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달콤, 찬란한 재벌기

태양 그룹의 둘째 아들

2019.07.01 조회 132,593 추천 1,015


 “여기 감자탕 중 하나요!”
 “아저씨. 밥 두 개 볶아 주세요!”
 “네. 지금 나갑니다. 손님!”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감자탕집.
 진호의 가게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으로 북적였다.
 20개의 테이블이 있는 홀에는 식사 시간이면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고, 방으로 만들어 놓은 자리에도 단체 손님으로 예약이 밀렸다.
 
 “찜 둘이요!”
 
 주방에서는 요리하는 직원들이 뼈해장국을 끓이고, 뼈찜을 만드는 등으로 눈코 뜰 새가 없었고, 홀에서도 손님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카운터를 지키다가 손님들의 신발을 정리하거나, 직접 주문도 받는 진호는 뿌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손님이 더 이상 늘어날 수가 없을 정도구나.”
 
 개업한 이후 얼마 안 된 시기부터 손님들이 속속 찾아오기 시작했다.
 국산 돼지 등뼈만 이용하여 국물은 깊은 맛을 잘 우려냈고 고기는 입에 녹을 만큼 연했다.
 양념이야말로 수많은 연구와 실패를 거듭한 회심의 역작!
 몇 가지 조미료들이야 요식업계의 필요악이었지만 적당히 써서 지나치지 않도록 했다.
 감자탕에 맛이 있으니 손님들이 오는 것은 당연한 노릇, 최근에는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맛집으로 소문이 나다 보니 하루 종일 식당이 바빴다.
 
 “아저씨. 여기 감자탕 대짜로 주세요.”
 “손님. 우리 가게는 양이 많아서요. 두 분이면 소로 드셔도 되는데요.”
 “아니에요. 저희들도 다 알고 왔어요. 양 많이 나오는 것도 알고요. 근데 일부러 이 식당에서 먹으려고 멀리서 왔거든요. 감자탕 좋아해서 무조건 대짜로 먹을 거예요.”
 
 여행을 온 관광객들은 시켜서 실컷 먹고 돌아갔다.
 진호는 가끔씩 오는 관광객이나 뜨내기손님이라도 푸짐하게 대접했고, 그들은 고마워하며 블로그에 올렸다.
 
 
 - 제목 : 내가 맛 본 최고의 감자탕 가게!
 
 끝내줌.
 감자탕의 종결자임.
 아직 이 집에서 감자탕을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마니아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
 끓고 있는 푸짐한 감자탕에서 뼈를 꺼내서 살점을 뽑아 먹다 보면 어느덧 빈 그릇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임.
 이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마술 같은 거라서 놀랄 게 못 됨.
 하지만 슬퍼하지 마시라!
 이제부턴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으니!
 
 
 일반 손님들은 물론이고,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도 자주 찾아왔다.
 
 “감자탕 대로 하나 주세요.”
 “예. 손님.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매니저가 맛있다고 해서 오긴 왔는데. 저 맛없으면 사인도 안 해 주고 사진도 안 찍어 드릴 거예요.”
 “물론입니다. 손님.”
 
 뭔가 기분 나쁜 듯이 말하는 손님들이 있으면 별다른 특효약이 없었다.
 일단 감자탕부터 먹이면 된다.
 감자탕을 보는 순간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고, 숟가락 가득 국물을 떠먹으면 걷잡을 수 없는 감동이 인다.
 두 손으로 고기를 뜯기 시작하면 그때는 모든 손님들이 먹는 데만 집중한다.
 
 “든든하게 잘 먹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손님.”
 “혹시 사진은 안 필요하세요. 사장님?”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이나 시장도 사인 하나씩 정도는 해 주고 싶어 했다.
 진호의 가게 일원 감자탕집에는 그런 사인과 사진들이 벽면을 가득 뒤덮었다.
 이런 사진들이 더 이상 장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진 않지만, 손님들이 남긴 거니 내버려 두고 있는 실정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식당이지만 자정을 지나고 나면 회식 손님들도 떠나고 조금 한가해진다.
 서너 명씩 찾아와서 소주 한 병에 감자탕을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 혹은 허기를 참지 못하고 뒤늦게 온 사람들 정도가 다였다.
 식당을 보며 한가할 때는 노트북으로 감자탕 가게의 평을 살펴보고 취미 생활인 소설을 집필했다.
 바쁜 생활 때문에 인터넷에 공개를 하거나, 출판은 하지 못하는 소설이지만 쓰는 재미를 끊지 못했다.
 
 @
 
 진호는 태양 그룹의 둘째 아들이었다.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인생이 지금과 같진 않았다.
 
 ‘우리 엄마는 가난한 분이었지.’
 
 어릴 때는 단칸방 월세 집을 전전하면서 겨우 먹고살았다.
 
 ‘그래도 정말 힘들 때는 돈이 있는 외삼촌들 덕분에 가끔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살았어.’
 
 엄마와 자신.
 단둘이 헤쳐 나갔던 시절, 청소년기의 진호는 왜 남들처럼 자기는 아버지가 없냐면서 엄마에게 많이 대들었다.
 그럴 때마다 말없이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버지도 없이 자라게 만든 미움이 더욱 커졌다.
 그 때문인지 어머니는 진호가 22살이 되자 암으로 돌아가셨다.
 일찍 발견만 해도 살 수 있었다는데 암이 온몸으로 퍼지고 난 후였다.
 암으로 인한 고통이 극에 달해서 병원에 간 이후에야 알게 된 것이다.
 진호는 그 이후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가진 엄마에 대한 기억은 고생한 모습. 밤이면 몸살로 끙끙 앓던 모습들밖에는 없구나. 난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산 거지?’
 
 엄마를 잃은 상처로 인한 괴로움도 잠시였다.
 장례식을 치른 진호에게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모시러 왔습니다. 도련님.”
 “저를요?”
 “예.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그들을 따라서 간 곳은 입이 벌어질 정도의 거대하고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너는 내 자식이다. 이제부터는 나와 같이 살자.”
 
 진호는 태양 그룹의 유건태 회장을 만나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건태 회장과 어머니는 남대문에서 장사를 하며 잠깐 만나서 정을 쌓았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다른 여자도 있었고 그녀가 임신을 하면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진호의 엄마는 뒤늦게 자신도 아이가 생긴 걸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시는 그를 보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고 싶지도 않았다.
 유건태 회장은 미웠지만, 그의 아내나 자식은 아무 죄가 없질 않은가.
 남대문 시장을 떠나고 나서 진호의 엄마는 공장도 다니고, 식당 일도 하면서 진호를 어렵게 키웠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태양 그룹이나 유건태 회장에 연락을 취했던 적은 없다.
 유건태 회장이 자신의 옛사랑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조사를 해 보다가 진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진호는 창피했지만 장례식을 치른 다음에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아버지에게 왜 무책임한 행동을 했느냐며,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는 있냐며 따졌어야 하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말로만 듣던 재벌 가문. 그 일원에 속해 있으면 엄마의 죽음 이후에 불안한 미래가 해결될 것만 같았으니까.
 실제로도 경제적으로는 모자람이 없었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용돈, 고급 자동차, 태양 백화점에서의 무제한의 쇼핑 등.
 유건태 회장은 첫사랑에게 미안한 마음만큼 진호에게 금전적으로는 아쉽지 않게 대해 줬다.
 
 “대학에 진학해라. 미국 명문대로 유학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유씨 일가로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대학을 가라.”
 
 이미 군대를 제대한 진호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3번의 재수 끝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었다.
 그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다른 형제들. 최소한 돌아가신 엄마를 더 이상 창피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로부터 인정을 받진 못했다.
 
 “진호야.”
 “예. 형님.”
 
 첫째 유단호는 태어난 날짜가 고작 2개월 차이 나는 동생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대학에 가서도 우리 집안 망신은 시키지 마라. 태양 그룹에 대한 말은 함부로 꺼내지도 말고.”
 “하지만 그건······.”
 “네 마음도 알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겠지. 그러나 네가 사람들 앞에 설수록 괜히 아버님에 대해 안 좋은 소리만 퍼질 뿐이다. 그 정도 생각도 없진 않겠지?”
 “알······겠습니다.”
 
 유단호는 이미 미국 명문 대학의 엘리트 코스를 마치고 태양 그룹의 건설사에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서울과 경기도권의 아파트 공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있었다.
 진호는 유씨 집안에 어울리기엔 자신이 부족한 게 많다는 걸 느꼈다.
 유건태 회장은 4남 1녀의 자식들을 낳아 놓았고 모두 나름 뛰어난 성적이나 괜찮은 외모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하자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진호였고, 굴러 들어온 돌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집안에서의 입지 역시 불안했다.
 새로운 어머니나 다른 형제들 역시 그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진호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 집안에 내가 설 자리는 없구나. 여긴 올 곳이 아니었어.’
 
 기껏 합격한 대학에도 가지 않고 일주일간 죽도록 술을 마셨다.
 고주망태가 되어서 새벽에 들어오거나 외박을 하더라도 그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먼저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건태 회장은 지방의 계열사나 해외의 사업체들을 돌보러 출장을 바쁘게 다녔고, 새어머니나 다른 형제들은 의례 ‘천한 자식이 그렇지’라는 시선으로 볼 뿐이었다.
 
 ‘고작해야 대학 합격하고······ 기뻐서 술 먹고 노는 일밖에 모르는 애잖아.’
 ‘한심하다. 저런 게 내 형이라고? 더러운 핏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창피한 일을 저지를까.’
 
 그들의 표정에 모든 게 쓰여 있었다.
 진호는 어느 날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던졌다.
 돈, 통장, 시계, 자동차 열쇠.
 전부 다 던져 버리고 저택을 나오는 그에게 쥐어진 것은 마지막 하나.
 엄마가 남겨 준 유산 1천만 원이 있는 통장이었다.
 진호는 넓은 정원과 화려한 조명을 밝힌 대저택을 쳐다봤다.
 
 ‘이걸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어. 지금까지의 내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바닥일지라도 떳떳하게 산다.’
 
 엄마와 살던 동네로 돌아가서 작은 지하 방 월세부터 시작했다.
 노가다 판을 전전하면서 돈을 모았고,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다.
 물론 태양 그룹과는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기계 제조를 하는 중소기업에 입사!
 휴학을 거듭하며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이미 서른 살이 훌쩍 넘은 나이 때문에 대기업에는 취직이 어려웠다.
 그보다 한 살 어린 대리는 진호를 보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신입 사원이 저보다 나이가 많으면 일하기 힘들어요.”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최대한 잘 해내겠습니다.”
 “아아. 회사 생활에서 최대한이라는 단어는 쓰지 마세요. 무조건 해내야 될 거니까요.”
 
 말단 직원일 때는 많은 일이 있었다.
 대리는 여가 시간을 보내면서 온갖 잡다한 일들을 그에게 떠넘겼고, 계약 실적 같은 것에는 은근슬쩍 자신의 이름도 올렸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진호가 승진을 해서 대리와 팀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는 하청을 주는 회사 담당자들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다음 달부터 단가를 좀 낮춰 주세요.”
 “어, 얼마나요?”
 “절반으로 합시다.”
 “그러면 저희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데요.”
 “우리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하청 업체가 최소한의 수익을 낼 수 있게 해 주셔야죠.”
 
 그러자 상대 회사에 근무하는 대리가 호통을 쳤다.
 
 “그쪽 회사의 경영 문제는 알아서 해결해야 하지 않습니까? 인건비를 더 낮추든지, 생산성을 향상시켜야죠! 경영이 어려우면 우리한테만 기대지 말고 스스로 돌파구를 만들어 내세요!”

댓글(63)

웹소설독자    
재미있네요~ 머니퀘스트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으니 달려봅니다^^
2019.07.02 20:41
균이2    
머니퀘스트 리메판인가 봐요ㅎㅎ 작가님 요번에 완결 축하드리구요 연중 없이 올해 마무리 하신다고 하셨으니 연중은 안해주셨으면...ㅠㅠ 머니퀘스트 재밌게 보고 아직 선작에도 있어서
2019.07.03 09:46
mj*****    
머니퀘스트가 중간에 그만둬서 아쉬웠는데 잘됐다
2019.07.08 20:49
유리온    
다시오셧네요
2019.07.09 09:10
어흥이라네    
어서 마니본 글인데
2019.07.09 21:51
힘내라고    
이상하게 어디서 봤던거 같았는데 거거였군요 끝 까지 가즈아~~!!
2019.07.13 22:47
진웃음    
아 그래서 한 번 본것 같았군요
2019.07.16 09:47
양마루    
건필
2019.07.19 12:55
롱게터    
아!! 낯익은 닉네임이다 했더니~ 오랜작품 완결하셨으니 이작품도 꼭 완결까지 달려주세요~ 저도 아직 선호작에 있답니다ㅋ 다른 한작품도 가능하시다면 다시볼수있길 바라며~ 건필하세요~
2019.07.21 02:30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19.07.2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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