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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니스트 1권

2019.08.16 조회 184 추천 0


 프롤로그
 
 
 
 “다 했어요!”
 “오오, 축하하네! 자네는 이제 전직이네.”
 “음헤헤헤!”
 난 힘들게 구한 산삼 10뿌리를 전해 주고는 전직이라는 말에 헤벌쭉했다.
 드디어 전직이다!
 그것도 그냥 전직이 아니라 히든 클래스 전직(6년 동안 게임 하면서 처음 얻은 히든 클래스! 그래서인지 미치도록 좋다)!
 무슨 ‘알랑탕라라라라라’라는 뭔가 엽기적인 히든 클래스였지만, 상관없다.
 나에게 퀘스트를 준 나르타라는 남자의 말에 따르면, 정말 이 히든 클래스가 대박이라고 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 히든 클래스에 어떤 능력이 있는지도 물어보지 않았네?
 뭐,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좋은 거야 확실하고, 지금 물어봐도 되니까 고개를 돌려 나르타를 바라보는데······.
 “······.”
 없다.
 방금 전까지 내 앞에 있던 나르타라는 남자가 없었다.
 어디 간 거지?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도대체 어디로······.
 아, 급했구나.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나한테 아무 말도 못하고 화장실에 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함에도 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시간이 지나자 화장실 갔다고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나의 불안감은 최고조로 달하는데······.
 “야, 너 그거 들었냐?”
 “뭐?”
 “이 게임, 사기 퀘스트도 있대.”
 “에? 사기 퀘스트?”
 “어. 이 게임 완전 실제 지향적이어서 NPC가 퀘스트를 사기 치고 다닌대.”
 “컥! 진짜 그건 좀 아니다.”
 “하지만 왠지 흥미진진하지 않냐? 만날 정직한 퀘스트만 주던 NPC가 사기도 친다는 게?”
 “그거야 그렇지만······.”
 “무엇보다 히든 클래스 사기가 쩐다더라.”
 “그래?”
 “어, 히든 클래스 시켜 준다 해 놓고 튀는 NPC가 요새 유행한다잖아.”
 “허허, 그러면 이거 히든 클래스 시켜 준다고 해도 막 받으면 안 되겠네?”
 “그렇지. 근데 또 그게 진짜일 수도 있으니 왠지 머리 아프다.”
 “······.”
 지나가면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두 남자의 말들이 내 귓가를 감돌았다.
 그리고 난 느꼈다,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거짓말, 거짓말!”
 “······.”
 “······.”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나를 다들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지만, 나한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난, 사기를 당했다.
 그것도 직업 관련된 일로 사기를 당한 것이다.
 “나르타······ 잡히면 죽었어!”
 그날 내 목표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나한테 사기를 친 나르타 포획 작전으로 변경되었다.
 
 
 
 
 
 제1장 메카니스트
 
 
 
 리멤버 월드라는 게임에서 한 남자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남자가 레벨이 높아서, 혹은 어떤 일을 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남자는 지금 누군가를 찾고 있을 뿐이다.
 ‘나르타’라는 남자를 말이다.
 물론 단순히 찾고 있다는 점 때문에 유명 인사가 되지는 않는다.
 그가 유명 인사가 된 진정한 이유, 그건 바로 8개월간이나 그 나르타라는 남자를 추적하고 있는 것 때문이다.
 대충 뭔가 원한이 져서 추격을 하고 있는 걸로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원한이 깊다고 한들 레벨은 10에서 멈춘 채 오직 추적만을 하고 있다니······.
 보통 사람들은 원한이 있어서 쫓아다닌다고 해도 일주일 정도면 지치는데, 이 남자는 8개월째 추적하고 있으니······.
 모두 그의 집념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한편 그런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저 정도 끈기는 있어야지, 메카니스트가 되려면 말이지.”
 
 “반드시 잡고야 말겠어!”
 그 자식을 추격한 지 근 8개월째, 나의 몸과 마음은 무척이나 개판이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왜냐고? 그 자식이 계속해서 날 도발하고 있었으니까!
 무척이나 지쳐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그놈이 나를 도발한 걸 생각하면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내가 쫓고 있는 걸 알면서도 나르타라는 이름으로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사기 치는 그 인간.
 심지어는 순진무구한 유저들에게 나를 만나면 전직 퀘스트가 완료된다는 개 사기도 치고 있었으니······.
 이건 아무리 봐도 나를 도발한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이 끝이다.
 그 자식에게 전직 퀘스트를 받은 유저를 우연치 않게 섭외했고, 오늘 그와 만나는 자리에 잠복근무를 하고 있으니까.
 “······!”
 그때 나의 목표인 나르타 놈이 모습을 드러낸다.
 30대 중반의 인상 좋아 보이는 남자다.
 나도 저 인상에 한 20~30%는 낚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겉모습만으로는 완전 착해 보인다.
 그렇지만 저 안의 숨겨진 간악한 사기성은 상상 초월이다.
 “뭔가 찜찜한데?”
 “······.”
 그런데 나르타 자식이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그 한마디와 함께 주변을 둘러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걸 느낀 나는 곧바로 뛰쳐나갔다.
 “허!”
 나르타는 나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고, 잠시 후 피식 웃음과 함께 도망치면서 말했다.
 “나 잡아 봐라! 하하하.”
 “이 자식이!”
 난 당장 도망가는 나르타를 맹렬히 추격했다.
 솔직히 나르타의 도망가는 실력은 장난이 아니다.
 만날 사기 치고 나르려면 도망가는 실력은 기본이니까.
 그렇지만 나도 달리기 하나는 최고다.
 8개월간 렙 업도 안 하면서 키운 게 달리기와 체력이다.
 그 덕택에 10레벨이지만 보정 받은 체력 스탯은 거의 500을 넘어갈 정도니, 할 말 다했지 않은가?
 “······!”
 나르타는 약간 거짓말 보태서 빛의 속도로 따라붙는 나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난 그런 나르타를 잡으려는데······.
 푹.
 “······!”
 나르타가 갑자기 어디선가 단검 한 자루를 꺼내서 나에게 던져 버렸다.
 심장을 노린 듯싶지만 내가 재빨리 피하는 바람에 심장은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감히 사기 쳐서 도망가는 주제에, 나를 죽이려고 해?!
 난 잡으면 한 몇 개월만 상냥한(?) 이야기를 나누고 놓아 주려고 했는데, 이 자식은 나를 죽이려고 했다.
 그럼 나도 더 이상 자비 따위는 필요 없다.
 내 이 분노의 주먹으로 너의 최후를 보겠다고 생각하는데······.
 비틀.
 “······.”
 워낙 레벨이 낮아서 그런지 그 한 방에 비틀거린다.
 내가 체력을 키워 놓지 않았다면 정말 즉사였다.
 참,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더 체력이 빠지기 전에 저 자식을 밟아 죽이고 말겠어!
 난 그 의지력 하나만으로 몸이 비틀거리든 말든 나르타를 급습했다.
 그래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비웃고 있던 나르타의 얼굴에 정확하게 발차기를 꽂아 넣을 수 있었다.
 그럼 남은 건······.
 “밟자.”
 
 “휴우······.”
 나는 지금 나르타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다.
 그의 죽음은 참으로 미묘했다.
 무기에 맞아서 죽은 것도 아니고, 밟혀서 죽었다.
 “그나저나 허무하군.”
 막상 복수극을 끝내니 허무했다.
 차라리 8개월 동안 레벨업이나 열심히 했으면 상당한 레벨을 보유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어차피 지나간 일,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어마어마하다 못해 미치도록 좋은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싶지 않음?”
 “······.”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내 뒤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그놈의 직업 때문에 8개월을 생고생했습니다만 그런 나에게 또다시 직업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그뿐 아니라 이제는 어마어마하든 말든 히든 클래스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 일 때문에 개고생을 그렇게 했는데, 아직까지 히든 클래스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무엇보다 내게 말을 건 사람을 확인한 순간, 사기꾼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20대 초반의 푸른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였는데, 아무리 봐도 히든 클래스를 주기에는 나이가 너무 젊어 보였다.
 아니, 뭐 나이가 젊다고 굳이 히든 클래스를 못 시켜 준다는 건 나의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버리니······.
 “난 사기꾼이 아니다.”
 “······.”
 어디 사기꾼이 자기 사기꾼이라고 하는 것 봤어?
 “못 믿어 하는군. 그럼 이건 어때?”
 “······.”
 “아무런 조건 없이 전직을 시켜 주지, 아무런 조건 없이!”
 “헉!”
 난 그 말에 화들짝 놀랐다.
 진짜 아무런 조건 없이 전직시켜 준다고?!
 그럼 그건 진짜 완전 대박 중의 대박인데.
 생각할 것도 없이 당장 승낙을 할까 했지만, 금세 고개를 저으면서 생각한다.
 아니야, 아니야!
 조건 없이 전직이라는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
 요새 등장한 신종 사기일지도 모른다.
 저번에 사기를 당한 이후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나, 함부로 믿지 않는다.
 일단 그 직업이 무엇인지 진짜 아무런 조건도 없는지 자세하게 물어봐야겠다.
 “그 직업이 뭔데요?”
 “메카니스트.”
 “그건 뭔데요?”
 난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 말에 그 남자는 웃으면서 말해 주었다.
 “메카니스트, 로봇을 만드는 직업이지.”
 “엥?”
 “자세하게 설명하면, 어떤 생물체를 스캔하면 그 생물체를 기계로 만들 수 있는 직업이지. 그때 기본적으로 그 생물체의 능력치와 기술들은 가져간다. 추가로 완성된 로봇도 특수한 재료를 사용하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
 “······!”
 난 그 말에 갑자기 흥분되기 시작했다.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직업이라니, 그것도 어떤 생물체를 스캔만 하면······.
 헉! 그럼 설마······.
 “저, 드래곤도 스캔만 하면?”
 “드래곤 로봇도 가능하지.”
 “······!”
 미쳤다.
 드래곤 로봇이라니, 그 로봇 하나만 가지면 최강이겠다.
 거기다가 업그레이드까지 시키면 원래 드래곤보다 강해지니······.(거기다가 마법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소리다. 기술들을 가져올 수 있다면. 한마디로 마법 쓰는 로봇?)
 “아, 물론 스캔이라는 게 손쉬운 작업은 아니야. 그리고 설사 성공했다 한들 쉽게 만들 수는 없지. 아주 특수한 재료들이 필요하거든. 그렇지만 만들기만 하면 그 로봇들을 필요에 따라 다른 차원으로 보냈다가 꺼내 쓸 수도 있지.”
 “······.”
 “참, 한 가지 더. 메카니스의 기술 중 ‘소울 오버’라는 기술을 사용하면 최대 네 개의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지. 그리고 그 생명이 불어넣어진 로봇들은 굳이 명령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싸워 준다고.”
 와, 진짜 너무 좋은 직업이다.
 스캔만 성공하면 그 어떤 로봇도 만들 수 있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불어넣는 기능이 있다니, 이게 사실이기만 하면 최강인데······.
 아, 물론 내가 만든 기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만.
 그때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 남자가 설명해 준다.
 “참고로 자기가 만든 로봇으로만 싸울 수 있는 게 아니고, 혼자서도 싸울 수 있는 기술들도 많다는 걸 참고해 둬. 그리고 너의 능력치에 따라 로봇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네가 전투에 맞게 능력치를 올려도 상관없다는 사실.”
 오오! 내가 만든 로봇 없이도 혼자서도 싸울 수 있는 기술들도 있고, 심지어는 로봇 만드는 데는 스탯이 필요 없어서 전투에 맞게 능력치를 올려도 상관이 없다니, 진짜 너무 좋다.
 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오히려 이 점이 더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 의심스러운 점은······.
 “저, 이런 좋은 직업을 왜 공짜로 주는 거죠?”
 왜 이유 없이 이런 어마어마한 직업을 내게 주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러자 그런 내 말에 갑자기 그 남자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더니······.
 “네가 마음에 들거든.”
 “······.”
 나를 오싹하게 하는 멘트를 한다.
 여기서 단순히 그냥 ‘네가 마음에 들거든’이라는 멘트를 쳤으면 별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붉히면서 그 말을 하면, 이건 뭔가 무서워진다.
 혹시 말은 공짜로 준다지만, 사실은 직업을 주는 대신 내 몸을 요구하는 그런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장난이야, 장난! 예민하게 반응하기는.”
 “······.”
 도무지 장난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장난이라고 하니 믿자.
 안 믿으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으니까.
 “할 거야, 말 거야?”
 “흐음······.”
 그때 나에게 그 남자가 묻고, 난 고민에 잠겼다.
 아무리 봐도 아무 조건 없이 전직시켜 주는 게 뭔가 꺼림칙했지만, 뭐 공짜라니까······.
 “······하겠습니다.”
 “넌 복 받은 거야! 네가 추격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아서 너한테 삘 받은 거거든.”
 “······.”
 “그럼 시작한다.”
 두근두근.
 난 시작한다는 말에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하고, 과연 어떻게 전직이 될 것인가 기대하는데······.
 “뿅뿅뿅.”
 “······.”
 뭔가 난해한 소리가 들려온다.
 추가적으로 그 난해한 소리보다 더 난해한 건······.
 [메카니스트로 전직 완료하셨습니다.]
 그 ‘뿅뿅뿅’이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메카니스트로 전직 완료된 것이다.
 설마 뿅뿅뿅이 전직 주문이었던 게냐?
 믿고 싶지는 않지만, 정황상 아무래도 그런 듯싶다.
 그나저나 스킬 확인에 들어가 보실까?
 
 ―스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 스캔을 한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몬스터든 심지어는 무생물까지도 제한 없이 스캔이 가능하다(단 살아 있는 존재일 경우 살아 있을 때만 가능하고, 유저는 불가).
 단지, 스캔을 하기 위해서는 손으로 대상의 일부분을 5분간 접촉해야 한다.
 
 ―폴라보튼―
 인간 모양의 작은 로봇들이 무수히 나와서 재료를 다 갖추고, 스캔 자료가 있는 로봇을 만들어 준다.
 
 ―페러도아―
 둥근 공 모양의 로봇을 소환한다.
 이 로봇은 상대방과 부딪힐 때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마나 소모:200
 
 ―엘리디아―
 자기가 만든 로봇의 능력치를 일순간 2배 증가시킨다.
 마나 소모:500
 
 ―힐링 디프트―
 치료용 로봇을 불러내서 치료를 받는다.
 마나 소모:600
 
 오오, 죽인다.
 아, 그런데 한 가지, 그게 없네?
 영혼을 불어넣는 ‘소울 오버’라는 기술이······.
 그래서 난 물었다.
 “근데 스킬 중에 소울 오버가 없는데요?”
 “그런 고급 기술이 처음부터 등장할 리 없다고는 생각 안 함?”
 “······.”
 “메카니스트의 기술은 무궁무진하다. 초반에는 아주 일부분만 등장했을 뿐이지. 앞으로 50레벨 간격마다 새로운 기술들이 생길 테니 기대하는 게 좋아.”
 무척 기대된다.
 내가 스캔한 로봇 만드는 것도 기대되는데, 아주 다양한 기술까지 있다니.
 거기다 나도 전투가 가능하니(메카니스트의 기술들도 있고 무엇보다 스탯을 전투 쪽으로 잡으면 된다. 어차피 이 게임은 무기에 제한 따위는 없으니까 아무 무기나 사용 가능하다.) 내가 만든 로봇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마음에 든다.
 어찌 됐든 이런 어마어마한 직업을 공짜로 준 그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려는데······.
 “없다.”
 갑자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왜 전직시켜 주자마자 사라진 거지?
 “······.”
 그때 그 사라진 남자가 떨어뜨리고 간 듯한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난 무언가 싶어 그 종이를 확인하는데······.
 
 ―명복을 빔.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 담겨 있다.
 명복을 빌다니? 뭘 빌어?!
 왜 명복을 비는 거야?!
 왜 전직시켜 주자마자 이런 불길한 소리를 적어 놓고 간 거야? 왜?!
 
 
 
 
 
 제2장 트루던 로봇
 
 
 
 “그냥 해 본 말일 거야, 분명해!”
 난 나를 전직시켜 준 남자가 갑자기 사라지기 전 의미심장한 쪽지를 남긴 것에 대해 내 스스로 정리했다.
 그래, 그냥 심심해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야.
 더 이상 아무런 의미는 없어!
 그게 확실해······.
 그렇게 계속해서 되새기자, 그 사람 때문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시는 듯싶다.
 그나저나 내가 받은 이 메카니스트.
 어떤 로봇을 만드느냐에 따라 나의 전투력이 확 올라가는 직업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드래곤 로봇이라든가 리치, 데스나이트 등 고급 애들로 만들어서 최강이 되고 싶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고?
 걔들을 상대로 5분이나 스캔이 가능할 리 없으니까.
 특히 살아 있는 존재만 스캔이 가능하기에 내 힘으로 완전히 제압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대방을 죽이는 거랑 제압하는 거랑은 어마어마한 차이다.
 한마디로 죽일 수도 없는 걔들을 상대로 제압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 않는 게 좋다.
 뭐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조금씩 강한 애들을 정복(?)해 나가면서 최종 로봇으로 드래곤 로봇을 완성시키는 거다.
 그렇게 일을 진행시키자.
 “그럼 일단 만만한 애부터 로봇을 만들어야 하는데······.”
 난 만만해 보이는 애들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잠시 후 난 절망에 휩싸여 소리쳤다.
 “없어! 제압 가능한 애들이!”
 내 레벨은 달랑 10이다.
 이 주제에 무슨 제압이 가능한 애들이 있겠는가?
 아, 굳이 말하려면 있기는 있다.
 토끼나 사슴 같은 애들?
 그런데 그런 애들을 제압해서 로봇으로 만들면 뭐하겠는가?
 완전 시간 낭비지.
 “제길, 이거 어떡하지?”
 제압 가능한 애가 없어서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하다니, 정말 난감하다.
 사실 살아 있지 않아도 스캔이 가능하다면 오크 한 마리 정도는 죽인 뒤 스캔을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생(?)것이 필요하기에 죽이는 건 노, 노.
 무조건 오크를 포획해야 하는 건데, 지금 내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아아, 이대로라면 오크 로봇을 만드는 건 무리다.
 더 레벨업을 한 뒤 오크 로봇 제조에 들어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호란! 공격해!”
 “멍멍!”
 “······!”
 그때 내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한 장면을 목격했다.
 어느 한 유저가 슈나우저로 보이는 개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토끼를 잡는 모습이었다.
 오오, 저거다!
 바로 저거야! 개 로봇을 만드는 거야!
 어차피 애견 숍에 가면 편하게 스캔도 가능할 테고!
 완전 이거다.
 
 난 내가 있는 아르톤 제국에서 제일 크다고 알려진 폴론 애견 숍에 들렸다.
 이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모든 개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개들이 널렸다.
 애완견부터 사냥용까지 말이다.
 뭐 이게 아니라, 난 당장 내 목적 달성을 위해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서 제일 강한 개가 뭐죠?”
 “강한 개요?”
 “네.”
 “사냥을 도와줄 개가 필요하신가 보군요. 흐음, 그러면 트루던을 추천 드립니다.”
 “트루던?”
 “네, 이 리멤버 월드에만 존재하는 개로서 상당히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졌고, 혼자서 오크 다섯 마리는 너끈히 상대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한 서너 마리만 사시면 오우거도 잡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오오!”
 한 마리당 오크 다섯 마리, 그리고 서너 마리면 오우거까지 잡을 수 있다니 완전 슈퍼 개다.
 그런 개만 있다면 당장 오크 포획 정도는 문제없어!
 “보여 주세요!”
 “저기, 그런데······.”
 “······?”
 내가 트루던이라는 개를 보여 달라고 하자, 직원은 힐끗 내 모습을 보더니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한마디 했다.
 “비쌉니다.”
 “네?”
 “트루던의 가격은 비싼 편입니다.”
 “······.”
 내 거지같아 보이는 모습에(8개월간 사기꾼 자식만 쫓아다니다 보니) 돈이 별로 없는 줄 알고 그렇게 말하는 것일 테다.
 뭐 사실이기도 하지만, 내색하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트루던이라는 개를 안 보여 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난 최대한 여유로운 어투로 말한다.
 “개를 사려고 돈을 모으다 보니 몰골이 이러네요. 충분히 살 수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
 내 설명에 직원은 살짝 실례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난 그 직원을 따라 어디론가 갔고, 약 몇 분 후 어느 한곳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상당하게 큰 개들.
 진돗개랑 약간 비슷하게 생겼지만, 뭔가 강인해 보이는 모습을 지닌 그런 개들이다.
 아마도 저것들이 트루던이라는 개겠지?
 난 확인 차 물었다.
 “이게, 트루던인가요?”
 “네, 트루던입니다.”
 “흐음······.”
 난 이리저리 트루던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잠시 후 내가 이 개를 살 것 같은 느낌(안 그러면 쫓겨날까 봐.)을 직원에게 심어 주기 위해 물었다.
 “얼마죠?”
 “3만 루팅입니다.”
 “······.”
 무, 무슨 개 값이 3만 루팅이냐!
 3만 루팅이면 웬만한 고급 무기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괜찮은 식사 한 끼에 50루팅 정도 든다는 걸 고려하면 진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참고로 내 전 재산은 100루팅).
 난 무척이나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 없었기에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괜찮은 가격이군요.”
 괜찮기는 개뿔! 엄청 비싸서 미쳐 버리겠다.
 그나저나 스캔을 하기 위해서는 개와 5분간 접촉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그 직원에게 묻는다.
 “저기, 괜찮다면 조금만 살펴봐도 될까요?”
 “네, 가능합니다.”
 자, 허락도 맡았겠다, 곧바로 스캔을 시도······.
 아, 그러고 보니 5분 동안이나 스캔을 해야 하고, 스캔을 하는 도중 무슨 이상 현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다.
 그렇기에 난 실례를 무릅쓰고 말했다.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5분 동안 개들과 저만 있어도 될까요?”
 “······.”
 내 요청에 직원은 살짝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했지만,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5분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직원은 사라졌다.
 난 그 모습을 보고 트루던 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애한테 갔고, 곧바로 이마에 손을 댄 뒤 외쳤다.
 “스캔.”
 파지지짓!
 파지지짓!
 내가 스킬을 외치자 그와 동시에 나와 트루던 사이에서 파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직원을 다른 데로 보내기 잘했다고 느꼈다.
 이런 스파크 튀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서 지금 내 행동을 만류했을 확률이 100%였으니까.
 그렇게 5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트루던의 스캔이 완료되었는지 트루던의 설계도가 나에게 떨어졌고, 난 당장 그것을 낚아챘다.
 “살펴보셨나요?”
 그때 직원이 정말 정확히 5분 뒤에 나타나 내게 물었다.
 난 그런 그에게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나중에 사겠습니다.”
 “······.”
 흠, 살짝 미안하다.
 
 “재료가 이거지?”
 트루던의 설계도를 펼치자, 필요한 재료가 상태 창으로 뜬다.
 그리고 그 필요한 재료란······.
 
 철광석 1킬로그램
 설탕 1킬로그램
 소금 1킬로그램
 
 개 로봇을 만드는 데 설탕하고 소금이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만 일단 필요하다니 준비해 준다.
 그렇게 난 필요한 재료를 다 구입한 뒤 곧바로 그 스킬 명을 외친다.
 “폴라보튼!”
 째깍째깍.
 째깍째깍.
 내 외침과 함께 갑자기 자그마한 게이트가 열리면서 거기를 통해 나오는 인간 모양의 로봇들.
 대충 크기는 내 손만 한데, 끝없이 나오는 것이 수백 개는 될 듯싶다.
 잠시 후 그 로봇들은 내가 준비한 재료와 도면을 확인하더니 재료를 완전히 녹여 버린 뒤 트루던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난 신기한 듯 바라봤다.
 그렇게 약 30분 후.
 내가 스캔한 트루던과 100% 똑같은 트루던 로봇이 완성됐고, 난 살짝 감격한 모습으로 그 로봇을 바라보았다.
 아아, 내가 처음으로 만든 로봇.
 너무 멋져!
 [로봇의 이름을 지어 주세요.]
 그 순간 로봇의 이름을 지어 달라는 음성이 들려왔고, 난 그 음성에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외쳤다.
 “개1!”
 [이름을 개1로 하셨습니다.]
 너무 간단한가?
 큼큼!
 
 난 개1, 개2, 개3, 개4를 만든 뒤 오우거들이 서식하는 톤든 숲에 왔다.
 원래는 오크를 포획해서 오크 로봇을 만드는 게 내 목적이었지만, 지금 내게는 오크 로봇보다 더 강력한 트루던이라는 개 로봇이 네 마리나 있는 상태다.
 그러니 오크는 패스하고, 오우거를 포획해서 오우거 로봇을 만들어도 상관없다.
 그나저나 돈만 더 있었더라면 트루던 개 로봇을 더 제조했을 테고, 지금보다 전투력이 훨씬 상승했을 텐데······.
 조금 안타깝다.
 난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돈튼 숲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혼자 노는 오우거를 포획하기 위해서 말이다.
 원래 오우거라는 애들이 혼자 놀기에 진수를 보여 주는 몬스터여서 옛날 같으면 혼자 다니는 애들을 만나는 게 쉬웠지만, 요새는 애들이 혼자 다니면 불리한 걸 깨달았는지 몰려서 다니는 경향을 보여 주는 상태다.
 그래서 이렇게 일부러 혼자 다니는 애들을 찾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한참을 그렇게 혼자 다니는 오우거를 찾았고, 드디어 내 눈에 포착된 오우거 한 마리.
 난 눈을 번쩍이면서 그 오우거를 향해 다가간다.
 자, 내 스캔의 제물이 되어라! 후후후.
 약간은(?) 음침한 미소와 함께 난 전투 준비를 했고 그 오우거의 앞을 가로막는데······.
 피식.
 “······.”
 갑자기 오우거가 나를 보더니 피식 웃는다.
 뭐, 뭐냐?!
 왜 나를 보고 웃는 거냐?!
 오우거가 웃었다는 점이 나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알 수 없는 오우거의 미소에 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순간이었다.
 쿵쿵쿵.
 쿵쿵쿵.
 “······.”
 어디선가 나타나는 오우거 네 마리.
 순식간에 나를 포위했고 그 모습을 본 난 느꼈다.
 “함정······?!”
 오우거들의 함정.
 무슨 말인고 하면, 오우거 한 마리가 혼자서 얼쩡거리면 그걸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대기하고 있던 오우거들이 쌈 싸 먹기 하는 거다.
 사실 오우거의 두뇌로는 절대 불가능한 작전이다.
 하지만 가끔 이 게임에서는 두뇌가 뛰어난 슈퍼 몬스터들이 태어난다.
 한마디로 방금 나를 보고 피식 웃은 오우거가 슈퍼 몬스터라면 충분히 이 짓이 가능하다는 거다.
 젠장, 오우거를 포획하기는커녕 오우거들에게 다구리당해서 뒤지게 생겼으니······.
 이 무슨 슬픈 일이란 말인가!
 그렇지만 이런 내 절망적인 마음과는 달리 나의 겉모습만은 여유롭다.
 나를 함정에 빠뜨린 놈의 머리가 비상하다는 건 내가 어떤 반응을 하냐에 따라 행동을 달리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절대 절망하거나 겁먹었거나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아니 오히려······.
 “가소롭군!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펼치다니.”
 “크르르릉.”
 “크르르릉.”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오우거 1,000만 마리를 처치한 살아 있는 전설이다!”
 “······.”
 약간은(?) 허풍 쳐야 한다.
 뭐 이런 내 허풍을 알아들을 수 있냐는 게 문제지만······.
 “크르르릉. 하찮은 인간, 우리 오우거는 1,000만 마리가 안 된다.”
 “······.”
 그때 내 이런 허풍을 알아듣고 인간 말로 대답해 주는 오우거.
 아무리 슈퍼 몬스터라지만 인간 말까지 가능했던 거냐?!
 아니 그것보다······.
 “1,000만 마리가 안 됨?”
 “크르르릉! 300만 마리도 안 된다.”
 “······.”
 생각 외로 오우거 숫자가 많지 않구나?
 아니, 그러고 보니 엄청 무안하잖아!
 난 내 나름대로 크게 허풍을 쳤는데, 그걸 들은 오우거가 저런 멘트를 치다니 왠지 굴욕적이다.
 “저 인간은 허풍쟁이다. 강하지 않다. 죽여라!”
 “크르르릉!”
 “크르르릉!”
 “크르르릉!”
 그때 슈퍼 오우거의 명령에 순식간에 달려드는 오우거들.
 난 그 모습을 보고 절망했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는 법, 나도 공격을 위해 그들을 소환한다.
 “개1, 개2, 개3, 개4 소환!”
 내 외침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나는 개 로봇 4마리.
 하지만 달려오는 오우거 네 마리에 비해서는 초라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나의 컨트롤 여부에 따라 이 로봇들의 전투력은 달라질 테니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생각한 난 곧바로 달려오는 오우거 한 마리를 지목하면서 외쳤다.
 “다리만 집중해서 물어!”
 나의 명령에 용맹하게 뛰어가는 개 로봇들.
 로봇의 장점이라면 공포심이 없다는 거다.
 공포를 가지고 전투하는 것과 공포를 가지지 않고 전투를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크르릉!”
 제일 앞서 달려오던 오우거는 내 로봇 개들의 집중 공격에 다리가 너덜너덜해졌고, 그때 뒤늦게 그 모습을 본 다른 오우거들이 손에 쥐어진 거대한 몽둥이로 내 개 로봇들의 머리를 내려친다.
 물론 모습을 본 난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기에 당장 후퇴 명령을 내린다.
 “후퇴!”
 “······.”
 역시 로봇이다 보니 명령하는 순간 곧바로 받아들이니 신속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다.
 “크윽!”
 그때 방금 전 내 로봇들에게 다리를 집중 공격당한 오우거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았고, 그 모습을 본 난 나이스를 외쳤다.
 바로 이거다!
 순식간에 다리만 공격해서 이동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다음 천천히······.
 오오! 이길 수 있어!
 오우거랑 5:1 싸움 충분히 해 볼 만하다.
 그렇게 내가 승리할 수 있다는 흥분감을 가졌을 때였다.
 “크르르릉. 힐링!”
 “······.”
 그 슈퍼 오우거가 다리가 너덜해진 오우거에게 힐을 써서 치료해 주는 모습을 난 직접 관람했다.
 난 머리를 붙잡은 뒤 소리쳤다.
 “오 마이 갓!”
 오우거가 힐링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진짜 너무하잖아!
 오우거가 힐링이라니, 힐링이라니······.
 정말 혼란이 가시지 않지만, 계속해서 그럴 수만은 없는 법.
 지금은 전투 중이니까.
 그나저나 왠지 모르게 탐난다, 저 오우거.
 스캔만 해서 로봇으로 만들기만 하면 능력치, 스킬 모든 걸 가져올 수 있다고 했으니 저놈을 스캔해서 만든 로봇이라면 힐도 가능한 오우거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무척이나 만들고 싶다.
 뭐 사실 살아남는 것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슈퍼 오우거를 스캔해서 로봇 만들려는 게 좀 허황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 정도라면······.
 “도전해 볼 만하지.”
 
 사실 정면 대결로 저 많은 오우거를 상대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난 작전명 ‘38광땡 도주로’라는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다.
 참고로 38광땡 도주로라는 작전이란 일단 열심히 도망간다.
 그럼 열심히 도망가는 나를 오우거들이 쫓아올 테고, 그중 꽤 스피드가 빠른 오우거가 먼저 치고 나올 것이고 그 오우거를 다구리 쳐서 죽인 뒤 다시 도망간다.
 그 후 계속 반복.
 내가 생각했지만 너무 뷰티풀한 작전이다.
 그렇게 난 작전을 위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따라오기 시작하는 오우거들.
 그리고 그중 스피드가 빠른 오우거가 먼저 치고 나오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싱긋 웃었다.
 “목을 부러뜨려 버려!”
 난 제일 먼저 치고 나온 오우거가 다른 오우거들이 거리가 좀 되는 듯하자 로봇 개들에게 명령했고, 그 말에 로봇 개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우거의 목을 물어뜯어 버린다.
 “크르르릉!”
 오우거는 갑작스럽게 공격할 줄 몰랐는지 허무하게 로봇 개들에게 물어 뜯겨 죽어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슈퍼 오우거는 소리친다.
 “먼저 앞서 가지 않는다. 같이 간다! 크르르릉!”
 “······!”
 이런 염병.
 내 작전이 단 한 번 만에 파악당했다.
 심지어는······.
 “모두 대기한다! 크르르릉.”
 “······?”
 갑자기 뜬금없이 정지 명령을 내리는 그 슈퍼 오우거.
 그러더니 등 뒤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드는데, 그 모습을 본 난 소리치고 만다.
 “당신, 오우거잖아!”
 오우거가 힐을 쓰는 것도 못 봐주겠는데, 이제는 활을 장전하고 있다니, 정말 할 말이 없다.
 슈우우웅.
 슈우우우웅!
 “······.”
 잠시 후 오우거는 장전한 활을 내게 쏘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근처 나무에 숨는데······.
 투우우웅.
 “······.”
 어느새 오우거가 쏜 화살이 정확히 내가 숨어 있는 나무를 적중했다.
 완전 명사수잖아!
 이건 너무해!
 “이제 도망갈 수 없다. 천천히 포획한다. 크르르릉.”
 “······.”
 그 슈퍼 오우거의 명령에 오우거들은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난 그저 식은땀만을 흘렸다.
 지금 분명 도망갔다가는 오우거가 대기하고 있다가 쏜 화살에 처음 죽은 인간으로 기록을 세울 건 분명지사.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쿵쿵쿵.
 쿵쿵쿵.
 오우거들의 걸음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고, 난 더욱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런데 그때······.
 우르릉!
 우르릉!
 갑자기 마른하늘에 벼락 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와 덤으로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오우거들.
 왜 저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기회다.
 저 대기하고 있는 슈퍼 오우거의 화살을 피해 낼 기회다.
 그래서 난 당장 움직이려는데······.
 파지지짓.
 “끄아아악!”
 짜릿하다 못해 미치도록 짜릿한 무언가가 내 몸을 강타한다.
 그게 얼마나 짜릿했으면서 단 한 번에 바닥에 쓰러지실 정도일까?
 덤으로 내 입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다.
 참고로 뜬금없이 나에게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한 가지······.
 마른하늘에서 치던 번개에 적중당한 거다.
 “······.”
 지금 장난치냐?
 왜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치더니 그 벼락을 맞아야 하는 거야!
 난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할 말도 안 나오는 지경이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오우거와 싸우다가 죽은 게 아니라 뜬금없이 마른하늘에 벼락 맞고 죽어 버릴 게 분명하기에 다급하게 그 스킬을 외쳤다.
 “힐링 디프트!”
 파지짓.
 나의 외침과 함께 게이트의 문이 열리면서 등장하는 한 로봇.
 그런데 로봇이 참으로 개성 있게 생겼다.
 인간형 모습에 팔 여섯 개, 머리 세 개······.
 너무 독특한 모습을 가진 로봇이다.
 어찌 됐든 그 독특한 모습을 가진 로봇은 나의 상태를 보더니 응급처치를 해 준다.
 그런데 머리가 세 개에다가 손이 여섯 개여서 그런지 몰라도 어마어마한 치료 속도다.
 가히 놀라울 정도다.
 “크윽.”
 난 잠시 후 로봇에게 치료를 다 받은 뒤 여전히 짜릿한 몸이지만 온 힘을 다해 움직였고, 곧바로 오우거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러자 다행히도 오우거들은 여전히 마른하늘에 벼락 치는 모습을 관람 중이시고, 난 그 모습을 보고 기회라고 여기고 소리쳤다.
 “엘리디아!”
 내 스킬과 함께 순식간에 두 배로 강해진 개1, 개2, 개3, 개4.
 난 그들을 향해 공격을 명했다.
 “저 슈퍼 오우거만 빼고 다 목을 물어뜯어!”
 내 명령에 오우거들에게 달려가는 로봇 개들.
 그러더니 원 샷 원 킬로 오우거들의 목을 물어서 부러뜨려 버렸다.
 사실 이런 광경이 가능한 이유는 두 배나 힘이 증폭된 탓도 있지만, 다들 마른하늘에 벼락 구경한다고 방심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크르르릉! 하찮은 인간 놈이!”
 그때 자신의 동료들이 다 하늘나라로 가신 뒤에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내게 한마디 하는 슈퍼 오우거.
 난 그런 슈퍼 오우거를 보고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이제 넌 혼자야, 얌전히 나의 스캔을 받아라!”
 “······.”
 그 말을 끝으로 난 슈퍼 오우거를 포획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데······.
 뿌지직.
 “······!”
 갑자기 그 슈퍼 오우거가 근처에 있던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뽑아 버리더니 그대로 나에게 휘둘러 버린다.
 난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공격이었기에 무척 당황한 상태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기에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휘이익.
 그 순간 아슬아슬하게 나무가 내 앞을 지나가고, 난 피해 냈다는 생각에 짧게 한숨을 내쉬지만······.
 “오, 마이 도그들!”
 “······.”
 어느새 슈퍼 오우거가 휘두른 나무에 쓸려 간 개1, 개2, 개3을 보고 곧바로 절망에 빠진다.
 으윽, 이런 젠장!
 일격에 로봇 3마리가 전투 불능이라니, 미쳐 버리겠다.
 “크르르릉! 내 승리다.”
 한편 전투 불능이 된 세 마리의 로봇 개들을 보고 그 슈퍼 오우거는 승리의 미소를 짓지만, 난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너의 승리라고 단정 짓기는 너무 이르다고!
 내가 계속해서 로봇 개들을 컨트롤한다고 나의 전투력은 없는 줄 아는데, 나도 전투력이 있다 이거야!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옛날에 처음 시작하면서 받은 단검을 꺼내 드는데······.
 툭!
 “······.”
 꺼내 들자마자 갑자기 반으로 부러지는 단검.
 오 마이 갓! 이게 뭔 현상이냐!
 무기를 꺼내 들자마자 그 무기가 부러지는 건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신비로운 경험일 것이다.
 물론 단 한 번도 고치지 않고 막 다루곤 해서 언젠가는 부러질 줄 알았는데, 하필 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꺼내자마자 부러지다니······.
 오늘따라 진짜 왜 이러는 거냐!
 아까는 마른하늘에 친 벼락 맞고, 이번에는 검이 꺼내자마자 부러지고······.
 흐흑. 너무한다, 너무해!
 그렇지만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그럼 저 영리한 오우거 자식이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달려들 테니······.
 오히려 이 기회를 아주 멋지게 포장을 해서 저 오우거를 위축되게 만드는 거다.
 그래서 난 속으로는 울고 있지만, 겉으로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하, 봤느냐?”
 “······?”
 “지금 내가 무형의 기운으로 검을 부수는 것을?!”
 “······.”
 “나에게는 이런 어마어마한 힘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난 급작스럽게 포장한 뒤 오우거의 눈치를 보는데, 그 순간 오우거는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지금 그딴 거짓말을 믿으라는 거냐, 인간? 크르르릉.”
 “······.”
 “이야기를 지으려면 좀 더 그럴싸하게 지어라. 인간, 수준 낮아서 못 들어 주겠다. 크르르릉.”
 “······.”
 흠, 수준 낮아서 미안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 먼저 공격해야 한다.
 “공격해라, 개4!”
 “······.”
 내 외침에 용감하게 달려드는 개 로봇.
 그리고 나도 동시에 근처 오우거들이 죽으면서 떨어뜨린 몽둥이를 집어 들지만······.
 휘청!
 엄청나게 무거우셔서 잠시 휘청거리는 건 보너스.
 그래도 난 다시 온 힘을 다해서 들은 뒤 개4를 따라 달려든다.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사용하셔서 워낙 공격 길이가 길지만 일단 붙기만 하면!
 승리 가망성이 충분하다.
 난 그런 생각에 오우거에게 있는 힘껏 달라붙었고, 오우거는 나와 근접해지자 나무로 공격하기에는 무리라는 걸 깨닫고 곧바로 나무를 버리더니 주먹을 내지른다.
 난 그런 오우거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옆으로 젖히면서 피해 내고 그런 다음 곧바로 주운 몽둥이로 공격하느라 빈틈이 생긴 오우거의 머리통을 갈겨 버렸다.
 퍽!
 그러자 뭔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휘청거리는 오우거.
 그것을 본 나는 기회다 싶어 다시 한 번 몽둥이를 대갈통을 향해 날려 보는데······.
 파앗.
 “······.”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내 몽둥이를 팔목을 이용해서 막아 버리는 오우거.
 역시 일반 오우거와는 급이 다르다.
 “인간······ 죽여 버리겠다.”
 “······.”
 그때 자신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자 흥분하시면서 소리치는 오우거.
 그러더니 곧바로 두 주먹을 모아서 내 머리를 향해 내려찍으려는 모션을 취하고, 그 모습을 본 난 소리쳤다.
 “개4, 오른쪽 다리를 물어!”
 “······!”
 개4는 나의 명령에 착실하게 오우거의 오른쪽 다리를 물었고, 그 공격에 오우거는 비틀거리면서 공격을 하지 못했다.
 한편 그 모습을 본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몽둥이로 오우거의 왼쪽 다리를 마구 갈기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오우거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갈기자.”
 난 기동성을 잃어버린 오우거를 향해 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크어억!”
 “이런 미친!”
 완전히 너덜이가(?) 된 다리로 일어서 버리는 슈퍼 오우거.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일어났다.
 그뿐 아니라 살짝 방심한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니, 이대로 있다가는 저 주먹에 맞고 갈 것 같았다.
 젠장, 어떡하지?
 지금 내 스피드로는 저 근접해 온 오우거의 주먹을 피해 내기는 무리다.
 그렇다면······.
 “개4, 막아!”
 개 로봇을 앞세우는 거다.
 한편 개4는 내 명령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려서 나를 막아섰고, 그와 동시에 오우거의 주먹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난 그 덕택에 재빨리 뒤로 물러나서 오우거의 주먹을 피해 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하지?
 얼마 있지도 않은 로봇들은 전멸한 상태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저 오우거를 상대하기는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은데······.
 털썩.
 “······?”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순식간에 무릎을 꿇어 버리는 오우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까보다 더욱 다리가 너덜너덜해진 채 움직일 수가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방금 전 그 공격은 필사의 공격인 듯싶은데······.
 어찌 됐든 잘됐다.
 두 다리를 못 쓰는 오우거라면 나 혼자도 가능하다(물론 이번에는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 또다시 갑자기 일어날 수 있으니까).
 
 “헉, 헉.”
 난 개4의 희생으로 진짜 힘들게 힐 쓰고 활을 쏘는 오우거를 포획할 수 있었다.
 참고로 포획당한 오우거는 거의 죽어 가는 상태다.
 난 재빨리 목숨이 끊기기 전 그놈에게 다가가 외쳤다.
 “스캔!”
 파지지짓!
 파지지짓!
 내 외침과 동시에 오우거를 스캔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약 5분이 지나자 오우거의 스캔이 완료됐는지 내 손으로 설계도가 하나 떨어진다.
 드디어 구했다. 힐 쓰고 활 쏘는 오우거 로봇 설계도를······!
 그나저나 이번 로봇은 어떤 재료님이 들어가실까?
 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재료 확인에 들어갔다.
 
 철광석 30킬로그램
 사파이어 500그램짜리 3등급 1개
 
 “······.”
 그걸 확인하는 순간 좀 난감했다.
 철광석만 해도 트루던의 30배에다가 무엇보다 사파이어 500그램 3등급짜리 하나라니.
 내가 알기로는 제일 낮은 등급인 사파이어 5등급짜리가 500그램당 5,000루팅 정도 하는데, 3등급이면······?
 젠장, 왠지 지금 잡은 오우거 가죽들을 판다고 해도 무지 모자랄 것 같은 느낌이······.
 
 
 
 
 
 제3장 쥐를 잡아 드립니다!
 
 
 
 “500루팅······.”
 오우거 가죽 다섯 개의 값이다.
 철광석이 1킬로그램에 10루팅이니, 철광석 30개를 사면 300루팅. 약 200루팅이 남는다.
 거기다가 내가 알아본 결과 3등급짜리 사파이어가 500그램당 지금 거래되는 가격이 3만 루팅.
 그러니 총 2만 9,800루팅이 모자란 것이다.
 아주 좋은 설계도를 가졌다고 즐거워했는데 돈이 무지막지 모자라서 만들지 못하다니,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오우거 로봇 가지고 싶어, 가지고 싶다고(지금 단검도 부러져서 무기도 사야 하는 지경인데······.)!
 그렇지만 그렇게 외쳐 봤자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부터 모으자!
 2만 9,800루팅이라는 거금을 손쉽게 모을 수는 없지만, 일단 그 오우거 로봇만 만들면 트루던과 그 오우거를 이용해서 빠른 레벨업이 가능할 것 같으니 레벨업은 신경 끄고 돈 모으는 데 집중하자.
 그런데 뭘 해야지 돈이 잘 모이는 걸까?
 “에잇, 정말 치사해서 못해 먹겠다.”
 “왜?”
 “아니, 무슨 쥐를 한 마리 잡는데 1루팅 주고 난리잖아.”
 “애걔, 1루팅? 그런데 고양이 같은 걸로 풀어 놓으면 그냥 자동으로 돈 벌지 않냐?”
 “야, 일반적인 고양이로는 못 잡아. 이놈의 게임은 무슨 쥐가 고양이를 공격한다니까. 최소 못해도 폴란더라는 고양이를 사야 하는데, 그게 한 마리당 만 루팅이다.”
 “······.”
 “그거 하나 사서 본전 찾으려면 쥐를 만 마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 짓 할 바에는 다른 거 한다.”
 “확실히 그러네.”
 “······.”
 그 순간 내 귀를 자극하는 두 남자의 대화.
 쥐 한 마리에 1루팅을 준다고?
 그리고 내가 아니고 고양이를 통해서 잡으려면 폴란더라는 고양이를 사야 한단다.
 여기서 폴란더의 가격은 만 루팅, 상당히 비싸다.
 하지만 그 폴란더라는 고양이를 스캔해서 로봇으로 만들면······.
 “대박이다!”
 
 이번에는 고양이 숍에 가서 폴란더라는 고양이를 스캔해서 나왔다.
 그리고 그 스캔 결과 필요한 재료가 나왔는데, 철광석 1킬로그램과 꿀 100그램이었다.
 즉, 폴란더라는 고양이 로봇을 만드는 걸 돈으로 환산하면 약 15루팅.
 지금 내 돈으로는 총 33마리 정도 만들 수가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대박이란 말인가?!
 생물체로 사면 33만 루팅이 드는데, 로봇으로 만들면 단돈 500루팅이라니······.
 거기다 내 명령이라면 무슨 짓도 할 수 있는 충실한 로봇이라는 점과 체력이 무한대라는 보너스도 있으니, 정말 최고다.
 “이걸 잔뜩 만들어서 쥐들을 전멸시켜 주마!”
 난 그렇게 외친 뒤 당장 폴란더라는 고양이 로봇 무한 제조에 들어갔고, 장시간에 걸쳐 33마리의 폴란더 로봇을 완성했다.
 이걸로 이제 쥐들을 잡기만 하면······.
 “난 부자다!”
 
 난 지금 엘로디아라는 마을에 와 있다.
 왜냐고?
 이 마을에 쥐 잡으면 돈 준다는 분이 계시니까!
 그리고 그분은 저기서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있는 60대 초반의 할아버지이다.
 나는 번개같이 달려가 그에게 말했다.
 “쥐를 잡게 해 주세요!”
 “······.”
 내가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이 말부터 하자 살짝 당황한 표정의 할아버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자네도 쥐를 잡으러 왔나?”
 “네!”
 “나야 쥐를 처리해 주면 고맙지만 많은 보수는 줄 수 없다네. 한 마리당 1루팅이 한계네.”
 “저는 그것도 만족합니다.”
 “허허. 그 금액만 들으면 쥐 한 마리를 잡는 것이 너무 힘든데 그거밖에 안 주냐고 죄다 돌아가던데, 자네는 다르군.”
 “하하하.”
 솔직히 직접 노가다 뛰어서 쥐 한 마리 잡고 1루팅 벌 바에는 솔직히 나도 안 한다.
 그 시간에 딴것을 해도 수십 배 이상은 벌 텐데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짓을 하고 있겠는가?
 그렇지만 내게는 비장의 무기 고양이 로봇 33대가 준비 중에 있다.
 그 고양이 로봇들은 가만히 놀고 있어도 쥐를 잡아서 나에게 돈을 갖다 주니, 이 얼마나 황홀한가?
 “그럼 안내해 주겠네.”
 “네!”
 그때 한마디 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에 난 최대한 기운차게 대답한 뒤 그 할아버지를 따라갔고, 잠시 후 수천 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창고에 도착했다.
 한편 할아버지는 그 창고 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쥐들이 상상을 초월하게 많다네. 다소 힘든 작업이 될 거야.”
 “걱정 마십시오. 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허허허, 자신감이 넘치는군.”
 “제가 원래 자신감이 넘쳐흐릅니다.”
 “참 기운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군. 참,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는데 가끔씩 쥐 떼들이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니 조심하게.”
 “걱정 마십시오!”
 어차피 고양이 로봇들이 있기에 쥐들이 나를 공격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그럼 무리는 하지 말고 잡아 주게나.”
 “네네, 알겠습니다.”
 난 할아버지의 당부에 당당하게 대답하고, 할아버지는 내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으면서 돌아간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그런 생각과 함께 난 곧바로 창고 안으로 돌격했다.
 그러자 내 눈에 엄청난 숫자의 쥐들이 바로 들어왔다.
 수천 평에 달하는 창고에 딱 한눈에 봐도 바글거리는 쥐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 보면 상당히 저질적인 장면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저질적이 아니었다.
 쟤네들이 다 돈으로 보이고 있다.
 “흐흐흐! 하하하하.”
 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아름다운(?) 웃음을 선보인 뒤 잠시 후 단번에 33마리의 고양이를 소환했다.
 “고양이 1~33까지 모두 소환!”
 그리고 창고 안의 한곳을 가리키며 신속하게 말했다.
 “저 쥐들을 잡아서 저곳에 모아 놔라, 고양이 로봇들아!”
 한편 내 명령을 들은 고양이 로봇들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쥐들을 잡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난 이 메카니스트라는 직업에 왠지 모르게 커다란 감동을 느꼈다.
 
 두 시간 후.
 “유후!”
 고양이 로봇들에게 잡혀서 산처럼 쌓인 쥐 떼들.
 그냥 보는 것과 달리 쌓아서 보니 더 아름답다.
 마치 금화가 쌓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왠지 그런 미묘한 기분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해서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기도 그런데······.”
 시간은 금이라고 했다.
 그런 금 같은 시간에 그저 고양이들이 쥐 잡는 모습만을 지켜보는 건 시간 낭비다.
 뭔가 획기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너무 획기적이다 못해 혁명적인 시간 보내기.
 참고로 나도 저 고양이 로봇들과 같이 쥐 잡는 건 절대 아니다.
 내가 잡아 봤자 저 고양이들보다 훨씬 못 잡을 게 분명하니까.
 그럼 뭐냐고?
 “자자.”
 어차피 인간은 자야 한다.
 그걸 미리 자서 저녁에 자야 할 시간은 줄이고, 그 시간에 게임을 하는 거다.
 오오, 얼마나 혁명적인가?
 난 당장 그 혁명을 실행하기 위해서 창고에서 나왔다.
 그런 다음 창고 근처에 텐트를 친 뒤 곧바로 침낭을 꺼내서 들어간다.
 그러고는 곧바로 눈을 감고 취침에 들어가려는데······.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
 뜬금없는 레벨업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레벨업이라니, 이건 무슨 소리지?
 아, 쥐들 때문인가?
 사실 쥐 한 마리 잡아 봤자 쥐 레벨이 상당히 낮아서 들어오는 겸치는 아주 미세하지만, 그게 모이고 모이면 어마어마해진다.
 그 결과 바로 지금 들려오는 레벨업 소리······.
 아, 정말 멋지다, 멋져!
 돈도 벌고 레벨업도 하고, 심지어는 난 자도 상관없으니······.
 이건 최고다, 정말!
 
 “하아아암.”
 난 정말 푹 자고 일어난 뒤 텐트에서 나와서 몇 시쯤인가 싶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상당히 어두워진 걸로 봐서 밤에 가까워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아침에 와서 이 작업을 했으니, 어마어마하게 여기에서 작업했구나(내가 한 건 없지만).
 그나저나 아까 자기 전에 1업을 했는데, 또 업이 되었을라나?
 난 살짝 그런 기대가 들어서 레벨 점검을 하는데······.
 “헉! 또 올랐다!”
 아까 레벨업을 해서 18이었는데 지금 20으로 또 상승했다.
 한마디로 총 오늘 쥐만으로도 3업을 한 거다.
 우아, 완전 대박!
 특히 자면서 레벨업을 했다는 게 더욱 보람차다고나 할까?
 그럼 이제 레벨도 확인했겠다, 남은 건 고양이 로봇들이 얼마나 잡았는지 확인해 볼 차례다.
 난 당장 창고 안으로 들어가서 잡힌 쥐들의 양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엄청 많이 잡았구나.”
 아까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북이 쌓인 쥐들.
 거의 탑 수준이다.
 최소 몇 천 마리는 될 듯 보였다.
 이걸로 몇 천 루팅은 확보되었다는 게 느껴진다.
 [쥐맨이라는 타이틀을 얻으셨습니다.]
 “으응? 쥐맨?”
 그때 뜬금없이 들려오는 음성.
 쥐맨이라니, 거참 미묘하기 그지없는 타이틀이다.
 그래도 일단 타이틀인 이상 거기에 부가 옵션이 붙어 있을 건 확실하니 나야 좋다.
 그럼 쥐맨이라는 타이틀을 확인해 볼까?
 
 ―쥐맨―
 쥐만 5,000마리 이상 잡은 미친놈에게 부여되는 타이틀.
 옵션:모든 쥐에게 데미지 1,000% 증가.
 
 쥐에게 데미지 1,000% 증가라······.
 뭐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설명이 나쁘다. 쥐만 5,000마리 이상 잡은 미친놈에게 지급되다니······.
 그럼 내가 미쳤다는 거야, 뭐야?
 진짜 설명을 해도······. 쩝!
 “흠흠. 얼마나 잡았나?”
 “아······.”
 그 순간 언제 나타나셨는지 할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내며 물었고, 난 그 물음에 쥐 떼를 손으로 가리켰다.
 “컥!”
 한편 수북이 쌓인 쥐들을 보고 할아버지는 기겁을 하셨다.
 아니 심지어는······.
 “저, 저게 뭔가?!”
 쥐들을 보고 저게 뭐냐고 물으시기까지 하신다.
 어찌 됐든 물으셨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니, 난 즉시 대답했다.
 “쥐들이요.”
 “저, 정말 저게 쥐들인가?!”
 “100% 자연산입니다.”
 “······.”
 난 저렇게 쌓인 게 쥐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는 할아버지에게 100% 자연산이라고 강조했고, 그 모습에 살짝 쥐들에게 다가가더니 100% 자연산 쥐인 걸 확인하는 할아버지.
 그 후 나를 보더니 경외가 담긴 말투로 말했다.
 “어떻게 인간이 하루 만에 저렇게 쥐를 잡을 수 있단 말인가?!”
 “······.”
 “100마리 잡아도 무지막지하게 잡는 건데, 이 정도로 잡다니······. 허허! 믿어지지가 않아.”
 “하하하, 도와주는 애들 덕택이죠.”
 “도와주는 애들? 그게 뭔가?”
 “있습니다, 아주 귀엽고 깜찍한 것들이요.”
 “······.”
 돈 벌어 주고 레벨업을 시켜 주는 고양이 로봇들 말이다.
 
 그렇게 난 약 사흘간 작업해서 약 13,000마리에 달하는 모든 쥐를 잡았고, 힘들게(3일간 잠만 잤음.) 13,000루팅을 벌었다.
 그와 동시에 레벨업도 3업 더해서 지금은 23레벨에 도달한 상태고.
 “아, 그런데 13,000루팅으로는 힐 쓰고 활 쏘는 오우거 로봇 만드는 데 턱없이 부족한데······.”
 아직도 16,800루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금액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싶어 고민에 잠겼을 때였다.
 “저기······ 혹시 쥐잡태사(?)라는 위대한 별명을 가지신 분이십니까?”
 “네?”
 30대 초반의 남자가 갑자기 내게 나타나더니 생뚱맞은 질문을 하신다.
 쥐잡태사라니, 그건 뭐야?
 난 쥐잡태사라는 말이 뭔가 싶었지만, 어차피 나랑은 전혀 관계없는 단어다.
 난 고개를 살며시 저으면서 말했다.
 “전 그런 별명 없는 데요······.”
 “아, 실례했습니다.”
 내 말에 그 남자는 실례했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 후 남자는 다시 빤히 나를 보더니 재차 묻는다.
 “진짜 쥐잡태사님이 아니신가요?”
 “저기요, 전 쥐잡태사가 뭔 뜻인지도 모르거든요?”
 “아니, 쥐잡태사님을 모르십니까?”
 “네, 모르는데요.”
 “허허, 그 전설의 쥐잡태사님을 모르시다니······.”
 “······?”
 “‘쥐를 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말을 줄여서 쥐잡태사라고 합니다. 그는 어마어마한 전설을 남기셨죠. 단 사흘 만에 쥐 13,000마리를 전멸시키는 전설을······.”
 “저기, 잠깐만요.”
 “······?”
 “사흘 만에 쥐 13,000마리를 잡았다고요?”
 “네.”
 “그건 전데요.”
 “그, 그럼 역시 쥐잡태사님이셨군요!”
 “네?”
 “아, 모르셨나 보군요. 사흘 만에 13,000마리를 잡은 당신을 우리는 쥐잡태사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니, 도대체 그 난해한 별명은 뭐야?!
 나도 모르게 어느새 주어진 쥐잡태사라는 별명······.
 뭐? 쥐를 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 무슨 별명이 저렴하다 못해 우울하냐.
 좀 더 멋진 별명으로 마우스 슬레이어라든가 이런 걸로 지어 주지, 쥐잡태사라니 참으로 저렴한 별명 지어 주셨다.
 참, 이게 아니라 도대체 무슨 일로 나를 찾은 거지?
 난 그런 궁금증에 물으려는데······.
 “25,000루팅을 드리겠습니다.”
 “······?!”
 “빅 마우스를 잡아 주십시오.”
 “······.”
 미리 선수 치면서 본론을 말하는 그 남자.
 빅 마우스를 잡아 달라고?
 일명 큰 쥐를 잡아 달라는 건데, 달랑 그거 한 마리만 잡으면 25,000루팅을 준다는 거야?
 난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쥐잡태사의 힘을 보여 드리죠.”
 
 난 그 빅 마우스가 서식하고 있다는 어느 한 창고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 빅 마우스를 확인하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나는 빅 마우스라고 해 봤자 좀 큰 쥐인 줄 알았다. 대충 커 봤자 1~2미터 정도?
 그런데 그 수준이 아니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거의 미친 수준이었다.
 “무슨 쥐가 10미터를 넘어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저건 쥐가 아니라 쥐 가면을 쓴 괴물일 뿐이다.
 그래도 여기서 다행이라면······.
 “개떼를 준비해 놓았지.”
 혹시 몰라 개 50마리(50마리 이상부터는 재료가 다섯 배 더 들어가기 때문에 50마리만 했다.)를 준비해 놓은 것이다.
 만약에 이것들을 준비해 놓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그나저나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전투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난 그래서 당장 그들을 소환했다.
 “개 모두 소환!”
 내 외침에 개가 50마리 소환되었고, 난 나를 보고 있는 쥐에 탈을 쓴 괴물을 향해 소리쳤다.
 “개떼 러시를 보여 주마! 개들 돌격!”
 “······!”
 명령이 떨어지자, 개들은 개떼 러시로 빅 마우스에게 돌격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비웃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빅 마우스······.
 그러더니······.
 우우우웅!
 “······.”
 파앗!
 입에서 녹색의 액체 같은 걸 모으더니 그대로 쏘아 버린다.
 그리고 그 녹색 액체에 맞은 개떼 중 일부 그러니까 약 네다섯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난 그 모습에 잠시 당황했고 빅 마우스를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산성 브레스냐?”
 힐 쓰고 활 쏘는 오우거에 이어 이제는 산성 브레스 쏘는 쥐라니, 어떻게 하면 이런 멋진 몬스터들만 튀어나오는 걸까?
 참으로 감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저거 왠지 탐나는데?
 저걸 로봇으로 만들면 이번에는 브레스 쏘는 로봇 쥐를 만들게 되는 거니까 탐이 안 날 수가 없다.
 뭐 탐이 난다면 스캔에 성공해서 가지면 되는 것!
 그래서 난 파괴보다는 포획 쪽으로 작전 변경을 하고, 어느새 빅 마우스의 근처까지 다가간 개떼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두 다리를 중점적으로 물어뜯어서 기동성을 파괴한다!”
 “······!”
 내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빅 마우스의 두 다리를 향해 몰려드는 개떼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빅 마우스의 모습이 무척이나 여유롭다.
 사실 이 정도 되는 개떼가 달려들면 무슨 방어 태세를 취하든가 공격을 하든가 그래야 되는데 너무 여유로워 보이니 오히려 공격하는 내가 기분이 나쁠 정도다.
 그 순간이었다.
 “찌찌지직!”
 “찌찌찌지직!”
 “찌찌찌찍!”
 어디선가 무지막지한 숫자의 쥐 떼들이 나타나 그 빅 마우스에게 달려들던 내 개들을 그대로 덮쳐 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난 살짝 당황했지만, 최대한 빨리 침착함을 찾은 뒤 다급히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 그들을 소환했다.
 “고양이 1~33까지 모두 소환! 저 쥐들에게서 개를 구해 내!”
 내 명령에 의해 소환된 고양이 로봇들은 쥐 떼들에게 덮쳐진 개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쥐들은 어느새 달려드는 고양이 로봇들을 인식하였고 쥐 떼의 일부가 이번에는 고양이 로봇들을 덮쳐 버렸다. 순식간에 내 모든 로봇들이 쥐들에게 덮쳐진 상황이 발생했다.
 “아아악! 이건 아니야!”
 그 모습을 본 나는 머리를 붙잡지만, 그런다고 이 상황이 해결될 리는 없다.
 최대한 저 쥐 떼 속에서 개와 고양이 로봇들을 구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 난 곧바로 그 스킬을 외친다.
 “페러도아!”
 내 외침과 함께 내 손에 둥그런 모양의 로봇이 하나 소환되었고, 난 그 로봇을 그대로 쥐 떼들을 향해 던진다.
 콰앙!
 동그란 모양의 로봇은 쥐 떼와 부딪힘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고, 잠시지만 쥐 떼들에게 덮쳐져 있던 고양이 로봇과 개 로봇들을 구출할 수 있었다. 난 그 모습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끼이이익!”
 “끼이이익!”
 “끼이이익!”
 그런 나를 모든 쥐새끼들(?)이 보더니 기이한 음성과 함께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방금 내가 페러도아를 사용해서 화난 건가?!
 난 괜히 사용했나 싶지만, 그런 후회를 하는 시간보다는 일단 도주해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저 어마어마한 쥐 떼들에게 죽을 테니까.
 그런 생각에 나는 진짜 모든 힘을 다해서 도주를 시작했다.
 무척 치욕적이지만, 쥐한테 쫓기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헉, 헉, 헉.”
 난 어마어마한 쥐 떼 공습에서 잠시 후퇴했다.
 정말 만만하게 보던 쥐가 그 정도로 모여 다니니, 그 전투력이 장난 아니다.
 그나저나 도망은 왔는데 도망치는 와중에 내 로봇들이 모두 부서져 버렸다.
 사실 여기에 그 슈퍼 오우거 로봇만 있었더라면 그 오우거 로봇을 이용해서 나무를 뽑아서 그냥 쓸어버리면 될 텐데, 문제는 오우거 로봇이 없다는 거다.
 이런 때일수록 더 고급 로봇이 가지고 싶어진다.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그 쥐 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는 게 문제다.
 단순한 개와 고양이 로봇으로만은 그 어마어마한 쥐들을 상대할 수가 없다.
 그 수많은 쥐 떼를 없앨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젠장, 이대로 빅 마우스 잡기 프로젝트는 접어야 하나?
 저 쥐 떼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절대로 빅 마우스는 잡을 수가······.
 “아······ 저거!”
 그런데 그때 절묘하게 내 눈에 들어오는 한 생물체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포이즌 고슴도치’라고 불리는 동물의 한 종류였다.
 여기서 포이즌 고슴도치란 독을 품은 고슴도치로, 자기방어를 할 때 온몸이 가시 상태가 되는데 그 가시에 찔리는 순간 맹독에 의해 단숨에 절명할 정도로 방어에는 최강이라고 불리는 동물이었다.
 그런 특성을 가진 저 포이즌 고슴도치를 로봇으로 만들고, 쥐들이 달려들 때 가시로 변하게 한 뒤 그 가시에 쥐들이 찔리면?
 “대박이다!”
 난 당장 포이즌 고슴도치 로봇 제작에 들어갔다.
 
 난 곧바로 다시 컴백했다.
 그 빅 마우스 쥐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한편 돌아온 나를 보고는 도망간 주제에 또 왔냐는 얼굴로 나를 비웃는 모습을 보이는 빅 마우스.
 으윽! 왠지 그 모습에 굴욕적이었지만, 어차피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라는 생각에 그런 생각을 지운다.
 그러고는 명령을 내렸다.
 “고슴도치 모두 소환!”
 포이즌 고슴도치 50마리(재료가 철 1킬로그램하고 간장만 들어갈 정도로 가격이 낮아서 50마리 제작했다.)를 소환한 뒤 의기양양한 어조로 외친다.
 “덤벼.”
 “끼이익!”
 “······.”
 한편 내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빅 마우스의 부하들인 쥐 떼들이 등장했고, 난 살짝 긴장한 듯 바라보았다.
 왜냐고?
 저 쥐 떼들이 나한테 달려들면 안 되거든.
 무조건 고슴도치 로봇들에게 달려들게 해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내가 애써 생각해 낸 작전은 완전 실패하게 되니까.
 그런 생각을 한 난 저 쥐들이 고슴도치 로봇들을 공격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쥐 떼 영역으로 보냈다.
 “고슴도치 군단, 무조건 돌격!”
 다다다.
 다다다닥.
 내 외침에 쥐 떼 군단으로 돌격하는 고슴도치 군단.
 한편 그 모습을 본 쥐 떼들은 곧바로 고슴도치를 공격하려고 달려들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싸, 걸렸구나!
 “모든 고슴도치, 가시 모드로 변경!”
 나의 명령에 재빠르게 가시 모드로 변경하는 고슴도치 로봇들.
 그리고 그 로봇들을 향해 무한 러시에 들어가는 쥐 떼들.
 잠시 후······.
 “끼이익!”
 “끼이이익!”
 “끼이이익!”
 쥐들이 고슴도치 가시에 찔려서 중독된 뒤 그대로 상큼한 비명을 지르면서 죽는다.
 물론 그런 광경을 본 쥐들이지만 애들이 공격에 원한이라도 맺혔는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고슴도치 로봇들에게 달려들고, 10분 후······.
 “모두 전멸이다!”
 수천 마리에 달하는 쥐 떼들이 모두 전멸해 버렸다.
 내 고슴도치 로봇은 하나도 부서지지 않은 채 말이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대승?!
 아, 추가적으로 2업이나 레벨업을 한 건 보너스고.
 끼익, 끼이익.
 그때 자신들의 똘마니들이 모두 죽은 걸 확인하고는 살짝 당황한 듯 이상한 소리를 내는 빅 마우스.
 난 그런 빅 마우스를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자, 그럼 이제 얌전히 나의 스캔을 받으라고.”
 “끼이익!”
 하지만 그런 내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 마음은 없었는지 비명을 지르더니 브레스를 준비하는 빅 마우스.
 뭐 대충 예상한 반응이다.
 그럼 무력으로 제압할 수밖에······.
 “개 로봇 모두 소환! 모두 공격!”
 난 그런 생각에 또다시 만든 개떼 50마리를 돌격시켰고, 한편 브레스를 내게 뱉으려 했던 거대 쥐는 자기에게 달려드는 로봇 개들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개 여덟 마리가 산성 브레스에 녹아 버리고, 난 그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서는 방금 전 녹아 버린 로봇들에게 일일이 지시를 내려서 피하게 하고 싶었지만, 워낙 50마리가 한 번에 몰려가다 보니 쟤들이 몇 번째 애들인지 알 수가 없어서 명령이 불가했던 거다.
 아, 로봇이라서 좋은 점도 많지만 이렇게 명령 없이는 브레스가 날아오든 뭐가 날아오든 간에 몸으로 맞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한편 그 개 로봇 여덟 마리가 희생하는 동안 어느새 거대 쥐에게 달려간 나머지 로봇들.
 그 로봇들은 거대 쥐의 다리 부분을 물어뜯기 시작하고, 거대 쥐는 그런 개들을 떼어 내기 위해 댄스를(?) 추신다.
 하지만 로봇들은 거대 쥐의 댄스에게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았고, 간혹 떨어지는 개들도 있었지만 금세 또다시 달라붙어 그 거대 쥐의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끼이익!”
 거대 쥐는 잠시 후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고, 그와 동시에 난 재차 명령을 내렸다.
 “모든 개들, 골고루 물어!”
 내 명령에 개 로봇들은 넘어진 거대 쥐를 타고 올라가면서 물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난 고개를 저었다.
 “개떼 러시가 정말 무섭구나······”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잠시 후 난 죽어 가는 거대 쥐에게 다가가 스캔을 시도했다.
 그리고 약 5분 후 무사히 스캔을 성공한다.
 참고로 산성 브레스 쏘는 쥐의 레시피를 공개하자면······.
 
 철광석 500킬로그램
 루비 500그램 3등급 2개
 
 이렇다.
 아아, 철광석 500킬로그램이라니······.
 제대로 미쳤다.
 물론 크기가 크기인 만큼 웬만히 들어갈 건 예상했지만, 그래도 500킬로그램은 좀······.
 거기다가 루비 500그램 3등급 2개.
 그나마 루비가 사파이어보다는 낮은 가격인 25,000루팅에 거래되고 있지만, 문제는 두 개가 들어간다는 거다.
 어휴, 스캔하면 뭐하나······.
 로봇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 이렇게 많이 들어서야······.
 아무래도 이 직업은 스캔을 성공하는 것보다 돈을 얼마나 잘 버냐가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참,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힐 쓰고 활 쏘는 오우거 로봇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그런 생각을 한 나는 당장 퀘스트를 준 남자에게 찾아가서, 보상 25,000루팅을 받고 바로 사파이어를 구입했다.
 앗싸! 사파이어 획득!
 모든 재료가 준비된 나는 당장 오우거 로봇 제작에 들어갔다.
 “폴라보튼!”
 째깍째깍.
 째깍째깍.
 내 외침과 함께 게이트를 통해 나오는 로봇 일꾼들.
 그들은 철들을 녹이고 사파이어를 녹이면서 서서히 오우거 로봇을 만들고, 잠시 후······.
 “완성이다!”
 드디어 오우거 로봇이 완성되었다.
 오우거 로봇이다.
 내가 만든 로봇 중 최초의 고급 로봇.
 재료비도 어마어마하게 들었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을 로봇이다.
 자, 그럼 만든 기념으로 거룩한 행사(?)를 해야겠지?!
 그 거룩한 행사란!
 “힐을 다오!”
 “힐링!”
 오우거 로봇에게 힐링을 받는 행사.
 한편 오우거는 내 요청에 내게 힐링을 선사해 주고, 난 오우거의 힐링에 그저 감동의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내가 만든 로봇에게 힐 받는 기분,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아, 그러고 보니 로봇에게 힐링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보조 마법 쓰는 애를 로봇으로 만들면?!”
 힐링뿐만 아니라 다른 혜택까지도 모두 받을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
 오오, 진짜 생각만으로 흥분되는데?
 
 
 
 
 
 제4장 무기
 
 
 
 오우거 로봇을 만들고 남은 금액은 대략 9,000루팅 정도였다.
 난 이 금액을 이용해서 무기를 사려고 한다.
 뭐 나중에 만들게 될 산성 브레스 쏘는 쥐를 만드는 데 보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일단 지금 중요한 건 아무래도 무기다.
 내가 전투 관련된 스탯을 가져 봤자 무기가 없으면 공격하기가 난감하니까.
 그나저나 어떤 무기를 선택해야지 잘 선택했다고 할까?
 일단 무기마다 각 장점이 있다 보니 어떤 무기를 가져야 할지 한참을 고민한 결과.
 “흐음, 역시 검이 제일 무난하겠지?”
 일단 검이 제일 무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소드 거리로 갔다.
 여기서 소드 거리란 아르톤 제국에서 검만 파는 거리로, 이곳에 가면 모든 검을 다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검의 거리라고 볼 수 있다.
 “쌉니다! 싸게 드려요!”
 “어서 사세요, 싸게! 정말 싸게 팔아요!”
 “단돈 3,000루팅, 그냥 가져가세요!”
 “거저 드리는 겁니다. 2,000루팅, 단돈 2,000루팅!”
 “······.”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검을 파려는 유저들이 큰 목소리로 홍보를 하고, 난 그 홍보를 하는 검들을 슬쩍슬쩍 바라보았다.
 하지만 3,000루팅, 2,000루팅 등 낮게 가격이 책정된 것들은 딱 봐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말하자면 무기나 방어구에 등급이 있는데, 노멀―매직―레어―유니크―전설―신급 이렇게 나누어져 있다.
 저기서 3,000루팅이나 2,000루팅 하는 건 대부분 매직급이다.
 내가 원하는 유니크는 최소 못해도 3만 루팅 이상이다.
 어휴, 돈 없어서 로봇도 못 만드는데 무기까지 못 사다니.
 그놈의 돈이 문제군, 문제야.
 그냥 아쉬운 대로 매직이나 사서 쓰고 나중에 고급 무기를 사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인 듯싶다.
 난 그런 생각에 매직 중에서도 최고급이나, 아니면 싼 레어급 무기를 고르면서 돌아다니는데······.
 “무기는 로봇으로 못 만드나?”
 이상하게 번뜩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와 동시에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설명!
 ‘식물이든 동물이든 몬스터든 심지어는 무생물까지도 제한 없이 스캔이 가능하다(단 살아 있는 존재일 경우 살아 있을 시에만 가능하고, 유저는 불가).’
 바로 스캔에 대한 설명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심지어는 무생물까지도 스캔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 말은 즉, 잘하면 검도 스캔이 가능하다는 건가?
 만약에 가능하다면······.
 “그, 그럼 완전 최강이잖아!”
 신급 무기를 스캔만 하면 신급 로봇 무기가 내 손에 쥐어지는 상황이다.
 흥분되어서 미쳐 버릴 것 같다.
 잠시! 진정해라, 진정해.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그냥 검도 스캔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일 뿐이잖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이상 미리 상상해서 흥분하는 건 옳지 않다.
 그래, 진정해······.
 난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에 미치도록 흥분되는 내 가슴을 그렇게 최대한 진정시킨 뒤, 직접 내 눈으로 무기가 스캔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300루팅짜리 무기를 대충 하나 구입한 뒤 스캔을 시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설계도가 내 손으로 떨어지는데······.
 “성공······했다?!”
 성공하고 말았다.
 무기 스캔, 성공했어!
 그 말은 즉 무기도 로봇으로 만들어진다는 거잖아!
 아아악!
 
 “휴우······.”
 난 너무 흥분돼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어째 메카니스트라는 직업을 얻었을 때보다 더 흥분된다.
 무기 스캔이라니, 무기 스캔이라니······.
 진짜 너무 멋지잖아.
 자, 진정해라, 진정해.
 이러다가 숨넘어가겠다.
 그나저나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은 최강의 무기를 스캔하는 것이다.
 그 작업은 지금 무기를 팔고 있는 유저들을 상대로 해도 되고, 혹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자들을 상대해도 된다는 소리(그러고 보니 몬스터들의 무기도 스캔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네?).
 뭐 사실상 신급 무기를 들고 있는 유저를 상대로 스캔을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왜냐고?
 그 유저가 할 일 없이 나에게 5분이나 무기를 보여 줄 확률도 없고, 다른 방법인 그 무기를 가진 상대를 죽이거나 완전히 제압한 상태에서 스캔을 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신급 무기를 가진 정도라면 무척이나 강력한 상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그 신급 무기를 가진 존재를 제압하거나 죽일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 이유 없이 제압하거나 죽인 뒤 스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럼 남은 방법은 무기를 구경하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스캔하는 것이다.
 이게 최고다.
 그래서 난 당장 비싼 무기들을 파는 구역으로 이동했다.
 
 “비싸다, 비싸.”
 이건 정말 상상 초월이다.
 난 사실 3만 루팅이면 좋은 걸 살 줄 알았는데, 3만 루팅으로는 매직 등급이 한계였다.
 그 위에 옵션인 유니크는 거의 몇 십만 루팅이 기본이었고, 그 상위 옵션인 전설급 같은 경우는 제일 싼 게 500만 루팅이었다.
 거기다가 신급 무기 관련은 아예 없고 말이다.
 쩝, 신급 무기를 이런 데서 사기는 애초에 무리였나?
 뭐 그래도 전설급 중에서 최고급을 사면 아니, 스캔하면 난 대만족이니 그걸 노려야겠다.
 난 그런 생각에 제일 좋아 보이는 무기를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찾아냈다.
 사람들이 잔뜩 모인 곳을······.
 여기서 사람 잔뜩 모인 거랑 제일 좋은 무기랑 뭔 상관이냐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들어가는데, 원래 좋은 무기가 있을수록 그걸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법!
 그러니 사람이 많을수록 그 무기가 좋다는 거다(절대적인 건 아니고 대충 그렇다는 거다).
 그렇게 난 많은 사람들을 파헤치며 그 무기를 확인하는 순간, 생각했다.
 딱 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좋아 보인다고.
 일단 외형적인 모습만 봐도 너무 멋지게 만들어졌고, 검의 날은 살아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날카롭다.
 “저거, 드래곤 뼈로 만든 검이래.”
 “지, 진짜?”
 “어, 진짜!”
 “드래곤 뼈로 만든 검이라니, 어마어마한 공격력이겠다.”
 “그렇지? 나도 그럴 것 같아.”
 한편 구경하던 사람들의 대화로 저 검이 뭐로 만들어졌는지 파악이 됐다.
 드래곤 뼈로 만들어진 검이라······.
 휴우, 만들어진 재료도 일단 대박이구나.
 그나저나 저 정도 되는 검은 얼마나 할까?
 “그런데, 저거 얼마한데?”
 “저거? 3,000만 루팅.”
 “에에? 3,000만?”
 “놀랐지? 나도 놀랐다. 3,000만이라니, 아무리 전설급 중에서도 최상급이라지만······.”
 “휴, 꿈에서도 못 사겠다.”
 “······.”
 3,000만 루팅이라, 진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3,000만이라니. 휴우, 돈으로 사려면 아예 영원히 못 살 검이다.
 그렇지만 난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서, 3,000만이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다.
 오히려 여기서 더 좋은 검이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다.
 자, 그럼 서서히 스캔을 시도해 볼까?
 난 그런 생각에 은근슬쩍 구경하면서 그 검과 접촉을 하려는데······.
 “만지시는 건 안 됩니다!”
 “······.”
 만지는 건 안 된다는 그 검의 주인.
 젠장, 왜 만지는 것이 안 된다는 거지?
 좀 만진다고 검이 닳기라도 하는 거냐?!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 검의 주인인 30대 초반의 남자가 말했다.
 “만지면 검에 때가 묻거든요. 뭐 정 만지시고 싶다면 5,000루팅만 내신다면······.”
 “······.”
 지금 장난해? 검 만지는데 5,000루팅을 내놓으라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아니, 무엇보다 그 누가 검 만지려고 5,000루팅이나 내놓겠는가?
 절대 아무도 만지지 않을 거지만······.
 “난······ 만져야 된다.”
 저 검을 만들려면 설령 5만 루팅을 내놓으라고 해도 만져야 한다.
 그래야지만 스캔을 성공하니까.
 검 만지는데 5,000루팅이라니 정말 가슴 아프지만, 난 5,000루팅을 건네면서 말했다.
 “5분간 만질 겁니다.”
 “에에?”
 “······.”
 내가 진짜로 돈을 주고 만진다고 하자 검의 주인은 무척 어이없어 했다.
 사실 자기 딴에는 농담 삼아 그런 말을 했을 텐데, 그 말에 따라 실제로 만지려고 돈 내는 내가 어이없을 거다.
 어찌 됐든 난 돈을 쥐어 준 뒤 정당하게 그 검을 만졌다.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검을 만지면 스파크가 튀는데 어떡하지?
 분명 그 모습을 보면 검에 이상한 짓을 하는 줄 알고 제지 들어갈 건 당연지사.
 뭔가 방법을······.
 파지짓!
 파지지짓!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살짝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다급히 외쳤다.
 “아, 저기 금이다!”
 “금?!”
 “금이래?”
 “금?!”
 “······.”
 금이라는 말에 그 누구라도 할 것도 없이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이 돌아갔고, 난 다행히도 그 스파크 튀는 모습을 아무에게도 안 보일 수 있었다.
 “하하하, 제가 잘못 봤나 보네요.”
 “······.”
 “······.”
 “······.”
 “······.”
 난 금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웃었고, 사람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뭐 저 정도 시선이야 상관없다. 내가 스파크 튀는 광경을 아무에게도 안 보여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저기 저 남자가 검에 이상한 짓을 했어요!”
 “······?”
 “······?”
 “막 검에서 스파크가!”
 “······.”
 제길······.
 그때 한 남자가 내가 스캔하면서 스파크가 튀는 장면을 목격했는지 고발했고, 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특히 검 주인은 의심 가득하게 나를 바라보는 상태다.
 난 재빨리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일단 검을 확인해 봐야겠군요.”
 “······.”
 어? 그럼 안 되는데!
 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스캔을 포기해야 하는 상태다.
 재차 시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다.
 그렇게 내가 초조함에 어찌할 줄 몰랐을 때였다.
 스르륵.
 마침 스캔이 완료되었는지 설계도가 내 손에 떨어졌고, 난 그걸 어마어마한 속도로 낚아챈 뒤 소리쳤다.
 “그, 그럼 확인해 보세요!”
 어차피 설계도가 확보된 이상 난 당당하기 그지없다.
 한편 이런 내 말에 그 검의 주인은 나를 살짝 노려보면서 말했다.
 “검에 약간이라도 문제가 있을 시 모든 책임은 그쪽이 지셔야 합니다.”
 “그러죠, 뭐.”
 “······.”
 그 남자는 그 검을 한참 동안 확인했고, 잠시 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남자는 내게 살짝 미안한 듯 말했다.
 “아무 문제없네요. 실례했습니다.”
 “괜찮습니다. 하하하.”
 “부, 분명 아까 스파크가 튀는 걸 봤는데······.”
 그때 그 스파크가 튀기는 걸 봤다는 남자가 중얼거리고, 난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잘못 보셨나 보네요.”
 “······.”
 
 “크크! 확인해 볼까?”
 난 그 말을 끝으로, 곧바로 검 로봇 설계도와 재료 확인에 들어갔다.
 
 철광석 10킬로그램
 다이아몬드 500그램 2등급 한 개
 
 젠장!
 확인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속으로 소리쳤다.
 철광석이 적게 들어가는 건 좋은데, 문제는 보석이다.
 다른 보석도 아니고, 그 비싼 다이아몬드가 그것도 500그램에 2등급이 필요하다니!
 내가 알기로는 다이아몬드 2등급 가격이 20만 루팅일 정도로 고가의 보석이다(물론 3,000만 루팅짜리 무기를 단돈 20만 루팅만 들어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이익이지만, 나한테 20만은 무척이나 큰돈이다 보니).
 거기다가······.
 “브레스 쏘는 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만 해도 대략 6만 루팅, 그럼 검하고 쥐 만드는데 필요한 돈이 26만 루팅······.”
 아악! 무슨 수로 26만 루팅을 벌라는 것이냐!
 으윽!
 
 
 
 
 
 제5장 아현
 
 
 
 찡긋.
 난 학교에 온 이후에도 26만이라는 단어 때문에 인상을 찡그렸는데······.
 “어, 어떡해! 인상 찡그렸어!”
 “무, 무서워······.”
 “갑자기 우리 때리는 것 아니겠지?”
 “몰라······.”
 그런데 그때 내가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을 본 여자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난 그런 반응에 한숨만이 나왔다.
 도대체 내가 왜 사람 때리는 이미지로 박혀 버린 걸까?
 아무래도 그때 그 사건 때문이겠지?
 참고로 그 사건이란, 내가 학기 초기 때 나에게 시비를 걸던 학교 짱을 반 죽여 놓은 사건 때문이다.
 난 그저 나한테 시비 걸어서 대항했을 뿐이고, 앞으로 조용히 살기 위해서 본보기로 좀 과하게 밟았을 뿐인데 그 이후로 이런 반응이다.
 심지어는······.
 “전과 24범이래.”
 “에에? 진짜?”
 “진짜!”
 “······.”
 어느새 난 전과 24범이 되어 있었다.
 허허허, 도대체 내 나이가 이제 18살인데 전과 24범이 말이 되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난 그저 한숨만 쉴 뿐이다.
 “아, 아현이다!”
 “진짜?!”
 “어디, 어디?”
 “우리 천사 아현이!”
 “내 아내 이름 막 부르지 마, 인마!”
 “염병하시네.”
 “······.”
 한편 내가 크나큰 오해로 한숨을 내쉬는 사이에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등장하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키 166cm에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얼굴은 초절정 미소녀인데다가(얼마나 예쁘냐 하면 연예인 중에서 제일 예쁘다는 분도 한 수 접힐 정도다. 뭐 이건 나의 판단만이 아닌 아현이를 본 분들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몸매도 예술이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뭐 한마디로 완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소녀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여자한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 역시도 그녀가 들어오면 눈이 자동 고정이다.
 한데 진짜 예쁘기는 너무 예쁘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예쁘지? 거의 미스터리 수준이다.
 움찔.
 “······.”
 그런데 그 순간 주변을 살피다가 나와 눈빛이 마주치더니 움찔하는 아현이.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여운 게······가 아니잖아!
 나를 보고 움찔했다고!
 그 말은 그녀 역시 나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거다.
 도대체 나의 악명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아니, 그리고 다른 이들이 오해하는 건 그렇다 쳐도 저런 아리따운 미소녀에게 오해를 당하는 건 왠지 너무나도 싫다.
 그럼······?
 “흠, 오해를 푸는 거다.”
 직접 내가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말하고 오해를 푸는 거다.
 그뿐 아니라 사실은 너무 순진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의 결정체라는 것도 알려 줄 거다.
 그렇게 생각한 난 아현이에게 말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움찔.
 움찔.
 내가 자리에서 일어선 것만으로도 주변 아이들은 움찔거린다. 생각 외로 이미지가 심각한 걸 깨들은 나는 어서 빨리 아현이에게 나의 순수함을 알리기 위해 다가갔다.
 “으악! 혀, 현중이가 아현이에게 다가가!
 “어, 어떻게!”
 “꺅!”
 “무, 무서워!”
 “그런데 왜 가는 거지?!”
 “설마 고백이라도 하려고? 아무리 악마 같은 현중이라고 해도 저렇게 예쁜 아현이를 이유 없이 때릴 수는 없을 테니······.”
 “아니, 그건 몰라. 현중이는 악마니까 때릴 수도 있어.”
 “······.”
 내가 다가가는 모습에 완전 난리 난 학생들.
 저기요, 전 그냥 제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려고 다가가는 거지, 별 뜻은 없거든요
 특히 내가 아현이를 때린다는 말 자체가 기가 막힌다.
 항상 레이디 퍼스트로 여자한테 최고로 잘하는 나인데, 그런 오명을 뒤집어쓰다니······.
 어찌 됐든 그렇게 많은 학생들의 오해를 사면서 난 아현이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현이 역시도 다가온 나를 보고 무척 긴장하는 듯하고, 난 그 모습에 생각한다.
 한시라도 빨리 오해를 풀어야 되겠다고 말이다.
 난 그런 생각에 말을 꺼내려는데······.
 “널 가지겠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라는 이런 멘트 치는 거 아니야?”
 “널 가지겠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엥?!”
 “······.”
 그만 실수로 누군가가 옆에서 친 말을 그대로 따라 해 버린 것이다.
 난 해서는 안 될 실수에 무척이나 당황했는데, 그런 나보다 더 당황한 존재들은 바로 학생들이다.
 “마, 말도 안 돼. 지, 지금 고백한 거지?!”
 “것도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가지겠대!”
 “어, 어떡해!”
 “아아악! 나의 아현이가 저런 놈에게 고백을 당하다니!”
 “크아악!”
 “······.”
 특히 뜻하지(?) 않은 고백을 받은 아현이는 얼굴이 새빨개진 상황이다.
 난 개판이 된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다급히 말을 꺼내려고 하지만······.
 “수업 시작이다!”
 “······.”
 어느새 수업이 시작되었는지 담임선생님이 들어오고, 난 이 상황에 그대로 머리를 붙잡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 마이 갓.’
 
 “너 그거 들었냐?”
 “뭐?”
 “최현중이 이아현에게 고백한 거.”
 “아, 나 그거 들었어! 들었어!”
 “후, 세상에나! 어떡하지? 하필 그런 무서운 애한테 고백을 받다니.”
 “그러게 말이야. 다른 이도 아니고 최현중인데 거절도 못하잖아.”
 “그러게, 거절하면 묻어 버릴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도 한경석 때문에 그런데······.”
 “······.”
 난 점심시간에 매점 가는 길에 들은 두 남자 이야기에 그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닫혀 버렸다.
 내가 도대체 무슨 이미지기에 고백을 거절하면 묻어 버린다는 말이 나오는 거냐?
 지금 실수로 고백한 상황에 대한 아현이의 오해를 풀어 주려는 생각에 머리 아파 죽겠는데, 저런 소리 들으면 더 머리 아프다.
 심지어는 이런 소리까지 들리고 있었으니······.
 “현중이가 아현이에게 고백할 때 이랬대. ‘지금부터 아현이한테 말을 거는 남자 놈들은 다 죽여 버리겠어!’라고.”
 “헉! 무, 무섭다.”
 “그러게 말이야.”
 “그럼 한경석이랑도 겹치잖아?”
 이런 소리?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는지 내 자신도 모르는데, 저들은 알고 있다.
 거참 신기할 뿐이다.
 참,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어서 아현이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
 고백이 실수였다는 것과 사실 난 착한 아이라는 것 말이다.
 그렇지만 주변에 누군가가 있으면 아까와도 같은 실수를 할 수 있으니, 단둘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난 둘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그녀를 따라다니는데, 오히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은 이런 소리를 했다.
 “가, 감시하고 있어.”
 “다른 남자가 말을 걸면 죽이려고!”
 “어, 어떻게······.”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
 나 진짜 내 이미지가 갈 데까지 간 거라고 팍팍 느낀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아현이에게 나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된다고 절실히 느꼈다.
 그런데 문제는 둘만의 시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아, 미치겠다.
 어서 오해 풀고 싶은데!
 “너냐?”
 “······?”
 그때 아현이와 단둘만의 시간을 노리던 나에게 잔뜩 화가 난 말투로 말을 거는 한 남자가 있었다.
 키는 2미터 정도에 겉으로 보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근육으로 뭉쳐진 사나이.
 이름은 한경석, 나보다 1년 선배로서 지금 3학년에 재학 중이고 3학년 짱이시다.
 참고로 별명은 개차반, 성격이 엿 같으셔서 붙은 별명이다.
 “선배님이 무슨 용무시죠?”
 난 일단 선배기에 깍듯이 물었고, 그 물음에 한경석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더니······.
 “지금 하늘 같은 선배를 감히 똑바로 쳐다봤냐, 이 개자식이?”
 “······.”
 자기 얼굴 똑바로 쳐다봤다고 난리다.
 아니 그럼 이야기할 때 얼굴 보고 이야기하지, 얼굴 외면하고 이야기해야 되냐?
 그럼 더 불쾌할 텐데. 흐음······.
 “후후. 그래, 이게 아니지. 그래, 이게 아니야.”
 “······.”
 그런데 그때 혼자서 마구 중얼거리시더니 흥분을 가라앉히시는 그분.
 그러더니 말을 이어 갔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네놈의 자식이 감히 나의(?) 아현이를 협박하고 있다고 해서 왔는데 말이다.”
 “······.”
 어느새 3학년 교실에는 내가 아현이를 협박한 걸로 변질되어 있었다.
 정말 이 정도로 소문이 변질되다니, 거의 신비의 수준인데······.
 아니, 그런데 나의 아현이라니, 설마······.
 “혹시 아현이랑 무슨 사이세요?”
 “이, 이제 머지않아 무슨 사이가 될 거다.”
 “······.”
 이분도 김칫국 드시고 있는 1인에 포함시켜야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이분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으신 것 같아서 오해를 풀어 줘야 될 것 같다.
 “저기, 전 아현이를 협박한 적이 없습니다만······.”
 “그럴 리가······.”
 “사실입니다.”
 “그, 그럼 아현이한테 고백했다는 것도?”
 “아니 그건 뭐, 반쯤은 사실일까요?”
 실수로 했어도 일단 고백을 했으니까.
 한편 내가 아현이를 협박하지 않다는 말에 당황하던 한경석은 내가 고백했다는 말에 언제 당황했냐는 듯싶더니 곧바로 내 멱살을 잡았다.
 “당장 취소해라.”
 “······.”
 “죽고 싶지 않으면······.”
 “······.”
 당장 취소하라고 하신다.
 거참, 고백한 걸 취소하라니 이분 도대체 뭐하는 분이냐?
 아, 그러고 보니 왠지 아현이에게 고백하는 사람이 흔치 않은 이유가 이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데 여기서 ‘고백 실수였습니다!’ 하면 그냥 상황 종료가 되겠지만 왠지 하기 싫어진다.
 이렇게 멱살 잡힌 채는 더욱더 말이다.
 그래서 난······.
 “싫은데요.”
 싱긋.
 그 말과 함께 씩 웃었다.
 “이 자식이!”
 한편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른쪽 주먹을 내 얼굴로 내리꽂는 한경석.
 워낙 키가 크다 보니 이렇게 공격이 된다.
 아차차, 이렇게 한가롭게 생각할 때가 아니지.
 그런 생각이 든 난 곧바로 앉아 있는 상태에서 두 다리를 이용해서 한경석의 다리를 후려쳤고, 내 공격에 그는 주먹을 날리다가 휘청거렸다.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내 멱살을 잡은 왼손을 꺾어 버린다.
 “끄아아악!”
 한경석은 단숨에 팔이 꺾이자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난 그런 비명에도 상관없이 그대로 한경석의 팔을 풀어 줌과 동시에 한경석의 얼굴을 내 주먹으로 강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경석의 무릎을 이용해서 하늘을 날았고, 곧바로 360회전 차기로 마무리.
 어느새 바닥에 쓰러진 한경석을 보고 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제 소문이 더 심해질까 봐 간단히 끝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간단히(?)는 안 끝날 거예요.”
 
 “아, 진짜 미치겠네.”
 내가 한경석을 때려눕힌 이후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
 2학년 짱 최현중이 3학년 짱 한경석과 아현이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했다고.
 그리고 그 결과 최현중이 끝내 승리했고, 이제는 강제로 아현이가 최현중의 여친이 된다고 말이다.
 아, 도대체 왜 이렇게 오해가 점점 심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난 그저 아현이에게 한 고백이 실수였고 난 순진무구한(?) 남자라는 걸 알리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새 힘으로 여자를 차지하는 그런 나쁜 놈이 되어 버렸다니······.
 으악! 이건 아니야! 정말 아니라고.
 어서 오해를 풀어야 돼.
 난 그런 생각에 어떻게든 오해를 풀기 위해 아현이와의 단독 만남을 열심히 추진했다.
 그리고 그 결과, 드디어 기회가 왔다.
 아현이가 혼자서 계단에 앉아 있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그걸 목격한 난 단숨에 아현이에게 다가갔고, 아현이는 나를 보더니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별별 소문이 다 돌다 보니 지금 내가 그리 반갑지는 않겠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기에 더욱 이 모든 오해를 풀어야 한다.
 “저, 저기 아현아.”
 “으응?!”
 “자,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서.”
 “······.”
 내 요청에 아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승낙해 주었다.
 
 나와 아현이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난 나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모든 상황을 설명했고, 그런 내 설명을 들은 아현이는 잠시 당황하더니 물었다.
 “그, 그럼 전과 24범이라든가 이런 말, 다 거짓말이야?”
 “다, 당연하잖아. 내 나이가 얼만데 24범이야!”
 “그거야 확실히······.”
 내 말에 서서히 오해를 풀기 시작했고, 대충 나에 대해서 오해가 풀린 듯싶어 난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아까 고백 이야기를 꺼냈다.
 “저기, 아까 고백 있잖아.”
 “으응.”
 내 고백이라는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하는 아현이.
 난 그런 아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수······였어.”
 “실수?”
 “으응. 그게······ 네가 나를 보고 놀라기에 난 사실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니라고 오해를 풀어 주려고 간 건데, 누가 옆에서 내가 너한테 한 대사를 하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따라 한 거고······.”
 “아······.”
 “많이 놀랐지?”
 “조금······.”
 “······.”
 “······.”
 “······.”
 “······.”
 그 말을 끝으로 아현이와 난 무한 침묵에 들어갔다.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한 번 말이 끊기자 도통 생각나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난 잠시 고민하다가 이야기를 이을 거리를 생각해 내는데, 그건 바로······.
 “너도······ 리멤버 월드 해?”
 “아, 응.”
 리멤버 월드에 관련된 이야기다.
 리멤버 월드 자체가 너무 유명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 한다고 보고 던진 질문이었다.
 그렇게 나와 아현이는 리멤버 월드로 말꼬리를 이어 갔고, 리멤버 월드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 도중 난 어마어마한 사실을 알았다.
 “520대라고?!”
 “응······.”
 “······.”
 큭! 어마어마한 고렙이시라는 거다.
 내가 알기로 공식 랭킹 1위가 700정도니, 520이면 진짜 레벨 높은 거다.
 참고로 직업은 정령술사이고······.
 자, 잠시! 정령술사?
 그럼 정령을 다룬다는 거잖아?
 여기서 내가 정령을 다룬다는 것에 대해서 반색하는 이유는 바로 정령도 로봇으로 한 번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령이라는 게 정령술사를 통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존재였기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현이가 정령술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현이가 소환만 해 주고 난 스캔만 하면······. 오오!
 그래서 난 당장 아현이에게 부탁을 했다.
 “저기, 아현아!”
 “응?”
 “나 정령 스캔 좀 하면 안 될까?”
 “스캔?”
 “아, 내 직업이 메카니스트라고, 로봇 만드는 직업인데······.”
 난 간략하게 내 직업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아현이는 내 직업을 듣자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와, 그런 히든 클래스도 있어? 부럽다.”
 “운이 좀 좋았어. 하하하.”
 “근데, 어떻게 얻은 거야?”
 “흐음, 그게······.”
 사실대로 말하면 믿으려나?
 히든 클래스 사기 먹고 그 사기꾼을 쫓아다니는 내 모습에 반해서 나한테 히든 클래스로 메카니스트를 줬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대충 이야기를 지어내서 말했고, 아현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 그렇구나. 참, 스캔 관련된 건 언제든지 가능해.”
 “오오! 고마워!”
 아현이의 승낙에 난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했고, 그 말에 아현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별것도 아닌 걸.”
 “······.”
 아니, 별것도 아니기는!
 나한테는 어마어마한 거라고!
 그 순간 아현이가 살짝 난감한 얼굴을 하더니 내게 말한다.
 “근데 미안한데, 요 일주일간은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내가 사정 때문에 게임에 접속을 못하거든.”
 “뭐, 천천히 해도 상관없어!”
 그렇게 난 소리쳤고, 잠시 후 좋은 기분에 입가에는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아, 그러고 보니 난 스캔 때문에 별 상관없이 말했는데 그 덕택에 게임에서 아현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잖아?!
 완전 나이스다.
 그나저나 오늘 정말 좋은 날이다.
 내 오해도 다 풀렸고, 아현이와 게임에서도 만날 수도 있고! 
 거기다가 그 기회를 살려 아현이와 친해지기만 하면 초대박(뭐 좋아한다거나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아니지만, 일단 초절정 미소녀와 친해진다는 것만으로도 남자로서 무척이나 뿌듯하다 보니).
 으하하······.
 ‘명복을 빔.’
 으응?
 그런데 그때 이런 좋은 기분을 단숨에 추락시키는 한 문장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건 나를 전직시켜 준 남자가 떠나기 전 남겨 놓은 글귀 때문이다.
 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이렇게 좋은 직업을 공짜로 주었다는 게 진짜 미스터리다.
 내가 생각해도 이 메카니스트는 돈만 많으면 정말 좋은 직업인데······.
 이걸 왜 공짜로······.
 아니야, 아니야. 불길한 상상하지 말자.
 그냥 내가 착해 보여서(?) 준 거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그거야!
 
 
 
 
 
 제6장 프티아
 
 
 
 “아아, 26만 루팅······.”
 아현이의 오해를 풀어서 좋았던 기분도 잠시, 게임에 접속한 이후 26만 루팅이라는 단어 때문에 그저 한숨만이 나온다.
 도대체 이 거금을 어떻게 모아야 하지?
 전투력을 상향시키기 위해서라도 레벨업보다는 로봇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다.
 사실 저번처럼 쥐라도 잡고 싶지만, 이제 쥐 잡으면 돈 준다는 데도 더 이상 없으니 참으로 막막한 일이다.
 
 ―노가다 하실 분 구함. 하루 일당 1,000루팅.
 
 “······.”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벽에 붙어 있는 종이 한 장.
 하루 일당 1,000루팅이라,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거기다가 오우거 로봇까지 노가다 판에 끼어들면 2,000루팅까지 벌 수 있다(마음 같아서는 개 로봇들도 노가다시키고 싶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패스).
 단지 이 액수로 26만 루팅을 벌려면 130일 가량을 노가다 뛰어야 한다는 거다.
 할 짓이 아니다.
 뭔가 더 액수가 큰 한탕을 해야 빠른 시일 내에 무기 로봇과 브레스 쏘는 쥐를······.
 “우아, 저 사람 잡으면 10만 루팅이래.”
 “정말 대박이다.”
 “내가 잡아 버릴까?”
 “꿈 깨셔. 저 정도 액수가 걸릴 정도면 보통 실력은 아니라고.”
 “확실히 그렇기야 하지.”
 “······.”
 번쩍.
 난 그때 두 사람이 현상금이 걸린 종이를 보고 중얼거리는 걸 보고 눈을 번쩍였다.
 그래, 바로 저거다.
 현상금 사냥꾼!
 지금 저들이 말하는 10만 루팅이 걸린 범죄자는 지금 당장 잡기는 힘들지만, 그 밑에 있는 떨거지 레벨 급은 충분히 잡을 만도 하다.
 내 비록 레벨은 낮지만, 내 로봇들로 인해 이미 전투력은 환상적!
 가능해!
 
 “휴우, 많군, 많아.”
 난 현상금 센터에 가서 내 수준에 맞는 현상금 리스트를 주르륵 뽑아 왔다.
 그런데 생각 외로 엄청 많은 범죄자들.
 리멤버 월드에 이토록 범죄자들이 많을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이들을 잡을 전투력이 된다고 한들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무조건 정보력이 필수인데, 지금 나에게는 정보력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지경이다.
 뭐 나름대로 정보길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만 그런 방법으로는 고액의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를 잡지 않는 이상 정보료 값도 안 나온다.
 뭔가 나 나름대로 정보력을 구축해야 돈을 벌 수 있는데, 그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보니······. 쩝!
 “새를 이용한 정보력 구축은 어떻습니까?”
 “······!”
 그런데 그때 뜬금없이 나타나서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 한마디 하는 한 남자!
 대략 키는 182cm 정도에 20대 초반의 남자였는데, 상당한 외모를 가진 남자다.
 아니, 그게 아니라 도대체 나의 고민을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보통 현상금 센터에서 나오신 분들 중 한숨을 내쉬는 분들은 정보력에 대한 것 때문에 한숨을 내쉬거든요.”
 “아······.”
 난 그 남자의 설명에 그제야 이해가 갔다.
 나뿐만 아니라 현상금 센터에서 나온 사람들 대다수가 정보력 때문에 이렇게 한숨을 내쉬기에 저 남자가 단숨에 내 생각을 때려 맞힌 거다.
 한데 새를 이용한 정보력 구축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
 그래서 난 물었다.
 “저기 실례지만, 방금 전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아, 새들을 교육시켜서 현상금 걸린 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하고, 그 현상금이 걸린 자들을 찾게 해서 추적하는 방법이죠.”
 “······!”
 난 그 말에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래, 그거다!
 새들에게 현상금 걸린 자들을 기억하게 하고 찾게 하는 방법!
 물론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점이 까다롭지만 나한테는 전혀 상관없다.
 왜냐고? 로봇으로 그냥 만들면 절대 복종이거든!
 푸헤헤헤, 너무 좋아!
 진짜 로봇으로 만들면 이렇게 좋은 점이 있다니······.
 그럼 이제 남은 건?
 “어떤 새를 구하냐는 거?!”
 이왕 구하는 거 정말 정찰용으로 최고로 쳐 주는 그런 새가 필요하다.
 이동속도도 무척 빠르고 눈도 좋고 뭐 그런 새?
 “프티아를 추천해 드리죠.”
 “프티아요?”
 “네.”
 그때 나에게 정보를 가르쳐 준 그 남자가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한마디 했고, 난 그 말에 살짝 물음표를 띄웠다.
 내가 모든 새에 대해서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프티아라는 새는 아예 들어 본 적이 없는 새 이름이었기에.
 한편 그 남자는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정찰용 새로서는 최강이라고 할 정도의 새입니다. 1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글씨도 정확히 볼 줄 알고, 이동속도만 해도 최대 500킬로까지 가능한 새입니다.”
 “헉!”
 무, 무슨 그런 초사이언에 근접한 새가 있냐?!
 진짜 정찰용으로서는 완전 최고다.
 그런데 그 순간 남자는 갑자기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말문을 열었다.
 “단지······.”
 “단지?”
 “인간이 길들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게 단점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없다.
 어차피 원본(?)을 쓸 건 아니고, 로봇으로 만들어서 쓰기 때문에.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워낙 희귀종이어서 발견하는 것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흐음······.”
 발견하기 쉽지 않다니 나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지만, 뭐 최대 500킬로미터로 날아다니고 1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글씨를 볼 정도의 능력을 가진 초사이언 새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그리고 그걸 로봇으로 만든 뒤 한 50마리만 만들면 이 게임에서 최강의 정보력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난 이런 귀한 정보를 준 그 남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네려는데······.
 “어라?”
 어느새 순식간에 사라진 남자.
 뭐, 뭐지? 단 몇 초 만에 어떻게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거냐?
 
 “명복을 빕니다, 메카니스트.”
 방금 전 현중을 향해 유익한 정보를 준 뒤 갑자기 사라진 남자는 그 정체불명의 말을 남긴 뒤 또다시 사라졌다.
 
 난 당장 프티아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새에 대한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처음부터 정보를 모으기 쉽지 않았고, 그 결과 약 사흘간은 오로지 프티아에 대해서만 조사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출몰하는지 알아냈다.
 일단 생김새는 독수리와 유사 아니, 완전히 똑같다고 볼 수 있었고, 독수리와 다른 점은 날개가 네 개라는 것이었다.
 사실 새의 날개가 네 개라는 것에 무척이나 놀랐지만, 뭐 시속 500킬로미터로 날아다니려면 그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냥 대충 수긍했다.
 그리고 프티아 출몰 지역에 대해서 말하자면, 파틴 산맥 지역에 출몰하는 걸로 확인되었다.
 참고로 파틴 산맥 지역은 이 리멤버 월드에서 제일 추운 곳이라고 알려진 곳으로, 대충 남극 온도의 두 배에 달할 정도다.
 그렇기에 단순히 파틴 산맥은 옷을 두껍게 입는다고 견딜 수 있는 동네가 아니기에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몸의 온도를 유지해 주는 그런 마법 물품이 필수다.
 그래서 난 당장 마법 물품점에 가서 항상 적정 온도를 유지해 주는 후드를 3,000골드에 하나 샀다.
 그리고 그 덕택에 이제 남은 돈은 달랑 1,000골드.
 점점 거지가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난 곧바로 파틴 산맥 깊숙이 이동했고, 거기서 프티아를 포획해서 로봇으로 만들기 위해 잠수 타기 시작했다.
 어차피 3,000골드나 준 마법 물품 덕택에 추위 따위는······.
 “으응?”
 못 느껴야 되는데, 왜 춥지?
 그것도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심히 추워지는······.
 “끄어어억!”
 그때 갑자기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가 밀려왔고, 난 뭔가 잘못됐다는 걸 팍팍 느꼈다.
 참고로 그 잘못이란 이 적정 온도를 유지해 주는 마법 물품에 고장이 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고장 날 리가 없잖아!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럴 리가······.
 휘이익!
 휘이익!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추워지는 상황이다.
 난 인정해야 할 듯싶다.
 마법 물품이 고장 났다고.
 으악! 여기는 파틴 산맥 지역 입구도 아니고 깊숙이 들어온 상태인데, 고장 나 버리면 나보고 얼어 죽으라는 거냐!
 난 이런 상황에 무척이나 절망했지만, 지금은 절망할 시간도 없을 것 같다.
 잘못하면 그 시간에 얼어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만큼 지금 추위가 장난 아닌 상황, 어떻게 해서든 이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
 난 그런 생각에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보는데······.
 “찾았다!”
 하늘은 날 버리지 않았는지 그때 절묘하게 내 눈에 들어오는 한 동굴.
 난 진심으로 하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뒤 그 동굴을 향해 들어갔다.
 그런데······.
 “어라?”
 거기에는 이미 한 분이 자리를 잡고 계셨으니······.
 키 173cm 정도 되는 늘씬한 미녀 한 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분은 없었고, 키 140cm에 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 귀여운 꼬마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곳에서 웬 꼬마 여자아이?
 난 그런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꺅!”
 “뭐, 뭐야?!”
 갑자기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그 꼬마 여자아이.
 난 도대체 왜 비명을 지르나 싶어 무척이나 당황했고, 잠시 후 혹시나 내 뒤에 뭐가 있어서 그거 보고 비명을 지르나 싶어 뒤를 돌아보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한마디로 이 동굴 안에는 나뿐이라는 거다.
 그럼 나보고 비명 지르는 거야?!
 왜? 내가 뭘 했다고?!
 난 이해할 수 없는 소녀의 반응에 그저 입을 쫙 벌렸는데, 그때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살기가 느껴진다.
 “······!”
 그리고 그 살기에 반응한 난 재빨리 굴렀고, 방금 내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꽂혀 있는 도끼.
 그걸 보는 순간 식은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 도끼에 반 토막이 날 뻔했으니······.
 “이 자식, 우리 딸아이를 덮치려고 하다니!”
 “저, 저기 잠시요!”
 그때 어느새 동굴 안에 모습을 드러낸 40대 초반의 수염을 기른 남자가 나를 향해 화를 내고, 난 그 남자의 말에 그저 당황할 뿐이다.
 대충 저 아저씨가 방금 전 비명을 지른 여자아이의 아버지 같은데, 지금 저분은 나를 무슨 범죄자로 착각하신다.
 솔직히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난 그냥 얼어 죽을 것 같아서 동굴 안에 들어왔는데, 그런 나를 보고 저 소녀가 비명을 지른 건데!
 왜 나한테 그래?
 무척이나 억울한 난 그 남자에게 뭐라고 하려는데······.
 “이 변태 자식 죽어라!”
 “으악!”
 말도 하기 전에 덮친다.
 젠장, 지금 상태에서는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단 제압부터 한 뒤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개 1, 2, 3, 4, 5! 오우거 소환!”
 나의 외침에 개 로봇 다섯 마리와 오우거 로봇이 등장했고, 난 그런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안전하게 제압해!”
 “······!”
 내 명령에 개 로봇들이 먼저 뛰쳐나가고, 그 뒤를 받치는 오우거 로봇.
 그다음에는 뭐, 순식간에 제압 완료!
 
 “······이렇게 된 겁니다.”
 “······.”
 제압된 상태에서 내 이야기를 들은 그 아저씨는 자신의 딸아이를 보더니 물었다.
 “사실이니, 아이니?”
 끄덕.
 “······.”
 그 아이니라고 불린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말에 동조했고, 그제야 그 아저씨는 잔뜩 미안한 얼굴을 하더니 나한테 고개를 숙였다.
 “정말 미안하네. 내가 너무 큰 착각을······.”
 “아닙니다.”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네.”
 “정말 괜찮습니다.”
 난 계속해서 사과를 하는 그 아저씨를 보고 괜찮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아이니라는 여자아이는 왜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른 거지?
 난 그런 궁금증에 아이니를 보고 묻는다.
 “저기, 왜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른 거니?”
 “후, 후드······.”
 “······.”
 아, 이 적정 온도를 유지해 주는 후드 때문에 나를 보고 무서워했던 거구나.
 “아, 내 정신을 보게. 소개하는 걸 깜빡했군. 내 이름은 블리스라고 하네.”
 “제네시스라고 합니다.”
 블리스의 소개에 나도 정중하게 소개를 했고, 그때 블리스는 내가 이런 동굴에 들어온 이유가 궁금했는지 이유를 묻는다.
 “그런데 이런 동굴에 웬일인가?”
 “적정 온도를 유지해 주는 마법 물품이 이 후드인데, 이게 작동이 안 되는 바람에······.”
 “허헛!”
 “······?”
 그때 내 대답에 놀라는 블리스.
 그러더니 아이니의 등 뒤에서 작은 후드랑 큰 후드 하나를 꺼내더니 말했다.
 “나와 딸내미도 이 마법 후드가 고장 나는 바람에······.”
 “······.”
 엥? 나와 같은 상황?
 아니 그런데 둘 중에 하나만 고장 나면 났지, 두 개가 다 말썽이라니 어떤 의미로는 놀랍다.
 “흐음, 계속해서 질문만 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이곳 파틴 산맥에는 무슨 일로 온 건가?”
 “아, 새 좀 보려고요.”
 “새?”
 “네, 아실지 모르겠는데 프티아라는 새를 찾고 있습니다.”
 “프, 프티아?!”
 “······?”
 “프티아라니!”
 엥?
 나의 ‘프티아’라는 말에 기겁을 하시는 블리스.
 심지어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프티아가 뭐 길래 저런 반응을······.
 “자네, 프티아가 무슨 새인지 알고 그 새를 보려는 건가?!”
 “정찰용으로 최고로 쳐 주는 새 아닌가요?”
 “허허, 물론 자네 말도 틀린 게 아니지만, 프티아는 그거 말고도 무척이나 난폭한 새라네.”
 “난폭······요?”
 “그렇다네. 일단 자신을 제외한 살아 있는 생물체들은 무조건 공격할 정도로 호전성이 높고, 무엇보다 전투력이 장난이 아니네.”
 “······.”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와 강력한 부리로 혼자서 오우거 50마리를 전멸시킬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네.”
 “······.”
 컥! 고작 새 한 마리 주제에 오우거 50마리를 상대하는 게 가능하다니!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포획하는 데 무척이나 큰 어려움이 따를 텐데······.
 그때 블리스는 여전히 공포에 떤 채 말을 이어 갔다.
 “거기다 제일 무서운 건······.”
 “제일 무서운 건?”
 “한 번 목표로 잡은 존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인다는 거네.”
 “······.”
 한마디로 한 놈만 팬다는 건가?
 새 주제에 그런 고급 전략을(?) 사용하다니, 멋진 새다.
 “끼륵끼륵끼르륵!”
 “······?!”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동굴 입구에서 들려오는 저질스러운 소리.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해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버린 블리스.
 그는 잠시 후 소리쳤다.
 “프, 프티아 울음소리네!”
 “오호, 프티아?”
 이거 웬일이냐? 알아서 찾아와 주니 너무 기쁠 정도다.
 뭐 블리스 입장에서는 아니겠지만······.
 어찌 됐든 난 프티아의 등장에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프티아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잠시 후 터벅터벅 걸어오는······.
 “엥?!”
 새, 새가 걸어와?
 원래, 날아다녀야 하는 거 아니냐?!
 뭐 새가 걸어 다니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걸어 다니는 건 좀······.
 난 예상외의 모습에 살짝 당황했지만, 최대한 빨리 평정함을 되찾은 후 전투 준비를 위해 로봇을 소환했다.
 “개 모두 소환! 오우거 소환!”
 내 외침에 동굴 안에 50마리나 되는 개떼들과 오우거 로봇이 소환됐고, 난 걸어 들어오는 프티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포획해!”
 내 명령에 일시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드는 개들.
 오우거는 속도가 개들보다 빠르지 않기에 그들 뒤를 따라가는 상황이다.
 “끼륵끼륵끼르르륵!”
 한편 다가오는 로봇들을 보고 다시 한 번 그 특이한 웃음을 지르더니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프티아.
 그러더니 곧바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드는데, 그 속도가 가히 전광석화 수준.
 난 재빨리 피하는데······.
 “······?!”
 이상하게 나를 공격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지나쳐 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도대체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이런 젠장!”
 프티아 이 미친 새 자식이 노린 건 내가 아니었다.
 그 자식이 노린 건 아이니라는 꼬마 여자아이였던 것!
 난 그 사실을 알자 다급히 아이니에게 달려들었고, 아슬아슬하게 그 소녀를 구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구했다고 안심도 할 수 없는 상황.
 저 자식은 한 번 노린 적은 끝까지 노린다고 했으니까.
 아니, 그런데 도대체 왜 이 꼬마아이를 노리는 거지?
 분명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린 건 나니까, 나를 공격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왜?!
 “프티아는 일단 제일 약해 보이는 존재부터 제거하네······.”
 “······.”
 그때 아이니가 공격당한 모습을 보고 다소 절망적인 어투로 나의 의문을 풀어 주는 블리스.
 난 그 말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아니, 무슨 이딴 새가 다 있냐?!
 제일 약해 보인다고 저런 꼬마 여자아이를 공격하다니.
 이런 미친 새대가리 자식!
 
 “제길, 제길, 제길, 제길, 제길!”
 난 연신해서 그 말만을 외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 미친 새대가리 자식이 진짜로 아이니만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어억!
 “끼륵끼륵끼르르륵!”
 “······!”
 그때 프티아가 다시 한 번 울음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동굴 바닥을 부수고 들어가는 묘기를 선보이고, 난 그 모습에 기가 막힐 뿐이다.
 아니, 넌 새잖아!
 왜 새가 동굴 바닥을 부수고 들어가는 거냐!
 심지어는 프티아가 잠시 후 아이니가 서 있던 자리 밑에서 솟구쳐 오르면서 아이니에게 공격을 했다.
 참,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어서 공격당하는 아이니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난 재빨리 아이니를 안아서 프티아의 공격을 피했다.
 그렇지만 그런 나의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 나를, 정확히는 내가 안고 있는 아이니를 향해 공격해 오는 프티아.
 젠장, 피하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다.
 그렇다면······.
 “개들, 몸으로 막아!”
 로봇 개들을 몸빵을 시킬 수밖에······.
 콰지징.
 그리고 나와 아이니를 보호하기 위해 과감히 몸을 내던진 개 로봇 네 마리는 프티아의 날카로운 부리에 그대로 관통당해서 부서져 버렸고, 난 그 모습에 속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부디 너희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할게.’
 그나저나 이대로 계속 방어만 해서는 100% 패배다.
 어떻게 해서든 공격을 시도해야 하는데, 이 자식이 너무 빠르다.
 최대 500킬로미터로 날아다니는 초사이언 새여서 근근이 눈으로 보고 피해 내는 게 한계지, 공격까지는 할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무조건 공격을 해야 하는데, 무슨 방법으로······!
 “아!”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방금 전 피해 낼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개 로봇들을 몸빵시켰다.
 그런데 프티아가 그 몸빵시킨 개들을 관통하는 와중에, 분명 나는 속도가 최대한 늦어지는 걸 목격했다.
 한마디로 로봇들을 몸빵시키는 그 시간에 프티아를 잡아내는 거.
 좋아, 한번 해 보자.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끼륵끼륵끼르륵!”
 그때 또다시 울음소리와 함께 나와 아이니에게 달려드는 프티아.
 난 그런 프티아를 보고 주변에 있던 로봇 개들을 향해 소리친다.
 “개들, 몸으로 때워!”
 나의 명령에 충실하게 나와 아이니 앞을 막아서면서 몸으로 때우는 로봇 개들과 그런 로봇 개들을 순식간에 관통하는 프티아.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프티아의 이동속도도 현저히 낮아졌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옆에 대기시켜 놓았던 오우거 로봇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잡아!”
 오우거 로봇은 내 외침이 떨어짐과 동시에 속도가 늦어진 프티아를 두 손으로 잡으려는 모션을 취하고 잠시 후······.
 “잡았다!”
 드디어 그 새대가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끼릭끼릭끼리리릭!”
 한편 오우거의 두 손에 잡힌 프티아는 당황한 듯 연신 울음을 질러 보지만, 그렇다고 뭐 달라지는 건 없다.
 그나저나 움직임만 봉쇄하니 별것도 아니잖아?
 크크!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서서히 그 프티아를 향해 다가간 뒤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자, 나의 스캔을 받아라.”
 
 “아, 미치겠군.”
 돈을 벌기 위한 정보력을 위해서 이 프티아를 잡았건만 이것 역시 스캔 재료가 장난이 아니었으니, 그 재료란······.
 
 철광석 10킬로그램
 토파즈 500그램짜리 2등급 한 개.
 햄버거 100개.
 엘프 머리카락
 
 뭐, 햄버거 100개는 그렇다 쳐라(근데 로봇 만드는데 햄버거가 왜 들어가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다 해 봤자. 그렇게 비싸지 않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엘프 머리카락과 토파즈 500그램짜리 2등급······.
 보통 토파즈 500그램 2등급이 4만 루팅에 달하니······.
 어휴, 정말 미치겠다.
 어떤 로봇을 만들든 돈, 돈, 돈!
 이놈의 돈의 사슬이 날 놓아주지 않는다.
 “저기, 이거.”
 “······?”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내게 말을 걸더니 뭔가 건네주는 블리스.
 나는 뭔가 싶어 그 건네주는 걸 보는데······.
 “헉!”
 토파즈였다.
 그것도 약 500그램에 달하는 크기에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걸로 봐서 1등급 혹은 2등급 토파즈!
 “제 딸의 생명의 은인이신데 드릴 게 이거밖에 없네요. 약소하지만 이거라도······.”
 덥석.
 “······.”
 난 거절하는 그런 몹쓸(?) 짓은 안 한다.
 주는 거 무조건 받는다.
 난 착하거든(뭔 소리?).
 어찌 됐든 난 감사의 인사를 건네면서 곧바로 등급 확인 들어가는데······.
 
 토파즈 2등급.
 
 역시 토파즈 2등급짜리였다.
 아악! 이런 행복한 일이······.
 프티아 로봇 만드는 재료 중 핵심 재료가 공짜로 들어왔어!
 하늘은 날 버리지 않았다!
 
 
 
 
 
 제7장 엘프
 
 
 
 “자, 이제 엘프 머리카락만 구하면!”
 프티아 로봇이 완성된다!
 하지만 막상 엘프 머리카락을 구할 생각을 하니 살짝 머리가 아파진다.
 이건 아무리 돈이 있어도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일단 엘프를 만나야지 해결되는데, 엘프 만나기가 쉬운 게 아닌 작업이다 보니······.
 내가 그런 생각에 살짝 머리를 만질 때였다.
 “어라?”
 내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엘프였다!
 내가 찾고 있던 엘프가 내 눈앞에 덩그러니 있었던 것이다.
 오오! 뭔 일이지?!
 갑자기 여기에 웬 엘프 등장(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게 왠지 아쉬웠지만)?
 참,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기회다.
 재빨리 머리카락 한 가닥만 달라고 부탁을······.
 스르륵.
 스르륵.
 스르륵.
 “······.”
 으응?
 그런데 그때 엘프가 어디선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십 명의 엘프가 나를 포위했고, 난 그들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보고 그저 땀을 삐질 흘린다.
 저, 저기 저들이 왜 다들 활을 나한테 겨누고 있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나?
 설마 내가 머리카락 좀 달라는 줄 알고 이런 행동을!
 그건 사실 말도 안 되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엘프한테 그것도 수십 명의 엘프한테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는 없는데······.
 “너에게는 미안하게 됐다만, 우리에겐 인질이 필요하다.”
 “······?”
 그때 제일 먼저 등장하셨던 20대 초반의 꽃미남 엘프가 내게 그렇게 말하고, 난 그 말에 물음표를 동동 띄운다.
 인질이 필요하다니?
 그것도 인질이라는 단어랑은 연이 없어 보이는 엘프들이?
 “우리 엘프들은 결정했다. 너희 인간들에게 잡혀간 엘프들을 구하기 위해서 너희들을 이용해서 우리 엘프들을 되찾기로······.”
 “······.”
 난 그걸 듣는 순간 대충 이해가 됐다.
 지금 일명 엘프들은 인간과 엘프를 맞바꿔 치기 전술을 사용하시려는 거다.
 허, 그런데 언제부터 엘프가 이런 식으로 바뀌셨지?
 그 순수했던 엘프들이 너무 이상한 쪽으로 진화했잖아······.
 아니, 그리고 애초에······.
 “왜 나인데?”
 “네가 보였으니까.”
 “······.”
 그거 참 명쾌한 이유군.
 
 “······.”
 난 엘프들이 만든 임시 감옥에서 열심히 감방살이를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도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내가 엘프한테 뭐 잘못해서 감옥에 갇힌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인질 교환용으로 잡히다니······.
 아무래도 이건 분명 내가 최초일 거야.
 “죄송해요.”
 “으응?”
 그런데 그때 여자 엘프가 내 앞에 나타나더니 사과를 했는데, 난 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지? 이 빛이 나는 외모는!
 키는 165cm 정도에 에메랄드 머리색이었는데,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현이와 동급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한 외모······.
 짱이다.
 내가 이 엘프 마을에서 몇몇의 아름다운 여자 엘프를 봤지만, 이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한편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내게 말을 이어 갔다.
 “이게 잘못된 방법인지 알고는 있지만, 저희도 너무 절박한 바람에······. 어찌 됐든 너무 죄송해요.”
 “······.”
 뭐 약간은 이해가 간다.
 얼마나 저들 입장에서 절박하면 이런 방법을 썼겠는가?
 그리고 그렇기에 이렇게 착하게 인질 역할도 해 주고 있는 거다.
 사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여기 탈출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분명 저들은 내 몸 수색을 했고 내 몸에 아무것도 없어서 안심했지만, 내 전투력은 로봇 소환이 주 전투력이다(나중에 무기 로봇을 갖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렇기에 저들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로봇들을 대거 소환해서 여기를 부수고 난 뒤 난장판으로 만들고 쌩 가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 이유가 저들의 입장도 약간은 이해가 가고, 엘프 머리카락도 필요하고, 또 그걸 그냥 얻기는 그러니 그냥 인질 역할 해 주는 거다.
 어차피 저들이 나를 해치거나 그럴 위험은 없으니까 안심하고.
 그런데 한 가지 저들이 큰 착각을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데, 그건······.
 “제가 인질로서 가치가 될지.”
 “네?”
 “여기 엘프들은 안 그러겠지만, 인간들은 급이 있거든요.”
 “그게 무슨······.”
 “흐음, 예를 들어 좀 권력이 있는 분들이 지금 잡혀 있는 상황이라면 그들은 잡혀간 엘프들과 순순히 인질 교환을 할 겁니다.”
 “······.”
 “그렇지만 저같이 뭐 그냥 일반인은 인질로서 가치가······.”
 “저, 정말인가요?!”
 “네.”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엄청 놀랐다.
 그러더니······.
 “자, 잠깐만요!”
 다급히 사라지신다.
 아무래도 이 중대한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서겠지.
 그리고 잠시 후였다.
 갑자기 우르르 엘프들이 몰려오더니 나에게 뭐라 뭐라 했다.
 “인간 자식, 여기서 탈출하고 싶어 엘란에게 거짓말을 하다니!”
 “맞아! 급이 있다니, 똑같은 인간인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
 어휴, 진짜 급이 있다니까 그러네.
 나같이 사라져도 아무 상관없는 평민들과 손끝 하나만 건드려도 난리 나는 왕족들.
 이렇게 엄연히 신분 차이가 넘쳐흐르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서 탈출하고 싶어서라고 하셨는데······.
 “저, 마음만 먹으면 탈출 가능하거든요?”
 “거짓말 마라!”
 “이 인간은 거짓말에 능숙하군!”
 “속아 넘어가지 마!”
 “······.”
 아, 슬프다. 아무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다니······.
 그럼 직접 보여 주는 수밖에.
 “못 믿겠다면 탈출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드리죠. 오우거 소환!”
 “뭐, 뭐지?!”
 “저, 저건?”
 “오, 오우거와 비슷한데!”
 그때 내가 소환한 오우거 로봇을 보고, 엘프들은 크게 당황했다.
 난 그러든 말든 곧바로 오우거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거 부셔!”
 뿌지직.
 오우거는 나의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아주 가볍게 엘프들이 만든 감옥을 부숴 버렸고, 난 그 부숴 버린 틈을 빠져나와서 여유로운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
 “어때요, 감옥 탈출할 수 있죠?”
 “······.”
 “······.”
 “······.”
 “······.”
 내 말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엘프들.
 괜히 머쓱해진다.
 그런데 그 순간 엘프 중 한 명이 내게 의문을 제시했다.
 “그럼 인간, 왜 탈출을 안 하고 있었던 거지?”
 “뭐, 좀 이해가 됐다고나 할까요? 얼마나 절박하면 이렇게 인질 교환하려고 인간을 잡을까 하고요.”
 “······.”
 
 “저 인간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권력이 있는 인간을 인질로 잡아야 합니다.”
 “······.”
 이제 인질로서의 가치가 없는 난 그냥 풀렸고, 한편 나 말고 권력 있는 인질을 잡자고 수군거리는 엘프들이 보인다.
 난 그런 엘프들에게 슬며시 말을 거는데······.
 “저기,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
 “······?”
 “뭐 작전은 나쁘지는 않은데요, 이것 때문에 괜한 존재들이 피해 보는 건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
 “무엇보다 인간 사이에서도 노예는 다룰 수 없게 하는 걸 일부 나쁜 놈들이 법을 어기고 노예로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그 노예와 아무 상관없는 인간을 잡는 건 아무래도 좀······.”
 “······.”
 “······.”
 내 말에 침묵으로 대변하는 엘프들.
 아마도 내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일 거다.
 하지만 그때 남자 엘프 한 명이 분하다는 듯 입을 연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 우리는 아무 노력도 없이 인간들이 잡아간 우리 동족들을 내버려 둬야 한다는 거냐?!”
 “아니, 그러라는 건 아닙니다. 피해 입은 입장으로서 보복은 해야죠. 그렇지만 올바르게 하라는 거예요.”
 “그게 무슨?”
 “간단하게 죄 없는 사람들을 인질로 잡지 말고, 직접 노예를 잡는 노예 상인을 인질로 잡은 뒤 그들의 수중에 있는 엘프들을 구해 내는 겁니다.”
 “······!”
 “······!”
 “······!”
 내 말에 모든 엘프들이 놀랐고, 난 그 모습에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노예 상인을 낚아 드리죠.”
 
 난 일단 노예 상인들을 낚기 위해서 근처 마을로 왔다.
 마을에 내려온 난 일단 노예 상인이 누가 있는지 알아보았고, 그 결과 페리안이라는 노예 상인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노예계의 대부로서 거의 모든 노예가 그놈을 통한다고 할 정도로 노예계의 거목이다.
 그 자식을 목표로 잡아야 할 것 같다.
 그런 생각에 난 그놈이 산다는 주택에 도착했다.
 “크다······.”
 더럽게 컸다.
 그 노예 상인이 사는 주택은 거의 이 마을에 있는 영주성과 비등비등할 정도.
 웬만한 돈이 아니고서야 마을에서 영주와 비슷한 크기의 집에 사는 건 진짜 힘들다.
 그만큼 돈이 많다는 건데······.
 그 돈이 건전한 돈이 아니라는 거지.
 인간들이나 엘프 또는 다른 종족들의 자유를 박탈하면서 번 돈이 분명하니까.
 내가 사실 엘프들을 도와주는 이유도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노예 상인 이런 애들 별로 안 좋아한다.
 어떻게 사람이나 다른 종족들을 팔고 살 수가 있는지······.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말이다.
 참, 그러고 보니 제일 중요한 걸 언급 안 했구나.
 바로 이 노예 상인을 낚을 작전을 말이다.
 일단 내 작전은 이렇다.
 노예 상인을 찾아간다. 그런 다음 엘프들이 대기 타고 있는 케로토 숲에서 엄청난 미녀 엘프 한 명을 발견했다고 한다(참고로 여기서 그냥 가르쳐 주면 의심하니 정보료를 요구한다).
 그럼 이 노예 상인은 한 명 잡으려고 많은 병력을 풀지 않을 테고, 그걸 노리고 엘프들과 합동 공격으로 납치하는 거다.
 물론 여기서 노예 상인이 직접 안 움직일 수 있다는 변수도 있지만, 그 변수는 상당히 적은 확률이다.
 원래 대부분 노예 상인들은 노예들이 있는 곳에는 100% 등장하니까.
 자, 작전은 완벽해.
 이번 기회에 무고하게 잡혀 들어간 엘프들도 구하고 덤으로 인간들도 구하는 거다.
 나도 착한 일하는 거야!
 난 그렇게 다짐하면서 그 노예 상인을 만나기 위해 노예 상인이 사는 저택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러자 내 앞을 막는 경비병들.
 그런 경비병들에게 한마디 하려는데······.
 “꺼져라, 십 새끼야.”
 “······.”
 나를 보자마자 경비병은 꺼지라며 심한 욕설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작전이고 뭐고 당장 엎어 버리고 싶었지만 대의를 위해 참기로 했다.
 그래, 넌 성자야.
 참을 수 있어!
 그렇게 잠시의 세뇌를 끝낸 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지만, 겉으로는 환한 미소와 함께 그에게 말을 걸었다.
 “페리안 님에게 엘프 관련된 말을 드릴 게 있어서 그런데······.”
 “엘프?!”
 엘프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경비병은 다급히 고개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시, 실례했습니다. 지금 당장 문의드리겠습니다.”
 “······.”
 엥? 이건 뭔 일이래?
 엘프라는 말에 경비병의 자세가 180도 달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엘프 이야기에 대해서 말하는 자는 잘 모시라는 명령을 받은 것 같다(아무래도 엘프를 발견한 곳에 대해서 정보를 가르쳐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게 잠시 후 주택 안에 들어갔던 경비병 한 명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내게 말한다.
 “들어오시랍니다.”
 “네.”
 난 그 말에 당당히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난 무장 해제를 당한 뒤 그 페리안이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남자는 대략 키 160cm 정도에 참으로 마른 체형을 가진 남자였다.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이제 저 남자를 잘 낚아야 하는 상황이다.
 난 최대한 연기하는 티를 내지 않으며 먼저 말문을 열려는데······.
 “그래, 엘프 관련해서 이야기를 할 것이 있다고?”
 “아, 네.”
 완전 건방진 말투로 먼저 입을 여는 그분.
 그러더니 재차 묻는다.
 “무슨 이야기지?”
 “엘프를 발견했습니다.”
 “남자인가, 여자인가?”
 “여자 엘프입니다. 엄청납니다.”
 “오오!”
 여자 엘프라는 말에 크게 기뻐하시는 페리안.
 아무래도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더 높다 보니(성노예로서) 저러는 거다.
 “어디 있나?”
 그때 직설적으로 내게 묻는 페리안.
 하지만 그냥 말해 주면 의심할 테니 난 슬쩍 말꼬리를 흐리면서 말한다.
 “정보료······.”
 “정보료?”
 “네······.”
 “지금 나한테 정보료라고 했나?”
 “······.”
 “정보료? 하하하, 좋지. 정보료······. 크크!”
 “······.”
 정보료라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는 페리안.
 이 인간, 뭐 잘못 쳐 드셨나?
 왜 갑자기 웃고 난리야?
 그렇게 내가 페리안의 이상 반응에 의문을 나타낼 때였다.
 갑자기 페리언이 허공에 손짓을 하고, 그와 동시에 근처에 있던 부하가 검을 뽑아 든 것은.
 그러더니······.
 “자, 정보료 주지. 너의 목숨을 살려 주는 대가 말이다.”
 “······.”
 이딴 헛소리해 대신다.
 이 자식, 돈도 많은 놈이 완전 짠돌이 아니야?
 엘프 있는 곳을 제보하러 온 사람을 모시기는커녕 이런 식으로 협박하다니.
 그나저나 이렇게 된 이상 그냥 겁먹은 척한 다음 가르쳐 줘야겠군.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가, 가르쳐 드릴게요.”
 “후후, 그래야지.”
 난 잔뜩 겁먹은 채 하며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 페리안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말한다.
 “자, 어디냐.”
 “케로트 숲에서 봤습니다.”
 “케로트 숲이라, 좋아! 안내해라.”
 “네, 네······.”
 그 말을 끝으로 난 여전히 겁먹은 연기를 한 채 그들을 미리 엘프들을 매복시켜 놓은 케로트 숲으로 안내했다.
 
 페리안은 여자 엘프 한 명이라는 말에 달랑(?) 50명밖에 되지 않는 인원만 데리고 케로트 숲으로 나를 따라왔다(보통 노예 상인들은 엘프나 타종족의 노예들을 잡으러 출동(?)할 때 수백 명은 기본으로 데리고 다니다 보니, 50명은 상당히 적은 숫자다).
 나야 완전 내 작전대로 흘러가니 나이스다.
 한편 내가 그 여자 엘프를 발견했다는 장소에 도착하자 페리안은 데리고 온 쫄따구들한테 명령을 내린다.
 “이 주변을 모조리 뒤진다.”
 “넵”
 “넵!”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에 완전히 흩어지는 쫄따구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페리안은 갑자기 나를 보더니 음흉한 미소와 함께 검을 뽑아 들더니 말한다.
 “자, 수고했다. 그럼 수고한 대가로 죽여 주마!”
 이거 완전 나쁜 놈이네.
 애초에 날 살려 둘 마음이 없었다는 거 아니야?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이다.
 어찌 됐든 나를 향해 오는 검을 바라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
 그렇기에 난 순식간에 그 검을 피한 뒤 곧바로 그놈이 쥐고 있던 검을 뺏은 뒤 그놈의 목에 겨누면서 말한다.
 “이제 상황 역전이네?”
 “어, 어떻게!”
 그놈은 내가 전투력이 제로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자신을 제압하자 무척 놀란 듯 내게 묻고, 난 그저 웃을 뿐이다.
 “페리안 님!”
 “페리안 님!”
 “뭐하는 짓이야!”
 “페리안 님!”
 한편 몇몇 남은 부하들이 순식간에 인질이 된 페리안을 보고 당황한 듯 외쳤고, 난 그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모두 무기를 버려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말로 할 때.”
 “······.”
 “······.”
 “······.”
 하지만 내 말에 그 누구도 선뜻 무기를 버리지 못하고,(아마도 나 혼자만 있는 상황이다 보니 쉽게 포기가 되지 않겠지.) 난 그 모습에 미리 매복하고 있는 그분들을 불렀다.
 “모두 나오세요!”
 “······.”
 “······.”
 내 외침에 활을 겨누고 있는 수십 명의 엘프들이 등장하고, 그제야 그들은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닫고 한두 명씩 무기를 버린다.
 “서, 설마!”
 그때 엘프들을 본 페리안이 소리쳤고, 난 그에게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빙고! 함정이었습니다!”
 “······.”
 
 그 이후로는 쉬웠다.
 엘프를 찾기 위해 흩어진 병사들은 죄다 각개격파로 손쉽게 제압했고, 그러고는 페리안 놈을 인질로 삼아 그놈의 수중에 있던 엘프들이나 인간들을 구해 냈다.
 “이렇게 좋은 인간이 있을 줄이야······.”
 “정말 미안하네······.”
 “고맙다.”
 “······.”
 한편 내 도움으로 엘프들을 구해 낸 엘프들은 죄다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난 그저 머쓱한 듯 웃을 뿐이다.
 그때 그 초미소녀 엘프 엘란이 갑자기 내게 오더니 푸른색으로 만든 펜던트를 하나 건네주면서 말했다.
 “저희 엘프들의 가보예요. 이것밖에 드릴 게 없네요.”
 “고, 고맙습니다!”
 난 착한 아이, 거절 안 한다.
 주는 건 다 받는다.
 그렇게 순식간에 낚아채듯 푸른색의 펜던트를 받아 들었고, 당장 옵션 확인 들어가는데······.
 
 ―엘프의 영혼―
 ?
 
 “······.”
 그냥 물음표가 끝이었다.
 젠장, 잔뜩 기대했는데. 쳇!
 난 실망했지만 그걸 내색하면 준 사람 아니, 엘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겉으로는 표시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이제 제일 중요한 걸 얻어야 하는데······.
 “저기 엘란 님.”
 “네?”
 “개인적으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부탁이요?”
 “네, 머리카락 좀 주시면······.”
 “머, 머리카락이요?!”
 “······?”
 머리카락이라는 말에 무척이나 당황하는 엘란.
 그러더니 얼굴을 붉게 물들면서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뽑아서 내게 건넸다.
 “여, 여기······.”
 “······?”
 머리카락을 주면서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정말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다.
 하지만 난 나중에야 알았다.
 여자 엘프에게 머리카락을 달라는 건 ‘내 아를 낳아도’라는 뜻이라는 걸.
 
 
 
 
 
 제8장 새로운 스킬
 
 
 
 “크크크!”
 난 내 앞에 완성된 프티아 로봇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번에는 너무나도 손쉽게 프티아를 발견해서 잡았고 만들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는 거다.
 그나저나 이왕이면 이번 로봇에 소울 오버를 사용하고 싶은데(아무래도 정찰을 총담당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쓸 수 있는 로봇이 하나쯤은 필요하기에) 문제는 그 소울 오버라는 기술이 없다는 거다.
 너무 안타깝다.
 아니 잠시만, 굳이 안타까워할 필요 없잖아?
 없으면 나오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분명 50레벨마다 스킬이 추가된다고 했으니 지금 내 레벨이 32니 18업만 하면 새로운 스킬이 등장할 테다.
 뭐 그때 소울 오버가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레벨 100까지 또 올리면 그만이고.
 사실 나에게 레벨 업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개떼 로봇들과 오우거 로봇 그리고 새로 추가된 프티아 로봇을 이용해서 100레벨까지는 무난하게 올릴 정도로 내 전투력은 꽤 사랑스러우니까(?).
 그럼, 본격적으로 레벨 업을 해 볼까나?
 아, 이왕 하는 거 퀘스트를 겸임해서 하면 돈도 벌고, 일단 퀘스트부터 구하고.
 
 난 퀘스트를 구하기 위해 근처 마을 중에 하나인 도르탄 마을로 내려왔다.
 제국에는 워낙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퀘스트가 생기자마자 동이 나기에 근처 마을 중 하나인 도르탄 마을에 온 것이다.
 그런데 도르탄 마을 역시 제국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유저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지 죄다 내려와서 퀘스트를 받아서 끝난 상황이다.
 뭐 몇 개 정도 남기는 남았다만 남은 퀘스트라고 해 봤자 개똥 치우기라든가 가게 지키기 등 참으로 별 볼일 없는 퀘스트밖에 없다.
 그래서 난 이 마을에서 퀘스트 얻기는 글렀나 싶어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 못하겠어요!”
 “너무 위험해요!”
 “포기, 포기!”
 “이 퀘스트 포기할래요.”
 “······!”
 다섯 명 정도 되는 일행이 퀘스트를 포기한다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난 눈을 번쩍이면서 당장 그 퀘스트를 포기한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이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 퀘스트를 취소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곧바로 그쪽으로 달려가 외쳤다.
 “제가 하겠습니다!”
 “자네가?”
 “네!”
 “흐음······.”
 한편 내 말에 머뭇거리는 그 남자.
 어라? 왜 머뭇거리는 거지?
 퀘스트 주는 것도 사람 가리는 건가?
 난 그런 생각을 슬쩍 하는데······.
 “이게, 혼자 할 수 있을 퀘스트가 아닌데······.”
 “······.”
 혼자 할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니라고 말하시는 그분.
 그러더니······.
 “자네 혼자서 오크 부족을 멸망시킬 수 있나?”
 “······.”
 어마어마한 말을 내던졌다.
 
 난 퀘스트를 수락하고 말았다.
 사실 나 혼자 오크 부족 멸망이라,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퀘스트라고 해 봤자 이것밖에 없었고, 일단 보상이 너무나도 탐났다.
 이 퀘스트 완료시 지급되는 금액은 20만 루팅!
 진짜 대박 중의 대박이다.
 그러니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나저나 일단 제일 중요한 게 오크 부족에 사는 오크들의 인원 파악인데······.
 일단 나한테는 프티아 로봇이 있기 때문에 정찰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말이 안 통한다는 거.”
 프티아 로봇이 내가 하는 말을 따를 수는 있지만 프티아 로봇은 나에게 말을 못한다.
 그러니 정찰 다 시켜 봤자 프티아 로봇이 나에게 인원수를 말해 줄 수 없다 보니.
 에휴, 이럴 때 정말 지능이 있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다.
 뭐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라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으로 인원 파악을 해야 하는지 무슨 방법을 써야 하나 싶은데······.
 “요 근처 2,000마리 정도 되는 오크 부족이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어라?”
 저번 나에게 새를 이용해서 정보력을 구축하라고 하고 프티아에 대해서 가르쳐 준 그 남자가 내 앞에서 나타나서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아니, 이분은 갑자기 어디서 번쩍번쩍 나타나는 거지?
 저번에 제대로 감사의 인사를 하지도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하려는데······.
 “또 사라졌어!”
 이분이 또 사라졌다.
 이분 도대체 뭐하는 분이야?!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지고,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뭐 그래도 갑자기 나타나서 한마디 해 주신 덕택에 알아냈다. 오크 부족에 약 2,000마리 가까이 되는 오크가 있다고 말이다.
 한데 왠지 뭐라 해야 하나, 그 정체불명의 남자가 내가 필요한 걸 알고 일부러 가르쳐 주는 느낌이······.
 에이, 설마? 착각이겠지.
 
 일단 정면으로 오크 2,000마리와 맞장 뜨기에는 사실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 ‘고슴도치 트랩’이라는 기술이다.
 여기서 고슴도치 트랩이란 고슴도치 몸 크기만 하게 땅을 판 뒤 거기에 포이즌 고슴도치 로봇을 심어 놓는다. 그리고 흙을 뿌려 위장한 뒤 오크들이 근처에 오면 가시를 발동시켜서 오크들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뭐 오크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어느 한 부분을 지나가면 죽게 된다는 것을 알 테니, 그 작전으로 모두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어느 정도 숫자만 줄이는 게 목표다.
 그 후는 이제 본격적인 전투.
 일단 오크 부족에서 제일 위험스러운 오크 매지션들과 오크 궁수들은 프티아 로봇을 이용해서 저격에 나설 예정이다.
 프티아 로봇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의 마법사들을 해치울 수 있을 테니까.
 그러고는 오우거 로봇에게 나무 한 그루를 들게 해 견제하면서 조금씩 넘어오는 오크들을 개 로봇들을 이용해서 섬멸.
 일단 작전 하나는 기가 막힌다.
 그럼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서 우선 할 일은······.
 “땅 파자.”
 개 로봇들을 이용해서 포이즌 고슴도치 로봇들이 숨을 땅을 파는 것이다.
 자, 시작해 볼까?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오크들을 대량으로 유인해야 하는 일.”
 조금 유인해도 안 된다.
 오크 부족 전체를 유인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고슴도치 트랩이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오크들을 유인하기 위해 오크 부족에게 향했고, 한편 오크 부족 입구에서 얼쩡거리는 오크들이 나를 보더니 소리쳤다.
 “이, 인간이다. 취이이익.”
 “하찮은 인간이다. 추이이익.”
 “죽이자······.”
 “죽이자.”
 그 말과 함께 서서히 무기를 꺼낸 뒤 다가오는 오크들.
 난 그런 오크들을 보고 미리 소환해 놓은 오우거 로봇에게 명령한다.
 “저 오크들에게 화끈하게 화살 맛 좀 보여 줘라.”
 스윽.
 나의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역시 슈퍼 오우거답게 상당한 속도로 활을 장전하는 오우거 로봇.
 그러더니······.
 피슈우웅!
 “꾸에엑!”
 완벽하게 적중시킨다.
 “이, 이상한 생물체도 있다. 취이익.”
 “저건 뭐지?!”
 “오우거랑 닮았는데? 취이익.”
 “······이상하다.”
 그때 오우거 모양의 로봇을 본 오크들은 당황했고, 난 그들이 당황하든 말든 재차 오우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
 “계속해서 발사해.”
 슈우우웅!
 슈우우웅!
 “꾸에엑!”
 “꾸에에엑!”
 정말 명사수 중의 명사수다.
 오우거 로봇이 한 발 쏠 때마다 100%의 적중률이다.
 “취이익, 취이익. 구, 궁수들을 불러라!”
 “궁수들을······. 취이익!”
 한편 화살에 계속해서 당하자 다급히 궁수들을 찾는 오크들.
 그리고 잠시 후 조잡한 활을 맨 오크 궁수들이 도착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오히려 웃는 나.
 난 궁수 저격하기가 제일 쉽거든.
 “프티아, 출격이다. 궁수들을 섬멸해.”
 나의 명령에 프티아 로봇이 진짜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날아갔고, 잠시 후 도착한 오크 궁수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하는데 진짜 대단하다.
 단 1분 만에 거의 수십에 달하는 오크 궁수들을 사냥한 것이다.
 내가 저런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가진 프티아의 스캔을 성공한 게 기적인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이, 인간이 이상한 짓 한다.”
 “가, 갑자기 궁수들이 죽는다. 취이익.”
 “큰일이다! 취이익!”
 “어떡하지? 취이익.”
 오크들은 프티아 로봇의 존재 여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몸이 관통당해서 죽는 오크 궁수들을 보고 당황했고, 난 그들에게 외쳤다.
 “나 잡아 봐라!”
 “······.”
 “······.”
 “······.”
 “······.”
 그런데 나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오크들 사이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엄청 무안하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그런 무안한 분위기를 만회시켜 주기 위해 한 오크가 나타난 것이다.
 그 이름 하여 대오크!
 일단 일반 오크의 몸 두 배의 크기를 자랑하고, 그뿐 아니라 오크들을 지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다.
 참고로 저 대오크가 죽으면······.
 “오크들이 크게 흥분을 하지.”
 자기 대장을 죽인 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쫓아가는 게 오크들의 습성.
 뭐 가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상대는 도망가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내가 저 많은 오크들을 고슴도치 트랩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저 대오크를 저격하는 건 필수다.
 그렇기에 난······.
 “프티아, 저 새끼 저격해!”
 프티아에게 곧바로 대오크 저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오크 궁수를 사냥하던 프티아 로봇은 곧바로 대오크를 향해 공격 들어가는데······.
 채애애앵!
 “······!”
 자신을 공격하려는 프티아를 도끼 면으로 막아 버린 대오크.
 그리고 그 충격으로 프티아의 부리가 살짝 부러진 상태다.
 아아악! 프티아 로봇이 얼마짜리인데, 이 자식이 지금!
 내 로봇, 내 로봇!
 난 진짜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사실 개 로봇 같은 경우는 재료비가 별로 안 들어서 부서지면 그냥 그렇구나 하는데, 저렇게 고급 로봇이 부서지니 진짜······.
 아니, 그러고 보니 난 로봇 수리 기술도 없잖아?
 젠장, 저거 어쩌지?
 난 그런 생각에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일단 프티아 로봇을 회수하는 게 더 다급하다.
 그렇기에 난······.
 “돌아와!”
 더 이상 무리시키지 않고 프티아 로봇을 회수했다.
 한편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대오크.
 “간악한 방법을 쓰려고 하는가 보군, 인간!”
 “······.”
 너무나도 또렷하게 인간 말을 한다.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간악한 방법이라니?
 그게 무슨······.
 “포이즌 고슴도치 로봇이라는 걸 이용해서 우리 오크들을 함정에 빠뜨릴 생각이었군.”
 “케에에엑!”
 난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도대체 저 대오크가 어떻게 그 사실을······!
 절대 알 수가 없다, 내 생각을 읽지 않는 이상.
 설마? 말도 안 돼. 생각을 읽다니, 그것도 오크가 생각을 읽어?
 이 무슨 어이없는 개소리.
 절대 그럴 리가······.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저 대오크가 내 작전을 무슨 수로 파악을······.
 다소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일단 간단한 실험만 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실험이란.
 ‘바보 빵꾸똥꾸똥꾸똥꾸.’
 속으로 마구 욕하기.
 그런데 그때였다.
 “굳이 실험해 보지 않아도 된다. 네 생각이 맞으니.”
 “······.”
 한마디 턱 던져 주시는 대오크.
 내 말도 안 되는 예상이 맞았다.
 오크가, 오크가 생각을 읽었어!
 오 마이 갓!
 
 세상에는 별별 일이 다 있었다.
 힐 쓰고 활 쏘는 오우거도 있었고, 브레스 쏘는 쥐도 봤다.
 그렇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니?
 생각을 읽는 오크라니, 무슨 자기가 초능력 오크야?!
 뭐야, 이건!
 정말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이 안 나온다.
 그와 동시에 또 느낀 점은······.
 “지금 절대 상대 불가다.”
 내 작전을 다 꿰뚫어 본 이상 그 작전은 실패고, 남은 방법은 정면 대결.
 하지만 정면 대결하기에는 2,000마리의 숫자가 너무 많다(무엇보다 프티아도 고장 난 상태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후퇴하기로 결정.
 그렇다고 이 퀘스트를 포기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저 많은 오크를 상대할 정도의 전력.
 즉 브레스 쏘는 쥐만 완성되면 정면 대결도 할 만하니 그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난 굳은 결심을 한 채 말했다.
 “한 달만 주십시오.”
 “한 달이나?”
 “제발 부탁드려요, 엉엉.”
 “······.”
 “플리즈!”
 퀘스트를 준 남자에게 애타게 부탁한다.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말이다.
 한편 이런 내 부탁에 잠시 머뭇거리던 남자.
 그러더니······.
 “그 대신 꼭 한 달 뒤에 처리해 주는 게 꼭······.”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할 것까지야. 어차피 지금 22번째 실패여서 반 포기 상태니, 자네를 한 번 믿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
 허락해 준다.
 그런데 22번째 실패라, 확실히 그 생각 읽는 오크 때문이라고 본다.
 그 어떤 작전을 써도 그놈이 다 파악해 버리니 방법이라고는 2,000마리의 오크와 맞장 뜨는 방법뿐이니, 쩝.
 아참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어서 레벨업을 하자.
 지금 소울 오버라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로봇 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다만 100% 있을 거다. 로봇 만드는 직업에 수리 기술이 없으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러니 일단 돈 버는 건 포기하고, 50레벨 달성부터 하자!
 
 [5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휴우······.
 50레벨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였다.
 30레벨부터 시작했으니 하루 만에 20레벨을 올린 것이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레벨업을 한 것이다.
 그나저나 50레벨 완성했으니 스킬이 튀어나와야 되지 않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새로운 스킬을 배우셨습니다. 리페어, 이글 리드, 소울 오버, 블래디아드.]
 “······!”
 스킬을 배웠다는 음성이 들려온다.
 그런데 거기서 나를 흥분하게 하는 스킬명이 있었으니······.
 바로 소울 오버!
 로봇에 생명을 집어넣는 기술이 등장하셨다.
 오오, 완전 좋아! 완전 흥분돼!
 난 그렇게 흥분된 상태에서 곧바로 스킬 확인에 들어가는데······.
 
 ―리페어―
 작은 로봇들이 나와서 고장 난 로봇을 수리한다.
 
 ―이글 리드―
 로봇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단 한 로봇에게만.
 마나 소모:200
 
 ―소울 오버―
 로봇에 생명을 집어넣는다. 최대 네 명의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단, 성격은 랜덤.
 
 ―블래디아드―
 로봇을 자폭시킨다. 반경 20미터.
 자폭 데미지는 로봇 피의 100배.
 마나 소모:300
 
 내가 원하던 스킬인 로봇 수리도 있다.
 거기다가 이글 리드!
 이거 완전 최고다.
 로봇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다니, 그 말은 내가 직접 로봇에게 명령을 내린 뒤 정찰을 할 수도 있다는 게 아닌가?
 그리고 블래디아드!
 로봇 자폭 기술로, 피 많은 로봇을 자폭시키면 완전 최강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겠다(단 피 많은 로봇들은 대부분 고급 로봇들이므로 사용하기가 난감하겠지만.).
 하하하, 이거 완전 좋은데?
 단지 50레벨을 찍었을 뿐인데 이렇게 좋은 스킬이 다수 나오다니, 어서 100레벨도 찍고 싶을 정도다.
 자, 그나저나 이제 시작해 볼까?
 프티아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그래서 난 그 작업을 하기 위해 리페어 기술을 이용해서 약간 부서진 프티아 로봇 수리를 완료했고, 곧바로 프티아 로봇을 바로 내 앞에 놔둔 채 외쳤다.
 “소울 오버!”
 위이잉!
 위이잉!
 나의 ‘소울 오버’라는 외침과 동시에 주변에서 무슨 하얀색의 기류 같은 게 프티아 로봇 근처로 모여들었고, 잠시 후 그 하얀색의 기류 같은 게 프티아 로봇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프티아 로봇에게 강한 빛이 번쩍거린다.
 자, 어떤 로봇이 등장할 것인가?!
 난 기대에 가득 찬 채 프티아 로봇을 바라보는데······.
 “돈 좀 주세요.”
 “······.”
 뭔가 괴상망측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그는 갑자기 내게 무릎을 꿇더니 돈부터 달라 했고, 잠시 후 황당해하는 나를 뒤로하고 말을 이어 갔다.
 “아버지가 생리통에 걸려서 지금 죽게 생겼어요. 한 푼만 주세요.”
 “······.”
 저, 저기요?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당신 로봇이잖아!
 로봇한테 아버지가 어디 있어(굳이 있다면 만든 나? 그런데 나 멀쩡한데?)?
 무엇보다 아버지가 생리통으로 죽게 생겼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냐?
 난 너무 황당해서 그저 멍하니 그 프티아를 바라보았고, 잠시 후 계속해서 멍하니 있자 프티아 로봇이 갑자기 돌변했다.
 어떻게?
 이렇게 말이다.
 “쳇, 평화적인 방법으로 돈을 뜯어내려고 했건만 안 되겠군. 지금부터 있는 돈 다 내놔! 명령이다.”
 아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소울 오버로 처음 얻은 얘가 이딴 놈이라니······.
 아아악! 이건 아니야!
 거짓말, 거짓말! 이건 아니라고!
 난 너무나도 큰 충격에 이 상황을 외면해 보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거나 하는 그런 기적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프티아 이 자식이 나의 염장을 더 뒤집어 놓으니······.
 “이렇게 된 이상 무력으로 뺏을 수밖에!”
 나에게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으윽, 이런 빌어먹을 자식!
 으악!
 
 휴, 정말 힘들게 제압했다.
 내 개 로봇을 10마리나 희생한 채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캐릭터가 탄생되었단 말인가? 왜?!
 난 그렇게 누군가에게 묻지만, 대답해 줄 사람은 당연히 없으니 답변이 들려올 리도 없어 패스!
 그나저나 아까 제압하는 과정에서 아주 유용한 사실을 한 가지 깨달았는데, 그건 바로 영혼이 들어간 상태에서는 로봇도 고통을 느낀다는 거다.
 그래서 난 내 재산을 털려고 한 프티아에게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약간의 고문을 가할 생각이다.
 약간의 고문을 말이다.
 “크크.”
 “저, 저기 일단 진정하시는 게······.”
 “크크크.”
 “저, 저기요. 제가 주인님을 못 알아봐서······.”
 “······.”
 “오, 그러고 보니 진짜 주인님 멋있네요.”
 “······.”
 “짱이세요!”
 “······.”
 “와우!”
 어느새 비굴하게 빌다가 안 통하는 것 같으니까 순식간에 아부 들어가는 프티아.
 정말 천의 성격이다.
 비굴했다가 폭력적으로 변했다가 아부까지······.
 뭐 어찌 됐든 그런다고 봐줄 내가 아니다.
 이런 놈은 제대로 교육 안 하면 위험하거든.
 “자, 사랑해 주마! 아이 러브 유.”
 그 말과 함께 웃으면서 난 프티아에게 다가갔다.
 
 
 
 
 
 제9장 소매치기
 
 
 
 일단 지금 내 작전은 이렇다.
 6만 루팅을 모은다. 그리고 브레스 쏘는 쥐를 만든 뒤 오크 부족 박멸에(?) 나서고, 곧바로 박멸금(?)으로 받은 20만 루팅으로 무기 로봇을 만든다.
 뭐 작전 하나는 이상 없는데, 문제는 6만 루팅을 모으는 이 과정이 제일 고달프다는 거다.
 하아, 무슨 수로 6만 루팅을 모으지?
 내가 그런 고민을 할 때였다.
 “힘내세요, 힘내세요!”
 “······.”
 “당신은 최고이잖아요. 우후후.”
 “······.”
 프티아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나를 보자마자 내 돈을 노리던 놈이 나를 응원한다는 것 자체가 개과천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난 알고 있다. 저놈이 왜 저러는지.
 “자, 그럼 수고비 주세요.”
 “······.”
 바로 이거다.
 프티아가 나를 응원한 이유, 바로 응원비를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로봇이 왜 저렇게 돈을 밝히는 거냐?
 무엇보다 지금 로봇 만들 돈도 없는데, 저런 잡것(?)한테 줄 돈은 절대 없다.
 그래서 난 단호히 거절했다.
 “싫다.”
 “이런 개새끼.”
 “······.”
 싫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의 귀를 자극하는 단어가 들려왔다.
 저기, 그 단어 분명 저한테 하신 거 맞죠? 그렇죠?
 난 순간적으로 혈관 마크가 솟아올랐지만 최대한 웃으면서 프티아를 잡은 채 싱긋 웃었고, 그런 내 모습에 프티아에 당황하면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방금 니가 나보고 개새끼라고 하지 않았니?”
 “착각입니다.”
 “그래?”
 “네, 착각입니다.”
 “······.”
 자기는 착각이라고 하지만, 난 똑똑히 들었다. ‘이런 개새끼’라고 하는 것을.
 특히 내 욕은 절대 놓치지 않거든. 흐흐흐!
 
 탁탁.
 난 가볍게(?) 손을 봐준 뒤 다시 돈을 벌 방법을 구하기 위해서 탐문을 하는데······.
 툭!
 어느 한 남자와 어깨를 부딪치고 말았다.
 내가 먼저 사과의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나보다 먼저 말을 꺼내는 남자.
 “아, 실례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
 오오, 생각 외로 매너 짱인데?
 사실 얼굴이 귀티가 줄줄 흐리셔서 좀 싸가지 없을 줄 알았다(원래 대부분 그러다 보니).
 그런데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정중하게 인사까지 하시면서 말씀하시다니······.
 흐음, 세상은 넓단 말이다.
 “그럼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아, 네.”
 그때 그 남자는 그 말과 함께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면서 가 버리고, 난 다시 돈을 벌기 위해서 주변을 살펴보다가, 돼지 통바비큐를 굽고 있는 한 가게를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그것을 보자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러고 보니 밥 제대로 안 먹은 지 10시간이 넘은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배고파서 쓰러지겠다.
 돈도 중요하지만 일단 먹어야지 힘을 내서 돈을 더 잘 벌지 않겠는가?
 난 그런 생각에 곧바로 그 가게로 돌격했다.
 그러고는 우렁차게 외쳤다.
 “바비큐 1인분만 주세요!”
 “네!”
 종업원은 나의 외침에 그렇게 말한 뒤 약 10분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비큐 1인분을 가져왔고, 난 그것을 게눈 감추듯이 먹었다.
 그리고 계산을 하기 위해서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를 꺼내려는데······.
 “없······다?”
 분명 있어야 할 주머니가 없었다.
 뭐지, 뭐지? 내가 다른 데라도 넣은 건가?
 그런 생각에 난 인벤 창과 온몸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주머니가 없었다.
 오, 마이 갓!
 주머니가 어디 갔어? 잊어버린 거야?!
 아니 내가 분명 꼭꼭 챙겼는데······.
 “저기, 손님?”
 그때 막 몸을 뒤지고 당황해하는 나를 본 종업원이 뭔가 이상했는지 묻고, 난 그런 종업원에게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
 “저,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되죠?”
 “······.”
 
 무전취식으로 병사들에게 넘겨질 뻔한 것을 간신히 사정 끝에 설거지 알바로 때웠다.
 아아,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지갑님이 어디 가셨냐는 거다.
 물론 지갑에는 300루팅도 안 들어 있을 정도로 돈은 없었지만, 그래도 잊어버렸다는 것 자체가 무척 껄끄러운 상황이다.
 
 ―소매치기 조심
 
 “으응?”
 그런데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 한 장.
 소매치기 조심이라니?
 원래 저런 건 소매치기 많은 지역이 아니면 안 붙여 놓는데······.
 그럼 이 지역이 소매치기가 많다는 건가?
 자, 잠시만! 소매치기라니?
 설마, 나도 소매치기 당한 거 아니야?
 난 그런 생각에 재빨리 머리를 뒤집지만, 소매치기를 당할 상황은 도무지 기억 안 난다.
 그나마 유일하게 가망성 있는 건 그 부티 나는 남자와 부딪혔을 때?
 하지만 그 남자는 절대 소매치기라고 보기에는 무리다.
 일단 얼굴도 귀티가 넘쳐흐르고 옷도 비싸 보이는 옷을 입었고 무엇보다 소매치기가 한가롭게 실례했다면서 인사를 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그 남자는 절대 제외······.
 “너 그거 들었냐?”
 “뭐?”
 “요새 소매치기가 진화했다는 거.”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요새는 소매치기를 심리적으로 하잖아.”
 “엥?”
 “으음, 한마디로 소매치기가 귀티 나는 얼굴에 귀티 나는 옷을 입고 딱 소매치기를 하는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소매치기 직후에도 ‘실례합니다.’라면서 인사까지 하는 거지.”
 “난 뭔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이 등신아, 간단하게 말해 누가 당했다 한들 그런 사람을 소매치기로 의심하겠어?”
 “아······.”
 “······.”
 그 남자만은 제외시키려고 했다. 지금 지나가는 두 남자가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하지만 저 말을 들은 이상 제외는커녕 확정이다.
 그놈이 소매치기라고!
 이 자식, 날 심리적으로 엿 먹이다니!
 가만두지 않겠어.
 그리고 추가적으로 나한테 훔쳐 간 돈 200배로 돌려받을 테다!
 “찾아.”
 “넵!”
 프티아는 내 명령에 아까 그 소매치기를 찾기 위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까 훈훈한(?) 교육을 시킨 상태여서 그런지 말 하나는 잘 듣는구나.
 그나저나 정말 미치겠다.
 요새 진짜 왜 이러냐?
 소매치기가 그런 심리술을 펼치다니······.
 범죄가 나날이 진화하는 것 같아서 참으로 골 때린다.
 그렇게 내가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프티아가 돌아왔고, 난 그런 프티아에게 물었다.
 “찾았냐?”
 “밖에는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
 크윽, 그럼 건물 내부 안에 있다는 건데······.
 젠장, 건물 안에 있는 놈을 무슨 수로 찾지?
 아니 잠시만, 찾을 방법 있잖아?
 도둑길드에 가는 방법 말이다.
 분명 도둑들은 100% 도둑길드에 가입되어 있으니, 그곳에 가면 그 소매치기에 대한 정보 좀 나올 듯싶다.
 
 “어서 오십시오.”
 난 프티아를 통해서 일반 주점으로 위장한 걸로 추정되는 도둑길드를 찾아내었다(도둑들로 보이는 자들이 제일 많이 들어가는 곳을 추적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자 나를 반기는 40대 아저씨 한 분이 계신다.
 난 그 아저씨를 슬쩍 본 뒤 근처 아무 테이블에 앉는다.
 “뭐 드릴까요, 손님?”
 한편 내가 아무 테이블에 앉자 최대한 상큼하게(?) 주문 메뉴를 받아 주시는 아저씨였는데, 참으로 그 모습을 보고 이 주점에서 나가고 싶을 정도다.
 그나저나 난 혹시나 여기가 도둑길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 슬쩍 미끼를 던지는데······.
 “여기 두 탕 안 뛰나요?”
 “두 탕이라니요?”
 “뭐 알면서.”
 “······.”
 “진짜 몰라요?”
 “소, 손님 무슨 말씀이신지······.”
 “······.”
 내 말에 급속히 당황하는 그 아저씨.
 난 그걸로 확신했다. 이곳이 도둑길드라고 말이다.
 그럼 이제 해야 할 것은······.
 “정보 좀 주시죠.”
 “네?”
 “제가 지갑을 도난당했거든요. 이 길드에 가입되신 분 중 한 분이 하신 것 같은데, 그 도둑님의 정보를 원합니다.”
 “······.”
 번쩍.
 그때였다.
 나의 ‘도둑’이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주문 메뉴를 받던 아저씨의 눈빛이 돌변하더니 순식간에 등 뒤에서 나이프를 하나 꺼내 곧바로 내 심장을 찔러 들어온 것이다.
 난 이렇게 공격할 줄은 몰랐기에 순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몸은 당황하지 않았는지 거의 반사적으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다시피 해서 피해 냈다.
 하, 위험할 뻔했다.
 갑자기 공격할 줄이야.
 “모두 저 자식을 죽여라.”
 “······.”
 한편 내가 공격을 피하자 그 아저씨가 소리치고, 그와 동시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들과 여자들이 단검 한 자루씩을 들고 나에게 스멀스멀(?) 오신다.
 이런 제길, 여기 계신 분들 다 도둑 길드원이셨나?
 이거 참 난감한데······.
 “바보 같은 자식, 도둑길드에 와서 도둑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 달라고 하다니······.”
 “······.”
 그때 누군가가 그렇게 한마디 하고 난 그 말에 괜히 창피해진다.
 나도 좀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도둑길드에 와서 도둑 정보를 달라고 하면 순순히 줄 거라는 생각을 하다니······.
 난 너무 순수해서 문제란 말이다.
 어찌 됐든 이렇게 된 이상, 한판 붙는 수밖에!
 “개 모두 소환! 오우거 소환! 프티아 소환!”
 나의 소환 소리에 주점 안에 있는 테이블이든 의자든 다 박살내면서 나오는 대량의 로봇들.
 그 모습을 본 도둑 길드원들은 당황하면서 외친다.
 “저, 저것들은 뭐지?”
 “알 거 없고! 난 평화를 사랑해서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
 “순순히 정보를 넘겨줄래요? 한판 크게 붙을래요?”
 “공격해.”
 ‘공격해’라는 말로 난 알았다. 협상할 마음은 없다고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한판 개판으로 해 주지.
 어차피 이거 내 가게도 아니니 상관없잖아?
 난 그런 생각에 곧바로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공격해!”
 내 명령이 끝남과 동시에 개 로봇들이 수십 명의 도둑 길드원과 맞장을 뜨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프티아에게 다른 명령을 내렸다.
 “상황 보고 빈틈 있는 놈들 저격해.”
 “넵!”
 그렇게 프티아는 내 지시에 따라 개 로봇들과 싸우고 있는 적의 틈을 노려서 저격해 들어갔고, 잠시 후 승패는 결정 났다.
 일단 우리 쪽의 주력인 개 로봇만 해도 저들보다 3배 정도 많았고, 무엇보다 오우거 로봇과 프티아의 활약으로 인해 적의 수가 금세 줄어든 것이다.
 이제 남은 분은 아까 주문을 받으시던 그 40대 남자뿐이다.
 난 그분에게 천천히 이동한 뒤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자, 이제 가르쳐 주실래요?”
 “······.”
 부들부들.
 내 요청에 그 남자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한다.
 “누굴······ 찾는······ 거냐.”
 “이제야 대화가 되네요.”
 “······.”
 “처음부터 이랬으면 됐잖아요?”
 싱긋.
 난 그렇게 해맑은 미소를 지었고, 그런 내 모습에 분하다는 듯이 이를 꽉 깨무는 아저씨.
 후후후, 이게 바로 승자의 여유지.
 자, 그나저나 내게 소매치기하신 분의 인상착의를 설명해 볼까나?
 그런 생각에 입을 열려는데······.
 푸직.
 “으윽······.”
 “어라?!”
 갑자기 나에게 말을 해 주려던 남자가 목에 단검이 관통된 채 쓰러지고 있다.
 뭐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나는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무척이나 당황했고, 그 순간이었다.
 12살 정도로 보이는 한 소년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 앞에 나타난 것은.
 그리고 그 소년은 여전히 웃으면서 그 죽어 버린 남자를 향해 말했다.
 “이러면 안 되지. 가족의 정보를 넘기려고 하다니, 길드 마스터로서 용납할 수가 없는걸.”
 “길드 마스터······?”
 자기 입으로 길드 마스터라고 했다.
 그럼 저 꼬맹이가 이 도둑길드 마스터?
 허, 생각 외로 너무 어리다.
 고작 12살밖에 안 된 놈이 길드 마스터라니······.
 뭐 그 나이에 길드 마스터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만 그래도 좀 그렇긴 그렇다.
 “그런데 무슨 용무로 우리 가게를 이런 식으로 만드셨나?”
 웃으면서 물어오는 꼬맹이에게 나도 웃음으로 화답하면서 말한다.
 “아아, 내 지갑이 도둑한테 도난당해서 그것 때문에 도둑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는데 먼저 공격하더라고.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정.당.방.위.를 하다 보니······.”
 “웃기지도 않는군. 도둑한테 지갑을 도둑맞았다고 이렇게 난동을 피워 났다는 거?”
 “거듭 말하지만 난 평화적으로 하려고 했다고. 평화적으로 말이야.”
 “······.”
 “한데 공격하니 나보고 어쩌라고?”
 “······.”
 “뭐 이런 칙칙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넌 어쩔 거냐? 이 엉아한테 좀 맞고 정보 줄래, 아님 순순히 줄래?”
 “닥쳐!”
 “······.”
 “죽여 버린다······.”
 “······.”
 말투 봐라, 나이도 12살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험하기 그지없도다.
 어찌 됐든 저 말로 봐서는 순순히 줄 의도는 없어 보인다.
 맴매가 좀 필요할 것 같다.
 난 그런 생각에 당장 로봇들을 전투 준비를 시키는데······.
 푸시이익.
 “······!”
 갑자기 바닥에 놓여 있던 수십 개의 단검들이 죄다 떠오르더니 나를 향해 공격 들어오는 것.
 난 순간적으로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너무 당황했고, 그러는 사이 그 단검들이 죄다 나에게 미세한 상처를 남기면서 스쳐 지나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재빨리 중요 부위는 사수하는 바람에 심각한 상처는 없다는 거.
 그런데 이 자식 뭐야?
 어떻게 수십 개의 단검을 한 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거지?
 이건 평범한 직업으로는······.
 설마······!
 “히든······클래스?!”
 “호오, 맞아. 히든 클래스지. 50개의 단검까지는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단검 마스터.”
 “······.”
 뭐 이런 개 사기 같은 직업이 있나?
 몇 개도 아니고 50개나 되는 단검을 마음대로 조종이 가능하다니. 너무하지 않니?
 뭐 솔직히 말해서 직업으로 따지면 내 쪽이 더 대단하기는 하다만 문제는 내 직업은 돈이 많아야지만 사기에 가까워지는 거고, 지금은 별로······.
 참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라, 이 자식 위험하다.
 단검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소리는 굳이 나한테 근접할 필요가 없으니 로봇들은 완전히 무시한 채 나만 공격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봐라!”
 “······!”
 그때 또다시 사방팔방에서 단검들이 날아서 나를 공격하고, 난 그 모습에 재빨리 근처 테이블을 이용해서 숨는다.
 하지만 이놈의 단검들은 눈이라도 달렸는지 요리조리 휘어서 나를 공격해 오고, 난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면서 외친다.
 “모두 나를 틈 없이 감싸고, 프티아는 저 자식 공격해!”
 나의 명령에 주변에 있던 로봇들이 최대한 틈 없이 나를 배리어 쳐 주고, 그 시간에 다른 명령을 받은 프티아는 그 꼬맹이를 공격한다.
 그렇지만 그 꼬맹이는 나를 공격하던 검을 회수하더니, 검으로 이루어진 방패를 만들어 버리는 그 꼬맹이.
 당연하게도 공격을 시도했던 프티아는 검의 배리어에 막혀 실패한다.
 “이런 쌍!”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고운(?) 말.
 큼큼, 잠시 흥분을······.
 아 이게 아니라······.
 “이렇게 된 이상 모두 공격이다!”
 모든 로봇에게 그 꼬맹이를 향한 공격 명령을 내린다.
 한편 그 꼬맹이는 모든 로봇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데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느긋한 모습으로 마구 날아다니는 단검들을 통해서 내 로봇들을 부순다.
 심지어는 몇 개의 검은 나를 공격하게 하는데······ 환장할 지경이다.
 “엘리디아!”
 난 급하게 저 단검들을 뚫기 위해서 로봇의 능력치를 두 배 상승시키는 기술도 사용해 보지만 실패다.
 으아악! 이대로 가면 하나둘씩 내 로봇이 줄어들면서 패배하게 될 텐데.
 무엇보다 오우거 로봇이나 프티아 로봇이 부서지면 이건 완전 난리 난다.
 내 전투력이 절반 이상으로 감소하게 되는 거니까.
 그래서 난 최후의 방법으로······.
 “나도 가세한다!”
 비록 무기는 없지만 능력치만은 전사 능력치인 나도 의자 하나를 들고 돌격한다.
 한편 뒤에서 로봇 컨트롤만 해서 전투력이 없는 줄 알았던 내가 달려들자, 그 꼬맹이가 다소 신기한 듯 말했다.
 “로봇만 다루는 게 아니었던가?”
 “아니거든!”
 난 그렇게 대답한 뒤 근처 테이블을 밟고 날아올랐고, 그 모습에 모든 단검을 내 쪽으로 집중시키는 그 꼬맹이.
 난 그 모습에 웃었다.
 분명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웃은 이유는······ 이걸 노렸거든.
 사실 내가 이렇게 뛰어오르면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분명 나를 공격할 거라는 나의 계산된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표적이 된 상태였을 때, 프티아가 저격에 나서면······.
 “게임 종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프티아가 그 꼬맹이의 심장을 관통했다.
 됐어! 이겼어!
 이제 이 검이 우르르 떨어지는 일만······.
 “생겨야 하는데?”
 분명 컨트롤하는 자가 죽으면 이 단검들도 떨어져야 하는데 끝까지 나를 향해 달려든다.
 으아악! 이건 내가 계산한 범위가 아니야.
 떨어져, 떨어져, 떨어지라고!
 난 속으로 그렇게 막 외쳐 보지만 이미 단검들은 나와 거의 밀접한 상태.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우르르.
 “······.”
 내 살결까지 닿았던 단검들이 다행히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난 그 모습에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헉헉, 진짜 죽을 뻔했다.
 그것도 단검들한테 꼬치구이가 돼서 말이다.
 
 “안타깝군.”
 최대한 살려서 정보 좀 캐려고 했더니, 생포하기에는 너무 까다로운 놈이었다.
 뭐 그래도 여기서 죽치고 있다 보면 도둑들이 왔다 갔다 할 테니, 그때 귀티 도둑님을 찾으면 될 테다.
 난 그런 생각을 열심히 죽쳐서 기다리는데······.
 끼이익.
 절묘하게 그때 문을 열고 등장하는 한 분.
 그리고 ······.
 “그분이시다!”
 첫 손님이 나의 지갑을 훔쳐 간 그 귀티 도둑님이셨던 거다.
 한편 그 귀티 도둑은 완전 개판 오 분 전이 된 자기 길드를 보고 멍 때리고 있다가 싱긋 웃고 있는 나를 보고 기겁했다.
 그는 당장 도망가려고 했지만, 내가 먼저였다.
 내가 이미 순식간에 입구를 봉쇄해 버린 것이다.
 그러자 그 귀티 도둑은 어찌할 줄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난 그런 그에게 손을 까닥거리면서 말했다.
 “좋은 말할 때 내놓을래요? 나쁜 말할 때 내놓을래요?”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귀티 도둑은 눈치를 때렸고, 순식간에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서 나한테 훔쳐 간 금액 300루팅을 내게 건넸다.
 하지만 그 모습에 난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정신적 피해 보상비.”
 “······.”
 “육체적 피해 보상비.”
 “헛!”
 그 말에 내가 원하는 게 단순히 나한테 훔쳐 간 300루팅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고 기겁을 하는 그 귀티 도둑.
 난 그에게 웃으면서 말한다.
 “제게 훔쳐 간 금액의 200배를 요청합니다.”
 “마, 말도 안 돼!”
 아니, 말도 안 된다니? 300배 받을 걸 200배만 받아 주는 건데!
 얼마나 선심 썼는데(?) 말도 안 된다니······.
 꼭 내가 도둑놈 심보인 줄 착각하시겠다.
 어찌 됐든 이런 반응을 봐서는 못 주겠다는 건데, 내가 주고 싶게 만들어 줄 생각이다.
 무조건 말이다.
 싱긋.
 그런 생각과 함께 웃으면서 다가가자 기겁하면서 뒷걸음질 치는 그 귀티 도둑.
 본능적으로 알 것이다. 내가 무슨 착한 짓을 할 건지······.
 “자, 잠깐만요!”
 “······?”
 “저도 마음 같아서는 200배를 드리고 싶지만 저에게 그런 금액이······.”
 “없으면 뒤지세요.”
 “네?!”
 “지금 어차피 이쪽 길마도 뒤지셨으니, 길드 금고를 뒤져서 주시면 됩니다.”
 “어, 어떻게 그런······.”
 “싫으면 말고요.”
 “아, 알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하 쪽에 감춰진 금고를 열더니 허겁지겁 돈을 꺼내 오는 귀티 도둑.
 그런데 생각 외로 금고에 돈이 가득하다.
 최소 못해도 10만 루팅 정도는 될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조금(?) 요구한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가 선심 써야지.
 여기도 재건하고 그래야 될 거 아니야? 건물 다 부셔졌는데······.
 그래, 착한(?) 내가 이해하는 거다.
 
 
 
 
 
 제10장 소개팅
 
 
 
 난 착하게(?) 얻은 돈으로 브레스 쏘는 쥐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제 내게 남은 건······.
 “후후후, 드디어 결전의 날이군.”
 오크 2,000마리와 생각을 읽는 오크와의 대결전의 날이 남았다.
 후우, 긴장된다. 긴장돼.
 이번에 수천 단위로 전투를 벌일 생각하니 정말 짜릿해서 미쳐 버릴 것 같다.
 그렇게 난 중얼거리면서 게임에 접속을 하려는데······.
 “아들!”
 “······.”
 갑자기 어머니가 등장하셨다.
 아니 항상 바쁘다면서 집에 자주 안 들어오는 분인데······.
 설사 들어오더라도 항상 밤늦게 들어오시는 분인데,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들어오시다니 정말 놀라울 정도다.
 그때 내가 놀라든 말든 엄마는 흥분된 어조로 말한다.
 “있지, 있지! 아들, 엄마가 오늘 엄청난 사람을 만났다!”
 “엄청난 사람?”
 “그래! 옛날에 둘도 없는 죽마고우였던 친구를 만난 거야!”
 “그거 참 좋겠네요.”
 “참 좋은 정도니? 완전 흥분되지! 무엇보다 너도 흥분될 거야.”
 “제가 왜 흥분이 돼요? 엄마가 엄마 친구 만났는데······.”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우리가 어렸을 때 이랬거든! 서로 아이를 낳게 되면 성별이 다를 시 소개팅을 시켜 주자고!”
 “······.”
 “그리고 그 결과, 미현이 아이가 딸인 거야!”
 “······.”
 “한마디로 엄마가 오늘 너한테 소개팅시켜 준다는 거야!”
 “······.”
 엄마가 시켜 주는 소개팅이라, 참으로 색다른 경험일 듯하다.
 하지만 별 관심 없다.
 지금은 소개팅보다 오크 부족 박멸해서 돈 버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하려고 했지만······.
 “이미 약속 다 잡아 놨단다!”
 “······.”
 “거절하면 죽는다!”
 “······.”
 웃으시면서 거절하면 죽는다니, 차마 거절할 수가······.
 제길, 잠시 오크들과 맞장 뜨는 건 보류해야 할 듯싶다.
 
 난 대충 입고 나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째려보는 바람에 최대한 멋을 내야 했다.
 일단 왁스로 가볍게 머리를 뒤로 넘겼고 그런 다음 갈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주얼 정장 재킷까지······.
 아, 목걸이와 팔찌는 옵션으로 말이다.
 “기대하렴. 미현이 딸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단다.”
 “그런가요?”
 “그럼! 그래, 연예인들보다 더 예쁘다고 하면 되려나?”
 “그거 참 어마어마하겠군요.”
 소개팅에 별 관심 없는 난 그냥 대충대충 대답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오크들과 맞장 뜨는 거지, 소개팅이 아니어서 말이다.
 물론 연예인들보다 더 예쁘다는 말에 살짝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역시나 내게는 오크들이 더 그립다.
 그렇게 난 어머니한테 거의 반쯤 이끌린 채 약속 장소인 요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최고인 로렌더에 도착했고, 어머니는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살피더니 무척이나 반가워하면서 말했다.
 “미현아!”
 “은희야!”
 “······.”
 엄마의 친구로 보이는 미현이라는 아줌마랑 우리 엄마의 재회.
 그런데 미현이라는 아줌마, 장난 아니시다.
 분명 우리 엄마랑 친구라면 40대일 텐데, 거의 30대 초반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젊어 보이시고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미녀이시다.
 허! 저런 분의 딸이면 딸도 어마어마한 미소녀이겠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미현이라는 아줌마 옆에 있는 분에게 눈길이 가는데······.
 “······.”
 미소녀였다. 그것도 초미소녀!
 엄마 말대로 연예인보다 더 예쁜.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는 분이었으니······.
 “아······현이?”
 “······?!”
 아현이도 내가 이름을 부르자 나를 바라보았고, 잠시 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깜짝 놀란 어조로 말했다.
 “설마, 현중이?”
 “······.”
 이런 어이없는 일이!
 
 “어머나, 이게 웬일이냐?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이라니!”“그러게 말이야!”
 “이게 바로 운명?”
 “아예 이 기회로 결혼시킬까?”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어, 엄마!”
 “엄마!”
 나와 아현이는 결혼이라는 소리를 아무렇게나 하시는 부모님들에게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결혼이라니, 너무 앞서 가신다!
 “둘 다 놀라기는. 어찌 됐든 둘 다 아는 사이고 하니, 우리는 빠져 줄 테니 재미있게 놀으렴!”
 “재미있게 놀으렴.”
 “······.”
 “······.”
 그때 그 말을 끝으로 곧바로 나가 버리는 엄마랑 미현이 아줌마.
 그러자 나와 아현이만 남게 되었다.
 으윽, 어색하다.
 저번 오해가 풀린 이후 학교에서 가끔 이것저것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얼굴을 대놓고 보는 건 처음이다.
 거기다가 이 자리가 소개팅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에 더욱 어색하다.
 “······.”
 “······.”
 “······.”
 “······.”
 “······.”
 “······.”
 아현이와 난 그저 무한 침묵이다.
 그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난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붙여 보는데······.
 “오늘 더 예쁘다.”
 “그, 그래? 고마워······.”
 “뭐 사실대로 말한 건데.”
 “······.”
 진짜 사실대로 말한 거다.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원피스가 주인을 잘 만나서 그런지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까.
 “나 사실, 너 못 알아봤어.”
 “으응? 그건 무슨······.”
 그때 나를 못 알아봤다는 아현이.
 그러더니 살짝 볼을 붉히면서 말한다.
 “너무 달라졌다고나 할까.”
 “아······.”
 확실히 어머니 때문이라고 하지만, 개폼 다 잡고 나왔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방금 시킨 스테이크를 먹는다.
 한데 또 다 먹고 나니 할 짓 없이 멍.
 으으, 의도하지 않았지만 너무 소개팅이 밋밋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영화 보러 갈래?”
 “영화?”
 “응. 보고 싶은 게 있거든.”
 “나야 환영이지!”
 사실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완전 환영이다.
 그리고 저런 초미소녀와 보는 영화라면 좋아하지 않는 영화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손님.”
 “······?”
 그런데 그때 웨이터가 무슨 음료수 잔 두 개랑 음료수 한 병을 들고 나타나신 거다.
 그러더니······.
 “저희가 새로 만든 음료인데, 한번 드셔 보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상관없는데, 아현이는?”
 “응. 나도 상관없어.”
 “그럼······.”
 우리의 허락에 그 웨이터는 미리 준비해 온 음료수 잔에 음료수를 따르고 나와 아현이는 푸른색의 액체가 따라지는 걸 확인하고 다 따라지자 그 음료수를 맛보았다.
 털썩.
 “아, 아현아!”
 “소, 손님!”
 그 음료수를 마시자마자 갑자기 아현이가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얼굴이 붉어지더니 쓰러진 것이다.
 그 모습에 무척이나 당황한 채 나는 아현이를 부축하면서 그 음료수를 따라 준 웨이터에게 물었다.
 “으, 음료 아니에요?”
 “부, 분명 음료 맞는데요.”
 “그런데 왜 이런······.”
 “서, 설마······.”
 “······?”
 “맛을 더하기 위해 와인 몇 방울 정도 추가되었기는 한데······.”
 “······.”
 “그거 먹고 취해서 쓰러질 수는······.”
 없다.
 절대 없다.
 하지만 가끔씩 예외는 있었으니······.
 그 전설에서나 등장하는 알코올 한 방울이면 만취되어 버린다는 특수 케이스의 경우다.
 그렇지만 그건 그냥 전설에서나 등장하는 경우인 줄 알았지 이렇게 실제로 발생될 줄이야!
 너무 당혹스럽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어서 SOS를 쳐야 한다.
 누구에게?
 당연히 아현이 어머니에게 말이다.
 뭐 내가 아현이 어머니 번호는 당연히 모르니 우리 엄마를 통해서는 필수.
 난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데······.
 [전화기를 꺼져 있어 받을 수가······.]
 꺼져 있는 우리 엄마 전화.
 아악! 뭐한다고 전화기를 꺼 놓으신 거야!
 이런 긴급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나저나 어떡하지?
 이곳에서 계속 죽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런 생각이 든 난 아현이를 업었다.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어쩌면 나가게 되면 혹시 시원한 바람 때문이라도 술이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푹신.
 “······.”
 아현이의 가슴이 등에 닿는다.
 으윽! 보, 보기보다 상당한 글래머였구나.
 직접 업으니 팍 느껴질 정도로······.
 참,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지금은 긴급 상황, 정신 차려야 해!
 
 “안 깨어나는군.”
 아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지 20분이 지났지만, 아현이는 꿈쩍도 안 했다.
 이건 거의 초만취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젠장, 그럼 나 어떡해야 하냐?
 마음 같아서는 모텔 같은 데 들어가서 눕혀 주고 싶지만, 미성년자인 아현이를 모텔에 드랍(?)시킬 수도 없고, 무엇보다 여자 혼자 모텔이라니 왠지 위험한 느낌이 든다.
 그럼 모텔은 안 되고 호텔은 그래도 낫지 않을까 싶지만 호텔 값은 없다.
 아악! 이리저리 문제다.
 “아······.”
 그런데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
 그리고 그건 아현이를 우리 집에 데려가는 거다.
 여기서 절대 이상한 걸 생각하는 사람을 저질이고, 난 그저 순수하게 아현이가 술이 깰 동안의 장소로 우리 집을 선택한 것뿐이다.
 그래, 그거다!
 일단 모텔보다는 우리 집이 훨씬 건전할 것 같다.
 난 그런 생각에 아현이를 업은 채 우리 집으로 돌격했고 잠시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현이를 어머니 침대에 눕혔다.
 “휴우······.”
 그제야 난 한숨을 돌렸다.
 정말 예상치 못한 코스다.
 아주 극소량의 알코올에 이렇게 만취하는 코스는 말이다.
 그나저나 여자가 누워 있는 방에 같이 있는 것도 그러니, 일단 이 자리를 피하는 게 예의겠지?
 그런 생각으로 난 엄마 방을 빠져나가려는데······.
 “으응?”
 갑자기 미끄러운 느낌에 그대로 넘어지면서 아현이의 입술에 다이빙한 건······.
 난 그 상황에 무척 당황하면서 후다닥 뒤로 물러섰지만 그렇다고 방금 전 상황이 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더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금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어서 더 실수를 하기 전에 이 방에서 탈출을!
 그렇게 생각한 난 단숨에 엄마 방을 탈출하지만, 탈출한 이후에 급격히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에 부들부들 떨었다.
 실수다.
 실수일 뿐이다.
 고의가 아니라고!(?).
 절대 자는 여자 몰래 키스하는 짐승이 아니라고!
 끼이익.
 “······!”
 그때였다.
 갑자기 엄마 방문이 열리면서 아현이가 살짝 어지러운 얼굴로 나타난 것은.
 난 지은 죄가(?) 있다 보니 아현이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때 아현이가 나를 발견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어떻게 된 거야?”
 “그, 그게······.”
 아현이가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지 그렇게 물었고, 난 엉뚱한 오해를 하기 전에 우리 집에 오게 된 사연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얼굴은 죄책감에 의해(?) 마주치지 못한 채.
 “아, 미안해······.”
 “미, 미안하기는······.”
 한편 모든 여기까지 오게 된 사현을 듣게 된 아현이는 미안하다고 내게 말하지만, 그 말이 나를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미안한 건 나라고!
 비록 실수였지만 자고 있는 너의 입술을······ 크윽.
 헉, 그런데 설마 첫 키스라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혹 그러면 난 진짜 더욱 나쁜 놈이 된다.
 술에 취한 아현이의 첫 키스를 강제로 빼앗아 간 나쁜 놈!
 그래서 난 당장 물었다.
 “저, 이상하게 듣지 말아 줘.”
 “응?”
 “첫 키스······ 해 봤어?”
 “······.”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급당황하는 아현이.
 그러더니 내게 말한다.
 “그, 그걸 왜 묻는데?”
 “아니, 그냥······. 아무 의미 없어. 순수하게(?) 묻는 거야.”
 “······.”
 “진짜야······.”
 “······.”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기는 하다.
 뜬금없이 첫 키스를 물어보니 말이다.
 그래도 나한테는 첫 키스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무리해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거고······.
 한편 아현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안 해 봤어.”
 “······.”
 오 마이 갓, 이건 아니다.
 진짜 아니라고!
 그럼 내가 아현이 첫 키스를 뺏어 버린 거냐!
 솔직히 말해 나도 첫 키스지만, 난 좋다.
 내 첫 키스 상대가 저런 어마어마한 미소녀라는 건 축복받을 일이다.
 하지만 아현이는 아니라는 거.
 “왜 그래?”
 “으응?”
 “아까부터 빨개진 얼굴로 약간 이상한 질문하고······.”
 “······.”
 그거야 아까 그 사건 때문이지.
 그나저나 어떡하지? 이 사실을 숨겨야 하나?
 아님 자수해서 광명 찾아야 하나······.
 난 두 가지의 선택 상황 중 고민에 잠겼다.
 첫 번째로 이 사실을 숨길 경우 난 마음이 좀 괴롭겠지만 일단 좋다(뭐가?).
 하지만 여기서 자수할 경우 난 아현이에게 변태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물론 실수였다고 하지만, 아현이 입장에서는 내가 실수인지 진짜인지 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왠지 ‘나 너 취했을 때 실수로 입술을 빼앗았어.’라는 멘트를 치는 게 더 웃기지 않는가?
 그래서 난······.
 “아무것도 아니야. 하하하.”
 “······.”
 그냥 이 사실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했다.
 
 난 아현이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 집에 도착한 이후에도 아현이와의 키스신이 자꾸 생각나면서 입술이 부끄러워진다(?).
 이러면 안 된다.
 그건 실수였다.
 그런데 계속해서 상상하는 건 뭐하는 시추에이션인가!
 아아악! 정말 이럴 때 남자라는 존재가 짐승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제11장 대격돌
 
 
 
 “휴우······.”
 오크 2,000마리와의 맞장을 앞둔 지금, 피로감이 최고치에 달한다.
 그리고 그 이유란 어제 있었던 아현이 첫 키스 강탈(?) 사건 때문에 그 죄책감으로 잠을 한숨도 못 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현이는 아직 첫 키스를 나한테 뺏겼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양심에 찔리게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해서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것보다는 앞으로 아현이에게 정말 잘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앞으로 잘하자. 정말 아현이한테 잘하는 거다!
 그렇게 계속해서 다짐하자 그제야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그나저나 어제 하려고 했던 오크 부족 섬멸 작전을 슬슬 시작해야 할 상황인데······.
 그런 생각이 든 난 전투에 앞서 필요한 정찰을 위해 프티아를 소환한 뒤 말한다.
 “프티아, 오크 부족 탐방(?) 좀 하고 와라.”
 “넵.”
 프티아는 나의 명령에 ‘넵’이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가 버리고, 난 그 모습에 왠지 살짝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저번에 건전한(?) 교육을 시켜 준 이후라지만 너무 말을 잘 듣는다.
 분명 이때쯤이면 한 번쯤 반항할 시기가 왔는데 말이다.
 내가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프티아는 돌아와서 내게 말했다.
 “별로 없습니다, 주인님.”
 “으응? 별로 없어?”
 “네, 오크 한 100마리밖에 안 보이네요.”
 “그, 그럴 리가······.”
 “······.”
 2,000마리나 되던 오크들이 그 사이에 100명으로 줄었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난 예상치 못한 프티아의 보고에 당황하지만, 잠시 후 간단하게 생각해서 누군가랑 싸우다가 100명 정도만 남고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명밖에 안 되면 정말 손쉽게 제압이 가능한 숫자다.
 오오, 기회다! 거저먹을 기회!
 난 그런 생각에 초스피드로 그 오크 부족이 있는 마을에 도착하는데······.
 “이런······.”
 프티아의 보고와는 완전 다르다.
 100마리는커녕 오히려 저번보다 조금이지만 더 늘어나 보인다.
 이게 어떻게 된······.
 “프티아 자식이 사기를!?”
 그때 내 머리를 지나가는 한 가지 가설, 그건 프티아가 날 엿 먹이려고 오크 부족의 수를 속였다는 거다.
 다른 놈이라면 그런 몹쓸 짓 안 하겠지만, 프티아 이놈이라면 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그 증거로 이 자식이 어디론가 내빼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래 봤자 내 손 안이지만······.
 “프티아 소환!”
 “헉!”
 나의 한마디에 곧바로 내 앞에 소환되어 버리는 프티아.
 난 그런 프티아를 단숨에 낚아채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네놈이 날 속여?”
 “······.”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래, 죽여! 인마! 이 새끼야, 니가 인간이냐! 어떻게 무임금으로 만날 일만 시켜! 이런 삐리리······.”
 “······.”
 그때 이 자식이 드디어 미쳤는지 나를 향해 완전 욕했고, 난 그 말에 오히려 웃었다.
 그래, 분명 네놈 입으로 죽여라고 했지?
 그럼 죽여주마.
 아주 잘 죽여주마.
 
 “흐흐흑.”
 난 흐느끼는 프티아를 보고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방금 전처럼 나를 향해 욕하고 반항하고 사기치고 하니까 어쩔 수 없다.
 그나저나 계속해서 돈, 돈 하는데······.
 그래, 좋다. 나도 양심이 있지······.
 무임금으로 너무 부려 먹는 것 같아서 좀 그랬다.
 그런 까닭에 난 울고 있는 프티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몬스터 한 마리당 10루팅 주마, 어때?”
 “한 마리당?!”
 “그래.”
 “아, 알겠습니다!”
 내 제안에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는 프티아.
 그러더니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투지를 내뿜었다.
 허허, 돈이 저렇게 좋을까?
 뭐 나도 좋기야 하지만.
 어찌 됐든 돈으로 인해 순식간에 슈퍼 새로 변한 프티아를 앞장세워서 난 오크 부족과 맞닥뜨렸다.
 저번에 왔던 사람이라고 반겨 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적이다. 취이익.”
 “인간이다. 추이익.”
 “죽여라, 취이익.”
 “······.”
 한데 저 모습을 봐서는 저번에 그렇게 난리 치고 갔는데,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하는 듯싶다.
 아니, 애초에 머리 딸리는 오크에게 그걸 기대한 내가 잘못인 것일 수도.
 그나저나 이제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할 시간이다.
 난 그런 생각에 곧바로 모두 소환했다.
 “오우거 소환. 개 모두 소환. 거대 쥐 소환!”
 “뭐, 뭐지? 취이익.”
 “이, 이상한 것들이 나왔다. 취이익.”
 “어디서 본 것 같다. 취이익.”
 오크들은 순식간에 소환된 내 로봇들을 보고 당황하고, 난 그 기회를 틈타 공격 명령을 내린다.
 “모두 돌격!”
 “한 마리당 10루팅!”
 그때 프티아가 나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마디와 함께 쏜살같이 날아갔고, 어마어마한 전투력으로 오크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난 그 모습에 진심으로 놀랐다.
 허어, 진짜 놀랍다.
 단지 돈을 준다고 했을 뿐인데, 항상 보이던 전투력의 두 배 이상은 될 듯싶다.
 우우우웅!
 그 순간 오우거 로봇이 근처에 있던 나무를 뽑더니 그대로 오크들 한 중간에 집어던져 버렸고, 그와 동시에 그 나무에 깔리고 치이고 해서 마구 흐트러지는 오크들.
 그런 오크들을 개 로봇 50마리가 차근차근 공격해서 죽인다.
 그리고 이 전투에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브레스 쏘는 거대 쥐는 한 번씩 거하게(?) 브레스를 써 주고 그 공격에 수십 마리씩 오크가 녹아내리는데······.
 그 모습이 멋질 정도다.
 그런데 나 혼자 멍 때리는 것도 그런 상황인데, 나도 공격에 가담해야겠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혹시나 싶어 여기 오기 전 산 싸구려 검 한 자루를 들고 곧바로 오크들 속으로 뛰어 들어간 뒤 마구 오크들을 베어 넘긴다.
 오오, 이렇게만 가면 2,000마리든 3,000마리든 금방 없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지금 우리 팀이 압도적으로 오크들을 밀어붙이는 거다.
 그런데 그때였다.
 “모두 뒤로 물러선다.”
 “······.”
 그분이 오시고 말았으니······.
 생각 읽는 오크 분 말이다.
 아악! 저분만 없다면 손쉽게 이길 싸움인 것 같은데, 저분의 등장으로 갑자기 싸움이 어려워질 것 같은 느낌이······.
 어찌 됐든 그 생각 읽는 오크의 명령에 따라 뒤로 물러서는 오크들을 무턱 대고 공격했다가는 저쪽 진형에 완전히 넘어갈 수 있기에 난 근접 공격을 하는 개 로봇을 향해 말했다.
 “개 모두 스톱! 프티아는 궁수들을 저격하고, 오우거 로봇은 계속해서 나무를 던지고, 거대 쥐는 브레스를 뱉어!”
 하지만 개 로봇 빼고는 죄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기에 그들에게는 따로 명령을 내린다.
 한편 그 상황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계시던 생각 읽은 오크님.
 그러더니 잠시 후 한마디 탁 내뱉는데······.
 “저 인간만 죽이면 다른 놈들은 사라진다. 모든 궁수들과 마법사는 저 인간을 집중포화 해라.”
 “······.”
 이런 쌍, 이번에도 내 생각 읽은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죽으면 다른 애들은 그냥 자동으로 사라지는 걸 오크 주제에 알 수가 없다.
 그나저나 이제 모든 화살과 마법들이 나한테 들이닥칠 텐데 어찌해야 하나?
 아니 어찌할 것도 없이······.
 “숨으면 되지롱!”
 숨으면 된다.
 브레스 쏘는 거대 쥐 뒤에 말이다.
 이놈 내가 저번에 잡을 때 보니 체력 하나는 킹왕짱.
 분명 로봇으로 완성되면서 그 체력을 물려받았을 테니 웬만한 집중포화에도 꿈쩍 안 할 것이다.
 거기다가 리페어를 이용해서 계속해서 수리하면 난 한없이 견뎌 낼 수 있다는 거.
 음헤헤헤!
 난 그런 생각에 곧바로 그 거대 쥐 로봇의 뒤에 숨는다.
 슈우우웅
 슈우우웅
 콰아아앙
 콰아아앙!
 그때 내가 거대 쥐 로봇 뒤에 숨기 무섭게 화살들과 마법들이 마구 날아오지만 역시 어마어마한 몸빵력으로 꿈쩍 않는 거대 쥐 로봇.
 미안하게도 작전대로 안 되겠구나?
 생각 읽는 오크야, 이만 이 작전은 철수하지 그래?
 “그만!”
 한편 내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그만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생각 읽는 오크.
 아무래도 내가 전하는 메시지를 들었나 보다.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
 그런데 그때 직접 나선다는 보스님.
 그러더니 뜬금없이······.
 푸욱.
 “······?”
 옆에 있던 오크를 죽여 버린다.
 뭐지? 왜 갑자기 자기편을 죽이는 거냐?!
 난 예상치 못한 행동에 무척이나 당황했는데 그 생각 읽는 오크는 더욱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하셨으니······.
 “시, 심장을 먹어?!”
 죽인 오크에서 심장을 빼내더니 그걸 먹는 것이다.
 저 자식 뭐야?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자기편을 죽이더니 그 심장을 먹는 거냐!
 “미치지는 않았으니 걱정 말아라. 그저 심장을 먹으면 좀 더 강해져서 그런 것일 뿐.”
 “······.”
 내 생각을 읽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는 생각 읽는 오크 아니 이제 수정해서 심장 먹는 오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강해진다고 심장을 먹는 장면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그럼 시작해 볼까.”
 그때 그 말을 끝으로 내게 도끼 한 자루를 들고 돌격해 오는 생각도 읽고 심장도 먹는 오크님.
 그런데 그 속도가 가히 어마어마하다.
 저 자식 단순히 생각을 읽는 거랑 심장 먹는 거 빼고는 별것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모습을 보니 전투력도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이미 저분은 상당 부분 내게 접근한 상황이다.
 어서 다가오는 걸 막아야 한다.
 “거대 쥐, 저놈한테 브레스 쏴!”
 푸아아아!
 거대 쥐는 나의 명령에 맹렬히 다가오는 생각 읽고 심장 먹는 오크를 향해 브레스를 내뿜지만,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 생각 읽고 심장 먹는······ 에잇! 너무 힘들어서 ‘생심오크’라고 생략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생심오크는 그 브레스를 가볍게 피해 냈고, 다른 애들은 다 무시한 채 나에게 오더니 그대로 도끼를 내려찍는다.
 하지만 순순히 당할 내가 아니다.
 당장 검으로 그 도끼를 막아 보는데······.
 “······.”
 뿌직.
 일격에 박살 나는 나의 검.
 으아악! 이래서 좋은 검을 쓰라고 하는 건가 보다.
 어찌 됐든 난 검이 부서져 버렸기에 그냥 피해 버렸고, 그와 동시에 외쳤다.
 “저 생심오크에게 집중포화 해!”
 “모든 오크들은 공격해라!”
 “······!”
 하지만 자기에게 집중포화를 명령하자마자 오크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는 생심오크.
 이 자식, 자신에게 모든 로봇이 공격을 하는 사이 오크들을 이용해서 내 로봇들을 다 부실 생각인 것 같은데······.
 그렇게는 안 된다!
 “작전 변경! 생심오크를 공격하지 말고 오크들을 상대한다!”
 내 명령에 생심오크를 공격하려던 로봇들은 순식간에 오크들을 상대한다.
 그런데 문제는······.
 “헉!”
 로봇 애들이 오크 상대하게 하다 보니 어느새 1:1로 맞장 뜨게 생긴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으니······.
 난 레벨 달랑 50에 저 렙 유저다.
 하지만 저 애는(?) 딱 보기만 300이상 레벨.
 그뿐 아니다.
 쟤는 튼튼한 무기 있고, 난 방금 전 무기가 작살났다.
 한마디로 내가 무척이나 맞장 뜨기에는 부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많은 오크를 놔두고 로봇을 요쪽으로 돌리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우우우웅.
 “······?!”
 그런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우우웅’이라는 소리.
 난 갑자기 들려오는 이 소리가 뭔가 싶어 소리를 추적해 보는데······.
 “어라?”
 그거였다.
 저번에 엘란에게 받은 그 펜던트.
 ‘엘프의 영혼’이라고 적혀 있는 그거 말이다.
 그런데 이게 왜 이때 난리(?)인 거지?
 난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멍하니 있었고, 그 순간 갑자기 펜던트가 부서지더니 뜬금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엘프의 영혼이라는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에? 이건 도대체 뭐야?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말만 연속으로 터져서 머리가 해롱거릴 지경이다.
 아니, 뭐 해롱거릴 필요도 없이 스킬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면!
 
 ―엘프의 영혼―
 엘프 중 최고의 명사수라고 불리던 타파즈의 힘을 빌려 올 수 있습니다.
 지속 시간은 15분이며, 재사용 시간은 30일입니다.
 
 “······.”
 봐도 이해가 안 간다.
 엘프 중 최고의 명사수의 힘을 빌려 오다니, 빙의 같은 건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진짜 헷갈린다.
 “죽어라, 인간!”
 “헉!”
 그 순간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짓거리하는 사이 어느새 내 근처로 다가와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생심오크.
 크, 큰일 났다.
 전투 중이라는 걸 까먹고 한가롭게 스킬이나 확인하다가 그냥 죽게 될 상황이다.
 어떡하지?
 지금 내 스피드로는 저 공격을 피하는 건 절대 무리다.
 막고 싶어도 막을 것도 없고 하니 환장하겠다.
 잠시만? 방금 전 엘프의 영혼이라는 스킬이 힘을 빌려 오는 거라고 했지?
 빙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힘을 빌려 온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에라, 모르겠다! 한번 질러 보자! 엘프의 영혼!”
 아직 미확인 스킬을 그대로 사용했다.
 파지지짓!
 파지지짓!
 “······!”
 그런데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었으니······.
 내 몸에 스파크 같은 게 마구 튀더니 그 이후로 생심오크의 공격이 무척이나 느리게 보이고, 온몸은 마치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지금 저 근접한 도끼 공격도 손쉽게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뿐 아니라 어느새 내 손에는 금빛의 활이 들려 있었으니, 정말 놀랄 노 자다.
 참,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이미 생심오크의 도끼는 나와 상당히 근접한 상황이다.
 일단 피해 내고 보자.
 난 살짝 물러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데······.
 “헉!”
 순식간에 수십 미터의 거리를 벌려 버린다.
 진짜 뭐지? 이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은?
 설마 이게 스킬 설명대로 엘프 중 최고의 명사수라고 불리던 타파즈의 힘?
 지, 진짜 대박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으니, 어느새 내가 자연스럽게 활을 당겨서 무형의 화살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마치 항상 하던 것처럼 너무나도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무형의 화살을 쏘아 버렸고, 그 화살은 그 생심오크를 향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갔다.
 한편 생심오크는 무형의 화살을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내 생각을 읽은 듯 다급히 도끼날을 이용해서 막아 보지만······.
 파지지직.
 “······.”
 “······.”
 그대로 도끼를 관통하면서 생심오크도 관통해 버렸다.
 허! 이, 이런 놀라운 일이······.
 화살 한 방에 게임 오버라니······.
 정말 이거 장난 아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왜 스킬 설명에 최고의 명사수라고 기재되어 있는지 확실히 알 것 같다.
 “대, 대장. 취이이익!”
 “대, 대장이 죽었다. 취이이익!”
 “어떡하지? 취이익!”
 “무적의 대장이······!”
 그때 대장이 무형의 화살에 가 버린 걸 본 오크들이 당황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더니 외쳤다.
 “취이이익! 대장을 죽인 저 인간을 죽인다!”
 “취이익! 무조건 저 인간만은 죽일 것이다!”
 “죽이자!”
 그 말을 끝으로 내 로봇들을 생 까고 나만 공격하려는 오크들.
 후훗, 가소롭구나.
 방금 전 같았으면 너희들의 공격이 부담되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로봇들을 이용하지 않아도 내 자체적인 힘만으로도 공격을 피할 수 있고 공격할 수도 있다, 이거야!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가볍게 화살을 마구 쏘기 시작했고, 한 발 한 발마다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죽었다.
 덤으로 내 로봇들을 무시하고 나만 공격한 결과로 거의 학살에 가까울 정도로 로봇들에게도 당하고 있으니······.
 이건 보나마나 내 승리다.
 
 “흐흐흐.”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은 금액으로 드디어 내 손에 쥐어진 로봇 검 한 자루.
 이게 그 유명한 3,000만 루팅에 달하는 그 전설급 무기를 토대로 만든 검 로봇이다.
 호호호(?), 달랑 50레벨 주제에 3,000만 루팅의 성능을 가진 검을 가지다니······.
 정말 대박 중의 대박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나저나 검의 성능을 한번 실험하는 건 필수다.
 그래서 난 내 몸 크기만 한 바위를 대상으로 실험 한 번 때리는데······.
 스르륵.
 “······.”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내 몸 크기만 한 단단한 바위가 로봇 검에 의해 두부 잘리듯이 잘렸다.
 그뿐 아니라 그 잘린 면적이 너무나도 깨끗하다.
 허! 이래서 사람들이 비싼 무기를 그렇게 외치는구나.
 왠지 그 사람들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제12장 강해진다는 것
 
 
 
 “휴우, 드디어 내가 가지고 있는 설계도를 모두 로봇으로 완성했군.”
 모두 완성하고 나니, 정말 뿌듯함이 느껴진다.
 물론 앞으로 만들어야 할 게 태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은 이 상황을 즐기는 거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내가 만든 로봇들을 감상하면서 히죽히죽 웃을 때였다.
 스르륵.
 스르륵.
 “······?”
 갑자기 하얀 날개를 단 천족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주변을 막아섰다.
 그뿐 아니다. 하얀 날개를 단 천족들에 이어 검은색의 날개를 가진 마족들도 연이어 내려와 내 주변을 막아선다.
 뭐지? 얘들 갑자기 내 옆에 왜 착륙하는 거냐?
 설마······ 여기서 한판 붙을 생각인가?
 아무래도 천족과 마족의 사이가 꽤 안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드는 생각은 그것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둘이 여기서 붙은 경우, 죄 없는 내가 휩쓸린다는 것.
 하필 절묘하게 이들의 두 착륙 장소 중간에는 딱 내가 있다 보니 더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그때 뜬금없이 그들은 나를 포위······라고 해야 하나? 아니, 포위라고 하기보다는 왠지 보호한다는 느낌으로 둥그런 원을 만들었고, 천족들 중 한 명이 마족들에게 말했다.
 “메카니스트님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칠 뿐이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 천족의 한마디에 마족들 중 한 명이 그렇게 대답했고,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동동 띄워졌다.
 저들이 날 언제 봤다고 메카니스트님이라고 하는 거지?
 그뿐 아니라 나의 정체는 어찌 알았는지, 무엇보다 지킨다니······.
 뭘 지키라는 거냐?!
 그렇게 내가 저들의 대화에 의문을 제시할 때였다.
 “메카니스트 제거.”
 “메카니스트 제거.”
 “메카니스트 제거.”
 “······?!”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너무나도 친숙한 무언가.
 바로 10대의 로봇이었다. 그것도 인간형 로봇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건······.
 “날······ 제거?!”
 나를 제거한다고 외치는 로봇들
 뭐, 뭐야? 로봇이 로봇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를 제거한다니.
 물론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만 그래도 내가 곧 죽어도 로봇 만드는 직업인데, 로봇에게 척살당하려니 진짜 뭔가 미묘하다.
 거기다가 그런 로봇들에게서 나를 지키려는 천족과 마족······.
 아아악! 이해가 안 돼!
 “메카니스트님, 도망가셔야 합니다.”
 “······.”
 그 순간 마족 중 한 명이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그렇게 말했고, 난 그 말을 한 마족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알려 드리고 싶지만, 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게······ ‘룰’이니까요.”
 “······.”
 “그것보다 지금 어서 도망가서야 합니다. 저 로봇들은 위험합니다.”
 “······.”
 뭐가 뭔지 모르겠다만, 대충 지금 상황을 봐도 저 로봇들이 상당하게 위험해 보인다.
 그래서 난 내게 말을 건 마족의 말에 따라 도망가려는데······.
 “메카니스트는 무조건 죽인다.”
 “메카니스트 척살.”
 “앞의 방해물은 모두 제거한다.”
 “죽인다.”
 어느새 손을 검으로 변형시킨 채 어마어마한 속도로 나에게 한마디 하면서 다가오는 인간형 로봇 10기.
 그 속도가 무슨 광속에 가까울 정도다.
 그리고 그런 로봇들을 천족과 마족이 막아 보는데······.
 푸직.
 푸지직.
 “크아아악!”
 “으아악!”
 “어서 도망을!”
 “······.”
 그 강하다고 하는 천족과 마족이 거의 학살에 가까울 정도로 그 로봇들에게 당하고 있었다.
 저, 저 로봇은 도대체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무력은.
 그뿐 아니라, 이 상황은 뭐냐고!
 “어서 도망을!”
 “······.”
 그때 재차 도망을 강조하는 마족.
 난 왠지 저들을 놔두고 가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그 마족은 거의 반강제로 나를 이끌다시피 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제가 메카니스트님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서 강해지라는 겁니다.”
 “······.”
 한편 나를 그 로봇들에게서 도망시켜 준 마족은 내게 그 한마디를 했지만, 난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다.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도 않고, 뭐가 뭔지도 모를 정도로 머리가 혼잡한 상황이다.
 제대로 저 남자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그렇지만 그 마족은 그런 내 사정은 모른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살기 위해서라도······ 모두를 위해서라도······ 강해지셔야 합니다. 단지 저희들의 힘만으로는 저 로봇을 당해 낼 수 없습니다. 그 로봇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당신뿐입니다.”
 “······.”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 불가다.
 살기 위해서라니, 모두를 위해서라니······.
 으악! 도대체 뭔 소리야!
 아니, 애초에 도대체 이 상황을 설명이라도 해 줘야지, 내가 조금이라도 이해할 것이 아닌 가?
 그런데 ‘룰’이라면서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니 나의 혼란은 배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강해지시면 모든 걸 알 수 있습니다.”
 “······?”
 그때 그 말을 끝으로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그 마족.
 너무하잖아! 날 이해시켜 주기는커녕 그냥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다니······.
 남은 난 어떡하라고!
 그렇게 그 정체불명의 말만 남긴 채 사라진 마족 남자를 속으로 원망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명복을 빔’이란 문구가 떠오른다.
 설마 그때 그 전직시켜 주던 남자가 남긴 종이가 이 상황에 대해서 말한 건가?!
 그럴 리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말과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들어맞아 버리니······.
 으악!
 
 “······.”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아까 본 그 어마어마한 무력을 가진 로봇들은 무슨 이유인지 나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난 강해져야 한다.
 후우, 강해진다······.
 얼마만큼 강해져야지 그 로봇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 강하다는 마족과 천족이 로봇들에게 학살당할 정도면 진짜 웬만한 전투력은 명함도 못 내밀 게 분명하다.
 뭐 이 게임을 관두면 마음 편하겠지만, 그리하기에는 이 게임에 너무 매료되어 버렸다(궁금하기도 하고 도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해지는 거다.
 그리고 이왕 강해지는 거 한번 최강이 되어 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비록 레벨은 너무 차이가 나서 1위는 불가능하겠지만, 충분히 전투력은 1위가 될 수 있다.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존재, 왠지 멋지잖아?!
 
 
 
 
 
 제13장 도르도
 
 
 
 “강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레시피 확보가 필수지.”
 그것도 이왕 확보하는 거 일반적인 애들 말고 특이한 힘을 가진 애들을 말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내 수중에 있는 애들.
 다 특이하고 강한 것들이다.
 그런 레시피를 확보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런 애들 레시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초반에는 운이 좋아서 그런지 이런 애들만 걸려서 별생각을 안 했는데 막상 직접 구하려니,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게 팍팍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마법의 사용이 가능한 원거리 지원 로봇이다.
 근접 공격은 개떼들과 오우거 로봇이 충분히 해 주고 있고, 원거리는 거대 쥐가 해 주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마법 쓰는 애가 하나 필요하다는 거다.
 그런데 마법 쓰는 애라?
 사실 마법 쓰는 애라 하면 리치랑 드래곤이 자동적으로 생각나지만, 걔네들은 지금 내 힘으로 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럼 걔들보다 약한 것들 중에서 찾아야 하는데 막상 떠오르는 애들이 없는데······.
 흐음······.
 “안녕하세요?”
 “······?!”
 그런데 그때였다.
 어디선가 또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게 우연인가요, 필연인가요?”
 “글쎄요······.”
 “······.”
 나한테 프티아에 대해서 가르쳐 주고, 저번에 우연치(?) 않게 지나가면서 오크 부족의 수도 가르쳐 준 그 미남자였다.
 아니, 도대체 이 남자 정체가 뭐야?!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내가 고민할 때마다 나타나는데,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한편 그 남자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혹시 이번에는 마법 쓰는 몬스터 중 드래곤이나 리치보다 약한 애들 중 한 명 찾아서 로봇을 만들 생각을 하고 계신 거 아닌가요?”
 “······.”
 경악 그 자체였다.
 이 남자는 무슨 말도 안 했는데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걸 그대로 때려 맞힌다.
 그런데 더 경악스러운 건······.
 “제 직업이······ 뭔지······ 아시는군요.”
 이런 내 말에 그 미남자는 살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 실수를 해 버렸군요.”
 “······.”
 과연 실수였을까?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저 남자는 절대 실수 같은 걸 할 남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의도적으로 내가 메카니스트인 걸 안다는 걸 표현한 건데, 왜?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말씀드리죠. 저는 메카니스트와 아주 친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네?”
 “그 관계가 뭔지 궁금하시겠지만, ‘룰’이어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
 그때 또다시 등장한 ‘룰’이라는 단어.
 분명 저번에 나를 도와준 마족도 ‘룰’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럼 그 남자와 또 무슨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가?
 그럼 마족이나 천족이라는 소리?!
 난 그런 생각에 당장 물었다.
 “혹시, 마족이나 천족인가요?”
 “전 마족과 천족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저도 가르쳐 드리고 싶은 마음은 무한대지만, ‘룰’을 어기면 위에서 정말 혼나거든요. 그러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
 “참, 이런 소리를 할 때가 아니죠. 제가 여기에 나타난 건 약간 도움이 될 정보를 드리기 위해서인데 말입니다.”
 “도움이 될 정······보?”
 “네, 마법 쓰는 데 리치나 드래곤보다는 약하지만 정말 괜찮은 몬스터 하나 추천해 드리려고요.”
 “그게······ 뭐죠?”
 “매지션 듀라한입니다.”
 “······.”
 엥? 매지션 듀라한?
 내가 알기로 듀라한은 머리를 옆구리에 낀 채 싸우는 언데드 기사 아닌가?
 그런데 그 앞에 ‘매지션’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로 봐서는 설마 마법 쓰는 듀라한?
 그때 그 미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추가로 설명하자면 그 매지션 듀라한은 자신의 머리에 마법을 인첸트시킨 뒤 그 머리를 던집니다. 그리고 그 머리에 부딪칠 시 마법이 발동되는 케이스인데요. 이때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이 둘 다 되는 점 때문에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겁니다.”
 “······.”
 캑! 무, 무슨 마법을 그 따위로 사용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든 말든 그 미남자는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어 간다.
 “그 매지션 듀라한을 만나기 위해서는 하르타 마을에 가셔서 도르도라는 남자를 찾으십시오. 그가 매지션 듀라한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 전 이만 실례하죠.”
 “······.”
 그 말을 끝으로 그냥 쌩하니 사라져 버린 그 미남자.
 으윽, 도대체 저 남자 정체가 뭐야?!
 진짜 궁금해서 미쳐 버리겠다.
 그나저나 매지션 듀라한이라······.
 정말 독특하게 마법을 사용하지만 왠지 괜찮을 것 같다.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이 동시에 된다는 점이.
 그래, 일단은 마법 쓰는 로봇이 필요하니 급한 대로 매지션 듀라한의 설계도를 구하러 가자.
 
 “하르타 마을까지 텔레포트 비용이 2만 루팅이라고요?”
 “네, 워낙 먼 마을이어서 가격이······.”
 “······.”
 이럴 수가······.
 하르타 마을까지 가는데 2만 루팅이라니, 텔레포트가 비싼 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걸어서나 말 타고 가기에는 무척이나 먼 거리인데, 그렇다고 텔레포트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부담인데(뭐 2만 루팅이 있지도 않지만······.)?
 “가격이 부담되시는 거면 와이번을 타고 가시면······.”
 “······?!”
 그런데 그때 텔레포트 안내원이 내게 한마디 했다.
 와이번을 타고 가?!
 언제부터 와이번이 교통수단으로 등록된 거야?
 내가 그런 생각에 멍하니 있자, 그 텔레포트 안내원이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아, 모르셨나 보군요. 약 두 달 전부터 와이번을 교육해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텔레포트의 거의 1/5가격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죠.”
 “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정보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텔레포트 안내원이 가르쳐 줘도 되나?
 어떻게 보면 경쟁 상대라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그나저나 와이번이라, 타고 가면 지상으로 가는 것보다는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텔레포트 1/5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나한테는 부담되는 가격인데······.
 차라리 그 돈을 보태서 와이번 로봇을 만든 뒤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난 와이번 스캔을 위해서 와이번들이 잔뜩 모인 와이번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곳에서 소리치는 와이번 주인들.
 뭐 죄다 자기 와이번이 최고 빠르다는 소리다.
 그러니 저 말을 들을 필요 없이 내가 골라야 한다.
 제일 빨라 보이는 와이번을!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와이번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오라?”
 꽤 괜찮아 보이는 와이번을 발견했다.
 보통 와이번 크기의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오히려 작아서 스피드도 있어 보이고 눈빛도 마음에 든다.
 그뿐 아니라 그 와이번 주인이 적어 놓은 푯말을 보면 ‘다른 와이번들보다 세 배 이상 빠릅니다. 그렇지 않을 시 환불 가능!’이라고 쓰여 있는 거다.
 저런 말 웬만하면 못 적는데, 당당하게 적은 것을 보면 확실하다.
 단지 다른 와이번들보다 세 배 빠른 대신 세 배 가격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손님이 하나도 없지만······.
 뭐,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끄자.
 지금 내게 중요한 할 일은 저걸 주인 몰래 어떻게 스캔을 성공하느냐, 이거거든.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기회를 엿보면서 그 와이번 주변을 배회하고 그 결과······.
 “성공!”
 주인 몰래 스캔을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점점 스캔이 능숙해질 뿐만 아니라 하면 할수록 스캔 속도도 왠지 빨라지는 것 같다.
 자, 그나저나 이제 남은 건 재료를 확인하고 만드는 것뿐이다.
 그래서 난 당장 재료 확인 들어가 주시는데······.
 
 철광석 200킬로그램
 소금 10킬로그램
 여자 다섯 명의 립스틱 자국이 묻은 와이셔츠.
 
 그걸 확인하는 순간 너무 당황했다.
 뭐, 뭐지? 이 난해한 재료는······.
 철광석과 소금은 그렇다 쳐라. 여자 다섯 명의 립스틱 자국이 묻은 와이셔츠라는 이 난해한 재료는 뭐냐!
 뭐 처음으로 돈 드는 재료가 아니라는 건 색다르기는 한데, 그래도 이건 좀 그런데······.
 “나 어떡해야 하냐?”
 난 고민했다.
 와이번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 여자 다섯 명의 립스틱 자국이 묻은 와이셔츠를 구할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 난 결심했다.
 어차피 이동 수단용은 꼭 하나 필요했다.
 다른 와이번보다 세 배나 빠른 설계도를 구했는데 안 하기도 그런 상황이니 하기로 말이다.
 그런데 막상하려니 또 착잡하다.
 무슨 수로 여자 다섯 명의 립스틱 자국이 묻은 와이셔츠를 구하지?
 무슨 수로?!
 
 “······부탁해 보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나가는 여자들 중 아무에게나 부탁해 보는 것뿐(내가 아는 여자라도 있으면 그분들에게 부탁이라고 하겠는데, 아는 여자라고는 아현이뿐이니 이거야 원).
 그래서 난 일단 하얀 와이셔츠를 하나 구입한 뒤 지나가는 20대 여성들 중 무작위로 한 명을 골라서 그녀에게 다가간 뒤 말한다.
 “저기 실례합니다만······.”
 “네?”
 한편 내가 말을 걸자, 무슨 일이냐는 듯 바라보는 20대 초반의 그녀.
 난 그런 그녀에게 미리 사 놓은 립스틱을 슬쩍 건네주면서 말을 한다.
 “이거 좀 입술에 바르시고, 이 와이셔츠에 묻혀 주시면 안 될까요?”
 “······.”
 “······.”
 “······.”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작된 알 수 없는 침묵.
 그뿐 아니다.
 어느새 나를 미친놈 바라본 듯 바라보고 있는 그녀.
 “시, 실례했습니다.”
 “······.”
 난 잠시 후 그 미친놈 보는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그 한마디를 하고 후다닥 달아나다시피 한다.
 젠장,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좀 미친 것 같기는 하다.
 처음 보는 여성한테 이딴 부탁을 하다니.
 으아악! 이건 아니야.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민망해서 미쳐 버릴 것 같다.
 그래, 이 방법은 진짜 아닌 것 같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좀 더 건전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자!
 
 다른 방법 따위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던 거다.
 으아악!
 젠장, 그럼 또다시 이 민망한 짓을 재시도 해야 된다는 거잖아!?
 난 그런 생각에 아찔함을 느끼지만, 완성되어서 나를 퀵 서비스로 운행시켜 줄 와이번 로봇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것만 완성하면 공짜로 이동 수단이 확보되는 거다.
 이 잠시의 민망함을 견디기만 하면······.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재차 그 미친 짓을 또 한다.
 이번에는 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실례합니다만······.”
 “무슨 일이세요?”
 “립스틱 바르고 와이셔츠에 키스 자국 좀······.”
 “벼, 변태?!”
 “아니, 변태는 아니고······.”
 “꺅!”
 “저, 저기!”
 “오, 오지 마요!”
 “······.”
 이런 양념 프라이 같은!
 이번에는 미친놈이 아니라 변태로 오인을 받다니······.
 큭! 순식간에 내 이미지가 박살 나는 듯싶다.
 하지만 이상하게 약간의 오기도 생긴다.
 계속해서 시도해 보고 싶은 이상한 오기가 말이다.
 그래서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진짜 보이는 여자마다 이 부탁을 해 보지만······.
 “······다 실패.”
 그 누구도 립스틱을 바른 뒤 와이셔츠에 묻혀 주는 그런 센스(?)를 발휘해 주는 분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짝!
 “이 변태!”
 “······.”
 난데없이 싸대기까지 맞으니 정말 내 입장에서는 울고 싶어진다.
 나도 하고 싶어서 이런 미친 짓 하는 거 아니라고요!
 정말 괴롭고 또 괴롭지만, 이동 수단 확보하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싸대기까지 맞다니······.
 흐흑. 슬픔은 배가되어서 나를 강타한다.
 “아저씨.”
 “으응?”
 그런데 그때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꼬마 여자아이가 내게 말을 건다.
 키는 145cm 정도에 보라색의 긴 머리카락에 푸른색의 드레스를 입은 꼬마 여자아이였는데, 나중에 크면 아현이나 엘란에 버금가는 미모를 가질 정도로 참으로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아참 그것보다······.
 “나 아저씨 아닌데.”
 내 나이 달랑(?) 18살.
 낭랑 18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꿈의 나이다.
 그런 나이에 아저씨라니, 이 무슨 무서운 소리란 말인가?
 “에? 오빠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으신 것 같은데.”
 “······.”
 난 그 말에 충격 먹었다.
 오, 오빠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으신 것 같다니, 도대체 내 나이를 몇으로 봤다는 거냐!
 난 그런 생각에 당장 그 소녀에게 말했다.
 “내 나이 18살밖에 안 되었단다.”
 “그렇게 보여요.”
 “그런데 왜 아저씨니.”
 “저 10살인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
 8살 차이가 아저씨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격차가 있는 나이였던가?
 나는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저 소녀가 그렇게 부르는데 어찌하겠는가.
 그냥 넘어가야지.
 그것보다 왜 나를 부른지 궁금해서 난 묻는다.
 “그런데 왜 나를 불렀니?”
 “아저씨, 립스틱 바르고 와이셔츠에 자국 남기는 거 할 여자 찾고 있죠?”
 “그, 그렇기는 한데 왜?”
 “제가 해 드릴까요?”
 “엥?”
 아무리 지금 립스틱 바른 와이셔츠가 필요하다지만 10살밖에 안 된 꼬맹이에게 립스틱 칠해 놓고 와이셔츠에 자국 남기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물론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신세가 아니라는 건 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아니다.
 “아니면 제가 아는 언니들한테 부탁해서 해도 되고요.”
 “언니들? 아는 언니들이 있니?”
 “네, 무지 많아요.”
 “오오!”
 이건 나에게 온 기회가 분명하다.
 싸대기까지 쳐 맞는 내가 너무 불쌍해서 하늘이 내려 주신 기회!
 그런 기회를 절대 차 버릴 수 없다.
 난 그런 생각에 당장 그 꼬마아이를 향해 말했다.
 “부탁 좀 하자! 다섯 명의 언니들한테 여기에 립스틱 자국 좀 남겨 달라고 부탁을······.”
 “그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하지만······?”
 “공짜로는 안 되는 거 아시죠, 아저씨?”
 “······.”
 그래, 어쩐지 이상하더라고 했다.
 순순히 내게 접근해서 도와준다고 했을 때부터 눈치 때렸어야 했거늘.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나 보다.
 어찌 됐든 지금 아쉬운 건 나였기에 그 여자아이에게 말한다.
 “뭐를 원하니?”
 “별거 아니니 걱정 마세요.”
 “······?”
 “저한테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한테 제 아빠라고 해서 저에게 못 들러붙게 해 주세요.”
 “······.”
 저기요, 그게 별거 아닌 건가요?
 아니 애초에 말이 안 되지 않니?!
 넌 10살, 난 18살이다.
 그런데 우리 둘 사이에 아버지라는 거짓말을 때리라니, 그 속일 대상이 바보, 멍텅구리가 아닌 이상 믿지 않을 거다.
 “싫으면 말고요.”
 “자, 잠시!”
 “네?”
 “그럼 조건 하나만 걸자.”
 “무슨 조건요?”
 “우리가 부녀 사이라고 해서 상대방이 속아 넘어가지 않더라도 내가 지금 원하는 건 들어주기.”
 “알겠어요!”
 “······.”
 그거라면 상관없다.
 속이지 못해도 재료를 획득하는 거니까.
 그래도 좀 그렇다.
 아무리 와이번 로봇을 갖고 싶어도 그렇지만 10살짜리 꼬맹이의 아버지라니.
 흐음······.
 
 “일단 통성명부터 해야겠지? 이름이 뭐니?”
 “리아스예요. 아저씨는요?”
 “난 제네시스. 근데 리아스.”
 “네?”
 “아저씨란 말, 좀 어떻게 안 되겠니?”
 “흐음······.”
 “이 나이에 아저씨 계속 들으니 진짜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든다.”
 “그럼 오빠라고 해 줄게요.”
 “그래······. 고맙다.”
 난 타협 끝에 드디어 ‘아저씨’라는 호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부터 아저씨라니, 정말 그건 아니거든.
 그나저나······.
 “그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사람은 어디 있니?”
 “이제 곧 나타날 거예요. 저기 아저······아니 오빠.”
 “······?”
 “주의해야 할 점은 제 아버지처럼 실제로 해 주셔야 돼요.”
 “물론.”
 내가 이래봬도 한때 ‘연달(연기의 달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연기 하나는 끝내 줬다.
 이왕 하는 것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리아스의 아버지라는 걸 상대에게 어필하는 거다.
 그렇게 난 그 진드기 같은 남자를 기다렸고, 잠시 후 리아스가 어느 한쪽을 가리키더니 내게 말했다.
 “저 사람이에요!”
 “어디, 어디?”
 “저 사람이요.”
 “······?”
 어? 이상하다? 분명 리아스가 가리킨 방향에는 한 남자밖에 없다.
 그런데 저 남자일 리는 절대 없을 터.
 왜냐고? 딱 봐도 일단 30대 중반 넘어가시는 나이다.
 그런 분이 리아스를 진드기처럼 따라붙을 일은······.
 “······있다.”
 아주 희박하지만 있기는 있다.
 바로 ‘로리타’라면 가능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범죄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10살짜리 꼬마에게 집적거리는 건 완전히 범죄다.
 “마이 허니!”
 “······.”
 “······.”
 그때 리아스를 향해 해맑게 뛰어오는 30대 중반의 그 남성.
 난 그 모습을 보고 일단 느꼈다.
 무조건 저 남자한테 리아스를 지켜야겠다고!
 그런 생각에 난 리아스의 앞을 막아섰다.
 “넌 뭐냐!?”
 “······.”
 난 나를 보고 신경질 내는 그 남성에게 크게 소리쳤다.
 “리아스의 아버지다!”
 “······.”
 “······.”
 “······.”
 “······.”
 그런데 나의 외침에 순식간에 몰려드는 적막감.
 허, 막상 하고 나니 이건 좀 아니다.
 내 나이는 아무리 높게 봐도 20대 초반이다.
 그런데 내 나이에 10살짜리 딸이라니, 정말 말이 안 되잖아.
 한편 그 남자 역시 멍 때리다가 잠시 후 황당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그런 구라를 나보고 믿으라고······.”
 “사, 사실이다.”
 “······.”
 “내가 좀 나이가 어려 보이지만, 사실은 30대 중반이다.”
 “······.”
 점점 무리수를 드는 나의 구라.
 으윽,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제 아버지 맞아요.”
 “······!”
 그때 나의 무리한 구라를 뒷받침해 주는 리아스의 그 말에 패닉에 잠긴 그 남자.
 내 말은 하나도 믿지 않더니 리아스의 한마디에 그대로 믿는 분위기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내게 무릎을 꿇더니 말한다.
 “아버님, 리아스를 저랑 결혼시켜 주십시오!”
 “미쳤냐?!”
 “······.”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진심으로 분노했다.
 아니,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어가시는데 리아스와 결혼할 생각을 하다니······!
 진짜 이건 아니다.
 한편 나의 미쳤냐는 말에 인상을 마구 구기는 그 아저씨.
 그러더니······.
 “무력으로라도 허락을 받을 수밖에······.”
 이런 멘트를 치면서 어느새 검을 뽑아 든다.
 허, 그 모습을 본 난 충격에 빠진다.
 보통 미친 게 아니다.
 지금 저분은 내가 리아스의 아버지로 알고 있다.
 그런데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가 거절하자 검 뽑아 들면서 저런 멘트나 치다니······.
 정말 충격 그 자체다.
 그리고 난 느낀다. 이 아저씨, 가만히 놔두면 나중에 리아스에게 큰 사고 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그 전에 내가 리아스를 넘보지 못하도록 정의를 실현하겠다.
 
 “흠, 정의는 아름답군.”
 난 흔적을 알 수 없이 망가진 그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정의는 승리한다는 걸 느꼈다(사실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으신 분을 팬다는 게 마음이 아팠지만, 이런 위험인물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독하게 마음먹었다. 나이도 나이 먹은 값을 해야지 나이 대우를 해 주는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추가적으로 리아스에게 다시는 집적거리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완료되었다.
 일이 완벽하게 처리되었다.
 이제 그럼 남은 건······.
 “립스틱 자국 좀······.”
 계약대로 리아스가 아는 언니들에게 립스틱을 바르게 하셔서 와이셔츠에 묻게 하는 것.
 한편 내 요청에 리아스는 내게 와이셔츠를 받아 들더니 말한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쪼르르.
 그 말을 끝으로 어디론가 가 버리고, 난 드디어 와이번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와이번 로봇, 이거 하나면 이제 교통편이 완전 해결이다.
 어디든지 빠르게 갈 수 있다.
 그것도 일반 와이번의 세 배 속도로!
 “여기요.”
 “오오!”
 그때 어느새 약속대로 와이셔츠에 립스틱 자국 다섯 개를 묻혀서 온 리아스.
 난 그런 리아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면서 그 와이셔츠를 받아 든다.
 자, 이제 남은 건 만드는 것뿐.
 얼른 만들어서 매지션 듀라한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하르타 마을에 있는 도르도를 만나는 거다.
 “저기, 오빠.”
 “응?”
 그런데 그때 로봇을 만들기 위해 자리를 옮기려던 나를 리아스가 불렀고, 난 왜 그러냐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자 리아스가 물었다.
 “오빠, 친구 등록해도 돼요?”
 “친구 등록?”
 “네.”
 “······.”
 허, 친구 등록이라?
 그 말을 하는 것 보면 유저였던가? 난 너무 귀엽게 생겨서 NPC인 줄 알았는데······.
 아니, 그것보다······.
 “왜 갑자기 나랑 친구등록을······?”
 “오빠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
 내가 마음에 들었다?
 흐음, 나야 살짝 기분이 좋은 발언이다.
 무엇보다 저렇게 귀여운 여자아이한테 들었으니 더욱더.
 그나저나 친구 등록이라, 이 게임에서 한 번도 한 적이 없구나.
 처음에는 사기꾼 잡느라고, 그리고 직업을 얻은 이후에는 로봇 만든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보니······.
 어찌 됐든 내가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래서 난 흔쾌히 말했다.
 “난 상관없는데.”
 “그럼 친구 등록할게요.”
 “그래.”
 [리아스 님이 친구 등록을 요청하셨습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네.”
 [리아스 님과 친구가 되셨습니다.]
 처음 등록된 친구라, 앞으로는 좀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그래야겠다.
 “오빠.”
 “응?”
 “앞으로도 빨간 립스틱이 묻은 와이셔츠가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하하, 아마도 이제는 없을 거야.”
 내가 와이번 로봇을 재차 만들지 않는 이상 말이다.
 
 “언니.”
 “왜 그래, 세연아?”
 “나 게임에서 좋은 오빠 만났어.”
 “좋은 오빠?”
 “응! 되게 좋은 오빠인 것 같아서 친구 등록까지 했는데, 단지······.”
 “단지?”
 “와이셔츠에 립스틱 자국을 묻히는 이상한 취미가 있는 것 같아.”
 “······.”
 아현이는 동생의 한마디에 충격을 받았다.
 와이셔츠에 립스틱 자국을 묻히는 취미를 가진 남자라니, 변태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변태와 친구가 됐다는 세연이가 걱정이 돼서 한마디 했다.
 “그런 오빠랑은 친구를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취미가 독특한 것 빼고는 정말 좋은 것 같아! 내가 나이는 어리지만 사람 보는 눈은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세연이가 어린 나이에 비해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언니 된 입장으로서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런 이상한 변태와 친하게 지내는 건······.
 
 난 와이번 로봇에 탑승한 채 곧바로 하르타 마을로 이동한 뒤, 곧바로 도르도라는 남자를 찾기 위해서 지나가는 남자 중 아무나 붙잡은 뒤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도르도라는 분 알고 계시나요?”
 “도, 도르도? 으아악!”
 뭐지? 이 뜨거운 반응은······.
 분명 도르도라는 남자를 알고 있는 듯했는데, 그의 행방을 묻자 곧바로 도망가니 뭔가 느낌이 안 좋다.
 난 그런 기분을 안은 채 재차 다른 사람들에게 도르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시도했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은 도르도라는 말만 들어도 도망가거나 심지어는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이쯤 되자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깨달았다.
 이 도르도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절대 아니라는 걸.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반응 안 나온다.
 “끌끌, 이 노인네를 찾고 있는 건가?”
 “······!”
 그런데 그 순간 등장한 한 할아버지.
 나이는 70대 중순을 넘어 보이고, 키는 할아버지치고는 상당히 큰 180cm에 달하신다.
 참,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분명 ‘이 노인네를 찾고 있는 건가?’라는 대사를 친 걸로 봐서는 이분이 도르도?
 난 혹시나 싶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도르도라는 성함을 가지신 분인가요?”
 “끌끌. 그래, 이 몸이 도르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
 오오! 찾았다.
 드디어 매지션 듀라한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분을 말이다.
 한데 왜 이분에 대해서 묻자 다들 기겁을 한 거지?
 키가 큰 거 빼고는 별 할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내가 그런 의문을 가진 채 할아버지를 바라볼 때였다.
 “그나저나, 이 노인네를 왜 찾은 게지?”
 “아, 그게······.”
 “······?”
 “매지션 듀라한에 대한 정보를 얻을까 싶어서······.”
 “매지션 듀라한이라, 잘 알고 있지.”
 “저, 정말인가요?”
 “난 거짓말을 하지 않네.”
 “그럼, 그 매지션 듀라한이 어디 사는지 좀 가르쳐 주시면······.”
 “끌끌, 가르쳐 주는 건 어렵지 않네. 하지만, 공짜로 가르쳐 줄 수는 없지 않은가?”
 “······.”
 난 공짜로 가르쳐 줘도 상관없는데 말이다.
 어찌 됐든 딱 느낌상 뭐를 한 건 해 줘야지 가르쳐 줄 것 같으니 난 금세 수긍한 뒤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저, 원하시는 게 뭐죠?”
 “별거 아니네. 뭐 좀 시식(?)을 해 줬으면 할 뿐.”
 “시식이요?”
 “그러네. 말로 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여 주는 게 더 빠르겠군. 따라오게.”
 “······?”
 난 할아버지의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할아버지의 뒤를 졸졸 따라간다.
 그리고 도착한 일반 집보다 다섯 배나 큰 할아버지의 집.
 난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가는데······.
 “헉!”
 난 집 안을 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고?
 어마어마한 약물들이 이곳저곳 널려 있었던 것이다.
 굳이 세라면 수백 개는 거뜬히 될 정도로 많은 약물들이었다.
 “끌끌! 이게 다 내가 개발한 약들이지.”
 “대, 대단하시네요.”
 “뭐 대단할 것까지야······.”
 “저기 그런데······.”
 “······?”
 “제가 시식(?)을 해야 할 것이······.”
 난 시간 끌 필요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편 내 질문에 할아버지는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며칠 전에 개발한 신약을 먹어 봐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지 알아보는 거네.”
 “컥!”
 하, 한마디로 임상 실험?
 아니 그것보다······.
 “안전은 한가요?”
 “글쎄······.”
 “······.”
 저기요! 안전하냐고 묻는데 글쎄라니······.
 그런 말 듣고 누가 실험에 참여하냐고!
 “걱정은 말게. 모든 마을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죽은 사람은 없으니.”
 “······.”
 그 말이 더 마음에 걸린다.
 죽은 사람만 없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는 게 아닌가.
 “자, 어찌하겠는가? 이거 먹고 매지션 듀라한의 정보를 얻겠는가?”
 “······.”
 난 그 질문에 머뭇거렸다.
 죽지만 않을 뿐 무슨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임상 실험을 수락하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여렸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마법을 사용하는 매지션 듀라한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으윽! 제길, 수긍할 수밖에 없나?
 나는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런 내 승낙에 할아버지는 어디선가 푸른색 액체의 약물을 가져온 뒤 내게 건넸다.
 한편 그걸 본 난 재차 물었다.
 “죽은 사람은······ 없는 거 맞죠?”
 “당연하네. 죽. 은. 사. 람. 은. 없. 네.”
 “······.”
 아니, 왜 자꾸 ‘죽은 사람은 없네.’라는 말을 강조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을수록 더 불안하잖아.
 “자, 마시게.”
 “······.”
 “어서 마시게.”
 “······.”
 그때 불안해서 머뭇거리는 나를 재촉하는 할아버지.
 난 그런 재촉 속에 이왕 먹을 거 빨리 먹자는 생각에 단숨에 그 약을 들이켰다.
 “······?”
 맛있었다.
 무슨 약물이 음료수처럼 달면서 아주 내 입에 쫙쫙 달라붙는 거다.
 개인적으로 더 먹고 싶을 정도다.
 그뿐 아니라 먹은 뒤에도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고, 괜한 나의 기우인가 싶었는데······.
 “어어?!”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힘이 샘솟는다.
 뭐, 뭐지? 이 어마어마한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약발이 제대로 듣는 것 같군. 특급 버프 약이······.”
 “특급 버프 약이라니요?!”
 “한마디로 일정 시간 동안 자신의 힘을 다섯 배 이상 증폭시켜 주는 비약이지.”
 “오오!”
 그거 완전 대박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버프 약 좀 더 부탁해서 챙기고 싶을 정도다.
 “그나저나, 무슨 이상한 점은 없나?”
 “이상한 점은 없고, 힘만 넘쳐흐르네요.”
 “흐음······.”
 “왜 그러세요?”
 “아니, 단번에 실험을 성공한 적이 없어서 말이야.”
 “······.”
 “분명 첫 번째 실험은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이 없다니, 신기하군.”
 “······.”
 저, 저기요? 그럼 이번 임상 실험의 실패를 예상하고 나를 투입했던 겁니까?
 무슨 그런!
 난 할아버지의 그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경악을 하든 말든 나를 요리저리 살피면서 연신 신기하다는 듯 말만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정말 다행이다.
 내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말이다.
 “어어!”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외전 프티아의 사랑
 
 
 
 “아.”
 “······.”
 “아아앙.”
 “······.”
 “으아앙.”
 “······.”
 난 하늘 쪽을 바라보면 연신 이상한 소리를 내시는 프티아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그에게 묻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냐?”
 “주인님은 모르셔도 돼요.”
 “······.”
 뭔가 탁 기분 나쁜 소리를 한다.
 나는 몰라도 된다니, 왜 몰라도 되는 건데?
 난 그런 생각에 발끈해서 목소리를 깔면서 말한다.
 “꼭 알고 싶은데 어떡하지?”
 “······.”
 “이토록 알고 싶은 건 처음인데.”
 “······.”
 그러자 서서히 분위기가 약간 안 좋은 걸 깨달았는지 프티아는 금세 비굴해지면서 말한다.
 “당연히 말씀드리려고 했죠. 주인님!”
 “······.”
 “주인님을 궁금하시게 하면 제가 죽일 놈이죠.”
 “······.”
 “안 그런 가요. 주인님?!”
 “······.”
 “헤헤.”
 그렇게 웃어 봤자 하나도 안 귀엽거든요?
 그러니 자제 좀 하는 게······.
 그나저나 왜 그토록 이상한 소리를 내셨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다.
 나는 ‘왜 그런 소리를 낸 거냐?’ 라는 의미를 담은 시선으로 프티아를 바라보았고, 프티아는 그런 내 눈빛을 알아차렸는지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저 사실 사랑에 빠졌어요.”
 “엥?”
 “왜 그러세요?”
 “자, 잠시 니가 지금 사랑이라고라?”
 “네. 사랑이요!”
 “······.”
 세상에나 무슨 로봇이 사랑에 빠지냐?!
 아니 뭐 쟤는 로봇이래도 소울 오버로 인해 생명이 들어가 있는 상태이니 감정이라는 걸 가졌다지만 그래도 사랑이라니.
 뭔가 진짜 안 어울린다.
 무엇보다 그 사랑을 하는 거까지는 좋은데 그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이 무척이나 희박할 텐데.
 혹 만약에 사람이라면······?
 절대 불가능이다.
 새 로봇과 인간 여자와의 사랑.
 미치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다.
 난 그런 생각에 살며시 물었다.
 “인간은 아니지?”
 “당연하죠! 제가 인간을 좋아할 리가 있나요!”
 “그거 그나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제로의 확률은 아니어서.
 그럼 어떤 생물체일까?
 아무래도 쟤가 새 종류이니 새 일 확률이 무척이나 높다고 보지만 뭐 꼭 새라고 새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뭐 본인에게 직접 물으면 제일 빠르겠지.
 “종족은 뭐냐?”
 “새요.”
 “흐으음.”
 역시 내 예상대로인가.
 새가 새를 사랑하는 게 어쩌면 너무 당연한 건데 내가 엉뚱한 걸 물어본 거 같다.
 그나저나······.
 “고백은 해 봤냐?”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
 쯧쯧.
 무섭다라······.
 뭐 반쯤은 이해한다.
 원래 고백이라는 게 좀 무섭다.
 가슴 떨리고 벌렁벌렁하니 말이다.
 그래도 고백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니, 사랑을 위해서 고백은 필수다.
 그래서 난 프티아에게 고백을 할 수 있게 용기를 심어 주기로 했다.
 “네가 비록 로봇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은 너의 용맹······은 모르겠고, 너의 그 강한 무력이라면 커버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저 정말인가요?”
 “암! 정말이지.”
 “진짜요?”
 “진짜라니까.”
 “······!”
 내가 용기를 심어 주자 과하게 자신감이 뿜어내는 프티아, 너무 자신감이 넘쳐흘러서 녹아내리겠다.
 “저 고백해 보겠어요!”
 “좋은 선택이다.”
 그때 고백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프티아.
 그리고 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면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런데 주인님.”
 “······?”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
 “저랑 같이 가 주세요.”
 “······.”
 “혼자 가기는······ 그러네요.”
 “뭐 그쯤이야.”
 “······정말 고맙습니다. 주인님!”
 “뭘.”
 도대체 어떤 새이기에 프티아가 눈이 뒤집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나 너 좋아해.”
 “······.”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 처음이야.”
 “······.”
 “나의 마음을 받아 줘.”
 “······.”
 난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뭐라고 해야 할지 참 난감했다.
 설마 프티아가 반한 새가 저거였냐?
 아니 애초에······ 저게 새 종류냐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사랑 고백한다고 답변이 나올 리가 없잖아! 등신 자식아!
 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프티아가 사랑을 느낀 건 인형이었다.
 그것도 새 인형.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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