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회귀해서 갓겜 개발!

001. 2018년 9월 20일

2019.09.05 조회 25,579 추천 332


 1. 2018년 9월 20일
 
 
 “이것이 이번에 들어갈 7성 진화 시스템, ‘초월 각성’입니다.”
 
 화면에 든 캐릭터의 몸이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형태가 바뀌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요즘 많이 나오는 대륙산 모바일 게임 스타일?
 
 “이야, 멋지네! 연출 좋다. 우리 이거 꼭 넣자. 이런 게 있어야 게임이 간지가 살지. 안 그래?”
 
 사장이 감탄해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는 내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이번에 들어갈?’
 
 미친놈들인가.
 지금 개발진과 일정 상의도 없이 새 기능을 넣겠다고?
 
 “연출만 좋은 게 아닙니다. 성능도 끝내줄 예정이죠. 그래야 고래들이 돈을 팍팍 쓰지 않겠습니까?”
 “맞아. 캬! 짱깨들이 정말 돈 뽑아 먹는 재주는 기가 막힌단 말야. 우리도 이런 건 배워야지 않겠냐? 응?”
 
 잘 논다.
 사장과 기획팀장은 아주 죽이 척척 맞아 티키타카를 주고받았다.
 이쪽은 계속된 철야로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
 더는 그 꼬라지를 보기 싫어 태클을 던졌다.
 
 “추가는 그렇다 치고, 일정은 어쩔 겁니까?”
 
 그때서야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기획팀장이 고개를 돌렸다.
 
 “서비스 일정은 확정됐으니 늦출 순 없죠.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추가해주셔야죠.”
 
 이 미친놈이?
 발매가 두 달 앞이라 당장 FGT(Focus Group Test)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 판에 새 기능을 넣으라고?
 튀어나오는 쌍욕을 간신히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지금 개발팀이 가장 바쁜 시기인 거 알고 말씀하시는 거죠? FGT 일주일 남았습니다. 개발팀 여력 없어요.”
 “이거 지금 중국에서 가장 핫한 과금 모델이에요. VVIP 유저들이 이거 하나 맞추겠다고 수천만 원씩 쓴다니까요? 개발만 하시니까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시나본데, 이거 반드시 넣어야 하는 기능입니다.”
 “반드시 넣어야 하는 기능이면 처음부터 일정을 잡아야죠. 이렇게 뒤늦게 끼워 넣자고 하면 어쩝니까? 지금 일정 여유 없는 거 몰라요?”
 “거 답답하시네. 세상에 완벽한 기획이 어디 있어요? 상황 따라서 바꾸고 추가하는 게 당연한 거지. 게임이 무슨 공장서 찍어내는 공산품입니까?”
 
 그럼 공산품이 아니라서 너는 짱깨산 모바일 게임에 맘에 드는 기능 나왔다며 넣어달라고 징징대고 있는 거냐?
 팀장씩이나 단 놈이 일정 관리나 프로세스는 시궁창에 처박아놓고?
 어이가 없어 반박하려는데 사장이 끼어들었다.
 
 “이 팀장, 거 뭐 안 된다, 시간이 없다 같은 소리만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왜 맨날 안 된다고만 그래?”
 
 사장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저놈들은 대체 개발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개발자 몇 명이 키보드 들고 대충 뚝딱 하면 마술처럼 튀어나와 돈 벌어다주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 처음에 8개월 잡고 시작했잖아? 다른 업체는 6개월이면 만든다는데, 두 달이나 여유를 줬는데 왜 시간이 모자란 거야?”
 
 그건 저 멍청한 기획팀장한테 물어봐야지 왜 나한테 물어봐?
 뭐 만들려고만 하면 끼어들어 말도 안 되는 과금 시스템 제작을 끼워 넣는데 일정이 맞춰질 리가 있겠냐?
 원래대로라면 이미 완성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시도 때도 없이 기획을 건드리니 이 꼬라지가 나는 거 아냐.
 더는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일정 늘려주지 않는 이상 이거 진행 못합니다. 이미 있는 일정만으로도 한계예요. 런칭 후 업데이트로 일정 빼든가, 아니면 말든가. 개발팀 공식 입장입니다.”
 “에이, 왜 그러실까? 이거 기존 각성에서 그냥 별 하나만 늘려주시면 되는 거잖아요. 금방 되는 거 가지고 빡빡하게 굴지 맙시다, 이현 팀장님?”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그렇게 쉬우면 니가 해.”
 “네?”
 
 기획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얼굴을 정면으로 노려보며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쉽다며? 니가 하라고. 지금까지 참았는데 더는 못 참겠다. 야, 지금 개발팀 애들 집에도 못 가고 주말 근무에 철야한 게 벌써 이 주째야. 모르지? 하긴 시간 되면 칼같이 집에 쳐 간 새끼가 알긴 뭘 알겠냐. 그런데 여기에 업무를 더 끼워 넣으라고? 애들 조금만 더 무리시키면 대박이 아니라 산재부터 줄줄이 터질 각인데, 너 그거 감당할 수 있어?”
 “아니, 이 팀장님, 말을 좀···.”
 “말을 좀 뭐? 내가 못할 말 하나? 너 뭔가 착각하나본데, 니가 하는 짓은 게임 제작이 아니라 인간 분쇄기 만드는 거예요. 기획도 좆같이 못해서 처음부터 만들지도 못하고 어디서 짱개표 시스템만 줄줄이 베껴다 끼워 넣는 주제에 뭐 잘났다고 나대, 나대긴?”
 
 속사포처럼 쏘아댄 내가 사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말 안 합니다만 이번만은 좀 해야겠습니다. 처음부터 설계하지 않고 매번 회의할 때마다 하나씩 시스템 끼워 넣는 바람에 직원들 다들 번아웃 상태입니다. 이미 한계예요.”
 
 내 기세에 눌렸는지 말을 못하던 사장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아니, 이 팀장. 안 된다만 말할 게 아니라 방법을 찾아보면···.”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냉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남은 2개월, 매일 24시간 수면, 휴식 없이 작업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말씀드렸듯 그전에 산재가 먼저 터지겠지만요.”
 
 ***
 
 “아이고, 또 저지르셨구만?”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노려보고 있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AD님.”
 “형이라고 해. 회사 안도 아닌데 뭔 AD님이야.”
 
 최경석 아트디렉터.
 과금 떡칠로 막장의 끝을 달리는 이 회사 게임의 한 줄기 빛이자 마지막 희망 같은 존재다.
 
 “타이밍 좋게 오셨네요. 딱 형 욕하고 싶던 참인데.”
 “불러도 이딴 회사로 불러서 사람 고생하게 만드냐고 말이지?”
 “알면 됐고요.”
 
 2+1 행사 중인 몬스터 울트라를 세 캔 냉장고에서 꺼냈다.
 
 “성질 좀 죽이지. 사장한테까지 뭐라 한 건 좀 위험하지 않아?”
 “자를 테면 자르라죠. 그래주면 저야 환영입니다.”
 
 퇴직금에 한 달 월급 꽁으로 받으니 정말 땡큐지.
 사장 앞에서 그랜절을 하라 해도 할 수 있다.
 퉁명스럽게 쏘아대자 경석 형이 한숨을 푹 쉬었다.
 
 “하긴, 원래 이런 놈이었지.”
 
 경석 형의 말대로 난 원래 이런 놈이다.
 한계까지 꾹꾹 눌러 담다 어느 순간 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막 나가는 망나니 같은 놈.
 이런 식으로 경력 12년 동안 이직만 일곱 번을 했다.
 실력은 있지만 써먹진 못할 망나니.
 이렇게 업계에 소문난 탓에 이젠 오라는 데도 없어 지금 이 회사도 경석 형 추천으로 들어왔었다.
 
 “솔직히 형한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하는 놈이 회의 중에 사장을 냅다 들이받냐?”
 “근데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죠. 개발팀 사정 뻔히 아시잖아요. 지금도 다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계산하고 나와서 캔 뚜껑을 땄다.
 시큼한 몬스터를 들이키면서 이미 어두워진 하늘을 보았다.
 미세먼지와 스모그로 뒤덮인 어둔 하늘은 심연도 들여다보이지 않을 만큼 새카맸다.
 
 “우리 게임 상황이 저 하늘같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생각 없이 베껴서 만든 시스템.
 밸런스 따위는 신경도 안 쓴 기획.
 컨텐츠 개발에 써야 할 시간과 인력을 몽땅 유료 뽑기 아이템에 몰아넣은 개발 일정.
 유일한 희망으로 나름 업계에서 인정받는 경석 형의 원화가 있지만, 게임이 그림 뜯어먹고 사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아, 나도 갓겜 소리 듣는 게임 만들고 싶다···.”
 
 혹시 XXX게임 아십니까?
 정말 갓겜입니다···.
 
 유저들이 그렇게 홍보해주는 그런 게임 하나 만드는 게 소원인데, 그게 안 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
 그 최대의 걸림돌인 사장과 기획팀장을 생각하니 혈압이 올랐다.
 안 돼, 안 돼.
 몇 년 있으면 마흔인데 건강을 생각해야지.
 가뜩이나 철야도 심한데 스트레스 받는 일만 생각하면 한 방에 골로 가는 수가 있다.
 그래, 이렇게 골이 띵하면 그대로···.
 
 “어···, 어어···.”
 “어? 야! 현아!”
 
 몸이 휘청댔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팔다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몸이 기우뚱한다 싶더니 다음 순간 하늘이 보였다.
 
 “야! 현아! 정신 차려! 아, 이 새끼 맨날 몬스터만 퍼먹더니 큰일 났네! 당장 구급차 불러요!”
 
 최 팀장, 경석 형의 외침이 멀리 있는 것처럼 아련하게 들린다.
 윙윙거리는 이명 때문에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도 않는다.
 이게 죽는다는 건가?
 아니, 잠깐.
 나, 이대로 죽으면 생애 마지막 게임이 중국산 모바일 게임 짝퉁이 되는 거 아냐?
 새하얗게 변해가는 시야 속에서 문득 드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젠장, 그것만은 안 돼!
 그때 이명 사이로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에게 10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는 놀라우리만치 현실감이 없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은 목소리에 기묘하게 현실 인식이 되었다.
 아, 이게 주마등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아무튼 물어봤으니 대답은 해야지.
 
 ‘되돌리든 말든 답은 정해져 있어. 게임 만들어야지!’
 
 어디서 베껴온 짝퉁 가챠겜 말고, 제대로 된 진짜 게임으로!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망겜제작위원회입니다.

이 글은 예전에 올렸다 중단한 앱스토어의 지배자라는 글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스토리 작가와 글 작가를 분리하여 전면 개편 및 수정하여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38)

유리세크스    
10년전으로 가면 코인 존버해서 투자금 잔뜩벌겠네
2019.09.05 09:39
ElanVital    
진짜 이러고 죽으면 개억욱하겠다
2019.09.20 15:35
비단바다    
그러게 비트코인 첨에 60원이었다 하두만ᆢ
2019.09.25 07:19
OLDBOY    
잘 봤습니다.
2019.09.27 20:38
아크라이든    
기대되네요
2019.09.30 11:31
g9**************    
전 비트코인예전에 캔2개로 3000범ㅋㅋㅋ
2019.10.01 00:31
멘탈Gun    
망겜제작위원회 뭔가요 갓겜 만든다면서 죽는데 불안해지잖아 주인공이 위원회 신입아냐?
2019.10.04 20:45
제르카    
혹시 라오진 아십니까? 정말 젖겜입니다!
2019.10.08 01:39
Maverick    
트오세 갓겜으로 만들어주새오!
2019.10.14 16:52
뜨국    
내 갓겜은 마비노기와 아이온이었는데.. 다 시간지나고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망겜되어있더군요 ㅠ
2019.10.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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