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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 1. 이건 내가 제작한……? (1)

2019.09.19 조회 2,695 추천 26


 서장
 
 
 
 나는 하위무下衛武다.
 이름이 하위무는 아니다.
 하위무란 아주 간단하게 어떤 집단이나 단체와 같은 곳을 지키는 무사다.
 까놓고 말해서 그냥 경비원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무공도 무술도 익히지 않은, 그저 창만 들고 있는 경비원.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상가의 거리만 지킬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환생이 좋기는 개뿔-.”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환생.
 그렇다. 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다 신이 운전하는 환생 트럭에 치인······은 아니고, 화재 사고로 죽은 평범한 20대 중반의 남자였다.
 대학교는 가지 않고 오로지 게임 기획자가 되겠다는 내 꿈만을 위해 자격증만 줄창 따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곤 팀장님에게 잘 보여서 새로운 프로젝트팀에 가담한 것까진 좋았는데, 4일 풀타임 철야에 나이 많은 후배가 쓰러지면서 불을 냈다.
 그때 나는 죽고 환생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환생한 곳은 놀랍게도 무협의 세상!
 그 화마 탓에 메케한 연기 속에서 죽어 가나 싶었더니······ 눈뜨니까 웬걸, 놀랍게도 무협 세상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환생한 곳의 집안은 부유하지 않았지만, 이곳이 무협의 세계관이라는 것을 깨닫고 좋아했는데······ 좋긴 개뿔.
 이곳 무협 세상에는 돈이 없으면 그 흔한 무관武館조차 다니지 못했다.
 내 나이 14세. 하루만 더 있으면 15세.
 이 나이까지 난 무관의 문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무관에 입관하기 위해 소작농인 아버지를 설득하여 하위무가 되어 경력을 쌓고, 돈을 모으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엔 회의적이다.
 10대 중반이면 근골이 서서히 굳어질 나이라 무관에서 받길 꺼려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큰 거액의 돈을 준다면 모를까······.
 “인생 씨벌-.”
 골목길에 짱 박혀서 하찮게 되어 가는 인생을 논한다.
 이대로 가다간 무관의 입관은커녕 옆 마을의 고향으로 돌아가 밭이나 갈고 살아야 될 것만 같았다.
 “쯧-.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무림인이 되는 건 포기하고 문관이나 될까? 적당히 공부나 하다 보면 작은 관직 정도는 받을 수준까진 될 것 같은데.”
 나는 내 머리를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내가 아무리 꿈을 위해 빠른 취직 테크트리를 타서 입시 공부를 하지 않았다지만, 취직을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한 것만 해도 고시생만큼 했다.
 집중력도 남달랐고, 성적도 공부한 만큼 냈으니······ 기껏해야 공자 왈 맹자 왈 정도는 우습게 보였다.
 “쯧-. 아직 이르지. 아직 10대잖아? 힘내자!”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을 때.
 “······으잉?”
 나는 눈을 비볐다.
 “상태······ 창?”
 놀랍게도 내 눈앞에는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상태 창이 나타났다.
 15살을 하루 앞둔 날의 특별한 일이었다.
 
 
 
 
 
 1. 이건 내가 제작한······? (1)
 
 
 
 아버지는 마을 유지에게 땅을 빌려서 밭을 가는 소작농이었고, 어머니는 날 낳고 몇 년 후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버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는 편이었고, 농부가 아닌 무사가 되겠다는 꿈도 이루어 주기 위해서 날 옆 마을의 상가회商家會에 고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나는 슬슬 꿈을 포기하고 있었다.
 2년 동안 하위무로 일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반년 치의 무관비를 벌었을 뿐이다.
 아버지에겐 돈보단 경력을 쌓는 것이라며 말했지만······ 2년 동안 일을 해 온 나는 그 2년 동안 기껏해야 순찰이나 돌다가 발견한 주정뱅이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만 했을 뿐이다.
 심지어 하위무는 검을 차는 일조차 허락받지 못하기에 허리에 몽둥이만 찰 수 있었으니, 홀로 내려치기 같은 수행도 못 쌓았다.
 한마디로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슬슬 다른 꿈을 꾸려고 했었다······ 눈앞의 일이 벌어지기 전까진.
 “이건······ 말도 안 돼.”
 익숙한 두 개의 상태 창.
 게임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창은 거기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익숙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일을 했던 게임사의 게임 상태 창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기존의 게임사가 주력으로 밀고 있던 무협 게임 ‘기천氣天’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로그라이크 개념을 탑재하여 개발 중인 전쟁 RPG 게임 ‘트라이벌 워’의 것이었다.
 “둘 다······ 내 캐릭······이잖아?”
 상태 창이 더욱 익숙한 것은 내가 기천을 평소에 즐겨 플레이했기 때문에 기천의 상태 창은 눈에 익었고, 트라이벌 워는 팀장님의 예쁨을 받아 개발에 많은 관여를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후자의 경우엔······ 팀장님과 장난을 치면서 만든 사기적인 아이템도 장착이 되어 있었다.
 “가만······ 템을 장착을 했는데, 왜······?”
 두 장르의 게임 아이템을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내 손에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그냥 헛것을 보는······.”
 
 [용주(*장비 가산 전(클릭 후 가산))]
 부족 - 뫼족
 속성 - 대지
 등급 - 1
 체력 - 100/100 내력 - 10/10
 공격 - 10 방어 - 10 회피 - 10
 기공 - 10 명중 - 10 막기 - 10
 무공 - 뫼족 기본 무공
 금화 - 0량
 
 [로드 오브 나이트메어(*아이템 장비 전(클릭 후 장비 포함))]
 종족 - 뱀파이어
 레벨 - 1
 HP - 100/100 MP - 20/20
 힘 - 10 체력 - 10 민첩 - 10
 지력 ? 10 지혜 - 10 매력 - 10
 스킬 -
 누적 스킬 포인트 - 3
 보유 금액 - 0페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템의 사용 방식이 나를 움직였다.
 그러니까 일단 저 후자의 ‘중2병’스러운 네임은 넘어가고······.
 “치트 링······ 소환 ‘데빌 지니’.”
 ‘데빌 지니’는 전쟁 도중 상점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없애 주어 플레이 타임을 짧게 만들어 주는 ‘데빌 지니’라는 상인을 소환할 수 있는 스킬이다.
 본래는 ‘진’이라는 종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종족 스킬인데, 치트 링 덕분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치트 링은 트라이벌 워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의 종족 스킬을 집어넣은 사기 아이템이다.
 “평화로운 밤입니다. 부르셨습니까, 용주 고객님.”
 “허, 헉! 지, 진짜 된다!”
 손가락엔 치트 링이 없다. 그런데 치트 링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고말고요. 절 부른 게 당신이 아닙니까, 용주 고객님.”
 용주龍主······.
 용의 주인이라는 간지 나는 이름은 지금의 내 이름이 아니라 환생하기 전의 내 이름이다.
 원래는 용주用周라는 한자를 썼지만, 내가 멋대로 상상한 이름이기도 했다.
 “흐, 흠-. 그, 그래, 이 몽둥이를 팔 수 있을까?”
 “저렴한 용품이군요. 1페이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파시겠습니까?”
 1페이.
 페이는 트라이벌 워의 금액 단위다.
 “아, 아니, 일단은 살 수 있는 목록을 보여 줘.”
 “그렇게 하지요.”
 데빌 지니는 나에게 판매용품을 보여 주었다.
 “1렙······.”
 보이는 아이템은 전부 1렙인 쪼렙 아이템. 하지만 이 아이템은 실제로 들고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내키지 않아, 다음에 살게.”
 “그럼 매번 감사합니다, 용주 고객님.”
 데빌 지니는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대, 대박-!”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아이템을 다 착용하고 있다고? 완전 대박 아니야!”
 나는 대박이라고 외쳤지만, 이내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기천은 원래 즐겨 하던 게임이기에 풀렙에 풀템 아이템을 착용했고, 트라이벌 워는 테스트를 겸했기 때문에 풀렙. 그리고 장난삼아 치트 아이템까지 넣었다.
 그래서 아쉬운 것은 레벨이다.
 풀렙인데 왜 아쉽냐고?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천과 트라이벌 워의 캐릭터 레벨이 전부 1로 변했다.
 “기천은 분명히 뫼족이었고, 트라이벌 워는······.”
 뫼족은 산에 사는 민족으로 힘이 거세어 주먹으로 검도 부러트리고 한 걸음에 산의 중턱까지 도달하는 거친 외공의 달인들이다.
 그렇다면 트라이벌 워는······?
 “뱀파이어······!”
 기천과 똑같이 트라이벌 워도 종족이나 민족이 곧 직업이다.
 “맙소사-. 마지막 테스트를 하겠다고 뱀파이어로 플레이하고 있었어!”
 뱀파이어.
 트라이벌 워에서는 최약이자 최강의 종족이다.
 밤에 보정받는 능력치가 어마어마하지만 낮에는 아예 돌아다니지 못하는 종족.
 낮에 햇볕을 쬘 경우 뱀파이어는 초당 최대 체력의 33%가 닳게 된다.
 즉, 3초면 온몸이 불타서 죽는다는 말이다.
 거기에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타 종족에 비해서 두 배는 더 많다.
 대신 최강.
 밤에 보정받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신체 능력부터 스킬 구성까지 최강에 해당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잠깐······? 태양 빛에 약하지만······ 나는 지금 ‘태양왕의 권위’를 착용하고 있잖아?”
 
 [태양왕의 권위]
 부위 : 반지
 지력 +100 매력 +100
 능력 : 태양, 빛 속성 공격 무효
 능력 : 착용 시간 비례 암흑 신성 부여
 설명 : 고대의 태양왕은 그 어떤 종족에게도 자비로운 은혜를 베풀······.
 
 뱀파이어는 무기를 들 수 없다는 특징이 있는 대신에 반지를 열 개 낄 수 있다.
 태양왕의 권위는 그런 반지들 중에서 가장 최정상의 아이템으로, 태양광에 약한 뱀파이어가 낮에 돌아다닐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휴우······ 낮에 돌아다닐 수 없었다면 정말로 큰일 날 뻔했어. 그리고······.”
 기천은 레벨 업과 동시에 자동으로 스킬을 배울 수 있다.
 반면 트라이벌 워는 고전 RPG처럼 스킬 테크트리를 타야 한다.
 만렙까지 도달할 때까지 종족별 여러 계통의 스킬을 자유자재로 찍을 수 있지만, 모든 스킬을 만렙으로 만들기엔 턱없이 스킬 포인트가 부족하다.
 대신 만렙에 도달하더라도 스킬 포인트는 얻지 못하고 스테이터스가 상승하는 ‘불멸 레벨’이 존재한다.
 “치트 링엔 인간 고유 특정인 ‘다재’가 있었지? 스테이터스가 타 종족에 비해 월등히 낮은 대신 1레벨당 스킬 포인트를 세 개나 주는 인간만이 지닌 특성······. 그것만 있으면 필요한 스킬은 거의 대부분 찍을 수 있고······.”
 스킬에 대한 걱정은 없어졌다. 레벨 업만 하면 거의 모든 스킬을 배울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기천의 능력을 먼저 점검했다.
 “1레벨 스킬 ‘산바람’······.”
 산바람은 뫼족이 지니고 있는 내공심법이다.
 뫼족은 엘프를 모방한 민족인데, 태어날 때부터 산바람이라는 내공심법을 익힐 수 있는 뫼족은 산에서 모든 능력이 증가하고, 산에서는 모든 체력과 내공 회복력 또한 증가한다.
 “황당하네······ 그냥 설정만 대충 쓴 것이······.”
 호흡법이 달라졌다.
 산바람을 익히게 된 나는 의식을 하자 호흡이 전과 완전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내공심법을 익힌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오래된 전통 무예처럼 사실적이었다.
 “혹시 팀장님께서······!”
 무협 세계에서 오신 분일까?
 “에이, 그럴 리가 없지.”
 이 마을이 아무리 한적한 곳이라지만 상가가 있을 정도로 제법 번영한 마을이다.
 그런 마을에서 듣지 못한 뫼족의 존재는 당연히 허구일 것이다.
 “산바람은 무공이야. 이걸 수행하면 나는 목표로 삼던 무사武士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개념인 무인武人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천은 무협이 배경인 게임이다.
 스킬들을 공부하다 보면 혹시 절정의 무인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됐다.
 “좋아······. 그러고 보면 나는······.”
 최강의 아이템인 치트 링이 존재한다.
 그것도 최고지만 두 게임의 최강급의 풀템을 착용한 최강의 템빨(?) 무인의 자질도 지니고 있다.
 “가, 가능할까?”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몸은 게임의 보정을 받는 몸이다. 이대로 성장이 가능하다면 어쩌면······.
 아니, 속단하지 말자. 세상을 잘못 얕잡아 봤다가는 길거리에서 객사할 수도 있으니까.
 
  * * *
 
 나는 하위무의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지금도 아버지는 내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 당신의 먹을 것을 한 끼라도 줄여 가며 40일에 한 번씩 직접 찾아와서 생활비를 주신다.
 하위무로 경험을 쌓으면 무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나이니만큼 이제는 아버지에게 미안해서라도 하위무를 그만두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시간을 쪼개서 무공을 공부하기로 했다.
 “뱀파이어의 1렙 스킬은······ 공용 스킬로 찍어야 해.”
 공용 스킬은 트라이벌 워에서 전 종족이 배우는 것이 가능한 스킬로 구분된다.
 나는 그중에서 ‘재능’이라는 스킬에 스킬 포인트 하나를 투자했다.
 그리고 인간의 종족 스킬인 ‘다재’로 인해 추가로 생긴 스킬 포인트 두 개를 ‘지혜’와 ‘지력’에 나누어 투자했다.
 무협 소설을 보면 깨달음은 곧 두뇌의 번뜩임과 연결되는 일이 많았기에 투자한 것이다.
 재능은 경험치 습득량을 늘리고, 지혜와 지력은 깨달음과 연결이 되니······.

댓글(5)

튀폰    
좋아 먼치킨 가즈아~!
2019.09.29 01:58
튀폰    
템빨이랑 종특 적용되면 얼굴 엘프급으로 잘생겨져야 하는 거 아니냐?
2019.09.29 02:01
나안너    
그 많은 것 중에 뱀파이어라니....초반이 좋아야 많이 보죠....
2020.01.28 17:53
효녹    
몽둥이로 내려치기 못하나.?
2020.06.22 13:50
고인물독자    
한마디로 애가 아무생각없이 끄적인 글
2020.07.2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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