었기로서니.
 체납자가 더 당당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꽈악!
 
 손중일은 이두철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니가 이두철이냐?”
 “그렇습니다. 제가 이두철입니다.”
 “이······ 이 새끼가 어디서 눈을 부릅뜨고······.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이두철이 밀리지 않자 악에 받친 손중일은 두철의 멱살을 더 거칠게 움켜쥐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손중일의 막무가내 태도에 벌써 기가 질리고 목이 압박돼, 기침을 하고도 남을 상황.
 하지만 두철의 두 눈은 일말의 동요도 없다.
 두철은 멱살이 잡힌 채로 손중일과 동료 직원들을 번갈아 내려다봤다.
 
 화장실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상태창을 닫지 못한 채 뛰어나온 두철.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상태창을 켜 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상태창을 켠 상태에서 밖으로 나온 두철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스텟이 보였다.
 
 손중일의 STR은 10이었다.
 윤 주무관의 STR은 6.
 그리고 팀장의 STR은 4였다.
 
 두철은 짧은 순간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다.
 전직 유도 선수 출신인 손중일의 힘 스텟이 10. 그리고 특전사 맹훈련을 견뎌 낸 두철의 기본 힘 스텟이 11. 일반적인 직원들, 특히 팀장님처럼 연세가 있고 나약한 사람이 4 정도.
 강화 주문서와 럭키의 도움으로 STR을 15까지 끌어올린 상황.
 
 ‘그렇다면 내 힘은 전직 유도 선수를 훨씬 능가한다는 것 아닌가?’
 
 평소에도 자신감 하나로 세상을 헤쳐 왔던 두철이었다.
 힘 스텟이 15로 상승한 데다 손중일과 비교 우위에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상승했다.
 
 “이 손 놓으시죠.”
 
 나직하게 깔리는 두철의 음성.
 
 “뭐······ 뭣? 이런 호로새끼가 누구한테 명령이야. 너 오늘 임자 만났다. 어디 한번 뒤져······ 봐······.”
 
 욕설을 퍼붓던 손중일의 동공이 갑자기 좌우로 거칠게 요동친다.
 
 “으······ 으······.”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손중일의 신음 소리.
 
 “이 손 놓으시라고 했을 텐데요.”
 
 묵직한 두철의 음성에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사무실 모든 직원들의 동공이 팽창했다.
 190cm의 키에 체중이 100kg을 훌쩍 넘는 거구의 손중일.
 그의 두 팔이 두철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으······ 어······ 어······.”
 
 
 # 너 정말 대단하다.
 
 손중일의 두 손목을 잡아 허리 아래로 꺾어 버리는 두철의 동작.
 마치 성인이 어린아이 손목을 비트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반면 손중일은 눈알을 굴리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
 
 “너······ 너······. 이······ 새······ 끼······.”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으시죠. 이유미 주무관님.”
 
 손중일을 제압한 두철.
 바로 옆에서 겁에 질려 있는 이유미 주무관을 부른다.
 
 “예······ 예. 두철 씨.”
 “우리 커피 두 잔만 타 주실래요?”
 “예. 예. 그렇게 할게요.”
 
 입사 경력 4년 차의 이유미 주무관.
 조세부에 입사 후, 손중일 같은 사람은 보다 보다 처음이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런데 그런 막무가내 인간을 완력으로 제압해 버리는 직원이라니. 더구나 최악의 상황을 정리해 나가는 카리스마와 박력.
 이유미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잠시 저쪽으로 앉으실까요?”
 “너······ 너······. 이······.”
 
 유도 출신에다 맘모스파 행동대장까지 했다는 손중일이다.
 50 평생, 사시미 칼이나 연장이 아닌, 오직 완력만으로 손중일을 제압했던 사람은 유도 선수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런데 샌님 같은 공무원이 자신을 오직 힘과 눈빛 하나로 제압하다니······.
 STR이 50%나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손중일.
 그는 지금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두철은 그런 손중일을 놔두고 테이블에 가서 먼저 앉았다.
 
 “여기 있어요. 이두철 씨.”
 
 이유미 주무관은 종이컵에 커피를 두 잔 타서 내왔다.
 
 “잠깐 말씀 좀 나누실 수 있겠어요? 손중일 사장님.”
 “그······ 그러지······. 뭐······.”
 
 손중일은 여전히 투덜거렸다. 하지만 조금 전에 비하면 얌전한 강아지 같아 보일 정도다.
 자리에 앉은 손중일에게 커피를 권하는 두철.
 
 “커피 드시죠?”
 “어······, 으······ 응”
 “커피 드시면서 말씀 들어 보세요.”
 “뭐······ 할 말 있으면 해 보시······ 게.”
 
 두철은 특유의 중저음 톤으로 말을 이어 갔다.
 
 “사장님 말씀대로 고물상 부지는 시가로 10억 원이 살짝 넘습니다.”
 
 두철의 말에 그것 보라는 반응을 보이는 손중일.
 
 “하지만 사장님이 받은 은행 대출 때문에 KB에서 7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놨습니다. 거기다 각종 부담금, 연금 연체로 다른 공공 기관에서도 압류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구요. 그런 것들을 따지면 우리 조세부가 그 땅을 공매해서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금액은 사장님의 체납액 3억 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랍니다. 인정하시죠?”
 “······.”
 
 성난 황소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압류는 조세 행정의 ABC입니다. 그나마 국가 기관이나 되니까 여태 사정을 봐 드린 거예요. 사기업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사장님 그 땅, 벌써 몇 번 경매되고도 남았을 거예요.”
 “그치만······.”
 “2달 안에 최소 1억 5,000만 원 납부해 주세요. 그럼 공매 처분만은 유예토록 하겠습니다.”
 “뭐······ 뭣?”
 
 놀라는 건 손중일뿐만이 아니었다.
 징수팀 직원들과 팀장, 과장도 두철의 일 처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손중일이 어떤 사람인가.
 지금까지 3억 원이 체납되면서도 단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틴 사람이다. 그러다 직원이 압류 예고 통지라도 하는 날이면 사무실을 찾아와 쑥대밭을 만들곤 했던 막무가내 무데뽀. 그런 위인을 앞에 두고 공매를 운운하다니.
 
 공매가 뭔가.
 세금 징수를 위해 강제로 체납자의 땅을 매각해 버리는 절차가 아니던가.
 
 “선택하세요. 1억 5,000만 원을 2달 안에 납부하시든가. 아니면 땅을 처분하시든가.”
 “끄으응······, 자······ 잠깐 생각할 시간을 좀 줄 수 있겠나?”
 “그러시죠.”
 “아······알았네······. 그럼 내 담당 세무사와 상의 좀 해 보고······.”
 
 손중일은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후다닥 뒤돌아서 나가는 손중일의 뒤통수에 대고 나직하게 할 말 다 하는 두철.
 
 “명심하세요. 2달 안에 1억 5,000만 원입니다.”
 
 손중일은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손중일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사무실 직원들이 이두철을 둘러쌌다.
 환호성에 가까운 직원들의 목소리.
 
 “이야······.”
 “야. 너 이두철. 너 정말 대단하다.”
 “두철 씨. 너무 멋졌어. 손 사장 저 사람 완전 막장 인생인데······ 어떻게 저 사람을······.”
 
 직원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놀랍다는 것. 그리고 고소하다는 것.
 
 “이거 정말 실화냐? 입사 3개월 차 신삥이 우리 팀 담당 최악질 중의 한 명을 돌려보냈어······. 아무 탈 없이······.”
 
 모두 이두철에 대해 칭찬 일색.
 그때 들려오는 정 과장의 음성.
 
 “자. 자. 무슨 구경거리 났어요. 가서 일들 하세요. 그렇게 한가해요?”
 
 정 과장의 등장하자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직원들이 양옆으로 갈라진다. 그리고 하나둘 자리로 돌아가 앉는 직원들.
 
 “이두철 씨.”
 “예. 과장님.”
 “잠깐 나랑 차 한잔하지.”
 “예. 과장님.”
 
 정 과장 책상 앞 소파로 자리를 옮긴 두철.
 
 “대단해. 언제 그렇게 손중일 사장 채권을 분석하고 있었어?”
 
 대견하다는 표정의 정 과장.
 
 “체납액이 적은 편도 아니고······ 해서요. 전임자들도 그분이 독종이라고 귀띔해 주셔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허허······ 참······. 자네를 보면······젊었을 때 나를 보는 것 같단 말이야. 허허허.”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직원들.
 정 과장이 ‘젊었을 때 나를 보는 것 같단 말이야.’ 운운하자 직원들이 모두 피식 콧방귀를 뀐다.
 
 “그런데 왜 1억 5,000만 원을 납부하라고 한 건가? 이왕 뻥카를 칠 거면 3억 원을 완납하라고 하지 그랬어.”
 “손중일은 몇 년 동안 세금을 한 푼도 안 낸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3억 원을 낼 리는 만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타협점이 1억 5,000만이었구요. 그 정도를 지르면 최소 1억 원은 낼 거라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억 5,000만 원을 말한 것입니다.”
 “흐음······.”
 
 정 과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가 봐도 되겠습니까?”
 “으······ 응. 어서 가서 일하시게······.”
 
 두철이 자리로 돌아오자 윤 주무관이 기다렸다는 듯 두철에게 다가왔다.
 
 “두철 씨.”
 “예. 선배님.”
 “오늘 최고였어.”
 
 윤 주무관은 두철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보인다.
 
 “별말씀을요.”
 “아냐······ 아냐. 역시 특전사 출신에 특공 무술 4단이라더니······. 우리 팀에 복덩이가 굴러 들어왔어.”
 “에이······ 설마요.”
 
 윤 주무관 말대로 특전사에서 갈고 닦은 특공 무술과 기초 체력의 덕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요인은 STR에 강화 주문서를 발라 힘 스텟이 4 증가했다는 사실.
 마력상점에서 처음으로 구입한 강화 주문서.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두철이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마력상점에서 처음 구매한 강화 주문서가 1+1 쿠폰 추가에 행운(Lucky)이 추가되었다는 사실.
 첫 강화 주문서 구입으로 한꺼번에 STR을 네 단계나 강화했다는 것은 두철에게 행운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 뭐가 이렇게 비싸?
 
 두철이 완력으로 손중일을 제압해 버린 날.
 직원들의 흥분도 어느새 가라앉고 어김없이 찾아온 퇴근 시간.
 
 “두철. 뭐 해? 퇴근 준비하지 않고?”
 
 오후 5시 59분. 책상을 치우며 퇴근 준비 중이던 윤 주무관이 두철에게 다가왔다.
 윤 주무관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두철.
 
 “네. 잠깐 자동차세 체납 정리 실무 매뉴얼 좀 보고 있었습니다.”
 “오······.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윤재관.
 입사 선배인 데다 사무실 사수로 체납 실무에 관한 여러 노하우를 전수해 준 두철의 사실상 멘토가 윤재관이었다.
 
 “오늘 사우론 손중일도 물리쳤으니 다 같이 소주 한잔 빨아 삐리뽀?”
 
 윤 주무관은 손목으로 소주잔을 터는 시늉을 하며 직원들을 바라봤다.
 
 “소주? 그거 좋지.”
 “재관이 자네가 사는 건가?”
 “예? 제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제가 사요. 오늘은 형님이 한번 개운하게 쏘시죠. 헤헤.”
 
 저녁 술자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직원들이 들떠 있을 때.
 또다시 두철의 귓가에 울리는 알림음.
 
 [띠링]
 [플레이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 1 > 레벨 2]
 [레벨업을 축하드립니다.]
 [레벨업 기념,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퀘스트 수행 시 플레이어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퀘스트를 수행하시겠습니까?] [Y/N]
 
 두철은 동료들의 눈치를 살핀 후 작은 목소리로 “예스.”라고 말했다.
 
 파앗!
 
 [퀘스트가 수령되었습니다.]
 [퀘스트 1. 단호한 의지]
 
 유혹을 뿌리치고 공무원으로서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세요.
 공무원은 박봉. 사명감이 없으면 근무하기 힘들어집니다.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단호한 의지로 업무 지식을 쌓으세요.
 
 ‘이건?’
 
 그렇지 않아도 두철은 다음 주부터 있을 체납 자동차 번호판 일제 영치를 위해 매뉴얼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윤 주무관이 소주 한잔하자며 바람을 넣고 있다.
 직원들을 따라 술자리에 가야 할지, 아니면 며칠 남지 않은 번호판 영치를 위해 매뉴얼을 봐야 할지 고민 중이던 상황.
 그런데 상황에 딱 맞는 퀘스트가 떨어졌다.
 
 ‘그래. 잘됐다. 자동차 번호판 영치 업무에 동원되는 게 며칠 안 남았는데······ 술이나 마시고 흥청망청할 수 없어. 업무를 모르고 현장에 투입되면 망신만 당하지······.’
 
 두철은 술자리에 가는 대신 보고 있던 매뉴얼을 마저 읽기로 결심했다. 더불어 퀘스트도 수행할 겸.
 
 “재관 형.”
 “응. 같이 갈 거지?”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윤재관.
 천진난만한 눈으로 두철을 바라본다.
 
 “어쩌죠. 사실은 오늘 제가 선약이 좀 있어서요.”
 “선약?”
 “네. 사실은 오늘 대학 동창들하고 만나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죄송해요. 오늘은 부득이하게 불참해야 할 것 같아요. 대신에 다음에 제가 선배님들 모시고 소주 한잔 살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몇 초간 말이 없던 윤재관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다.
 
 “잘됐네. 안 그래도 내가 마실 술 너랑 나눠 먹을 생각하니까 아까웠는데.”
 “예?”
 “농담이야. 농담. 오늘의 히어로를 모시고 무용담을 들으려고 했는데. 선약이 있다니 별수 없지. 대신 다음에는 꼭 함께해야 하네. 알지?”
 “네. 그렇게 할게요.”
 
 윤재관은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윤재관과 직원들은 과장의 눈치를 보며 슬슬 술자리로 이동할 준비를 시작했다.
 정 과장은 자리에 앉아 직원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직원들이 자신 때문에 퇴근을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 과장.
 
 ‘그래.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야.’
 
 정 과장은 서류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자. 저 먼저 퇴근합니다. 오늘 하루도 다들 고생했어요.”
 
 직원들에게 인사한 후 사무실을 나가는 정 과장.
 
 “과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윤재관이 가장 큰 목소리로 과장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정 과장이 완전히 사라진 후 하나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저녁 7시 40분.
 
 사무실에 남아 있는 유일한 직원 이두철.
 
 꼬르륵―
 
 저녁 식사도 거른 채 체납 차 정리 매뉴얼을 읽고 있던 두철.
 맞은편 사무실 자동차세과 최 과장이 시외 출장을 나갔다 들어오던 길.
 사무실에 홀로 남아 있던 두철을 발견해 다가온다.
 
 “아니 두철 씨. 이 시간까지 뭐 해?”
 “안녕하세요. 과장님이야말로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신가요?”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최 과장과 문성준을 바라보는 두철.
 문성준은 두철과 입사 동기로 두철에게 콤플렉스와 질투심을 갖고 있었다.
 자신에게 없는 세무사 자격을 지닌 두철.
 더구나 동기인 두철이 과장들에게 늘 칭찬을 받자 이유 없이 두철이 싫었던 것이다.
 
 “뭐야? 그거 체납 차 정리 매뉴얼이잖아?”
 
 두철이 보고 있던 매뉴얼을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하는 최 과장.
 
 “예. 맞습니다.”
 “역시. 우리 이두철 씨가 치밀하군그래. 정 과장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유를 알겠어. 다음 주에 있는 번호판 영치 업무를 대비하는 거였군그래. 두철 씨. 정말 멋지네.”
 
 두철을 칭찬하던 최 과장이 돌연 문성준을 바라봤다.
 
 “성준이 자네. 두철 씨와 입사 동기라고 했던가?”
 “그······ 그렇습니다.”
 
 성준을 보며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젓는 최 과장.
 
 “어떻게 같은 동기인데 이렇게 다른가? 자네는 허구한 날 요령만 부리려고 하는데 말이야. 안 그런가?”
 
 최 과장의 말에 문성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너······. 이 새끼. 이두철.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예쁨받을 수 있을지······.’
 
 문성준이 두철에 대한 시기심을 불태우는 사이, 최 과장은 퇴근 준비를 위해 사무실로 돌아갔다.
 
 “두철 씨. 너무 늦으면 안 되니까 적당히 보고 들어가.”
 “예. 과장님.”
 
 최 과장이 돌아가자 문성준도 그의 뒤를 따라 사라졌다.
 
 꼬르륵―
 
 또다시 배 속에서 밥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두철은 두 사람도 떠난 데다 배도 고프고 해서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했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컵라면과 캔 맥주를 구입했다.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운 후 또다시 매뉴얼을 읽기 시작.
 
 그날 밤 11시가 되어서야 매뉴얼을 다 읽은 두철.
 매뉴얼 끝 페이지를 읽었을 때였다.
 
 [띠링]
 
 또다시 들려오는 알림음.
 
 [퀘스트 1. ‘단호한 의지’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띠링]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1만 골드가 주어집니다. 보관함을 확인하세요.]
 [띠링]
 [레벨업 보상]
 [레벨업에 따른 보상으로 감각 스텟 +2 강화 주문서가 지급되었습니다.]
 [레벨2 달성으로 마력상점에 새로운 아이템이 생성됩니다.]
 [마력상점에서 생성된 아이템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N]
 
 “감각 스텟 강화 주문서 보상! 거기에 새로운 아이템이 생성된다고?”
 
 지금까지 마력상점은 잿빛 어둠 속에 스텟 강화 주문서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템이 생성되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두철은 재빨리 마력상점을 열었다.
 
 [마력상점 방문을 환영합니다.]
 
 마력상점 점원 에이린이 밝은 미소로 두철을 맞이했다.
 어둠 속 이공간 우측. 스텟 강화 주문서가 자리 잡고 있는 곳 옆에 새로운 아이템이 반짝거리고 있다.
 
 새로운 아이템. 익스트랙션(Extraction 추출 스킬)
 이공간의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흡착 사출기 모양의 아이템.
 두철은 시선을 새로운 아이템 익스트랙션에 맞췄다.
 시선이 고정되자 흡착 사출기 모양의 익스트랙션 아이템이 반짝거린다.
 
 ====
 [스킬 아이템: 익스트랙션]
 
 초자연적인 힘이 깃들어 있는 대상의 마력을 추출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구 레벨: 5레벨 이상.
 스킬 업에 따라 쿨타임이 감소합니다. 스킬 업은 스킬 강화석으로 가능합니다.
 가격: 10만 골드.
 ====
 
 가격이 무려 10만 골드.
 
 “뭐가 이렇게 비싸?”
 
 
 # 11건에 1,413만 원이네요.
 
 가격이 무려 10만 골드.
 
 “뭐가 이렇게 비싸?”
 
 스텟 강화 주문서가 5만 골드였다.
 두철은 5만 골드도 비싸다고 생각했다.
 물론 스텟 강화 주문서로 힘 스텟을 올려 평생 운동만 했던 손중일보다 강한 힘을 얻었지만 비싼 건 사실.
 그런데 이 익스트랙션 아이템의 가격은 무려 10만 골드.
 지금 보유하고 있는 골드는 레벨업 보상으로 받은 1만 골드와 체납 정리 보상으로 가지고 있는 몇천 골드가 전부.
 익스트랙션 스킬 아이템을 살려면 2억 원 이상의 신규 체납을 정리해야 한다.
 
 “아······ 놔······, 이 가격 진짜 실화냐?”
 
 하지만 아이템은 무척 매력적이다.
 물론 스킬 사용법을 익히고 연습도 해 봐야 하겠지만, 스킬 자체는 정말 매력적.
 ‘초자연적인 힘이 깃들어 있는 마력을 추출할 수 있다.’라니.
 
 괴수의 시대,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대기가 찢어지고 몬스터로 불리는 괴수들이 나타나더니, 이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이 검과 방패로 괴수들에 맞섰다. 방출 계열 마법을 사용하는 각성자들이 손에서 불을 뿜어 냈고, 심지어 스스로의 형상 자체를 변화할 수 있는 상급 헌터들까지 나타났다.
 두철은 익스트랙션 스킬 역시 그런 마력의 일종일 것이라 짐작했다.
 
 ‘사고 싶다. 익스트랙션.’
 
 두철의 현재 레벨은 2.
 익스트랙션 스킬을 구입하려면 앞으로 레벨을 3단계 더 올려야 했다.
 
 “좋아. 어차피 시간은 내 편. 누가 이기는지 한번 붙어 보자.”
 
 두철은 익스트랙션 아이템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며 상점을 닫았다.
 그리고 레벨업 보상으로 받은 감각 스텟 +2 강화 주문서를 발랐다.
 
 파아앗.
 
 강화 주문서를 사용하자 감각 스텟이 7에서 9로 상승했다.
 
 “기왕 보상해 줄 거면 감각 스텟 강화 말고 힘 스텟 강화를 좀 해 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레벨업 보상이라는 게 왠지 공짜로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데다, 강화 주문서보다 새로 생성된 익스트랙션 아이템에 대한 관심과 소유욕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익스트랙션에 대한 갈망으로 체납 정리에 매진하는 동안, 어느덧 시간이 흘러 자동차세 체납 차 번호판 일제 영치 기간이 다가왔다.
 
 영치 업무 동원을 하루 앞둔 날.
 두철에게 또다시 퀘스트가 떨어졌다.
 
 [퀘스트 2. 자동차 번호판 영치. 0/10]
 
 자동차세 체납 차의 번호판 10개 이상 영치하세요.
 명심하세요. 비기너에게 번호판 10개 영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두······ 두 번째 퀘스트. 번호판을 10개 영치하라고?”
 
 두철은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어 봤다.
 
 “그래. 그까짓 거. 10개 영치해 주지 뭐.”
 
 일요일 오후.
 
 두철은 내일 투입될 자동차 번호판 영치 업무를 위해 또다시 매뉴얼을 꺼내 들었다.
 자동차 번호판 영치 업무는 처음 해 보는 일.
 믿을 건 매뉴얼뿐이었다.
 
 다음 날.
 
 영치 업무에 동원된 두철.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자동차세과 사무실로 갔다.
 자동차세 체납 담당 팀 입구 앞에 붙어 있는 큼지막한 포스터.
 포스터 속에는 조세부 홍보 모델 한유라가 해맑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오늘부터 자동차세 상습 체납자들에 대한 번호판 일제 영치에 들어갑니다. 고액 건수 과다자 등 상습 체납자에 대해선 무관용의 원칙으로 번호판을 영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영치를 하다 보면 민원 발생이 많으니 최대한 친절하게 영치 경위에 관해 설명하시고, 안전사고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담당 팀장의 당부에 모두 짧게 대답했다.
 
 “오늘은 특별히 조세부 징세과에서 인력 지원을 받았습니다. 다들 고유 업무로 바쁠 텐데 이렇게 인력 동원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우리 이두철 주무관은 입사 경력에 비해 화려한 체납 정리 실적을 자랑하는 분입니다. 본인 업무가 아닌데도 특별히 자원(自願)했다고 하니 박수 한번 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
 
 자동차팀원들이 두철에게 박수를 보낸다.
 
 ‘자원이라니?’
 
 어리둥절한 두철.
 그제야 정 과장의 의도가 조금은 이해가 간다.
 틈만 나면 두철을 키워 주고 밀어주려고 했던 정 과장이다.
 어차피 누군가는 동원되어야 할 일. 정 과장은 모든 일에 열정적인 두철에게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하게 해 그를 키워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동차세 과장에게 두철이 자원했다고 거짓을 말했던 것.
 두철은 자동차팀원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제가 번호판 영치 업무는 처음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두철이 인사하자 자동차세과 직원들이 두철에게 박수를 쳐 줬다.
 
 “자, 그럼 매뉴얼은 모두 숙지하셨을 테고. 9시 정각부터 2인 1팀으로 자동차 번호판 영치에 들어갑니다.”
 
 9시 정각.
 
 두철은 유지혜와 한 팀이 되었다.
 유지혜는 자동차세과 8급 공무원. 2인 1조에서 7급인 두철이 영치반 반장을 맡게 됐다. 비록 두철이 7급 고참이라지만 번호판 영치 업무는 처음. 그런데 신삥이나 다름없는 유지혜를 붙여 줬다.
 
 ‘이건 뭔가 이상한데?’
 
 이상한 조합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철.
 그때 사무실을 빠져나가던 문성준이 두철을 보며 피식 웃는다.
 입사 동기이자 이번 모범 공무원 표창을 앞두고 경쟁 중인 녀석.
 
 ‘뭐지? 저 기분 나쁜 웃음은?’
 
 문성준을 뒤돌아본 두철은 분명히 봤다.
 문성준의 입가에 걸린 비열한 웃음을.
 
 ‘저······ 녀석. 뭔가 더러운 수작을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인데······.’
 
 감각 스텟 강화로 육감이 상승한 두철은 뭔가 꺼림칙한 감정을 느꼈다.
 
 며칠 전, 야근하던 날. 두철과 문성준을 비교하던 최 과장 때문에 심술이 난 문성준.
 영치반 편성 업무 담당인 문성준은 신규나 다름없는 고문관 유지혜를 두철에게 붙여 줬다.
 한마디로 엿 먹어 보라는 것.
 지방 자치 단체 업무였을 때부터 하위직들에게 총괄자 업무를 맡기던 관례에 따라 자동차 번호판 영치 업무 총괄은 문성준이 담당했다.
 문성준은 그렇지 않아도 싫어하던 두철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고문관 유지혜를 파트너로 붙였던 것.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유지혜는 일 잘한다고 소문난 이두철과 한 반이 된다는 게 마냥 좋았다.
 두철을 부르는 유지혜.
 
 “두철 반장님. 가실까요?”
 
 두철은 문성준의 재수 없는 미소를 뒤로한 채 유지혜와 함께 차를 몰아 조세부 사옥을 빠져나갔다.
 두철은 조세부 빌딩에서 멀찌감치 빠져나와 교외(郊外)로 방향을 잡았다.
 
 “반장님. 우리는 홍선동 쪽인데 왜 그쪽으로 가세요?”
 “담당 구역이 뭐 중요하나요? 실적 많이 올리면 되는 거지.”
 “어머? 실적을 많이 올려요? 실적 많이 올릴 필요 없어요. 어차피 우리 반은 그냥 버리는 카드에요. 번호판은 베테랑 반에서 많이 영치해 올 거예요. 우린 그냥 시늉만 하면 돼요.”
 
 유지혜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두철.
 
 ‘뭐······ 뭐지? 입사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완전히 빠졌네?’
 
 유지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철.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뇨.”
 “유미 언니 말 듣자니 이두철 반장님이 그렇게 박력 있으시다면서요?”
 “그게 무슨 소리죠?”
 “반장님이 우리 징수국 전체의 골칫거리인 손중일 씨를 완전히 제압해 버렸다면서요. 그것도 아주 노련하게.”
 “아. 그거 말씀이셨군요.”
 “어떻게 하면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일을 그렇게 잘하세요?”
 “공무원 일이 별거 있나요. 누구처럼 요령만 안 부리면 되죠.”
 
 두철의 말에 유지혜가 뜨끔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자동차는 에스 팰리스 단지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반장님. 여긴 부자들만 산다는 아파트잖아요······. 여긴 왜······?”
 “지혜 씨는 제가 하는 대로 따라만 다니시면 돼요. 너무 걱정 마세요.”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 다가서자 두철은 가방에서 태그 하나를 꺼내 대시보드에 올렸다.
 
 삐리릭!
 
 태그가 감지되자 차단기가 올라간다.
 차단기가 올라가자 유지혜가 토끼 눈을 하고 두철을 바라본다.
 두철은 그 눈빛을 잘 알고 있다.
 선망과 동경의 눈빛.
 
 “우와. 반장님, 에스 팰리스 사세요?”
 “아뇨. 그럴 리가요.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이런 곳에 살겠습니까.”
 
 에스 팰리스는 한 채 가격이 30억 원이 넘는 고가의 아파트.
 
 “근데 출입증은 어떻게······?”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의 유지혜.
 
 “친구 녀석한테 빌렸어요. 친구가 부자 부모님 덕에 이 아파트에 살고 있거든요.”
 “아······ 예. 친구 아버님이 부자이신가 봐요.”
 “네. 스크럽 관련 사업을 좀 크게 하신다고 들었어요.”
 “근데 태그까지 빌려서 왜 이곳에?”
 “우리 지혜 씨는 자꾸 당연한 걸 물어보시네요.”
 “예?”
 “업무 시간에 뭐 하러 이곳에 왔겠어요. 당연히 체납 자동차 번호판 영치하러 왔죠.”
 “에이. 여기 사람들 돈이 얼마나 많은데, 그깟 자동차세 납부 않겠어요.”
 
 두철은 유지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체납 담당 부서 처음 근무죠?’
 
 두철은 그렇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유지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까 봐, 꾹 눌러 참았다.
 
 유지혜는 입사 경력이 5년. 그중 체납 파트 근무는 처음이다.
 두철은 유지혜가 자신과 같은 반에 배정된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는 경력자와 초심자를 한 반으로 묶기 마련.
 
 ‘무슨 생각으로 정리반을 이렇게 짠 거지? 도대체 반 편성을 누가 한 거야? 설마······.’
 
 두철은 순간적으로 재수 없는 표정의 문성준이 떠올랐다.
 스텟 업으로 향상된 육감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
 
 ‘제길. 뭔가 잘못되긴 한 것 같은데······.’
 
 두철은 한쪽에 차를 세웠다.
 
 ‘그래. 우선 업무를 개시하고 보자.’
 
 “자. 그럼 여기서부터 시작합시다.”
 
 두철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의 번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74너 5491.”
 
 두철이 운전을 하면서 차 넘버를 부르면 유지혜는 들고 있는 PDA로 차 번호를 찍는다. 체납이 있는 차는 PDA에 체납자 인적 사항과 체납 건수, 금액 등 체납 내역이 주르륵 올라온다.
 
 “체납 없습니다.”
 
 유지혜가 PDA를 확인한 후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59바 2341.”
 “체납 없습니다.”
 “08조 9132.”
 “체납 없습니다.”
 “69서 5035.”
 
 두철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차 번호를 불렀다.
 
 “아이 정말,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몇백만 원 납부를 않겠어요? 두철 반장님 일 잘하신다고 들었는데······ 어?”
 
 구시렁거리던 유지혜가 하던 말을 얼버무리더니 PDA를 뚫어지라 바라본다.
 
 “반장님.”
 “왜요?”
 “왕건인데요!”
 
 유지혜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것 봐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두철은 보란 듯이 자신의 무릎을 쳤다.
 
 “11건에 1,413만 원이네요.”
 
 자동차세 체납이 11건이면 거의 6년여 동안 세금을 한 번도 안 냈다는 뜻.
 이 정도면 고질 체납자 중의 고질 체납자.
 
 두철은 곧바로 차를 세웠다.
 체납 차 아우디 A9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두철의 손에는 자동차 번호판 영치 태그가 들려 있다.
 두철은 신속하게 아우디 A9의 번호판을 떼어 내 관용차로 돌아왔다.
 두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유지혜.
 
 “왜요?”
 “자동차세 징수 업무 처음 하시는 거 아니에요?”
 “네. 맞아요.”
 “근데 어떻게 그렇게 업무를 착착하세요? 더구나 여기 아파트 단지로 바로 오실 생각을 하시고······.”
 
 
 # 아직 배가 고프다.
 
 유지혜의 물음에 피식 웃는 두철.
 
 “유지혜 주무관님.”
 “예?”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유지혜는 순간적으로 멈칫한다.
 
 “자동차세팀 관용차들 번호판 영상 인식 시스템 다 장착되어 있잖아요.”
 “그쵸. 당연하죠.”
 “그런데 왜, 유 주무관님과 저한테는 그 장치가 없는 차를 내줬을까요? 그것도 구닥다리 PDA를 주면서.”
 “아······, 그러고 보니······.”
 
 유지혜는 그제야 영상 인식 시스템이 없는 차를 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요? 자기들은 모두 인식 시스템 장착 차를 타고 나가고. 우리에겐 안 줬다.”
 “그······ 글쎄요. 저는 잘······.”
 “자동차팀에서 처음부터 나랑 지혜 씨를 물 먹일 생각이었던 거예요.”
 “네? 에이······ 설마요.”
 “아뇨. 확실해요.”
 “에이······ 그럴 리가요. 말도 안 돼요.”
 “저도 처음에는 좋게 생각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 팀에 유지혜 주무관님을 배치하는 걸 보고 살짝 의심이 들었고, PDA를 주는 순간 확신했습니다. 나를 물 먹이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두철 주무관님처럼 일 잘하시고 성실한 분한테 왜 굳이 그렇게······.”
 “훗. 자동차팀에 문성준 있죠?”
 “네. 우리 팀 사석인데요······.”
 “혹시 문성준이가 이번에 체납반 편성표 짰나요?”
 “예. 맞아요. 관성적으로 7급이 자동차 번호판 영치 총괄 맡거든요.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의 유지혜.
 
 문성준은 이두철의 입사 동기. 두 사람은 하반기 표창을 앞두고 경쟁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두철은 문성준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상훈과 포상이 대부분 그렇듯 세평(世評)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문성준이 그 녀석이 나를 물 먹이려고 그랬던 거야.’
 
 두철은 아우디 번호판을 봉투에 집어넣으며 쌍심지를 돋웠다.
 
 “설마 우리 문 반장님이 두철 반장님 물 먹여서 바보 만들고 자기가 관리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것일까요?”
 “판단은 유지혜 씨 몫입니다. 자, 다음 체납자 찾아가시죠.”
 
 두철은 차를 아파트 단지 깊숙이 몰아갔다.
 
 ‘문성준. 멍청한 자식. 그런 식으로 나를 흠집 내려고 해도 소용없을걸. 나는 다른 놈들이 아니라 나와 경쟁한다. 두고 봐. 보란 듯이 실적을 내서 돌아가 주마.’
 
 남들에게 지고 못사는 성격의 두철.
 보란 듯이 번호판을 10개 이상 영치해, 퀘스트도 클리어하고 문성준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노라고 결심했다.
 정 과장에게 자동차세 체납 정리에 동원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업무 매뉴얼과 추징 사례들을 출력해서 읽고 또 읽었다.
 부자들이 사는 아파트 주차장을 공략하라. 고액 체납자들은 그곳에 있다.
 자동차세 체납 정리 매뉴얼과 체납 정리 우수 사례에 나와 있던 내용이었다.
 두철은 문성준의 꼼수를 생각하며 녀석을 혼내 주리라 마음먹었다.
 
 “두철 반장님. 무슨 생각 하세요?”
 
 갑자기 멍하게 있는 두철을 유지혜가 불렀다.
 
 “아닙니다. 일하죠.”
 “네.”
 
 유지혜는 또다시 PDA를 두드렸다.
 
 “반장님. 저기 앞쪽에 마세라티. 체납 차예요.”
 “그래요?”
 “네. 체납 5건, 609만 원요.”
 “좋았어.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은 되네.”
 
 두철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마세라티로 다가갔다.
 자동차 번호판을 떼어 내려던 두철이 흠칫하며 반걸음 뒤로 물러선다.
 
 “요놈 봐라.”
 “왜 그러세요? 이 반장님.”
 
 두철이 멈칫하자 유지혜가 두철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번호판을 못 떼게 하려고 차를 벽에 밀착해 놨어요.”
 
 두철은 매뉴얼을 봐서 알고 있었고, 유지혜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잘 알았다.
 
 “이런 얌체들 있어요. 번호판 못 떼게 하려고 앞 범퍼를 벽면에 닿을 정도로 붙여 놓는 사람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니까요.”
 “이럴 땐 보통 어떻게 했죠?”
 
 두철이 유지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긴요. 이런. 스마트폰 번호도 안 붙여 놨네요.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어요. 납부 안내문 하나 유리창에 끼워 놓고 가는 수밖에요.”
 
 유지혜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훗. 그랬군요. 지금까지 그렇게 일을 해 왔었군요.”
 
 두철은 유지혜를 보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더니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
 
 “······?”
 
 뜻밖의 행동에 눈만 끔뻑거리는 유지혜.
 
 “제 재킷 차에 좀 넣어 두고, 마세라티 차주 집 주소랑 아파트 호실 확인 후 집에 좀 다녀오세요.”
 “예?”
 “주차를 이렇게 해 놨으니 가서 차 좀 빼 주라고 해야죠.”
 “예? 아······ 알겠어요.”
 “저 영치증 하나 주시구요.”
 “아······, 예······ 여기······.”
 
 두철은 유지혜에게 영치증을 받아 챙겼다.
 
 “뭐 해요? 어서 차주 집에 좀 다녀오지 않고.”
 “아. 예. 알겠어요.”
 
 유지혜는 뭔가에 홀린 듯 두철의 말을 따라 차 소유주의 집으로 사라졌다. 두철은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후 마세라티의 뒤 범퍼를 두 팔로 눌렀다.
 
 드드드드―
 
 두철이 마세라티의 범퍼를 들자 차가 5cm 정도 들리며 앞바퀴가 허공에 떴다.
 차가 살짝 들리자 두철은 그대로 차를 뒤로 살짝 끄집어 당겼다.
 
 기기깅―
 
 벽에 철썩 달라붙어 있던 차는 앞바퀴가 허공에 뜨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읏챠!”
 
 기기기깅!
 
 두철이 힘을 쓰자 차가 50cm 정도 뒤로 딸려 나왔다.
 
 “후우. 힘들다.”
 
 두철은 긴 숨을 몰아쉰다.
 이마에 약간 땀이 맺혔는지 두철은 소매로 땀을 훔쳤다.
 
 “나쁜 녀석. 이런 녀석은 악착같이 세금을 징수해야 해.”
 
 두철은 니퍼를 들고 범퍼와 벽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번호판을 분리해 냈다.
 
 철그렁!
 
 이윽고 번호판이 떨어졌다.
 
 “후우! 됐다.”
 
 두철은 번호판을 챙기며 씨익 웃는다.
 
 “스텟 강화 주문서의 위력이 대단한데.”
 
 두철은 몸 안에서 넘실거리는 파워를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스텟 강화 주문서를 발라 15까지 상승한 힘 스텟.
 수십 년간 운동해 온 손중일을 완력으로 제압할 정도로 강해진 파워는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그 힘으로 마세라티를 들어 올리니 차가 5cm 정도 들렸던 것이다.
 
 두철은 마세라티 번호판을 회수한 후 영치증을 차 유리에 끼워 넣었다.
 그때였다.
 
 [띠링]
 [퀘스트 2. 번호판 영치 1.5/10]
 [영치해야 할 번호판 10개 중 1.5개를 달성하였습니다.]
 
 시스템에서 알림이 왔다.
 알림을 확인한 두철의 눈이 가늘어졌다.
 
 “2개를 영치했는데 1.5개라. 앞에 영치할 때 유지혜가 같이 있어서 N 분의 1이 된 건가? 쳇.”
 
 혀를 차는 두철.
 
 “그래. 어차피 고문관. 없는 게 더 낫겠어.”
 
 두철은 퀘스트 달성과 자신의 능력을 감추기 위해 유지혜가 없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두철은 PDA를 꺼내 주차장의 다른 차들의 체납 내역을 확인했다.
 한시도 쉴 겨를이 없었다. 하나라도 더 징수해야 골드를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엿 먹이려 했던 문성준 같은 부류에게 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
 그렇게 쉬지 않고 체납을 정리한 두철은 유지혜가 오기 전까지 3대의 차에서 번호판을 뜯어냈다.
 
 “이두철 반장님.”
 “왔어요?”
 
 유지혜를 돌아보는 두철.
 하지만 유지혜는 잔뜩 풀이 죽어 있다.
 
 “왜 그래요?”
 “집에 갔더니 마세라티 차주가 없더라구요. 벨을 수십 번 눌렀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었어요.”
 
 유지혜는 곧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그 차 벌써 번호판 뜯었어요.”
 “예? 정말요? 어떻게요?”
 
 놀라서인지 기뻐서인지 유지혜는 한꺼번에 세 가지를 물었다.
 
 “그냥 살짝 잡아당기니까 뒤로 밀려나던데요.”
 “아. 예. 예? 뭐라구요? 마세라티가 미니카도 아니고, 살짝 잡아당기니까 밀려나요?”
 
 고개를 끄덕이다 불현듯 사태를 파악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지혜.
 두철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사이드를 풀어 놓았나 봐요. 간신히 어떻게 차 밀어내서 번호판 뜯었어요.”
 “네······ 다행이네요. 근데 자동차를 밀 수는 없고 당겨서 끌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한 거예요?”
 
 유지혜는 일반적인 여자들처럼 자동차에 관한 상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다시 물었다.
 두철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다른 체납 차에서도 번호판을 회수해서 오늘 5개 달성했네요.”
 
 뜯어낸 번호판은 5개지만 퀘스트 달성을 위한 번호판은 현재 4.5개.
 
 “어머나. 그럼 오전 목표는 채운 거네요.”
 “그런가요?”
 “예. 보통 오전에 5개, 오후에 5개 하면 실적 달성이거든요.”
 “고작 5개로요?”
 
 두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신입이나 다름없는 이지혜가 저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직원들은 어떨지 생각하나 마나 뻔했다.
 
 “네. 5개면 많이 한 거예요. 어떤 때는 오전에 3개 하는 경우도 많은걸요. 이두철 반장님.”
 
 유지혜가 갑자기 애교를 부리며 두철에게 다가왔다.
 
 “왜······ 왜 그래요?”
 “우리 오전 실적도 다 채웠는데 별다방 가서 아메리카노 한잔 마셔요. 제가 살게요.”
 
 두철은 하마터면 유지혜를 향해 ‘스튜핏’을 외칠 뻔했다. 오전 내내 한 일이라고는 조수석에 앉아서 체납 내역 확인해 준 것. 그리고 잠깐 자리를 비켜 준 것. 그리고 징징거린 것.
 그 외에는 다른 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업무 시간에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그것도 이제 5년 된 직원이?
 
 “커피는 점심 먹고 마시죠. 지금은 근무 시간이니.”
 “어머······ 반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뭐가 돼요.”
 “뭐가 되긴 뭐가 돼요? 공직자가 근무 중에 농땡이나 부리려고 하면 되겠어요?”
 
 두철의 말에 유지혜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너무 불쾌해하진 마세요. 전 아직 배가 고파요.”
 “그거 봐요. 그럼 전 아메리카노 마실 테니 반장님은 베이글 드시면 되겠다.”
 
 허얼.
 
 두철은 하마터면 ‘헐.’이라고 할 뻔했다.
 
 “유지혜 씨. 정말······ 내 말은 그 말이 아니잖아요. 배가 고프다는 의미는 ‘체납 정리를 더 해야겠다.’라는 의미였어요.”
 “어머머. 그렇게 안 봤는데 반장님 진짜 FM이시다. 천생 공무원이시네요. 진짜 애국심 지린다.”
 
 
 # 범죄 차일 확률 99.9%
 
 유지혜는 빈정거리는 것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어조로 말했다.
 
 “잘됐네요. 곧 있으면 점심시간이니까 지혜 씨는 가서 커피 마시다, 12시 되면 식당으로 가서 점심 시켜 놓고 전화 주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요?”
 “네. 그게 서로 편할 거 같아요.”
 
 유지혜가 옆에 있으면 퀘스트 달성을 위한 목표 건수만 두 배로 늘어난다.
 두철은 미션 수행을 위해 유지혜가 없는 편이 낫겠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도 두철 반장님한테 좀 미안해서······.”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빨리 가세요. 제 걱정 마시고.”
 “그럼 이따 메뉴 주문해 놓고 전화드릴게요.”
 “네.”
 
 유지혜는 두철에게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모양을 만들어 전화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곧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쯔쯔쯔······ 아니야. 차라리 잘됐어. 있어 봐야 걸리적거리기나 하지······.”
 
 두철은 혀를 차며 다시 지하 주차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
 
 낮 12시.
 
 두철의 손에는 차 번호가 11개가 들려 있었다.
 유지혜의 표현대로라면 오전에만 하루 실적을 채우고도 1개가 남았다.
 두철은 유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 반장님. 진짜 FM이시다. 정확히 12시에 전화하시네요.”
 “어디에요?”
 “아직 커피숍이에요.”
 “12시에 점심 시켜 놓고 있으라니깐······.”
 “메뉴를 결정하기가 애매해서요······ 두철 반장님 뭐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알았어요. 내가 그쪽으로 갈게요.”
 
 두철이 스타벅스 앞으로 갔고 두 사람은 그곳에서 만나 인근 식당으로 이동했다.
 아파트 단지 내 나주곰탕 집.
 
 “어머······ 곰탕 드시게요?”
 
 두철이 곰탕집 앞에 서자 유지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곰탕 못 먹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곰탕 싫으면 빨리 말해요.”
 “아뇨······ 알았어요. 먹어요.”
 
 두 사람은 곰탕을 주문했다.
 곰탕을 먹는 내내 유지혜는 구시렁거렸다.
 
 “문성준 반장님은 출장 나오면 봉골레 파스타나 카르보나라 사 주셨는데······.”
 “······.”
 
 두철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유지혜는 계속 떠들었다.
 
 “여자들은 보통 물에 빠진 고기 싫어하는데. 왜 고기들이 물에 빠진 거 있잖아요. 곰탕, 백숙, 뼈다귀해장국 등등. 닭을 먹더라도 물에 빠진 거 말고 치킨 이런 거 좋아해요.”
 “······.”
 
 두철은 아무 대답 없이 곰탕만 먹었다.
 
 찌릿―
 
 유지혜의 눈에서 곧이라도 레이저가 나올 것 같다.
 
 “이 반장님. 여자친구 없으시죠?”
 “왜요? 없으면 소개 좀 해 주시려구요?”
 “아뇨. 누가 소개해 준대요.”
 “그럼 얼른 밥이나 먹어요. 곰탕은 밥이 불면 맛없어요.”
 “전 그만 먹을래요. 입맛이 없어서요.”
 
 두철은 속으로 웃었다.
 
 ‘뭘 한 게 있어야 배가 고프지.’
 
 두철은 유지혜의 밥그릇을 끌어당겼다.
 
 “안 드실 거면 내가 먹어도 되죠?”
 “그러세요.”
 “점심 먹고 나면 지혜 씨랑 나랑 아파트를 나눠서 돌도록 하죠. PDA도 2개고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 진짜 그렇게 하실 생각이에요?”
 “그게 더 효율적일 거 같지 않나요? 어차피 아파트 단지니까 PDA 들고 다니면서 검색하는 게 더 빠르고, 실적도 금방 올리고, 그러면 귀청도 빨라지고. 일 빨리 끝나면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들어가는 게 어때요?”
 “그럴까요?”
 
 두철이 던진 미끼를 유지혜가 덥석 물었다.
 유지혜는 PDA와 자동차세 체납 명부를 챙기며 말했다.
 
 “두철 반장님, 머리 짱 좋으시다. 역시 유능하시다더니······ 진짜 좋은 생각이에요.”
 “그쵸? 혼자 일하면 좋은 점도 있고······.”
 “예?”
 “아니에요. 밥 다 먹었으면 이제 나갈까요?”
 “그······ 그래요. 그렇게 하시죠”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후 아파트 동을 나눠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두철은 주차해 둔 차로 이동하다 유지혜를 뒤돌아봤다.
 유지혜가 혼자서 2단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여직원 혼자 보내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유지혜 씨도 뭐든 해 봐야지. 그래야 업무도 늘고······. 요령 피울 생각도 않고. 나도 좋고.”
 
 입술을 굳게 다무는 두철.
 그는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주차된 차를 보며 PDA를 찍기 시작했다.
 
 ***
 
 오후 4시 무렵.
 
 두철의 손에는 체납 차 번호판 21개가 들려 있었다.
 엄청난 성과였다.
 유지혜 말대로라면 그대로 귀청을 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두철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차들을 뒤지고 다녔다.
 그때 두철의 눈에 묘한 느낌을 풍기는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차 번호 43나 9934.
 PDA에 찍자 곧바로 체납 내역이 나왔다.
 
 [체납 19건, 금액 424,590,000원]
 
 “어랍쇼? 요것 봐라.”
 
 19건에 4억 2,400만 원은 엄청난 수치였다.
 
 [이름 곽연수. 직업 자영업. 나이 33세.]
 [체납 내역. 19건]
 
 곽연수의 체납은 버라이어티했다. 자동차세 외에 종합 소득세, 부가 가치세, 양도 소득세, 주민세, 재산세, 취득세, 등록세 등 거의 전 세목에 걸쳐 체납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자식 완전 양아치네.”
 
 두철은 혀를 끌끌 차며 차에서 니퍼를 꺼내 차 앞쪽으로 돌아갔다.
 
 “9934 이 뺀질이 녀석. 세금도 안 내면서 에쿠스는 잘 타고 다닌다 이거지······.”
 
 두철이 니퍼로 번호판을 뜯어내려고 할 때였다.
 
 “뭐야? 차 번호가 다르잖아?”
 
 분명 뒤 범퍼에는 차 번호가 43나 9934였는데, 앞에는 65조 3369였다.
 
 “이게 도대체?”
 
 순간적으로 두철의 뇌리를 스치는 문장 하나.
 매뉴얼에 있던 문장.
 
 [번호판의 앞과 뒤가 다른 경우는 범죄 차일 확률 99.99%]
 
 “이······ 이 자식······. 진짜 양아치였던 거야?”
 
 ***
 
 두철은 우선 범죄 차로 의심되는 에쿠스의 운행을 중지하기 위해 앞 번호판을 뜯어내려고 볼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왼쪽 볼트를 다 풀어내고 오른쪽 볼트를 풀려고 할 때였다.
 
 등 뒤에서 전해 오는 꺼림칙한 인기척.
 두철은 뒤를 돌아봤다.
 두철의 등 뒤에 미쏘니 니트에 치렁치렁한 순금 목걸이를 걸친 거구들 두 명이 서 있었다.
 
 “너 지금 내 차 앞에서 뭐 하냐?”
 
 거친 말투. 껄렁껄렁한 표정.
 그리고 한 손에 들린 검은색 일수 가방.
 누가 봐도 양아치 건달들이었다.
 
 “보면 몰라요? 공. 무. 수. 행 중이잖아요.”
 
 두철은 한 자, 한 자 또렷하게 말했다.
 
 “허허. 나 좀 웃어도 되냐?”
 “껄껄껄. 형님 이 녀석 웃기는 짬뽕인데요.”
 “그러게. 아가야. 너 혼 좀 나고 싶냐?”
 
 오른쪽 몇 살 더 돼 보이는 사내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징그럽게 웃었다.
 
 “곽연수가 누구요?”
 
 두철은 녀석들의 태도를 보며 두 사람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이 호로새끼가 어디서 감히 우리 형님 이름을······.”
 “아. 당신이 곽연수요?”
 
 두철은 덩치 1이 형님이라 부르는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때 곽연수의 옆에 있던 덩치가 두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 호로새끼. 너 오늘 뒈지고 싶냐?”
 
 덩치가 두철을 향해 주먹을 번쩍 쳐 올렸다.
 그때 두철이 왼발을 축으로 재빠르게 오른발을 돌려 찼다.
 회축 돌려차기가 정확하게 덩치의 턱을 가격했고 그 동작이 어찌나 빠르던지 곽연수는 두철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도 못 할 정도였다.
 
 콰앙!
 
 덩치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마치 거목이 고꾸라지듯.
 
 철퍼덕.
 
 사내는 눈을 까뒤집은 채 에쿠스 보닛 위로 대자로 뻗어 버렸다.
 
 실신 KO.
 말 그대로 떡실신.
 
 괴수의 시대 이후 정당방위에 관한 법 적용이 상당히 완화되어 있었다.
 괴수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처지에 놓인 인간들에게 그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조치였다.
 
 “너······ 너······, 이 새끼······.”
 
 당황한 곽연수가 품속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어허······. 자꾸 이러시면 공무 집행 방해죄에······ 특수 폭행죄까지 추가됩니다. 그냥 좋게 번호판 반납하고 밀린 세금 내면 될 거 아······.”
 
 두철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곽연수가 칼을 찔러 왔다.
 
 파앗!
 챙그렁!
 
 너무도 빠르고 신묘한 몸놀림.
 두철은 왼손 손날로 곽연수의 칼 쥔 손을 내리쳐 칼을 제압한 후 그대로 오른 손등으로 곽연수의 울대를 올려 쳤다.
 
 꺼으으으.
 
 곽연수는 두 손으로 목을 감싼 채 몇 걸음 뒤로 물러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콰당!
 
 두철은 특전사 특전병 출신.
 군에 있는 동안 특공 무술을 연마해 4단을 땄고, 병장이 되었을 때는 후임병들에게 특공 무술을 가르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특히 두철이 속해 있던 부대는 국가 행사에서 격파, 특공 무술 시범 등을 도맡아 했던 부서로 하나 같이 무술 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두철이 STR 강화 주문서를 이용해 힘을 15까지 강화했으니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게 된 두철.
 각성 후 얻게 된 힘을 몬스터가 아닌 사람에게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두철이었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까불고 있어.”
 
 얼마 후, 곽연수와 그의 똘마니는 에쿠스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곽연수!”
 “어? 아. 예······ 예.”
 
 두철이 부르자 곽연수와 그 똘마니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밀린 세금 내라는 게 뭐 잘못된 거냐?”
 “죄······ 죄송합니다. 바로 납부하겠습니다.”
 
 곽연수와 그의 똘마니 박두원은 전형적인 양아치다. 동네에서 성매매 알선해 주고, 자영업자들과 쓰러져 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고리 사채를 하거나 돈세탁을 해 주고 뽀찌를 뜯어 먹는 녀석들이다. 강자 앞에서 철저히 약하고 약자 앞에서 한없이 강한 녀석들. 그들은 두철이 강자임을 일찍 깨닫고 완전 꼬리를 내리고 있다.
 
 “니들 잠들어 있는 동안 경찰서에 전화해 놨어. 니들 범죄 차 몰고 다닌다고······.”
 
 잠들어 있는 동안이란 두철의 일격에 실신해 있던 시간을 뜻하는 말.
 곽연수와 박두원은 치욕적이었지만, 두철의 절대적인 강함 앞에 뭐라고 반격할 수 없었다.
 
 “예?”
 
 박두원이 화들짝 놀라자 곽연수가 동생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알겠습니다. 차 바로 말소하겠습니다. 세금도 바로 내겠습니다.”
 “착하게 살자!”
 
 두철은 동네 양아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특전사에도 조폭이나 건달 출신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래도 조직에 있었던 애들은 양아치들과는 행태가 좀 달랐다. 두철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양아치들은 강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 예.”
 
 두철은 곽연수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곽연수.”
 “예.”
 “모바일 뱅킹 할 줄 알지?”
 “예······. 그야 당연히······.”
 “계좌에 얼마 있어?”
 “제 계좌랑 이 녀석 계좌랑 합치면 2~3억 정도 있을 겁니다.”
 
 물론 곽연수와 동생의 계좌는 대포 통장 계좌였다. 그런 이유로 조세부에서 그 대포 통장을 압류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부르는 가상 계좌로 바로 있는 돈 다 털어서 이체한다. 실시.”
 “예? 그게 무슨 계좌인데요?”
 
 퍼억.
 
 곽연수가 묻자마자 두철의 손이 곽연수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무슨 계좌겠냐? 내가 설마 니들한테 내 개인 계좌 불러 주겠냐? 체납세액 가상 계좌 아냐. 지금 당장 체납금액 이체할래 아니면 몇 대 더 맞을래?”
 “저기······ 그게······. 이체 한도가 있어서요······.”
 “쩝.”
 
 
 # 그놈의 캐러멜 마키아토.
 
 그래서 세 사람은 인근에 있는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결국 곽연수는 체납액 4억 2,000만 중 3억 원을 현금으로 납부했다.
 
 “남은 1억 2,000만도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두철은 곽연수와 박두원을 향해 조금 전 작성했던 체납세액 분납 정리 계획서를 흔들어 보였다.
 
 “예. 주무관님.”
 “그럼 가 봐. 분납 계획서대로 납부 안 되면 알지?”
 
 두철은 두 사람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저기······. 주무관님.”
 “왜?”
 “제가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괴수시대 이후 한층 더 끗발을 날리는 조세부에 줄을 대 필요할 때 이용해 먹으려는 양아치 근성이 발동하는 곽연수.
 그들의 꿍꿍이를 모를 리 없는 두철이다.
 
 “참 내······ 나이는 곽연수 씨가 저보다 훨씬 많거든요.”
 “······.”
 
 두철은 어리바리 서 있는 두 사람을 놔두고 은행을 나왔다.
 그때였다.
 
 [띠링]
 [현금 징수 보상. 3억 징수, 30만 골드가 지급되었습니다.]
 [누적 보유 골드: 312,500골드]
 
 곽연수의 고질적인 체납세액을 정리하고 30만 골드를 보상받으면서 보유 골드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아싸. 이 금액이면 마력상점에 새로 생긴 아이템 살 수 있잖아?”
 
 두철은 기쁜 나머지 은행을 나오며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몇몇이 돌아봤지만, 두철은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은행에서 스킬 아이템을 구매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퇴근하면 곧바로 집에 가서 마력상점을 확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들뜬 마음도 잠시.
 두철은 유지혜에게 전화가 오기 전까지 끝까지 체납 차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오후 5시 20분.
 두철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격렬한 진동음.
 
 “네. 이두철입니다.”
 ―이 반장님. 유지혜에요. 시간이 많이 됐어요. 이만 귀청하시죠.
 “그래요. 아까 관용차 주차해 뒀던 식당 주차장에서 만나시죠.”
 ―네. 그래요.
 
 두철과 유지혜는 곰탕집 주차장에서 만났다.
 
 “몇 개나 영치했어요?”
 
 두철이 묻자 유지혜가 풀 죽은 얼굴로 대답했다.
 
 “1개도 못 했어요.”
 “······.”
 
 두철은 말없이 유지혜를 바라봤다.
 
 “두철 반장님은요?”
 “스무 개 조금 넘겼습니다.”
 “예에?”
 
 유지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유지혜의 눈에는 놀람과 존경심이 섞여 있었다.
 
 “유지혜 씨, 고생했어요. 들어갑시다.”
 “제가 무슨 고생이에요. 두철 반장님이 고생하셨죠.”
 “일단 차에 타세요.”
 “네.”
 
 두철이 운전석으로 가자 유지혜가 조수석에 앉았다.
 두철이 시동을 켜는데 유지혜가 뒷좌석 종이 백에 담긴 번호판을 발견했다.
 
 “허억. 저······ 저게 다, 체납 차 번호판이에요?”
 “그럼 체납 차 번호판이지 중고차 번호판이겠어요?”
 “이야······ 스무 개라더니······. 진짜 많긴 많다······.”
 
 유지혜는 두철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있던 번호판을 가져다 셌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혼자서 26개를······?”
 
 두철은 대답 없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철 반장님, 체납 정리의 달인이라 들었는데······ 이건 달인이 아니라 체납 업무의 신이시네요. 신. 어떻게 혼자서······ 죄송하지만, 반장이 반원 가르쳐 준다 생각하고 노하우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간단합니다.”
 “네?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유지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근무 시간에 커피숍 안 다니고 농땡이 안 치고 열심히 일만 하면 됩니다.”
 “······.”
 
 유지혜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
 
 저녁 6시 조세부 청사 자동차팀 사무실.
 
 체납 차 번호판 영치 일제 정리반 12개 팀 중, 11개 팀이 사무실에 도착해 있었다.
 길쭉한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자동차 번호판.
 지금까지 11개 팀 중 가장 많이 번호판을 영치해 온 팀은 문성준의 팀.
 영치 번호판 16개.
 
 “야. 유지혜한테 전화해 봐. 6시가 넘었는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아까 통화했는데 청사 입구랍니다. 곧 올라올 거예요.”
 
 직원들 말대로 오래지 않아 이두철과 유지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두철 씨. 과장님, 팀장님들 기다리시는데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떻게 해?”
 
 문성준이 이두철에게 버럭 화를 냈다.
 윗분들에게 잘 보이려고 동기인 이두철을 쪼는 것.
 두철은 문성준을 가볍게 쏘아봤다.
 두철의 눈빛을 본 문성준은 움찔해 저도 모르게 반걸음 물러섰다.
 
 ‘무슨 눈빛이 저리 사납노······. 저 녀석 눈빛이 저렇게 매서웠었나?’
 
 문성준은 살짝 겁을 집어먹었다.
 
 “이두철 씨. 왜 이렇게 늦었어?”
 
 담당 팀장이 점잖게 두철을 타일렀다.
 
 “죄송합니다. 일하다 보니 좀······.”
 
 두철은 말 대신 행동으로 팀장의 질문에 화답했다.
 
 와르르르르―
 
 두철은 종이 백에 담긴 번호판을 테이블 위에 쏟아 냈다.
 
 “흐업. 이게 다 체납자들 번호판이야?”
 “세상에, 도대체 몇 개야?”
 
 팀장의 말에 문성준이 재빨리 튀어 나가 번호판 개수를 셌다.
 
 “2······ 26개인데요.”
 “26개?”
 “네.”
 
 이두철과 유지혜가 영치해 온 번호판이 26개라는 사실에 자동차팀 직원들이 모두 입을 쩍 벌렸다.
 
 “이······ 이걸 니······. 니가 어떻게?”
 
 문성준이 두철을 돌아봤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두철은 문성준의 시선을 무시했다.
 조금 전 문성준의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오늘 자신에게 유지혜를 붙여 주고, 허접한 PDA를 던져 준 이유를.
 
 “여기 계시는 유지혜 씨가 많이 도와줬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이 분야 업무는 오늘이 처음이라······ 유지혜 씨 도움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이 못 했을 거예요.”
 
 두철의 말에 직원들이 모두 유지혜를 바라봤다.
 순간 유지혜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아······ 아니에요. 이두철 반장님 혼자서 전부 다 하신 거예요.”
 
 그때 안쪽 자리에 앉아 있던 최 과장이 테이블 쪽으로 걸어 나왔다.
 
 “뭐야?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최 과장이 나오자 팀장이 경위를 보고했다.
 
 “오늘 일제 정리 첫날인데요, 이두철 씨가 26개를 영치해 왔답니다.”
 “20? 26개?”
 
 조세부로 개편 후 자동차세 팀에서 하루에 26개를 1개 반에서 영치한 적은 없었다.
 자동차세 과장이 두철을 바라봤다.
 
 “이두철 씨. 진짜 이두철 씨가 다 한 거야?”
 “아닙니다. 유지혜 씨가 많이 도와줬어요. 그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겸손의 뜻으로 한 말이지만 엄연히 따지고 보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N분의 일이 싫어서 유지혜를 제쳐 놓고 일을 했으니까 도와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두철의 대답에 자동차세과 최 과장은 그윽한 눈으로 두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네 과장이 자네 칭찬을 많이 하던데.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은 비슷한가 봐. 첫 출장에 번호판을 26개나 영치하는 실력에다 자신의 공을 동료에게 돌리는 겸손함까지. 나는 우리 두철 씨처럼 의리 있는 사람이 좋더라. 역시······.”
 
 최 과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두철을 보며 웃더니 돌연 시선을 유지혜에게 돌렸다.
 
 “유지혜 씨.”
 “예. 과장님.”
 
 최 과장의 부름에 깜짝 놀란 유지혜.
 
 “오늘은 출장 나가서 캐러멜 마키아토 안 먹었어?”
 “예? 아······ 캐러멜 마키아토······. 아, 저······ 그······ 그······ 그게······.”
 
 <『나 혼자 징수 달인』 1-2권에 계속>

댓글(2)

FPTX    
1+1에서 럭키가 터졌으니 앞으로 계속 운이 좋을거라는게 무슨 말이죠? 게다가 뜬금없이 레벨업하더니 퀘스트 깨고나서 레벨업 보상을 주는건 뭔지...
2019.10.07 23:05
노애    
끝까지 본 선발대입니다. 이 글에선 시스템의 표현이 좀 단순화 되고 성의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읽기엔 무리가 없습니다. 내용도 신선했고 한데 다만 출판사에서 조기완결 압박이 있었는지 더 쓰기 귀찮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완결짓는 솜씨가 엉망이란건 팩트입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2020.12.3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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