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고대 유물의 힘으로 최강 용병까지

1화

2020.01.29 조회 1,624 추천 18


 빛을 숭배하는 백색의 나라 샤이튼 왕국.
 그곳에는 현재, 홀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 굳센 청년이 있었다.
 ‘보자······. 오늘은 이 정도면 되겠군.’
 운 라크웰. 청년의 이름이었다.
 올해로 25살의 제법 반반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그중 눈에 띄는 점을 굳이 꼽으라면 뒤로 살짝 묶은 은백색의 머리카락.
 샤이튼 왕국과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너무 멀리 다녀와서 그런지 조금 피곤하네.’
 -푸르르륵······.
 “하하, 너도 힘들지? 미안, 미안. 조금만 더 가면 돼.”
 피로감을 느끼던 운은 타고 있는 말이 마찬가지로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부드럽게 달래 주었다.
 현재 운이 말을 타고 가고 있는 곳은 샤이튼 왕국의 수도인 올레이트로, 그의 거주지이기도 했다.
 거주지만 놓고 보면 뭔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 운은 딱히 만인이 공경하는 기사나 왕성에 소속된 아크 메이지 같은 게 아니었다.
 그는 그저 일개 용병에 불과했다.
 랭크는 B로, 나름 평범했다.
 겸손한 게 아니라 진짜로 그랬다.
 용병의 랭크는 SSS까지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직 운은 소속 길드도 없이 홀로 거의 잡일에 가까운 의뢰를 해결하며 먹고 사는 편이었다.
 믿을 수 있는 건 그 자신의 무기인 장도 한 자루가 전부였다.
 이쪽 일을 오랫동안 한 터라 평범한 랭크하고는 별개로 실력에는 꽤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그렇지 않았다면 운이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지금 수도 올레이트로 돌아가는 길도 의뢰의 일환이었다.
 꽤 먼 쪽에 도움을 요청하는 급한 의뢰가 들어와서 새벽부터 부랴부랴 나갔다.
 시골 농민의 의뢰라 보수는 적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야.’
 그 사람들이 밝게 웃는 얼굴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실이니만큼 속으로 나름 만끽하던 운이었는데,
 ‘음?’
 그는 금방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야만 했다.
 익숙한 소리가 귓가를 강타한 까닭이었다.
 채앵-!
 키잉-!
 날붙이가 서로 부딪치는 맹렬한 금속음.
 하지만 지금 운이 느낀 익숙한 소리는 전혀 다른 종류였다.
 “으아악······!”
 “뒤로 물러나라!”
 처절한 비명과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
 이건 명백한 사람의 것이었다.
 “······이랴!”
 철썩-!
 -히히히힝~!
 그 소리를 또렷하게 들은 운이 취한 행동은 그야말로 본능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이 타고 있던 말을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몰았다.
 조금 전에 보여 주었던 그 나른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걸 그 스스로가 똑똑하게 확인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운의 그러한 판단은 아주 정확했다.
 말을 몰고 간 곳에서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보게 된 것이다.
 부서진 마차와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여러 물건들.
 “히이이익······!”
 “사, 사람 살려······!”
 다수의 사람들이 그 주변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행색으로 보아 상인인 듯했다.
 “뭉쳐서 싸워라!”
 “방어를 굳혀! 절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
 그리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널리 포진해서 싸우는 이들.
 전체적으로 남루한 차림새인 게, 모두가 낮은 랭크의 용병으로 추정되었다.
 -키에에엑!
 -캬아악!
 그 용병들이 대적하고 있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있어 가장 골칫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다수의 몬스터 무리였다.
 오로지 본능에만 따라 움직이는 그 추악한 것들이 이번에도 사고를 터트린 게 분명하리라.
 ‘대충 감이 오는군. 상인들한테서 호위를 부탁하는 의뢰를 받은 거겠지. 그 도중에 습격당한 거고.’
 빠르게 속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운이었다.
 그리고 그는 금방 움직였다.
 스릉-!
 “무사하십니까! 저도 돕겠습니다!”
 운이 취한 행동은 바로 가세였다.
 용병이 철저하게 이익을 보고 움직인다는 걸 감안하면 꽤나 의외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이게 맞았다.
 서로 똑같은 용병이었으니 동업자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지금은 누가 봐도 궁지에 몰린 상황.
 이대로 그냥 무시하고 가면 전원 몰살은 시간문제였다.
 자고로 어려울 때는 서로 도와야 하는 법.
 물론 모든 용병들이 이런 건 아니었지만 운은 정의감이 넘쳤고, 정이 많은 성격에 속했다.
 지금의 상황을 보고서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겨우 한 명이 가담해서 뭘 해결할 수 있겠냐고 하겠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걱-!
 -키이이익!
 투콱-!
 -키에에에······!
 운의 실력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났던 것이다.
 그 자신의 무기인 장도가 한 번 빠르게 훑고 지나가면 몬스터들은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지기 바빴다.
 아직 무소속인 운이 지금까지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너끈히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였다.
 용병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
 그게 바로 운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었다.
 실제로 그의 장도를 다루는 실력은 같은 용병들은 물론이요, 이쪽으로는 다들 일가견이 있는 기사들도 저마다 보게 되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운의 가세는 궁지까지 몰렸던 용병들을 반색하게 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도와줘서 고맙다!”
 “다들 이 친구와 함께 힘을 합쳐라!”
 “방어를 더 굳혀! 무너지면 안 돼!”
 그들은 모두가 운의 가세에 미소를 지으며 몬스터의 소탕에 집중했다.
 다들 운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서걱-!
 -키야아아악!
 투콱-!
 -크에에······.
 그러자 확실히 흐름에 변화가 생겨났다.
 몬스터들이 점차 밀리기 시작한 것.
 처음에 그들이 용병들을 몰아세웠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그만큼 정리에는 결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촤악-!
 -케루룩······.
 운과 용병들이 몬스터 소탕에 성공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마리의 몬스터는 운이 재빠르게 내지른 장도에 목을 꿰뚫려서 사망하고 말았다.
 사람들 쪽에 사망자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운이 가세하고 나서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실로 엄청난 쾌거였다.
 “젊은 친구가 실력이 참 좋군.”
 “고맙다. 우리 모두 네 덕분에 살았어.”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대로 수도까지 호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 보수는 따로 챙겨드리겠습니다.”
 용병들과 상인들이 운을 향해 호감을 나타내는 건 아주 당연한 전개였다.
 그야말로 구세주가 아니던가?
 하나 당사자인 운의 반응은 달랐다.
 휙!
 “······아직 안 끝났어요! 다들 조심하세요!”
 그는 이처럼 날카롭게 외치며 자세를 다시 잡았다.
 실제로 운은 무기인 장도를 아직 칼집에 꽂지 않은 상태였다.
 이게 단순한 착각이면 참 좋을 터이건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았다.
 -크오오오오오······.
 운의 말마따나 또 다른 몬스터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것.
 그게 겨우 한 마리인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문제는 몬스터의 종류였다.
 엘리트 몬스터.
 몇 년 전에 벨제루트 제국에서 벌어진 흉악의 재림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돌연변이로, 그만큼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정말 운이 나쁘게도 현재 운과 용병들 앞에 나타난 엘리트 몬스터는 메이지의 도움이 없으면 대적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몬스터 주제에 마력을 다룰 수 있어, 메이지가 마력을 무효화시키는 디스펠을 통해 그걸 없애지 않으면 상대가 쉽지 않았다.
 “컥······.”
 “빌어먹을······!”
 그렇다 보니 용병들은 서로 탄식을 금치 못했다.
 공포에 짓눌려 다리를 벌벌 떠는 이들도 있었다.
 ‘젠장······! 이건 진짜 위험한데!’
 그건 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마 여기에서 엘리트 몬스터가 튀어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나타난 엘리트 몬스터는 등장과 함께 스스로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크어어어어어!
 쿠쾅-!
 무시무시한 괴성을 내지르며 냅다 손으로 지면을 강타한 것이다.
 “으아악-!”
 “어억!”
 “아아악!”
 행동만 놓고 보면 지극히 단순했으나, 그 피해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용병, 상인 구별할 것 없이 모두가 튕겨 날아가고 말았다.
 마력이 동반된 터라 도무지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이쪽에 디스펠로 카운터가 가능한 메이지가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죄다 그쪽하고는 지금까지 담쌓고 지내서 불가능했다.
 “끄아······.”
 ‘들었던 것 이상이네. 이거 정말 위험한데······.’
 그리고 거기에 휩쓸린 건 운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전형적인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용병 쪽인지라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다행히 짐이 널브러진 쪽으로 날려져서 어디 부러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짐 중에 완충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푹신한 게 있어, 천운으로 살았다.
 -크오오오······.
 ‘저걸 어떻게 처리하지······? 틈을 노려야 하나?’
 운은 멀리서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는 엘리트 몬스터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도망치는 쪽은 조금도 검토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그래도 괜찮겠으나, 그 또한 쉽지 않을 터였고 먼저 돕겠다고 나선 주제에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지금 자기 혼자 도망치면 여기에 있는 이들은 무조건 개죽음이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역시 엘리트 몬스터를 없애는 것.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호전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
 실제로 엘리트 몬스터는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승기를 확실하게 잡은 쪽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작이 굼떴다.
 지금 운이 침착하게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것도 그게 컸다.
 그렇다면 아예 모두 함께 도망을 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는데, 이건 또 불가능했다.
 “크으윽······.”
 “이대로 죽는 건가······.”
 사지가 멀쩡한 사람은 운이 유일해서였다.
 상인, 용병들 모두가 지진 공격에 노출된 여파로 인해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도망은 불가능.
 엘리트 몬스터가 지금 아무리 호전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느리게 움직이는 것 역시 그 이유가 크리라.
 다들 거미줄에 걸린 먹이와 다를 게 없으니까.
 이걸 운 혼자만의 힘으로 뒤집는 건 무모하지 않겠느냐고 하겠으나, 그건 의외로 가능했다.
 어디까지나 몬스터이니만큼 약점인 급소를 노리면 충분히 단칼에 없앨 수 있었다.
 엘리트 몬스터가 이쪽의 접근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그러면 필시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할 터였고, 그러면 기껏 내지른 장도가 힘없이 튕겨 나가기 때문.
 다행히 엘리트 몬스터는 현재 운한테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다.
 상인, 용병들 쪽을 응시하기 바빴다.
 그 혼자 다른 방향으로 퉁겨진 게 컸다.
 처억-!
 ‘기회는 오로지 단 한 번······.’
 실패하면 모두가 죽은 목숨이었다.
 그런 만큼 운은 장도를 쥔 양손에 서서히 힘을 주었고,
 타탓-!
 이내 움직였다.
 그는 엘리트 몬스터의 배후를 노리고 굉장히 빠르게 거리를 좁혀갔다.
 거의 암살을 시도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휙!
 “······!”
 엘리트 몬스터가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운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린 것이다.
 휘오오오-!
 그뿐만이 아니라 마력까지 모으기 시작했다.
 운에게 있어 절체절명과 같은 순간!
 그런데 여기에는 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스르륵-!
 엘리트 몬스터가 모으기 시작한 마력이 돌연 소멸하고 말았다.
 마치 뭔가에 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뚝 끊겼다.
 당연히 이건 운에게 있어 호재로 작용했다.
 “이야아아아아-!”
 투콱-!
 -쿠어억······!
 이제 방해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찌 급소를 놓치겠는가.
 운의 장도는 기합과 함께 엘리트 몬스터의 심장을 꿰뚫었고, 엘리트 몬스터는 그대로 쓰러져서 숨을 거두었다.
 “와아아아아아-!”
 “이겼다아아아아-!”
 그 광경에 상인, 용병들 모두가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는 건 당연했다.
 다들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목숨을 건졌으니 기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건 당사자인 운도 비슷했다.
 “휴우······. 겨우 정리했네.”
 땡그랑-!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그는 쥐고 있던 장도를 떨어뜨리면서 크게 안도했다.
 한데 거기에는 묘한 게 또 있었다.
 [네가······ 나의······.]
 이처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운의 귓가를 또렷하게 강타한 것이다.
 ‘······응?’
 그러다가 운은 살짝 놀라야만 했다.
 우연히 손을 넣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낡은 펜던트 하나를 발견한 까닭이었다.
 운이 그걸 보고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그 자신이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물건이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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