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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용사하고 있습니다(연재)

2019.08.13 조회 721 추천 3


  18년째 용사하고 있습니다(연재)
 
 
 
 
 1화
 
 
 
 
 
 
 
 
 
 이 세계의 이름은 브류나인. 내가 불려온 세계의 이름이다. 그리고 내 이름은 이현. 평범하게 가상현실게임을 즐기다가 이 세계로 불려온 사람이다.
 
 
 
 * * *
 
 
 
 “아, 지루해 죽겠네.”
 
 기지개를 쭉 켜는 내게 같은 길드원인 동생이 다가와 물었다.
 
 “현이 형, 형은 랭킹 1위에다가 퀘스트도 올 클리어, 보스몹도 올 솔로 레이드 하셨죠? 그럼 이제 진짜 즐길 콘텐츠도 없겠네요.”
 
 “그렇지 뭐.”
 
 그렇다. 그의 닉네임은 이현. 현대 가상현실게임 중 최고의 인기도를 자랑하는 크림존의 랭킹 1위 플레이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지존.
 
 레벨은 현재 최고 레벨인 1045. 만렙이 몇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레벨은 현재 랭킹 1위이며 2위와는 2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레벨. 직업도 가지각색으로 모든 전투 직업의 클래스는 MAX에 달했다.
 
 공성전에 그가 떴다 하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고, 그가 참여하는 레이드는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그 외에도 혼자서 수백 개의 칭호를 독식하고 게임 내 최강인 마신마저도 솔로로 레이드에 성공했다. 그의 게임 컨트롤 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으며 PVP는 무패 전승.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절대 강자. 근데 그런 그가······.
 
 이세계에 소환당했다.
 
 “응? 뭐지?”
 
 “왜 그래요?”
 
 그의 눈앞에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무수히 많은 퀘스트를 클리어했지만, 이처럼 이상한 텍스트는 본 적이 없었다. 미묘하게 지직거리는 게 마치 오류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세계에서 당신을 부릅니다.]
 
 
 
 이현은 게임을 하며 처음 보는 메시지에 당황했다.
 
 “이상한 메시지가 떴어. 강제 텔레포트 당할 거 같은데?”
 
 “새로 추가된 콘텐츠인가? 그런 말 없었는데. 그보다 그거 형한테만 뜨는 것 같은데요. 다른 길드원들한테 물어보면 안 떴다는데.”
 
 “그럼 일단 다녀올게.”
 
 길드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밑에 거대한 텔레포트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한순간에 푸른빛과 함께 그는 게임 내에서 사라져 버렸다.
 
 
 
 * * *
 
 
 
 뭐, 그런 느낌으로 이세계에 소환당했다. 평범하게 랭킹 1위 좀 찍고, 평범하게 퀘스트 전부 깨고, 보스 노가다도 좀 하면서 게임 아이템 팔아서 돈 벌던 내가 이세계에 소환당하다니 이거 너무 억울하잖아.
 
 억울함의 끝을 달린다고 해도 뭐라 못할 거다.
 
 “에휴······.”
 
 그렇게 한숨을 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세계에 소환당한 지도 어언 18년째.
 
 인간들이 잡아 달라던 마왕을 한 달 만에 잡아 주었다. 마왕을 잡으면 돌려보내 준다더니 잡고 돌아왔더니 갑자기 말을 바꾸고, 소환하는 방법은 있고 돌려보내는 방법은 없단다.
 
 이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냐고.
 
 덕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 인간들 나라에서도 깽판 좀 치다가 방랑하게 된 지 18년째다. 당연히 인간들의 나라에서는 대역죄인으로 지명수배를 당했고, 마족들의 나라, 마계라 불리는 곳에서도 당연히 지명수배를 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신으로 마왕을 잡았으니까. 정착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내 심기가 워낙 뒤틀려서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니까 이제 좀 돌아가고 싶다. 더 이상의 방랑 생활은 싫다고.
 
 “그렇게 말해 봤자 뭐하나, 벌써 18년째인데.”
 
 현재 내 모습은 하나도 늙지 않았다.
 
 게임의 육체가 지속하는 건지, 소환당했던 그때 그 모습과 같다. 22살의 건장한 체격.
 
 흩날리는 흑발. 푸른색 눈동자.
 
 나는 이세계에 소환당했을 때 엄청나게 당황했다. 새로운 콘텐츠인 줄 알았더니 이곳은 현실이고 인간들의 왕, 글레이언스 그라치에의 ‘우리가 당신을 소환했습니다. 용사로서.’라는 말을 들었는데, 당황하지 않을 리가 없잖은가.
 
 하지만 현실이라길래 능력도 사라진 줄 알았더니 다행히 몇몇 게임 시스템과 능력은 그대로여서 조금은 안심이 됐었다.
 
 “스테이터스.”
 
 작게 스테이터스 창이라고 말하며 내 상태를 확인했다.
 
 
 
 이름 : 라인 (이현)
 
 레벨 : 1124
 
 직업 : M:음유시인 S:인챈터
 
 칭호 : 신살(神殺)자
 
 
 
 HP : 1123000(+32000)
 
 MP : 320000(+54510)
 
 STR : 32051(+22005) 공격력 : 245000(+87600)
 
 DEX : 23411(+31540) 방어력 : 121000(+34000)
 
 INT : 31543(+12020)
 
 AGI : 22009(+14050)
 
 
 
 간략하게 떠오른 스테이터스 창을 보고 또 한숨을 내쉰다.
 
 “레벨은 대체 왜 오르는 건지. 딱히 몬스터를 잡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것으로 경험치가 쌓이는 것 같다.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경험치가 쌓여 18년간 쌓이는 경험치가 내 레벨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려 버렸다.
 
 일반 몬스터를 잡으며 마나와 스태미너를 소모하는 것도 경험치가 쌓인다.
 
 몬스터를 잡을 때 오르는 경험치보다 소모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경험치가 더 많이 오른다.
 
 ‘이제는 진짜로 돌아가고 싶어.’
 
 아무리 마법을 수련해도, 계속 강해져서 여러 정보를 얻고 다녀도, 차원을 이동하는 마법에 대한 실마리는 찾을 수 없었다.
 
 언제쯤 나는 돌아갈 수 있는 걸까. 앞으로도 20년? 200년을 떠돌아도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럴 거면 차라리 이 세계에서 정착해서 살까. 그런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하지만 고향은 여전히 그립다.
 
 한숨을 쉬며 쉬기 위해 근처의 여관으로 향하는 도중 작은 꼬마와 부딪히고 말았다.
 
 “꺄악!”
 
 여자아이의 앙칼진 특유의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한다. 재빠르게 넘어지는 여자아이를 잡아 주고 바라본다. 아이의 머리에는 쫑긋거리는 토끼 귀가 달려있다.
 
 “괜찮니?”
 
 아이는 내 푸른 눈을 빤히 바라보더니 감사하다는 듯 꾸벅이고는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나는 신분을 숨기고 있는 처지라 변장 마법으로 현재는 흑발이 아닌 적발의 모습이다.
 
 적발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이 세계에는 거의 없는 흑발이 더 눈에 띄고 만다.
 
 그래서 유일하게 나를 적대하지 않는 수인들의 나라에서 방랑하는 중이다.
 
 “인간 놈들은 은혜를 몰라. 갑자기 소환당해서 마왕도 잡아줬더니 돌려보내지 못한다는 소리나 하고. 뭐? 공주랑 결혼? 집이나 보내주지. 다시 생각하니 또 빡치네.”
 
 이 생각도 이미 수십, 수백 번이다. 18년 동안 내가 어떤 마음으로 돌아다녔는지.
 
 나는 로브에 달린 후드를 눌러쓰며 여관에 들어서며 금화 한 장을 내밀어 방을 잡았다.
 
 강아지 귀가 달린 우람한 덩치의 여관주인에게 열쇠를 받고 방으로 올라가 답답하던 후드를 벗으니, 한결 후련해졌다.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뒤척이다 뱃속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뭘 먹으면 좋을지.”
 
 해도 졌고, 더는 후드를 쓰지 않아도 눈에 띌 일은 없다. 근 18년간 내가 가장 열심히 한 일이라면,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는 일이다.
 
 이 세계는 은근 맛있는 것들이 많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세계인지.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푸른색의 찰랑거리는 단발의 머리칼과 아름다운 노란색의 눈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 귀의 여성 점원이 귀를 쫑긋거리며 자리에 앉은 내게 물었다.
 
 나는 금화 한 개를 쥐여주며 대답했다.
 
 “흑맥주 한 잔과 여기서 가장 맛있는 걸 가져다줘요. 이건 팁. 받은 티는 내지 말고.”
 
 음식값과 별개로 점원에게 금화 열 개를 몰래 쥐여주었다. 이건 내 소소한 취미다. 종업원들은 박봉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에 가끔 이리 챙겨주기도 했다.
 
 “아, 알겠습니다!”
 
 금화 열 장에 놀란 점원이 후다닥 주방으로 가서 내 음식을 주문했다.
 
 이 음식점에서 제일 맛있는 걸 주문했으니 정말로 맛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팁도 쥐여줬으니 엄청난 게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음식을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술을 마시고 있는 여행자 차림의 수인들.
 
 오늘 하루를 끝내며 축하하는 수인들. 수인들의 나라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모두 수인들이다. 하지만 한 구석에서는 인간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옷차림으로 보니 귀족 같아 보였다. 수인들의 나라에는 아마도 외교 문제거나 뭔가 물건을 팔러 온 듯해 보였다.
 
 “나왔습니다.”
 
 아까의 그 고양이 귀의 점원 여성이 한 손에는 흑맥주를, 한 손에는 맛있어 보이는 고기 요리를 들고 나왔다.
 
 “이 요리는 저희 가게 특제 요리인 푸린돈 구이입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죠!”
 
 확실히 그래 보인다. 양도 양이지만 뚝뚝 떨어지는 육즙이 내 식욕을 자극했다.
 
 그래 이건, 이건 더는 못 참는다! 한 입 크게 고기를 물어뜯자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화려한 음식이, 감칠맛이 내 혀를 유린했다! 살짝 목이 막혀 맥주를 들이켜니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흑맥주와 푸린돈 구이의 조합은 상상을 초월해 날아갈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해 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선을 느껴서 고개를 돌려보니, 점원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내 변장이 들켰을 리는 없을 테니, 다른 이유임이 분명하다.
 
 “내가 이러니까 살고 있지······.”
 
 순식간에 음식을 먹어치운 나는 든든해진 배를 통통 두드렸다. 분명 맛있는 음식마저 없었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인생. 살짝 튀어나온 배는 나의 배부름을 증명하는 것만 같았다.
 
 “자, 그럼. 가 볼까.”
 
 라며 일어나려던 참에, 소란이 일어났다.
 
 “어딜 만지는 건가요?!”
 
 아까 내게 음식을 서빙해 준 점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인간 여행자가 문제인 듯했다. 어딜 가나 제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까부는 사람은 있는 법이다.
 
 “뭘 그리 빼나. 진정하고 이리 오게.”
 
 어디를 가나 인간이 문제다. 저 끝없는 욕심 때문에 자멸하게 되지. 음식점 주인에게 알리려 했지만 주인은 주방에서 요리 중인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란의 근원지로 향했다.
 
 여행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고, 수인들을 깔보는 발언마저 하는 듯했다.
 
 “이러니까 짐승 새끼들은! 에잇!”
 
 “꺅!”
 
 점원을 때리려고 들어 올린 손을 내가 낚아챘다.
 
 아무리 빼보려 용을 써도 빠지지 않는 손. 나는 웃으며 여행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노기가 서려, 금방이라도 사람 하나는 죽일 듯했다.
 
 “짐승 새끼? 말이 거 참 심하네. 여기는 수인들의 땅이라고.”
 
 “넌 뭐야? 이 새끼야!”
 
 “뭐긴 뭐야, 지나가는 여행자지. 그리고 뭐, 새끼?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게 할 말이냐? 이 미친 새끼야. 술 처먹었으면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참이나 처자지. 왜 난동을 부려? 민폐잖아 민폐.”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점내에 우두둑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아야야야야야!!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냐?!”
 
 “알 생각도 없고. 알 필요도 없어.”
 
 나는 잡은 채로, 여행자를 벽에 던져버렸다.
 
 공중을 날아 벽에 부딪힌 여행자는 벽에 금을 만들어 버리며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게.”
 
 손을 탁탁 털며 여행자의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가늠했는지, 눈에 공포가 서린 그들은 기절한 일행을 챙기고 음식점에서 헐레벌떡 뛰어나갔다.
 
 “자. 이제 다시 식사들 하세요.”
 
 내 말에 이쪽을 쳐다보고 있던 수인들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먹던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어쨌든 상쾌하게 일을 끝내고, 다 먹기도 했으니 음식점을 나서려는 도중에, 아까의 고양이 귀 점원이 내게 다가와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뭐, 딱히 정의감에 불타서 한 건 아니고, 그저 저런 녀석이 싫었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자, 점원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이러다가는 일 하나 나겠는데.
 
 괜히 일이 생기는 건 싫었기에, 점원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수고해.”
 
 “아, 안녕히 가세요!”
 
 점원의 힘찬 인사를 받으며 나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계단을 올라간 뒤 내 방문을 열고 들어가 하루의 피로가 묻어있는 옷을 벗고, 샤워실에 들어가 따뜻한 물로 몸을 씻어낸다.
 
 이곳은 과학은 발달하지 않았으나 마법만큼은 발달해서 시설은 좋았다.
 
 “아······. 따뜻해.”
 
 물은 따뜻해서 하루의 피로를 전부 씻어내 준다. 하수도로 흘러내려 가는 물은 피로와 함께 흘러내려 갔다. 몸을 씻어 내고, 물기를 마법으로 말리고는 보송보송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다이빙해 몸을 눕힌다. 푹신한 침대는 나를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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