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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최강이 된다 1화

2019.08.07 조회 1,436 추천 14


 <나는 다시 최강이 된다 1화>
 
 
 
 
 
 “쿨럭.”
 
 카인 라이던스. 대륙 최강의 소드 마스터는 지금 죽어가고 있었다. 평소 그의 고강함을 아는 자라면 다들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면 더욱 놀라고 말았으리라. 카인을 공격한 자들은 다름 아닌 그의 동료였기 때문이다.
 
 카인의 불행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아모스 교단의 성녀이자, 그의 연인 헬레나. 그녀 역시 카인과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오히려 더 나쁠지도 몰랐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카인을 지키려고 했었으니까.
 
 카인은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검붉은 피가 역류해 온몸을 적셨다.
 
 하지만 그녀를 찾기 전까지는 쉴 수 없었다. 붓이 캔버스를 가로지르듯 바닥에 붉은 길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바닥을 기었을까.
 
 카인은 조용히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나 그에게 따듯함을 주던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차갑게 식어있었다.
 
 
 
 잠시 후, 카인은 힘겹게 눈동자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봉인에서 풀려난 마룡을 물리치고 찾은 이 공동은 마룡의 보물 창고였다.
 
 그곳에 있던 보물은 한 나라마저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누구라도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카인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동료들은 카인과 마찬가지로 각 분야에서 정점에 도달한 자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카인은 혼자였지만, 그들은 각자 강대한 자신의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재물이란 그다지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러한 짓을 벌였다면, 거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빌어먹을’
 
 카인은 이를 갈았다.
 
 그로서는 오랜 시간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들을 배신한다는 건 그 어떠한 이유가 있을지라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용서하지 않겠다.’
 
 만약 동료들이 배신을 한 것이 자신뿐이라면 카인은 이 정도로 격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정의롭게만 살아온 것은 아니었고, 이런저런 짓을 저질러 왔으니까.
 
 하지만 헬레나만큼은 건드려선 안 됐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만한 인물이 결단코 아니었다.
 
 ‘만약 살아남는다면 반드시 네놈들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 주마.’
 
 하지만 애석하게도 카인의 눈은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체온은 이미 수없이 깔린 금화만큼이나 차가워진 지 오래였다.
 
 그것은 그가 설령 최강의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
 
 
 
 “야, 지금 졸고 있냐?”
 
 “음?”
 
 카인은 갑작스레 들려오는 욕설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은 그런 카인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난 모습이었다.
 
 “이 새끼가. 정신 안 차릴래?”
 
 그는 당장이라도 카인을 후려칠 듯한 기세로 소리쳤다.
 
 “근무 중에 잠을 자? 내가 만만해서 그런 거냐? 응? 그런 거지?”
 
 거친 목소리가 카인의 귀를 때렸다.
 
 하지만 카인은 고작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남자는 결국 잔뜩 화난 얼굴로 카인을 향해 달려갔다.
 
 “무시하는 거냐!”
 
 굳게 쥔 주먹이 매서운 기세로 카인의 얼굴로 향했다.
 
 카인은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꺾으며 남자를 내동댕이쳤다.
 
 남자는 꺾인 관절이 고통스러운지 흙바닥에 얼굴을 비비면서도 비명을 멈추지 않았다.
 
 “야야야! 이거 명령 불복종이야! 영창이라도 갈 생각이냐!”
 
 카인은 비명을 지르는 마틴의 얼굴을 살짝 밟아 주며 대답을 대신했다. 조용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허름한 흙바닥, 조금씩 금이 가 있는 담벼락. 그리고 재수 없던 선임병까지.
 
 모든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곳은 그가 20대를 불태웠던 영지의 기사단이었다. 피 같은 청춘을 소비한 곳이었기에 틀림없었다.
 
 카인은 떨리는 눈동자로 흙을 뱉어 내며 꿈틀거리는 마틴을 바라보았다.
 
 카인이 기억하기에 마틴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10년 전에 죽었다는 비보를 직접 들었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인 것이다.
 
 “······이보게.”
 
 카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백전연마의 노장인 그에게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빨리 안 놔?”
 
 카인의 말에 마틴은 다시금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의 더러운 입에선 흙과 섞인 침이 거품처럼 뿜어져 나왔다.
 
 “왜 네가 살아 있는 거지? 그것도 그렇게 젊은 모습으로. 혹시 마틴의 아들인가?”
 
 “뭔 개소리야!”
 
 “마틴 토드. 웰로드 기사단의 보병이자, 계급은 상병. 맞나?”
 
 “이 새끼, 가만 안 둔다!”
 
 “묻는 말에나 대답해!”
 
 카인은 뒤통수를 밟고 있는 발에 천천히 힘을 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 아버지나 할아버지, 혹은 그 외의 인물이라도 좋다. 마틴 토드란 이름을 가진 자를 알고 있다면 대답해라.”
 
 “내가 마틴 토드다! 이런 이름은 나밖에 없어.”
 
 서서히 강해지는 압박에 마틴은 황급히 대답했다.
 
 “좋아. 그럼 다음 질문을 하지.”
 
 카인은 다시금 발에 힘을 주며 질문을 이어 갔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누가 날 데리고 온 거냐.”
 
 “그, 근무 중에 꿈이라도 꾼 모양인데 진정하라고. 나 죽는다!”
 
 “대답해!”
 
 “아악! 당연히 근무가 있으니까 온 거지! 이러다가 부러지겠어! 지금이라면 나도 넘어가 줄 테니 어서 놔줘!”
 
 팔이 꺾인 마틴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인은 그의 팔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비명을 지르는 마틴의 온몸이 까맣게 물들어 갔기 때문이다.
 
 카인은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며 마틴을 바라보았다.
 
 검고 끈적끈적하게 보이는 무언가가 그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이건?’
 
 정확히 말하면 온몸이 물든 건 아니었다.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마틴의 전신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생 마나를 다루어 왔던 카인이다. 그는 신성력과 같은 특별한 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건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 것 외에는 그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뭐지?”
 
 카인은 조심스레 자세를 잡으며 물었다. 아직 그 정체를 알지 못하는 이상, 함부로 접근할 수는 없었다.
 
 “아고고. 뭐가?”
 
 꺾였던 관절이 고통스러운지 마틴이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직후, 카인은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틴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던 검은 오라가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걸로 카인은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대한 대략적인 추론을 마칠 수 있었다.
 
 수많은 경험과 단련된 통찰력이 그 추론을 뒷받침해 주었다.
 
 남은 건 확신을 위한 행동뿐이었다.
 
 “실험해 볼 필요가 있겠군.”
 
 “잠, 잠깐만!”
 
 마틴은 성큼성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카인에게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하지만 카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마틴의 필사적인 발버둥에도 카인의 손은 강철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점점 강해지는 아귀힘에 마틴이 고통스러운 기침을 내뱉었다.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카인은 아귀힘을 서서히 풀며 말했다.
 
 언뜻 보면 냉정한 말투. 하지만 그 눈에는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마틴 역시 그런 카인의 눈빛에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그저 확인을 하려는 것뿐이니 거짓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워, 원하는 게 뭐야.”
 
 마틴은 자유를 찾은 목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목젖이 긴장된 듯 크게 울렁거렸다.
 
 “말했잖나? 확인할 게 있다고.”
 
 카인은 적의와 두려움이 가득한 마틴의 눈빛을 가볍게 무시하며 말했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 년도까지 자세히 말하도록.”
 
 “그런 걸 왜 묻는 건데?”
 
 마틴은 마지막으로 용기를 쥐어짜 반항을 시도했다. 용기보다도 값싼 자존심에 가까우리라.
 
 그리고 그 대가는 처절한 응징이었다.
 
 “아악!”
 
 마틴은 순식간에 땅이 가까워지는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곧이어 차갑고 텁텁한 흙의 맛이 그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다음은 없다.”
 
 카인이 자신의 관자놀이 부분을 지그시 밟으며 말하자, 마틴은 바로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제국력 288년 4월 19일이야. 확실해!”
 
 “좋다. 그렇게 대답하면 된다. 어려울 것도 없지.”
 
 카인은 다급히 대답하는 마틴의 모습을 칭찬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발은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 다음 질문이다.”
 
 마틴은 머리에 느껴지는 강한 힘에 다시 비명을 질렀다.
 
 
 
 “정말이야! 믿어 줘!”
 
 카인은 마틴의 몸에 다시 일렁거리기 시작한 검은 오라를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질문 도중 수도 없이 볼 수 있던 모습이었다.
 
 실험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카인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면 검은 오라가 몸에서 흘러나온다. 그렇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결국 카인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지금 당장 그 이상을 생각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믿었던 동료들의 배신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한 그였다. 일단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라면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잠깐 자고 있어라.”
 
 카인은 마틴의 얼굴을 그대로 걷어찼다.
 
 그러고는 기절해 침을 질질 흘리는 마틴을 구석으로 던져 놓았다. 방해받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카인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몇 분간의 생각 끝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곳은 과거 자신이 20대를 보낸 기사단이 틀림없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이 육체는 또 뭐란 말인가.’
 
 카인은 천천히 자신의 온몸을 관조했다.
 
 지금 카인의 육체는 분명 싱그러운 젊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모든 것을 믿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허무하게 배신당한 만큼, 카인의 성격은 극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짓말을 파악하는 능력이라······.’
 
 그리고 지금 카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카인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료들에게 배신당했다.
 
 대륙 최강의 소드 마스터란 경험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그였지만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 카인에게 이 능력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이 능력만 있다면 앞으로 배신을 당할 염려는 없으리라.
 
 하지만 카인의 걱정은 그것보다도 근본적인 내용이었다.
 
 ‘이 능력을 믿을 수 있는가?’
 
 갑자기 과거로 돌아온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황 좋은 능력이라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미심쩍은 것이다.
 
 물론 카인의 감각과 거짓을 보는 능력은 완벽하게 일치했다.
 
 하지만 언젠가 카인의 감각과 능력이 서로 상충되는 결과를 보고한다면?
 
 그때는 또 다른 선택을 강요받게 되리라.
 
 고민 끝에 카인은 일단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분명 이 상황은 ‘믿기 어렵다.’라는 한마디로 끝날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하고 의심한다고 뭐가 달라지느냐? 그건 또 아닌 것이다.
 
 지금의 카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는 배신당하지 않는다.’였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이 상황을 믿는 것이 더 좋았다.
 
 ‘철저히 능력을 활용한다면 배신을 당하진 않을 테지. 설령 언젠가 능력이 날 속일지라도, 애초에 사람 자체를 믿지 않으면 해결될 일이다.’
 
 능력을 사용해 거짓말을 걸러 낸다.
 
 그리고 상대가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 해도 믿음을 주지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앞으로 배신당할 일은 없으리라.
 
 카인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막대했다.
 
 ‘믿을 건 오직 나 하나뿐이다.’
 
 결론을 내린 카인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마음을 먹은 이상 더 이상의 고민은 오히려 독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믿기로 한 이상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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