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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19.10.26 조회 32,061 추천 382


 [한국 축구의 전설 공찬, 39세의 나이로 월드컵 4강 견인]
 [포워드에서 미드필더, 다시 리베로로... 그는 조국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
 [‘월드컵 빼고 다 가진 선수’ 공찬, 현역 은퇴... 지도자의 길 걷나]
 
 모두가 열광하는 가운데, 나만이 절망했다.
 
 이렇게 끝인가.
 
 39세, 염치도 없이 여섯 번째 월드컵에 출전했다.
 
 오직 월드컵 우승만을 위해 모든 걸 바쳤지만,
 
 신은 내게 우승컵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나를 사랑했다.
 
 아니, 사랑하는 걸 넘어서 추앙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4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5회, 발롱도르 6회 수상.
 
 선수 생활 내내 나는 그들에게 치사량의 ‘국뽕’ 을 주입했으며,
 
 완벽한 프로의식, 모범적인 행실로 단 한 치의 실수도 저지른 적이 없었으니까.
 
 단 한 번의 실수,
 
 악마와 계약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한 열여섯의 나에게, 악마는 속삭였다.
 
 「네겐 세계를 호령할 재능이 있어. 은퇴하기 전까지 절대로 부상당하지 않는 몸을 주지.」
 
 선천적으로 발목이 약했던 내게, 그 속삭임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그 달콤함에 홀려, 그가 내건 조건을 등한시했고.
 
 「대신, 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발롱도르를 석권해.」
 「만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시에, 네가 가진 가장 강한 욕망을 빼앗겠다.」
 
 오만하게도, 어린 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훗날 그 선택을 얼마나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 채.
 
 “공찬 선수, 이렇게 은퇴식에서 만나게 되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
 “그 동안 공찬 선수와 함께한 시간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사의 황금기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
 “이젠 그라운드 밖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텐데,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실까요?”
 
 우울한 눈이 해맑은 표정의 MC를 쳐다보았다.
 
 “하고 싶은 일?”
 “네. 뭐든지요.”
 
 욕망을 빼앗기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섹스.”
 “...네?”
 “섹스를... 하고 싶네요.”
 
 아연실색한 MC의 얼굴과 내 생생한 음성은,
 
 시청률 34.8%의 생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중계됐다.
 
 그렇게, 난 악마에게 성욕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월드컵, 그 놈의 월드컵 때문에.
 
 죽음만도 못한 삶이었다.
 
 내 존재의 이유였던 축구가 내 곁을 떠나고,
 
 가장 큰 즐거움이었던 성생활마저 사라졌으니.
 
 그렇게 두문불출, 폐인 생활은 시작됐다.
 
 재밌는 건, 방송을 보고 나를 찾아오는 여성들도 많았다는 거다.
 
 아나운서, 배우, 가수, 톱 모델들까지.
 
 “공찬 씨, 당신이라면 괜찮아요.”
 
 물론, 내가 안 괜찮았다.
 
 평소였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그녀들의 유혹에도,
 
 내 마음은 새벽의 호수처럼 그저 잔잔했다.
 
 성욕이 사라졌다는 건 그런 거다.
 
 그녀들은 수치심을 느끼며 돌아갔지만,
 
 내가 느낀 건 절망감이었다.
 
 욕망이 거세된 삶은, 동력을 잃고 부질없이 침전하기만 했다.
 
 누구보다 왕성했기에, 후폭풍은 훨씬 더 거셌고.
 
 그렇게 2년.
 
 탄탄했던 몸매와 중후했던 중년의 마스크는 사라지고
 
 거울 앞엔 털투성이의 비루한 히키코모리가 서 있을 뿐이었다.
 
 순간, 면도를 하려 잡아든 면도칼을 세게 움켜잡았다.
 
 차라리 여기서 이 의미 없는 삶을 마감할까.
 
 어딘가에서 내 실패를 비웃고 있을 악마에게, 이런 식으로라도 복수해 버릴까.
 
 그렇게 오른손에 힘을 준 순간.
 
 25년 만에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공찬.”
 
 악마의 미소는, 처음 그를 만났던 순간처럼 달콤했다.
 
 그리고 그는 또 한 번, 내가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내밀었다.
 
 “16세의 너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지.”
 “조건을 완수한다면, 성욕을 돌려줄게.”
 
 떨그렁. 면도칼은 세면대로 떨어지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다시 내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새로운 조건을 이야기했다.
 
 “대신, 이번엔 하나 추가다. 월드컵, 챔피언스리그, 발롱도르에 트레블까지.”
 
 한 번 회귀하니, 조건을 더 강화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나 역시 그때처럼 순진하지만은 않았다.
 
 “그냥 갈 수는 없지.”
 “...뭐?”
 “내게 능력을 줘.”
 
 악마는 재미있다는 듯, 내 얼굴을 보며 웃었다.
 
 “욕심이 많군. 그래, 이번엔 어떤 능력을 원하지? 스피드? 체력? 유연성?”
 “아니.”
 
 내가 그에게 원하는 건 단 하나뿐.
 
 “네 눈.”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 재능을 알아본 그 눈을 줘라.”
 
 악마는 파안대소했다. 이제야 진정한 재미를 찾았다는 듯,
 
 “재미있군!”
 
 악마가 내게 손을 뻗었다.
 
 쏟아지는 빛의 줄기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자 펼쳐진 2021년의 세계,
 
 거짓말처럼 나는 16살의 몸으로 K리그에 갓 입단한 그 시절에 돌아와 있었고.
 
 “공찬, 뭐 해! 트레이닝 가야지!”
 “...”
 
 동료들의 머리 위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댓글(31)

[탈퇴계정]    
아!!! 쎾쓰하고싶다!!! 정도 외친거면 레전드급 방송사고 가능했을텐데 ㄲㅂ ㅋㅋ
2019.10.26 11:15
풍뢰전사    
건투를
2019.11.11 04:11
마테라테    
쎽쓔가 하고 싶어요. 선생님ㅠㅠ
2019.11.11 14:50
지팡    
느낌! 좋은데요
2019.11.11 17:54
자일리톨    
악마=작가. 작가님은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마인가? 섻슈를 뺏다니 그런...ㅠㅠ
2019.11.12 21:10
비단바다    
쎾쓔 ᆢ 이러케도 타입핑이 되는구나ᆢㅋ
2019.11.15 16:39
캔참치    
섹무새지만 무성욕자라니?ㄷㄷ
2019.11.17 02:38
만초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성욕이 없으면 실제로 사람이 굉장히 무기력해지고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상실한다고 하네요
2019.11.18 16:25
    
윗댓 그럼 무성애자는 어떻게해요? 걔네는 태어나서부터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없음? 구라아냐?
2019.11.20 02:31
독서왕선구    
섹무새가 또..
2019.11.23 16:06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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