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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사파제일인의 막내 제자

서장 - 육 년이 지났다.

2019.08.24 조회 90,501 추천 1,164


 어두운 골목길에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리더니 작은 그림자 하나가 빼꼼 고개를 들었다.
 들고양이라도 나온가 싶었는데 놀랍게도 어린아이였다.
 얼굴에 흙과 그을음이 잔뜩 묻힌 아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숨을 죽였다.
 얼마 안 되어 곤봉을 든 사내들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들이 지나가고 한참이 지난 후에나 숨을 뱉었다.
 
 “아우, 징글징글한 새끼들.”
 
 비록 흙 때문에 더러워졌지만 귀엽고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아이 입에서 나오기 힘든 말이 튀어나왔다.
 아이는 쓰레기더미에서 나와서 몸을 털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쩌다가···.’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한탄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처지가 되면 누구나 이해가 갈 것이다.
 잠깐 외출했다가 납치를 당하여 이 먼 곳까지 팔려왔다.
 이 정도만 되어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찾아보면 한 둘은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러나 팔려간 곳이 문제였다.
 
 ‘그 쌍년놈들.’
 
 아이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아이가 팔린 곳은 유명한 무가였다. 그곳에서 아이는 장난감이 되었다.
 예쁘장한 쌍둥이 남매.
 그러나 그 속은 악귀나 다름이 없었다.
 매일 밤 수련이란 명목하에 아이를 두드려 팼다. 무가 내에 모두가 그걸 알고 있으면서 말리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다쳐서 다음 날 일을 못 하는 아이를 욕하기 바빴다.
 
 ‘뭐가 공명정대야.’
 
 하인들 말을 들어보면 존경받는 명문가라는데 믿기 지가 않았다. 차라리 납치했던 노예상들이 더 나았다.
 
 ‘두고 봐. 내가 너희들만큼은 복수한다.’
 
 아이는 바닥에 침이 탁 뱉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독기가 가득했다. 골목을 나서서 길에 들어섰다.
 그때, 뒤에서 호각소리가 들렸다.
 
 “저기 있다!”
 “에이씨.”
 
 저 멀리 무인 하나가 아이를 보고 있었다.
 아이가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달려봤자 얼마나 가겠는가?
 털썩. 몸이 자빠졌다.
 다급히 일어서려던 아이는 몸이 굳었다. 바닥에 긴 그림자가 비친 것이었다.
 
 ‘벌써 왔어!’
 
 마른 침을 삼켰다.
 이대로 잡힐 수는 없었다. 아이는 바닥에 흙을 움켜쥐었다. 여차하면 뿌리고 도망갈 생각이었다. 아이가 움직이려는 찰나에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오싹. 소름이 올라왔다.
 자신을 쫓아오던 이들이 아니다. 아이의 시선이 서서히 올라갔다. 거기에는 붉은 무복을 입은 사내가 있었다.
 험악하게 생긴 사내. 그의 눈빛은 아이가 알던 누구의 것보다 탁했다.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제법이야.”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내. 사내가 차가운 시선으로 아이를 내려봤다. 사내는 시선을 돌려 아이를 쫓던 이들을 보았다.
 그의 입가가 비틀렸다. 마치 비웃는 듯이 보였다.
 
 “네 녀석은 운이 좋아.”
 
 운이 좋다고?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다. 아이의 눈이 사내에게 향했다. 그를 본 사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는 건 성인이라 해도 어려웠다.
 무공도 익히지 않은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운이 좋은 건 나일지도 모르겠군.’
 
 사내는 아이를 살폈다. 흙이 묻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근골 역시 나쁘지 않았다.
 
 “강해지고 싶지? 그 기회를 주마.”
 
 그리 말하며 손을 내민다.
 
 “한 가지 명심할 건. 그 기회라는 게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아니, 정말로 죽을 수도 있지.”
 
 사내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나 아이는 무엇에 홀린 듯 그 손을 잡았다. 사내는 아이를 보며 웃었다.
 사내의 가슴에는 련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곳 중원에서 저 글자를 쓸 수 있는 데는 오직 하나였다.
 그러나 아이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육 년이 지났다.

작가의 말

사파제일인의 막내 제자 시작합니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29)

콩콩이빠덜    
신작 대박 기원합니다!!
2019.08.24 09:29
무명신인    
신작 축하드려요~~ 대박 기원!
2019.08.24 10:58
필로스    
신작 대박 기원!
2019.08.24 20:55
초[류희윤]    
건필하시길. ^^
2019.08.24 22:27
이희호    
신작 연재 축하~ 대박 기원~! ^^
2019.08.24 22:27
수인(水印)    
재밌게 읽을게요.
2019.08.25 03:44
마아카로니    
건투를.
2019.08.26 22:08
학교    
67+++
2019.09.01 18:35
정체무실    
신작 축하드립니다. 시작이 좋네요 !!
2019.09.03 04:47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19.09.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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