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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협상의 대가

1화

2019.07.11 조회 737 추천 4


 
 
 
 
 
 
 
 
 
 
 <협상의 대가 1화>
 
 
 
 
 프롤로그
 
 
 
 
 
 
 
 어두컴컴한 야산에 두 명의 남녀가 서 있었다.
 
 백의의 남자는 횃불을 들어 앞에 놓인 관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란히 앉은 흑의 여자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백의 남자가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울지 마시오. 누님이 울면 어찌 사부님이 편하게 가겠소.”
 
 그녀는 눈가를 소매로 얼른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둘은 관이 전부 타 없어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침이 밝아왔지만 둘의 모습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불이 다 꺼지자 둘은 관이 있는 곳을 향해 절을 올렸다.
 
 
 
 둘의 사부는 도사였다.
 
 소싯적 그는 길을 가다 마적에게 쫓기고 있는 그들의 어머니를 만났었다.
 
 마적을 쫓아 버린 그는 산통으로 괴로워하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시오?”
 
 임산부의 몸으로 긴 시간을 쫓겨 온 그녀는 자신의 생명이 다한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부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도사님, 저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제 배를 갈라 아이를 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염치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녀는 도사의 옷자락을 놓을 수 없었다.
 
 도사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겠소. 그러니 걱정 말고 편안히 가시오.”
 
 그녀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았다.
 
 합장을 한 그는 그녀의 뜻대로 배를 갈라 아이를 꺼냈다.
 
 “허어······ 무량수불.”
 
 아이는 둘이었다.
 
 둘을 양손에 안고 거처로 간 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그의 사문은 일인전승(一人傳乘)으로 이어져 온 문파였다. 물끄러미 아이를 보던 그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기를 가지고 태어난 여자아이에게는 무공을, 그리고 기는 약하지만 비범한 머리를 가진 남자아이에게는 도문의 술법, 진법, 의술 등의 지식을 전수했다.
 
 이름 또한 그에 걸맞게 남자아이에게는 도를 쫓으라는 의미의 도추, 여자아이에게는 빼어난 무라는 뜻의 무영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남매는 영민했다.
 
 둘의 나이가 서른 살이 되던 해, 도사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그는 흐뭇한 얼굴로 천기를 살폈다. 그리고 얼굴이 굳어졌다.
 
 “으음······ 얼마 남지 않았구나.”
 
 도사는 그 길로 둘을 불러 놓고 질문했다.
 
 “삼한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도추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건 어째서 물으십니까?”
 
 “너희들의 나이도 이제 이립(30세)이다. 뜻을 세울 때가 되었으니 한번 물어보는 것이니라.”
 
 도추가 먼저 대답했다.
 
 “사람들에 섞여 도를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어려운 자를 돕고 악한 자는 잡아서 교화 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꿔 나가면 언젠가는 평화가 도래할 것입니다.”
 
 무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해서는 아마 천 년이 가도 세상에 평화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차라리 도를 따르지 않으면 모조리 없애 버려야 합니다. 본보기를 보인다면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라도 도를 배워 지킬 것이고,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도추가 고개를 저었다.
 
 “누님.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도를 전파하기 위해 저희가 살인을 한다면, 도를 모르는 자와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살인이 내키는 것은 아니나 대의를 속히 이루기 위해서라면 작은 희생은 필요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는 법입니다. 그들에게도 분명 뉘우칠 기회를 줘야······.”
 
 손을 들어 도추의 말을 막은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회를 줬는데 뉘우치지 않는다면? 작은 망설임으로 또 다른 사람이 불행해진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이냐?”
 
 항상 평온하던 도추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누님께서는 제가 실수로 누군가를 죽게 한다면 저도 죽이시렵니까?”
 
 평소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쉽게 여기지 않는 도추였기에 그럴 일은 전무했다.
 
 “어디서 그런 궤변으로 나를 농락하려 하느냐!”
 
 한배에서 나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둘의 생각은 달랐다.
 
 언쟁이 격해지자 도사는 발을 땅에 굴렀다.
 
 쿵!
 
 “그만!”
 
 둘은 얼굴을 붉히며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남매끼리 마음도 제대로 모으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평화롭게 하겠다는 건지······ 들어라! 너희는 죽는 날까지 절대로 다투지 마라. 이것은 명이니라.”
 
 머뭇거리던 둘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예. 스승님.”
 
 “사부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며칠 뒤 그는 돌연 쓰러졌다.
 
 임종에 다다른 그는 둘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자세히 보는 제자들의 얼굴이었다.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의 도추와 날카로운듯하면서도 아름다운 무영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그는 눈을 감았다.
 
 “이렇게 보니 닮았구나.”
 
 가진 뜻은 다른 둘이었지만 강직하면서도 곧은 품성은 그들의 얼굴만큼이나 닮아 있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조화와 배려를 깨달을 수 있었을 텐데.’
 
 당장은 혈기왕성한 그들이 깨닫기는 힘든 종류의 심성이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약 둘이 싸우게 된다면 자칫 세상이 혼란해질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
 
 숨이 넘어가려는 찰나 도사의 눈이 빛났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느니라.”
 
 “말씀하시지요.”
 
 “사문에서 내려오는 신물과 비전을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들의 사문에는 감춰진 두 가지의 전설이 있었다.
 
 하나는 선대 전인의 심득이 모여 있는 비처였고 다른 하나는 사문의 선법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천선(天扇)이라는 부채가 봉인된 비동이었다.
 
 “천선은 장백산에 봉인되어 있고 비전은 탐라의 지하 동굴에 있으니 내가 죽거든 둘이 같이 가서 찾아오도록 하여라.”
 
 애잔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던 도사는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꼭 둘이 함께 가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너희는 영원히 서로를 보지 못할 것이다.’
 
 사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것과 동시에 생기가 빛을 잃었다.
 
 장례가 끝난 뒤 도추는 하늘을 보고는 말했다.
 
 “먼저 탐라로 갑시다.”
 
 도추의 말에 무영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냐. 장백이 더 가까우니 그곳으로 가자!”
 
 도추는 고개를 저었다.
 
 “천문을 살피니 북쪽에서 폭풍이 몰려 올 듯합니다. 어려운 길을 갈 필요도 없거니와 지체하다 폭풍과 조우한다면 뱃길이 막혀 버릴 것입니다.”
 
 무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언제부터 우리에게 바람 따위가 걸림돌이 되었더냐? 수작 부리지 말고 진짜 이유를 대 보거라.”
 
 도추는 무영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누님이 천선을 얻으면 어떻게 변할지가 무섭소.”
 
 도추는 그녀가 천선을 얻는 즉시 멋대로 움직여 세상을 피로 물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널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무영은 비처를 얻음과 동시에 도추가 술책을 써서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요. 나는 탐라로 갈 테니, 누님은 장백으로 가십시오.”
 
 “좋다!”
 
 둘을 고개를 휙 돌리며 서로를 등졌다. 그렇게 둘은 영원히 재회하지 못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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