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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기 전에 술, 담배 정도는 괜찮잖아?

2019.08.30 조회 14,881 추천 141


 #1. 죽기 전에 술, 담배 정도는 괜찮잖아?
 
 
 
 
 
 시베리아에 생성된 역대 최대 규모의 던전, 일명 최후의 던전.
 그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육 개월 동안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각성자들이 파티에 모집되었다.
 신지후도 모집 1순위로 고려될 만한 각성자였다.
 그 정도로 신지후는 던전 레이드에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였다.
 그가 방탕한 삶에 빠지기 전까지는.
 폐인이 되어버린 신지후는 최후의 던전 레이드에서 제외되었다.
 고가의 슈퍼카들과 고급 주택을 매각한 것도 모자라, 그의 분신과도 같던 아티팩트와 무기를 도박으로 날렸다.
 신지후는 차와 집을 팔고 남은 돈으로 도박장을 전전했다.
 
 최후의 던전을 공략한 지 삼 년이 지난 지금.
 
 턱과 배에 불어난 살과 초점 없는 눈.
 언제 마지막으로 손질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덥수룩하고 헝클어진 머리.
 지저분한 수염과 깎지 않은 손톱에 낀 검은 때까지.
 그야말로 거지꼴을 한 신지후는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불리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테이블엔 세 명의 남자가 앉아서 자신의 화투 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난 죽어.”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자가 화투 패를 뒤집은 채, 테이블 위에 툭 하고 올렸다.
 신지후는 게임을 포기한 남자를 일별하고 마른 침을 삼키며 자신의 패를 보았다.
 건장한 체격에 턱수염을 짙게 기른 남자가 신지후를 보며 웃었다.
 “불사신 나으리, 많이 쫄리시는가 봐?”
 “쫄린다고? 내가? 웃기는 양반이구만.”
 신지후는 피식 웃으며 손에 쥔 두 장의 패를 다시 보았다.
 “그럼 내 패부터 까보지.”
 턱수염이 짙은 남자가 담배를 꼬나문 채 말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자신의 패를 던졌다.
 소나무에 두루미가 그려진 패와 흑싸리에 두견새가 그려진 패.
 즉 1월과 4월, 독사였다.
 신지후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패를 깠다.
 국화가 그려진 패와 흑싸리가 그려진 패, 구사였다.
 상대가 땡 이하의 패라면 재경기가 가능했다.
 “판돈은 묶어놓고 한 번 더 가야겠네. 따블로 갈까?”
 “그럴 만한 돈은 있고? 보아하니, 얼마 안 남은 거 같은데.”
 남자가 신지후 쪽에 놓인 칩을 흘겨보며 말했다.
 신지후에게 남은 칩은 거의 없는 반면, 턱수염의 남자에겐 많은 칩이 있었다.
 “남은 돈 다 걸면 되는 거 아니야?”
 “인생 꼴고 싶어서 작정했구만. 나야 상관없지만.”
 신지후는 신중하게 패를 섞었다. 그리고 섞은 패를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검지로 패를 톡 건드렸다.
 신지후와 턱수염의 남자는 각각 두 장의 패를 나눠 가졌다.
 자신의 패를 확인한 신지후는 순간 눈을 부릅떴다.
 ‘이건 이겼다.’
 그는 속마음을 들킬까 봐 곧바로 감정을 지웠다.
 하지만 턱수염의 남자는 이미 신지후의 의중을 눈치챘다.
 “질질 끌 필요 없지. 난 내 돈 모두를 건다고 했다.”
 신지후는 자신의 칩을 전부 밀어 넣었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민에 빠진 듯 보였다.
 ‘내가 이겼군.’
 신지후의 손엔 두루미와 벚꽃이 그려진 패가 있었다. ‘光’이라는 글자와 함께.
 일삼광땡!
 삼팔광땡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최강의 패였다.
 “콜.”
 남자는 신지후가 건 판돈만큼 자신의 칩을 밀어 넣었다.
 신지후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자신의 패를 무심한 척 툭 던졌다.
 일삼광땡이 테이블 위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신지후를 비웃듯 자신의 패를 하나하나 신지후의 패 위에 올려놓았다.
 “뭐, 뭐야 이게?”
 “암행어사 출두야.”
 두견새와 멧돼지. 4월과 7월의 조합인 암행어사였다.
 삼팔광땡을 제외한 나머지 두 광땡을 잡을 수 있는 패!
 상대방에게 광땡이 없다면 겨우 한 끗밖에 되지 않는 패지만, 이런 상황에선 그 무엇보다 좋은 패였다.
 “씨발,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광땡일 줄 어떻게 알고 그 패로 돈을 걸어? 이거 순 구라잖아!”
 “흥분하지 말고 앉지 그래? 지금 여기 너만 각성자인 거 아니다.”
 “이런 개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불사신 신지후야!”
 “아이고, 잘 알지. 그런데 언제 적 불사신이야? 지금은 망나니 신지후라고 부르던데.”
 신지후는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이블을 엎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신지후는 남자에게 닿기도 전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가드 두 명이 신지후의 양팔을 각각 잡고 있었다.
 신지후는 풍채 좋은 가드들에게 붙잡혀 몸부림쳤다.
 전성기 시절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녔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있는 힘껏 몸부림쳐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나 여기 VIP야. 알아? 너네도 혹시 저 새끼랑 짜고 쳤냐?”
 “VIP는 개뿔. 돈이 있어야 very important지. 넌 지금 very insignificant야. 뭔 뜻인진 알아? 존나 하찮다고.”
 턱수염의 남자가 바닥에 흩어진 칩 하나를 집어 들었다.
 “넌 이제 이 칩 하나만큼도 못한 새끼가 된 거야. 알겠냐? 이제 저 새끼 단 한 푼도 없으니까 차비나 주고 빨리 내쫓아버려.”
 가드 한 명이 신지후의 주머니에 오만 원권 지폐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신지후를 붙잡은 채 게이트로 향했다.
 신지후는 도박장에서 완전히 쫓겨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악을 썼다.
 “이 사기꾼 새끼들아! 내 친구가 누군지 알아? 각성자 협회장에다가 의원이야 의원! 친구한테 꼰지르면 너희들 싹 다 집어 처넣을 수 있어. 알아? 그러니까 내 돈 돌려내, 씨발놈들아!”
 결국 신지후는 도박장에서 쫓겨났다.
 어질한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몸을 비틀거리던 신지후는 가드들에게 다가갔다.
 “이 돈으로 다시 딸 수 있어! 한 번만 기회를 줘!”
 신지후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빳빳한 오만 원권을 내밀며 애타게 외쳤다.
 하지만 신지후를 데리고 나온 가드들이 울렁이는 포탈 앞에서 장승처럼 꼿꼿이 서서 버티고 있었다.
 농성을 포기한 신지후는 결국 뒤돌아섰다.
 그리고 주머니 속으로 지폐를 구겨 넣었다.
 그의 눈앞에 나무들이 먼저 들어왔다. 경사진 바닥에는 온통 낙엽뿐이었다.
 신지후가 있던 도박장은 일부러 클리어하지 않은 던전을 도박장으로 개조한 곳이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자주 이용되는 방법이었다.
 허탈감이 몰려온 신지후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몰려오는 자괴감에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병신 같은 새끼.’
 ‘인간 말종 새끼.’
 ‘그냥 뒤져야지. 살아서 뭐하냐.’
 신지후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귀신에 홀린 것처럼 빠른 속도로 비탈길을 내려갔다.
 빠르게 하산한 신지후는 차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도로를 하염없이 걸었다.
 노을이 질 때쯤, 신지후는 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지만, 편의점은 있었다.
 ‘개 같은 인생··· 죽기 전에 술, 담배 정도는 괜찮잖아?’
 편의점에 들어가 소주를 꺼내던 신지후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병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냉장고가 아닌 진열대에 있는 작은 싸구려 양주를 하나 집었다.
 ‘저승 가는 길에 깡소주 마시는 건 좀 모양새가 빠지지.’
 신지후는 양주를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삼만구천 원입니다.”
 편의점 알바가 바코드를 찍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담배.”
 “어떤 거로 드릴까요?”
 “보헴.”
 “보헴 어떤 거요?”
 “육 미리.”
 “담배까지 사만구천구백 원입니다. 포인트 적립하시나요?”
 신지후는 알바가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 것에 짜증을 느꼈다.
 거기다 술, 담배 가격이 계속해서 오른다는 것도 열이 받았다.
 그는 구겨진 지폐를 알바에게 던졌다.
 알바는 인상을 구겼지만 신지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 해.”
 “오만 원 받았습니다. 현금영수증 하시나요?”
 “안 해.”
 “영수증 드릴까요.”
 “너 가져.”
 “씨발.”
 “뭐?”
 거스름돈 백 원을 챙겨 나가려던 신지후는 알바의 마지막 말에 발끈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알바는 무뚝뚝한 얼굴로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
 “저승 가는 길이라 참는다. 그따위로 살지 마라.”
 신지후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알바는 그런 신지후의 뒤통수에 대고 중지를 치켜세웠다.
 “요즘 애새끼들은 싸가지가 없어, 아주. 나 젊을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겨우 서른 살의 신지후가 중얼거리며 양주를 땄다.
 싸구려 위스키 향이 코끝을 찔렀다.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 한 모금 들이켰다.
 “켁, 켁! 씨발 술 더럽게 맛없게 만들었네.”
 신지후는 사레라도 들린 것처럼 연신 기침을 해댔다.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담배를 한 개비 꺼냈다.
 “아, 씨발. 라이터.”
 신지후는 라이터가 없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알바는 그런 신지후를 보고는 대놓고 싫은 기색을 내비쳤다.
 “라이터 좀.”
 “천 원.”
 “한 번만 쓰면 되는데 좀 빌려 쓰자.”
 “천 원.”
 “아니, 딱 한 번만 빌려달라니까요?”
 “천 원이요.”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이거나 먹고 꺼져라, 제발.”
 알바는 신지후에게 라이터를 던졌다. 신지후는 라이터를 낚아챘다.
 “거 더럽게 쪼잔하게 구네. 내가 여기 다시 오나 봐라. 퉤!”
 신지후는 바닥에 침을 뱉고 편의점에서 나갔다.
 그리고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마을을 떠났다.
 
 *
 
 신지후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릴 곳으로 던전을 택했다.
 최후의 던전이 공략된 이후, 몬스터들은 던전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각지에 남은 소규모 던전들은 공략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
 대도시 주변의 던전들은 거의 다 공략되었지만, 인적이 드문 지방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손을 놓아버린 덕분에 던전을 이용한 각종 불법 행위들이 성행했다.
 일반인들은 근처에도 다가가지 않는, 각성자들만의 세상이 바로 던전이었다.
 신지후는 밤이 깊어질 때까지 정처 없이 걷다가, 이름 모를 산의 초입에 도착했다.
 공략되지 않은 던전 하나 정도는 존재할 거라 생각하며, 막무가내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술기운이 가득한 채로 하염없이 산을 떠돌아다녔다.
 길도 없는 산비탈을 무리하게 오르다가 나무뿌리에 발이 걸린 신지후는 그대로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렇게 얼마 동안이나 정신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다.
 숙취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고 속이 매우 불편했다.
 게다가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은 갈증까지.
 그는 입속에 들어간 흙을 뱉어내며 가까스로 눈을 떴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어제 저질렀던 일들이 생각나면서 신지후는 구토를 참을 수가 없었다.
 “우웨웨엑!”
 황갈색의 액체가 낙엽 위에 흩뿌려졌다.
 “씨발.”
 신지후는 육성으로 욕을 내뱉은 뒤, 손으로 입가를 훔쳤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자살이든 뭐든 간에 우선 물 한 모금만이라도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고인 물이라도 찾으려고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던 그의 눈에 수상한 구멍이 보였다.
 산짐승이 파놓은 구덩이라기엔 너무도 정갈한 모양의 입구였다.
 게다가 소량의 마나까지 느껴졌다.
 ‘아직 마나가 나오는 던전이 있다고?’
 던전 게이트에서 새어 나오는 마나 덕분에 신지후의 두통과 복통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갈증까지 없어지진 않았다.
 던전 안에 물이 있는 경우가 꽤 많다는 걸 몸소 체험해본 그였다.
 어차피 던전에서 생을 마감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신지후는 고민하지 않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느껴지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신지후는 지긋지긋하다 생각했다.
 롤러코스터의 하강 구간을 열 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야가 온통 검게 물들었다가 던전에 도착하면서 내부의 정경이 확 하고 눈에 들어왔다.
 원래라면 홀로그램 메시지로 던전 클리어를 위한 조건과 클리어 보상들이 눈앞에 나타나야 했다.
 하지만 최후의 던전이 공략된 이후, 홀로그램 메시지들은 보이지 않았다.
 신지후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던전을 탐색하던 신지후는 낮은 언덕에 올라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던전은 신지후가 전혀 예상치 못한 종류였다.
 청명한 하늘과 녹색 풀이 무성한 드넓은 초원.
 양 떼가 뛰어놀 것만 같은 평화로운 느낌의 풍경이었다.
 양 떼 대신 생전 처음 보는 몬스터 떼가 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빌론이라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18)

n7***********    
이거 볼사람들 당장 뒤로가기 추천 투명드래곤급 마서임 ㄷㄷ
2019.11.19 22:47
성기삽니당    
ㄲㅋㅋㄱㄱㄱㅋ 뒤로가기하세여 주인공부터 개암덩어리임
2019.11.20 06:43
소처럼먹자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11.20 09:16
일포일포    
이 글은 숫자개념과 경제관념 개연성에대해 중딩미만의 지능을 가진 독자가 아니라면 추천하지않습니다
2019.11.20 09:25
일포일포    
중딩미만의 지능을가진건 이 글을 읽는 독자인가 작가인가
2019.11.20 09:26
n4039jdwt    
종이가 아깝다
2019.11.20 10:13
n4****************    
이런글을 돈받고 팔려고 하나?
2019.11.20 22:07
느릿걸음    
첫화부터 찌질한 주인공에 없던정도 떨어지네요. 발암으로 호기심 끌어볼랬다면 판단미스인듯.
2019.11.21 11:27
볼게없어후    
내 눈에 모욕감을 줬어. 주인공은 어디가서 저지랄하면 어디가서나 처맞고 뒤지겠는걸? 좃찐따의 표본적인 모습이로다... 프롤로그에서 하차
2019.11.21 12:56
지나가던알    
이건 도저히 참고 볼려고 해도 못 보겠다..
2020.01.0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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