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드래곤을 주운 테이머.

몬스터 테이밍

2019.08.22 조회 2,954 추천 30


 사람 죽이는 일을 했다.
 
 모두가 쓰레기라 욕하는 일.
 걸린다면 평생 감옥에 갈 일.
 나는 5년간 그 일을 했다.
 
 벌어들인 돈만으로 남부럽지 않은 삶 기다리며, 은퇴를 하던 그 날.
 
 어쩌다 드래곤을 주워.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
 
 세상이 몬스터 천지로 변하고 안정을 찾아갈 쯤.
 나는 그저 그런 헌터 지망생이었다.
 모두 그렇듯 지망생의 시작은 초라했다.
 
 헌터들의 짐꾼 역할.
 던전에서의 생활이 잦으면 감응력이 올라간다고 했던가?
 비각성자도 하늘의 축복으로 달란트를 받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나도 짐꾼으로 일했다.
 그리고 운 좋게 달란트를 받았다.
 
 나는 헌터 협회로 달려갔고, 내 달란트를 확인하려고 했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
 
 하지만 결과는, 기대만큼이나 허망한 공허뿐이었다.
 나에게 다가온 단발머리의 여자 연구원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할 뿐이었다.
 
 “이현 씨,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게······.”
 
 나는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다.
 
 달란트를 받아서 검사 받으러 온 길인데, 왜 미안해하는 거지?
 이봐요.
 저 달란트 받았다고요!
 
 아무리 하급 능력을 각성해도 헌터로 생활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무렴 일반인 보다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내 이런 생각은 연구원의 말 한마디로 깨끗이 공중분해 당했다.
 
 “그게, 이현 씨의 달란트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세계에도 이런 결과가 없는데··· 불명이라고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으로 인한 내 멘탈은 산산이 조각났다.
 기껏 선사 받은 달란트인데, 불명이라니?
 세계에 선례가 없다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나는 온갖 방법을 사용하여 내 달란트를 확인하려고 했고, 그 결과는 매번 실망으로 돌아왔다.
 
 최악이다.
 최악이야.
 
 기껏 기다린 달란트가, 불명이라니!
 
 그렇게 실의에 빠지고,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 곳은 D급 던전.
 일반인의 경우 F급 던전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물론, 입장한 일반인이 F급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계유지를 위해서 짐꾼 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
 
 그리고 달란트로 얻어 헌터로 각성한 나는 F급 던전에서 죽을 일 따위는 없었다.
 어느 정도 육체 능력이 보정된 덕.
 
 하지만 이래서야 반쪽짜리 헌터다.
 
 나에겐 달란트를 확인할 계기가 필요했고.
 마지막으로 택한 것은 극한의 상태에 나를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아무리 F급 헌터라도 입장이 자유로운 D급 던전에 들어간 나는.
 안전성과 무관하게 홀로 몬스터에게 다다가기로 했다.
 
 멀리 보인다.
 
 몬스터가.
 
 개의 모습을 한 몬스터, 하운드.
 마침 녀석은 헌터의 목을 꺾고 시체를 먹이 삼아 뜯어 먹고 있었다.
 등급은 최소 D로 예상.
 
 그래도 이미 배가 부른 몬스터라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하운드에게 서서히 다가가는데, 인기척을 느낀 녀석이 나를 돌아보았다.
 
 시야로 녀석의 눈을 마주본 순간.
 나는 식은땀이 났다.
 두렵다.
 
 항상 상위 헌터들의 등 뒤에서 보호를 받던 나다.
 고작해야 짐꾼으로 일했고, 지금까지 달란트를 확인하기 위해 행한 실험은 이런 죽음의 위험이 없었다.
 
 잘못 택했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고!
 
 두려움으로 덜덜 떠는 그 순간 다가온 하운드는 내 앞에서 턱주가리를 열고 있었다.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몰라도 그때의 나는 능력을 사용했다.
 허공에서 번져 나가는 마나.
 여전히 찾지 못했던 달란트의 정체.
 
 그 정체는 너무나 단순했다.
 
 헥헥.
 
 몬스터는 혀를 내빼고 내 얼굴을 핥아댔다.
 
 죽는 줄로만 알았던 나는 기사회생을 경험할 수 있었다.
 
 건물, 사물, 동물. 하다못해 헌터 협회에 인도되는 부검용 시신까지.
 달란트의 사용을 위해서 온갖 짓을 다 해봤던 그 정체는······.
 
 ‘몬스터 테이밍’이었던 것이다.
 
 그 때 들려오는 알림음.
 
 [하운드의 호감도가 1 증가합니다.]
 [당신을 향한 하운드의 호감도는 C급입니다.]
 
 내가 허탈함과 놀람에 잠시 현자 타임을 갖고 있을 때.
 
 몬스터, 아니, 하운드는 무언가 열심히 씹어 먹고 있었다.
 흠칫 놀라며 녀석을 바라보자.
 
 우드득, 우드득.
 
 하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죽였던 헌터의 시체를 물어뜯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행동에 거부감이 들어, 명령을 내려봤다.
 
 “그만! 그만해!”
 
 그러나 녀석은 행동을 멈추기는커녕, 육편 하나 남기지 않고 헌터의 시체를 모두 먹어버렸다.
 
 왈왈.
 
 뭐가 좋다고 짖는 거야.
 나는 마지막으로 아까 본 시체를 상기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완력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었고, 내 달란트가 ‘몬스터 테이밍’이란다.
 그런데 명령을 듣지 않는다.
 
 기껏 각성한 능력이 몬스터 테이밍인데, 소용없음을 느끼며 녀석에게 어떤 명령을 내릴 수 있을지 골똘히 생각했다.
 
 왈왈.
 
 그리고 다시 나한테 돌아와서 혀를 내밀곤 짖었다.
 누가 봐도 개의 습성을 가진 몬스터, 혹시나 하고 쓰다듬어 주니 좋아한다.
 
 “허, 참.”
 
 어이가 없긴 하지만, 육체 능력만 뛰어난 달란트라는 불명예를 종결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바로 활용을 해보고자 시험 삼아 하운드에게 다른 몬스터를 공격하게 해봤다.
 하지만.
 
 헥헥.
 
 혀를 길게 빼물고 들숨 날숨을 반복할 뿐, 별 다른 행동 없이 가만히 있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똥 밟은 거 같은데······?
 
 “헌터··· 포기해야 하나.”
 
 다시 찾아오는 허탈감.
 달란트 불명에 이은, 활용도 없는 테이밍이라니?
 
 내 허탈한 모습을 보고, 녀석이 반응한 것일까.
 녀석이 가지런히 모인 앞발 하나를 들어 먼 곳에 지나가는 헌터들을 가리켰다.
 그들을 보고 나는 불현 듯 한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인간은 공격할 수 있다고?”
 
 녀석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 몬스터가 인간을 공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명령을 듣는다고?
 
 나는 그 길로 던전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계속 있다가는 다른 몬스터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을 터.
 테이밍의 한계를 모르는 지금, 위험을 더 이상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밖에 공격할 수 없는 ‘테이밍’이라는 점.
 
 집에서 고뇌를 하고 있을 때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KBC의 9시 뉴스.
 김대기 아나운서가 격정에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보도를 하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국내 모 던전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의 진범이 밝혀졌습니다. 최근 던전의 특수성을 이용한 절도‧강간‧폭행 등을 일삼는 용의자는 신 아무개 씨로 B급 헌터에 해당한다는 헌터국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나는 뉴스를 보며 생각했다.
 저런 쓰레기 자식들은 모두 잡아서 족쳐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디 법이 그리 너그러운가?
 
 정당방위로 저런 흉악범을 잡는다고 해도 과잉 대응 또는 폭행죄, 살인죄가 적용된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저런 녀석들이 잡혀봐야, 음주 후에 일어난 사고였다고 포장되겠지.
 
 그리고 그런 사회의 부조리함에 분노하던 난 한 가지 생각에 종착할 수 있었다.
 
 ‘잠깐, 나라면······?’
 
 그렇다.
 나라면 가능하다.
 
 몬스터를 이용해서 놈들을 잡고.
 잘만하면 증거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사실 헌터가 되려한 것에는 큰 이유는 없었다.
 
 어릴 적 나는.
 
 멋지니까.
 정의로우니까.
 사람들을 도우니까.
 
 헌터가 되고 싶었다.
 
 부귀영화를 위함도 있었지만, 그것보단 내 만족을 위함이 더 컸다.
 그리고 내 앞에는 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달란트와 악당.
 그리고 피해자들이 있었다.
 
 답은 나왔다.
 
 저 놈들을 잡자.
 
 그렇게 시작된 청부업이었다.
 
 ***
 
 그게 5년 전의 기억이다.
 그렇게 시작한 청부업은 운 좋게도 거대 인프라를 구축한 협회와 연을 맺게 해줬다.
 우연히 목표로 잡은 흉악범이 이미 고스트들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와 뜻이 맞던 고스트는 협회에 나를 추천했고, 그곳에 별 탈 없이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줬다.
 
 나는 오늘 마지막 의뢰를 받고 은퇴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의뢰를 위해 전화가 왔다.
 
 띠리리리.
 
 여전히 휴대폰에서는 발신자 없음이 눈에 보인다.
 전화를 받자 들려오는 건 익숙하게도 노이즈 낀 음성.
 나를 최초 발견한 고스트.
 그리고 지금은 내 전담 중계인이 된 도어의 목소리였다.
 
 -일, 이제 그만두시는군요.
 
 그와의 협업이 5년간 지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청부 협회였던 만큼 꽤나 도움이 되었었고,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예, 오늘의 의뢰를 마지막으로 그만두게 되었네요.”
 
 -···그렇군요.
 
 많은 고민과 생각이 담겨진 한마디였다.
 협회의 가입도, 협회의 탈퇴도 도어의 덕이 컸다.
 다행히 그는 현명했고, 더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도어의 상대방을 나른하게 하는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좋습니다. 그간, 협회에서 요청한 의뢰를 깔끔하게 처리해 주신 답례입니다. 제게 연락을 주시면 언제든 처리 가능한 선에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그거 좋네요.”
 
 생각보다 너무 선뜻 좋은 제안을 던져준다.
 은퇴는 허락하지만, 커넥션은 놓지 않겠다.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청부업자 고스트들에겐 필연적인 문제지만,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게 가능한 것은, 도어가 협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과.
 내가 고스트들 사이에서도 아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게 지금 내 위치다.
 
 도어와의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의뢰를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마지막 의뢰만 처리하면 이제 뭐, 정말로 할 일이 없을 거다.
 기다렸던 은퇴이긴 하지만, 애초에 다른 직장처럼 65세 만기 은퇴 같은 것도 아닌 직업의 위험성 때문에 빨리 진행한 은퇴였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워낙 행한 일도 많고 걱정되는 게 많아서 눈을 뜨고 밤을 지새웠다.
 프로로서 실격이다.
 의뢰 전날 잠을 뒤척이다니.
 
 나는 머리를 툴툴 털어서 대충 씻은 다음에 국내 유일의 탑형 던전 ‘더탑’으로 향했다.
 현재 내 헌터 등급은 A급.
 평소라면 전혀 문제없는 50층.
 
 몬스터들을 굳이 처리할 필요도 없었다.
 은연중 내뿜는 테이머의 기척이, 녀석들의 접근을 허용치 않았다.
 물론 이것도 S급 던전에서는 안 먹히겠지만 이곳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효과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물을 발견했다.
 
 목표 대상은 A급 헌터 이태성.
 
 약 1년 전에, 한 헌터를 폭행한 혐의가 있다.
 지금 그 헌터는 식물인간 상태.
 
 헌터끼리의 격투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상급 헌터의 폭행.
 
 피해자의 가족들은 법적으로 소송을 걸었지만, 그가 속한 길드에서 더 큰 로펌을 섭외하여 방어에 나섰다.
 결과는 무죄.
 
 말도 안 되는 결과였다.
 
 결국, 피해자들은 청부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의뢰는 지금 내 마지막 의뢰가 되어 돌아왔다.
 
 나는 녀석을 사냥하기 위해 드래곤형 몬스터인 메로를 테이밍해 뒀다.
 A+등급의 녀석이라면 이태성을 잡고도 남겠지.
 
 [당신을 향한 메로의 호감도는 D급입니다.]
 
 한 가지 불안한 점이라면, 녀석의 호감도가 D급이라는 점이다.
 서둘러서 테이밍해 둔 녀석인데 살짝 불안한 감이 있지만, 모로 가도 이태성의 앞에만 데려다 놓으면 문제없으리라.
 서로 북치고 박치겠지.
 
 그렇게 의뢰는 성공리에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태성을 잡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녀석이 갑작스레 드래곤 피어를 시전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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