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모두 나만 보면 오줌을 지리기 바빴다.
살귀라 일컬어지던 내 별명은 살성으로 바뀌고, 종래엔 암천제(暗天帝)가 되어 있었다.
암천제 백운기.
전 강호인들에게 나는 경외의 대상이자 동시에 두려움의 존재로 군림했다.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던 고수들도 내 앞에선 머리를 조아렸다.
이는 분명 기쁘고 좋아해야 할 일이나, 이제는 더없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지친 나의 일상에 한 줄기 따사로운 햇살을 비추는, 그런 재미가 없을까.
“······.”
아마 없겠지. 이 강호란 세상에선 말이야.
남들은 우화등선은 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나 같은 살귀가 우화등선은 얼어 죽을.
지옥이나 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무료해진 내가 바라고 또 바란 건 죽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뿐이다.
만약 다음 생이 또 있다면 무엇으로 나를 즐겁게 해 줄지 기대가 되니까.
“······.”
난 무거운 눈꺼풀을 서서히 감으며 희미한 미소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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