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회귀자가 사는 법

(1권) : 1편

2014.01.06 조회 19,743 추천 471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였다.
 대학생이었으며 군대도 전역했고 회사에도 취직했었다.
 드디어 돈을 벌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 출근 첫 날, 나는 죽었다.
 첫 번째 죽음이었다.
 물론 나만 죽진 않았다.
 그 날 하루에만 족히 수십만 명은 죽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후로도 엄청나게 죽었을 거다.
 뭐, 거의 확신한다.
 어떻게 확신을 하냐고?
 그건 비밀이다.
 아무튼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림에서 환생했다.
 평범한 무관에서 태어나 가전으로 내려오는 내공심법과 궁술, 그리고 보법을 배웠다. 기본적인 검술도 배웠지만 궁술에 비하자면 하급이었다.
 그래도 7살부터 꾸준히 수련을 한 덕분에 그런 삼류무공으로도 일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 재능이 뛰어난 탓이었겠지.
 덕분에 나는 자신감이 생겼고 무림에 출두하기 위해 무관을 나섰다.
 그냥 무작정 걷다보니 꽤 유명한 정파의 세가에 도착했다.
 아버지와 그곳의 문주가 아는 사이였기에 인사라도 할 겸 문을 두드렸다. 하필이면 그때 문을 열고 나온 녀석이 사파의 무사였다.
 정사대전이 벌어졌던 것이다.
 나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는 이유하나로 그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빌어먹을, 지지리 운도 없지.
 아무튼 그게 두 번째 죽음이었다.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다시 환생을 했다.
 이번에는 판타지 세계였다.
 거기서는 노예 검투사로 지냈다.
 하아, 하필이면 노예라니.
 어쨌든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다시 죽으면 또 살아날지도 알 수 없는 마당이었기에 나는 무림에서 배운 무공을 죽어라 익혔다. 덕분에 다른 노예 검투사들보다 월등히 강해질 수 있었다. 노예 치고는 운이 좋았는지 예쁜 노예 마누라도 얻었다. 한데 어느 날 주인이 내 마누라를 겁간하는 걸 발견했다. 열이 뻗친 나는 참지 못하고 그 주인을 죽여 버렸고 그 주인의 아비가 나를 참수시키려 했다.
 물론 그냥 당하진 않았다.
 노예 검투사와 그의 사병들 수십 명과 길동무를 했으니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인생이리라.
 내 사랑스런 마누라의 원수도 갚았겠다…….
 더 이상 그녀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조금 미어왔지만 별 수 없잖은가.
 아무튼 그게 세 번째 죽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다시 환생했다.
 인생은 삼세판이라더니, 죽는 것도 삼세번이구나.
 환생도 세 번이 끝이겠지?
 그래, 아마 이게 내 마지막 인생이 될 거야.
 그냥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보다 지루하네.
 시간이 꽤나 흐르고 빛이 나를 감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 이미 두 번이나 경험했기에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인가?
 아니야, 조금 더 기다릴까?
 고민하고 있는데 통증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때린 탓이었다.
 찰싹, 찰싹.
 아, 시파. 그냥 미리 울 걸.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선생님, 안 울어요.”
 “뭐?”
 더 지체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나는 입을 크게 벌렸다.
 “으아아아앙!”
 그제야 주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음? 잠깐.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의 말투가 꽤나 익숙한데?
 뭐였더라?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깨달았다.
 “축하드립니다. 아들입니다.”
 한국어였다.
 “감사해요.”
 너무나 그리웠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나는 정말로 행복했다.
 이걸 환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회귀라고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귀환이라고 할까? 아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행복했다. 왜 내가 다시 나로 태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상관없지 않은가? 그리웠던 대한민국에 다시 태어났고 또 그리웠던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투정이 심한 여동생한테도 참 잘해줬다.
 부모님 속 썩이지 않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신동으로 불렸고 초등학생, 중학생 때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내 정신연령이 얼마인데 그런 쉬운 문제들을 틀릴까.
 한데, 나는 뒤늦게야 가장 중요한 사건을 떠올렸다.
 내가 28살이 되는 날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오늘에서야 기억한 것이다. 무림과 판타지에서 보낸 50년이란 시간이 기억의 망각을 가져다준 탓이었다. 만약 정보의 홍수라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지 않았더라면 아마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 후에야 그 사건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억한 게 다행이었다.
 아직 1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그 날에 대비를 해야 돼!
 어떤 날이냐고?
 그건 아직 비밀이다.
 아무튼 이제 정신 차리고 그때를 대비해 살아가야 한다. 나는 다급히 대한민국에서 지낼 때 일어났던 사소한 모든 것들을 떠올려봤다. 이것들을 토대로 돈을 모으고 사람들을 모으고 힘을 모을 것이다.
 그때와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모두를 지키고 나를 지키고 세상을 지킬 것이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댓글(6)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2014.01.06 15:10
아몰라랑    
얘들은 모 하자는 건지 몰겄네요...
2014.01.06 16:22
초무a    
그냥 가볍게 쓰시는 건가요? 재밌긴 한데..
2014.01.06 17:09
zio5370    
건필하시길!!!!!!!!
2014.01.06 23:45
바람의문    
ㅋㅋㅋ
2014.01.06 23:48
OLDBOY    
잘 봤습니다.
2015.11.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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