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충무공의 후예는 청년백수

프롤로그

2019.07.08 조회 64,112 추천 748


 1995년,
 스웨덴, 베스트만란드 주(州) 베스테로스(Västerås) 외곽지역_
 
 “... 저게 대체 뭐야...?”
 
 “저, 저거, 움직이는데요? 표면을 보세요!”
 
 마치 원형 거울을 크게 만들어 수직으로 세워놓은 듯한 ‘그것’의 표면은, 물결치는 호수처럼 끊임없이 일렁거렸다.
 
 “으... 색깔도 너무 불길해. 보기만 해도 역겹잖아!”
 
 ‘그것’을 본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급히 폭발물 처리반과 대학 연구진 등에게 연락을 돌려 현장으로 출동해줄 것을 요청했다.
 
 “... 예! 그쪽으로 오시면 멀리서도 보일 겁니다. 보라색의 커다란 원반 같은... 예, 예! 오시면서 길 모르겠으면 이 무전 채널로 다시 연락하시... 뭐, 뭐야!”
 
 마침내, ‘그것’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훗날, 가장 먼저 그 존재를 파악한 스웨덴 정부 측에 의해 ‘그린트(Grind, 문門)’라 명명될 그것이 냄비물 끓어오르듯 순식간에 수백에 달하는 괴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개를 닮은 외형에 온몸 가득 찐득거리는 점액질을 흘리는 그 괴물(후에 ‘훈트’라 이름 붙여질)은 경찰차 타이어를 씹어버릴 정도의 강한 이빨과 턱으로 사람들을 위협했다.
 
 “이런 시발! 쏴! 쏴 버려! 다가오지 못하게 해!”
 
 “으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
 
 예상치 못한 괴물들의 출현에, 사상자가 속출했다.
 
 팔다리가 찢겨 날아가는 처참한 풍경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은 경찰들이 대응사격을 실시했지만, 괴물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군대! 군대에 연락해!!! 우리 전력으론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경찰들이 물러난 자리를 현장에 급파된 군 병력이 채웠다. 심지어 그냥 보병들도 아니고,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기갑 병력이었다.
 
 “가진 거 다 쏟아 부어! 어차피 근처에 사는 민간인도 없으니 마음 놓고 갈기라고!”
 
 경찰의 9mm 권총탄도 막아내지 못하는 괴물들의 육체가 군 기갑 부대의 화력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과 포탄 세례 속에 괴물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했고, 상황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 된 것은 아니었다.
 
 “... 멀쩡하다고?”
 
 탱크가 쏘아내는 120mm 포탄도, 공들여 설치한 TNT 폭탄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 사태의 근원(根源), 그린트는 쏟아지는 불벼락 속에서도 멀쩡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공군에서 미사일 폭격 명령을 하달하던 그 때, 마치 모든 일이 꿈이었던 것처럼 그린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 기묘한 일련의 사건에 세계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당연했다.
 
 그린트가 발생했던 스웨덴 당국은 물론이고,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이 전무후무한 일에 대해 나름의 연구와 조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 오늘 오후 2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 ‘그린트’가 생성되어...]
 
 [... 런던 템즈강 한 가운데 나타난 ‘그린트’,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인...]
 
 [... 뉴욕 시 측은 경찰력을 총 동원해 ‘그린트’가 생성된 29번가를 통제했으며, 주 방위군의 투입을 요청하는 연락을...]
 
 [... 저는 지금 ‘그린트’가 등장한 서울 을지로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수도 방위사령부 소속 병력이 투입되어 도로를 차단하고... 앗! 잠깐만요! 지금 ‘그린트’에서 괴물이, 괴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6월 14일, 훗날 ‘대격변의 날’이라 불리게 될 바로 그 날.
 
 전 세계 46개 도시 한 복판에 괴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그로부터 26년 후,
 2021년 5월의 어느 날,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동_
 
 지이이잉...
 
 침대 머리맡을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아, 뭐야... 한창 잘 시간에...”
 
 현재 시간은 오후 2시.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며 밤낮을 바꿔 사는 승훈에겐 한밤중이나 마찬가지인 시간이다.
 
 “대체 누가 연락하...”
 
 지난 2년 간, 물경 100여 개에 이르는 지원서를 써냈던 ‘취준생’ 승훈.
 
 하지만, 그 중 최종 합격까지 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방금 전 잠자던 그를 깨운 문자 메시지 역시, 그 숫자의 연장선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ㅇㅇㅇ 인사팀입니다. 먼저 저희 회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중략)... 귀하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에이 씨...”
 
 또 떨어졌다.
 
 이젠 너무 많이 겪어서 내용을 외우라고 해도 외울 수 있을 기업의 불합격 통보 문자였다.
 
 “... 떨어졌다고 얘기라도 해주고, 그나마 기특하다고 해야 되나. 후우...”
 
 울컥하는 마음에, 침대에 누운 채로 일그러진 얼굴을 감싸며 혼잣말을 내뱉어본다.
 
 “... 진짜 군대라도 가야 되는 거냐...”
 
 나이 스물일곱, 대학교 졸업 유예 중인 야간 편돌이이자, 올해로 2년째에 접어든 취업준비생.
 
 그리고,
 
 덕수 이씨 가문 34세손이자, ‘성웅(聖雄)’ 이순신의 직계인 충무공파(忠武公派) 22세손.
 
 ‘청년백수(靑年白手)’, 이승훈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댓글(38)

멜러프    
잘보고갑니다!
2019.07.27 13:51
영웅    
쪽지보구 왔어요 ^^
2019.07.27 21:00
cl******    
나이가 27살인데 군대도 안갔나 ㅋ 전시 상황 보다 더 심한상태 일텐데
2019.08.05 21:08
리치라이프    
27살에 미필이고 대학도 졸업안한 남자를 누가 합격시켜주나?ㅠㅠ
2019.08.09 18:23
야옹다옹이    
이무너네 ㅋㅋㅋ 외머생인가 ㅋㅋㅋ
2019.08.11 12:31
빙들    
선호작 쪽지를 지금봤네요 정주행갑니다~~~
2019.08.13 03:17
bpolt    
개 닮았다고 괴물 이름을 그냥 '개' 라고 짓다니... 날아다니는 놈 나오면 '새'가 되려나 ㄷㄷ
2019.08.15 19:08
물물방울    
늦었지만 연재 시작을 축하합니다.
2019.08.22 11:28
끝없는바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제목 어그로가 상당히 세군요.
2019.08.26 06:39
아임헝그리    
2년동안 100개요? 얼마 안썼는데요.. 요새 1년동안 100개~200개 씁니다
2019.08.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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