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1화

2020.02.17 조회 10,223 추천 154


 타닥. 타닥.
 낡은 원룸의 골방.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아 냉기가 흐르는 방 안에는 간헐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방 안을 울려 퍼지고 있었다.
 ‘······죽겠다, 진짜.’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박현우는 지금 온몸을 싸맨 상태였다. 방 안임에도 패딩에 수면 바지, 그리고 수면 양말에 슬리퍼까지 신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온몸을 둘둘 싸매고 있어도, 유일하게 무언가를 입을 수 없는 부위가 있었다.
 바로 손이었다.
 현우의 손가락은 방 안의 냉기에 한껏 얼어붙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죽겠다는 말은 그저 춥다는 뜻 하나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진짜 어떻게 이렇게까지 안 써질 수가 있냐?’
 자문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자답도 가능했다.
 간단했다. 작가인 그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것을.
 
 30.
 
 현우가 쓴 웹소설의 최신 화 구매수였다.
 망한 글은 시간이 흘러도 안 팔린다. 그 말뜻은 현우가 이틀 내내 붙들고 늘어져서 쓴 이 한 편의 가치 또한 삼천 원 언저리일 거라는 이야기였다.
 ‘아니지, 내 몫은 그것보다 더 적으니까.’
 플랫폼 수수료, 출판사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천오백 원 남짓이 그의 몫이었다.
 웹소설 연재분을 묶어서 종이책도 나오고 있긴 했지만, 대여점 시장에서 종이책도 폭삭 망해 버렸다
 갑작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자, 허탈감이 더 크게 밀려왔다.
 그런 감정의 수레에 빠져들려고 하자, 현우는 다급하게 자신의 뺨을 두드렸다.
 “정신 차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지!”
 현우는 다시 키보드를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오후 다섯 시 반이 넘었을 때 현우는 간신히 마지막 엔터를 칠 수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됐다.’
 어제는 도저히 써지지가 않아서 결국 오늘 휴재를 내고야 말았지만, 이로써 이틀 연속 휴재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
 현우는 곧바로 담당자의 메일로 방금 쓴 원고를 보냈다.
 
 [메일이 발송되었습니다.]
 
 발송 완료라는 문구를 확인하자마자 현우는 피시톡을 켜서 담당자에게 톡을 보냈다.
 
 [대리님. 방금 원고 보냈습니다. 늦게 보내서 죄송합니다.]
 
 그 톡을 보낸 순간, 현우는 긴장이 탁 하고 풀렸다. 마치 단거리 달리기의 골인 지점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이걸로 오늘 할 일은 전부 다 끝이기에 드는 감정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제 내일의 연재를 준비해야 했다. 이렇게 늘어져 버릴 때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은 쉽게 다져지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현우의 긴장감을 다시 일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웅.
 스마트폰의 진동 소리에 현우는 본능적인 불안감이 솟았다.
 
 [에이스 미디어 김태진 대리님]
 
 담당자였다.
 언제나처럼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건조한 톡이 아니라, 굳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할 말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못 나가는 작가에게 출판사가 할 말이라는 것은 대개 안 좋은 내용이었다.
 “······여보세요.“
 현우가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런데 그의 목소리 또한 밝지 않았다. 퇴근을 앞두고 있는 그가 이렇게 목소리를 깔기 시작하자 현우의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원고 작업 수고하셨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요즘 작업은 잘 되시나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 네······.
 
 그런데 그 순간 대리가 조금 멈칫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그때 현우는 그가 할 말이 무엇인지 직감했다.
 ‘젠장······.’
 
 -저, 그런데 작가님. 정말 죄송하게도, 이번 작품은 여기서 정리를 하시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작가에게 있어 최악의 선고.
 조기종결.
 현우는 침음성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서 최대한 침착하게 되물었다.
 “여기서라고 하시면······ 분량은······.”
 김태진 대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진행했다.
 
 -곧 125화이니까, 그곳에서 5권으로 이야기를 매듭 짓는 것이 어떠실까요?
 
 현우는 직감했다. 어조는 권유였지만 그에게 거부권은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현우는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촉박합니다. 하다못해 6권 150화라도 해 주실 순 없으실까요.”
 그리고 현우가 말을 꺼내자 대리는 곧바로 어조를 바꿨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수화기 너머로 짙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한숨소리를 들은 현우의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다.
 
 -저희 쪽에서 이번 작품으로 입은 손해가 꽤 큽니다. 최대한 빨리 완결을 짓는 게 서로 제일 나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난처하다는 어조였지만, 그 속에서도 단호함이 느껴졌다.
 현우는 잠시 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네, 그럼 마지막까지 힘내 주세요, 작가님.
 
 대리는 통화가 불편했는지 전화를 다급히 끊었다.
 통화가 끝나자, 현우는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툭 던져 놓고서 고개를 푹 숙였다.
 ‘젠장······.’
 짧은 통화 속에서, 주인공의 가슴을 후벼 판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대리의 한숨소리.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손해’라는 단어였다.
 못 파는, 쓸모없는 작가라고 심장에 비수를 꽂아 넣는 느낌이었다.
 ‘125화라니······.’
 절망적인 수치였다.
 앞으로 한 권도 남지 않은 분량 안에 이야기를 마무리하라는 뜻이었다.
 못 파는 글이었지만, 최소한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제대로 된 기승전결은 갖춘 글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꿈조차도 날아가 버렸다.
 가장 슬픈 것은, 그런 우울한 제안을 제대로 반항 한 번 못해 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현우 자신의 처지를 그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생······ 진짜 거지같다.’
 
 “크으······.”
 현우는 소주병을 들이켜고서 짙은 소리를 내뱉었다.
 어느새 손아귀에 들려 있는 소주병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현우의 정신도 조금씩 알딸딸해지고 있었다.
 ‘쉽게 취할 수 있고, 좋네.’
 “하하하.”
 빈 속에,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병나발 분 탓이었다.
 안주를 못 산 것도, 심지어 소주도 한 병밖에 사지 못한 것도, 다 뻔한 이유였다.
 지갑도, 통장도 텅 비어 있기 때문이었다.
 있는 돈 없는 돈을 탈탈 털어서라도 술을 마셔야만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현우는 병을 다시 입가로 가져갔다.
 기분이 저세상 밑바닥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 보니 두 시간여가 흘러가 있었다.
 이렇게 일 년 만에 간신히 유료화에 성공한 현우의 신작은 고작 연재 사 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현우는 그 사실을 마주하고 있자 앞날이 캄캄했다.
 ‘다음 소설을 어떻게 쓰지. 출판사는 또 어떻게 구하고.’
 이번 소설도 일 년여의 시간 동안 다섯 작품가량을 연재해 보고서 간신히 유료화를 노려 볼 성적을 얻은 것이었다.
 ‘그것조차도 순식간에 다 말아먹어서 지금은 30명밖에 안 보고 있지만······.’
 글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소속 출판사는 보통 작품 완결 즈음에 자연스럽게 차기작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말도 없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뻔했다.
 그는 방출이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 전 출판사에서도, 그 전 출판사에서도, 현우는 재계약 제의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이제 다시 무소속으로 돌아가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다.
 막막함을 참고서 다시 신작을 준비할 생각을 하니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까지 해 봐도 안 되는데······ 나는 작가를 하는 게 맞긴 할까?’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현우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겠다고 나선 지가 팔 년.
 어느덧 열아홉의 고등학생은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는 무서웠다.
 또래의 남자아이들은 다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겠다고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현우는 자신만 그들의 틈에서 계속 낙오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이 길이 맞을까.’
 이따금씩 어머니가 넌지시 그에게 묻곤 했다.
 ‘너 기술 배워 보지 않을래?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하던데······.’
 현우의 어머니는 현우의 꿈을 뜯어말리는 분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응원해 줬고, 지금도 응원해 주려고 노력해 주시는 어머니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의 어머니는 그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현우는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자문에도, 자답을 할 수 있었다.
 “그만······ 해야겠지······.”
 그 말을 하는 순간, 현우는 속에서 울컥 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팔 년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힘든 시간들뿐이었지만, 꿈이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들.
 그러나 꿈이 곧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힘들었던 시간들.
 긴 시간들이 스쳐 가는 동안, 현우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가장 선명하게 뇌리에 박힌 장면은, 같은 길을 걷기로 한 친구와 꼭 함께 대단한 작가가 되자고 결심하던 고등학교의 하굣길이었다.
 “제길······.”
 팔 년 사이에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현우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현우는 붉어진 두 눈을 비비면서 스마트폰을 쥐었다.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친구가 떠올랐다.
 유일하게 현우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존재.
 그리고 함께 작가라는 꿈을 가지기 시작했던 순간을 함께했던 존재.
 그러나 한참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현우는 이내 다시 스마트폰의 화면을 끄고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냐. 방해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을 그의 친구를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말하긴 해야 했다. 함께 작가라는 길을 걷기로 다짐한 사이이니, 자신이 그만두기로 한 것은 직접 말해 주는 게 예의였다.
 ‘다음에······ 완결내고 쉬는 거 같을 때 말해 주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서 현우는 바닥의 이불로 몸을 구겨 넣으려고 했다.
 ‘빨리 자야 내일 술기운 털고 또 쓰지······.’
 그만두기로 한 와중에도 내일 연재 걱정을 하는 자신이 우스웠지만,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스마트폰이 울렸다.
 현우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철민이]
 
 스마트폰 화면에는 현우가 방금 전 전화하려고 했던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항상 그런 순간이 있었다.
 우우웅. 우우웅.
 연락 하려던 사람에게 그 순간 연락이 오면, 이상하게 불안해지는 순간.
 우우웅. 우우웅.
 그리고 그게 평소에는 ‘전화‘라는 수단을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더더욱 그런 법이었다.
 현우는 아까 전 대리와의 통화 때문에,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해진 것이 아닐까 하며 전화를 받았다.
 
 *
 
 “아이고, 어떡하냐아아아!!”
 곡성이 울리는 장례식장.
 그곳에서 현우는 자신의 몸에는 맞지 않는, 약간 헐렁한 정장을 입고서 멍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의 눈앞에는 그에게 있어선 둘도 없는 친구, 철민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영정사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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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오무새    
철민이는 잘나가는 작가고 친구의 능력을 얻게 되는건가?
2020.02.23 11:29
lig6316    
잘봤습니다.
2020.02.29 19:58
풍뢰전사    
건투를
2020.03.08 10:08
[탈퇴계정]    
종이책도 아니고, 웹소설도 조기종결이 필요한가요? 계속 연재하면 교정 봐줘야 해서 그런건가?
2020.03.08 20:25
겨울잠자러    
제가 작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웹소설은 굳이 조기종결 안해도 되지않나요? 책은 출간하는데 비용 때문에 책이 안나오는건 그럴텐데.. 웹소설은 플렛폼하고 출판사에 수수료만 내면 괜찮지 않아여?
2020.03.11 04:33
서비스    
수수료만 먹고사는 곳에서 손해가 가려면... 설마 광고라도 넣어준 건가요?
2020.03.11 22:19
kqsghoixcv    
나중에 잘되면 출판사의 담당자가 미혼인 아가씨? 이런 글들이 대부분 그런 흐름이던데요
2020.03.15 00:40
언행일치    
보장 인세가 아니라면 아무리 망해도 저렇게 압박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작가가 관두려고 할 때 200화까지만 가자고 하는 게 출판사이니..
2020.03.15 19:07
OLDBOY    
잘 봤습니다.
2020.03.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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