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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블루스톤 1화

2019.06.17 조회 7,198 추천 70


 축복의 블루스톤
 
 1. 살기 위한 싸움
 
 
 척박한 땅, 자욱한 안개,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이 가득한 곳.
 짙은 안개를 타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타고 흐르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후우- 우우우웅- 후우우우웅---!
 간혹 굵게도 들려오고 얇게도 들려오는 소리들.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들은 한 대 뭉쳐지며 귀곡성을 만들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있을 수 없는 곳, 마녀의 대지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한데, 모든 이들이 접근조차 하기 꺼려하는 그곳의 마른 대지 위로 한 사내가 누워있었다.
 사내는 무언가 고통스러운 꿈을 꾸는지 눈을 감은 체로 매우 괴로워했다.
 하나, 그것도 잠시.
 그가 고통과 괴로움의 주박에서 깨어나며 눈을 번쩍 떴다.
 “크허업······!”
 거친 숨을 들이마신 그가 눈을 부릅뜨며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하는 그의 눈빛은 짐승처럼 매섭고 날카로웠다.
 “크윽!”
 하지만 눈을 뜨는 것이 고통스러운지 제대로 뜨지 못했다.
 “젠장, 도대체 뭐가······. 눈이 아프잖아!”
 그는 눈이 왜 이러나 싶었다. 마치 수십일 동안 어둠 속에 있다가 갑자기 빛을 접한 느낌이 이러할까, 멀쩡한 눈에 모래를 쏟아 부은 것처럼 따갑고 아려와 도저히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린 그는 손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느끼며 빛에 적응하려 부단히 애를 썼다.
 “미치겠군. 끄으······.”
 눈뿐이 아니었다. 온몸 전체가 마취약에 취한 것만 같았다. 놀란 마음에 벌떡 일어나기는 했지만 순간적일 뿐, 서 있는 것도 힘들어 좌우로 휘청거렸다.
 한쪽 무릎을 꿇은 그는 다시 눈을 감으며 한참을 손바닥으로 눈을 문질렀다. 손바닥으로부터 기를 흘려보내어 눈의 혈을 활성화시키는 거였다. 과격한 방법이었지만 당장이 시급했다.
 서서히 따가웠던 눈이 안정을 찾아갔다. 처음엔 두 눈을 감싸고 있는 눈꺼풀조차 붉게 느껴졌지만 차차 적응이 되어 가는지 조금씩 괜찮아져갔다.
 충분히 적응이 되었다고 느꼈을까, 그가 조심스럽게 두 눈을 떴다.
 흐릿한 초점이 서서히 잡혀가는 가운데 주변 환경이 흐릿하게 보였다.
 “여긴 어디지?”
 그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뭔가 이상한 것들을 보았다.
 “아······.”
 뭔가 잘 못 보았다 생각한 것일까, 그가 다시 눈을 질끈 감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힘겹게 다시 눈을 뜬 그의 표정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나무는 있는데. 다 죽은 것들뿐이잖아. 쳇, 기분까지 더러워지는 곳이군.”
 그는 지금 안개 속에 존재하는 메마른 땅과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들 사이에 있었다. 게다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는 어둠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짙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체 지면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흙을 손에 가득 쥐어 보았다. 흙은 그의 손을 빠져나와 천천히 흐트러졌다.
 쓰으으······!
 흙은 살며시 부는 바람에 뽀얀 궤적을 이루며 산화되어갔다.
 떨어지는 흙을 보던 그가 언제부턴가 웃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웃겨서? 결코 아니다. 그 웃음은 비웃음과 황당함으로 꾸며진 것이었다.
 “한 몇 년은 빗방울 하나 없었던 곳 같군. 그야말로 죽은 땅이다.”
 죽은 땅.
 한 눈에 봐도 그렇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엇에 의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대지와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닮아있다는 거였다.
 휘익.
 서서히 일어나며 흙은 던졌지만 힘이 없는 팔이 던지는 흙은 바로 지척에서 흩날렸다.
 저벅. 저벅. 저벅.
 앞으로 힘겹게 걷던 그의 발에 갑자기 무언가가 밟혔다.
 처걱.
 “으음?”
 시야를 내린 그의 얼굴에서 반가움과 안도가 떠올랐다.
 “이건······ 나의 검······.”
 그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막 검을 집어 들었을 때였다.
 삐이······!
 “크윽!”
 그가 비틀거렸다. 그의 귀로부터 들려오는 알 수 없는 가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어이해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 떠올리고야 말았다. 일순간 모든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스륵!
 빠르게 들어 올린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또한 그의 눈에선 누군가를 향한 강한 증오와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김권우 회장, 이 개자식!”
 털썩!
 그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처럭!
 하지만 손에 쥔 검끝이 땅을 파고드는 순간, 그는 간신히 쓰러지는 것을 모면했다.
 이어 그의 입에서 음침하면서도 괴기스러운 목소리가 떨리듯 흘러나왔다.
 “의뢰를 맡은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았더냐······!”그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죽인다······ 반드시 죽일 거야! 나를 함정에 빠뜨리고도 살고자 했다면 너는 이미 미친 것이다. 이미 내 형이 너를 죽이고자 달려가고 있을 테니까!”
 사건의 시작은 부업으로 전파사를 하며 간신히 검술 도장의 명맥을 이어오던 그에게 사촌 형이 찾아오면서부터였다. 사촌 형은 몇 년 만에 갑자기 찾아와 대뜸 한다는 말이 일을 대신 맡아달라는 거였다.
 “날더러 형 일을 대신 맡으라고? 되도 않는 말 마. 난 절대 못해.”
 진혁은 늘 사촌 형을 좋아했지만 그의 직업까지 좋아할 순 없었다. 그가 온 가족들로부터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살인청부업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단박에 거절했지만 사촌 형의 설명에 진혁은 마음이 흔들렸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니야, 진혁아. 물건만 회수해 오면 돼. 듣자하니, 도장이고 전파사고 전부 날아가게 생겼다면서. 그 일만 하면 더 이상 돈 걱정 없이 도장을 운영할 수 있는데, 정말 안 할 거야? 그래가지고 가문무공의 명맥은 무슨 수로 지킬 건데?”
 안 그래도 나날이 빚이 늘어 도장의 땅과 생계인 전파사까지 넘어가게 생긴 상황이었다. 이때에 그런 사촌 형의 제안은 그렇게 꿀처럼 달콤할 수가 없었다.
 한 번만 눈을 딱 감고 의뢰를 마치면 모든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번만 자존심을 버리면 앞으로도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물론, 다시는 다른 이에게 비굴하게 빌지 않으며 당당히 어깨를 펴고 살 수 있었다. 더군다나 사람을 죽이는 일도 아니라는데, 선조들의 명예에 흠집을 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여 진혁은 사촌 형의 흉내를 내며 의뢰를 맡았다.
 그런데, 일에 꼬여도 더럽게 꼬였다.
 그를 포함한 함께 의뢰를 수행한 모두가 의뢰인의 목적을 위한 희생양으로 죽고 만 것이다.
 오직 그만을 제외한 모두가 말이다.
 때문에 진혁은 김권우 회장만 생각하면 머리의 피가 거꾸로 섰다.
 “형이 널 못 죽였더라도 반드시 네놈은 내 손에 죽는다. 결코 살려두지 않을 것이야!”
 그의 사촌 형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실력자였다.
 또한 그는 청부업자들 중에서도 독특한 자로 꼽혔다. 다른 암살자들과 다르게 총이 아닌, 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두가 놀랄 만큼 강했다. 그리고 바람을 이용한 그의 검술은 빠르고 경쾌했다. 이십여 명이 쏘는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도 그는 약간의 상처만 얻은 채 살아남은 적이 있었다.
 바람처럼 움직이는 그의 몸은 적들로서는 총구조차 따라가기 벅찼으며, 그의 움직임을 잡지 못한 자들은 날카로운 검이 자신들의 몸을 꿰뚫고 나서야 죽는다는 걸 느꼈다.
 게다가 총구의 방향을 보고 총알 몇 발 정도는 검으로 쳐낼 수도 있는 자였으니 그 능력이 초능력에 가깝다 할 수 있었다.
 아니, 그가 강한 것은 당연했다. 그가 혼원풍신류를 익힌 사람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혼원풍신류.
 그것은 약 37대에 걸쳐 대대로 진혁의 직계 가족에게만 내려온 것이었다.
 그것이 직계로 내려오기 시작한 지도 어언 천 년 가까운 세월······.
 처음은 보잘것없는 잡술에 불과했던 검술이었으며, 이름 또한 지금의 이름이 아닌, 풍호검법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바람과 접목되기 시작한 검술은 그 경지가 높아져 상승절학으로 탈바꿈되더니 혼원풍신류란 이름으로 변모했다.
 진혁이 알고 있는 가전무공의 유례를 보자면, 그의 선조 중 하나가 청음사란 곳의 고승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선조는 고승과 함께 지내며 평생을 검술 갈고 닦는 것에만 매진했다는 것.
 가족조차 돌보지 않던 선조는 늙어서야 그들 품에 돌아왔으나, 장남에게 검술을 가르친 뒤 한 권의 검법서만 남겨놓고 또다시 홀연히 사라졌단 유례였다. 마치 뭔가 신선이라도 된 마냥 말이다.
 그렇게 천 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직계가족에 의해 벼려지고 벼려지며, 맥을 이어온 혼원풍신류.
 이것이 바로, 진혁의 사촌 형이 그와 같은 실력을 가질 수 있었던 진짜 이유였다.
 하지만 진혁의 사촌 형이 배운 건 아류에 불과했다.
 기실 혼원풍신류의 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대대로 그 명맥을 이어온 진정한 계승자, 진혁이 그 장본인이었다.
 아무리 대단하다 알려진 진혁의 사촌 형이라지만, 그가 일평생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진혁뿐일 것이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복수가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누구보다 확신했다.
 하지만 복수심에 마음이 불타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랴. 복수의 대상은 눈앞에 없고 현재의 그는 지금 안개만 가득한 알 수 없는 곳에 와 있는 것을.
 진혁은 곧 복잡한 심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어쨌거나······ 이곳이 어디인지부터 알아야겠다. 내가 어떻게 이런 곳에 와버린 것인지도······ 하아.”
 진혁은 눈에 힘을 주었다. 그가 바라보는 안개는 한 방향으로의 흐름을 가지며 움직이고 있었다.
 안개는 짙고 옅어지기를 반복하여 때로는 조금 멀리 보이기도, 때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한데, 진혁이 앞으로 걸으려던 그때였다.

댓글(6)

k5263    
비밀글입니다.
2019.06.30 15:51
n4*************    
재미있어요
2019.07.23 11:29
악망    
풍신 초풍초풍
2019.07.23 17:43
Malfoi    
미래에서 왔습니다. 주인공 사촌형이 흑막이예요.
2019.07.24 00:51
국민의짐    
풍신류... 이런식의 이름은 일본식인데... 혹시 일본소럴 번역작?
2020.12.26 23:18
국민의짐    
구매 대여 현황을 보니... 암담하네요...
2020.12.2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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